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뭘 그렇게 걱정해. 네 전화를 일부러 무시한 게 아니야. 휴대전화가 그냥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던 거야. 방금 조금 충전해서 바로 너한테 전화했잖아.”“정말이야? 나한테 화난 건 아니고?”“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너한테 화를 내겠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마음이 나한테 있다는 것만 알면 돼. 어떤 사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 더구나 이번 일은 별거 아니잖아.”“응. 어떤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는 오직 너뿐이야.”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진심이 나왔고 그 순간 자신이 너무 솔직했다고 느껴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천우야, 지금 어디야?”“천궐 1호에 있어. 설마 와서 나한테 뭐 보상이라도 하려고 물어보는 거야?”예천우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런데 늘 차가운 이미지였던 임완유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지금 당장 가고 싶지만 아마 가족들이 나를 보내주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너한테 달려갔을 거야. 하지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꼭 가족들에게 오해를 풀고 제대로 설명할게.”“굳이 그럴 필요 없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절대 널 오해하게 놔둘 수 없어.”“알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전화를 끊은 임완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천우는 전혀 화내지 않았어. 천우는 정말 마음이 너무 너그러운 사람이야...’임완유는 속으로 다짐했다.‘이번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봐야겠어.’예천우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쉬려던 찰나 양박군에게서 전화가 왔다.양박군은 평소에 웬만한 일이 아니면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대부분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양박군의 실력이라면 종사 절정의 상대만 만나지 않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무슨 일이야?”“도련님, 누군가 20억을 내고 킬
유은수는 그야말로 놀라운 속도로 일을 처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준비가 끝났다.그녀는 무려 20억 원이나 들였다.“예천우가 무술을 좀 한다고 해도 20억 원이면 충분할 거야.”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유은수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거금을 쓴 탓에 그녀 역시 마음이 아프긴 했다.‘예천우는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지 모르겠어.’유은수가 준비를 마치자마자 하인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밖에 차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임씨 가문 대문 앞에서 들어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임국종과 유은수를 비롯한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무슨 일이야? 대체 누가 왔다는 거야? 설마 또 그 예천우라는 녀석이 꾸민 짓이야?”유은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묻자 임국종도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렇겠지. 어디서 이런 배우들을 모아왔는지 몰라도 하나같이 그럴싸하게 꾸몄을 거야.”임국종은 냉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일단 나가서 보자. 만약 또 예천우가 꾸민 일이라면 오늘 저 자식들을 제대로 혼내야겠어. 이런 식으로 매번 찾아와 귀찮게 하는 걸 그냥 놔두면 안 돼.”임국종의 눈에는 차가운 한기가 맴돌았다.그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대문으로 나갔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 본 순간 그들은 모두 굳어버렸다.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황호건이었다.황호건은 천해시에서 이름난 인물이었고 이미 지난번 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황호건뿐만 아니라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백 시장님?”“유 청장님!”“양 국장님!”임국종과 가족들은 황호건 뒤에 서 있는 사람 중 몇몇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천해시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일단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임국종은 급히 앞으로 나서며 공손하게 인사했다.“황 시장님, 여러분, 이런 누추한 곳에 어떻게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임강은 놀란 표정으로 모든 기억을 떠올렸고 머릿속에서 퍼즐이 점점 맞춰졌다. ‘맞아, 그 노인은 분명 엄청난 고위 인사였어.’예관희의 인상이 임강의 머릿속에서 점점 선명해지더니 마침내 그는 확신했다.‘설마... 그분이 정말 예씨 가문의 가주였던 거야?’“뭐라고? 그게 정말이야?”임국종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물었다.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만약 아까 노인네가 정말 예관희라면 이번엔 정말 예씨 가문과 철저히 등을 돌린 셈이야.’하지만 유은수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그러자 임강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까 우리가 사기꾼이라고 했던 그 노인이... 진짜 예관희일 수도 있어.”“말도 안 돼요! 만약 진짜라면 그렇게 쉽게 물러갔겠어요?” 유은수는 강하게 부정하며 말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정말로 예관희 씨였다면 그런 겸손한 태도를 보였을 리가 없어요!”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호건은 마침내 상황의 전말을 깨달았다.‘감히... 예관희 님을 사기꾼 취급해 쫓아냈다니.’황호건은 속으로 혀를 찼다.그는 휴대 전화를 꺼내 사진 한 장을 찾아내 임국종에게 내밀며 물었다.“혹시 아까 만난 분이 이분이었습니까?”그 사진은 최근 몇 년 내에 찍힌 예관희의 모습이었다. 비록 시간이 지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있었지만 뚜렷한 윤곽과 기운은 변함이 없었다.임국종은 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정말로 이분이었어요.”‘이젠 끝났어...’임국종은 속으로 탄식했다.‘정말 예관희였어... 어떻게 이런 일이...’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우리 임씨 가문은 왜 이렇게 불운이 겹치는 거지? 이 모든 게 다 예천우 때문이야.’ 그는 속으로 분노를 삼켰다.‘만약 예천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 예천우는 정말 우리 가문에 재앙만 불러
황호건은 창백한 표정으로 잔뜩 당황해하는 임씨 가문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미 이렇게 될 줄 알면서 왜 처음부터 그리 행동했을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더군다나 임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실수를 저지른 게 처음이 아니었다.지난번에도 여러 귀인이 임씨 가문을 찾아왔을 때 그들은 예천우를 집에서 쫓아냈고 심지어 임완유에게 예천우와 이혼을 강요했다.이번에는 예관희가 직접 찾아왔는데도 그를 사기꾼 취급하며 몰아낸 것이다.황호건은 속으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예천우 씨가 정말 용도의 예씨 가문과 깊은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예관희 같은 인물이 왜 직접 여기까지 찾아왔겠어?’게다가 지금 상황으로 보면 임씨 가문 사람들이 예관희를 어떻게 대했든 간에 그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아마도 예천우 씨를 봐서 참고 있는 것 같군.’임국종은 그제야 간신히 목소리를 내며 물었다. “황, 황 시장님... 방금 우리 집에 온 분이 정말로 예씨 가문의 가주였어요?”“물론입니다. 방금 본 사진 속 인물이라면 틀림없습니다. 저도 소식을 듣고 최대한 빨리 여기로 달려온 겁니다.”황호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어 그는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하지만... 예 어르신께서 당신들에게 쫓겨날 줄은 몰랐습니다.”임국종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변명했다.“우, 우리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건 오해입니다. 정말 큰 오해입니다!”그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고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그러나 황호건은 냉정하게 물었다.“그런 변명은 소용없습니다.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직접 가서 예관희 님께 해명하세요. 그런데... 여기서 쫓겨난 뒤 어디로 가셨는지 아십니까?”임국종은 말문이 막힌 듯 어색한 표정으로 답했다.“그,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그렇습니까. 그럼 알아서 하십시오.”황호건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차로 돌아갔다. 그 순간, 전화가 울리더니 예관희의 행선지
임국종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예관희 님이 이렇게 공손하게 찾아온 이유가 뭘까?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니 분명 예천우를 찾으러 온 거야.”“맞아요. 분명 예 어르신은 예천우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리고...”유은수가 말하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그리고 뭐?”임국종이 답답한 듯 물었다.그때 임국종의 얼굴에도 충격이 스쳤다. 그도 말을 잇지 못하며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예관희 님이 예천우가 예씨 가문의 자손이라고 했어. 예천우를 예씨 가문으로 데려가려 한다고. 그렇다면... 예천우는 예관희 님의 손자이자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말이잖아.”“뭐라고요?”유은수와 임강은 동시에 외치며 어안이 벙벙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유은수가 멍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임국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래. 생각할수록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예관희 님이 왜 그렇게 귀한 선물을 들고 왔겠어? 그건 단순한 예물이 아니라 수명을 10년 늘려주는 신약이었어.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무례하게 대했는데도 끝까지 참으셨던 이유도 뻔하지. 예천우가 그의 손자였기 때문이야. 그걸 알고 있었기에 예천우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모든 걸 참으셨던 거야.”“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이렇게 무례한데도 왜 그렇게 공손하게 우리를 대했을까요?”유은수가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아마도 예천우를 버리고 오랜 세월 방치했던 걸 미안해하셨을 거야. 예천우를 이제야 찾은 만큼 예천우에게 보상하려는 거겠지.”임국종이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그리고 생각해 봐라. 예천우는 고아였잖아. 부모도 없고 홀로 컸어. 그 모든 게 완벽히 들어맞잖아.”임국종의 말을 들은 유은수는 점점 그의 추측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그럼... 우리가 이제 예천우만 꽉 붙잡으면 더는 문제가 없다는 거네요?”유은수
“그럼 예 어르신은 지금 어디 계시지?”예천우가 물었다. 비록 예관희가 자기 친할아버지일지라도 예천우는 그에게 아무런 가족애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마음은 유난히 냉정했다.특히 과거에 아버지가 사라지고 가족들이 예씨 가문에서 쫓겨난 일을 떠올릴 때면 더더욱 그랬다.‘그 일이 없었다면 우리가 그렇게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추격당하지도 않았을 텐데.’“현재 예관희 일행은 해중길 힐튼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나를 만나러 온 게 맞아?”“네. 맞습니다.”예천우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스쳤다.‘내 정체를 알아챘으니 일부러 찾아온 거겠지. 게다가 귀한 선물을 준비하고 온 걸 보면 예씨 가문으로 돌아와 도와달라는 뜻일 테고.’현재 예씨 가문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예훈이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백호 전신이 전사한 상황에서 예씨 가문은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이미 은퇴한 예관희 혼자 힘으로는 4대 가문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가문이 쇠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다.‘날 도우러 돌아오게 하다니, 정말 어리석군. 내가 예씨 가문에 찾아가 복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야지.’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이곳은 금방 예 어르신한테 알려질 거야. 당장은 예 어르신과 만나고 싶지 않아.’예천우는 바로 자리를 떠나 양박군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예천우는 양박군의 거처에 도착했다.그곳에서 그를 맞이한 사람은 당만리였다. 그는 예천우를 보자마자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예 도련님, 지난번에 도련님께서 저보고 3개월 동안 실력을 숨기지 말고 전력을 다하라고 했었죠? 그런데 도련님은 정말 너무 겸손하셨던 거 아닙니까. 제가 실력을 숨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이런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않았는데 벌써 이 정도라니요...”예천우는 그의 불만 섞인
“확실히 예전보다는 강해진 것 같아요. 다만 몇 배가 강해졌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당만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도련님은 종사 절정의 경지를 넘어 전설 속의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겁니까?”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대답했다.“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상하게도 제 심법은 이미 극한에 도달했는데도 지금 경지를 넘을 수가 없더군요.”예천우는 속으로 이번 한계 돌파가 단순한 내공 문제가 아니라 영혼이나 정신력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이유가 없겠지.’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했다.“사실 아직 돌파하지 못한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천 년 가까이 아무도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만약 그 경지를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도련님일 겁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꼭 그렇진 않아요. 우리 용국에는 이미 오래된 전설적인 전신이 한 분 계시잖아요.”“아, 그러고 보니 맞네요. 저도 깜빡 잊고 있었네요. 17년 전, 제가 청룡 전신의 검술을 목격한 적이 있어요. 청룡 전신이 휘두른 단 한 번의 검으로 두 명의 종사를 즉시 쓰러뜨리셨죠. 정말로 경이로운 순간이었어요.”당만수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감탄했다.“저도 그때 종사 초기에 도달해 있었는데 청룡 전신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예천우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랬군요. 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하지만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청룡 전신과 한 번 겨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지금의 내가 과연 청룡을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네.’예천우는 속으로 싸움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며 생각했다.‘다만 지금 당장은 싸울 이유가 없겠지.’그러나 예천우는 곧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 자신을 청룡 전신 나아가 직접 세 명의 전신과 대면하게 될 것을 전혀 알지 못했
임씨 가문의 유은수와 임국종은 오랜 고민 끝에 임완유의 방문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두드린 후에야 임완유가 문을 열었다.사실 임완유도 가족들과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예천우가 용왕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예천우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오해를 풀고 싶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가족들이 먼저 그녀를 찾아왔다.‘또 천우랑 헤어지라고 강요하려는 거겠지.’임완유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단호히 말했다.“뭐라고 말해도 소용없어요. 저는 절대 천우랑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번 생은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천우랑 함께 있을 거예요!”임완유의 단호한 태도에 가족들은 순간 멍해졌다.잠시 후에야 유은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완유야. 이번에는 그런 말을 하러 온 게 아니야. 오히려 사과하려고 왔어.”“사과요?”임완유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러자 임국종이 가볍게 기침하며 입을 열었다.“완유야, 내가 설명할게. 우리는 이번에 너무 경솔했어. 천우를 집에서 쫓아낸 건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어.”“천우가 용왕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임씨 가문을 위해 큰 도움을 준 건 사실이잖아. 그런데 우리가 천우를 그렇게 대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너무 심했어. 그땐 천우가 용왕이 아니라고 믿게 되면서 배신감을 느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것 같아. 하지만 돌이켜보면 틀린 건 틀린 거야.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려고 왔어. 우리가 천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네가 전해줬으면 좋겠구나.”임국종의 말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유은수도 재빨리 맞장구쳤다.“맞아. 네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그대로야. 우리도 정말 후회하고 있어.”임완유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속으로 의심했다.‘이들이 정말로 사과하러 왔을 리가 없잖아.’그러나 임국종의 말 자체는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기에 쉽게 반박할 수 없었다.“그런데. 천우가 용왕이 아니라는 말은 대체 어디서 들은 거예요?”임완유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천우는 절대 가짜가 아니에요. 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