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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 화

주가인은 머뭇거리는 유한민을 쳐다보다가 다시 윤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윤 교수님, 교수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환자의 현재 상황으로서는 제 은사님인 ‘의신’ 께서 자리에 계신다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의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운전기사는 말할 것도 없죠.”

유한민의 마음속에 간신히 자리 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할수 있는 거라곤 궁지에 몰려 의술에 대해 아는 거라도 없는 운전기사에게 희망을 건 자기 자신을 비웃는 것뿐이었다.

“의술을 모른다고? 그러면 방금 어떻게 정확한 카운트다운을 했겠어요?”

연승우의 한마디에 사람은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 연승우가 10초 카운트 다운을 마치자 어린 남자아이의 상태가 기다렸다는 듯이 악화했었다. 만약 연승우가 어린 남자아이의 상태를 꿰뚫어보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연승우가 의술을 모른다고 아무도 단정 지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연승우의 말을 들은 유한민은 다시 한번 결심을 내렸다.

“그래요, 믿어보겠습니다. 당장 내 아들을 살려내세요.”

주가인은 계속 막으려고 했지만, 연승우는 이미 어린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주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다 당신 스스로 자초한 거예요, 이젠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어요.’

연승우는 어린 남자아이를 자세히 진찰한 후 마음속으로 대략적인 치료계획을 세웠다. 연승우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속 몇 번 연기를 빨더니 어린 남자아이의 얼굴에 뱉었다.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유한민이 가장 크게 화를 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주가인도 깜짝 놀랐고 또다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빨리 담배부터 꺼요. 여기는 무균병동입니다.”

연승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담배를 모두 유한민에게 주며 오히려 큰 소리로 말했다.

“담배를 필 수 있는 사람에게 한 대씩 나눠줘요. 그리고 연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문과 창문을 모두 닫으세요.”

유한민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당신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아들을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치료하고 있으니, 저를 믿고 제 말에 따르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

유한민은 식은땀을 흘리며 도대체 이 모험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죽어가는 아들을 보고 궁지에 몰린 심정으로 연승우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유한민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담배를 모두 나눠줬다.

“연기를 내뿜어, 다 힘껏 내뿜으라고!”

“참, 담뱃재를 털어내지 말고 모아주세요. 아이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두 이 담뱃재에 달려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균병실은 담배 연기로 자욱해졌고 마치 불이 잡힌 화재 현장 같았다.

주가인 등 몇몇 여자들은 매캐한 연기에 눈물을 흘렸지만, 끝까지 떠나지 않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다.

‘이 세상에 정말 기적이 있다면...’

담배가 모두 타들어 가자, 연승우는 담뱃재를 모아 생리식염수와 섞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어린아이의 입에 부어넣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사람들은 막을 수 없었다.

연승우의 이런 일련의 답 없어 보이는 행동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때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휴... 민간인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편법인가 보네... 어떻게 미신적인 방법으로 귀한 권력가 집안 도련님을 해할 수가 있지?”

“사이비 종교에서 나온 사람은 아니겠죠?”

뒤에서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을 듣고, 어린 남자아이의 어머니는 부여잡고 있던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달려가 연승우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

“당장 말해! 도대체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연승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다시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했다.

“10, 9, 8, 7...”

연승우는 또 무엇을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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