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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맨디의 물음에 라이언은 짓궂게 웃으며 몸을 구부려서 그녀의 목을 살짝 깨물었다.

“음.” 그녀가 낮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낮은 신음을 내자 라이언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라이언이 다정하게 물러나며 물었다.

“그렇지만 난 완벽하고 특별하기를 바라. 여기 소파 위에서가 아니라.”

맨디는 고개를 끄덕였고, 라이언의 가슴에 손을 올려 멈추게 했다.

“잠깐만.”

맨디의 요청에 라이언은 그녀가 마음을 바꾸었다고 생각하며 단숨에 행동을 멈추었다.

“그 전에, 목걸이를 차는 걸 도와줄 수 있어? 내 남자친구가 준 선물이거든.” 맨디의 요구에 둘은 함께 웃었다.

“물론이야, 예쁜아.”

라이언이 커피 테이블 위로 몸을 구부리고는 검은색 상자 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맨디는 뒤로 돌아서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고, 라이언은 그녀의 섬세한 목에 백금으로 된 목걸이를 두른 후 고리를 채워주었다.

라이언이 맨디의 목에 가벼운 키스를 하자, 그녀는 머리카락을 놓아서 내려오게 한 후에 그를 향해서 몸을 돌렸다. 라이언이 일어서서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고, 그녀의 짙은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펼쳐지도록 침대의 중앙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라이언은 숨이 찼다. 맨디가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그의 심장이 아파져 왔다. 욕망과 애착과 열정, 그리고 사랑 으로.

맨디가 미소를 짓자, 라이언은 척추의 맨 아랫부분으로부터 흥분의 전율이 목덜미까지 올라와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라이언은 침대에서 맨디의 몸 위를 덮으며 떨고 있는 그녀를 촉감으로 느꼈다. 라이언이 웃으며, 말을 하기 전에 그녀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

“난 너를 사랑해, 맨디.”

이 말을 큰 소리로 할 수 있다는 사실과 사랑을 선언할 때마다 맨디의 눈빛에 나타나는 반짝임을 보는 것이 기쁜 라이언이 반복해서 말했다. 라이언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으며 맨디의 입술에 다시 한번 키스를 했고, 더 깊게 애무했다. 그는 맨디의 얼굴 위에 연이어 키스하다가 그녀의 목에 다다랐다. 맨디의 낮은 신음이 들렸고, 라이언의 등을 계속해서 위아래로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이 그의 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는 여자에게 첫 경험이란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첫사랑과 계속 함께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맨디는 오늘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모든 여성은 이 순간이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순간일 수 있도록, 애인에게서 모든 애정과 배려, 그리고 헌신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특히 사랑하는 여자일 경우에,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라이언에게 있어서 다른 경험들은 전부 사랑이 없는 성관계였을 뿐이었기에, 라이언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강렬할 줄 몰랐다. 본능적인 욕망에서부터 깊은 다정함까지, 그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맨디의 목에 대고 깊이 숨을 들이쉬며, 그녀의 부드러운 향기가 그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라이언이 미소를 지었고, 손으로는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가까이 안아 들고서 그녀의 어깨라인을 깨물었다. 라이언이 다시 한번 키스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시작된 키스가 점차 서로에 대한 욕망을 반영하면서 깊어졌다. 그는 천천히 맨디의 부드러운 입술을 탐험하며, 그녀가 내어주는 것을 느꼈다.

맨디가 그의 목을 만지며 섬세한 손길로 그를 더 가까이 당겼다. 라이언은 그녀의 무언의 소리에 반응하면서 그녀가 얼마나 감미로운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섬세함과 순결함이 뒤섞여 있었고, 꽃 주위의 벌처럼 그를 곁에 잡아두었다.

라이언은 그들이 만난 이후로 맨디가 얼마나 성숙해지고 강해져 가는지 지켜볼 수 있는 게 참 좋았고, 자신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자랑스러운 감정으로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 맨디의 몸에서 나오는 온기로 따뜻해진 라이언은 여기가 그가 속한 곳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아름다워, 자기야.”

라이언이 맨디의 입술에 대고서 속삭였고, 그의 입술에 닿은 그녀의 입가에서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넌 내게 이런 기분이 들게 해.” 그녀가 눈빛이 열망의 불꽃으로 반짝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의심하지 마…. 넌 완벽해….” 라이언이 그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조금 떨어져서 말했다.

붉어진 그녀의 얼굴과 숨결로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 그리고 여러 번의 키스로 부어오른 그녀의 벌어진 입술이 그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라이언은 자제력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이 순간이 완벽하기를, 그녀에게 최소한의 아픔만을 주기를 원했다. 더 천천히 하기로 하며 라이언이 셔츠를 머리 위로 당겨서 맨가슴을 드러냈다. 맨디는 그가 셔츠를 입지 않은 모습을 수없이 봤었지만, 그녀의 초록빛 눈동자 속에 비친 그의 모습은 타는 듯 강렬했다. 라이언이 맨디에게 다시 키스를 했고, 그녀의 손이 그의 몸 옆구리를 어루만지는 것을 느끼자 그에게 강렬한 전율이 일었다. 그는 온 힘을 기울여서 맨디를 향한 타오르는 불길과도 같은 그의 충동을 억눌렀다.

‘천천히….’ 그가 맨디를 원하는 흥분을 억제하도록 노력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라이언의 손길이 그녀의 얼굴을 벗어나 목선을 따라서 그녀의 어깨로 그리고 입술로 옮겨갔고, 그 길목들에 키스 자국을 남겼다. 그제야 라이언이 그녀의 하늘빛 드레스의 끈을 내리며 그녀의 가슴으로 다가갔다.

맨디가 무릎 위에 혀의 감촉을 느끼자, 아치 모양으로 몸을 둥글게 휘며 그에게로 더욱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라이언의 두 손이 그녀의 작은 가슴에 닿았고, 드레스 위로 어루만졌다. 맨디의 거친 호흡을 느끼며, 라이언은 자신의 두 손이 걱정과 긴장감으로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알아챘다. 라이언이 맨디의 드레스의 앞쪽 지퍼로 손을 뻗었고, 끝부분까지 천천히 미끄러지듯 내렸다. 라이언은 맨디의 드레스를 양쪽으로 밀어 당기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떨리는 그녀의 몸이 드러나도록 옷을 벗겼다.

“아름다워.” 라이언이 다시 한번 속삭이며 그녀의 몸에 키스했고, 그의 손이 그녀의 완벽한 몸의 곡선을 따라갔다. 라이언은 맨디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라이언은 마치 정신을 잃은 것 같았고, 그의 초점은 맨디의 가슴과 배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여린 살결의 감촉, 그리고 그녀가 자극하는 욕망과 느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완전히 어두웠으며, 오직 침대 뒤의 창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달빛만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오직 그들이 느끼는 기쁨을 반영하는 신음만이 울렸고, 두 사람의 귓가에는 음악처럼 들렸다.

맨디는 서서히 초반의 수줍음은 잊으며 그녀의 감각에 온전히 항복했다. 애무는 더욱 강렬해졌고, 그들은 자연적인 본능에 따라서 욕망을 허락하며 사랑이 그들의 움직임을 이끌도록 했다. 라이언이 바지를 벗을 수 있을 정도로 물러나려고 하자, 맨디가 그의 손을 잡아서 그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맨디는 그의 숨이 턱 막히게 만드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의 바지 단추를 풀었고, 지퍼를 내리며 그를 더욱더 괴롭혔다. 그는 맨디의 도움을 받으며 바지를 벗어 바닥으로 던진 후, 이미 지퍼가 열려서 우아한 속옷이 드러난 그녀의 드레스를 같은 방식으로 벗겼다.

라이언이 맨디의 몸 위로 누웠고, 약간의 틈을 제외하고 서로의 몸이 붙어있었다. 두 사람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게 되었을 때, 라이언이 침대 옆의 탁자에 다가가 몸을 구부려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콘돔을 꺼내었다. 다시 돌아온 라이언이 맨디의 눈을 바라보며, 그가 내면에서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을 언어로 설명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라이언에게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로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면, 그는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맨디가 그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또 중요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지 표현할 수 있다면. 하지만 라이언에게 그런 재능은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푸른 눈동자에 나타난 욕망과 사랑이 똑같이 담긴 그녀의 녹색 빛의 눈을 마주 보고 있노라면, 말하는 것을 단념하게 되었다. 라이언이 단순한 언어를 선택하면서 말했다.

“널 사랑해, 맨디.”

맨디가 미소를 짓자, 라이언의 눈빛은 행복감으로 빛났다.

그는 맨디의 입술에 키스를 했고, 순간의 열기에 압도된 그녀를 다시 한번 쓰다듬었다. 둘은 감촉과 느낌들, 키스들과 애무를 하고 무는 열정의 폭풍 속에서 길을 잃었고, 서로를 향한 너무나 아름다운 감정 속에서 온전히 항복했다. 라이언의 손이 애무 때문에 몸을 비틀고 있는 그녀의 중요한 부위에 닿았다. 그는 맨디가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처녀막에 닿았을 때 아프게 하지 않게 하려 조심하며 그의 몸을 그녀의 몸에 합했다. 라이언은 맨디의 몸이 그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잠시 멈추었고, 그녀의 얼굴과 입술 그리고 목 위에 입맞춤했다.

그녀가 안심하는 것을 느낀 라이언이 아주 천천히 앞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열정이 그를 에워싸자 그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동시에 서로의 몸에 필요한 안정감을 유지하려 애썼다. 통증이 지나가는 순간 맨디가 몸을 구부렸고, 쾌락으로 가득한 그녀의 신음이 더욱 커졌다. 그 순간이 그녀에게 확실히 완벽하도록 라이언은 최선을 다해서 그의 쾌락을 참으려 노력했다. 열정으로 감싸져서 클라이맥스로 이어진 맨디의 몸이 그의 몸 주위에서 수축했을 때까지. 라이언의 몸이 반응하며 그녀와 함께 동시에 절정에 달했고, 그녀를 향해 느끼는 열정과 사랑에 압도되었다.

이 순간만큼 라이언에게 감동을 주는 관계는 처음이었다. 맨디는 그에게서 사랑과 보호 그리고 배려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와 함께라면, 교제하는 것과 굴복하는 것 모두가 두렵지 않았다. 라이언은 자신이 음악가였다면 그녀를 위해 곡을 쓰고, 시인이었다면 그녀를 시의 구절에 묘사하고, 예술가였다면 그녀를 화면 위 불멸의 작품 안에 담고 싶을 만큼 그녀를 꿈에 그리던 소녀라고 느꼈다.

맨디는 완벽했으며 아름다웠고, 라이언은 그녀를 곁에 둔 것에 대해 행운이라고 느끼며, 그녀에게서 받은 아주 순수하고 강렬한 진실된 사랑을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두 사람은 숨결이 안정되어 가는 동안, 그곳에서 조용히 포옹을 한 채 그대로 있었다. 그가 맨디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는 동안, 그녀는 라이언의 가슴 위에 기대어 누워 그의 단단한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라이언이 몸을 구부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입맞춤하며 물었다.

“너 괜찮아?”

맨디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초록빛 눈동자는 흐릿했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얼굴에는 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것이 가능할지 몰랐지만, 그녀는 더욱더 아름다웠다.

“나 괜찮아.” 맨디가 대답하면서 통증으로 움찔했다.

“...아파.”

그녀가 웃으며 다시 말하자, 라이언은 가슴에 찌르는 듯한 작은 통증을 느끼며 그녀를 아프게 한 데에 대한 책임감이 들었다. 라이언의 눈빛에 담긴 걱정을 알아채지 못한 채, 맨디가 다시 머리를 그의 가슴 위에 기대었고, 그 순간 라이언에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라이언이 맨디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몸을 떼자, 맨디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라이언은 웃으며 눈을 깜박인 후에 화장실로 향했다. 콘돔을 버리고 필요한 준비를 마친 라이언이 타월로 몸을 감싼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침대를 향해서 다가왔다.

“뭘 하려는 거야, 라이?” 맨디가 물었고, 라이언은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를 품에 안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맨디가 약간의 눈물을 흘리며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욕조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라이언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따뜻한 거품 물속에 내려놓았다.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목욕을 하는 맨디의 표정에서 안도감이 보였다. 라이언은 욕조 안으로 들어가서, 그녀의 뒤에 자리를 잡고 스펀지를 들었다. 라이언이 물비누를 누른 후 그녀의 등에 발랐고, 일정한 움직임으로 팔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가다가 그녀의 가슴에 닿았다. 라이언의 손길은 애정 어린 것이었고, 에로틱한 느낌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녀에게 회복과 휴식을 주기 위한 시간이었다. 화장실은 침실과 함께 작은 집의 2층에 있었고, 화장실 안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욕조 안에 있을 때에만 하늘이 보였다. 그날 밤은 특별하게도 밤하늘이 보름달과 별들로 뒤덮여 빛나고 있었다. 사랑과 열정의 속삭임에 푹 빠진 그들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시간이 꽤 흘렀다. 욕조 물이 식기 시작했고, 라이언은 그녀가 졸려 하는 것을 눈치챘다.

“이리 와, 자기야.”

그는 맨디를 일으켜 주었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그녀를 감싸주었다.

라이언이 자신에게도 똑같이 한 후에 커플은 욕조 밖으로 나왔고, 그가 욕조 물을 비우는 동안 맨디가 몸을 닦고 나가자 그도 뒤따랐다. 방으로 돌아간 라이언이 모퉁이에 있는 탁자 위의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꽤 늦었다. 라이언은 저녁 식사 후에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아직도 그녀를 보내지 않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속옷을 입었고, 맨디가 드레스를 다시 입기 전에 라이언은 조금 더 그녀를 안고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그녀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라이, 나 여기서 못 자.” 맨디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는 나른했다.

“쉿…. 나도 알아.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어.”

라이언의 몸에 닿은 채로 그녀는 꼭 안겨있었고, 그는 이불을 당겨서 두 사람의 몸을 감쌌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을 통해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면서, 맨디가 잠잠해질 때까지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그의 시선이 맨디에게 향했을 때 그녀는 막 잠이 들으려 하고 있었다. 라이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참지 못하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신데렐라.”

“나도 널 사랑해, 나의 백마 탄 왕자님.”

제 12 장

맨디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방 침대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까지 연신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맨디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몸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라이언과 함께했던 지난 밤 그러니까 라이언이 공식적으로 그녀에게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후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며 열정에 항복했던 그 마법 같았던 밤이 떠올랐다.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진정으로 여자가 되었고, 단 한 번도 꿈속에서조차 그녀의 첫 경험이 이런 것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맨디는 사람들에게서 첫 경험은 몹시 아플 거라고, 많은 통증 이 있을 거라고 여러 번 들어왔었다. 기분이 불쾌하고 피가 나오며, 첫 경험을 함께한 남자는 대부분 그 이후로는 여자에게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라이언과의 경험은 정반대였다. 약간의 통증은 느껴졌지만, 견디기 힘든 건 없었다. 라이언의 모든 행동과 어루만지는 손길, 그리고 로맨틱함은 불편한 느낌이 잘 지나가도록 했다. 맨디는 오직 그에게만, 그가 자극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사랑의 행위를 한 후, 둘은 함께 작은 집에서 잠이 들었다가 새벽 두 시 반쯤에 깨어났고, 그때 라이언이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었다. 그는 맨디를 보내주기 싫다고 살짝 투덜거렸지만, 두 사람은 내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로 충만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 맨디의 휴대전화에서 문자가 왔다는 알림음이 울렸고, 그녀는 용기를 내어 침대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 오전 10:32분

라이너 매케너로부터

어맨다 썸머스에게

좋은 아침이야, 신데렐라. 잠은 잘 잤어? 난 네가 너무 보고 싶어. *_*

우리가 밤에 프로비던스로 돌아가는 것에 동의했었지만,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정오에 널 데리러 너희 집에 들를게. 놀랄만한 일이 있는데, 네가 좋아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내 사랑.

맨디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그의 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고, 놀랄만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일요일 10:35분

어맨다 썸머스로부터

라이언 매케너에게

좋은 아침이야, 자기. 나도 네가 많이 보고 싶어. <3

놀랄만한 것이 뭔지 말해주지도 않을 거야? 나 너무 궁금해!!

그리고 답장이 왔다.

월요일 10:36분

라이너 매케너로부터

어맨다 썸머스에게

절대로 ;)

어맨다가 웃음을 터트리며 일어나서 샤워를 했고, 놀랄 만한 일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맨디는 가방을 챙겨 준비를 마친 후에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지난밤 일을 기억하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맨디는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거울을 본 듯 그녀와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엄마.” 맨디가 인사를 하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썸머스 부인을 바라보았다. 둘만 남겨진 이후로 어머니는 자주 웃지 않았었는데, 지금처럼 행복해 보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오, 좋은 아침이야, 내 딸! 얼굴이 참 좋아 보이네.”

“마치 엄마처럼요.” 맨디의 대답에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어젯밤에 데이트는 어떠셨어요?”

“아, 맨디…. 그건 데이트는 아니었어.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여고생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구나.” 썸머스 부인이 얼굴을 붉히며 부인했다.

“엄마, 요즘에 여고생이라는 말은 잘 안 써요.” 맨디가 눈을 굴리며 말했고,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물론 데이트였단다, 로버트는 잘생겼고. 난 그를 좋아해.” 썸머스 부인이 딸에게 다가가 그녀를 당겨서 포옹하며 말했다. 썸머스 부인은 어젯밤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로버트 씨를 만나서 데이트를 했었다.

로버트 씨는 썸머스 부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남자로 사별했고 아이는 없었는데, 사무실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가끔 있었던 몇 번의 회의 이후에 썸머스 부인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다. 맨디는 로버트 씨가 어제 어머니를 데리러 왔을 때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 두 모녀가 잘 지내는 것을 바란다던 로버트 씨는 맨디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맨디는 어머니께서 사랑받을 특별한 누군가를 만날 만큼의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생각했다.

“괜찮았어.” 앨리스 썸머스 부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 멋져요, 엄마! 그분 좋았어요? 계속 데이트하자고 요청은 하던가요?”

앨리스 씨는 연인관계에 대해서 딸에게 당당히 공유하는 것에는 익숙지 않았기에 너무 많은 질문에 부끄러워했다.

“맨디!”

“저는 엄마의 데이트가 좋았는지 알고 싶어요. 그리고 나의 엄마이니까, 행복하기를 바라요.”

그녀는 놀라며 딸을 바라보았다. 썸머스 부인은 딸이 자신의 연애를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왜 그래요? 제가 엄마의 데이트를 방해라도 할 거로 생각하셨어요? 당연히 아니에요, 엄마.” 맨디가 덧붙이며 말했다.

앨리스 씨는 긴장을 풀며 딸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주면서 어제 레스토랑에 갔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았고, 앨리스 씨가 딸에게 고백했다.

“나도 그를 좋아한단다, 딸아. 그렇지만 나는 네 걱정을 많이 했었어.”

“저를요? 그런데 왜요?” 맨디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빵을 먹는 것을 멈추고 물었다.

“아….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 혹은 내가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네가 좋아하지 않을까 봐.”

맨디가 어머니를 향해 몸을 돌리고 그녀의 팔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엄마, 이제는 특별한 사람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만큼의 시간이 지났잖아요. 저는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엄마에게 좋은 일에는 절대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만일 로버트 씨가 보이는 것과 같이 좋은 사람이고 엄마와의 연인관계를 원한다면, 저는 그분을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고, 오히려 그 반대에요.”

딸의 애정 어린 마음에 감동한 중년의 여성은 미소를 지었고, 작았던 아이가 얼마나 성숙해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이혼 후에 앨리스는 한 번도 다른 남자와의 관계의 진전을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었는데, 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난 여러 해 동안 딸을 위해서 살아왔고, 이제는 맨디가 대학교에 입학하자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또한, 로버트 씨는 아주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였고, 딸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이제 앞으로의 인생을 향해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자, 내 얘기는 충분히 했고. 난 너와 라이언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그의 집에서는 어땠니?”

그녀의 물음에 맨디의 얼굴이 부드러워지며 눈에서 빛이 났다.

“오, 엄마…. 그는 저에게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요청했어요.”

맨디가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 관한 생각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조금은 옛날 스타일 같지만요.” 맨디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아니지. 너희들 정말 예쁘구나. 축하한다, 얘야! 네가 그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게 라이언의 눈빛에서 명백히 드러난단다.”

썸머스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눈치챈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일도 있었니?”

맨디가 침착하게 눈을 뜨며, 그녀가 긴장될 때마다 하는 버릇인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네가 말하지 않은 다른 일도 있었어? 말해도 된단다, 딸아. 듣다가 지루해하지 않을게.” 앨리스 씨가 웃으며 말하자, 맨디가 눈을 감고서 심호흡을 한 후에 단숨에 말을 내뱉었다.

“어떤 일 이 있었어요, 엄마. 하지만 의도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시기가 알맞았던 것 같았고요….” 앨리스 씨가 딸을 진정시키려 팔에 손을 얹으며 말을 가로막았다.

“이런, 진정하렴. 걱정하지 마, 딸아. 그때 시기가 적당하다고 느껴졌었다면, 진전시키기를 잘한 거야. 넌 사랑을 하고 있구나. 네가 호기심을 가지고 관계를 깊어지게 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는 다정했니?”

맨디는 더욱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콘돔은 사용했니? 이건 굉장히 중요해, 딸아….”

“엄마!”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앨리스 씨의 말을 가로막았다.

“난 진심이야. 네 나이에 남자친구와 관계가 진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너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원치 않는 임신이나 질병을 피해야 해. 내 생각에는 안전하도록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진료 예약을 잡아서 피임약을 처방해달라고 해야 할 것 같구나.”

앨리스 씨가 부끄러워하는 딸을 바라보며 웃었다.

“불편해하지 않아도 돼. 원하는 데로 모두 다 엄마에게 말해도 돼.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두려워할 필요 없단다. 나는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야, 딸아.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세상이 너에게 친절하기를, 그리고 너에게 좋은 시간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단다. 물론 내가 할머니가 되는 것도 정말 좋겠지만, 아직은 조금 시기가 이른 것 같구나.”

앨리스 씨가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맨디가 손을 목에 얹고서 손가락 끝으로 목걸이 줄을 만지며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그가 무얼 줬는지 보세요, 엄마.”

앨리스 씨가 잠시 펜던트를 바라보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맨디, 정말 아름답구나!”

“라이언이 우리가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한 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라고 했어요.”

“로맨틱한 소년이로구나?” 앨리스 씨가 맨디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

“이 순간을 즐기고, 행복하게 지내렴.”

그녀가 검지 손가락 끝으로 맨디의 코를 살짝 만졌다.

“난 라이언이 너무 좋아요.” 맨디가 말하자 앨리스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좋단다.”

앨리스 씨가 일어나서 딸의 머리 위에 입맞춤한 후, 커피를 더 가지러 갔다.

“오늘은 뭐할 거니? 라이언이 그의 부모님께 오늘 우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실 건지 물어보았니?”

“오늘 우리가 뭘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밤까지 여기에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라이언이 저를 위해 놀랄만한 걸 준비했다고 했어요.”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라이언일 거라고 예상하며 맨디가 문을 향해 달려갔다. 놀랍게도 맨디가 마주한 사람은 로버트 씨였는데, 그는 한 손에는 장을 본 가방을 들고 다른 손에는 바게트를 들고서 문을 열던 중이었다.

“로버트 씨,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맨디가 그를 미소로 맞이하며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현관에 불편한 듯 서 있는 회색 머리카락의 그 남성은 키가 컸고,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맨디는 50대로 보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 어맨다…. 음…. 나는 너희 어머니에게 커피를 마시러 오라는 초대를 하려고 들렀단다”.

“마침 잘 오셨어요. 엄마는 부엌에 계세요. ”

맨디가 복도 쪽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그에게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부엌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죠?”

로버트 씨가 고개를 끄덕였고, 맨디가 말을 이었다.

“저는 이제 준비를 마저 해야 할 것 같아요. 라이언이 곧 도착하거든요.”

맨디가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계단으로 향했고, 절반쯤 가다가 그를 불렀다.

“로버트 씨?”

“응?”

“아저씨가 저희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시는 한, 전 언제나 아저씨와 동맹일 거예요.”

맨디가 말하며 윙크를 하자, 로버트 씨가 놀랐다.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거란다, 어맨다.”

“맨디라고 불러주세요. 제 친구들은 그렇게 부르거든요.” 맨디가 로버트 씨에게 서로의 친목을 공고히 하며 제안했다.

로버트 씨가 다가와서 맨디의 볼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고맙구나, 맨디. 네 말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구나.”

맨디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로버트 씨가 부엌으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맨디가 가장 원하는 것은 어머니께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하는 것이었고, 특히 그녀가 집에서 살고 있지 않은 지금은 더욱 그랬다.

맨디가 준비를 마치러 위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라이언이었다.

“예쁜 내 여자 친구, 좋은 아침이야.”

라이언이 맨디의 같이 환한 미소와 빛나는 눈빛과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아침이야, 남자친구.”

달콤한 입맞춤을 하려는 라이언의 입술이 닿았을 때 그녀가 대답했다.

그들이 걸어 들어가는 동안, 남자친구 라는 말을 입으로 속삭이며 만끽하는 맨디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준비됐니?”

“응, 나는 내 물건들을 가지러 가려던 참이야. 우리 어디에 가는 거야?” 맨디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서프라이즈야.”

“아, 하지만 라이….”

“내가 말해주면 더는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

라이언이 다시 한번 맨디에게 입맞춤을 한 후에 웃으며 말했다.

“나의 장모님은 어디에 계셔?”

맨디는 라이언이 굉장한 영광이라는 듯 자랑스럽게 나의 장모님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진심이었다. 라이언은 가정적인 남자였고, 여자 친구의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성격을 갖추고 있었기에, 맨디는 그런 그와의 관계가 더욱더 특별한 것이었다.

“부엌에 계셔. 그리고 소리를 내야 해. 왜냐하면, 로버트 씨도 그곳에 계시거든. 두 분이 키스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녀의 대답에 라이언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너의 이런 분위기를 참 좋아해, 맨디.”

“난 너의 모든 게 좋아, 잘생겼지.” 두 사람의 더욱 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라이언이 부엌으로 가는 동안, 맨디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운동화를 신고 가방을 들고서, 마지막으로 거울로 확인을 한 후에 라이언에게로 갔다.

“라이, 우리는 이제 가볼까?”

세 사람이 함께 함께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부엌으로 들어서며 맨디가 물었다.

“어서 와, 예쁜아.” 라이언이 대답하며 그의 장모님에게 돌아섰다.

“앨리스 씨,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이야, 라이. 맨디를 잘 챙겨주렴.”

앨리스 씨가 눈을 깜박이며 대답한 후, 일어나서 라이언과 딸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

“좋은 여행 되렴, 얘들아. 운전 조심하고.”

“안녕히 계세요, 엄마. 알겠어요.”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맨디의 궁금증이 커졌다.

‘엄마가 뭐라고 했기에 라이언이 감사하다고 하는 걸까?’

“저기, 라이언. 왜 우리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한 거야?” 그들이 차 안에 앉았을 때, 맨디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어머님의 허락.” 라이언이 트럭을 운전하면서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님의 허락 말이야, 예쁜아. 내가 너희 어머니께 너와 데이트를 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거든.”

라이언의 미소에서는 빛이 나는 듯했다.

“정말?”

맨디는 놀랍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이지. 내가 너희 어머니께 말씀드리지도 않고 너와 데이트를 할 거로 생각했어? 나의 의도는 이렇듯 항상 최고지. 물론 장모님이 안 된다고 하셨다면 난 당연히 ….” 라이언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했을 건데?”

맨디가 눈썹을 동그랗게 올리며 물었다. 라이언이 차 안의 오디오를 틀자, 맨디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인 포유투 밴드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라이언이 도로에서 재빨리 시선을 돌려 맨디를 바라보았고,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나쁜 남자 의 면을 내보이려 했지…. 난 결국 네가 없으면 안 되니까.”

“난 네가 백마 탄 왕자님인 줄 알았는데.” 맨디가 거만한 어조로 말하자, 라이언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았니? 모든 백마 탄 왕자들에게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나쁜 남자의 면모가 있지.” 라이언이 맨디를 향해 눈을 깜빡였고, 둘은 웃으면서 길을 떠났다.

제13장

맨디가 캠퍼스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의 출구를 발견했을 때, 두 사람은 거의 두 시간째 보스턴에서 로드아일랜드주의 수도인 프로비던스로 연결되는 I-95 도로 위에 있었다. 라이언은 가야 하는 길을 지나치며 그대로 도로 위에 머물렀고, 맨디는 그가 준비했다고 하는 서프라이즈에 대한 호기심에 휩싸였다.

“우리 출구를 지나쳤어!” 맨디가 점점 멀어져가는 도로의 표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가 라이언을 향해 몸을 돌리자, 그는 약간의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감정 없는 표정으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맨디가 눈썹을 올리며 라이언을 바라보자, 그는 도로 위에서 재빠르게 시선을 돌려서 그녀를 보고 웃었다.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어.” 라이언이 말하며, 다시 앞에 있는 도로에 집중했다.

“그리고, 난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지 않을 거야. 거의 도착했으니까 알게 될 거야.”

맨디가 장난스레 코웃음을 치며 뿌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자 라이언은 더 크게 웃었지만, 계속해서 비밀을 유지했다. 맨디의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15분쯤 지난 후 라이언은 로드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으로 알려진 켄트 카운티에 있는 도시인 워릭으로 가는 출구로 향했다. 라이언이 번화가를 향해서 운전하는 동안, 맨디는 한 번도 이곳에 와본 적이 없었기에 역사적인 해안가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느라 주의가 산만해졌다.

라이언이 트럭을 주차할 공간을 찾은 후에 맨디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고, 둘은 서로의 손을 잡고 번화가를 향해서 걸어 내려갔다. 라이언이 콘서트홀이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동안, 그녀는 처음으로 이 도시를 발견하게 된 것에 대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여길….” 맨디는 말을 꺼내자마자 표지판을 보고는 다시 말을 멈추었다.

‘오늘 단 하루의 기회 호주 밴드 포유투 의 공연.

티켓 매진!!’

맨디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의 이름을 읽고서 눈이 빛났지만, 이내 티켓이 매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포유투 밴드는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팝 그룹이었고, 인터넷을 통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네 명의 남자들은 호주 시드니 출신으로, 유투브 채널을 개설하여 유명한 아티스트의 영상을 리메이크했다. 팬들은 밴드가 곡들을 작곡해서 선보이기 시작하자 몹시 기뻐했고, 그 후 빠른 속도로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밴드이자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밴드가 되었다. 그들이 세계 투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맨디는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있었지만, 이미 공연을 하는 줄은 전혀 몰랐었는데, 그러니까 밴드가 바로 이곳 그녀의 고향 가까이에 온 것이다.

티켓이 더 남지 않았다는 정보를 완전히 무시한 채, 라이언은 계속해서 공연장 쪽으로 걸어갔다. 맨디가 손가락으로 그의 손을 누르며 주의를 끌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맨디가 그를 멈춰 세우며, 안타까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더는 판매할 티켓이 없다는데.”

그녀가 표지판을 가리켰지만, 라이언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웃었다.

“알아.” 그가 대답하며 계속해서 걸었다.

“하지만….”

맨디가 이의를 제기하자 라이언이 다시 멈추어 서서, 검지를 그녀의 입술 위에 가져다 대었다.

“쉿. 마음 편히 즐겨.” 그가 속삭이며 눈을 깜빡이고는, 맨디에게 따라 걷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할 틈을 주지 않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콘서트장의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맨디는 주위를 둘러보며, 관객들이 밴드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공연장의 입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입장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몇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곧 시작될 공연을 볼 준비를 하며 아이돌의 가장 유명한 히트곡을 부르고 있었다.

라이언이 그녀를 공연장의 앞쪽으로 안내했고, 그들은 정문 입구에 다다른 후 조금 더 걸어서 옆 측에 있는 공연장 입구로 연결되는 좁은 길로 들어섰다. 공연장의 무대 뒤처럼 보이는 곳에서 무얼 하려는 건지 궁금해하는 맨디의 눈이 점점 커지며 입술이 벌어졌다. 하지만 라이언은 그녀의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서, 옆문으로 다가가 그곳에 서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라이!” 어떤 소년이 라이언의 이름을 부르며 미소를 지었다.

“토미” 라이언이 대답하며, 소년과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이쪽은 어맨다야, 내 여자 친구.”

마침내 라이언이 맨디를 향해 돌아서며 자랑스럽게 그녀를 소개했다. 그러자 소년의 눈빛이 맨디를 인식하며 빛났다.

“아, 그 유명한 맨디.”

소년은 얼굴에 환한 미소와 함께 맨디에게 손을 내밀었고, 맨디가 눈썹이 올라간 채로 답인사를 건네는 동안, 그는 악수하는 맨디의 손을 꽉 잡은 후에 라이언에게 돌아섰다.

“여기 있었네. 공연장의 VIP 좌석의 자격을 가진 두 분이 말이야.” 소년이 라이언에게 명찰을 건네주며 말했다.

“너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자 라이언의 말을 흩으려는 듯 토미가 공중에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

“우리 아버지께서 베어스팀의 결승전을 특석에서 보게 될 거라는 말에 열광하셨어.“

“우리 부자는 열렬한 농구팬이거든.” 토미가 맨디에게 돌아서서 윙크하며 말하자,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가봐야 할 시간이네.”

라이언이 명찰이 달린 끈을 맨디의 목에 걸어준 후에 자신의 목에도 걸었다. 맨디가 목에 둘린 흔들리는 카드를 집어 들어서 공연의 VIP 구역 자격증에 적힌 라이언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커진 눈으로 라이언을 돌아보았다.

“정말이야?”

맨디의 물음에 라이언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토미가 안내해 준 복도를 지나 내려갔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지.” 두 사람은 동시에 말하며 웃었다.

“어떻게 알았어?”

복도를 꽉 채운 사람들 사이를 서두르며 지나가는 동안 맨디가 라이언에게 물었다.

“아마 내 생각엔, 네가 이 밴드의 음악을 매일 수 없이 들었던 것이 나에게 좋은 힌트가 되었던 것 같아.” 라이언이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좌석으로 향하는 길에 맨디가 조심하며 발걸음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녀는 무대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둘은 좌석에 앉았고, 맨디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난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질 않아. 그리고 이 자리라니? 세상에! 포유투 밴드를 볼 날을 나는 평생 기다려왔다고!”

“내 여자에게는 오직 최고만을 줄 거야.”

라이언이 가까이 몸을 기울여서 맨디의 귀에 속삭이고는 웃었다.

“지난 학기에 토미와 몇 과목 같은 수업을 들었어. 좋은 친구야. 그의 아버지께서 이 공연장의 소유주이셔서, 몇 번이나 나에게 공연을 보러오라고 초대해주셨었는데 한 번도 온 적은 없었어.”

라이언이 맨디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에, 목소리가 들릴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떼고서 말했다.

“이 공연에 관한 소식을 듣고 내가 토미에게 보답으로 베어스 경기의 티켓 두 장을 주었어. 토미와 그의 아버지는 스포츠 팬이지만 일 때문에 경기를 보지 못했었거든.” 맨디가 라이언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내 서프라이즈를 좋아해 줘서 기뻐.”

“굉장해.”

맨디가 대답하자, 이어서 말을 할 겨를도 없이 가득 찬 공연장의 조명이 꺼졌고, 관객들은 소리를 질렀다. 푸른 불빛들이 깜빡이며 소리 때문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맨디의 심장이 아주 빨리 뛰고 있었다. 곧이어 모든 관객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두 사람도 그곳의 에너지에 휩쓸려 함께 일어났다.

“좋은 오후에요, 워릭의 팬 여러분!” 밴드의 리더 목소리가 들렸고, 관객들 사이에서 그의 호주 억양이 울려 퍼졌다.

“저희는 포유투 입니다. 그리고 공연이 이제 시작합니다!”

***

“정말 믿기지 않아, 라이!” 밴드가 잠시 무대에서 내려가 있는 동안 맨디가 라이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외쳤다. 그 후로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뛰고 웃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밴드의 공연은 맨디가 꿈꿔오던 것 그 이상이었고, 함께 있는 라이언까지 오늘 오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준 이유였다. 라이언이 멈추어 서서 팔로 맨디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가 발레를 할 때처럼 발끝으로 서도록 그녀를 들어 올렸다.

“놀라운 하루였어. 왜냐하면, 너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어.”

라이언이 빛나는 눈빛과 환한 미소로 맨디를 향해서 얼굴을 기울이고 입맞춤하기 전에 속삭였다. 달콤한 키스로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고, 맨디는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맨디는 사랑이 이런 것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행복감을 느꼈고, 이 행복이 떠나가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그녀는 경험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인생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평범한 소녀가 되고 싶었고, 절망적인 과거에 대한 악몽이라거나 여전히 마음속에서 타고 있는 듯한 상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허락해주고 싶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졌고, 라이언이 얼굴을 기울여 서로의 이마를 닿게 했다.

“난 널 사랑해, 어맨다 썸머스. 너를 정말 사랑해.” 라이언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느끼며 말했다.

“나도 널 사랑해, 라이언 매케너.” 맨디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라이언의 가슴에 찌릿한 흥분을 일으켰고, 그는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맨디를 다시 한번 안고 키스를 했다.

제 14 장

문학사 수업 시간 동안 라이언과 맨디는 오만과 편견에 대한 과제를 이어서 했다. 라이언이 발췌된 자료에 표시하면서 중요한 문구들을 강조하는 동안, 맨디는 제인 오스틴이 아내 또는 어머니의 역할만이 유일하게 여성에게 허용되었던 시대에 용감한 젊은 여성들과 함께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와 여성에 대한 권리 부여, 페미니즘과 같은 현 시대적 주제를 다루었던 것에 대해서 읽으며 그녀가 얼마나 시대를 앞섰는지 놀라워했다.

그들은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에 캠퍼스 구내식당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늘은 두 사람이 실제 커플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첫날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저 두 사람을 놀란 듯이 쳐다보았지만, 어떤 언급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라이언이 점심시간 동안 맨디의 옆에 앉아서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자, 대학교의 험담 센터가 일을 아주 열심히 한 덕분에 곧 전교생이 베어스팀의 스타와 수줍음 많은 발레리나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메이가 강의실 사이의 복도에 서있는 맨디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팔짱을 꼈다. 그들이 함께 걷는 동안 맨디가 계속해서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맨디…. 너도 눈치챘니?”

“뭘 눈치챘냐는 거야?” 메이의 물음에 맨디가 눈썹을 올리며 반문했다.

“내 생각에는 네가 대학교의 새로운 스타가 된 것 같아.”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맨디가 표정을 찡그리며 물었다.

“직접 주위를 둘러봐.”

둘은 멈추어 섰고, 맨디가 침착하게 주의를 둘러보더니 그제야 어떤 장면을 발견했다. 건물 안의 홀에는 몇몇 여학생들이 맨디와 아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청바지에 각기 다른 밴드의 티셔츠들을 유니폼처럼 맞춰 입었고, 그 위에 체크무늬 셔츠까지 걸친 학생들도 있었다.

심지어 서너 명의 소녀들은 맨디가 입었던 발끝으로 서 있는 발레리나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각기 다른 색상으로 입고 있었다.

“메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니?” 맨디가 여전히 놀란 채 친구를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 메이가 멈추어 서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들었다.

“너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몇 명이야?” 메이가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서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물었다.

“모르겠는데…. 삼십 명 정도?”

맨디가 고심하는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웃었다.

“와우.” 메이가 중얼거리자, 맨디는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뭔데 그래?”

“지금은 너에게 거의 만 명의 팔로워가 있어. 넌 인플루언서가 된 거야!”

“뭐? 어떻게 그래?”

어맨다는 어떻게 만 명의 사람들이 그녀를 알게 된 건지 생각하며 메이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뺏었다.

“만 명의 팔로워들도 말도 안 되는 숫자라는 거 아는데…. 이틀 만에 네 계정의 팔로워 수가 삼십에서 만으로 늘어난 걸 고려한다면…. 계속해서 늘어날 거야. 그건 확실해.” 메이가 말한 후에 곧이어 얼굴을 찡그렸다.

“네가 적어도 옷장을 좀 채우라고 했던 나의 조언을 따랐다면 좋았을 텐데.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체크무늬 셔츠를 입는 건 고통스러울 거야.” 메이가 친구의 손을 꽉 잡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난 이해가 안 가, 메이…. 왜 이렇게 된 거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넌 뭔가를 했지. 너는 라이언 매케너의 여자 친구가 되었고, 대학교 여학생들 열 명 중에서 열 명 모두의 꿈이지. 딘과 함께여서 기쁜 나는 제외하고 말이야.” 메이가 대답한 후 윙크를 하며 웃었고, 여전히 조금 어리둥절한 상태의 맨디도 함께 웃었다.

맨디는 이제 유명해지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비록 그것이 단지 라이언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녀는 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관심이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맨디는 소셜 미디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리라는 것도 예상치 못했었다.

두 사람은 건물을 가로질러 가서 메이의 강의실 앞에서 멈추었다. 작별 인사를 하며 점심시간에 만나자고 약속을 한 후, 맨디는 경제학 수업에 들어갔다. 그녀는 평소보다 마음이 더욱 산란해지면서, 모든 일에 관한 생각에 잠겼다. 메이의 말에 의하면, 맨디는 모든 여학생의 꿈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물론 메이의 꿈이기도 했다.) 맨디는 여전히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할지 몰랐다.

‘세상은 정말 이상한 곳이야.’

다음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하는 텅 빈 복도를 걸으며 그녀가 생각했다. 경제과학은 학생 대다수가 꺼리는 과목이었지만, 맨디는 이 과목과 겨루어 보기 위해서 선택했다.

그 순간 맨디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갑자기 갑자기 쿵 하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조금 전까지 그녀는 걷고 있다가 한순간에 곧장 넘어졌는데,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딘가에 미끄러진 건가?’

맨디가 의아해하며 원인이 됐을 만한 것을 찾아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맨디가 신음을 내뱉으며, 넘어지면서 몸무게를 지탱한 손목에서 약간의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흰색 운동화 한 켤레를 발견하고는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였고, 그녀의 시선이 쭉 뻗은 다리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짧은 치어리더 스커트에서 멈추었다.

“아….”

애슐리가 최대한 다정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속삭였다.

“가여워라. 넘어졌구나.”

맨디는 애슐리의 말투가 무시하듯 비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애슐리의 시선을 계속해서 받고 싶지 않은 맨디가 몸을 일으키려고 바닥에 손을 짚은 순간, 애슐리가 재빨리 발을 옮겨서 맨디의 손가락을 거의 부수어 질듯이 밟으며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저런!”

애슐리가 후회하고 있다는 듯한 가식적인 표정을 하며,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녀가 여전히 손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맨디는 아픔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내가 네 손을 밟고 있는 것 같네. 물론 의도치 않게 말이야. 네가 좀 더 조심했어야지.” 애슐리가 거만한 어조로 말한 후에, 만족스러운 듯한 얼굴로 돌아서서 그곳을 떠났다. 맨디는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꼈지만, 심호흡을 했다. 맨디는 겁먹은 모습을 보여서 애슐리에게 승리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울음을 꾹 참았다. 하지만 애슐리는 악의적이고 사악한 태도로 맨디를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냉혹하게 사람을 다치게 할 대담함이 있는 거지? 그렇지만 나는 아주 바보 같아.’

맨디가 의아해하며 생각했고, 이내 자신을 나무랐다.

‘나는 왜 애슐리에게 맞서지 않았을까? 그 아이가 나에게 이런 짓을 하게 그냥 두지 말았어야 했어.’

맨디가 다른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려는 순간, 강한 두 팔이 그녀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라이언이었다. 또다시 백마 탄 왕자님의 임무를 수행하며 그녀를 도와주러 나타난. 라이언이 일으켜 주는 동안 맨디가 그를 바라보며 그의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에 놀랐다.

“무슨 일이야, 예쁜아? 발을 헛디뎠어? 아니면 누군가가 밀었어?”

라이언은 염려하듯 물었고, 그녀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심스럽게 살피며 그녀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나는…. 음…. 나도 모르겠어.” 맨디가 두려움으로 다리가 떨리고 손이 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그녀는 라이언의 표정에 담긴 긴장감을 보고, 그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애슐리가 한 짓을 라이언에게 말했을 때 그가 보일 반응이 두려웠다.

“내 생각엔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내 손이….”

라이언이 맨디의 눈에서 시선을 내려서 꽤 부어오른 그녀의 손가락과 손목을 바라보았다. 맨디는 자신이 겁쟁이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라이언이 애슐리와 다투게 되면, 그 애가 어떻게 할지 맨디는 상상하기도 힘이 들었다.

“아, 젠장할.”

라이언이 맨디에게 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중얼거리며, 그녀는 미처 몰랐던 주위에 몰린 사람들 사이를 밀치며 그녀를 진료소로 데려갔다.

***

맨디가 그 사건 이라고 부르는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라이언은 그녀를 과잉보호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그녀가 넘어졌던 날의 진실에 관해 말할 용기를 더욱 잃게 했다. 만약 맨디가 자신을 넘어지게 만들고 얼마간 손가락을 못 쓰게 만든 범인이 바로 애슐리라고 말한다면, 라이언은 대학교 스타인 애슐리에 대해 나쁘게 말할 것이다.

맨디는 라이언이 진실을 증명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그녀가 이 모든 일을 꾸민 나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다. 어맨다는 두려움이 얼마나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또한 그녀의 마음속에 계속해서 모순되는 반응을 일어나게 하는지 전에는 몰랐었다. 그녀는 분명히 애슐리가 잘못했고, 용감하게 스스로를 방어했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문제 삼지 않는 편이 더 쉬워 보였다. 다행히 맨디의 손가락이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당분간은 발레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몇 주 후에 맨디는 그 일에 대해 숨겼던 것이 최악의 대처였음을 깨달았다. 애슐리가 맨디는 누군가에게 알릴만한 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서, 단둘이 있게 될 때마다 밀치고,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녀를 다치게 하려고 했다. 애슐리는 신체적인 폭행에 더해서 협박에도 능숙했는데, 만일 맨디가 누군가에게 - 특히 라이언에게 - 이 일에 대해 발설한다면, 다른 학생들과 연관이 없는 맨디의 이야기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애슐리는 메인 치어리더로서 맨디가 거짓말쟁이임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할 거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맨디가 질투를 한다는 애슐리의 말을 믿을 것이고, 맨디의 말을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애슐리의 협박은 맨디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맨디는 갈수록 점점 더 조용해졌고, 감정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 맨디의 팔과 다리, 허리 그리고 다른 부위들에는 항상 보랏빛 얼룩이 있었고, 라이언과 메이는 그녀의 수많은 멍과 타박상을 보고 놀랐다.

하지만 항상 맨디가 조금 덤벙댔기 때문에, 그녀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거나, 문이나 탁자의 모서리에 부딪혔다고 말해서 숨길 수 있었다. 맨디는 이것이 라이언과의 관계에 대한 애슐리의 보복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 모든 상황이 그녀를 두렵고 슬프게 만들고 있었다.

맨디는 상황이 아주 많이 잘못되었고,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 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든 것들을 해결해나가기에는 너무나 극심한 우울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항상 폐쇄적이었던 맨디는 더욱더 마음을 닫아갔다. 그녀는 두려움에 압도되었고, 어떻게 이 상황을 떨쳐버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상황을 마주할 수 없었고, 그녀가 느끼는 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많은 순간, 뒤에서 자신을 쫓는 것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남자친구를 떠나만 하는 건지 생각했다. 하지만 맨디는 라이언을 너무 사랑했고 라이언도 그녀를 애정과 관심으로 대해주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최고의 사람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베어스 선수권 대회의 결승전 이후에 모든 상황은 더 나빠졌다. 맨디는 그녀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친구 메이와 함께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둘은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고, 라이언과 딘은 두 사람이 와준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아주 잘 진행되고 있었다. 경기 중에 맨디는 자신을 바라보는 애슐리의 시선을 느꼈다. 치어리더인 애슐리는 경기장에서 팀과 함께 관중들의 기운을 북돋는 안무를 하며 때때로 맨디를 쏘아보았고, 무슨 일을 꾸미는 듯이 그녀를 향한 비웃음을 보냈다.

경기 후반부에 라이언이 3점을 득점하면서 그의 팀을 우승팀으로 만들며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팀의 선수들과 대체 선수들, 코치님 그리고 기술팀까지 모두가 경기장에서 점프하며, 서로를 껴안고 경기의 승리와 우승팀이 된 것을 축하했다. 라이언이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기 전에, 여자 친구가 앉아 있는 객석의 방향으로 돌아서서 손으로 그녀를 위한 하트를 만들었다. 맨디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는데, 라이언이 우승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재능있는 선수를 찾기 위해 프로 리그의 스카우트들까지 참관한 중요한 경기에서 라이언이 그녀를 기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맨디가 웃으며 라이언에게 키스를 보내자, 그는 윙크하고서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섰다.

그 순간, 치어리더들이 있던 자리에서 애슐리가 달려 나가 라이언에게 뛰어올랐고, 그의 얼굴을 감싸고 격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그 광경을 본 맨디의 눈이 커지며 입이 떡 벌어졌고, 경기장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애슐리가 라이언에게 몸을 비비적대었고, 라이언은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듯해 보였다. 맨디는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여운 것, 배반당한 건가? 맨디는 애슐리와 비교했을 때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했었던 건가?’ 와 같은 말들이었다.

맨디는 부끄러움과 슬픔, 그리고 지난 몇 주간 동안 그녀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메이를 혼자 남겨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석 사이를 뛰어가면서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출구를 찾았다. 맨디는 그곳을 빠져나오며 라이언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멍해졌다. 그녀는 라이언을 사랑했다.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맨디는 이 모든 일을 감당하면서까지 그와 함께 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가 라이언에게 걸맞은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라이언은 대학교에서 거의 모든 여학생들이 원하는 훌륭한 남자였기에, 애슐리처럼 매력적인 사람과 만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쩌면 그 치어리더의 말처럼, 맨디는 라이언과 어울리지 않는지도 몰랐다. 맨디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고 해도, 애슐리가 그녀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맨디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고, 어머니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으로 기르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하지만 맨디가 손등으로 얼굴의 눈물을 닦는 순간, 내면의 어둠이 그녀를 에워싸며 그녀의 존재가 충분하지 않다고 속삭였고, 곧이어 두려움이 그녀를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밖으로 나간 맨디가 차들로 가득 찬 주차장에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이 적막했다.

맨디가 심호흡을 한 후, 코트를 단단하게 잡아당기며 빠른 걸음으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맨디가 놀라서 소리를 치며, 그녀를 꽉 움켜쥐고 있는 누군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 순간, 맨디는 그녀를 붙잡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진정해, 맨디! 나야!”

“세상에, 션! 너 때문에 겁이 나서 죽을 뻔했어.”

맨디가 가슴에서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너 여기서 뭐 해?” 그녀가 여전히 숨을 헐떡거리며 물었다.

션이 팔을 놔주지 않자 맨디는 고개를 올려서 그를 보았고, 그 순간 척추의 아래쪽에서부터 오싹함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예전의 다정한 션이 아닌 듯해 보였다. 그의 모습에서는 명백한 긴장감이 보였고, 얼굴은 굳어있었으며, 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난 너에게 경고했었어, 맨디. 라이언은 너와는 맞지 않는다고.”

션의 목소리는 낮으면서 거칠었다.

‘넌 충분하지 않아.’ 라는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마음속에서 속삭였다.

‘넌 충분하지 않아.’

맨디는 그곳에 있는 것이 너무 무서워져서, 션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쉿.” 션이 속삭이며 맨디를 그의 가슴으로 당겨 꽉 껴안았다. 그녀가 벗어나려고 할수록, 션은 그녀를 더 굳건히 붙잡았다.

“우리는 친구잖아, 맨디. 내가 너를 집에 데려다줄게.”

션이 한 손으로 맨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는 그녀를 가까이 잡아두며 말했다. 맨디는 불신으로 인한 괴로움을 느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션과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이 두려운 동시에,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그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비난했다.

하지만, 메이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었던 일과 라이언이 션을 수상쩍게 바라보던 일이 떠올랐다. 맨디가 몸을 떨며 그를 떨쳐내려 하자, 션이 이어서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차를 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천천히 갈게. 널 이곳에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맨디가 고개를 들고 션을 마주 보면서 알겠다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여전히 사악해 보이는 그의 눈빛이 맨디를 완전히 떨게 했다. 맨디는 무언가 굉장히 심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진정한 공포를 느꼈다.

“고마워, 션. 그렇지만 나는 혼자 있어야겠어.”

맨디가 힘을 내어 그의 손에서 벗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더 말을 할 틈도 주지 않고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다.

맨디는 어둠 속에서 침대 위에 누운 채, 눈물이 제멋대로 흐르도록 두었다. 애슐리의 신체적 폭력, 언어폭력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면 그녀가 더욱 심한 짓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 경기장 중앙에서 애슐리가 라이언에게 했던 키스, 션의 곁에서 느껴졌던 끔찍한 기분, 그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죄책감까지. 그녀가 마주하고 있는 이 모든 일로 인해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맨디는 어느 순간 어둠 속으로 휩쓸려가며 라이언의 이름을 중얼거렸고, 꿈들이 손가락들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어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제 15장

라이언은 몹시 지쳐있었다. 그는 침대에서 다시 몸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디지털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침 여섯 시였고, 그는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라이언은 밤부터 새벽까지 맨디에게 연락을 시도하면서 보냈기에 몸도 마음도 피로했다. 그는 쉴 새 없이 맨디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고, 음성사서함에 수많은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에 성공하지 못했다. 라이언은 밤새도록 그녀에게 전화를 걸거나, 잠이 들지 못한 채로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였다. 그는 영화처럼 경기 후의 일을 되풀이해보며, 악몽의 한가운데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라이언은 여자 친구에게 애정 표현을 하려다, 바로 다음 순간에 무방비로 그에게 뛰어오른 애슐리에게 당했었다.

단순히 그 일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라이언은 내면에서부터 다시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애슐리가 - 사실은 그 누구도 - 그런 짓을 할만한 용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애슐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그와 맨디가 사귀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의 신념으로는, 마땅히 사람들이 둘의 만남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까?’ 라이언이 눈을 감았고, 머릿속에서 전날 밤의 일이 영화처럼 자세하게 떠올랐다.

그는 맨디가 있는 객석 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었고, 그 순간 애슐리가 돌격해 그를 놀라게 했다. 코치님과 선수들과 경기장에 있는 팬들이 우승을 축하하며 뛰고 있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그가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기까지,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까지 2초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충격이 지나가자 라이언이 애슐리의 팔을 풀고서 그녀를 밀쳤다. 라이언은 애슐리보다 키나 몸집이 한참 더 컸지만, 그녀는 서프라이즈를 가장하여 그에게 꼭 매달려 있었고, 그런 그녀를 밀치는 데는 많은 힘이 필요했다. 라이언이 애슐리의 손에서 벗어나 관중석을 봤을 때는 이미 맨디가 사라진 후였다. 라이언이 여자 친구를 쫓아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지만, 애슐리가 뒤에서 그를 잡으며 막았다. 성급히 애슐리의 손을 떼어놓기 위해 그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들려오던 애슐리의 목소리가 아직도 그의 귓전에서 분명하고 날카롭게 들렸다.

“무슨 일이야, 라이? 나는 우리가 키스할 때 네가 하기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애슐리의 말이 라이언의 저항심을 부수며 그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는 애슐리의 팔을 꽉 잡고서 밀친 후에,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는 건지 생각하며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 치어리더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키스를 하지 않았어, 애슐리. 네가 나에게 뛰어 올라타서 불시에 덮친 거지. 키스한 적 없어. 키스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난 분명히 너에겐 관심이 없으니까, 절대로.”

“너는 키스를 했어. 내 립스틱이 너의 입술에 묻어있고, 그게 꼼짝없이 입증하는 증거야.” 애슐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라이언이 입술에 묻어있는 립스틱을 손으로 닦으며, 넌더리 난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키스하고 싶지 않은 여자야, 애슐리. 눈치 좀 채고 날 좀 내버려 둬.”

애슐리의 표정이 변하며, 그녀의 눈빛에서 분노가 일었다. 그녀의 가슴이 가쁜 숨으로 오르내렸다.

“넌 이걸 후회하게 될 거야, 라이언 매케너. 내가 하는 말을 잘 유념해 둬.” 애슐리가 손가락 마디로 툭 소리를 내며 말하자, 라이언이 불쾌하다는 듯이 그녀를 위아래로 바라보았다.

“내가 후회하는 유일한 것은 널 알게 된 거야.”

라이언의 말에 애슐리가 숨을 헐떡거리며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그 순간, 경기장 안이 완전히 고요해졌다. 더는 챔피언 결승전의 우승을 축하하는 중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모두의 시선이 마치 권투 링 안의 권투선수 같은 두 사람을 향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을 본 딘이 라이언에게로 달려가서 그의 팔을 잡고, 이성을 찾도록 했다.

“라이언, 안돼! 이제 샤워하러 가자. 진정하자.” 딘이 말하며, 애슐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너.” 그가 애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가. 우리가 다시 경기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곳에서 널 보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거야.”

딘은 애슐리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고 라이언을 라커룸으로 밀었지만, 그는 저항하기 시작했다.

“안돼. 난 맨디를 따라가야 해.”

“내가 메이에게 그녀를 뒤따라 가달라고 부탁할게. 너는 머리를 좀 식혀야 해. 샤워하고 경기장으로 돌아와. 스카우트들이 경기 후에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동의했는데, 네가 그냥 가버리면 망하는 거지.”

딘이 계속해서 라이언을 라커룸이 있는 쪽으로 밀며 말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하지만 맨디가...”

“그 아이가 널 좋아하면 이해할 거고, 너의 잘못이 아닌 일로 네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은 그녀도 원치 않을 거야.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넌 할 일에 집중해야 해.”

라이언은 분명히 맨디가 화가 나 있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녀는 다정하고 이해심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애슐리와의 상황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딘의 말이 옳았다. 맨디는 그가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라이언이 동의를 하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는 샤워장으로 향하는 길에 옷장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맨디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마 후에 코치님이 출중한 농구팀들의 두 대표와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라이언을 불렀다. 프로팀 코치들이 학생 리그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를 눈여겨보고 그 선수들에게 대학 졸업 후에 곧장 프로팀에 합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라이언이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것과 경기장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일에 대해서 사과하는 데에는 꽤 큰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딘의 말처럼, 이것은 그의 미래를 위한 기회였다. 그와 맨디를 위한 더 나은 미래. 라이언은 뉴욕과 시카고에 있는 두 팀의 훈련 센터에 방문해달라는 초대를 받았고, 그 초대는 그의 합격을 성사시킬 대화를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었다. 그는 회의가 끝나서야 나올 수 있었고,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딘과 메이를 만났다.

“맨디에게서 연락 온 거 없었니?” 라이언이 초조하게 머리칼을 넘기며 물었고, 메이가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몇 번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어. 혼자 있고 싶다는 문자 하나만 보내왔어.”

라이언은 마음이 축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전화를 했었는데…. 너는 이제 집으로 가는 거니?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라이언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여자 친구를 찾아가려고 메이에게 물었다.

“응, 그런데 라이언…. 내 생각엔 당분간은 그냥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맨디는 압박감 속에서 잘 반응하지 못해. 맨디는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을 때, 보통 잠시 혼자 있으면서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한 후에야 행동에 옮기곤 해.”

“하지만 메이, 맨디가 그 일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어. 내 탓이 아니었고….”

“나도 알아 라이언. 알아….” 메이가 라이언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팔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지만 기다려 줘. 맨디가 몹시 화가 난 상태로 나갔었으니까. 맨디가 진정을 좀 하고 그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좀 줘. 내가 우선 맨디와 이야기를 해볼게. 오늘은 집으로 가, 라이언. 너도 정신을 좀 가다듬고. 내가 맨디에게 꼭 말해줄게. 너희 둘은 분명 내일은 얘기할 수 있을 거야.”

라이언이 패배한 듯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 한숨을 쉬며 기억에서 돌아온 라이언은 잠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일어나서 샤워하고 여자 친구의 집으로 가서 이 상황을 해결해 보기로 했다.

제 16장

맨디가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메이와 같이 사는 아파트에만 갇혀 지낸 지 거의 일주일이 되었다. 맨디는 방 안에서 누구와도, 심지어 메이와도 대화하지 않았고, 혼자 남겨진 시간을 이용해서 목욕하고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라이언은 하루에도 다양한 시간대에 수없이 찾아왔지만, 맨디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메이가 집에 있을 때는 라이언이 집 안으로 들어와서 맨디의 방문 앞에서 이야기했다. 라이언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고, 모든 것은 애슐리가 꾸민 일이었다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고,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맨디는 대답하지 않았다.

맨디는 경기장 중앙에서 있었던 키스 장면 때문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든 상황들 때문에 우울했다. 그녀는 슬펐고, 외로웠고 걱정이 되었다. 어찌 되었든 곧 시험 기간이 다가왔기에 그녀는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복도에서 애슐리를 마주칠 생각만으로 두려움이 가득 해졌다.

방문 밖에 있는 라이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녀를 비탄에 잠기게 했다. 마음속으로는 그에게 벌을 주는 이유가 사실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더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숨길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애슐리가 한 짓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맨디는 여전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애슐리가 구석으로 몰아세우며 밀고, 꼬집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할 때마다, 맨디는 만약 이 일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면 라이언이나 메이, 또는 다른 지역에 있는 어머니에게 일테고, 그들이 알게 되면 이 일에 대해 심각하게 조처를 하도록 강요하고 그 치어리더를 고소할 거라는 걸 알았다.

맨디의 이성적인 면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불안감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애슐리가 한 모든 일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애슐리에 대해서 말하는 맨디의 주장밖에는 없을 것이고, 더욱 상황을 좋지 않게 만드는 것은, 애슐리는 상급생이자 치어리더팀의 스타로서 많은 사람이 우러러보지만, 맨디는 쑥스러워하는 성격 탓이라 해도 사람들과 겨우 어울리는 평범한 신입생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맨디는 결국에는 자신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특히 더 힘이 들었다. 라이언이 아침에 들러서 그녀의 방문 앞에서 함께했던 순간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이 참석했던 공연과 처음으로 공원을 걸었던 날에 대해서도. 라이언의 다정한 말을 들으며 맨디는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고, 마음이 아파져 왔다. 라이언의 목소리가 너무 슬펐기에, 고통이 섞인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맨디는 비탄에 빠져서 침대 위의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남은 일생을 방 안에서만 갇혀 지낼 수는 없었다. 맨디는 피해자가 되는 기분이 지겨웠지만, 어떻게 용기를 내고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상황들을 마주하는 데 오랜 시간을 끌수록, 더욱더 괴로워질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무엇이든지 해야만 했다. 라이언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된 맨디가 일어나서 배낭에 약간의 옷들을 챙겼고, 편지 한 통은 메이에게 다른 한 통은 라이언에게 적은 후에 거실 탁자 위에 놓고 집을 나섰다.

***

아파트로 돌아온 메이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어깨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지난 며칠 동안 집에 오는 것이 힘들었다. 그녀는 맨디를 우울한 상태에서 꺼내주기 위해서 무엇을 더 해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메이는 이미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애정 어린 대화와 다정한 말들 그리고 다툼들, 심지어는 침실 문을 부수겠다는 협박까지도. 하지만 아무것도 효과가 없었다. 그녀가 정말로 친구의 방문을 부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내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맨디가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녀는 애슐리의 행동 때문에 캠퍼스의 모든 학생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 하지만 메이는 마음속으로 맨디가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분명히 그 일은 당혹스러웠지만, 라이언이 이미 애슐리에게 도덕적인 훈계를 했었다. 게다가 라이언이 날마다 몇 번씩이나 맨디를 보러왔는데도, 그녀는 계속해서 그를 적군처럼 대하고 있었다.

메이가 한숨을 쉬며 현관문을 닫고서 거실로 향하려다가, 맨디의 방 안에서부터 현관을 가로지르는 불빛을 보고서 걸음을 멈추었다. 맨디의 방문이 열려있었다. 메이가 친구의 방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은 흔적도 없이 텅 비어있었고, 침구도 정리되어 있었다. 메이가 이상하게 여기며 방을 나와 맨디의 이름을 부르면서 화장실과 침실 그리고 부엌으로 그녀를 찾다가, 거실 탁자 위에서 두 개의 봉투들을 발견했다. 메이가 눈썹을 올리며 다가가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집어 들었다. 다른 한 통은 라이언에게 쓴 편지였다.

메이,

나 정신을 좀 집중하면서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아.

걱정하지 마.

맨디.

손에 여전히 편지를 든 채로 메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라이언, 네가 여기로 와 봐야 할 것 같아….”

전화기 반대편에서 ‘여보세요’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메이가 말했다.

***

맨디가 글로스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되어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 집까지 택시를 타고 도착했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맨디는 열쇠로 집 문을 열고 엄마를 부르며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예전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배낭을 의자 위에 놓고 한숨을 쉬며 침대 위에 누웠다. 그녀의 어머니는 일이 늦게 끝났거나, 로버트 씨와 데이트하러 외출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맨디가 눈을 감고 손가락 끝부분으로 이마를 누르자 통증이 느껴졌다. 곧이어 숨소리가 고르게 돌아오며 그녀는 잠이 들었다.

“어맨다….”

맨디가 그녀를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눈을 뜨자 맨디의 눈동자와 같은 초록빛의 눈동자가 보였고, 어머니가 애정과 염려 섞인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야, 무슨 일 있었니?”

어머니의 물음에 맨디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다시 눈을 감았다. 썸머스 부인은 딸의 표정을 살피다가 품 안으로 당겨 안았다. 그녀는 무슨 일인인지는 몰랐지만, 무언가가 아주 많이 잘못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괜찮아, 내 사랑. 괜찮아. 모든 게 다 괜찮을 거야.”

썸머스 부인이 맨디를 부드럽게 안으며 말했다.

***

라이언은 손에 든 편지를 다시 읽으며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라이언,

너에게 말하지 않아서 미안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져야 해…. 그리고 모두에게서…. 너도 포함해서 말이야.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단지 아직은 이야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야, 알았지?

맨디.

“맨디가 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니?” 라이언이 메이에게 묻자, 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 애는 이미 여기에 없었어.”

라이언의 슬프고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을 살피며 메이가 대답했다.

“내 생각엔 맨디가 고향 집으로 간 것 같아, 라이언.”

“집으로?” 그가 편지에서 시선을 들며 물었다.

메이가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친구의 태도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맨디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네 생각엔 내가 가야….”

라이언이 말을 꺼냈지만, 메이가 부인하며 그의 말을 방해했다.

“라이언, 난 그 애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아. 맨디는 어떤 일에 대해서든 받아들일 시간을 가지고 그 시간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타입이야.” 메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경기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선 네 잘못이 없다는 걸 알지만, 맨디에게 필요한 시간을 주자.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들으라고 맨디에게 강요하는 건, 그 애를 다른 곳으로 몰아갈 뿐이야.”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잠시 멈춘 그가 다시 메이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네 조언을 따를게…. 하지만 단지 나는 이렇게 하는 게 맨디와 내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하지 않기를 바래.”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려줘. 모두 잘 해결될 거야. 그럴 거라고 확신해.”

메이의 말에 라이언이 동의하며 조용히 그곳을 나섰다.

***

그날 아침, 맨디는 어머니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애써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침대에만 있는다면 틀림없이 그런 일이 생길 것이었다. 맨디는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가면서 어머니가 커피를 내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썸머스 부인이 김이 나는 두 잔의 머그잔을 들고 와서 한 잔을 맨디의 앞에 놓는 동안, 맨디는 부엌 식탁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았다.

“잠은 잘 잤니?” 맨디가 의자에 앉자마자 부인이 물었다. 맨디는 끔찍한 밤을 보냈지만, 뜨거운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농구 경기 이후로 줄곧 이어진 똑같은 밤이었다.

“라이언은 어떻게 지내니?” 썸머스 부인이 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평범한 대화를 이어가려 무심한 듯이 질문을 했다.

“아…. 그 애는….” 맨디가 중얼거리며 접시 위의 쇼트 브레드를 집어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썸머스 부인이 고개를 들고 눈썹을 올리며 딸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니, 어맨다? 둘이 싸웠니?”

“아니에요.” 짧게 대답을 하는 맨디의 목소리에는 대단히 깊은 슬픔이 묻어있어서, 앨리스 씨에게 했던 대답과는 아주 다른 의미를 전달했다. 앨리스 씨는 한숨과 함께 걱정을 제어하려고 노력하면서, 다시 평소대로 행동하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는 맨디에게 압박을 주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맨디는 항상 안심을 해야만 마음을 열 수 있는 아이였다.

“내게 어떤 말이든 해도 돼, 맨디. 알고 있지?” 앨리스 씨가 따뜻한 눈길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맨디는 잠시 말없이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최근에 있었던 모든 일의 무게감이 한계를 넘어서서 과부하가 오는 느낌이 들었다. 맨디는 두려움을 숨기는 것이 더는 지겨워졌다.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다가 이제는 신체적으로 심장의 통증을 일으킬 정도의 모든 고통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악몽이 시작되었던 순간부터 맨디를 잠식해 온 그 모든 괴로움을 없애고 싶었다.

맨디가 심호흡을 하고 머그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다가 손의 움직임에 집중을 한 후에 말을 시작했다. 맨디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기에, 앨리스 씨가 딸이 하는 이야기의 심각성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못되고 사악한 애슐리에게 딸이 시달려 왔던 무서운 언어와 협박, 증오심과 공격에 대해서 들으며 앨리스 씨는 마음이 부서지는 기분을 느꼈다. 맨디는 계속해서 어떻게 애슐리가 손가락을 밟아서 손을 다치게 했는지, 또한 그 일로 인해서 한동안 발레를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맨디는 줄곧 나지막한 목소리를 유지했지만,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비현실적인 일을 겪은 것에 대해 말하면서 마침내 털어놓게 되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안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농구 경기장에서 애슐리가 라이언에게 키스했던 소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 후로는 방 안에서만 지냈던 것과 집으로 올 때까지 모든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었던 것도.

마침내 맨디가 그녀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해온 모든 일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서 고개를 들었고, 조용히 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충격을 받은 듯한 어머니에게 위로를 건네려는 순간, 부엌문 쪽의 어떤 움직임이 맨디의 주의를 끌었고, 로버트 씨가 두 사람의 진지하고 개인적인 대화 내용을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서 있었다. 맨디가 로버트 씨를 향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이 오도록 허락했고,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일에 대해서 누구에게 말했니? 선생님? 라이언과 메이?”

맨디가 고개를 저었고, 그제야 머그잔을 손에서 놓고는 어머니의 내민 손을 잡았다.

“아니에요, 엄마.” 맨디가 조용히 대답했다.

“딸아, 왜 말 안 했니? 이 모든 일을 어떻게 조용히 견딘 거야?”

맨디가 확신 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모르겠어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집으로 온 거예요.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너무…. 비현실적 이어서요. 사람들이 내 말을 안 믿을까 봐 두려웠어요. 그 애는 결국 나에 대해 좋지 않은 말들을 할 테니까요.” 맨디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됐어요.”

”오, 딸아…. “

썸머스 부인이 속삭였다.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어요. 캠퍼스에서 가장 동경을 받는 치어리더가 이런 짓들 을 했다는 걸 제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었겠어요? 라이언에게 저는 걸맞지 않은 여자라는 걸 알면서 어떻게 제가 계속해서 그와 데이트를 할 수가 있었겠어요?”

맨디가 잠깐 말을 멈추었고,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을 때는 고통으로 가득 찬 낮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는 라이언과 함께하기에 합당하지 않은가요?”

“세상에, 어맨다야! 아니야….” 어머니가 잡고 있던 딸의 손을 흔들며 반박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로버트 씨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두 사람의 곁에 앉았고, 맞잡은 그들의 손 위에 그의 손을 얹었다.

“어맨다, 네가 말한 모든 것들은…. 아주 심각한 일이야. 그 애가 너에게 한 짓은 폭행 이란다.”

로버트 씨의 말에 맨디의 입이 벌어지며 눈이 커졌다.

“폭행이요? 그게 뭐죠?” 앨리스가 말을 더듬으며 묻자, 로버트 씨가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그런 행동은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폭행이야, 앨리스. 이런 행위는 의도적이면서 반복적으로, 불평등한 권력 관계 속에서 일어나지. 애슐리는 스스로가 맨디보다 강하고 우세하다고 느끼고, 본인이 말한 것처럼 동경 받는 치어리더의 지위를 자신이 저지른 폭행에 대한 방패막이로 이용한 거야. 어맨다가 두려움이나 수치심, 낮은 자존감 또는 굴욕감 등의 이유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면서.”

로버트 씨가 맨디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이어서 말했다.

“애슐리는 네가 불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그녀가 갈망하는 대상인 라이언에게서 너를 멀어지게 하려고 이렇게 행동하는 거야.”

“너무 끔찍해요!”

앨리스 씨가 충격을 받고, 가슴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맨디는 시선을 내린 채, 로버트 씨의 설명을 들으며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걸까?

그리고 내가 이런 일을 겪을 만한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지?’

로버트 씨가 두 사람의 손을 다정히 두드리며, 다시 낮고 침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맨디.” 로버트 씨는 맨디가 환영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일부러 애칭을 사용하며 말했다. 그녀는 손을 더욱 꼭 잡는 로버트 씨를 올려다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가 우리에게 마음을 털어놓은 건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었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첫걸음이지.”

맨디가 로버트 씨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앨리스 씨가 모든 상황에 놀란 채로 물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딸에게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맨다는 대항해야 해….”

맨디가 몸을 떨었고, 로버트 씨의 말을 막으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보면서 거부의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대항하라고요?” 맨디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설까요? 그러면 애슐리는 이렇게 하면서 저를 끝장낼 거예요.”

맨디가 손가락을 꺾으며 말했다.

“저는 대항 할 수 없어요.”

“아니, 애슐리에게 신체적으로 맞서라는 말이 아니야.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네가 믿는 사람들에게는 털어놓아야 할 필요가 있어. 매일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 말이야. 메이와 라이언 같은.”

“하지만…. 그들은 제가 바보 같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애슐리가 저에게 이런 짓을 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하겠죠.”

맨디가 로버트의 말에 반대하며 말했다.

“아니야 맨디, 그들은 너를 사랑해.” 앨리스 씨가 로버트 씨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너의 친구와 남자친구는 널 판단하지 않을 거야. 애슐리가 계속해서 너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너의 편이 필요해.”

“내 말이 바로 그거야.” 로버트 씨가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는 대학교에도 말할 거고, 이 분야의 전문 변호사와도 상담할 거란다.

“변호사요?”

“그래….” 맨디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자, 로버트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애가 한 짓은 범죄야. 이건 신고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길 거야.”

맨디가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이 일에 대해서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저 이런 일들이 멈추고, 애슐리가 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애슐리가 고소를 당한다거나 체포된다거나, 폭행의 가해자들에게 부과되는 어떤 벌이든 받게 되는 걸 원치 않아요.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 아무도 알게 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맨디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완강하게 말했다. 앨리스 씨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하지만 반드시 라이언과 메이에게는 말해야만 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서, 친구들이 학기 말까지 너를 도울 수 있도록 말이야. 그 이후에는 대학교 편입 요청을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저는 브라운 대학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맨디가 얼굴을 손에 묻으며 말했다.

‘세상에, 왜 이런 악몽이 내게 일어나고 있는 거지?’

로버트 씨가 마음속에서는 평온함을 느끼고 있지 않지만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를 느끼며, 눈빛으로 조용하게 앨리스에게 침착한 감정을 보이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우선은 라이언과 메이에게만 알리는 건? 그리고 내가 변호사 친구에게 자세히 알아보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거야. 그동안에 애슐리가 너에게서 떨어져 있도록, 라이언과 메이가 널 지켜주고.”

맨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들었다.

“그건…. 괜찮을 거 같아요….” 맨디가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친구들에게 말할게요. 하지만 저에게는 시간이 좀 필요해요. 그 일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려면 기운을 회복해야 해요.”

맨디의 말에 앨리스 씨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 조금만 더 누워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알았죠?”

“물론이지, 딸아. 가서 쉬렴. 필요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여기에 있을 거야.”

맨디가 침실로 가려고 일어서자, 앨리스와 로버트 씨가 함께 일어나서 그녀에게 애정 어린 포옹을 해주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맨디를 안아주는 것이 그녀에게 가장 필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실로 가는 맨디의 몸이 떨리면서 피곤했지만, 애정 표현으로 인해 그녀의 가슴 속으로 사랑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어머니에게서뿐만 아니라 로버트 씨에게서도 사랑이 느껴졌다. 맨디는 아버지의 사랑 같은 애정을 받아본 것이 오랜만이었기에, 마음이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누워서 며칠 동안 할 수 없었던 일을 했다.

마침내, 그녀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딸이 부엌에서 나가자 앨리스가 곧바로 로버트 씨를 껴안았다.

“오, 로버트. 사람들이 나의 작은 소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나는 나쁜 엄마가 된 기분이에요. 왜 저는 전화나 스카이프로 대화를 했을 때 맨디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사랑하는 앨리스, 진정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이런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흔한 일이야. 특히, 학생들의 경우에 말이에요. 지금 당신의 딸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지원이에요.”

“저는 그 여자애의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어요! 우리가 그 애를 감옥에 넣을 순 없을까요?” 앨리스가 분개하며 로버트에게 물었다.

“우선 내가 변호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맨디가 신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상황에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에요. 당신이 원하는 건 오직 맨디를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란 걸 알지만, 우리는 맨디가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 번에 한 걸음씩 진행해야 해요.”

“딸 아이가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앨리스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로버트 씨가 그녀를 팔로 안아주었다.

“알아요, 내 사랑. 폭행 은 그 공격을 당한 사람에게 끔찍한 정신적 결과를 초래하는 아주 심각한 일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해요. 맨디가 다시는 그 일을 겪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하면서, 우리가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 그 아이가 도움을 받고 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야 우리가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그래야만 그런 사악한 짓을 끝낼 수가 있어. 맨디가 상담치료사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이가 너무 많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어서, 이런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려면 강해져야 해.”

“당신 말이 맞아요. 오, 세상에….”

앨리스가 중얼거리며 로버트 씨에게 안겼고, 로버트 씨는 이제는 아주 특별한 존재인 앨리스와 그녀의 딸에게 닥친 모든 불운을 없애주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제17장

그날은 맨디가 프로비던스에 있었을 때의 따스한 여름날과는 아주 다르게 구름이 많았고, 몹시 추웠다. 맨디는 자신의 내면과 오늘 날씨가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지난 2주 동안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도 사이가 가까워졌지만, 아직은 학교로 다시 돌아올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맨디는 절대로 그 일을 잊고서 다시 잘 살아갈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브라운 대학교를 떠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지도 몰랐다.

맨디가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면서 몇몇 동급생들을 지나쳤지만, 아무와도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맨디는 전날 밤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메이가 집에 없었기 때문에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맨디는 친구와 보냈던 시간과 나누던 대화들이 그리웠지만, 지금은 말할 시기가 아니었다. 아직은.

맨디가 다음 수업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기 위해 그녀의 사물함 앞에서 멈추어 섰다. 홀 안은 텅 비어있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 점에 감사함을 느꼈다.

맨디가 사물함 문의 열쇠를 넣어 돌리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녀는 미처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금속으로 된 사물함에 밀쳐졌고, 애슐리가 견고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서 귓가에 대고 말했다.

“넌 돌아온 걸 후회하게 될 거야. 난 네가 2주 동안 우리들의 인생에서 사라졌을 때 우리에게 평화를 주는 줄 알았어.”

애슐리의 목소리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차가웠고, 어맨다는 당황하며 몸을 떨었다.

“난 너를 내 앞에서 치워버릴 거야. 그리고 라이언은 내 것이 될 거고.”

치어리더는 주의하라는 마지막 경고를 한 후 맨디를 다시 사물함으로 밀친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텅 빈 홀을 따라서 걸어 내려갔다. 맨디는 행동을 취해야 했지만, 우선은 애슐리의 적대적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몸이 마비되는 듯한 공황 상태를 극복해야 했다. 그녀는 어머니와 로버트 씨에게 상담치료사와 상담을 하고, 라이언과 메이에게도 말하고, 만약에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용기가 필요했고, 최소한 심호흡이라도 해야 했다.

불안감과 숨소리를 조절하려 노력하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정치학 수업이 끝난 후, 어맨다가 복도를 걸어가며 오늘도 참석하지 못하게 될 발레 수업에 대해 생각했다. 맨디의 교수님은 지난달에 있었던 미녀와 야수 의 리허설에 거의 참석하지 않은 그녀에게 이미 벨라 역할을 빼앗겼다고 경고를 했다. 맨디가 다시 발레 리허설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활력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다. 다시 춤추기 위해서 그녀는 먼저 정신을 회복해야 했다.

***

맨디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다가, 메이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방문 앞으로 갔다. 맨디가 베스트 프렌드를 마주 보자, 메이의 눈빛에서는 깊은 상처가 보였다. 지난번에 메이를 만났을 때는 없었던 아픔이었다. 맨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본 메이는 친구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결심을 되돌렸다.

메이는 친구에게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경기 때 애슐리가 했던 저급한 행동보다 더욱 심각한 일이. 썸머스 부인이 메이에게 전화를 해서, 맨디가 학교로 돌아갔지만 힘과 애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해주었다. 또한, 맨디가 전할 말이 있으며 그녀를 엉망으로 만든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격려와 안정감이 필요할 거라고도 말했다.

메이는 바로 눈앞에서 친구의 무너진 모습을 보자, 지금껏 무시를 받는다고 느꼈던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친자매와도 같은 맨디에게 달려가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모든 사랑을 전달해주려고 꼭 안아주었다. 맨디는 얼마나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모를 만큼 메이의 품 안에서 울었고, 눈물을 억제할 수 있게 되자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미안해.” 맨디가 손바닥으로 눈물의 흔적을 닦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용서해줘.”

“미안해할 거 없어.” 메이가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고, 곧이어 빨간 머리의 메이가 실토했다.

“그래, 나 속상했었어.” 그녀의 말에 둘은 손을 잡고 웃었다.

“알아. 나에겐 단지 잠시 휴식이 필요했어.”

“지금은?”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

메이가 묻자, 맨디가 친구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로 말을 하고 싶었다. 메이에게 마음을 열고 모든 일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저 친구와 함께 있고 싶었고, 영화를 보면서 모든 문제를 잊고 싶었다. 지금은.

“우리 그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될까? 지금은 난 그냥….” 어맨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등 뒤에 세상의 무게를 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예전의 소녀로 돌아가고 싶어.”

메이가 친구를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하지만 제발 다시는 마음을 완전히 닫지만 말아줘. 내가 도울 수 있게 해줘.”

“내일은 꼭 말할게. 약속해.” 맨디가 장담하며 말하자, 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그녀에게 말을 할 것이다.

“오늘은 노아 센티네오가 우리와 함께 할 거야. 그와 따뜻한 팝콘이라면 치유하지 못할 게 없지.”

둘은 웃으면서 넷플릭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았다.

***

맨디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새벽이었고, 메이와 함께 잠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늦여름의 찬 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침대 아래쪽에 내려가 있던 이불을 당겨 두 사람의 몸 위로 덮었다. 맨디는 분명히 메이도 그녀처럼 피곤했을 거라고 확신하며, 방으로 가도록 깨우지 않았다. 살면서 수없이 그래왔듯이, 두 사람은 함께 자는 것에 익숙했다.

그때, 침대 위의 움직임을 느낀 메이가 눈을 떴고, 둘 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잠이 들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이번에도 영화가 끝나기 전에 잠든 거야?” 메이가 잠에서 깨어나 쉰 목소리로, 밤에 영화를 보면 매번 이렇게 되고 만다는 듯이 물었다.

“응.” 맨디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고, 침대 옆 탁자 위의 램프를 끄기 전에 잠시 친구의 손을 꼭 잡았다.

“나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내일은 모든 걸 다 말하겠다고 약속할게.”

“나는 내 베스트 프렌드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메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은 모든 걸 다 알고 싶어.”

메이가 다시 질문했을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라이언은?“

맨디가 눈을 감았고, 라이언의 푸른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그가 많이 보고 싶었다.

“라이언에게도 내일 말 할 거야.”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편안히 잠이 들기 위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 순간 맨디에게 내일이 희망차게 느껴졌다.

***

맨디와 메이는 함께 강의실로 향했다. 그들은 캠퍼스로 가는 길에, 오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다. 맨디가 틈을 이용해서 라이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다시 인생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와야 했다.

화요일 - 07 : 52분

어맨다 썸머스로부터

라이언 매케너에게

오래 끌어왔던 침묵에 대해 용서해 줘.

내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

나의 행동이 옳은 방식은 아니었다는 거 알아…. 그리고 너에게 걱정을 끼쳤어. 우리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네가 보고 싶어….

화요일 07시 53분

라이언 매케너로부터

어맨다 썸머스에게

난 여전히 널 사랑해, 그리고 엄청나게 보고 싶어. 훈련 끝나고 나랑 저녁 먹을래?

화요일 07시 55분

어맨다 썸머스로부터

라이언 매케너에게

나도 널 사랑해, 라이. 기다려 줘서 고마워. 그래 좋아, 저녁때 보자!

라이언에게서 곧바로 온 답장을 읽으며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녀는 라이언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갈 것이었다. 그녀는 그때 모든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라이언과 메이가 도움을 주는 것을 허락할 것이다. 맨디가 심호흡을 하며, 어머니와 로버트 씨의 말처럼 혼자서 모든 일을 헤쳐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 심리 치료사와의 예약을 잡을 용기를 얻지 못했지만, 이번 주 중으로는 하리라고 다짐했다. 지금은 한 번에 한 걸음씩 걸음을 내딛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메이의 강의실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맨디는 강의실로 가는 길에,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몇 학생들이 계속해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그녀가 있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로 소곤거리고 있었다. 맨디는 심호흡을 한 후,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사물함으로 향했다. 그때, 금속으로 된 사물함 문에 빨간색 유성펜으로 나쁜 년 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져 있어서 맨디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맨디는 그것을 읽자마자 갑자기 멈추어 서서, 지난 며칠 동안 극심한 공포를 진정시키도록 노력하며 나아져 가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지만, 존엄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 앞에서 쓰러져서 더 많은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맨디가 사물함의 문을 열고는 다시 한번 놀랐다. 사물함 안에서 콘돔 한 무더기가 쏟아져나와서 바닥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맨디는 당혹감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옆 사물함에서 물건을 꺼내고 있던 한 소녀가 몸을 굽혀서 알루미늄 포장이 된 그것 들을 줍기 시작하며, 맨디를 무기력한 상태에서 꺼내주었다. 맨디도 몸을 숙여 그 소녀와 함께 포장된 콘돔들을 주워 모았다.

“울지마, 네가 울면 쟤네들은 다음번에 더 심한 짓을 할 거야. 나는 저 애들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알거든.”

맨디가 힘을 내어 미소를 지으며, 그 소녀를 보면서 눈물을 삼켰다.

둘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들을 모두 주워서 사물함 옆의 휴지통에 버렸다. 맨디가 소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 강의실로 향하려 몸을 돌린 순간, 앞에서 웃고 있는 애슐리와 셰럴을 발견했다. 맨디가 두 치어리더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주변에 있는 몇몇 사람들도 그녀를 보면서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맨디는 창피함과 굴욕감을 느끼며 돌아서서 홀을 향해 달려갔고, 모두에게서 멀어진 후에도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맨디는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가 수업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가는 길에 그녀를 향한 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손가락질을 하며 맨디를 더욱더 당황하게 했다. 절반쯤 도착한 맨디는 도서관으로 가서 메이에게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맨디는 흥분을 진정시키고 기대어 울 어깨가 필요했는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사이보다 더 최적의 장소는 없었다. 맨디는 왼편에 있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그녀를 보고 비웃을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 건물의 반대편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옆을 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걸었다.

“흠…. 이게 누굴까?”

어맨다가 위를 올려보자, 그녀의 앞에는 마크 브로디가 서 있었다. 어두운 피부에 힘이 세고 굉장히 잘생긴 마크는 재수 없는 아이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여자 신입생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고,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마초에다가 제멋대로인 남자로 언제나 싸움에 연루되었는데, 술이나 다른 마약류를 사용하는 성향을 숨기지도 않았다.

“실례할게.” 맨디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진정해, 매력적인 맨디.”

웃으면서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악의가 있었기에, 어맨다는 최대한 빨리 그에게서 달아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맨디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그녀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나 좀 지나갈게.” 맨디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요청했다. 마크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자, 그의 크고 다부진 몸이 그녀의 위로 불쑥 다가왔다. 그가 손을 뻗어 맨디의 귀 뒤로 머리칼을 넘겨서 그녀를 떨게 했다.

“다음번에는 제발 이라고 말해주면 기쁠 것 같은데.” 마크가 맨디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그의 제안에 겁에 질린 맨디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자, 맨디가 무서워하며 주춤했다. 공포로 떨고 있는 맨디를 보자 마크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났고, 옆으로 비켜서서 그녀에게 지나갈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맨디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를 지나쳐서 달려갔다. 마침내 맨디는 계단에 도착해 달려 내려가면서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리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계단에서 그녀는 반대편에서 오고 있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고개를 올려 바라보자, 션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맨디는 화답의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곧이어 긴장감이 그녀를 심각해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 건물 안에서 밀실 공포증을 느꼈다.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안녕, 공주님.” 션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을 사용하며 그가 맨디를 불렀고, 여전히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다 괜찮아.”

맨디가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난 가야 해.” 맨디가 중얼거렸지만, 션은 고개를 저었다.

“진정해….” 션이 다른 손으로 맨디의 얼굴 위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션이 손가락으로 맨디의 얼굴을 미끄러지듯 만졌고, 그녀를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는 계속해서 맨디의 허리를 꽉 잡고 움직일 수 없게 했다. 맨디가 션을 더 가까이에서 보니, 그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션은 땀을 흘리며 숨이 차 있었고, 그의 눈은 마크 브로디와 같이 심술궂은 눈빛이었다.

“션, 난 정말로 가야 해.” 맨디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션은 그녀를 당겨서 키스를 했다. 맨디가 그를 밀었지만, 그는 훨씬 힘이 세고 키가 더 컸다. 맨디가 저항하며 몸부림치며 벗어나려고 할수록, 션은 더욱 격렬하게 키스를 했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맨디가 그의 입술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한 손으로 션을 밀면서, 다른 손으로는 주먹을 쥐어 그의 등을 때렸고, 최선을 다해서 그의 습격을 막으려고 했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 맨디는 몸부림을 치면서, 누군가가 그녀를 도우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말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자, 근처의 남학생들이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션을 부추기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맨디는 망연자실해졌다.

“좋았어, 션. 넌 할 수 있어! 그녀를 덮쳐!”

맨디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강간을 당하게 되는 건지 생각했다. 그녀는 이렇게 맹렬하게 션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사람들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션과 맨디가 서로의 팔을 밀고 당기며 소리를 지르는 엉망이 된 상황 속에서 애슐리의 잘난 척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라이언은 네가 얼마나 나쁜 년인지 보게 될 거고, 다시는 너의 연락을 받고 싶어 하지 않아 할 거야.”

어맨다는 내면에서부터 분노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제 지겨웠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이용을 당하고 학교폭력을 당할 만큼 허약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는 강한 소녀였다. 맨디는 화가 나서, 입술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션을 밀어낸 후에 그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놀란 션의 팔에 힘이 풀렸고, 맨디가 겨우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션을 그녀에게서 잡아당겼다.

“오 세상에, 라이언!”

라이언이 션을 바닥에 던지고 나서 다가가 주먹으로 때리며 발로 찼다.

“라이언, 제발.”

라이언이 션을 내팽개치고 맨디에게 돌아섰을 때까지, 그녀는 애원하며 라이언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라이언이 맨디를 자세히 보면서 두 손으로 그녀의 팔과 얼굴을 어루만지며 다친 곳이 없는지 살폈다.

“괜찮아? 저 녀석이 널 다치게 했니?”

션의 폭행으로 부어오른 맨디의 입술을 본 라이언이 다시 넘어져 있는 션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 라이언이 소리치며 션에게 다가가자, 어맨다가 라이언을 잡고서 싸움을 계속하려는 그를 말렸다.

“난 괜찮아. 션을 내버려 둬, 라이언. 제발…. 너는 팀에서 제명될 거야.”

“팀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내가 저 재수 없는 놈을 반쯤 죽여놓을 거야.”

맨디가 라이언을 막으려고 껴안았고, 마침내 딘이 나타나 달려왔다. 딘은 라이언의 앞에 서서, 그가 션을 때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이야?” 로저스 코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소리쳤다.

맨디는 라이언을 안고, 몸을 떨고 있었다.

“라이언? 이 소란이 다 뭐냐? 내 사무실로 와, 당장!” 로저스 코치가 라이언에게 소리쳤다.

“가 봐, 라이언. 내가 맨디의 옆에 있을게.” 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나를 따라와라, 라이언! 그리고 너희는 의료팀에 전화해서 션을 진료해 달라고 해.” 코치가 다시 말했다.

“가 봐, 라이언. 나 괜찮아.”

맨디의 요청에 라이언은 그녀가 정말로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듯 잠시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돌아올게.” 그가 말하자, 맨디가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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