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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Author: 꽃길
“소아청소년과에서 온 간호사야. VIP 병실 담당이지.”

나는 안리영의 설명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

“지원아, 네가 그 남자한테 빠진 후로 자주 오지 않았잖아. 그 사이에 의사랑 간호사 인사 변동이 있었어. 그래서 네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안리영의 말이 맞았다. 세상은 매일 변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

내가 카페 사장이 된 것처럼 말이다.

출산일이 아직 멀었지만 진정우는 긴장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음력설 전날까지도 내 배는 미동도 없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

“정우 씨, 나 돌아가고 싶어. 카페에서 맞는 첫 음력설이잖아.”

나는 음력설을 카페에서 보내고 싶었다.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사방에 예쁜 무드등을 켜놓고 창에 예쁜 스티커를 붙여두고 맛있는 과일을 준비해서 다과회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리영 씨한테 물어봐.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하잖아.”

진정우는 긴장한 말투로 얘기했다. 하지만 내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기회를 놓치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안리영은 간단하게 검사를 해주고 얘기했다.

“아직 출산 정황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출산은 예정대로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여기서 멀쩡해도 집에 가면 다를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는 안리영을 보면서 장난스레 안리영을 툭 쳤다.

“음력설 이후에 낳을 거라고 빈말이라도 해주지.”

안리영은 피식 웃었다.

“그게 내가 정할 수 있는 거야? 네 뱃속의 아이한테 물어봐야지. 그렇지, 아가야?”

안리영은 내 배를 어루만지면서 얘기했다.

안리영의 동의를 받은 나는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퇴원할 때, 안리영이 진정우에게 얘기했다.

“무슨 일 일어나면 얼른 얘기해요.”

진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돈봉투를 꺼내주면서 얘기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안리영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얘기했다.

“병원에서 이런 거 받는 거 위법이에요.”

“새해 인사예요. 어차피 우리는 가족 같은 사이잖아요.”

진정우가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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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우는 종이를 깔아주었고 나는 먹을 갈았다. 진정우는 또 옆에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내 영상을 찍어주었다.“뭐라고 쓸까?”눈앞의 종이를 보면서, 내가 진정우에게 물었다.“네가 쓰고 싶은 것으로 써. 아무거나.”진정우는 내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것처럼 얘기했다.나는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한 구절이 떠올랐다.[너와 내가 함께라면 언제나 따뜻한 이곳.][같이 맞는 봄.]글을 다 쓴 뒤 진정우를 쳐다보자 진정우는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진정우를 향해 얘기했다.“웃지 마.”“아니, 너무 잘 써서 그래. 우리 아내한테 시인의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네.”그렇게 얘기하면서 진정우는 내 손에서 붓을 가져갔다.“붓글씨도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어.”그 말에 나는 바로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분이 살아계실 때, 나는 여러 학원에 다니면서 재능을 키워나갔다. 그러다가 우씨 가문으로 온 뒤, 부모님은 여전히 더 배우고 싶냐고 물었었다.그때의 나는 빌붙어 사는 입장이라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대다수 학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포기하곤 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배움은 무시할 수 없었다.그래서 지금 붓을 다시 들어도 예전의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예가처럼 멋지게 쓸 수는 없었지만 봐줄 만했다.진정우는 나를 자리에 앉히고 카메라를 보여주었다.카메라 속에는 카페를 꾸민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었다.“아쉬워할까 봐.”진정우는 역시 나를 너무 잘 알았다.종이가 마르자 나와 진정우는 문에 붙일 준비를 했다. 카페 안의 손님들은 배가 나온 내가 일하는 게 신경 쓰인 것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우려고 했다.나와 진정우가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손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어 더욱 재미있고 빠르게 끝났다.그중 한 여자아이는 종이로 꽃을 접을 수 있다고 했다. 진정우가 가위를 가져다주자 여자아이는 바로 종이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작은 손으로 또 나와 진정우의 모습까지 만들어주었다.나는 너무 기뻐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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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진정우는 카페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자 명절 분위기가 흠씬 느껴졌다. 카페의 대문과 마당에는 무드등이 가득 늘어져 있었다.“거의 다 준비해 두긴 했지만 다 끝내지는 않았어, 아무래도 이곳의 주인은 당신이니까.”진정우가 나를 보면서 얘기했다.배가 불러왔으니 직접 이걸 다 꾸미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는 아쉬운 나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린 것이다.진정우는 정말 점점 좋은 남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진정우는 나를 부축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명절이지만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것도 거의 다 혼자 온 손님이었다.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멍을 때리거나, 책을 보거나,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가족끼리 모이는 명절에 카페로 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왜 이곳으로 도망 온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손님들한테 디저트 하나씩 내어드려.”내가 진정우에게 얘기했다.진정우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에서 디저트를 가져와 손님들에게 나눠드렸다.그리고 내 몫도 가져와서 얘기했다.“일단 먹고 있어. 이따가 일하게.”나는 마당을 둘러보며 아늑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테이블 위에 새로운 화분도 생겨서 더욱 싱싱해 보였다.“당신이 다 준비했잖아.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나는 한 바퀴 둘러본 다음 진정우를 향해 얘기했다.그러자 진정우가 웃었다.“당연히 있지. 우리는 그저 당신이 손 대기 힘든 곳을 꾸몄을 뿐이야.”진정우의 말이 맞았다.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진정우의 부축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가게를 지키던 직원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너도. 얼른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나랑 진정우가 있으니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었다.직원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사장님.”“이건 보너스.”나는 진정우 손에서 돈봉투를 가져와 직원에게 건네주었다.직원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사장님. 번창하세요!”직원이 떠나간 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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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95화

    길이 조금 미끄러운 것만 빼면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아침 안 먹었죠?”허진호는 그렇게 물으면서 봉투 하나를 건넸다.안리영은 그저 허진호를 바라보았고 허진호는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얘기했다.“좋아하는 호떡 사 왔어요.”안리영은 봉투를 열어보고 약간 놀라서 물었다.“내가 이 호떡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남자 친구니까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 장모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요.”허진호는 웃으면서 얘기했다.많이 웃으면 복이 들어온다더니, 허진호를 보면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안리영이 차 안에서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인지 의료진인지 모를 사람들이 병원 앞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세상에는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 눈사람들 좀 봐요.”허진호의 눈에서 세상은 온통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투성이였다.“사진 찍어줄게요. 얼른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사진으로 남겨요.”허진호가 그렇게 얘기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이곳은 병원이고 익숙한 동료들이 많았기에 안리영은 사진 촬영을 거절했다.“됐어요.”“그럼 저를 찍어줘요.”허진호는 마치 아이처럼 얘기했다.허진호한테서 아침도 먹고, 허진호의 차도 탄 안리영은 그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허진호에게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다.이제는 떠나도 되겠다고 생각할 때, 허진호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달려가 핸드폰을 쥐여주면서 얘기했다.“사진 촬영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말을 마친 후 허진호는 다시 안리영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눈사람 앞에 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이거 봐요, 너무 예뻐요.”허진호가 핸드폰을 안리영에게 보여주면서 얘기했다.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허진호의 말처럼 예쁘기는 했다.“인스타에 올려야겠어요. 여자 친구와의 첫눈이라고.”허진호의 말에 안리영은 또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 조시언에게 뽀뽀했다가 혼난 일 말이다.안리영은 피식 웃으며 허진호를 내버려 둔 채 떠났다.하지만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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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튼이 펄럭였다. 안리영은 차가운 공기가 본인의 몸을 훑는 것을 느꼈다.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또 벽을 긁었다.조시언은 안리영이 커튼 뒤에 숨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조시언의 셔츠를 입고 있는 안리영을 보고 있자니...“시언 씨.”한지은은 조시언이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조시언을 불렀다.조시언은 커튼을 원상 복귀 시킨 후 막아서면서 얘기했다.“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 다음에 보여줄게. 이제 가자. 데려다줄게.”한지은은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약간 이상해 보이는 조시언을 보면서 커튼을 슥 쳐다본 뒤 떠나버렸다.안리영은 자동차 엔진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은 후에야 커튼 뒤에서 나왔다. 너무 긴장해서 등 뒤에 땀이 송골송골 나 있었다.흰 셔츠는 그녀의 땀으로 약간 젖어있었다.눈을 뜨진 않았지만 조시언이 안리영을 쳐다보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안리영은 지금 이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안리영은 건조기 쪽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떠났다.그러다 커피 머신을 지나치면서 그녀의 커피를 발견했다.조시언은 그때부터 이미 안리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뜻인즉슨 조시언의 모든 행동은 안리영의 긴장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삼촌이 이런 사람이라니...’짜증스레 옷을 갈아입은 안리영은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어제 큰 눈이 내렸었기에 택시를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안리영은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만약 조시언이 돌아와서 마주친다면 얼마나 어색할까.안리영은 얼른 허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허진호를 찾아가는 게 가장 좋을 듯했다. 진정우를 부를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그제야 안리영은 본인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무리 가짜 남자 친구라고 하지만 그래도 왜 어제 오지 않은 것인지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허진호는 안리영이 부르자마자 불평불만 없이 바로 운전해서 도착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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