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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라이언이 맨디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고서 코치님을 따라갔다. 라이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맨디는 션이 도망가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는 딘을 향해 돌아섰다.

***

라이언이 회의실 밖을 나왔을 때는 이미 밖이 어두워져 있었다. 라이언은 수많은 학교 관계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야 했고, 싸움에 연루된 것에 대해서 꾸짖음도 들어야 했다.

누구라도 어맨다를 다치게 하는 걸 라이언이 용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션이 몸부림치며 거부하는 맨디를 붙잡고 있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는 속이 뒤틀렸다. 그는 여성에게 강제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남자를 용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비록 라이언이 위험에 처한 여자를 지켜주었고 그가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했다고 해도, 질투하는 남자친구로 비추어지며 그가 잘못한 것이 되었다. 심지어 라이언은 이번 일로 인해 세 번의 경기 정지 처분까지 받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는 부당함에 대해 짜증은 났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감수할 것이었다.

라이언이 건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왼쪽 모퉁이를 보았고, 곧이어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맨디가 그녀에게는 큰 후드티를 입고서 계단에 앉아 메이를 끌어안고 있었고, 그 옆에는 딘이 있었다. 그들은 문소리에 위를 올려다보았고, 맨디가 재빨리 일어나 라이언에게 달려가서 그를 꼭 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라이언이 그녀의 머리에 대고 속삭이자, 맨디는 그가 구조선이라도 되는 듯이 꼭 붙어있었다. 맨디가 그의 눈을 마주 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떼고 말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교수님들이 뭐라고 하셨어?”

“학교 위원회에서 그 싸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거래. 그동안 나는 세 번의 경기에서 정지 처분을 받을 거고.” 라이언이 설명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건 불공평하잖아. 너는 단지 나를 지켜준 거였는데…….”

그러자 라이언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는 또 그랬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

라이언이 다시 맨디를 당겨서 꼭 안아주었다.

“다 같이 우리 집으로 가야 할 것 같네.” 메이가 딘에게 다가서며 제안했다.

“내가 저녁 식사를 주문할게.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해야 해. 그렇지, 맨디?”

어맨다가 메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라이언을 껴안았다.

***

맨디의 아파트에서 피자를 먹은 후에 딘과 메이는 쇼파 위에, 라이언은 바닥의 큰 쿠션 위에 앉아 벽에 기대어 앉았고, 그 앞에는 허리에 그의 손이 감긴 채로 맨디가 앉아 있었다. 맨디가 이제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모두의 지원과 애정이 필요했다. 지금 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되돌릴 수는 없었다.

맨디는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고, 어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녀는 천천히 애슐리의 수상했던 표정과 괴롭히고 놀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언어폭력으로까지 이어졌던 일에 대해 말했고, 그녀가 혼자 있을 때마다 애슐리가 따라왔었던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적인 폭행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메이는 그녀가 몰랐었던, 친구가 겪어온 일들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눈물을 흘렸다. 메이는 어떻게 자신이 이 모든 일을 전혀 보지 못했을 수가 있었는지, 친구가 잘못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을 어떻게 눈치채지 못했던 건지 자책했다.

한편 라이언은 몸이 경직되면서 마치 손으로 심장을 꽉 쥔 듯한 가슴의 압박감을 느꼈다. 라이언은 자신이 실패했다고 느꼈다. 그는 친구이자 연인, 남자친구로서 실패했다. 그의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을 알아차리는 데 실패했다. 그는 맨디가 하루하루 마음을 닫아가면서 그녀의 밝은 모습이 조금씩 바래 져가다가, 최근에는 그녀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슬픈 표정만을 짓고 있던 것을 보았었다. 그는 맨디가 세상을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서 며칠 동안 사라졌던 것을 보았었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이 막 사귀고 난 시점에 맨디는 그에게 애슐리가 겁을 주었다고 말했었지만, 그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진정으로 맨디의 말을 듣지 않았다 . 아주 심각한 일이 그의 바로 앞에서 일어났는데도, 보지 못했다.

“너를 속상하게 하려고 말한 게 아니야.” 맨디가 허리를 둘러싸고 있는 라이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단지…. 너에게 말하겠다고 엄마와 약속했었어.” 맨디의 목소리는 더욱더 낮아졌다.

“이 모든 일이 내 바로 앞에서 일어났는데, 내가 그걸 보지 못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 라이언이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말했다.

“나도 몰랐어…. 세상에, 맨디! 어떻게 그 애는 이런 일들을 할 대담함이 있었던 거지?” 메이도 놀란 채로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이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하지 않은 거니까….” 맨디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야, 자기야. 우리는 모두 이 일에 대한 책임이 있어.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조짐을 눈치채지 못했고, 너를 보호하는 우리의 역할에 실패했어.”

라이언이 그녀의 말에 반대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메이와 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가해자는 애슐리이지, 네가 아니야. 어떤 것에 대해서도 넌 책임이 없고, 네가 우리를 차단했던 것은 타당한 일이었어. 누구든지 그런 상황에 있다면 두려웠을 거야.”

“나는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을까 봐 그게 두려웠어.”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맨디. 우리는 네 말을 믿고, 너의 곁에 있어.”

맨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라이언이 맨디를 더 가까이 당겨서 꼭 안아주며, 그녀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애가 계속 이런 짓을 하게 할 수는 없잖아.”

“우선은 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서, 애슐리가 한 짓을 신고하는 거야.” 메이의 말에 딘이 대답했다.

“우리는 치어리더팀 코치님에게도 말해야 해.” 라이언이 말하자, 딘이 동의했다.

맨디가 라이언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을 때까지, 그들은 다음 날 아침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이언이 딘과 메이에게 인사를 한 다음, 맨디를 들고 그녀의 침실로 향했다.

두 사람이 침대에 함께 눕자마자 맨디가 라이언의 단단한 가슴에 파고들었고, 라이언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녀의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동안, 맨디는 그의 품 안에서 안전함을 느꼈다.

그들은 애슐리가 한 행동들과 션의 습격이 초래한 피해들에 대해서도 대처할 계획이었다. 라이언은 경기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었다.

맨디가 라이언의 품 안에서 몸을 돌려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라이언이 손가락 끝으로 맨디의 눈가에 있는 앞머리를 넘겨주며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겼다.

“잠이 안 오는 거야?”

맨디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라이언이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그는 모든 일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슬펐고,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해.” 라이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맨디가 몸을 움직여서 목을 길게 뻗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모든 것들을 잘 살폈어야 했어…. 우리가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 그 애가 주차장에서 너를 막아서며 말했던 날에도 행동을 취했어야 했고….”

맨디가 검지 손가락을 라이언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누군가 사과를 해야 한다면, 그건 주변을 완전히 차단했었던 나야.

맨디의 말에 라이언이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너를 보고서 도왔어야 했어. 그런데 넌 매우 용감했어. 오늘처럼 끔찍한 날을 보내고서도, 너는 용기를 내서 우리에게 마음을 터놓았어. 한 걸음 내딛으려고 말이야.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을 거란 거 알아….”

“너희들이 중간에 나에게 다가와 주었어….” 맨디가 속삭이자, 라이언이 몸을 아래로 기울이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걸 함께 할 거야. 나는 일 분도 너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

맨디가 고개를 끄덕였고, 라이언은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었다.

“내일은, 새로운 날이 될 거야….” 라이언이 자신감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그 순간 갑자기 맨디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션이 전에 한 번이라도 그런 짓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맨디가 라이언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서 침대 위에 앉았다. 그녀는 라이언에게 모든 것에 대해 말을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생각들을 말로 할 용기가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맨디는 그녀를 지키려다가 대학교 농구팀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된 라이언에게 신세를 졌다.

“션은 전에 한 번도 그렇게 극단적인 일을 했던 적이 없었어. 작년에 션이 날 좋아한다고는 했었지만, 나는 션에게 그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었어. 그는 내게 단지 친구였어.” 라이언이 그녀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일이 있고서 대학교에 온 후부터, 나는 션의 옆에 있는 게 편안하지 않고 불편했었어. 그의 표정은…. 글쎄 뭐랄까, 악의적이었어. 하지만 나는 평생 알고 지낸 션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어. 나는 션을 나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어. 하지만 오늘 일이 있고 나서 너를 기다리면서 건물 밖에 앉아 있는데, 그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주위에 없었더라면 션이 더 심한 짓을 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

맨디가 눈을 감고서, 션이 대학교 복도에서 강제로 키스를 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폭행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몸을 움츠렸다.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들은 피해자가 믿고 있는 사람이 저지른다고 해.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사람들이 말이야…. 지금 상황에선 너의 직감을 믿어야 할 필요가 있어, 맨디. 수상한 눈빛과 불편한 터치, 적절하지 않은 행동…. 이런 것들도 직접적인 성폭행 행위만큼이나 심각하잖아, 안 그래?”

맨디가 라이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의 옆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그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야. 누가 되었든, 남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너에게 위협적인 기분이 들게 한다면, 그는 네가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포함되어서는 안 돼. 게다가, 너는 사귀는 사이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미 션에게 말했었고. ‘아니’라는 말은 항상 ‘아니’라는 뜻이야. 그리고 남자는 그걸 존중해야 해. 물론 나도 그래야만 하고. 예를 들어 네가 나와 관계를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내 의견을 수락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너의 의무가 아니라고 말할 권리가 있어. 그리고 그걸 넘어서는 행동들은 용납될 수 없고.”

“난 바보가 된 느낌이야….”

“아니야, 자기야.” 라이언이 이의를 제기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는 마음씨가 고와서, 사람들의 좋은 면만을 믿지. 그것에 대해 나쁘다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있어.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의 곁에는 너의 어머니와 제일 친한 친구, 그리고 내가 있어.”

“난 그저 이 모든 게 끝나기를 바랬어….”

“그렇게 될 거야. 아무도 너를 다치게 하지 않아. 내가 약속해.”

맨디가 다시 누워서 그를 껴안았고, 둘은 말없이 오랫동안 그대로 있다가 더 좋을 날들을 희망하며 서로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제 18장

강의실 문 앞에서 맨디와 헤어지고 나서야 라이언은 침착하게 보이려는 노력을 멈출 수 있었다. 사실 지금 라이언은 침착함과는 정반대의 상태였다. 여자 친구에게 모든 말을 들은 후로 그는 우울했고, 죄책감이 들었고, 화가 났다. 라이언은 이 모든 일을 실제로 겪은 맨디가 어떤 기분이었을 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보다도 어떻게 인간이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그렇게 나쁜 짓을 할 수가 있었을까?’

라이언은 복도에 멈추어 서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그의 몸을 지배하려는 떨림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항상 하셨던 말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받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단다.’

어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그는 이기심의 전형인 애슐리에게 공감 능력이라거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라이언은 한 번도 애슐리만큼 오만한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조금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애슐리가 그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 애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라이언이 생각에 잠긴 채 복도를 따라 걸으며, 사람들과의 대화를 피해서 출구로 향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 말을 할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했다. 맨디가 계속해서 학교폭력을 당해서는 안 되었고, 애슐리에게는 가르침이 필요했다. 애슐리는 맨디와 그리고 또 있을지도 모를 다른 피해자에게 저지른 사악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브라운 대학교에는 학교폭력에 관해서 엄격한 규정이 있었고, 라이언은 여자 친구가 애슐리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도움을 줄 계획이었다.

라이언은 건물 안의 문들을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뒤편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완전히 텅 비어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서성거리다가 늦여름의 무른 햇볕에 차가웠던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라이언은 어떤 메스꺼운 목소리가 들렸을 때까지 누군가가 다가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 라이언…. 그 여자 때문에 네가 엄청난 문제를 겪게 된다니 유감이야.”

“아직도 코치님이 다시 너를 농구팀에 받아주지 않으셨니?”

애슐리의 목소리를 듣자, 라이언은 몸 전체가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어젯밤부터 화가 나 있었고, 자칫했다가는 상황을 제어할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라이언이 돌아서자, 그의 앞에는 치어리더팀의 첫 글자가 적힌 분홍색 맨투맨을 입은 애슐리가 손가락 끝으로 긴 금발의 머리카락을 감으며 웃고 있었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해. 분별력을 잃지 말자.’ 라이언이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라이언은 그가 얼마나 험악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애슐리에게 다가갔다. 그의 걸음은 단호했고, 화를 참기 위해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넌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가 애슐리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넌 도대체 네가 누구라고 생각하는데?”

라이언의 냉혹한 목소리와 단호한 눈빛을 본 애슐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까지 짜증이 난 라이언의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애슐리는 몸을 떨었다.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애슐리가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라이언에게 질문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불안정하다는 걸 느낀 애슐리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책망했다. 애슐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애슐리는 어떤 이유로든 두려움을 느꼈을 때도,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고서 그녀가 세상의 주인인 양 행동을 계속했다. 특히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어떠한 나약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어맨다와 같은 소녀들을 증오했고, 그들을 자신만의 공간에 가도록 내몰면서 일종의 즐거움을 느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너는 아주 잘 알고 있잖아. 비아냥거리지 마.”

라이언의 목소리가 더욱 격렬해졌다. 애슐리가 그를 오만한 표정으로 바라본 후에 어깨를 으쓱하며 그곳을 떠나려고 돌아섰다. 그녀는 라이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지만, 그의 따분한 여자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맨디는 걱정이 많았으므로, 애슐리와 같이 강한 사람에게 맞설 용기는 절대 없을 것이었다. 단지 그녀는 현재 라이언의 상태를 보았을 때, 지금은 그에게서 떨어져 있는 게 최선일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교에서 폭력을 가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니, 애슐리? 브라운 대학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아주 엄격한 규율이 있어.”

애슐리는 곧바로 걸음을 멈추었다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에 다시 라이언을 향해서 돌아섰다.

“나는 정말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애슐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를 바보로 만들지 마. 나는 지난 몇 달간 네가 맨디에게 했던 모든 짓을 알고 있어. 아마 너는 그 애가 평생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그리고 복도에서 했던 나쁜 짓을 계속하려고 했겠지만, 네가 틀렸어.” 라이언이 소리치며 말을 이었다.

“맨디는 혼자가 아니야, 더는. 그리고 넌 네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애슐리의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 애가 라이언에게 모든 걸 다 말한 건가? 감히 라이언이 나에게 맞서게 만들다니?’

애슐리는 라이언의 협박에 집중할 수 없었고, 오직 그녀의 내면에는 복수에 대한 맹렬한 욕구만이 퍼지고 있었다. 맨디는 그녀에게 도전할 자격도, 라이언이 적대시하도록 만들 자격도 없었다. 맨디는 이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애슐리가 머릿속으로는 복수를 준비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라이언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라이언, 나는 너의…. 음…. 여자 친구 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분명히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절대로 그 누구도 해치지 않아.”

라이언의 눈길이 더욱 거세지며 얼굴이 경멸로 일그러졌다.

“나에게 거짓말하지 마, 애슐리! 우리는 너를 고소할 거야. 그리고 치어리더 코치님도 너의 그런 행동에 대해서 묵인하지 않을 거야.”

라이언이 소리치자, 애슐리는 절망감을 느꼈다. 라이언이 이럴 수는 없었다, 절대로. 그녀는 캠퍼스에서 이뤄온 것들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를 향한 칭찬과 명성, 그리고 지위까지. 애슐리의 얼굴이 고통으로 뒤틀리며 울기 시작했다.

“안돼, 라이언. 제발 그러지 마. 나에게 이러지 마!” 애슐리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내가 다시는 너의 여자 친구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맹세할게.”

애슐리는 몸이 떨리고 있었고, 울음 때문에 숨을 헐떡였다.

“이렇게 빌게.”

라이언은 마음이 불편해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애슐리가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라이언이 멈추고 싶다고 해도, 어맨다가 견뎌 온 일들에 대한 그의 분노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서, 애슐리가 본인의 인생을 살고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기를 바랬다. 라이언이 애슐리를 고발한다면 그녀는 아마도 퇴학을 당할 것이고, 다른 대학교에 입학할 기회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연방법이 있지는 않았지만, 대학교가 속해있는 주에서는 이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었다. 폭력의 가해자를 받아주면 결과가 어떨지 알고 있기에, 어떤 학교에서도 이러한 일에 연루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제발, 라이.” 애슐리가 펑펑 울면서 다시 그에게 간청했다. 라이언은 어떻게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네가 한 짓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애슐리. 아주 심각한 일이야. 네 조언을 들겠다고 약속할게. 상담 치료든 뭐가 됐든.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브라운 대학교에서 퇴학당하면, 내 미래가 어떻게 되겠어?”

애슐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하자, 라이언은 그녀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라이언이 심호흡을 한 후에 검지 손가락으로 애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네가 맨디에게서 멀어졌으면 해. 우리 에게서 멀리 떨어져 줘. 그리고 상담이나 치료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절대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알아들었어?” 라이언은 말하면서 마치 심장이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길 바랐다. 그는 맨디가 누군가의 미래를 망치는 건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실제로 두 사람은 그저 이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원했다.

애슐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눈물을 닦자, 그녀의 얼굴에 검은 마스카라의 흔적이 남았다.

“맹세할게, 라이. 정말로 맹세해.” 애슐리의 대답에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잠시 그곳에 서서, 애슐리가 시선을 돌리며 가야겠다고 말할 때까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애슐리가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하자, 라이언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사람이 저 지경까지 갈 수 있는 거지?’

그녀가 건물의 앞쪽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라이언이 생각했다. 애슐리는 아픈 사람이었다. 그런 행동은 정상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폭행 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라이언은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그가 놓친 것은 애슐리의 사악한 표정이었다.

***

수업 시간에 맨디는 교수님의 설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물어보았다면, 그녀는 듣고 있는 수업이 무슨 과목인지조차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생각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채, 라이언과 메이와 했었던 대화를 되새기고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다 하는 것은 그녀에게 힘든 일이었다. 맨디는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혹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녀에게 일어났던 그 모든 나쁜 일들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맨디는 상대방을 얼마나 싫어하든지 간에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다 말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녀는 어깨 위에 지고 있던 아주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맨디는 더욱더 기분이 가벼워졌고, 브라운 대학교에서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 되었다.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와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애슐리가 했던 협박을 물리칠 수 있었다. 맨디가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자신감이 생겼다.

***

수업이 끝난 후, 라이언은 강의실 문에 서서 맨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슐리가 그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라이언은 적어도 아직은 맨디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그는 여자 친구가 겪었던 모든 일을 이겨낼 수 있도록, 그녀의 자신감을 다시 회복시켜 주어야 했다. 맨디가 강의실 문밖으로 걸어 나와 라이언의 앞에 서서 미소를 지었고, 라이언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 안고서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건물 밖으로 걸어갔다. 라이언의 수업은 더 늦게 있었고, 맨디에게는 마지막 수업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근처의 카페로 갔고, 라이언이 음료를 사는 동안 맨디가 모퉁이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여기, 널 위한 캐러멜 마키아토와 초콜릿 케이크야.”

라이언이 음료와 케이크를 맨디의 앞에 놓으며 말했다.

“나는 오렌지 주스.”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하지만 이 초콜릿 케이크 먹는 건 도와줄 거지?”

“물론. 네가 그런 기술로 부탁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

두 사람이 함께 키득거렸다. 맨디가 달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라이언이 테이블 위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애슐리에게 이야기했어.” 라이언은 말하면서 맨디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애슐리가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용서를 구하면서 미안하다고, 그런 말들을 했어. 대학교 학장님께 말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고. 그 애는 이런 항의가 접수되면 대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될 거고, 다른 학교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어.”

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정말로 애슐리가 멈출 거라고 생각해?” 맨디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고 표정은 몹시 겁에 질려 보여서, 라이언은 다시 한번 마음이 부서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내 생각엔 애슐리가 자신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는 이해한 것 같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미래가 위협당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 내가 그 애에게 완강하게 말했어.”

라이언이 말을 멈추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고, 서로 깍지를 낀 손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난 그 말을 믿고 싶어….”

“나도.” 맨디가 긴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내 생각에는 그 애가 용서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해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 것 같아.”

“내가 계속해서 모든 걸 주시할 거고, 그 애가 네게 또 무슨 일을 하면 나한테 말해줬으면 해.”

그의 말에 맨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진지해, 자기야. 만일 그 애가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널 불쾌하게 하거나 압박하거나 다치게 하면, 나에게 말해야 해.”

“그럴 거라고 약속할게.” 맨디가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라이언이 그녀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

“그런데…. 션은 어쩌지?”

그 순간 라이언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일그러졌다.

“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학장님이 내게 전화하셨고, 다음 주에 약속을 잡았어. 션을 고소할지에 대해서는 결정했어? 아니면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브라운 대학교 측에 말하는 건?”

라이언이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맨디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겠지?” 맨디가 확신하지 못하며 물었다. 그녀에게는 모든 상황이 너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맨디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션이 그녀를 강제로 붙잡을 수 있을 정도의 대담함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너에게 해가 될까?”

“자기야, 나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 이건 너의 결정이고,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던 널 지지할 거야. 네가 고소를 해야겠다면, 내가 너와 함께 경찰서에 갈게. 만약 네가 고소하지 않는다고 결정해도, 그것도 존중할게.”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로 확신이 안 서…. 션을 신고하면 그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은 들 테지만, 그가 한 짓이 옳지 않다는 걸 알아. 강제로 한 키스는 습격이니까. 난 그때 만약 우리가 사람이 없는 곳에 있었더라면…. 그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 아마 그 애는 나를….”

라이언이 테이블 위로 몸을 구부려 맨디의 입술 위에 손을 얹었다.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마.”

사실은 라이언도 지난 24시간 동안 그녀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만약 션에게 기회가 있었더라면, 그는 아마도 맨디를 강간했을 것이라는 생각. 맨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은 채 숨을 깊이 들이쉬었고, 라이언이 그녀의 손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맨디가 폭행 당시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녀가 느꼈던 두려움과 그곳에서 오로지 라이언만이 나서서 그녀를 구해주었던 것에 대해서. 션은 그녀의 자존감을 무너뜨렸고, 그녀가 갖고 있던 우정의 감정들도 산산조각 냈다.

맨디는 더 이상은 피해자 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라이언이 그의 잘못이 아닌 일로 고통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라이언이 한 행동은 맨디의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에 그녀를 지켜준 것이었다.

“나는 이 일에 대해서 신고할 거야. 내가 대학교 학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공식적으로 고소를 할게.”

맨디가 라이언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맨디의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삼촌에게 전화해서 이 소송에 대해서 말할게. 삼촌께서 변호사이시니까, 이 사건이 잘 진행되도록 이끌어주실 거고, 우리가 최선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게 안내해주실 거야.”

어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혼란스러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겠지만, 모든 건 다 좋아질 거야, 자기야.”

라이언이 그녀의 손을 그의 입술로 가져가서 입을 맞추었다.

“네가 내 옆에 있다면,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해.”

***

일주일 내내 맨디는 애슐리나 션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애슐리는 라이언에게 약속한 데로 맨디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맨디는 애슐리를 먼발치에서 몇 번 보았는데, 눈이 마주치자 애슐리가 그녀를 쏘아보기는 했지만, 곧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보통 가장 친한 친구인 셰럴과 함께 다녔다.

션은 라이언과 같이 학사 경고를 받아서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어맨다가 대학교에 션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자, 학장님이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션과 라이언을 정학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맨디는 라이언이 고용한 변호사와 동행하여, 폭행 혐의로 기소된 션과 그와 싸움에 연루되었던 라이언의 미래를 결정할 브라운 대학교 책임자들과 함께 비공개회의에 참석했다.

맨디는 남자친구가 그녀를 지켜주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지만,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그녀가 션을 신고한 것이 라이언의 사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라이언은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동안에도 매일 맨디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수업이 끝나면 데리러 갔고, 캠퍼스에 머물 수 없었기에 수업 시간 동안에는 딘에게 맨디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맨디는 절친의 남자친구를 성가시게 만드는 것 같아 속상해하며 반대했지만, 라이언이 메이와 딘과 다 함께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가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기에 그녀의 의견은 관철되지 않았다.

맨디가 손목에 있는 금속으로 된 은색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것은 라이언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이제 거의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건물 2층에 있는 스터디 룸에서 두 시간 남짓 라이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수업 하나가 취소되었지만, 맨디는 남자친구가 농구팀에 합류하지 못해도 혼자서 연습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또한 맨디는 도서관에서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오늘 들었던 수업에서 지시해 준 자료를 읽었고, 학기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두 개의 과제들도 마쳤다.

맨디가 이제 거의 학기 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좋은 일들도, 매우 나쁜 일들도 있었는데, 어떤 순간들은 굉장히 오래된 듯했고, 다른 순간들은 마치 어제 있었던 일 같았다. 라이언을 떠올리는 그녀의 미소가 환해지면서 몸이 따듯해졌다.

지난 몇 달간은 그녀가 최고의 남자친구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해준 날들이었다. 그녀는 라이언을 사랑했다. 그들의 열정은 강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라이언을 향한 맨디의 감정은 더욱더 깊고 격렬해졌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듯했다. 두 사람은 주말 동안에 가족들을 방문하기 위해 글로스터로 돌아가는 것에 동의했는데, 앨리스 씨가 딸을 매우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안심시켜 드릴 목적이기도 했다.

맨디가 소지품들을 배낭에 챙겨 넣고 있는데, 뒤쪽에서 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준비됐니?”

맨디가 어깨 너머로 딘을 돌아보며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좋았어. 라이언이 밖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맨디가 배낭의 지퍼를 닫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문제없어. 나는 어차피 메이도 기다리는 중이니까.”

딘의 대답을 들으며 맨디가 손을 뻗어 배낭을 집어 들었다.

“그건 내가 들고 있을게.” 딘이 윙크를 하며 말했고, 맨디는 딘에게서 멀어지며 스터디 룸을 나섰다.

그녀는 텅 빈 복도를 가로질러 갔는데, 금요일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자마자 강의실을 뛰쳐나가기 때문이었다. 주말이 거의 코앞으로 다가왔으므로 젊은이들은 어서 휴일을 즐기고 싶어 했다.

맨디가 비어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칸을 고른 후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녀는 볼일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 보인 글자들이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문에는 빨간색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맨디 썸머스는 나쁜 년이야. 모두들 남자친구들을 조심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서도 빼앗아갈지 모르니까. 그 걸레가 잤던 남자들의 명단이야.

라이언 매케너

션 마틴

마크 브로디

...

그 명단에는 열여덟 명의 남자 이름들이 더 있었는데 대부분은 맨디가 알지도 못하는 이름이었다. 맨디가 혼란스러워하면서 옷을 입었다. 바지를 잠근 후 그녀는 그곳에 적힌 글을 다시 읽으면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내 보려고 애썼다. 맨디가 그곳을 나와서 화장실 옆 칸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도 맨디와 잤다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맨디가 심호흡을 한 후에 다음 칸으로 들어가 보았고, 이어서 여덟 번째 그리고 마지막 화장실 칸까지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며 확인했다.

맨디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손이 떨리면서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불안감을 제어하기 위해서 숨을 쉬려고 노력하며,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아서, 그녀는 지금 자신이 불안증으로 인한 공황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맨디가 눈을 감자, 갑자기 그날 아침 건물 안에서 보았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생각이 났고,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맨디는 사람들이 그때 맨디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눈빛은 그녀를 판단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녀는 그 당시에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맨디는 라이언과 변호사가 했던 조언을 따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이 무언가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다시 신고하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세요.

맨디는 지금껏 그렇게 해오고 있었거나, 혹은 최소한 노력 중이었다. 사람들을 지나칠 때면 들리는 것만 같았던 수군거림과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장면이 떠오르면서 맨디는 망연자실해졌다. ‘바른 소녀인 나에게 사람들은 왜 그런 식으로 상처를 입히려는 걸까?’

맨디는 대학교 생활이 몹시 싫었다. 브라운 대학교는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그녀를 공격했던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는 다른 대학교로 전학을 간다는 생각이 더없이 반가웠다. 맨디가 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화장실 문이 쾅 닫히며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너를 끝장낼 거라고 했었지. 그게 바로 지금이야.”

제19장

애슐리와 그 뒤를 따라서 셰럴이 화장실로 들어가며,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화장실의 문을 잠갔다. 애슐리는 맨디에게 겁을 주어서 브라운 대학교에 다니는 것과 라이언의 인생에 계속해서 끼어드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자고 셰럴을 설득해 두었다. 셰럴은 애슐리의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셰럴은 처음 대학교에서 애슐리와 만났을 때, 그런 애슐리의 태도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었다. 애슐리가 항상 못된 말로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마다, 사람들이 전부 애슐리를 좋아하고, 부러워하고 동경했으므로 친구의 행동이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닐 거라고 자신을 설득시켰다. 셰럴은 화장실 문에 등을 기대고 서서 우쭐한 미소를 지으며, 애슐리가 맨디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것을 구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애슐리는 마치 자신이 이곳의 주인인 양 맨디를 향해서 화장실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 치어리더의 걸음걸이는 줄곧 단호했고, 눈빛은 사악하게 번득였다. 그녀는 맨디를 격렬하고 위태로운 증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맨디는 애슐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움찔했다. 맨디는 단 한 번도 심지어 어렸을 때조차 싸움해본 적이 없었지만 애슐리는 싸우는 것을 가장 바라는 듯해 보였다.

금발 머리의 애슐리는 마치 케이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야생 동물처럼 먹잇감을 공격하려는 듯이 천천히 걸어가다가, 맨디에게서 겨우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애슐리의 눈빛은 증오로만 번득이는 것은 아니었는데, 맨디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완전히 무언가에 홀린 듯해 보였다. 애슐리에게서 숨소리가 나며 그녀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녀의 얼굴이 격분으로 일그러졌고, 마치 머릿속에서 나쁜 생각들이 이어지며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듯했다. 애슐리는 고뇌를 당하고 있는 듯하게 보였고, 오직 그녀의 생각 속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공상에 빠진 사람 같았다.

잠시동안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공기 중에는 긴장감이 맴돌았고, 오직 세 여학생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긴장감이 맨디의 몸을 장악했고, 그녀는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갈지 고민했다. 굳게 잠긴 문과 애슐리의 무서운 표정은 전혀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 맨디는 도망가지 않으면 무언가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거란 것을 알았다. 금발 머리의 애슐리가 경멸하듯이 맨디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라이언이 어떤 매력을 보고 너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애슐리가 혐오감이 분명하게 담겨있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분하고, 무표정에다가. 넌 나에게 쥐를 떠올리게 해. 작고 징그럽고, 반갑지 않은. 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맨디는 몸 전체가 떨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약간 저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죽이지. 그렇게 해서 그 징그러운 쥐들의 인생을 끝내버려. 왜냐하면, 마치 꼭 너처럼 쥐들에게서는 어떤 좋은 것도 나오지 않거든.”

금발 머리 소녀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오자, 맨디는 뒤로 물러다가 화장실 싱크대에 부딪혔다.

“네가 대학교를 떠났을 때, 너는 그 구멍 속에서 그대로 있었어야 해.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고, 다시 돌아와서 모든 걸 망쳐야만 했지.”

“애슐리, 나는….” 맨디가 입을 열었지만, 애슐리가 세게 뺨을 때리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

“나는 널 끝장낼 거야.”

애슐리가 손마디를 꺾으며, 손을 얼굴로 가져간 맨디를 바라보았다.

“애슐리, 이 정도면 충분해. 가자.” 셰럴이 여전히 문에 기대어 서서 말했다.

“아니. 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나에게서 앗아간 모든 것들에 대한 대가를. 난 얘를 죽일 거야.” 애슐리가 맨디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애슐리가 맨디의 머리카락을 꽉 쥐었고, 맨디가 소리를 질렀다. 치어리더는 맨디의 방어가 약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그녀의 뺨을 때리며 바닥으로 내리쳤다. 애슐리가 맨디에게 몸을 기울이려는 순간, 셰럴이 달려가서 애슐리를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친구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먼저 셰럴을 밀쳐냈다.

“날 놔. 안 그러면 너도 끝장낼 거니까.” 애슐리가 소리치자, 셰럴은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그때부터 애슐리의 모든 초점이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로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어맨다에게 집중되었고, 그녀를 다시 밀고 세게 때려서 차가운 바닥에 그녀의 옆구리가 부딪히게 했다. 맨디가 맞서 싸우려고 해봤지만, 분노로 자극된 치어리더의 힘이 더 셌다.

맨디가 스스로를 채 방어하기도 전에 애슐리가 그녀의 몸을 돌려 위에 앉아서 다리로 그녀의 팔을 고정했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그녀는 맨디를 때릴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난 네가 싫어! 난 너를 죽일 거야! 넌 내게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라이언은 절대로 네 것이 아니야!”

맨디가 공격을 받아서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상태인 걸 알아챈 애슐리가 일어나서 맨디의 갈비뼈를 발로 찼다. 어맨다는 이미 많이 다쳤고, 소리를 지를 힘조차 없었다. 애슐리가 하는 말이 맨디에게 간신히 들리고 있었다.

애슐리가 맨디의 머리카락을 잡고서 그녀의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라이언은 내 거야! 내 말 들려? 내 거라고!”

어맨다는 얼굴과 눈이 부어오른 것을 느꼈고, 여전히 화가 난 채로 그녀를 가격하고 있는 애슐리의 형체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순간 맨디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의 전부는 애슐리가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애슐리가 만일 지금 이곳, 화장실 바닥에서 나를 죽인다면….’

“라이언은 절대로 네 것이 되지 않을 거야.” 맨디가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면서 중얼거렸다.

“라이언은 너처럼 나쁜 애하고는 절대로 만나지 않을 거야.” 맨디는 말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말을 끝마칠 수 있었다. 맨디의 말이 애슐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듯했다. 그녀가 더 화가 나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애슐리가 다시 맨디의 몸 위에 올라앉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쥐고 머리를 대리석에 대고 세게 때렸다. 맨디가 반 혼수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느낀 감각은 그녀의 이마에서 똑똑 떨어지는 액체와 애슐리의 무게감이 그녀에게서 끌어 내려지는 느낌이었다.

맨디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반쯤 눈을 뜰 수 있었고, 어떤 형체가 그녀에게 몸을 숙이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맨디는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리고 더는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점점 더 기운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고, 통증에서 멀어지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제 20장

라이언이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딱딱한 병원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거의 나흘 동안 이곳에서 맨디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이 부족한 데서 오는 눈이 따끔거리는 느낌에 라이언이 눈을 비볐다. 맨디가 이곳에 입원한 이후로 라이언은 줄곧 그녀의 곁에 있었다. 앨리스와 로버트 씨, 메이 그리고 메이의 부모님까지 모두가 쉴 수 있도록 번갈아 가면서 병실을 지켰지만, 라이언은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가지러 갈 때만 자리를 비웠다.

라이언이 침대를 바라보면서 공포 영화 같았던 그 날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렸다. 셰럴이 그를 향해서 달려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건물 입구에서 맨디와 딘 그리고 메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치어리더 소녀는 너무 많이 울고 있어서, 라이언은 그녀의 말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단어는 어맨다와 애슐리, 화장실 그리고 때린다는 말이었다.

라이언이 금지 처분을 무시하고 건물 안으로 달려갔고, 셰럴이 그의 뒤를 바짝 따라왔다. 그가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여자 화장실로 달려갔을 때, 딘은 홀의 반대편 끝에서 맨디의 배낭을 들고 있었다 .

라이언을 본 딘은 맨디가 화장실에 갔었던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여기며 친구를 따라갔다.

라이언에게는 입구를 가로질러 가는 몇 초는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때 셰럴이 방금 막 여자 화장실 앞에 도착한 농구부 코치님을 향해 소리쳤다.

코치님이 다급히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서 맨디 위에 앉아 목을 조르는 애슐리를 발견하고는 다가가서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 라이언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코치님이 애슐리를 잡고 있었고, 애슐리는 코치님의 팔 안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본 라이언은 심장이 천 개의 조각들로 부서지는 기분이 들었다. 맨디는 심하게 다쳐서 의식을 잃었고, 곳곳에는 피가 흥건했다. 그가 맨디의 이름을 몇 번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라이언은 그녀를 안아 들고 의사에게 데려가고 싶었지만, 애슐리를 잡고 있던 코치님이 그녀를 딘에게 넘겨주고는 라이언을 막아섰고, 맨디가 더 다칠 위험이 있으니 만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코치님이 휴대전화로 응급차를 부르는 동안, 라이언은 앞뒤로 서성이며 지금 일어나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가까스로 믿을 수 있었다.

라이언은 만약 코치님이 애슐리를 맨디에게서 떼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자신이 애슐리 위에 올라타서 맨손으로 그 애에게 공정하게 보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혹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단지 그의 여자 친구여서가 아니라, 그녀가 맨디이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도, 어떤 잘못도 한 적이 없는 친절하고 애정 어린 소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낀 라이언이 눈을 감았다. 라이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는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지난 나흘 동안 맨디를 잃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의료팀은 맨디에게 시행했던 의학영상 검사를 분석한 후에 그녀에게 계속해서 진정제를 투여하기로 했다. 찰과상도 끔찍했지만, 신체 내부의 부상은 더욱더 심각했다. 맨디의 갈비뼈들이 부러졌고, 그중 하나가 거의 폐를 찌를 뻔했다. 라이언이 발견했을 때 맨디가 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의사가 그의 아버지에게 맨디가 겨우 죽음을 모면했다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 그녀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지체되었다면, 혹은 갈비뼈가 몇 밀리미터만 더 움직였더라도 그녀는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의사는 대화 중에 맨디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라이언은 그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맨디가 거의 죽을 정도로 맞은 것에 대해서 어떠한 행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라이언이 심호흡을 했고, 병실의 문이 열렸을 때 그는 다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앨리스 씨가 로버트 씨의 부축을 받으며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맨디의 어머니는 창백했고, 눈은 빨개져 푹 패여 있었으며, 얼굴에는 기가 꺾여 있었다. 라이언이 만났던 아름다운 여인의 어두운 그림자 같은 모습이었다. 라이언이 의자에 앉은 것을 보자마자 앨리스 씨는 곧장 다가가서 그를 안았다.

“내 아들.” 그녀가 애정을 담아서 말했다.

“너는 좀 쉬어야 해. 아주 기운이 없어 보여. 난 네가 걱정되는구나.”

앨리스 씨가 조금 뒤로 물러나 라이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이언이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고, 앨리스 씨가 면도하지 않은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저는 괜찮아요, 앨리스.”

라이언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듯 대답했다.

앨리스 씨는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정말 맨디를 사랑하는구나, 그렇지?”

그녀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라이언에게 물었다.

“네, 맞아요. 맨디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면, 제 인생이 온전해지는 것을 느껴요. 우리가 아직 어리다는 것 그리고 만난 날이 짧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전 지금까지 마치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다니며 일생을 보냈던 기분이었는데, 맨디에게서 해답을 찾았어요.”

감동한 앨리스 씨가 라이언의 팔 위에 손을 얹으며 위아래로 쓰다듬었다.

“고맙구나, 얘야.”

그녀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너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소년이란다. 어맨다의 곁에 네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야.”

앨리스 씨가 다시 라이언에게 다가가 그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감정이 동요되어 함께 울었다.

“맨디는 괜찮을 거야. 두고 보렴.”

로버트 씨의 말에 라이언과 앨리스의 마음속에 희망이 차오르며, 눈물 사이로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

이틀 후, 그들은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는 놀랐다. 회색 머리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키가 큰 남자가 양복을 입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어맨다 썸머스 씨의 병실인가요?”

“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라이언이 일어나서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며 물었다.

“저는 썸머스 양의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홉킨스 형사입니다.” 형사님이 라이언에게 손을 내밀자 라이언이 굳건하게 악수를 했다.

“저는 라이언 매케너, 맨디의 남자친구입니다. 이분은 로버트 그리핀 씨이고, 여기 앨리스 썸머스 씨는 맨디의 어머니이시고요.” 형사가 중년의 커플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가 친밀한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현재 맨디 씨가 위독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형사가 병실 침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젊은 여성의 얼굴에 든 멍과 찰과상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희가 사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증언이 필요합니다. 특히 매케너 씨의 증언이요.”

그의 말에 라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라이언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형사가 목소리 톤을 낮추며 이어서 말했다.

“애슐리 워터스 씨는 심각한 신체적 상해죄로 고소되어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항의를 제출하기 위해서 저는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브라이언 로저스라는 코치님과 학생들에게서는 이미 증언을 받았습니다.”

“애슐리가 감옥에 갔나요?”

라이언은 애슐리가 현장에서 체포가 된 것을 몰랐기 때문에 놀라서 물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라이언은 어맨다에게만 집중하고 있었고, 최대한 빨리 그녀를 구하는 것에만 치중했기에 주변의 다른 일들을 보지 못했다.

“네, 그렇습니다. 이제 애슐리 양은 체포된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 상태의 심각성과 그리고 가해자로써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고려해서 대응해야 합니다.” 형사가 유감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맨디의 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경찰서로 함께 가야 하나요?”

라이언이 고작 몇 시간일 뿐일지라도 병원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질문했다.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병원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 썸머스 양의 심각한 상태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그러니까… 위독해질 것을 염려해서, 라이언 군이 병실을 나오지 않아도 되도록 대신 저에게 이곳 병실의 번호를 알려주었습니다.”

맨디의 증상이 재발하거나 위독해질 수도 있다는 형사님의 말을 들은 앨리스 씨가 손으로 입을 감쌌다. 라이언이 말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형사가 이어서 말했다.

“내일 요시 마쓰오 군과 메이 브래드포드 양이 이곳으로 와서 그분들의 증언도 함께 들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홉킨스 형사님. 그럼 내일 형사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이언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라이언 군. 내일 아홉 시 경에 이곳에 도착해서 방이 준비되는 데로 다른 직원에게 당신을 병실로 데리러 와서 방까지 안내해 달라고 부탁해두겠습니다.”

형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맨디에게 가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도록 라이언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그 사건에 이르기 전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누구도, 어떤 것도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라이언은 어서 그때가 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제 21장

라이언이 불편한 의자 위에서 잠이 든 맨디를 바라보며 병원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 그는 오늘만 벌써 여덟 번째인 스티로폼 컵에 든 커피를 저으며, 이전에 의사와 나누었던 대화를 다시 되뇌이고 있었다.

“맨디 양이 치료에 반응을 잘 보여서, 진정제의 투여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곧 깨어날 겁니다.”

라이언의 마음에 희망이 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전부는 맨디가 깨어나 회복을 하는 것이었다. 라이언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보았다. 새벽 세 시 반이었다. 그는 잠이 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마신 어마어마한 커피의 양과 거기에 그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긴장감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밤, 그는 꽤 많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보냈다. 사실 이것은 라이언이 이곳 병원에 있는 동안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이었다. 그는 맨디와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으며, 그녀가 깨어나고 회복되면 그녀에게 어떻게 말할지에 대한 계획을 고안했다.

여자 친구에게 연결되어있는 기계들의 소음만이 방해가 되는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활용해서 라이언이 뒤에 있는 탁자 위에 커피를 두고는 아이패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브라우저를 열어서 대학교 웹사이트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편입 신청이 가능할 때까지는 아직 몇 개월이 남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편입에 성공하기 위한 최상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그에게 가능한 선택지들을 확인해야 했다. 라이언이 침대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다른 일들의 중요성을 잊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걱정한다는 걸 알았지만, 현재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는 여자 친구의 회복과 애슐리가 그녀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라이언은 희망적이 되었다.

새벽은 천천히 지나갔지만, 라이언은 계속해서 그의 목표에 집중한 채 아이패드로 검색과 메모를 해나갔다. 아침이 밝자 마침내 라이언이 태블릿을 내려놓았고, 의자 위에서 쑤시는 근육들을 스트레칭을 했다. 그 순간 그의 어머니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구나, 얘야.” 어머니가 라이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라이언의 얼굴을 감싸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라이언, 잠은 잘 자는 거니? 아주 낙심한 듯해 보이는구나.”

”조금요.“

그가 절반의 진실만을 말하며 어머니에게 웃어 보였다. 라이언은 누구도 그가 여자 친구의 곁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맨디가 깨어나서 안정을 찾고 나면, 잠을 잘 시간이 많이 있을 테니까요.” 라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앨리스 씨는 어디에 계세요? 아침에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라이언의 어머니가 그의 얼굴을 쓰다듬은 후에, 방의 반대편에 있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로버트 씨가 오늘 전화를 해서 나에게 여기로 와달라고 부탁했어. 앨리스에게 고혈압이 왔던 모양이야. 아침에는 쉬고 나서, 조금 있다가 병원에 가라고 설득했대.”

어머니의 말을 들은 라이언이 심호흡을 했다.

“잠시 쉬신다니 다행이에요. 어제 앨리스 씨는 병원을 나서면서 굉장히 기운이 없어 보이셨어요.”

“너처럼 말이지.” 어머니가 눈썹을 올리며 말하자 라이언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는 스마트 워치의 시간을 확인했다.

“여유시간이 있는데, 복도에 있는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올게요.”

“무슨 약속이 있니?”

“네, 조금 후에 증언을 할 거예요. 형사님이 사건을 조사 중이고, 검찰에 보낼 증언 녹취록을 마무리하고 싶으시대요. 루크는 어딨어요?” 라이언이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남동생에 관해 물었다.

“학교에. 너희 아버지가 회사에 가기 전에 루크를 글로스터에 바래다주었어.”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걱정되니?”

“네, 물론이요. 조금 긴장은 되지만, 동시에 제 증언으로 그 사악한 인간을 감옥에 넣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라이언이 숨을 들이마신 후 어머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기계에서 뭘 좀 가져다드릴까요?”

“괜찮아, 고맙구나. 커피를 가지러 갔다 오렴. 내가 널 위해서 컵케이크를 구워왔다.”

어머니가 라이언을 향해 눈을 깜빡였고, 라이언이 웃으며 병실을 나섰다.

***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을 때, 라이언은 벌써 아침 식사와 케이크를 먹은 후였다. 그가 일어나서 문을 열고는 문밖에 있는 나이 든 남성을 마주 보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매케너 씨?”

그 남자가 물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매케너 씨라는 단어는 최근까지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이었기에, 라이언은 이 점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이 모든 일들을 겪으며 라이언은 일주일 사이에 십 년은 더 나이가 든 기분이 들었다.

“홉킨스 형사님이 병원의 원무과 202호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형사님께 10분 후에 도착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실을 떠났다.

라이언이 한숨을 쉰 후에 짐을 가지고 화장실로 갔다. 그는 세수를 하면서 까칠하게 자라난 수염을 보았지만, 지금은 면도하지 않기로 했다. 깨끗한 티셔츠를 꺼내어 입은 후에 라이언은 병실로 돌아갔다. 그는 가방을 구석에 두고서 곧장 침대로 향했고, 맨디에게 몸을 기울이고 귓가에 속삭였다.

“자기야. 너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님과 이야기를 하고 바로 돌아올게. 넌 혼자 있지 않을 거야. 우리 어머니가 여기에 너와 함께 계실 거야. 다시 나에게 돌아오도록 계속해서 싸워줘. 나는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할게. 사랑해, 알았지? 아주 많이.”

라이언이 맨디의 이마에서 멍이 가장 없는 부분에 살짝 입맞춤한 후에 일어나서 어머니에게도 다가가 입맞춤을 했다.

“행운을 빈다, 아들아. 다 괜찮을 거야.”

어머니가 라이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저도 그러길 바라요, 어머니. 정말로요.”

***

라이언이 형사님이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자, 요시와 메이가 벌써 그곳에 와있었다. 그가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나와 요시는 이미 형사님과 이야기를 마쳤지만, 우리에게 기다려달라고 하셨어.”

“왜? 무슨 일이 있었어?” 메이의 말을 들은 라이언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요시가 대답했다.

“내 증언에 네가 모르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어…. 그리고 내 생각인데, 형사님이 조금 후에 우리의 말을 다 같이 듣고 싶은 것 같아.”

라이언이 막 질문을 하려는 찰나, 홉킨스 씨가 문을 열었다.

“와주어서 고맙다, 라이언.”

형사님이 말하며 라이언에게 손을 내밀자, 그가 혼란스러워하며 악수를 했다.

‘무슨 상황인 거지?’ 라이언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서 와. 여기에 앉으렴. 물이나 커피를 줄까?”

홉킨스 씨가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물었고, 라이언은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잡은 후에 홉킨스 씨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대화를 녹음해도 괜찮겠니?”

“편하신 데로 하세요, 형사님.” 형사의 물음에 라이언이 대답했다. 홉킨스 형사가 녹음기에 날짜, 시간 그리고 증인의 이름을 이야기한 후,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 라이언. 범행이 있었던 날,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주겠니?”

라이언이 심호흡을 한 후, 맨디를 수업에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에 다시 데리러 학교에 돌아갔던 때를 돌이켜보았다. 셰럴이 도움을 요청하며 소리를 질렀고, 그가 어맨다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화장실 바닥에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있었다.

“애슐리 월터스 씨가 신체적 또는 윤리적으로 폭력적인 행위나 폭행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나요?”

“아닙니다. 애슐리는 이번 폭행 사건 이외에도 맨디를 괴롭혀왔어요. 그녀는….”

라이언은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눈치채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자신을 질책하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맨디는 며칠 전에서야 그 일에 대해 저에게 말했어요. 몇 달간 말하지 않은 채 고통당하면서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형사님이 공감하는 눈빛으로 라이언을 바라보았다.

“자책하지 마세요. 이런 공격을 알아차리기는 굉장히 어렵죠. 특히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는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제가 예상했어야 했어요. 학기 초부터 애슐리가 저에게 우리는 만나야 한다면서 환심을 사듯 말하던 그 태도를 보였을 때부터, 그 애가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경고 메시지를 알아챘어야 했어요.”

계속해서 라이언은 애슐리가 경기 후에 키스해서 맨디의 우울증을 유발했던 것을 포함한 모든 일에 대해 보고했다. 또한, 션이 그의 여자 친구에게 강제로 키스를 해서, 그가 션을 때렸던 것 때문에 브라운 대학교의 행정 절차에 응했던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제 다른 학생들에게 들어오라고 할 건데, 괜찮지?”

라이언이 증언을 마친 후에 홉킨스 씨가 말했다.

“라이언 군의 증언과 대립하는 부분이 있어서, 세 사람에게서 함께 이야기를 들으면 몇 가지 조각들이 맞춰질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라이언이 긴장하며 대답했다

‘요시가 무슨 말을 한 걸까?’

형사님이 일어나서 문을 열고 이름을 불렀고, 친구들이 들어와서 라이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요시는 증언에서, 애슐리 월터스가 션에게 어떤 계획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지.”

“네.” 요시가 대답했다.

“저는 쇼핑몰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전자 응용 모임의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제 뒤쪽에서 애슐리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녀가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 애슐리의 목소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애슐리는 아주 큰 목소리에, 항상 자랑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니까요. 저는 커다란 나뭇잎이 들어 있는 화병의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있어서 제 모습이 가려져 있었어요. 애슐리가 말을 꺼내었고, 제가 좋은 친구라고 여기는 션의 이름을 불렀을 때, 저는 몸을 돌려 그 화병 뒤에 웅크리고서 션이 맞는지 확인했어요. 그리고, 실망스럽게도 션이었죠.”

“그리고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했니?”

“애슐리가 라이언에게서 맨디를 떼놓을 완벽한 계획이 있다고 말했고,

션은 그저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저는 놀랐어요. 왜냐하면, 션은 우리의 친구였고, 그가 맨디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거든요.”

“션이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니? 없었어요. 션은 항상…. 조금 이상했어요. 언제나 매우 폐쇄적인 아이였고, 항상 깊이 없는 주제들에 관한 대화를 했어요. 어떤 친밀감이 있는 대화는 나누지 않았어요. 고등학교에서도 내내 함께였지만, 션은 단 한 번도 저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거나, 사랑에 관심이 있다거나 하는 등의 언급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요시가 어깨를 으쓱하며 이어서 말했다.

“저도 묻지는 않았죠. 결국,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왜 우리에게 해주지 않았던 거야, 요시?”

메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요시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내려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어…. 미안해. 저는 애슐리가 션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줄로만 생각했지, 그런 사건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형사가 그 일이 있었던 대략적인 날짜를 묻자, 요시가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어 일정표를 열어 확인했다.

“제가 정확한 날짜를 알려드릴게요, 잠시만요.”

“평소에 모든 약속을 저장해두니?”

“네. 저는 휴대전화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고 있어요. 날짜, 링크, 사진들 모두 휴대전화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어요. ”

요시가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몇 번 밀다가 애슐리와 션이 만났던 날짜의 기록을 찾아서 말해주었다. 요시는 전자 응용 모임 회원들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날짜를 기록해두었었다. 요시가 날짜를 말하자, 메이가 그녀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메이, 괜찮은 거야?” 라이언이 무슨 일인지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믿을 수가 없어….”

메이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입술에 대고서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니?” 형사님이 메이의 행동에 놀라서 물었다.

“션이였어. 내 차의 타이어 네 개에 모두 펑크를 낸 사람 말이야.”

“그가 틀림없어!”

“우리에게 더 자세히 말해주겠니? 차 타이어는 무슨 얘기지?”

메이가 외치는 소리에 형사님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고, 메이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요시가 우연히 들었던 그 대화 이후에, 어맨다와 내가 집을 나서면서 션을 만났었어. 그때는 아주 이른 시간이었고, 션이 집 앞에 나타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놀랐었지. 우리가 션에게 왜 왔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그가 말하기를, 근처의 카페테리아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내 차의 타이어가 펑크가 난 걸 발견했고 우리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려고 기다렸다는 거야. 내가 차를 확인하러 가니까, 네 개의 타이어에 공기가 빠져 있었어. 션은 우리를 강의실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거기에 남아서 보험 회사에 전화하겠다고 했었어.”

메이가 말을 멈추자, 형사님은 고개를 기울이며 메이가 이어서 말하기를 기다렸다.

“나는 맨디에게 션과 함께 가라고 하고서 그곳에 남았었지. 나중에 맨디가 나에게 말하기로는 션이 괴롭혔다고 했어. 그날 요시가 들었던 대화를 생각해보면, 션은 애슐리가 제안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던 거야.”

“이 날짜가 정확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지?”

형사의 질문에 메이가 휴대전화를 들어서 지문으로 화면의 잠금장치를 풀고, 그에게 보여주었다.

“보험 회사와 통화했던 날짜가 이 애플리케이션에 기재되어 있어요.”

“애슐리가 맨디를 협박했던 그 날이네, 그렇지? 맨디에게 계속해서 나와 데이트를 한다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했던 날.”

라이언의 물음에 메이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애슐리는 맨디를 오랫동안 협박해왔던 거야.”

메이가 계속해서 설명하며, 라이언이 했던 증언에 힘을 실었다.

“애슐리의 공격은 언어적 협박으로 시작해서 폭행으로 이어졌어요. 꼬집기도 하고, 밀기도 했고요 ….”

“이런 폭행들에 대해서 너희들은 알고 있었니? 아무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거니?”

셋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맨디는 몸에 푸른 멍이 들어서 나타났을 때마다 항상 변명을 했어요. 어딘가에 부딪혔거나 넘어졌다고요. 언제나 맨디는 아주 어설펐기 때문에, 우리는 놀라지 않았어요….” 메이가 덧붙여 설명했다.

모든 정보를 들은 후, 형사님이 진술을 마무리했다.

“얘들아, 와줘서 정말 고맙다. 다시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단다. 알겠지?”

“물론이죠.”

세 사람이 동시에 대답하며 일어나서 형사님에게 인사를 한 후, 방을 나서려는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까지 함께 가려고 일어났던 홉킨스 형사님이 앞으로 나가서 문을 열자, 갈색 머리에 안경을 쓴 젊은 여자가 있었다.

“이곳이 어맨다 썸머스 사건에 관련해서 증언을 듣는 곳인가요?”

소녀가 질문했고, 라이언은 그녀가 떨고 있는 손으로 봉투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음, 그래. 나는 홉킨스 형사다. 그리고 너는 누구니…?”

“라라 웹스터에요. 저는 브라운 대학교의 학생이고, 애슐리 워터스를 감옥에 가두는 데 도움이 될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제 22장

라이언은 라라 웹스터가 제시할 증거에 대해 알아야 했기에 방 안에 남겠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홉킨스 형사님은 그녀가 증언하는 동안에 라이언은 함께 방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경히 했다. 이전에 형사가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던 것은, 증인들의 대면을 통해서 증언의 진실이 밝혀져서 이번 조사에서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홉킨스 형사님은 라이언의 요청을 거절한 후에 사건에 관련해서 어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라이언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홉킨스 형사는 라라 웹스터를 방 안으로 안내하고서 문을 굳게 닫았는데, 매우 진지하다는 것과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표시였다. 문이 닫히자, 라이언은 좌절감을 느끼며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었다.

“저 소녀가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

션도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나서 여전히 충격을 받은 메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콘돔 사건 기억해?” 요시가 얼굴을 붉히며 묻자,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로는 라라가 유일하게 바닥에 떨어진 그것들을 줍는 것을 도와줬던 사람이야. 전자 응용 모임의 회원인 랄프의 말에 의하면, 지난 학기 동안 애슐리가 라라가 신입생이었을 때 그녀를 따라다녔었대.”

“세상에.” 라이언이 서성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슐리에게 당한 피해자가 얼마나 더 많을지 궁금하네.”

그는 멈추어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애가 이곳에 온 것이 이번 사건에 좋은 소식일 수도 있어. 라라가 애슐리의 폭력적인 행동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한다거나 그녀를 신고하기 위해서 온 거라면, 감옥에 넣는 게 더 쉬울 수가 있어.”

“그러길 바라.”

메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라이언이 스마트 워치로 시간을 확인하고서 친구들을 향해 돌아섰다.

“우리 이곳에 이렇게나 오래 있었다니. 나는 맨디에게 돌아가야 해.” 라이언이 말하자, 메이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아침 식사를 하러 구내식당에 들르려고. 이곳에 오기 전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거든.”

“나도 함께 가도 될까?”

“물론이야.” 요시의 요청에 메이가 승낙하며 라이언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난 다음에 맨디의 병실에 들를게, 알겠지?”

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인사를 했다.

***

곧장 병실에 도착한 라이언은 앨리스 씨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로버트 씨와 아버지가 서로 대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들 대화로 산만해져서,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앨리스 씨. 몸은 좀 나아지셨어요?”

라이언이 병실 안으로 걸어오면서 묻자, 어맨다의 어머니가 그를 향해 돌아섰다.

“응, 괜찮아.” 앨리스가 반쯤 웃으며 대답했다.

“형사님께 이야기했니?”

“네. 형사님이 요시와 메이에게서 증언을 들었어요.” 라이언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다른 학생도 증언하려고 나타났어요. 그 애가 말하기로는, 애슐리를 감옥에 넣을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어요.”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증거라니? 무슨 증거?”

“그 소녀는 누구니?”

앨리스 씨와 라이언의 어머니가 동시에 질문을 했다.

“그 아이는 애슐리와 어떤 관계니?”

아버지까지 질문하자, 모두에게 천천히 말해달라는 듯 라이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이름은 라라 웹스터에요. 브라운 대학교 학생이에요. 얼마 전에 애슐리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던 것 같아요. 그 애가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홉킨스 형사님이 제가 함께 증언하는 곳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증언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에게 알려주겠다고 했고요.”

“세상에.” 앨리스가 실의에 빠진 채 중얼거렸다.

“오직 내가 바라는 건, 애슐리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을 보는 거란다. 반드시 정의는 이루어질 거예요, 앨리스.” 매케너 부인이 말했다.

부모님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라이언이 맨디의 침대로 다가갔다. 그가 맨디의 곁에 앉아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맨디는 괜찮아질 거다.”

로버트 씨가 걸어와서 라이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네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의사 선생님이 이곳에 오셨었어.”

그의 말에 라이언이 로버트 씨를 올려보았다.

“진정제를 이제 완전히 중단했다는구나. 맨디가 언제든 깨어날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고 했어. 그리고 검사 결과도 많이 좋아졌대.”

병실의 건너편에서 앨리스가 덧붙였다.

“그 애는 괜찮을 거야.” 로버트 씨가 다시 반복해서 말하자,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맨디를 바라보았다.

***

조금 후에 메이가 요시와 딘과 함께 어맨다를 방문하기 위해서 병실에 들렀다. 친구들은 오랫동안 머물 수는 없었는데, 병원 측에서 병실에 너무 많은 방문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떠났을 때는 이미 라이언의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간 후였고, 라이언은 앨리스와 로버트 씨와 함께 병실에 남아있었다. 오후 두 시가 되었을 무렵 앨리스와 로버트 씨가 병원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앨리스 씨가 딸의 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이언이 강경하게 나갔다 오시라고 말을 해야 했다. 라이언은 전날 몸이 좋지 않았던 그녀가 걱정이 되었다. 로버트 씨와 앨리스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약속을 한 후에 병실을 나가자, 라이언 혼자 맨디의 곁에 남았다.

단둘이 있게 되자 라이언이 의자를 침대 쪽으로 가까이 당겨서 맨디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맨디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지만 특히 밤에 둘만 남아있을 때면, 라이언은 거의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일주일 전에 제출했던 제인 오스틴에 관한 과제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그들이 한 분석에 대해 칭찬하시면서 최고점수를 주었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말해주었다.

라이언은 그녀가 받고 있는 치료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고, 그녀가 얼른 깨어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이 계속해서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곳에는 라이언과 맨디 그리고 침묵만이 맴돌았다. 라이언이 다시 용기를 내어 미래의 계획들에 대해 말했다. 함께 이루고 싶은 일들과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가 줄리아드 댄스 학교에 가려면 뉴욕과 같은 혼잡스러운 도시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발레를 배우고 있는 맨디가 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그는 농구팀 그리고 브라운 대학에서의 그의 위치를 포기할 계획이었다. 그가 맨디를 향해 느끼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둘 다 아직은 너무 어리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속으로 그는 지금의 사랑이 영원할 거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라이언이 이야기하면서 손가락 끝으로 원을 그리듯이 맨디의 손을 어루만졌다. 그는 얼마나 많은 것들 그리고 자신이 변했는지 생각하면서 주의가 산만해져 있었고, 그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맨디가 손을 꼭 쥐는 감각을 느끼고 나서야, 라이언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라이언이 고개를 들고 본 광경은, 결국엔 그가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게 했다. 맨디가 빛에 익숙해지려는 듯이 찡그리면서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라이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라이언이 재빨리 일어나서 간호사를 부르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맨디의 곁에 앉아서 그녀에게 아주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눈을 떠, 자기. 날 위해서 깨어나 줘.”

라이언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귓가에 대고 말하자 몇 초 후에, 맨디의 입술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언….” 맨디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말을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안녕, 내 사랑. 나 여기 있어. 바로 여기.” 라이언이 여전히 울면서 대답했다.

그때 간호사가 나타났고, 맨디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이탈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달려갔다. 맨디가 목이 마렵다고 하자 간호사가 맨디를 반쯤 일으켜 주었고, 라이언에게 물을 전해주며 빨대를 사용해서 작은 모금으로 마시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을 몇 모금 마신 후에도 여전히 맨디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입술은 메말라 있었다.

“나는 뉴욕에 가고 싶지 않아.”

맨디가 라이언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의 말을 들은 라이언의 눈이 커졌다.

“여기를 떠나서……. 매사추세츠로…. 가족과 가까운 곳으로 가고 싶어…. 나는 우리 둘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싶어.”

맨디가 서투른 어투로 겨우 말을 마치자, 라이언이 감동을 했다.

“내가 한 말을 듣고 있었던 거야?”

라이언의 물음에 맨디가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피곤한 듯 베개 위에 머리를 기대었다. 라이언은 자신만큼이나 감정의 동요가 일은 듯해 보이는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그때 의사들이 병실에 도착했고, 그 뒤를 따라 로버트 씨와 앨리스도 들어왔다. 두 사람은 병실 안의 상황을 살피다가 눈을 뜨고 있는 맨디를 보자 울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침대로 달려갔다.

“일어났구나!” 앨리스 씨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이는 어떤가요, 의사 선생님?”

그녀가 어맨다를 진찰하고 있는 의사에게 물었다.

“조금 더 검사는 해 봐야 하겠지만, 괜찮아 보입니다.” 의사는 웃으며 환자를 향해서 몸을 돌렸다.

“치유하는 과정이 조금 아프겠지만, 괜찮아질 거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에는, 모두가 다 괜찮을 것이다.

에필로그

일 년 후,

맨디에게 고통을 안겼던 폭행 사건이 있고 난 후로 일 년이 지났다. 맨디가 학교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상처로부터 회복하는데 걸린 일 년이라는 긴 시간. 그 당시의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그녀를 떨게 했지만,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라이언의 도움으로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가 쉽지는 않았다. 몸을 회복하는 것은 힘들었고, 의사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맨디가 인위적인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에는 통증이 심했다. 애슐리의 분노는 맨디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혔고, 맨디는 깨어나고 난 후에야 모든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많은 인내와 긴 시간의 물리치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또한, 맨디는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받았고, 최근에 와서야 밤에 악몽 때문에 소리를 치며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있었다.

맨디는 긴장한 채 손을 떨면서 방 안을 걷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날인 생일인 데다가, 애슐리와 션이 형량을 선고받는 날이었다. 애슐리는 살인 미수와 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고, 다섯 건의 학교폭력과 명예 훼손 사건들이 더 남아있었는데, 다른 피해자들도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션은 성폭행 혐의에 대응하는 중이었다. 맨디는 성폭행 혐의라는 말을 듣고서 놀랐는데, 변호사는 성폭행이 성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강제적으로 행해진 음란행위로, 강제적인 키스도 포함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요시의 증언으로 애슐리가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션의 사건에는 계획적인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도 남아있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라이언과 맨디는 재판에 참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학교폭력 피해 사례의 수를 고려했을 때, 브라운 대학교에서 학생이 다른 학생을 폭행한 사건에 대해서 언론과 지역사회의 모든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은 기자들이 진술을 요청하며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몇몇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어맨다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6개월 전, 로버트 씨와 앨리스가 결혼했기 때문에 맨디는 이제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고, 그녀의 부모님은 애슐리와 션이 확실히 벌을 받는 것을 보기 위해서 재판에 참석하기로 했다.

어맨다가 대학교의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읽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꽃다발과 풍선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왜….”

맨디가 속삭이듯 말하자, 라이언이 장미꽃을 내리며 모습을 드러내어 그녀의 말을 방해했다.

“이제 다 끝났어.” 라이언이 기쁨으로 빛나는 눈빛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끝이 났어. 그 둘은 유죄선고를 받았어. 정의가 이루어졌어, 자기야.”

맨디가 행복에 겨워 작은 비명을 지르며, 그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오, 세상에! 어떻게 알았어?”

“로버트 씨에게 전화했어. 그분들은 아직 법원에 계셔. 그곳은 보도 관계자들 때문에 지금 난리야.”

라이언이 그녀를 껴안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고, 맨디가 꽃다발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두는 동안, 그는 풍선들을 의자 뒤쪽에 묶어두었다. 라이언이 맨디의 허리를 잡아서 그녀를 가까이 당겼다.

“너희 부모님이게 너에게 전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어. 내가 처음으로 너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거든.”

라이언이 말하며, 맨디의 입술에 열정적인 키스를 했다.

“그럼 이제는?”

맨디가 뒤로 조금 물러나서 그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라이언이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들의 과제들을 해나갈 거고, 대학교에서 편지가 오면, 내년 우리의 도착지가 어디가 될지 결정해야지. ”

“만약에 너와 같은 대학교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맨디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너는 벌써 최소한 세 곳의 대학교에서 농구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잖아….”

어맨다는 부상이 길어져서 작년 한 해 동안 발레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더는 브라운 대학교의 발레팀의 일원이 아니었기에 발레 장학금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브라운 대학교에서는 그녀가 입은 피해에 대한 지원으로 대학교 과정이 끝날 때까지 장학금을 제공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었다. 하지만 라이언과 맨디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좋지 않은 기억을 가져다준 도시에서 계속 대학을 다니고 싶지 않았다.

맨디는 회복을 하며 공부에 집중했고, 브라운 대학교에서는 그녀가 다른 대학교에 입학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추천장을 써주었다.

“너는 정말로 열심히 했어. 성적도 훌륭하고, 대학교와 교수님들로부터 추천장도 받았잖아. 나는 우리가 함께 어디로 갈지 잘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라이언이 다시 한번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혹시 네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쉿.” 맨디가 그의 입술에 손을 올려서 말을 막았다.

“우린 몇 군데를 시도하는 중이잖아. 나는 그 대학교에만 집중해서 불운을 부르게 될까 걱정돼.”

라이언이 웃으며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어디서든 난 너와 함께 할 거야. 작은 팀에서 경기를 하게 되더라도 말이야.”

라이언이 말하며 맨디의 얼굴 위에 있는 머리카락을 넘겨주었고,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턱선을 어루만졌다.

“난 너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라이언이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 말할 수 있을 정도로만 몸을 떼고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맨디가 웃으며 묻자, 라이언이 그녀에게 윙크를 했다. 그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절대로, 신데렐라.”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라이언이 지어주었던 유치한 별명이 맨디를 웃게 했다.

“백마 탄 왕자님과 공주님이 해피엔딩을 찾은 후로 서로에게서 떨어지는 걸 본 적 있어?”

“나는 ‘해피엔딩’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묘사한 이야기는 읽어본 적이 없는데.”

맨디가 장난스럽게 그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었고, 라이언은 웃으며 그녀를 더 꼭 안았다.

“그게 우리가 우리만의 해피엔딩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이유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야, 우리가 함께하는.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야.”

라이언이 그녀에게 키스를 했고, 맨디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들은 도중에 난기류를 만났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함께, 그리고 행복하게.

****

6년 후,

관중들로 가득 했던 바쁜 날을 보낸 후에 라이언은 어서 그곳을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집에 대해 생각하느라 주의가 산만해진 라이언이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를 했다.

‘집이다.’

라이언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떨림을 느꼈다. 그는 임신 3개월이 조금 넘은 아내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굉장한 자긍심을 느꼈다. 얼마 전, 아기의 소식은 그들을 놀라게 했다. 둘은 결혼한 지 2년째였고, 하버드 캠퍼스 근교의 콜롬비아 주택가에서 침실이 세 개 있는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사실 맨디가 대학원을 졸업하는 2년 후쯤에 아이를 갖는 것을 생각해보기로 했었지만 그녀가 임신하게 되었고, 아기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어도 부부는 가족을 만든다는 사실에 기뻤다.

라이언은 까다로운 선택의 절차를 거친 후에 법학과를 공부해 졸업을 하였고, 큰 법률회사에 고용되었다. 그는 민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일했는데, 그와 같은 최근 법대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꿈의 직장이었다. 매우 높은 연봉과 혜택을 제공하는 아주 훌륭한 회사로 미래가 유망한 직장이었다. 게다가 라이언은 농구를 하는 동안에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 농구팀인 하버드 크림슨의 일원이었을 때 유명한 스포츠용품 브랜드를 후원하는 계약을 했었고, 그로 인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살 수가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농구를 진로로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모든 기회는 활용하였다.

라이언은 매주 목요일마다 그래왔듯이 부엌에서 라자냐를 준비하고 있을 맨디를 상상했다. 이것은 두 사람 사이의 전통이었다. 맨디가 요리를 하면 라이언은 식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했다. 그 후에는 함께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그날 라이언이 마주한 것은 정적뿐이었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평소라면 오후 네 시에 일을 마치고 곧장 집에 왔을 그녀가 없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라이언은 복도를 가로질러 가면서, 함께 살 집을 찾으러 다녔을 때 언덕 위에 위치한 작은 집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맨디가 넘어질 위험이 있는 이층집에서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라이언이 서재를 지나치다가 살짝 문을 열고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 안은 비어있었고, 맨디가 자주 사용하는 책상 한쪽에 편지들이 쌓여있었다. 라이언은 다가가서 봉투를 집어 들었고, 곧이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편지들은 학교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맨디 썸머스 재단 에서 온 편지였는데, 라이언과 맨디의 사회적 기업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보내온 것이었다. 어맨다가 인위적인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로 커플은 어맨다가 겪었던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재판 이후 그녀가 겪었던 일에 대해 강연을 해 달라는 첫 번째 초대장을 받고 나서, 짧은 기간에 초대장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맨디는 일주일에 하루씩 할애하여, 젊은이들의 행동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에게 경고하였고, 다른 학생들이 그녀가 겪었던 폭력을 경험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지도했다. 맨디는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존중과 공감의 중요성과 어떠한 차별에도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맨디는 간신히 모든 고통을 극복해냈지만, 만약 다음 세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각하지 못한다면, 다음 희생자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사건은 맨디의 인생행로를 변화시켰다.

그녀는 사회 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자신을 온전히 이 일에 헌신하기로 했고, 재단은 그녀가 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맨디는 발레를 포기해야 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수많은 아이와 청소년들을 지도하기 위해 세워진 이 재단은 맨디와 라이언의 자랑이었고, 두 사람의 어머니들도 재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아버지들끼리도 서로 아름다운 우정을 키워나가게 되어 두 가족을 더욱더 가깝게 만드는 역할도 했다. 또한, 맨디는 이제 프로는 아니었지만, 발레를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았다.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 동네에 있는 발레 스튜디오에 다녔다.

라이언이 편지들을 읽고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맨디는 언제나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편지에 대한 답을 전달했다. 라이언이 막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서려는 찰나, 은색의 봉투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무슨 편지인지 알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열어보았다.

딘 매튜스와 메이 에반스로부터

메케너 씨와 곧 메케너 부인이 될 예정인 두 분을 신랑의 들러리와 신부의 들러리로 우리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그들은 페이스타임으로 이미 초대를 했었지만, 공식적인 결혼식 초대장을 보내겠다고 언급했었다. 라이언과 맨디는 내년 가을 글로스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들의 소식에 기뻐했고, 초대를 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라이언이 사무실을 나와서 아기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난주부터 아기의 방에 페인트칠을 시작했는데, 출산 전에는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없기에 방을 중성적으로 꾸미기로 했다. 라이언이 앞으로는 집에 아이들의 소란과 웃음소리가 가득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라이언은 맨디에게 전화를 하기위해 침실에서 휴대전화의 충전기를 찾으려고 방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맨디가 침대 위에서 웅크린 채로, 손을 배에 얹고 좋은 꿈을 꾸는 듯이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잠들어 있었다. 라이언은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맨디를 향한 그의 사랑은 아주 컸고, 그녀에게 항상 표현을 했다.

라이언이 방 안으로 들어가서 양복을 벗고 그녀의 곁에서 늦은 낮잠을 자려는 순간, 무언가가 그의 시선을 이끌었다. 라이언은 쌓여있는 앨범들 사이에서 중앙에 펼쳐진 앨범을 발견했다. 라이언은 그것을 집어 들며 결혼 앨범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사진들은 곧바로 그에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했다. 그날의 행사가 마치 영화처럼 그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날 밤은 천생연분인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사랑이 가득했다. 라이언이 앨범 속에 있는 사진들을 몇 장 더 본 후에 다른 앨범들의 위에 올려두었다.

그는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평온한 아내를 바라보았다. 라이언이 넥타이를 풀고 정장을 벗었고, 맨디의 곁으로 가서 그녀를 품에 당겨 안았다. 그의 움직임이 맨디의 잠을 깨웠고, 남편의 품인 것을 알아차린 맨디가 미소를 지었다.

“안녕.”

맨디가 엷은 미소와 함께 속삭였다.

“안녕.”

라이언이 대답하며 그녀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었다.

“공청회는 어땠어?”

“좋았어. 지치기는 했지만, 잘 진행되었어.”

“나는 라자냐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깜박 잠이 들어버렸네.”

그녀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언제든 피곤할 때는 잠을 자야 해. 식사는 걱정하지 마. 내가 조금 있다가 우리의 식사를 만들게.”

라이언은 자신의 말이 그녀의 잠을 깨울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덧붙여 말했다.

“뭐? 당신이? 요리를?”

맨디가 웃었다.

라이언이 요리를 못 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맨디는 더욱더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우리 피자를 주문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라이언이 여전히 웃으며, 동의했다. 그는 불룩해지기 시작한 맨디의 배를 어루만졌다.

“두 사람의 기분은 어때?” 라이언이 물었다.

“좋아. 조금 허기졌고. 그리고 당신이 보고 싶었고.”

맨디가 그녀를 안고 있는 라이언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래 보였어. 그리움을 없애보려고 우리의 결혼사진들을 보고 있었던 거야?”

그의 물음에 맨디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집에 오는 길에 산 액자에 넣을 사진을 고르던 중이었어. 우리의 결혼사진 중에 하나를 넣고 싶어서. 그날은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어.”

“정말이야, 자기야. 완벽했지.”

“오늘 편지를 받았어.” 맨디가 갑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재단에서 온 편지 말이야? 서재에서 봤어.”

“아니, 그것도 있지만, 션에게서 온 편지 말이야.”

그 순간, 라이언의 몸이 긴장되면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재판 이후로 더는 애슐리와 션에 대한 소식도, 그들에게서 어떠한 연락도 온 적이 없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전부는 두 사람이 구치소에 감금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자식은 뭘 원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 주소를 어떻게 알아낸 거지?”

“아주 짧은 편지였어.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해서 용서를 구한다는. 그때 당시에는 나에게 집착의 감정을 느꼈었고, 지금은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의사가 말하기를 치유가 되기 위해선 자기 자신 그리고 과거와 화해를 해야 한다고 했대. 내 답변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어. 하지만 말을 해야 했다면서.”

라이언은 몸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션이나 애슐리가 그들의 인생에 다시 끼어들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격분이 그를 에워쌌다. 라이언이 감정을 제어하려고 노력하며 물었다.

“답장은 보냈어?”

맨디가 짧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가 찾는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고만 답했어. 내가 잘한 건지 모르겠어. 답장하는 게 옳았던 건지. 하지만, 그 애처럼 나도 지금까지 나를 묶고 있던 사슬을 풀고 자유로워져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난 더는 애슐리나 션을 싫어하지 않아. 사실은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아. 무관심밖에는. 나는 그들에게, 아니 누구에게도 나쁜 일이 있기를 바라지 않아.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있기만을 바래. 그게 그들에게 마땅한 일이고. 왜냐면 나는 이미 내가 찾던 것을 찾았으니까.”

맨디가 라이언을 더 꼭 끌어안고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이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행복해.”

“어떻게 자격이 없을 수가 있겠어? 물론 있지. 너는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어. 너와 아기의 곁에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야.”

“아, 라이. 너는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너를 그리고 우리를 얻은 건지 모르겠어.”

“너는 대학교 복도에서 나에게 부딪혔고, 내가 길을 잃게 했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너에게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우리가 브라운 대학교에서 키스했을 때, 너는 내 세상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지.”

라이언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혼인 서약을 다시 속삭여주었다.

“너는 내가 깨닫지 못했던 순간에도 평생 찾아 헤매던 여자야. 넌 내가 일어날 때 처음 드는 생각이고, 잠이 들 때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생각이야. 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야. 내 인생의 사랑이야.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나의 인생을 그리고 매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야.”

“아, 라이언. 널 너무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나의 신데렐라. 영원히.”

그들은 지나온 여정을 통해서 인생이 험난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너무 버거울 때도 있다. 장애물을 피하고자, 종종 발끝으로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아픔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영원히 지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 중요한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이다. 이것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행복과 사랑 가득한 인생의 시작이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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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안
해피엔딩이라 넘 좋아요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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