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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메이의 말에 맨디가 장난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면서 샤워장 문을 닫았다.

“내 다리를 보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그렇게 많은 걸 잃는 것은 아닐 거야.” 맨디가 머리를 헹구며 대답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 모습을 잃게 되겠지. 지체하지 마, 나 기다리고 있으니까!” 메이가 웃으며, 화장실을 나서며 외쳤다.

***

택시가 프로비던스 북부에 있는 주택 앞에 멈춰 섰고, 맨디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파티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거대한 2층 건물이었는데, 남학생 사교 클럽과 알파, 베타, 가마 셋 중의 하나인 - 맨디는 절대로 이름을 기억 못 하는 - 여학생 사교 클럽이 있는 곳이었다.

주택에는 입구에서부터 앞마당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몇몇 커플은 키스하고 있었고, 세 명의 남자아이들이 오른편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다. 맨디는 침을 삼키며, 친구가 강요한 옷을 입은 채로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이상한 집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답답한 느낌이 들면서 어떤 공황 상태가 되었다. 옷이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파트를 나서기 전에 메이는 앞부분에 커다란 빨간 입술 그림과 함께 검은색 글씨로 ’섹시 러브’라고 적힌, 길이가 긴 반소매 흰색 티셔츠와 너무 꼭 맞아서 한 번도 입지 않았었던 검정 가죽 바지를 맨디에게 건넸다. 맨디가 옷을 갈아입자 메이는 검은색 발목 부츠를 건네고서, 다시 침실로 가서 은목걸이와 긴 귀걸이를 가져다 주었다. 준비를 마치고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맨디는 놀랐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서 관능적인 느낌을 받았다. 옷이 맨디의 취향이기는 했지만, 평소에 그녀가 입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맨디는 이제는 고등학교 소녀가 아닌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메이가 방으로 달려가 검은색 조끼를 가지고 나왔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맨디에게 내밀었다.

“자, 어서! 신나게 놀자!”

메이의 목소리가 생각에 잠겨 있던 맨디를 깨웠고, 두 사람은 함께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맨디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에서 그녀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테레오에서는 케이티 페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응접실 왼편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몇 무리의 학생들과 구석에서 키스와 진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들도 있었고, 다른 남학생 두 명은 소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메이가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서 맨디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남자들로 가득한 텔레비전이 있는 방을 지나쳐서 계속해서 걷다가, 복도 끝 왼쪽에 있는 문을 통과해서 기적적으로 아무도 없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마실 것만 가지고 뒤쪽으로 가 보자. 요시한테 문자가 왔는데, 둘은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대.”

메이의 말에 맨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엌 조리대 위에 놓인 아이스박스에는 음료수들이 가득 차 있었다. 빨강 머리의 메이가 그것을 열고서 아이스 음료를 집어 들었고, 맨디에게도 탄산음료 한 캔을 건네주었다.

맨디가 캔을 따려는 순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며 몸을 떨었다.

“와, 부엌이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인 줄 알았다면 진작 와보는 건데.”

맨디가 뒤를 돌아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그는 키가 컸고, 연한 푸른빛의 눈동자에 헝클어진 어두운 갈색 머리에 어슴푸레한 수염이 보였다. 그는 아름다웠고, 미소는 숨이 막힐 듯했지만, 라이언이 그녀에게 불러일으켰던 것과 같은 느낌을 일으키진 못했다.

‘아, 젠장! 내가 지금 왜 라이언 생각을 하는 거지?’

맨디가 마음속으로 의아해했다.

“뭐 마실래?”

웃으며 질문하는 메이의 눈빛은 잘생긴 낯선 남자에 관한 관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소년의 시선이 메이에게로 옮겨졌고,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마법처럼 밝은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좋아.”

소년이 대답하며, 더욱더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갔다.

“나는 딘이라고 해.”

딘이 손을 내밀자, 메이가 화답의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난 메이야.”

속삭이듯이 대답하는 메이를 본 맨디는 친구가 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맨디는 두 사람을 번갈아서 바라보았고, 딘이 아직도 메이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맨디는 자신이 그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불필요한 존재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친구에게는 축하할 일이었지만 조금 불안해진 맨디는, 친구가 그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음료에만 시선을 두며 유리잔에 따랐다.

“유명인을 따라 해 봤자 소용없어. 너는 딘 윈체스터만큼 매력적이지 않으니까.”

메이가 딘을 슈퍼 내추럴 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오는 동명이인의 배우와 비교하자 그는 웃음을 터트렸는데, 맨디는 서로에게 추파를 던지는 그들의 대화에 놀랐다. 그제야 메이는 친구가 있는 걸 알았다는 듯이 맨디를 바라보았고, 맨디는 계속하라는 격려의 미소를 지어주었다. 곧이어 맨디가 밖에 나가서 조금 산책을 하고 오겠다는 눈짓을 보냈지만, 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딘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맨디를 돌아보았다.

“괜찮니?”

그의 물음에 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우리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려고.” 메이가 대답하자, 맨디는 그녀가 딘에게 튕기는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정말로 맨디는 연애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건가?’

맨디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음…. 내가 너희와 같이 가도 될까?”

딘이 묻자, 메이가 눈썹을 활 모양으로 만들며 그의 제안 뒤에 숨겨진 관심을 발견하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기분 좋게 하는 무언가를 보기라도 한 듯, 미소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와도 돼. 그렇지 맨디?”

메이가 맨디를 향해 돌아서서 묻자, 맨디가 동의한다는 의미로 그녀와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맨디는 친구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방해물은 더더욱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메이가 유모처럼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물론이지.”

딘이 부엌문을 가리키자 맨디가 부엌을 나섰고, 그 뒤를 따라서 메이가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따라나섰다. 딘의 왼손에는 맥주가 들려있었고, 오른손은 메이의 등 뒤에 닿아 있었다. 3인조는 복도를 따라서 매우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로 가득한 큰 정원으로 이어지는 유리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모범생들과 플레이보이들, 운동선수들 그리고 다양한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다. 야외에 있는 네 개의 큰 스피커에서는 관능적인 비트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파티장 안보다 더 크게 들렸다. 사람들은 수영장 근처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맨디는 대학교 첫날 보았던 소녀를 알아보았다. 애슐리였다. 그녀는 몸을 감싸는 짧은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위아래로 흔들며 엉덩이를 관능적으로 움직이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남자들 대부분이 그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초점은 오직 한 사람, 라이언에게만 맞춰져 있었다.

라이언을 발견하자, 맨디는 배가 차가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청바지에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멋져 보였고,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있었다. 그는 과시하고 있는 애슐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농구팀에 속해있는 친구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라이언에게서 시선을 뗀 맨디는 자신이 정확히 정원으로 향하는 입구에 멈춰서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딘이 메이의 귓가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맨디는 한참 동안 농구팀 주장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마법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머리칼을 뒤로 넘기는 라이언의 손과 그의 팔 근육들이 움직이면서 팽팽해진 셔츠 소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맨디는 밤새도록 이대로 있어도 좋을 것만 같았지만, 누군가가 급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방해를 받았다.

“맨디!”

반복해서 이름을 부르면서 그렇게 간절히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맨디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션과 요시가 그녀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맨디는 친구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션의 눈이 취한 것처럼 아주 빨갛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가 숨을 내쉴 때 나는 알코올 냄새로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안녕.”

맨디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심히 보니 요시는 취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걱정하는 듯한 그의 표정이 그녀를 조금 긴장되게 했다.

“맨디.” 션이 그녀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며 가까이 다가왔다.

“너 오늘 예쁘다.”

션의 말투와 맨디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는 그의 눈빛이 사심에 차 있었다. 맨디는 몸의 이상한 떨림과 함께 션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맨디는 오늘 밤 옷을 차려입은 것에 대해 션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라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션을 친구로서 좋아했지만, 그가 이것을 수긍하지 않을까 봐 불안했다.

“고마워.”

맨디가 진지하게 대답한 후, 시선을 돌려서 다시 라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존재를 느낀 듯 라이언이 돌아보았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라이언의 미소가 환해지는 것을 본 맨디는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메이가 부엌에서 딘을 대했던 것처럼 라이언에게 무심한 듯해 보이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맨디의 이성이 라이언과 거리를 두라고 외칠수록, 또한 머릿속에서 자신과 같은 평범한 소녀에게 라이언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정반대로 마치 관객들로 가득 찬 체육관의 치어리더처럼 피루엣을 하며 폼폼을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활기 넘치던 음악이 갑자기 로맨틱한 발라드로 바뀌었다. 줄의 앞부분에 서 있던 라이언이 친구에게 잠시 실례하겠다고 말하고는, 맨디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다가왔다. 맨디는 목이 건조해지면서 무릎이 떨리는 것은 느꼈다. 그녀는 남녀 사이의 감정이 이렇게나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전에는 알지 못했다. 라이언이 션과 요시를 완전히 무시한 채로 맨디의 앞에 마주 서서, 그녀의 앞머리 선을 따라서 손가락으로 미끄러지듯 그녀의 시야를 방해하는 눈 주위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안녕, 신데렐라.”

라이언이 그녀의 유치한 별명을 부르며 미소를 짓자, 맨디는 그 칭찬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녕.”

맨디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랑 춤출래?”

라이언이 질문했고, 맨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을 잡고 임시로 지어진 무대 위로 이끌었다. 라이언이 맨디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그의 몸에 가까이 당겼고, 로맨틱한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서로의 몸을 움직였다.

어맨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남자와 춤을 춰 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가 자신을 그토록 강렬하게 바라본 적도 없었다. 단 한 번도 남자가 그녀를 이렇게 사랑스러운 손길로, 동시에 도발적으로 만진 적은 없었다.

“넌 너무 아름다워.”

라이언이 그녀의 머리에 대고 속삭이며, 정수리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의식하지 않은 채 라이언이 계속해서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서 그녀의 몸을 흔들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세상 속에서 길을 잃었다. 맨디는 눈을 감고 라이언의 단단한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그가 부르고 있는 로맨틱한 노래 소리를 들었다.

노래가 거의 다 끝이 났을 때 맨디가 눈을 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놀란 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맨디의 초록빛 눈동자가 그녀를 쏘아보고 있는 애슐리의 눈과 마주쳤다. 그 순간 맨디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든 관심의 중심에 있으며, 파티에 온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맨디가 한걸음 물러나며 라이언의 눈을 맞추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라이언이 고개를 약간 아래로 기울였다.

그의 입술이 맨디의 입술에 닿으려는 찰나, 맨디가 그녀를 잡고 있던 그의 품 속에서 빠져나오며 미안하다고 속삭이며 말했고, 라이언이 지어 준 우스운 별명처럼 무대 중앙에 그를 홀로 남겨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파티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제 7장

빠르게 걸어 나가는 맨디의 모습을 보고 라이언은 멍해졌다. 그녀는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다. 라이언은 무엇이 맨디를 그렇게 행동하게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한 번도 맨디만큼이나 내성적인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처음 라이언이 그녀를 먼발치에서 일주일 동안 지켜본 후에 다가가려고 했을 때마다, 맨디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었고, 마침내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라이언은 둘 사이의 이끌림에 맨디가 만나보기로 결심한 줄로 생각했었다.

그녀를 품에 안고서 함께 춤을 추는 것은, 라이언의 몸이 더 많은 것을 갈망하도록 만들었다. 맨디에게서 꽃향기가 나는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그의 지각이 흐려지면서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만지고 싶어졌고, 절대로 그녀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게 되었다. 그는 포니테일로 묶어 올린 맨디의 짙은 머리카락을 어깨 위로 내려오도록 풀어서 손가락으로 머릿결을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라이언이 한숨을 쉬며 정원에 있는 무대 위에서 내려와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는 소란스러운 음악 속에서 걸어 나오며, 맨디의 어떤 점이 그를 이렇게 동요하게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맨디의 모든 행동들이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난 우리가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느끼는 건가? 이를테면,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아니야.’

라이언이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뭔가가 더 있었다. 맨디의 순수하고 수줍은, 그리고 다정한 태도는 그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보호해 주고 싶은 그의 원초적인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맨디를 깊게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맨디가 관계에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다가가기 힘든 사람인 척’하며 그를 두고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라이언은 그와 반대로 맨디가 보이는 것처럼 경험이 없고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그랬다. 라이언은 그 소녀에게 매혹되어 있었고, 그 이상으로 불러일으켜 지는 감정들로 몹시 흔들렸으며, 지금껏 깨닫지 못했었던, 누군가가 차지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온 자신의 내면 속 빈 공간을 맨디가 마음으로 다가와 채워주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라이언이 딘을 지나쳐 가려다가, 인사를 하기 위해서 곧장 멈추었다.

“안녕.”

라이언이 말했고, 두 사람은 악수하고 주먹을 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난 지금 가려고.”

“정말?”

딘이 눈썹을 올리고 어리둥절 해하며 물었다.

“으흠.”

라이언은 어디에 가는지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려고 헛기침을 했다.

“딘, 너 차 가지고 왔어?”

그는 질문하고 나서야 딘의 옆에 빨강 머리의 소녀가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라이언이 그녀가 맨디의 친구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너 맨디의 친구 맞지?”

라이언이 그 소녀를 향해 돌아서며 물었다.

“응, 난 메이라고 해.”

메이가 그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난 라이언. 내 부탁을 좀 들어줄 수 있을까?”

그의 말에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맨디에게 내일 우리의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해줘. 알겠지?”

“어, 당연하지.” 메이가 놀란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라이언이 눈을 깜박이고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는 정원을 나서며 앞문을 향해서 걸어가는 길에 몇몇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앞마당을 지나쳐서 보도 옆에 주차된 그의 트럭으로 향했다.

그때 라이언의 이름을 부르는 어떤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의 걸음을 방해하며 목에 있는 털들을 곤두서게 했다. 좋은 의미로 그에게 그런 반응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라이어어어언”

라이언이 불쾌한 감정을 관리하려고 셋을 센 후에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뒤를 돌아서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티를 냈는데도, 저 애는 눈치가 없는 건가?’

“안녕, 애쉬.”

애슐리가 다가와서 팔을 감으며, 라이언이 생각하기에는 마치 뱀처럼 그를 감쌌다.

“안녕, 잘생긴 라이언.”

애슐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너 벌써 가려는 거야? 그럼 나를 태워다 주는 거 괜찮지?”

애슐리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라이언을 트럭으로 이끌었다.

“네 친구들이랑 가지 그래, 애쉬?”

라이언이 그녀를 떼어놓기 위해서 질문했지만, 애슐리는 매우 똑똑했다.

“난 너무 피곤해.”

훌륭한 연기자인 애슐리가 지친 표정을 지으며 호소하듯 말했다.

“게다가, 내 친구들은 다들 좋아하는 남자랑 같이 있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아.”

라이언은 궁지에 몰린 듯한 기분으로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달리 피할 방법이 없는 그는 애슐리가 차에 타도록 트럭의 문을 열어주었다. 애슐리가 높은 조수석 위로 올라타면서, 짧은 치마로 라이언을 유혹하려고 시도했다. 예전이었다면 그가 이런 식의 장난에 빠져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신경을 거슬리게 할 뿐이었다.

애슐리가 자리에 앉았고, 라이언이 문을 세게 닫자 트럭이 흔들렸다. 그가 운전석의 문을 열었을 때, 애슐리는 콘솔 위에 올라가서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

“애쉬. 제발 콘솔 위에서 다리 좀 치워줄래?”

라이언이 그녀를 꾸짖었다.

“아, 멋진 라이언, 나 다쳤어. 보여?”

애슐리가 사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로 다리를 쭉 뻗었다. 라이언이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애슐리, 난 너를 태워주는 것뿐이야. 그것 말고 다른 건 없어. 제발, 똑바로 앉아.”

“대체 뭐가 문제야?”

애슐리가 버릇없는 아이처럼 소리를 치며, 몹시 화가 난 듯한 움직임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문제는, 네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거야.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라이언이 찡그린 얼굴로 운전석에 앉은 후, 애슐리에게 몸을 돌리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네 머릿속에 잘 명심해 둬. 우리 사이에는 절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난 너에게 관심 없어.”

애슐리의 숨이 거칠어지며 라이언의 뺨을 때렸다. 그녀는 화가 난 표정이었고, 눈빛은 증오로 번뜩였다. 라이언은 눈을 감고서, 분별력을 잃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다섯을 세었다.

“애슐리, 차에서 내려.”

그러자 애슐리는 불평이 섞인 신음 소리를 냈다.

“내리라고 했잖아. 네 친구들에게 가서 너를 데려가라고 말하기 전에.”

라이언이 진정하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그가 다른 성격의 남자였다면, 아마 애슐리가 때린 것에 대해 보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언은 모든 공격적인 일에는 반대했고, 여자에게 손을 드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네가 나한테 이럴 수는 없어!”

“전부터 나는 너와 어울리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더더욱 그래.”

애슐리가 문을 열고 트럭에서 내린 후, 라이언을 향해서 몸을 돌렸다.

“난 네가 싫어, 라이언! 나를 이렇게 대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 거야!”

애슐리가 트럭 문을 쾅 닫으며 돌아서서 파티장으로 돌아갔다. 라이언은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지만, 더는 강제로 애슐리의 존재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머리가 터질 듯한 통증을 느끼며 차의 시동을 켜고 집까지 운전했다.

***

맨디가 천천히 눈을 뜨며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신 눈을 깜박였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침실용 탁자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젠장,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침 여섯 시 반이었다.

맨디는 일주일 내내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었는데, 정작 토요일 아침에 이렇게 일찍 깨어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푹 잠이 들지 못한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해결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유에는 이름과 성 그리고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라이언 매케너였다.

맨디는 지난밤을 기억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여전히 눈을 감으면 그녀의 몸을 감쌌던 라이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면서, 그의 남자다운 향기가 그녀의 감각들을 뒤덮었다. 파티장에서 도망쳐 나왔던 기억은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맨디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어려웠다. 맨디는 아버지가 애인과 집을 떠난 이후로 일종의 가상 속에서 살아왔다.

맨디와 그녀의 어머니는 모든 게 괜찮고, 그들의 인생은 정상이며, 아버지가 그립지 않은 척 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의 한 꺼풀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보면, 사실은 그들의 삶이 그 반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맨디의 어머니는 남편이 떠난 것을 단 한 번도 극복한 적이 없었다.

이만큼이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앨리스는 그 일을 이겨내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결혼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로 딸을 과잉보호했다.

아버지가 떠난 것은 맨디의 자존감 또한 무너뜨렸다. 맨디는 부모님의 관계가 끝이 났다는 것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세상에서 그녀를 가장 사랑해 주어야 할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어야 했고, 절대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 맨디는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실망감은 그녀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었고, 수줍음은 그녀가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보호막이 되었다.

맨디는 애정의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 또한, 버려졌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는 그녀가 실제 인생의 문제들과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그녀를 대비를 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가 겁쟁이라고 느꼈지만, 도망쳐서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하는 편이 더 쉬웠다. 이런 이유로, 메이와 함께 사는 것은 그녀에게 도전이었다. 메이는 훨씬 더 용감했고, 맨디가 어떤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려 할 때마다 그에 맞섰다. 메이는 그녀가 숨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반대였다. 그녀는 맨디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마다 주변과 단절한 채 들어가는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그녀를 꺼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했다.

전날 밤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메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 맨디는 벌써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자는 것처럼 보이려 했지만, 완전히 깨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메이는 굴하지 않았고, 맨디의 방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사실 어맨다는 지속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어른으로의 삶을 직시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자신을 메이에게 설명하려고 하자 이런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라이언은 그녀를 당황스럽고 불안하게 만들었고 배가 차가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했는데, 그녀는 이것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다.

메이는 그녀의 말에 반대하며 그녀가 남자들 - 특히 잘생긴 사람의 - 주위에 있을 때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고, 그것은 온전히 맨디의 극심한 수줍음 탓이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라이언은 달랐다. 단순한 쑥스러움이 아니었고, 신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라이언의 곁에서 맨디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다리가 떨렸고, 손에서 땀이 나면서 그곳으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그를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메이는 훨씬 더 성숙했고, 맨디가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도 메이가 그녀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메이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 곁에 앉아서 맨디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녀에게 두려움을 직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라이언이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하라고 말해주었다. 모든 두려움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맨디는 그것에 압도당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고, 이겨내지 못한다면 시도한다는 것에서 오는 순전한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을 막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 것이었다. 맨디는 소녀의 일생에서 첫 경험들이 놀라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성년기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꼼짝도 못 하게 될 수도 있었다. 모든 소녀들이 이 시기를 지나간다.

그렇지만 맨디는 공황 때문에 이겨내지 못했고, 이것은 그녀의 미래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 라이언은 그저 얼마간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남자일는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맨디는 대학교 1학년 동안에는 평생을 함께할 남자를 만난다거나 잠깐의 연애조차도 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견고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맨디는 더는 십 대인 것처럼 행동할 수 없었고, 아무리 두렵더라도 어른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맨디가 눈을 뜨며 친구의 조언을 기억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침대 위에서 빈둥대는 것이 지겨워졌고 더는 잠이 오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그녀는 일어나서 샤워를 하러 갔다.

매우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맨디에게는 머리를 감고 평소엔 좀처럼 하지 않는 빗을 사용해서 드라이까지 할 시간까지 충분히 있었다. 맨디의 머리카락은 생머리였는데, 메이는 그녀에게 앞머리와 머리카락의 끝부분을 스타일링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메이가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과 청소년기를 지나서 성년기로 접어들면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어려움을 직면하도록 계속해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메이가 곁에 있는 것은 그녀에게 행운이었다.

맨디가 준비를 마친 후,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풀어져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거의 그녀의 허리에까지 닿았다. 어두운색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초록빛 눈동자 그리고 도톰한 입술을 강조해주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자세히 보던 맨디는 자신의 몸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직선이었던 그녀의 몸에 섬세한 곡선이 생긴 듯했고 가슴도 더 커 보였다.

‘언제 이렇게 자란 걸까?’

란제리 속옷을 입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서 맨디가 의아해했다. 거울 속에는 이렇게 변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 반사되어 있었고, 지난밤에 메이와 나눴던 대화에서도 느꼈듯이 맨디가 소녀에서 여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에 영향을 받아서 맨디는 청바지와 티셔츠가 아닌 평소와 다른 옷을 입기로 했다.

맨디는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주셨지만 한 번도 입어 보지 않았던 민소매의 하얀색 드레스를 가져와서 몸에 맞추어 대 보았다. 머리 위로 옷을 입고 지퍼를 채운 후, 그 위에 작은 청재킷을 입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서 변화를 느꼈다. 머리카락을 풀자 꽤나 예뻐 보였고, 그녀의 녹색 빛 눈동자가 더욱 커 보였다.

맨디가 줄무늬가 있는 샌들을 꺼내면서, 라이언이 이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했다.

‘예전의 실수를 만회하는 것으로 생각할까?’ 하지만 그날 일은 고의가 아니었다…. ‘아니, 의도했었나?’

이 의구심은 그녀가 다시 옷을 갈아입도록 결심하게 했다. 맨디는 라이언이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녀가 꾸몄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맨디가 옷장 문을 다시 열고 검은색 청바지를 꺼내어 입었고, 빨간 격자무늬가 있는 회색 티셔츠를 입었다. 그녀는 테니스 신발을 신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으로 바라보며 흡족해했고, 지금의 모습이 더욱 자신다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맨디는 배낭을 들고 부엌으로 향하며, 메이가 일어나서 그녀의 옷에 대해 불평을 하기 전에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절반쯤 가다가 메이가 옷장 테이블 위에 두었던 립글로스를 기억해내고는 다시 방으로 가지러 갔다. 그것은 메이가 그녀에게 장려하는 여성스러운 면 을 내보여줄 유일한 물건이기에, 챙겨가는 편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을 것이었다.

맨디는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으로 손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과제를 하기 위해서 도서관에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 같았다. 맨디는 눈을 감고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기 전의 순간을 기억했다. 라이언의 품 안에 안겨있었던 것과 그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닿았던 것, 함께 춤을 추면서 로맨틱한 노래를 불렀던 것에 관한 생각에 그녀는 넋을 잃었다.

막 집을 나서려던 맨디는 립글로스를 발라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다. 입술에 립글로스를 바른 후에 그녀는 다시 한번 거울을 보았고, 더는 소녀가 아닌 젊은 여성이 그녀 앞에 있었다. 이러한 의식이 맨디를 강타하면서, 그녀가 평소에 입는 옷 대신에 스타일을 바꾸기로 한다거나 메이와 같은 옷을 입는다거나 하건 간에, 어떤 것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소녀였던 맨디는 사라졌고, 이제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기였다. 옷이 그녀의 존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잡도록 하는 데에는 영향을 끼쳤다. 이제 그녀는 두려움들을 직면하고 걱정들을 극복해야만 했다. 맨디가 다시 거울을 보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집을 나섰다.

***

라이언이 맨디를 만나기 위해서 집을 나섰을 때는 아주 이른 시간이었다. 헤이 는 학생들이 존 헤이 도서관 을 부르는 명칭이었는데, 브라운 대학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서관이었다. 최근 완전히 현대식으로 공사를 한 이후로는 캠퍼스의 주요 도서관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곳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고, 라이언은 공부방을 예약하기 위해 도서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도착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맨디가 다른 학생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덜 당황할 것이고, 라이언은 그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길 것이었다. 라이언이 이번 주에 그의 어머니께서 소포로 보내주신 두꺼운 표지의 오만과 편견 책의 복사본을 들고서 도서관 계단을 올라갔다. 매케너 부인은 제인 오스틴을 정말 좋아했기에, 라이언에게 그 영화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게 했었다.

이 책은 그의 어머니의 개인적인 수집품들 중 하나였고,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포스트잇들로 표시된 부분들이 가득했기에, 그에게는 읽기가 더 수월했다. 라이언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서 사서 폴리에게 인사를 한 후, 뒤편에 있는 비어있는 방 중에서 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가 걸어가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는 긴장이 되었고, 맨디가 수업 시간에서처럼 수줍어할지 아니면 함께 춤을 췄을 때처럼 상냥하게 대해줄 지 궁금했다.

맨디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라이언은 책을 펼치고 앉아서 연필로 책상 모서리를 툭툭 치고 있었다. 그는 입술이 벌어지며 의자 위에 바로 앉았고, 맨디를 보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맨디는 아주 아름다웠고, 라이언은 마치 그녀를 처음 본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라이언을 찾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스터디 룸의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맨디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 안녕, 라이언…. 좋은 아침이야.”

맨디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좋은 아침이야, 예쁘다.”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그의 애정 어린 단어를 들은 맨디가 눈을 한층 더 부드럽게 떴다. 라이언이 재빨리 일어나 책상 주위를 돌아가서 의자를 꺼내주었고, 맨디는 그의 정중함에 놀랐다. 맨디가 자리에 앉자, 라이언은 그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여기 괜찮아?”

라이언이 질문했고, 두꺼운 표지의 책을 가까이 당기며 전날 밤에 대해 어떻게 물어보아야 할지 생각했다. 맨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바라보았다.

“책을 읽은 것 같네.”

맨디가 여러 색으로 표시된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당연히 읽었지, 신디. 우리에게는 해야 할 과제가 있으니까. 근데 너 예뻐.”

라이언이 참지 못하고 마지막 말을 속삭이자, 맨디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아…. 음…. 고마워.”

맨디가 멋쩍어하며 대답했다.

“나에게 만회하려고 예쁘게 하고 온 거야?”

라이언이 눈썹을 활 모양으로 만들며, 그녀에게 장난이라는 것을 알도록 하며 말했다.

“나는 존경받는 남자를 괴롭히는 그런 종류의 우아함은 요구하지 않아.”

맨디가 책에서 나온 문장을 인용해서 대답했다. 라이언이 웃었고, 맨디도 함께 웃었다. 맨디는 농담으로 긴장이 풀어지면서, 그의 곁에서 한결 더 마음이 편해졌다. 가벼워진 분위기를 틈타며 라이언이 노트를 폈고, 그들은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그들은 한 시간 동안 필기를 하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제시된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작성했다. 짙은 머리카락을 손가락 끝으로 감는 그녀의 움직임에 라이언이 집중력을 잃게 되었을 때까지.

라이언이 시선을 돌려서 집중하는 표정으로 맨디의 얼굴을 응시했고, 짙고 긴 속눈썹으로 둘러싸인 그녀의 녹색 빛 눈동자와 위를 향해서 뻗은 코, 그리고 도톰한 입술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 집중력을 잃었다. 라이언은 맨디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입술을 촉촉하게 만들며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그의 상상처럼 그녀의 입술에서 달콤한 맛이 날지 궁금해했다. 라이언이 맨디를 향해서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였고, 그제야 맨디는 그가 과제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맨디가 마주 보자, 라이언은 심장이 빨리 뛰며 긴장감을 느꼈다. 라이언은 운동부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잘생긴 남학생이었으므로, 그가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그는 몇 명의 여자 친구들과 안정적으로 교제했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라이언? 너 괜찮은 거지?”

맨디가 속삭이며 물었다.

“응, 괜찮아.”

그가 대답한 후에 맨디의 손을 잡아야 할 필요를 느끼며 손을 뻗었다.

맨디의 시선이 라이언의 손에 꼭 쥐어진 자신의 손으로 향했고, 이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라이언이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미끄러지듯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그녀의 손에 찌릿찌릿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라이….”

맨디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라이언이 그녀의 말을 막으며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 위에 올렸고, 그러자 그녀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맨디는 그의 얼굴이 있는 방향으로 턱을 올리며 키스할 준비를 하고서 천천히 다가갔다. 라이언이 고개를 기울이자, 그의 얼굴이 맨디에게 더욱 가까워졌다. 두 사람이 눈을 감으며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맨디가 몸을 떼었는데, 손은 여전히 잡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라이언이 눈을 뜨고 맨디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맨디는 갑자기 슬픈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라이언의 가슴을 조여오게 했다.

“나는…. 모르겠어, 라이언. 나는 이만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라이언이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정도로 맨디가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눈에서 나오려는 눈물을 멈추게 하려고 몇 번이나 연신 눈을 깜박였다. 라이언과 이곳에 함께 있는 것은 그녀가 가장 원했던 일이었다. 서로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맨디는 그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하지만 맨디의 낮은 자존감이 두려움을 일으키며 그녀를 억압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경험이 없었고, 그에 비해 라이언에게는 많은 여자 친구들이 있었다. 맨디는 결국에는 자신이 우스워질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러자 더욱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맨디, 안돼….”

라이언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속삭였다.

“나한테 말해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널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맹세해.”

라이언이 고여있는 눈물 때문에 빛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이언의 눈빛에 자신감을 얻은 맨디가 숨을 깊이 들여 마신 후에 말을 꺼냈다.

“네가 나를 다치게 하려는 뜻이 아닌 걸 알아, 하지만 나는 네가 만났던 여자들과는 달라. 나는….”

맨디가 머리를 떨군 채 작게 말하며, 창피함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난 한 번도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어. 키스해 본 적도 없고. 나도 모르겠어….” 맨디가 말을 멈추었다.

라이언이 깍지를 낀 손을 유지하며 다른 손을 들어 올려서 그녀의 얼굴로 가져갔고, 그녀의 볼과 턱의 곡선을 따라서 부드러운 피부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할 필요 없어, 맨디. 널 다치게 하지 않아.”

라이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고했다. 그 순간, 용기를 내어 맨디가 시선을 위로 올려서 그를 마주했고, 맨디는 자신을 괴롭히던 불안을 모두 내보이며 그에게 질문했다.

“너는 왜 나 같은 사람과 함께하길 원하는 거야? 애슐리 같은 여자가 너에게 관심이 있는데도 말이야.”

라이언이 얼굴을 찡그렸다. 맨디의 불안감이 그를 강타했다.

‘그녀는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질 못하는 것일까? 그녀가 얼마나 많이 그를 동요시키는지, 그녀를 안고 싶게 만들고, 절대로 보내주고 싶지 않게 하는지. 애슐리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더 나은 사람인 그녀는 왜 치어리더와 그 친구들에게서 열등감을 느끼는 걸까?’

“그 애가 널 대신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라이언의 표정은 진지했다.

“난 너를 좋아해, 맨디. 정말로 네가 좋아.”

맨디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 라이언이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품 안에 안고 머리 위에 입을 맞추었다. 다른 남자들과의 신체적인 접촉에 익숙하지 않았던 맨디는 라이언의 손길에 보호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션과 있을 때처럼 두렵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맨디,”

라이언이 그녀의 이름을 속삭이며, 그녀가 바라볼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한 적 없었던 것처럼 널 좋아해. 난 너를 더 잘 알고 싶고 너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맨디의 심장 박동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있을 만큼 두 사람은 서로 아주 가까이 있었다.

“약속할게, 천천히 신중하겠다고. 그게 널 더 안심하게 한다면.”

“그렇지만 라이언, 나는….”

맨디가 대답하려 하자, 라이언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어울리던 익숙한 여자들 말이지. 내가 그 애들 중에서 한 명을 만나고 싶었다면, 네가 아니라 그들을 만났을 거야. 너는 아름답고, 지적이고, 재치 있어. 나에게 네 수줍음 뒤의 이면을 볼 수 있게 해줄 때는 말이야. 우리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너의 태도는 항상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었어.” 라이언이 말하자, 맨디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이야? 네가 나를 고등학교 때 봤었어?”

“난 항상 너에게 빠져 있었어, 맨디. 하지만 네가 너무 진지해서 나에게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어.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야. 한 번의 기회.”

라이언의 얼굴이 맨디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제발.”

맨디가 혀끝으로 입술 주위를 촉촉하게 만든 그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라이언의 푸른빛 눈동자에 사로잡혔다가 시선을 돌렸고, 그의 눈동자가 이제는 여름밤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맨디는 자신의 몸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라이언에게로 더 가까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맨디의 입술에서 부드러운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고, 쉰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라이언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처럼 들렸다.

“그래…….”

그 순간 맨디는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직감을 느끼며 말했다.

마침내 그녀는 어른으로 향하는 길목 위에 있었다. 그리고 맨디는 두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되었다고 느꼈다. 맨디의 앞에는 인생이 펼쳐지고 있었고, 더는 무서워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제공되는 모든 것들을 즐기고 싶었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맨디의 승낙을 들은 라이언이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그의 손등으로 미끄러지듯 쓸어 내려가서 그녀의 목으로 다가갔다. 그의 다른 손은 맨디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이 거의 닿을 만큼 더 가까이 다가갔고, 라이언은 그녀의 짙은 머리카락을 만졌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부드러워.”

그가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라이언의 푸른 눈동자가 애정으로 빛이 났고, 맨디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 염려하며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라이언은 그의 푸른 눈동자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맨디의 녹색 빛 눈동자가 감기는 것을 보며 그도 눈을 감았다. 라이언이 맨디의 얼굴에 닿기까지 조금 남아있는 거리를 가로질러 다가갔다. 그는 먼저 맨디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부드럽게 서로의 입술을 닿았다.

“라이,” 맨디는 다리가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속삭였다.

“괜찮아, 아름다운 맨디. 다 괜찮아.”

라이언이 대답했고, 그와는 다른 이유로 맨디도 첫 키스에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맨디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라이언은 그녀의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하게 될지 알았기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소녀에게 첫 경험이란 평생 기억되는 것이기에, 라이언은 그 기억이 그녀에게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길 바랐다. 라이언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지으며, 그녀의 눈을 마주 볼 수 있을 정도로 조금 물러나서 미소를 지었다. 둘은 다시 눈을 감았고,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며 달콤한 키스를 했다.

제8장

그 첫 키스는 라이언이 겪어본 중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가장 달콤했던 순간이었다. 이전에 라이언이 가졌던 맨디의 감정에 대한 의구심들이, 그녀가 마음을 열고 서로의 입술이 닿은 그 순간 끝이 났다. 라이언은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는 것과 이 순간이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이번이 첫 키스는 아니었다. 라이언은 경험이 있는 소년이었고, 한순간의 감정과 무언가 특별한 것을 구별할 줄 알았다.

맨디는 불안했다. 첫 키스의 경험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라이언은 다정했고, 배려심이 많았고, 맨디가 스스로를 소중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신중하게, 그녀가 마치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인 듯이 다루었다. 라이언이 신중하기 위해서 천천히 입술을 떼며,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이마에 키스했다. 맨디가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맨디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녀에게는 무서워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라이언은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었고, 다시는 그녀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맨디가 키스하는 첫 번째이자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말이 너무 확정적인 것처럼 들린다고 하더라도.

“너 괜찮아?” 라이언이 여전히 맨디를 안고서, 그녀의 머리카락 향기를 맡으며 물었다.

“그런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기에, 라이언은 그녀의 말투에 있었던 약간의 떨림이 그의 상상이었는지 의아해졌다.

“맨디?”

라이언이 맨디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눈을 볼 수 있도록 조금 뒤로 물러났다.

“무슨 일이야, 예쁜아?”

“나…. 모르겠어, 라이언….” 맨디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렸다가, 다시 들고서 손가락을 턱에 대었다.

“말해봐….”

“아, 라이언….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 내 생각엔….”

맨디가 말을 멈췄지만 그들의 눈이 다시 마주쳤고, 그녀는 다시 이어서 말을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믿기 힘든 순간이었어, 그런데….” 맨디가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며 다시 말을 멈췄다. 마치 단어들이 붙들고 있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것처럼.

“그런데 뭐?”

라이언이 그녀에게 계속해서 말을 하도록 격려하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말할 용기를 내려는 듯이 맨디가 잠시 조용해졌다. 라이언이 궁금해하며 맨디를 바라보았고, 그녀가 한숨을 쉬며 질문했다.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거야?”

맨디는 질문하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가장 잘생긴 남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가 힘들었지만, 라이언이 먼저 시작한 일이기에, 이제 와서 뒷걸음질 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는 미리 모든 것을 말해야만 했다.

“이제 네가 원하는 것을 가졌는데 어떻게 할 거야? 가버릴 거니? 너의 팀원들에게 말할 거니? 그들과 같이 한 번도 키스해본 경험 없는 순진한 소녀라고 비웃을 거야?”

라이언이 눈살을 찌푸렸다. 맨디는 또다시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그를 한심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라이언이 그녀를 놓아주며 조금 앞으로 걸어가자, 맨디는 그의 손길이 사라진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라이언의 푸른 눈동자는 폭풍이 거센 밤처럼 아주 어두웠고, 키스하는 순간 눈을 감기 직전에 보았던 밝은 눈빛과 매우 달랐다.

“너는 왜 내가 널 떠난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험담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전에 말했을 때 듣고 있었어, 맨디?” 라이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난 너를 좋아해. 학교에서 만난 첫날, 복도에서 서로에게 부딪혔던 그 순간부터 줄곧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라이언이 다시 몸을 가까이 기울이며 맨디의 손을 가져가서 그의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고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너를 더 알아갈 기회를 얻고 싶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재미있게 놀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난 네가 나에 대해서도 더 알아갔으면 해. 농구팀 주장이 아니라, 인기 있는 운동부가 아니라, 너에게 푹 빠져 있는 평범한 남자인 나, 라이언을. 혹시라도, 네가 나에 대해서 좀 더 안심하게 되면…. 그때 내 여자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

라이언이 가까이 다가가서 맨디의 귓가에 속삭였다.

“여자 친구?”

질문하는 맨디의 몸이 떨렸고, 그런 그녀의 행동이 라이언을 미소 짓게 했다. 라이언은 맨디의 마음이 놓이기를 바랐고, 서로를 향해 자라나는 이 감미롭고 특별한 감정에 대해 만남을 시도해 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라이언이 더욱 몸을 기울이며, 맨디의 눈을 다시 한번 바라보기 전에 그녀의 목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다.

“나는 공허함 속에서 나 자신과 투쟁을 했었고, 그것으로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소. 내 감정은 숨길 수가 없으니, 당신을 열렬히 사모한다고 말하는 것을 허락해주기를.”

라이언이 소설 속의 다르시의 말을 인용해서 맨디를 웃게 하려는 목적을 달성했다. 맨디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를 마주 보았다. 물론 그녀는 두려웠지만, 라이언은 그녀가 꿈꿔왔던 왕자님을 인격화한 남자였다. 맨디는 정말로 라이언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믿기가 어려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와의 키스는 아주 경이로워서, 언제까지나 이런 기분이 들지도 궁금했다.

“허락할게.” 맨디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받아주는 거야?”

라이언이 맨디를 어깨에 얹고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그녀가 받아주었다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물었다.

“응, 너를 더 알아가겠다는 것에 찬성이야.”

맨디가 미소로 화답했다가 이내 진지해지며 용기를 잃기 전에 말을 꺼내기로 했다. 그녀는 천천히 진행하기를 바랐다. 남자를 만나는 것이 맨디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누군가와 데이트를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그 상대가 라이언 매케너 라면 더더욱.

“그런데 말이야, 우리 데이트는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 라이언이 부루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가야 하니까…. 라이언, 너는 아주 인기가 많은 남자이고, 나는….”

맨디가 말을 멈추었다.

“너는…?”

라이언은 그녀가 할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물었다.

“난 보잘것없는 사람이고.” 맨디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맨디가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 발끈해서 이글거리는 라이언의 눈을 보면서 이어서 설명했다.

“나는 평범한 여자야, 라이언. 애슐리가 나에 대한 말을 했다고 메이에게서 들었어. 난 우리가 그만 만나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안 좋게 말하거나 놀리는 걸 원치 않아. 그러니까 네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맨디는 정말로 라이언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맨디의 낮은 자존감과 불안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었다. 라이언이 맨디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볼을 엄지손가락의 끝부분으로 쓰다듬으며, 그녀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운 얼굴을 감탄하듯 바라보았다.

“맨디, 너는 절대 평범하지 않아. 너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지적이야. 춤을 아주 잘 추고… 그리고 특히 칭찬을 받을 때면 난처해하는 그 행동도 예쁘다고 생각해.”

칭찬을 듣자 더욱더 얼굴이 붉어지는 맨디를 보고 라이언이 웃었다.

“나는 마음을 바꾸지 않을 거야. 난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리고 아무도 너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야.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너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네가 자신감을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줄게.” 그의 말에 맨디가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라이언이 긴장감이 들게 하며 말을 멈추었다.

“그렇지만 뭐?”

“나는 너와 교제할 기회를 얻고 싶어. 너를 정말로 더 알아갈 수 있도록. 난 너에게서 떨어져 있기가 싫어.” 라이언이 서로의 입술 사이에 약간의 거리만을 남긴 채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네가 바라는 것을 내가 알 수 있었으면 좋겠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너의 미소를 보고 싶고, 키스하고 싶어. 너와 사귀고 손잡고 싶고, 내가 원하는 어느 곳에든 입 맞추고 싶어.”

“라이언….” 맨디가 그녀를 향해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라이언에게 속삭였다.

“우리는 오늘부터 시작이야. 난 너에게 한 번 더 입맞춤을 할 거야. 그리고 우리는 너의 아파트로 가서 이 무거운 배낭을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갈 거야.”

라이언은 맨디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 모르고 있는 맨디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몇 센티미터의 거리를 더 가로질러 다가갔다.

제 9장

맨디와 라이언의 하루는 마치 로켓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서며, 맨디의 소지품을 두고 오기 위해서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거실에서 메이가 굉장히 좋아하는 리얼리티 쇼를 보면서 쇼파 위에 누워있다가,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라이언은 점심을 먹으러 갈 거라고 설명하면서 메이에게도 같이 가자고 초대를 했다. 처음에 메이는 커플끼리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라이언이 딘에게 전화를 한 후, 딘이 즉각 초대를 받아들이자 마음을 바꾸었다.

맨디가 라이언에게 리모콘을 건네주고는 그를 거실에 남겨둔 채 침실로 가서 소지품들을 챙겼고, 메이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그녀의 방으로 갔다.

몇 분 후에, 메이가 데님 반바지와 어깨가 드러난 깊게 파인 블라우스를 입고서 맨디의 방으로 들어왔다.

“와, 너 예쁘다!” 맨디가 말하자, 친구의 미소가 더욱더 환해졌다.

“너도 그래, 얘. 네가 집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난 너에게 설렐 뻔했어. 다녀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해줘!”

메이가 웃으며 말한 후에, 거울 앞 화장대에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라이언이 나에게 키스했어.”

주체하지 못하고 맨디의 입술 사이에서 말이 새어 나왔다. 말을 하자마자 그녀는 손을 입 위로 가져갔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메이가 몸을 돌리고 괴성을 지르려고 하자, 맨디가 친구에게 달려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아서 소리가 나오지 않게 했다.

“나 라이언 매케너와 키스했어.” 맨디가 흥분을 제어하지 못하고 다시 속삭였다.

“어머나, 세상에! 네가 라이언과 키스했다고? 너의 첫 키스를 그 여우하고 한 거야?! 세상에나!” 메이가 몹시 들떠서 점프를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쉿! 조용히 얘기해!”

맨디가 말했지만, 친구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네 기분은 어떤데?” 메이가 평소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망가고 싶은데, 동시에 그를 안고서 다시는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고 싶어.” 맨디의 말에 둘은 함께 웃었다.

“아, 네 말 이해해. 그럼 너희들 사귀는 거야?”

“아니. 라이언이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대. 널 기다릴게 라고 말했어.” 맨디가 한숨을 내쉬었고, 손을 가슴에 올린 채 웃으며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라이언은 정말 멋있네. 너희 둘 아주 귀여운 커플 같아.”

“딘도 멋있잖아.” 맨디가 메이에게 방석을 던지며 말했다.

“야!” 둘은 웃음을 터트렸고, 메이가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사귀는 건 아니야. 그저 단순히 가벼운 입맞춤을 했을 뿐이지.”

“가벼운 입맞춤이라고? 에헴.” 맨디가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난 그게 진한 입맞춤이었을 거라고 확신해. 왜냐하면, 어젯밤에 딘은 너에게 거의 뛰어오르다시피 했으니까.”

메이는 히죽거리며 웃었고, 친구의 말에 동의하지도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았다. 메이가 립스틱을 마저 바르고 양 입술을 서로 닿게 한 후 미끄러지듯이 문질렀고, 거울 속 반사된 자신에게 키스를 보냈다.

“운이 좋다면, 그에게 키스 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겠지?”

메이가 친구에게 윙크를 했고, 두 사람은 함께 방을 나섰다.

그들이 거실로 들어서자, 라이언의 시선이 텔레비전에서 두 소녀에게로 향했다가 곧장 맨디에게로 집중되었다. 맨디를 본 라이언에게서는 미소가 절로 새어 나오며 그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고, 그가 전달하는 열기가 맨디의 기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고, 메이가 딘을 맞이하기 위해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딘이 빨간 머리 메이의 손을 잡아당겨서 숨이 막힐 듯한 키스를 하는 동안, 라이언이 일어나서 딘의 바로 앞에 있는 맨디에게 다가가서 멈추었다. 그는 맨디의 얼굴에 내려온 머리카락 가닥을 귀 뒤로 쓸어서 넘겨주며 미소를 지었다.

“너 너무 예뻐.”

라이언이 속삭이며, 맨디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여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라이언의 손길은 맨디의 심장 박동을 더 빨라지게 했다. 첫사랑의 감정은 그녀가 책에서 읽었던 것 그대로였고, 그 이상이었다. 어맨다는 흥분으로 날 수 있을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키스한 후에, 서로의 얼굴이 여전히 가까이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라이언이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얼마 동안 공상에 잠긴 듯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딘의 목소리가 그 달콤하고 황홀한 공기를 흩어버렸을 때까지.

“점심 먹으러 갈까? 난 너무 배가 고파.”

딘의 질문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약간 몸을 떼었고, 라이언이 맨디의 손에 깍지를 꼈다. 맨디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메이도 딘과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맨디는 라이언 곁에 있는 자신의 표정이 딘의 옆에 있는 친구의 표정과 반사된 것처럼 똑같을 거라고 확신했다. 넷은 아파트를 나서며 건물 앞에 주차되어 있는 딘의 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레스토랑과 스낵바가 혼합된 곳인 린네 에 갔는데, 라이언이 발레를 하는 맨디를 보았던 장소인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네 사람은 점심 식사를 마칠 때까지 좋아하는 취미와 들었던 음악, 그리고 물론 농구와 발레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언과의 대화는 수월하고 편안해서, 그날 오후에 웃었던 순간이 그녀가 작년 동안에 웃었던 것보다 많았다. 딘과 메이도 사이가 좋았는데, 두 커플은 내내 서로를 안거나 손을 잡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에 딘과 메이는 영화관에 가기로 했고, 라이언은 맨디에게 공원을 걷자고 요청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거닐면서,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으로 맨디는 관심 있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 라이언은 조금씩 맨디의 수줍음을 완화해주면서 신뢰를 얻었고, 그녀가 더욱 편안한 기분이 들도록 해주었다.

“왠지 공연을 할 것 같은데. 보고 싶니?”

라이언이 공원의 잔디에 설치된 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가 하는 걸까?”

그녀가 묻자 라이언이 공연을 할 아티스트가 나와 있는 표시를 찾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전히 어떤 공연인지 여전히 알지 못한 채, 그들은 관람을 하기 위해서 잔디 위에 앉았다. 맨디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고, 라이언은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잠시 후, 맨디가 손가락으로 미끄러지듯 라이언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을 때 한 소녀가 지나가면서 공연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자를 건네주었다.

“시립 교향악단의 클래식 음악 연주회네. 다른 데로 갈까?”

맨디가 책자의 내용을 읽고는 눈썹을 올리면서 물었다.

“왜? 넌 그러고 싶어?” 그녀의 물음에 라이언이 놀라며 되물었다.

“아니, 난 모든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걸 아니까. 네가 그중에 한 명일 수도 있고. 네가 좋아하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있는 건 싫어서.”

“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길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주 바보 같은 일인걸.”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맨디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왜냐하면, 남은 오후 시간을 이렇게 너와 함께 보낼 기회를 잃게 될 테니까.”

라이언이 무릎에서 일어나 맨디의 뒤에 자리를 잡은 후, 그녀를 품 안으로 당겨서 그의 가슴에 기댈 수 있도록 했다.

“난 지금 내 미래의 여자 친구를 안고 있어.”

라이언이 맨디가 그를 볼 수 있도록 얼굴을 기울이고 속삭이듯 말하면서 눈을 깜박였다. 두 사람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고, 맨디는 라이언을 바라보면서, 전에는 그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면 이제는 그가 자신의 마음에 둘려 있던 모든 장벽을 무너뜨렸다고 확신했다.

맨디는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책과 영화와 음악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사랑할 때 느낀다는 모든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엄지발가락부터 시작되어서 머리카락 끝까지 이르는 몸 전체에 퍼지는 행복의 물결에 에워싸여 있었다. 연인들은 세상을 핑크빛 렌즈를 통해서 본다던 그 말을 그녀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취하게 했고, 젊은 나이에는 그것이 더욱 강렬했다. 청년기의 순간성은 감정들을 끓어오르게 만들었고, 맨디의 젊은 심장에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큐피드의 화살이 꽂히게 했다. 이러한 감정들의 폭발은 그녀를 행복하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두려움이 장악할 틈도 없이 라이언이 그녀의 볼에 키스하며 목선의 굴곡에 그의 머리를 맞추어 기대었고, 콘서트를 시작하려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언이 그의 손가락을 맨디의 머리카락에 얽히게 두었다가, 키스를 하기 위해서 다시 손을 떼었다.

그들이 공원을 나섰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바람에 떨고 있는 맨디를 본 라이언이 코트를 벗어서 그녀의 어깨 위에 둘러주었다.

두 사람은 주위에 누가 있는지 혹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만의 작은 세계에 빠진 채 맨디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들은 발걸음을 따라오는 누군가의 화난 표정을 보지 못했고, 그들을 둘러싸는 위협으로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느끼지도 못했다. 라이언은 맨디를 집에 바래다주고 입맞춤을 하며 인사를 했고, 잠들기 전에 전화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다음날 라이언은 근교의 도시에서 농구팀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맨디를 만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사랑에 푹 빠져서, 맨디를 위해 경기에서 이기겠다며 전화로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대화하기로 약속했다.

맨디는 처음으로 인생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녀는 경계를 늦추었고, 이전에는 도달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일들을 꿈꾸는 것을 허용하기 위해 시야에서 비관적인 렌즈를 빼내었다.

도달할 수 없는 목록 을 갖고 있던 소녀가 맨디 썸머스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의 목록 을 만들기 시작하고, 라이언 메케너가 그 목록의 첫 번째가 되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

애슐리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지며, 그녀의 하루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녀는 지루한 클래식 음악 콘서트에 참석할 것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열 한 살 여동생과 함께 이른 시각부터 그 공원에 있었다. 세계적인 도시인 뉴욕 출생으로서 애슐리는 이런 프로그램은 질색을 했고, 잔디 위에 앉아서 옷이 더러워지고 모기를 쫓아야 하는 것도 싫었다. 게다가 십 대 소녀인 동생 안나는 도무지 말을 멈추지 않았는데, 그 아이는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도 더 지루해져 있었다. 아버지가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애슐리는 벌써 안나에게 입 다물라고 말했겠지만, 함께있는 자리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애슐리는 아버지의 앞에서만큼은 천사였다.

오후 내내 애슐리는 동행한 가족에게서 잠시나마 탈출할 수 있도록 흥미로워 보이는 누군가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노인과 아이들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멍청한 같은 관념을 가진 다른 가족들 만 보일 뿐이었다.

워터스 씨는 한 달에 한 번 뉴욕에서 큰딸인 애슐리를 보기 위해 막냇동생 안나를 데리고 방문했다. 대게 그들은 애슐리가 생각하기에는 지루한, 그렇지만 그녀는 절대로 거절한 적 없는 관광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뉴욕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항상 그녀에게 용돈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안나가 학교 친구에 대해서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유치한 대화에 흥미가 없던 애슐리가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다음날 브라운 대학의 농구팀인 베어스의 경기에서 추게 될 치어리더 안무를 머릿속으로 검토해보기로 했다.

불현듯 애슐리의 시선이 라이언에게 닿았고, 그녀에게서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전날 밤에 둘 사이는 팽팽했었다. 애슐리는 분별력을 잃고 라이언을 때렸었지만, 그녀는 약간의 매력을 발산하면 다시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생리 전 증후군이나, 그녀가 하는 닭고기 다이어트 때문으로 책임을 돌리면 될 것이었다. 음식 섭취가 부족하면 사람들이 약간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하니까, 이해심이 아주 많은 라이언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계획을 행동으로 이행하기로 한 애슐리가 머리를 반듯하게 정돈하고 블라우스를 약간 내려서 가슴골이 보이게 했다. 그녀는 막 일어나려던 찰나, 라이언이 웃으면서 그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돌아보는 것을 발견했다.

‘오, 아니야, 안 돼. 이럴 리 없어. 나의 라이언이 저 같잖은 여자애랑 뭘 하는 거야?’

애슐리가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라이언은 잔디 위에 앉아서, 맨디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잠시 후에 라이언은 맨디를 안아서 그의 가슴에 기대게 했는데, 사이가 아주 친밀해 보였다. 애슐리는 한 번도 라이언이 누군가에게 그런 애정 어린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일은 있어선 안 돼.’ 애슐리는 자신의 남자친구여야 할 남자에게 키스를 받는 맨디를 보자 숨이 턱 막혀왔다. 그녀는 거절당한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금껏 아무도 애슐리의 눈앞에서 그녀의 것을 앗아가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우습게 만든 사람도 없었다.

‘저 평범한 애 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아주 톡톡히….’

그때 무대 위의 움직임이 애슐리의 눈길을 이끌었고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했지만, 그녀는 공연을 보면서 듣지는 않은 채 맨디를 조롱거리로 만들 방법들을 연구했다. 저 같잖은 신입생은 좋을 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학교에는 존중해야 하는 사회적 계급이 있었다. 맨디의 콧대는 꺾여야만 했고, 애슐리는 기꺼이 그 교훈을 가르칠 예정이었다.

애슐리가 다시 라이언을 바라보자, 그의 밝은 표정이 마치 애슐리에게 동의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듯했다. 맨디를 향한 복수의 갈망에 대한 동조. 단지 라이언은 아직은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애슐리는 맨디가 라이언을 빼앗은 대가를 어떻게 치르도록 할지 벌써 알아냈다는 듯이 악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라이언과 맨디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대학교에서는 언제나 농구부 주장과 가장 예쁜 치어리더가 사귄다는 법칙이 있었고, 이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애슐리는 다른 학생들이 베어스팀의 주장과 사귀지 않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저 신입생이 그녀의 동화 속 판타지를 망치고 굴욕감을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언은 애슐리의 것이어야만 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맨디가 어떤 값을 치러야 하는지는 상관없었다.

제 10 장

일요일 - 오후 7:40분

라이언 메케너로부터

어맨다 썸머스 에게

안녕, 예쁜아. 오늘은 기분이 어때? 경기는 이제 거의 끝나가. 우리가 이겼어! 난 집에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이동하는데 거의 세 시간 반이 걸리거든. 도착하면 너에게 문자를 보낼게. 내일 너 발레를 하러 가니? 그렇다면 알려줘. 내가 수업에 데려다줄게. 입맞춤과 함께, 나의 신데렐라에게 ;)

일요일 오후 7:43분

어맨다 썸머스로부터

라이언 메케너에게

안녕 라이! 나는 잘 있어. 경기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뻐! 축하의 키스를 받아야 할 것 같네 <3 도착하면 내게 알려줘. 잠들지 않고 네 문자를 기다리고 있을게. 난 내일 오후에 발레가 있어. 너를 만나는 게 벌써 기대돼. 사랑을 담아. ♥

맨디는 공부를 하고 2주일 후에 있을 발레 공연의 안무를 연습하면서 일요일을 집에서 홀로 보냈다. 그녀는 라이언에 관한 생각을 겨우 멈출 수 있었고, 그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어제의 입맞춤들과 주고받았던 애정 표현들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맨디는 라이언 메케너의 입술 에 키스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것도 셀 수 없는 키스를.

그녀는 여전히 라이언이 자신에게서 무슨 매력을 본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빨리 뛰는 심장 소리를 감당하기가 힘이 들었다. 맨디는 처음으로 스스로가 운이 좋다고 느꼈고, 그녀의 인생에 좋은 일이 생겼으므로 더는 운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경미한 근육 부상 때문에 농구팀과 같이 떠나지 않았던 딘은 메이와 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렸다가 조용해지면서 메이가 집에 도착한 것을 알렸을 때는 늦은 시각이었다. 맨디는 누워서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몸을 일으키고 싶지가 않았다. 맨디는 메이가 틀림없이 그녀와 라이언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고, 딘과의 만남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대화는 다음 날로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맨디가 오늘 하고 싶은 일의 전부는, 도서관에서의 첫 키스부터 공원에서의 오후까지 모든 순간들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라이언이 사용했던 단어들과 어루만짐 그리고 그의 입술의 모든 감촉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것들은 아주 소중한 기억들이었고, 맨디는 그 순간들을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간직하고 싶었다.

그날 밤 맨디는 라이언과 달콤한 키스를 하는 꿈을 꾸었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깨어났다. 맨디는 라이언을 다시 볼 계획에 신이 나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외모를 치장하는 데 온 노력을 기울였다. 평소에는 하지 않는 약간의 화장을 하고는, 가벼우면서 부드러운 색감으로 완성된 결과에 만족했다. 휴대전화기의 불빛이 깜박이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을 때, 맨디는 가방을 챙기는 중이었다.

월요일 6:35분

라이언 메케너로부터

어맨다 썸머스에게

좋은 아침이야, 신데렐라. 나는 웃으며 일어났어. 너의 꿈을 꾸었어.

무얼 할지 모르겠어…. 머릿속에서 네 생각을 지울 수가 없거든.

너도 내 생각을 했기를 바래!;)

우리가 문학사 과제를 한 것을 가지고 갈게.

아, 그리고 잊지 마! 내가 널 발레 교실에 데려다주고 끝나면 데리러 갈 거라는 거. 보고 싶어. ♥

맨디가 미소를 참지 못하고 라이언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고 또 읽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이렇듯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것을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구름 위에 있었고, 솔직한 심정으로 다시는 바닥에 발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맨디가 손에는 여전히 휴대전화를 든 채로, 메이가 커피를 만들고 있는 부엌으로 갔다. 친구는 벌써 학교에 갈 준비를 마친 후였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맨디가 미소를 지으며 부엌에 들어가자, 메이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이, 무슨 일이야? 내 생각엔 네가 미소를 짓는 걸 지난 며칠 동안 본적이 없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메이의 표정도 맨디 만큼이나 신이 나 있었다.

“내가 보는 네 얼굴도 마찬가지인걸!” 맨디의 대답에 메이가 한숨을 지었다.

“아, 맨디…. 나는 대학교에서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했었어. 단지 남자애들과 잘 지내고 데이트만 하기로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딘 같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는 너무 잘생겼잖아. 너도 알다시피 그는 똑똑하고, 재미있고, 다정하고…. 그리고 바보도 아니잖아, 안 그래? 그는 나의 어떤 감각을 일깨운다고….”

메이가 말을 끝마치지 않았지만, 맨디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긴장되고, 심장은 빨라지고, 숨도 가빠지지?”

맨디의 물음에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뭘까? 심장 마비?” 메이의 말에 둘은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그렇다면, 나도 너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어.” 맨디가 말하자, 두 사람은 더욱 크게 웃었다.

“친구야, 상황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어. 난 내가 다치게 될까 봐 너무 두려워.”

“나도 너와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 하지만 나는 매우 기뻐, 메이. 내가 이 감정을 잘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래.” 메이가 말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너는 딘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어?” 어맨다가 묻자 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넌 어때? 너는 라이언을 포기할 거야?”

메이가 같은 질문을 했고, 맨디의 대답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말도 안 되지!” 두 소녀는 다시 웃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얼마 후, 그들이 강의실로 향하려고 집을 나서는 길에 아파트 앞에 서 있는 션을 발견했다. 션은 주차장 쪽을 보면서 당황해하다가, 몸을 돌려 두 소녀를 마주치고는 놀랐다.

“맨디, 안녕. 와우. 너 너무 예쁘다.”

션이 메이는 무시한 채 맨디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인사했다. 맨디는 션이 바라보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은 아침이야, 션. 넌 여기서 뭐 해?” 메이가 물었다.

“아, 음…. 좋은 아침이야.”

그제야 션은 메이의 존재를 인식하고는, 코 위로 안경테를 올리며 인사했다.

“이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메이의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 난 걸 보고 너희들을 바래다주려고.“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오 안 돼! 이게 무슨 일이야!” 메이가 차를 향해 달려가며 소리치는 동안 션은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맨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션의 불편한 눈빛에서 시선을 옮기며, 그녀는 네 개의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있는 메이의 차로 다가갔다.

“이런, 타이어 네 개에 모두 펑크가 나다니!” 맨디가 소리쳤다.

“너희 둘을 내 차로 바래다줄 수 있는데.”

션이 제안했지만, 메이는 거절했다.

“나는 보험 회사에 전화해야 해. 오후에 차가 필요하거든. 제약회사에서 인턴직 인터뷰가 있어.”

“친구야, 션이랑 같이 가. 우리는 2교시에 만나자.” 메이가 맨디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어맨다는 몸이 떨려오며, 자신도 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기다릴 수 있어, 메이.”

“아니야, 너의 문학사 수업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아.” 메이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는 동안 션은 수상한 모습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맨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언을 다시 만나고 싶은 바람과 션과 함께 학교에 가야 한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 맨디는 션을 올려다보면서 자신이 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생각했다. 션은 그녀의 친구였고, 둘은 평생 알고 지낸 사이였다.

‘션을 무서워해서는 안 되지…. 안 그래?’

맨디가 불만감을 무시하기로 하면서, 션과 동행하겠다고 승낙했다. 만약 뭔가가 잘못됐다고 느꼈다면, 메이는 그녀에게 션과 함께 가라고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에게 인사를 한 후에 션이 맨디를 차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맨디는 그의 손이 팔에 닿자 이상하게 오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션이 운전자석에 앉아서 차의 시동을 거는 동안, 맨디가 안전띠를 맸다.

“잘 지냈어, 공주야?”

션이 사용하는 호칭에 놀란 맨디가 그를 쳐다보았다. 션은 한 번도 맨디를 그런 애정 섞인 별명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주말은 어땠어?” 션이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았어.” 맨디가 시간을 끌지 않고 대답했다.

그녀는 라이언과 만났던 일에 대해서 션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았고, 예전에 션이 보였던 관심을 고려했을 때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맨디는 션과는 가까운 친구였는데도 점점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이상했다.

“특별한 일 없었니, 맨디? 뭔가 중요한 일 없었어?”

션이 강조해서 질문하면서 도로 위에서 시선을 돌려서 맨디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션과의 눈 맞춤을 피하려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아니, 별일 없었어. 넌 잘 지냈니?”

맨디가 한숨을 쉬며 거짓말을 했고, 다시 션에게 정중하게 대하려 노력하며 물었다.

“모든게 다 좋아.” 션이 대답했고, 맨디가 그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수상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맨디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가 오늘은 굉장히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 주말은 나에게는 발견과 계획의 주말이었어.”

션이 불가사의한 말투로 덧붙이며, 맨디에게 무슨 말인지 물어볼 기회를 주지 않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가 멈추자마자, 불안함을 느낀 맨디가 션에게서 도망치려고 재빨리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션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맨디의 불편함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맨디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녀가 있는 곳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라이언을 발견했다. 라이언이 맨디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션에게 똑바로 초점을 맞췄다. 이내 라이언에게서 미소가 사라지며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이 되었다.

“태워다 줘서 고마워, 난 가야겠다.”

맨디가 강의실로 곧장 출발하려고 션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가 한 발짝 떼려는 찰나, 션의 말이 그녀를 도로 멈추게 했다.

“천만에, 공주야. 이상하게 라이언 매케너는 내가 너와 함께 학교에 온 게 마음에 들지 않나 봐. 어릴 적부터 넌 내 것이라는 걸, 라이언은 알고 있니, 맨디?“

“그게 무슨 얘기야, 션?”

맨디가 표정을 찡그리며 물었다. 션은 더욱더 이상해 보였다.

“나는 네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니야. 우리는 단지 친구이고, 그게 다야.”

“넌 내 친구지, 맨디. 나의 친구.”

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맨디에게 다가가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주자, 맨디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잘 들어, 션.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싫어. 예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단지 친구야. 그 이상은 아니야.”

“그게 내 의지는 아니었지.” 션의 말을 들은 맨디가 눈을 굴렸다.

“우린 이미 얘기 다 했었잖아. 넌 내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었고.”

“물론이야, 공주. 그래도 넌 남자가 노력하려는 걸 멈추게 할 순 없어.”

션이 윙크하며 말한 후, 맨디를 주차된 자동차에 가까이 붙도록 구석으로 몰면서 다가왔다.

“네가 계속해서 그렇게 주장한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너에게서 떠나야겠지.”

그 순간 맨디가 어깨 너머 뒤쪽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았다. 그녀는 라이언이 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소란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넌 나에게서 떠나가지 않을 거야.” 션이 아주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투는 차가웠고, 거의 위협적이었다.

“그걸 잊지 마.”

션이 낮은 목소리로 덧붙인 뒤, 맨디에게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고 걸어갔다. 맨디는 혼자 남겨지자, 다리에 힘이 없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맨디가 여전히 몸을 떨면서 자문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션을 두려워서 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졌는데, 어쨌거나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좀 전의 션의 행동은 그녀가 알던 친구라기에는 너무도 달랐다.

‘내가 본 것이 진실이 아니고, 션이 두려워하는 건 우정을 잃게 되는 것일까? 내가 사소한 일을 과장되게 해석하고 있는 걸까?’

맨디는 사람들에게 과잉반응을 하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그녀는 수줍어하고 의심이 있는 성격이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맨디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어깨에 배낭을 바로 맨 후에 건물로 향하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자. 방금은 뭐였을까, 엘레나? 커플 사이의 다툼?”

애슐리가 일부러 맨디의 이름을 틀리게 부른 후에, 거만한 얼굴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맨디는 그 치어리더와는 정면으로 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맨디는 신입생일 뿐이었고, 애슐리는 선배이자 인기녀였다.

“나는…. 음.”

맨디가 대답 할 수 있을 정도의 용기를 내려고 노력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것도 아니었어.” 맨디의 목소리는 낮고 불안정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용감해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덧붙여 말했다.

“나는 션의 여자 친구가 아니야. 그리고 내 이름은 어맨다야.”

“어맨다든 엘레나든 바나나든, 다 마찬가지야.” 금발 머리의 애슐리가 눈을 굴리고 눈썹을 치켜뜨며 답했다.

“그리고 난, 내가 만약 너라면 말이지, 얘야, 너의 남자친구 션에게나 알랑거리겠어. 왜냐하면, 난 네가 라이언과 가까워지는 것을 허락지 않을 거거든. 너는 라이언에게 어울리지 않아.”

맨디가 깜짝 놀라며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 말이 이해가 안 가….” 맨디가 말을 시작했지만, 애슐리의 화가 난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잘 들어, 깡마른 소녀.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너는 라이언에게 녹아내리고 있지. 다시 너의 자리로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야.”

“나를 협박하는 거니?” 맨디가 질문하자, 애슐리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면서 비꼬는 듯한 미소로 간결하게 말했다.

“네가 좋을 대로 알아들어. 내 말은 전달했어.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 그리고 난….”

애슐리가 치어리더 치마를 입은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오늘 하루는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맨디는 벌써 심한 두통을 느꼈다. 이번 주 월요일은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

라이언은 먼발치에서 맨디가 션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친구 사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라이언은 션이 맨디의 가까이에 있는 것이 불편했다. 그가 좋아하는 일인 맨디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행동을 션이 똑같이 하고 있었다. 션이 맨디에게 점차 다가가는 것을 보면서 라이언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전에는 한 번도 여자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이런 감정은 전혀 좋지 않았다. 라이언은 다른 남자가 맨디에게 수작을 거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친구들이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 모든 관계에서는 믿음이 기초였고, 그는 맨디를 믿었다. 라이언은 션과 함께 있는 맨디의 자세에서 방어적인 모습을 보았다.

라이언이 옆으로 옮겨서 션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찰나, 션이 서 있던 자리에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고, 라이언은 두 사람을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도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라이언은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몇몇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복도를 지나서 걸어 내려갔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서 곧장 뒤쪽으로 향했다. 그가 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문 쪽에서 어떤 움직임이 보였다. 그는 맨디가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서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두려움 섞인 창백한 표정을 보고는 이내 미소가 사라졌다. 맨디는 그의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안녕, 예쁜아.” 라이언이 속삭이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맨디의 손으로 옮겨갔고,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맨디? 거기에서 무슨 일 있었어?” 라이언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넋이 나간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맨디가 눈을 깜박이며 라이언을 바라보았고, 그의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모르겠어….” 맨디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션이 불시에 우리 집으로 와서는, 메이의 차에 문제가 생긴 걸 보았다고 하는 거야. 우리가 가서 보니까 타이어 네 개에 바람이 빠져 있었어. 메이는 보험 회사의 정비공을 기다렸고, 션은 나를 학교까지 바래다줬어. 그런데 그 애가 이상했어….”

“한 번에 네 개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누군가 일부로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그 애는 어떤 식으로 이상했다는 건데? 너에게 무슨 짓을 했어?” 라이언이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했다.

“아니야…. 션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하진 않았어.” 맨디의 목소리에는 조금 확신이 없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어. 나는 그냥….”

“그냥 뭐? 무슨 일이야, 맨디? 너 지금 떨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냥 그 애가 조금 이상해 보였어…. 모르겠어, 기분이 우울했던 건지.” 맨디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도 션은 내 친구야. 나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을 거야.”

라이언은 납득이 되지는 않았지만, 맨디를 바라보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맨디가 입술을 축이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애슐리가 내 앞에 나타났었어.”

라이언이 얼굴을 찡그렸다.

“뭐? 걔가 원하는 건 뭐였어?”

“애슐리가 말하기를, 너를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후회하게 될 거래. 라이, 그 애가 무슨 짓을 할 것 같지 않아?”

맨디가 걱정하듯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고, 라이언의 눈빛에서는 큰 신뢰감이 느껴졌다. 마치 모든 일에서 그가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질 만큼. 라이언이 손을 뻗어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니야, 맨디. 애슐리는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 애가 말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아. 네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애가 너를 다치게 하는 건 내가 허용하지 않을 거야.”

“고마워.” 맨디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게 좋겠어. 우선은 말이야.”

“무슨 뜻이야?”

“라이, 내 생각엔 애슐리를 괴롭히는 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아직 우리 둘은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니까…. 방해를 받는 건 원치 않아.”

“어떤 것도 우리를 가로막지 않을 거야.”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맨디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아무것도 나를 너에게서 떨어뜨려 놓지 못해.”

맨디가 웃었다. 그녀도 사랑에 빠져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웠다.

“단지 난 초반에는 우리를 조금 보호했으면 해…. 애슐리와 혼란을 빚는 걸 피하고 말이야.” 그녀의 말에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숨기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맨디의 말이 옳았다.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은 어떤 특별한 만남을 시작하고 있었고,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네 말이 맞아.” 라이언이 속삭였다.

“난 그저 네가 나에게서 달아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달아난다고? 내가?” 맨디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달아나겠어?”

“우리가 복도에서 부딪혔던 그 순간부터 너는 내 마음을 차지해버렸어. 나는 널 잃고 싶지가 않아.”

“너는 나를 잃지 않을 거야.” 맨디가 장담하며 말했다.

라이언이 몸을 기울여서 키스하려고 했지만,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다른 학생들의 소리가 맨디에게 닿으려는 그를 멈추게 했다. 라이언이 맨디에게 윙크를 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그녀의 손을 놓았다. 하지만 라이언은 수업 시간 내내 맨디의 옆에 팔을 기대어 그녀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제 11장

날이 지나갈수록 라이언과 맨디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졌다. 비록 그들은 학기 초에 시작된 교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조심하면서도, 나머지 시간은 함께 있었다. 둘은 공원에서 로맨틱한 산책을 하고, 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별빛 아래에서 키스를 나누고, 영화관에 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맨디는 똑똑한 소녀였고, 어떻게 스스로를 표현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유머러스해서 라이언을 웃게 했다.

라이언은 친절하고 애정이 넘쳤다. 그는 민첩했으며, 그 나이의 소년들에 비해서 책임감이 있었다. 라이언은 어느 때보다도 더 행복했고, 맨디와의 관계를 완벽하다고 여겼다. 라이언은 그녀를 발레 리허설에 바래다주었고, 데리러 갔다. 맨디는 라이언이 농구를 연습하러 갈 때 가끔씩 동행을 했다. 그들은 수많은 밤들을 라이언이 사는 건물의 지붕에서 지샜고, 이불 위에 누워서 손을 잡고, 하늘을 보며 별들을 세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을 하는 듯했고,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라이언은 언제나 마음을 따라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는 맨디의 곁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 주말은 특별했다. 맨디와 라이언이 가족들을 방문하러 글로스터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라이언의 트럭을 타고 글로스터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맨디의 집으로 향했다. 맨디가 어머니에게 라이언의 이름을 소개하자마자, 썸머스 부인의 눈이 빛나며 그를 포옹해 주었다. 맨디는 아직 어머니에게 라이언이 남자친구라고 말하지 않았고, 그저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통화에서는 항상 라이언의 이름이 등장했었고, 그는 처음으로 맨디가 집으로 데려온 남자였다. 썸머스 부인의 얼굴에 나타난 찬성하는 듯한 미소를 보고 라이언은 썸머스 부인이 그를 직접 만나서 기뻐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밤, 맨디는 여덟 살 무렵 그녀의 아버지가 가족을 떠난 후로 어머니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고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썸머스 부인은 원래 쾌활했던 성격으로 항상 딸과 놀아주었었는데, 남편이 임신한 비서와 마을을 떠나겠다고 한 그 날 이후로 썸머스 부인에게서는 빛이 사라졌고, 다시는 남편을 보지 못했으며, 몇 달 후에 이혼서류가 담긴 봉투를 받았을 뿐이었다고 했다. 맨디는 어떻게 아버지가 그녀의 인생에서 그렇게 쉽게 떠나버릴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헌신적이고 애정 어린 아내였던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어떻게 멈출 수가 있었는지 의아해했다. 맨디는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아버지의 가족에서 짐이 되어버렸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이복 남동생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아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맨디는 아버지의 인생에서 거부당했다는 것에서 오는 상처와 실망감, 그리고 막내아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은 방치되었다는 사실을 감내해야 했다.

그 일은 오래되었고 이미 치유된 상처였지만, 그녀에게 상흔을 남겼고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었다. 맨디의 아버지는 딸의 행복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한 번도 양육비를 낸다거나 재정적인 부분에 도움을 준 적도 없었다. 오직 어머니의 노력과 지혜만이 맨디를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라이언 또한 어떻게 맨디의 아버지가 딸을 두고 떠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썸머스 부인을 만나고 나서는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어머니이자 아내를 어떻게 배반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라이언은 이렇듯 사람들이 저지르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믿을 수가 없었고, 가해자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그들이 끼쳤던 피해에 대한 대가를 치를 거라고 확신했다.

이번 주말에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는 언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썸머스 부인은 그들의 방문에 놀랐다며 점심을 먹는 동안에 털어놓았다. 썸머스 부인은 맨디처럼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직장 동료로부터 저녁 식사의 초대를 수락했었는데 다시 거절해야겠다고 말했다. 젊은 커플은 이에 반대하며 썸머스 부인에게 꼭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썸머스 부인은 완강했다.

얼마 후 맨디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라이언이 썸머스 부인에게 말했다.

“썸머스 부인, 제발 그날 저녁 식사에 꼭 다녀오세요.”

그가 썸머스 부인을 난처하게 하지 않으려고, 이제는 마주해야만 하는 일 이라는 말은 하지 않으며 요청했다.

“저는 내일 저녁에 맨디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물어볼 기회를 잡으려고요.”

썸머스 부인이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제 계획 때문에 썸머스 부인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는 어머니께서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래요.”

“아, 라이언….”

썸머스 부인이 라이언의 손을 잡았다.

“너는 항상 바른 아이였지. 어릴 적부터 말이야. 나는 너희 둘이 함께라는 게 기쁘구나. 그리고 나를 앨리스라고 불러주렴.”

“저도 그래서 기뻐요, 썸머스…. 아니, 앨리스 씨. 저는 따님을 정말 좋아하고, 아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나는 맨디가 프로비던스에 홀로 있지 않다는 점이 안심이 되는구나. 집을 떠나있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울지 알고 있단다. 메이가 함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지만, 맨디가 말하기론 그 아이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었거든.”

“네, 딘이라는 제 가장 친한 친구예요. 안심하셔도 돼요. 제가 맨디를 잘 챙길게요.”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맨디가 부엌으로 돌아오자, 두 사람은 화제를 바꿨다. 얼마 후에 라이언이 작별 인사를 하며, 썸머스 부인에게 맨디를 데리러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앨리스 씨는 딸이 저녁 식사를 하러 라이언의 집에 가 있는 동안에 그녀는 외식을 하고 오겠다고 말하면서, 다음날에는 뒷마당에서 바베큐를 하자며 라이언의 부모님을 초대했다. 라이언은 맨디에게 열정적인 키스로 작별 인사를 하고서 그의 집으로 향했다.

라이언의 어머니께서는 그를 꼭 안으며 반겨주었고, 그는 부엌 식탁에 앉아서 미래의 여자 친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라이언의 어머니는 항상 그래왔듯이 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지지해 주었고, 그가 사랑에 푹 빠진 것을 보고 기뻐했다.

저녁 일곱 시쯤, 라이언은 맨디를 놀라게 해줄 물건을 사러 쇼핑센터에 들렀다가 다시 그녀를 데리러 갔다. 그는 트럭에 기대어 서서, 맨디가 하늘색 여름 원피스를 입고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맨디는 어깨 위로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을 신었는데, 항상 운동화를 신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그녀의 섬세한 발을 본 라이언은 미소를 지었다. 우아한 모습을 한 맨디는 아름다웠는데, 그에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라이언에게 맨디는 언제나 아름다웠고, 그는 조금씩 맨디의 자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맨디는 스스로에게 더욱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그는 그런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맨디의 수줍은 성격은 그녀가 어떤 일들을 하는 데 방해가 되었었는데, 최근 들어서 그녀가 나날이 스스로를 더욱 확신하게 된 것은 마치 선물과도 같았다.

라이언이 긴장감을 느끼며, 검은색 상자가 들어 있는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라이언은 맨디가 그의 요구에 거절하며 싫다고 대답할까 봐 겁이 났다. 라이언은 그의 심장을 열고 3점 득점 슛을 해버리는 힘을 가진 맨디에게 처음으로 모든 것을 올인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라이언?”

라이언이 맨디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생각에서 깨어났다. 맨디의 표정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라이언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녕, 예쁜아. 미안해.”

“다 괜찮은 거지? 너희 집에 함께 가자던 생각이 바뀐 거야?” 맨디는 확신이 없어 보였고, 라이언은 재빨리 그녀를 당겨 안아서 위로해 주었다.

“다 괜찮아.”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는 손을 잡고 그녀가 올라탈 수 있도록 트럭 문을 열어주었다.

라이언의 집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은 적막이 흘렀고, 오로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로맨틱한 발라드 음악만이 차 안의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이따금 무슨 상황인지 짐작을 해보려는 듯이 맨디가 그를 쳐다보았지만, 라이언은 너무 긴장되어서 그녀를 안심시켜 줄 만한 주제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 집에 도착한 라이언이 주차를 하고 차 문을 열려는데, 맨디가 그의 팔을 잡아서 그의 움직임을 곧장 멈추게 했다.

“라이, 무슨 일 있는 거야?” 맨디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라이언은 자신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과 이것은 그녀가 절대로 원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라이언이 고개를 저으며 맨디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고, 다시 걸어가기 전에 그녀에게 속삭였다.

“너는 참 아름다워.” 라이언의 말에 맨디는 행복의 물결이 그녀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라이언은 언제나 맨디에게 애정이 넘쳤고 친절했었는데, 차 안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진지함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다. 얼마 후 라이언이 트럭에서 내렸고, 맨디가 차 안에서 소지품을 챙기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조수석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서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이 라이언의 어머니는 그의 어린 남동생과 함께 매캐너 씨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해보는 중이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도착했구나!”

부엌문을 통해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라이언의 어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고, 맨디의 손을 잡은 아들을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 라이언의 선택이 옳았다. 맨디는 아름답고 훌륭한 여자였다.

“엄마, 얘는 맨디에요.” 라이언이 맨디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맨디, 이 분은 내 어머니셔.”

매케너 부인이 조리대 위에 그릇을 두고는 맨디를 껴안았다.

“환영한다, 얘야!”

부인은 맨디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예쁘구나!”

“제가요?”

맨디가 부끄러워하며 물었다.

“그래, 너 말이야! 이 아이 참 예쁘구나!” 매케너 부인이 라이언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네, 맞아요. 엄마.”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라이언이 네가 발레리나이고, 멋진 공연을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더구나. ‘난 절망하는 발레리나야!’라고 몸소 보여주면서. 무슨 공연이니?”

부인이 맨디에게 답변할 기회를 주기도 전에 막내아들에게 돌아섰다.

“루크, 얘야. 초콜릿 가루를 좀 가져오렴.”

매케너 부인이 다시 커플을 향해 돌아섰다.

“이 꼬마를 위해서 케이크를 만드는 중이야. 너도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매케너 부인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다시 맨디가 답변을 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혹시 내가 너의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거니? 오, 세상에! 내가 그것도 고려하지 않았다니….”

“오, 염려 마세요.”

맨디가 대답하며, 매케너 부인에게 손을 얹었다.

“저는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하고 식단관리에도 방해되지 않아요. 안심하세요.”

맨디가 말하며 미소를 짓자, 라이언이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팔로 감싸 안았다.

“잘됐구나.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젊은 여자아이들은 항상 다이어트를 하고 있더구나.” 매케너 부인이 눈을 굴리며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러니까,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거니?”

“아니요. 미녀와 야수에요.”

“맨디가 미녀에요, 엄마.” 라이언의 말에 맨디가 그의 허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이겠지.”

라이언의 어머니가 마치 그렇지 않다면 말이 안 된다는 듯이 대답했다.

“매케너 부인, 평소에 요리하시나요?”

“물론이란다, 천사 같은 아이야. 난 이곳에서 모든 걸 다 한단다.”

매케너 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샐리라고 하는 우리 집 요리사가 도와주기는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그녀가 파트타임으로만 일을 하게 되었어. 그녀에게 골관절염이 있는데,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지 않아 해서 계속해서 우리를 도와주고 있단다. 그리고 난 그녀의 음식을 아주 좋아하고.”

“파트타임으로도 계속해서 근무하도록 해주시다니 아주 친절하세요.”

“오, 아니야!”

매케너 부인이 손을 흔들자 밀가루가 구름처럼 흩뿌려졌고, 젊은 커플을 웃게 했다.

“샐리는 우리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아침 시간 동안만이지만, 그녀가 없다면 난 뭘 해야 할지도 모를 거야.”

라이언이 맨디에게서 몸을 떼고 어머니에게로 다가가 머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어머니, 우리는 작은 집으로 갈게요. 알았죠?”

“그러렴, 내 아들. 내가 바구니에 너희의 간식을 만들어 두었어. 부엌에 있단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매케너 부인이 그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초콜릿 케이크를 가져가려면, 잠시 후에 부엌에 들르렴. 좋은 시간 보내!”

“고마워요, 엄마. 밖으로 나갈까, 맨디?”

“그래….” 맨디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라이언이 그녀의 손가락에 깍지를 끼고서 그녀를 정원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손에 닿은 라이언은 서로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맨디만큼이나 라이언도 긴장하고 있었다.

라이언은 가족들이 작은 집이라고 부르는 이 장소를 사랑했다. 작은 건축물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었다. 라이언은 어린이였을 적부터 이곳을 좋아했다. 작은 집은 라이언이 슬플 때는 피난처였고, 여러 문제들과 미래에 관해서 생각했던 곳이었으며, 그가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던 곳이었다. 라이언에게 가장 평화로운 장소였기에,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그는 집에 돌아올 적마다 이 작은 집에서 지냈다. 그리고 이곳을 맨디와 함께 공유할 날을 고대했었다. 집에 들어선 그는 맨디가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답다.” 맨디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속삭였다.

“난 이 작은 집을 정말 좋아해. 이곳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야.” 라이언이 설명하자, 맨디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럴 만한걸. 정말 멋진 곳이야.”

라이언이 맨디의 시선으로 보듯이 집 안을 둘러보았다. 맨디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둘은 여전히 손을 잡은 채로 정원의 다른 부분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문 옆의 다채로운 색깔의 쿠션들이 가득한 흰색에 근접한 베이지색 소파가 놓인 거실로 들어갔다. 옅은 색의 보일 커튼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움직였다.

맨디가 잡고 있던 손을 풀고서, 엷은 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선반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무 액자들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있었다. 라이언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의 모습과 농구 경기 중에 찍은 사진, 루크가 성장해가는 여러 모습들, 매케너 씨와 매케너 부인의 사진 그리고 맨디가 아직은 알지 못하는 라이언의 친척들이 있는 많이 참석한 가족 모임 사진이 있었다.

라이언이 사진들을 바라보는 동안, 맨디는 살며시 나무 위를 손으로 미끄러지듯 만져보았다. 옆에 서 있던 라이언이 맨디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바라보다가 움직임이 멈춘 곳을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주목을 이끈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내 사진이 있어.” 맨디가 놀라면서 말하자, 라이언이 웃었다.

“물론이지. 이곳에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모든 사람이 있으니까.”

맨디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맨디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녀가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듯한 기분을 라이언이 들게 해주는 것이 놀라웠다.

“고마워.” 라이언이 다가가자 맨디가 속삭였다. 라이언이 손으로 그녀의 얼굴 주변으로 액자를 만들고,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너는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이야, 맨디.”

맨디가 눈을 감고, 한숨을 쉬고는 다시 눈을 떴다.

“너도 나에게 그래.” 맨디의 말에 라이언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엌에 가서 바구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볼까? 나 너무 배가 고파.” 그의 말에 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부엌으로 가서 바구니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었다. 그리고 간식을 준비하는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난 너희 어머니가 너무 좋아. 정말 친절하셔.”

“어머니도 너를 예뻐하셔. 온종일 널 만나는 걸 고대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 라이언이 말했다.

“네 남동생도 아주 귀엽고.”

“착한 아이야….” 라이언이 탄산음료 두 잔을 따르며 말했다.

라이언이 두 형제가 겪었던 재밌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해 주자 맨디는 들으며 웃었고,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형제인데도 불구하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이언은 가족에게 애착이 있었고, 부모님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동생과도 잘 지냈다.

맨디가 샌드위치들을 쟁반 위에 올려놓는 동안, 라이언은 어머니께서 내일 읽으실 수 있도록 감사의 메모를 적어두었다. 좋은 가족들과 친근한 부모님을 둔 라이언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맨디는 어느 부분도 부족함이 없는 남자친구를 얻었다.

커플은 음식을 먹으며 대학교에 대해서 그리고 베어스팀을 농구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맨디를 소개했던 일과 그들이 좋아하는 일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라이언과 이야기하는 것은 수월했다. 그는 친절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주 재밌는 남자였고, 쑥스러워하는 맨디를 그의 곁에서는 아주 편안하게 만들었다.

점심 식사 후에, 그들은 거실로 돌아가서 폭신한 소파 위에 앉았다. 라이언이 그녀를 그의 품 안으로 당겨 안았다. 그리고 그들은 잠깐 조용해졌고, 라이언이 용기를 내어 다시 말을 꺼냈을 때까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그 순간을 즐겼다.

“음…. 맨디, 나 말하고 싶은 게 있었어…. ”

라이언은 맨디가 긴장하는 것을 느끼고서 곧바로 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야, 라이언? 너 오늘 아침부터 이상했어. 나에게 화라도 난 거야?”

“물론 아니지, 예쁜아.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나온 거지?”

맨디가 어깨를 으쓱했고, 라이언은 그녀를 더욱 꼭 안아주었다. 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 몇 개월 정도의 시간을 함께했잖아, 그렇지?"

"응."

"난 네가 좋아. 많이 좋아, 맨디. 나는 어떤 여자와도 이런 식의 관계였던 적은 없었어. 너는 나에게 특별하고, 네가 내 여자 친구였으면 좋겠어."

라이언이 용기를 잃기 전에 단숨에 말을 마쳤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은 항상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맨디의 앞에서는 진실할 것이라는 다짐을 한 후에 라이언이 계속해서 말했다.

"넌 내가 일어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고, 내가 잠들 때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사람이야. 나는 너와 손을 잡고 학교에 가고 싶어.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걱정하지 않고 원할 때 키스를 하고. 경기와 연습 할 때도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숨지 않고 너를 보고, 내 친구들에게 널 내 여자라고 소개하고 싶어.”

라이언이 모든 말을 한번에 말했다. 맨디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듣자, 라이언이 그녀의 얼굴을 그를 향해 돌렸다. 라이언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고, 마치 배를 주먹으로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가 말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맨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래 라이언. 네 여자 친구가 되고 싶어. 나는 다치는 것이 두려웠었어.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주고 나서 중간에 그 사람이 나를 포기할까 봐…. 하지만 상대가 너라면 그렇지 않아. 전에는 내가 누군가와 함께여서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 난 너에 대해서 완전히 틀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난 네가 그저 인기 많은 버릇없는 남자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너는,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나에게 보여주었지. 네가 커다란 마음을 가진 좋은 남자라는 걸 말이야. 넌 책임감 있고, 똑똑하고 재미있어.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날 대해주지….” 맨디가 말을 멈추고 라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라이언이 고개를 숙여 맨디에게 입을 맞췄다. 가벼운 입맞춤이었지만, 사랑이 가득했다. 라이언과 맨디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이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순간이라는 것을. 그것은 그들이 느꼈던 사랑에 대한 축하와도 같았다. 둘은 비록 아주 어렸지만, 그리고 두 사람의 앞에 나아가야 할 인생이 놓여 있었지만, 그들은 이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했다.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를 안은 채로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키스를 했다. 라이언이 그의 주머니 속에 두었던 선물이 갑자기 기억났을 때까지.

“나 너에게 줄 것이 있어.” 라이언이 일어나서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검은색의 상자를 꺼내었다. 맨디는 그것이 보석 가게에서 산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라이언이 자신에게 선물을 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그게 무엇이든 간에 굉장히 특별할 것이었다.

“이것은 네가 내게서 멀어지더라도, 우리가 함께 보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게 하려는 거야.” 라이언이 상자를 열었고, 선물을 확인한 맨디가 손을 입에 가져다 댔다. 가벼운 새틴 안에 자리 잡은 백금으로 된 목걸이가 있었다. 그것은 얇고 섬세한 발레 슈즈와 농구공 모양의 두 개의 펜던트가 달린 맨디의 목에 꼭 맞는 목걸이였다. 라이언의 센스와 펜던트들의 숨겨진 의미를 알고 기분이 좋아진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아, 라이…. 이럴 필요 없는데….”

맨디의 말을 가로막으며 라이언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어떤 감정이 그를 에워싸며 그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 나왔다.

“사랑해, 맨디.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 없었고 누구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어. 넌 나를 아주 행복하게 해…. 나는 항상 너와 함께이고 싶어…. 널 챙겨주고, 웃게 해주고, 보호해 주고, 내 인생을 너와 공유하고 싶어. 조금 이를 수도 있다는 거 알지만….”

이번에는 맨디가 그의 말을 방해했다.

“나도 널 사랑해, 라이언. 아주 많이.” 그녀가 말했고, 둘은 가벼운 키스를 했다.

라이언이 맨디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물러나서 다시 눈을 마주치자, 그가 아주 좋아하는 맨디의 입가에 생기는 미소가 그의 눈에 담겼다. 그리고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맨디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불 위에 남아있던 눈물의 흔적을 닦아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몇 초간 바라보았다. 맨디는 라이언이 다가오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고, 입술이 다시 닿았을 때, 그들은 전기 에너지에 휩싸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라이언은 경험이 없지 않았다. 그는 이런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고, 그가 참을 수 있을지 몰랐다. 맨디가 그녀의 손을 그의 목둘레에 감싸면서 키스가 깊어졌고, 그의 목 뒤로 맨디가 두 손을 맞잡았다. 라이언의 손이 그녀의 몸의 옆면을 배회했고, 그녀의 가까이에서 온기를 받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라이언이 그녀를 더욱 가까이 당겨서 그의 몸을 그녀의 몸에 가깝게 붙였다.

맨디는 그의 무릎 위에 앉아서, 그의 단단한 부분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닿는 감촉을 느꼈다. 라이언이 그녀의 목 주위에 키스를 하며 그녀의 어깨로 내려오자, 그녀의 원피스의 한쪽 끈이 풀어졌다. 그들의 숨결이 가빠졌고, 라이언은 자신을 통제하며 원피스의 끈을 제자리에 올렸다. 그들이 계속한다면 돌아오기 어려운 지점까지 가게 될 것이었기에, 그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진정시켰다.

“라이?”

그가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보고 맨디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라이언이 눈을 떴을 때, 맨디가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주위의 공기를 다 흡수하고 있는 듯했다.

“안녕, 내 사랑.”

그의 애정 어린 단어를 듣고서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만났던 여자들처럼 경험이 있지 않아.” 맨디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맨디. 그건 나를 신경 쓰이게 하지 않아.”

라이언이 짧게 기습 키스를 했고, 맨디의 몸의 온기가 그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너를 원해. 하지만 네가 준비되었길 바라. 얼마나 오래 걸리든지 상관없어. 난 기다릴 거야…. 왜냐하면 널 기다리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니까.”

“널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맨디가 확신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속삭이며 말하자, 라이언은 그녀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으려 고개를 저었다. 맨디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이어서 말했다.

“난 준비됐어, 라이언. 정말이야.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고, 지금 시점이 완벽한 것 같아.” 라이언의 눈이 놀라면서 커졌고, 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사랑, 정말이야?” 그가 물었다.

“난 네가 부담가지는 것을 원치 않아. 이러려고 너를 데려온 건 아니었는데.” 라이언이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확실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말했다.

“난 확신해.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너야. 난 널 사랑해.” 맨디가 속삭였고, 자신의 감정을 그에게 표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상황을 리드했다. 라이언은 맨디의 애정 섞인 말을 듣고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고,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며 진한 키스로 이어졌다. 둘은 격렬하게 서로를 껴안았고, 라이언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며,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히 여자와 자는 것이 아니었다. 한 남자와 그의 여자 사이의 사랑의 행위였다.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들의 젊음은 명백히 입증해 주었다. 맨디는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또한, 라이언도 맨디의 것이었다. 그의 몸과 영혼, 심장까지. 라이언이 움직임을 멈추고 조금 물러서자, 그녀는 입술이 벌어진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속삭이듯 묻는 맨디의 숨결이 거칠었고, 눈빛은 흐릿했다.

“너를 내 방으로 데려가려고.” 라이언이 그녀만큼이나 숨을 가빠하며 대답했다.

“하고 싶지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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