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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진시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허, 이거 일이 즐겁게 됐네.

임호군의 저택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 돈을 빌린 미녀가 임호군의 손녀라니.

할아버지 말대로 예쁘장한 얼굴에 훤칠한 키, 이기적인 자태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슈퍼모델급 몸매라니, 완전 연예인 급이었다.

진시우를 본 순간 임아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다. 사기꾼이 자신의 앞길을 막아선 장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름아! 진시우에게 그러면 안 돼! 너의 남편이 될 사람이야!”

임아름이 진시우에게 삿대질하는 광경을 본 임호군의 표정이 엄숙하게 변했다.

할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은 임아름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할아버지, 장난치시는 거죠? 쟤가? 내 남편이 될 사람이라고요?”

임호군이 잔 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 할아버지가 너를 위해 골라온 최고의 신랑감이야. 시간이 지나면 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거야!”

그는 진시우의 사부를 처음 만난 그 광경을 평생 잊지 못했다. 아마 신선이 있다면 바로 그 모습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면 가족에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임아름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 남자랑 결혼 못 해요! 쟤가 얼마나 나쁜 사기꾼인데요! 아까...”

“시끄러!”

화난 임호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네가 아무리 내 친손녀라고 해도, 진시우를 모욕한다면 참지...”

말을 하던 임호군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더니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진시우가 다급하게 물었다.

“할아버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나......”

임호군은 눈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

“할아버지!”

임아름이 한 걸음에 달려왔다.

표정이 굳어진 진시우가 할아버지의 맥을 짚으려던 그때, 임아름이 그를 밀쳐내더니 있는 힘껏 쏘아붙였다.

“꺼져! 이게 다 너 때문이야! 할아버지 몸도 안 좋으신데 너 같은 게 나타나서!”

진시우의 미간이 깊게 찌푸러졌다. 저택 현관문에서 진시우를 기다리는 임호군의 모습을 본 그는 임호군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때, 중년 부부와 백발노인이 그들의 뒤에 다가왔다.

노인의 풍채가 예사롭지 않았다.

중년의 부부는 바로 임아름의 부모님들이셨다. 아버지 임하운과 어머니 백설아.

임하운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영감을 보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풍채가 범상치 않은 노인에게 간청했다.

“조 의원님, 우리 아버님 좀 살려주세요!”

조 의원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저한테 맡기시죠.”

임하운의 곁으로 다가가 맥을 짚어본 조 의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임아름이 걱정된 목소리로 물었다.

“조 의원님, 저희 할아버지 괜찮으신 거죠?”

조 의원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제가 침을 좀 놓아드리면 어르신께서 이내 깨여나실 겁니다.”

임아름의 가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걱정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조 의원의 침술을 묵묵히 지켜보는 진시우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임 노인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 의원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 침술로 어르신의 수명을 3년 앞당길 생각이신가 보죠.”

진시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 씨 가족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화가 난 임아름이 그에게 쏘아붙였다.

“너 이젠 우리 할아버지 저주까지 하니? 이 사기꾼 새끼. 우리 집에서 당장 나가!”

화가 난 임하운의 얼굴도 울그락 불그락해졌다.

“어디서 굴러온 새끼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막말을 해!. 조 의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신의야. 너 같은 꼬맹이가 함부로 평가할 분이 아니야!”

진시우의 미간이 더욱 심하게 찌푸려졌다.

“누군가 할아버지의 몸속에 나쁜 기를 넣었어요. 지금 그 기를 빼지 않으시면 어떤 치료도 헛수고일 거예요.”

“그 입 다물어!”

임하운은 싸늘한 눈빛으로 입구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가!”

진시우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조 의원이 침을 다 놓았으니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좀 하세!”

조 의원의 호통에 임 씨 가족들은 진시우를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이때, 확신에 찬 조 의원의 침이 서로 다른 혈자리를 찾아갔다.

조 의원의 침술을 본 진시우는 그가 실력이 있는 의원이지만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조 의원의 침술은 임 씨 할아버지를 깨어나게 할 수는 있지만, 기력은 전보다 훨씬 못하게 만들 것이다.

십여 분이 지난 후, 침술을 완료한 조 의원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요. 빨라도 6시간 후면 깨어나실 거예요.”

임하운은 조 의원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조 의원님!”

이때, 진시우의 작은 손놀림으로 가느다란 은침이 임 씨 할아버지 종아리에 있는 혈자리에 박혔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조 의원의 가식 박힌 눈이 진시우에게 향했다.

“자주 있는 일이에요. 거기 젊은 청년, 앞으로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함부로 혀를 놀리지 말게.”

임하운의 날카로운 눈빛도 진시우에게로 향했다.

진시우를 밖으로 쫓으려는 순간 임아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멍한 표정의 임하운과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조 의원이 놀란 표정으로 임 노인이 누운 침대를 바라보았다!

호흡이 미약하고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임노인이 정신을 차렸다!

그 모습을 조 의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벌써 정신이 드셨다고?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제일 빨라도 6시간 뒤에 깨어나셔야 하는데!

감격에 벅찬 임하운은 조 의원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역시 조 의원님이십니다! 허준이 다시 나타난 것 같았습니다!”

임 노인이 벌써 정신을 차린 것이 의심스러운 조 의원은 당연한 척 자신의 의술을 자랑했다.

“임 노인의 몸 상태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이 좋은 것 같네요. 침 몇 번으로 효과가 확실하네요.”

“콜록 콜록...”

임호군의 기침소리를 들은 임아름은 빠른 속도로 달려가 물었다.

“할아버지,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아, 전보다 정신도 조금 맑아진 게...”

임호군은 조 의원을 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의원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늙은 몸뚱어리 벌써 관에 들어갔을 거야.”

조 의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겼다.

“과찬이십니다. 제가 있는 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조 의원한테 감사 인사를 전한 임호군은 진시우를 불러 물었다.

“방금 많이 놀랐지?”

진시우:

“네, 조금요. 아무 일도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임호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몸에 골병이 들어서 그래... 이 늙은이 소원이 하나 있네. 살아있을 때 빨리 중손자를 품에 안아보고 싶어.”

곁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임아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임호군의 그다음 말을 들은 임아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름아, 진시우랑 빨리 혼인 신고부터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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