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임완유가 다급한 목소리로 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천우야, 할아버지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위급한 상태야. 출혈량이 너무 많아서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대.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수술에도 위험이 따른다고 하셨어. 만약 실패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전신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대.”예천우는 순간 멍해졌다. 임국종이 뇌출혈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임완유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말인데... 혹시 천우야, 사는 사람 중에 정말 뛰어난 의사가 없어? 할아버지를 어떻게든 살릴 방법이 없는지...”최근 들어 임국종이 그녀에게 적잖은 문제를 일으키고 상처를 줬지만 어릴 적부터 임완유를 끔찍이 아껴준 건 사실이었다.예천우는 임완유가 자신을 직접 도와달라고 부르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바로 말했다.“물론 있지. 내가 바로 유명한 의사야. 병원 쪽에선 일단 상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라고 해. 할아버지가 숨만 붙어 있으면 내가 치료해 드릴 수 있어. 일단 기다려.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엄마, 급한 일이 생겼어요. 먼저 가볼게요.”한편 임완유는 전화를 끊고도 멍해졌다. 예천우가 자신이 치료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잠깐만, 맞아. 예전에 양체은의 희귀병을 치료했던 것도 천우였잖아. 그리고 천우를 처음 만났을 때 천우는 자기가 무슨 의신이라고 했었지... 하지만 그때는 코웃음 치고 믿지 않았어.’그녀는 그동안 예천우가 누군가의 병을 고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양체은의 이야기도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었다.그래도, 그가 정말 할 수 있을까?그때 유은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완유야, 천우가 뭐래? 뭐라고 했어?”“천우는 자기가 의신이니까 할아버지를 살릴 방법이 있다고 했어요. 기다리라고 해요.”“정말이야? 그럼 다행이네.”유은수는 크게 안도하는 듯 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엔 의구심이 남아 있었다.‘예천우가 그렇게 쉽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 네 할아버지 때문에 예천우가 겪은 고통을 생각해 봐. 지금 이 상황에서 예천우는 아마 네 할아버지가 당장 죽기를 바랄 거야. 그렇게 되면 너희가 함께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까.”“그게 무슨 소리예요. 천우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이제 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잖아요. 절대로 할아버지를 해치지 않을 거예요.”“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사람은 변할 수 있어. 예전엔 너희가 함께 있는 걸 다 응원했지만 요즘 너희 사이를 방해하려고 했잖아.?”“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건 당신들이 한 일들에 대해 말하는 거잖아요.”임완유가 화가 나서 말했다.“지금 그런 얘기 할 때가 아니야. 중요한 건 네 할아버지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유은수가 말을 돌리며 말했다..“과거를 떠나서 예천우가 네 할아버지를 해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아?”“그러게 말이야...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왜 아직도 천우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는 건가요?”임완유는 화가 나서 욕을 섞어가며 말했다.“당신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절대로 수술동의서에 사인하지 못해요. 천우가 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양 의사는 그들의 말다툼을 하는 걸 듣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 계속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는 어르신은 절대 살아서 깨어날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어르신을 죽이는 거라고요.”“헛소리하지 마세요!”임완유는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의사로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그게... 그쪽 행동이 너무 의심스럽다는 거죠. 제가 잘못 말했다면 사과할게요.”양 의사는 사과했지만 그의 말에는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양 의사가 그렇게 말하자 유은수는 불현듯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사실 임완유는 그녀의 친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임완유는 회사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고 만약 임국종이 돌아가신다면 임완유는 완전히 회사를 손안에 넣게 될 것이다.유은수는 갑자기 생각했다.‘혹시
임완유가 상황을 깨닫고 날 때에는 모든 일이 이미 결정된 상태였고 그녀는 더 이상 이 결정을 바꿀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임완유는 그저 고통스러워하며 한쪽에 쪼그려 앉아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시간은 점점 흐르고 약 30분 정도가 지나자 유은수는 멀리서 시간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예천우는 오지 않았다.유은수는 더 이상 임완유와 갈등을 일으킬 수 없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예천우와의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가가 말을 꺼냈다.“완유야, 봐봐.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갔는데 천우가 아직도 안 왔잖아. 우리가 의사를 안 믿었으면 네 할아버지는 지금 아마...”“의사 말로는 수술 안 해도 최소 2시간은 더 살 수 있다고 했잖아요.”임완유가 차갑게 대답했다.‘할아버지께서 반드시 무사히 깨어나셔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의사 말만 믿고 따를 수는 없잖아? 의사 말이 틀릴 수도 있잖아.”유은수도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그래요? 그럼 왜 수술을 서두르라고 했어요? 의사의 말도 제대로 듣지 않으면서 말이에요.”“수술은 이미 시작됐어. 그런 말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니? 설마 네가 진짜 천우가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예천우는 네 할아버지가 죽기를 바라고 너를 속이고 있는 거라고.”유은수는 화가 나서 반박했지만 그 순간 그녀는 멀리서 다가오는 예천우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커서 예천우는 이미 그 말을 들은 상태였다.임강이 금방 도착한 예천우를 보고 즉시 입을 열었다.“천우야...”“천우? 그 이름만 들으면 짜증이 나. 자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아나 봐?”유은수는 예천우에 대해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임강은 충격을 받았다. 아내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걸 보고 그는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 예전의 예천우가 아니었다. 그들의 생각에 예천우는 더 이상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임완유는 예천우를
이 말을 듣고 임완유는 속이 터져서 눈물이 맺혔다.“아니야. 할아버지는 이미 수술실에 들어갔어!”예천우는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잖아. 30분도 못 기다린 거야?”“난...”임완유는 입을 열었지만 방금 유은슈의 말이 떠오르며 자신이 할아버지를 죽이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는 생각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지금 이런 때에 뭐 하는 거야! 그렇게 애처로운 척하면서 이제 나 죽으라는 거야?"예천우는 이런 임완유를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았다.“괜찮아? 병원에서 의사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어?”“아니야!”임완유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왜?”예천우는 그녀가 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이럴 수가... 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아직도 나를 믿지 않는 걸까.’“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안 하면 아버님이 위험하다고 했어. 완유가 걱정돼서 먼저 수술을 하자고 했고 우리도 완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서 지지했어.”유은수는 급히 예천우의 말을 끊었다.지금 예천우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상황이라 유은수는 임완유가 자신을 지켜주기를 원했다. 만약 자기를 배신한다면 유은수는 임완유가 정말 자신을 믿지 않고 예천우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의심할 것이다.임완유는 잠시 멈칫했지만 부모님의 눈빛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사실 예천우는 이미 화가 나 있었고 자신이 입을 열지 않았다면 아마 바로 행동에 나섰을 거였다.그리고 만약 이 상황을 다 말해버리면 예천우는 부모님에 대한 인상이 더 나빠질 거고 그럼 두 사람의 관계에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완유야, 걱정하지 마. 네 할아버지는 복이 있는 사람이라 별일 없을 거야.”“그리고 네 엄마도 그냥 너무 조급해서 그러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아까는 네 엄마가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거야. 천우야, 네가 욕해도 좋고 때려도 좋아. 다만 한 번만 아줌마한테 더 기회를 줘.”
유은수는 임완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예천우의 말은 전혀 믿지 않았다. 예천우는 확실히 놀라운 배경을 가진 사람일 수 있지만 자신이 그를 사기꾼이라고 부른 건 전혀 틀리지 않았다.그는 어떻게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임완유만 예천우를 믿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예천우를 믿지 않았다.‘예천우는 아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자신이 손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거고 만약 실패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노력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거야. 정말 예천우는 교활하기 짝이 없는 자식이네.’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예천우의 가문과 신분이 가장 중요했다. 유은수는 어차피 자신의 사치한 생활을 누릴 수만 있다면 그게 중요했다.처음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예천우는 임완유의 이상한 모습을 눈치채고 유은수를 힐끗 보았다.그러자 유은수는 당황해서 얼른 예천우의 시선을 피했다.예천우는 아마 유은수가 임완유에게 수술을 강행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예천우는 마음속으로 불안함을 느꼈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심지어 언제든지 들어가서 임국종을 치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수술이 진행 중이라 멈출 수는 없었지만 만약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고 예천우는 아예 나머지 작업을 직접 맡아서 진행하려 했었다.예천우는 임국종을 잘 치료할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진기를 이용해서 어르신의 몸을 회복시키고 뇌의 정체된 혈액을 제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수술실 문이 열렸고 마스크를 쓴 양 의사가 나왔다. 그는 이번 수술의 주도 의사였다.양 의사는 급히 달려오는 임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유은수는 그 모습을 보며 점점 더 긴장했다.특히 임완유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고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수술은 성공했나요? 제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어요?”그러자 양 의사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
예천우는 왠지 자기 친할아버지인 예관희가 생각났다. 어릴 적 예관희도 마찬가지로 항상 예천우를 많이 아껴주셨다. 매일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함께 시간을 보내셨다.그때 예관희는 아직 퇴직하지 않았기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예천우는 정신을 차리고 임완유가 너무도 처참하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유은수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양 의사를 붙잡고 화를 내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당신은 수술만 하면 적어도 생명은 구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요?”그러자 양 의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손 좀 놓아주세요. 수술은 원래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임 어르신의 수술 성공 확률은 본래 높지 않았습니다.”“그렇다면 왜 수술을 하라고 강요했죠? 아까 우리를 계속 협박했잖아요!”유은수는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차라리 예천우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어. 설령 그가 아무리 사기꾼이라고 해도 어쩌면 정말 아버님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저는 여러분을 강요한 적 없습니다. 단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말했을 뿐이에요. 선택은 여러분이 스스로 하신 겁니다. 서명도 여러분이 하셨고요. 이런 방식으로 떠들기보다 좀 진정하세요. 더 이상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양 의사는 신경외과 방면에서 가장 우수한 전문의였기에 유은수가 이렇게 말하자 버럭 화를 냈다.“신고? 그럼 어디 해봐요! 오히려 당신 같은 악덕 의사는 경찰에게 잡혀야 해요!”유은수는 화를 내며 전혀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엄마!”보다 못한 임완유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할아버지가 이렇게 되었는데 여기서 싸우면 뭐 해요? 엄마가 할아버지를 화나게 하지 않았으면 할아버지가 왜 이렇게 갑자기 몸이 편찮으셨겠어요?”원래 임국종이 예천우와 임완유에게 길을 터주려는 마음이었고 유은수보고 더 이상 두 사람에게 방해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하지만 유은수가 한
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며 이미 돌아가신 임 어르신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알겠어요. 왕 어르신은 지금 어느 병원에 계시죠? 얼마나 더 버티실 수 있나요?”“의사 말로는 아직 몇 시간은 버티실 수 있다고 해. 지금 천해시 병원에 있대.” 남궁은서가 급히 말했다.그러자 예천우가 바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마침 제가 지금 그 병원에 있어요. 몇 번 병실인가요?”그러자 남궁은서가 바로 병실 정보를 알려주었다.예천우가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유은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예천우한테 뺨을 맞고 나서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이제 예천우는 더 이상 예전의 무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진짜로 화를 내면 자신은 정말 끔찍한 일을 당할 거라는 걸 알았다. 특히 딸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임강도 역시 예천우의 분노를 두려워하며 몹시 조심스러워졌다.임완유는 슬픔에 빠져 있었고 유은수의 심한 말 때문에 맞은 것에 대해 어떤 불만도 느끼지 않았다.특히 임완유의 표정은 마치 작정하고 유은수를 혼내주는 것처럼 무서웠다.유은수는 그동안 임완유를 몇 번이고 상처 입혔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이 순간, 임완유는 그 어떤 고통보다 어머니에게 받은 배신감이 더 컸다.예천우가 전화를 끊고 나자 유은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전화에서 병을 고치려고 하는 척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지만 정말로 다른 사람이 예천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사람 몇 명이 다가왔다. 그들 중 특히 한 사람은 위엄 있는 모습으로 다가와 양 의사에게 말했다.“양 의사, 드디어 나오셨군요! 왕 어르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양 의사는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원장님, 제가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말 안 됩니다. 왕 어르신의 상태는 너무 심각해요. 게다가 이미 아흔을 넘으셨고 전쟁 중에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셔서 몸 상태가 아주 안 좋습니다. 수술한다면 정말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요
“알겠어요. 아마 아직 아무도 병원 측에 연락을 안 한 모양이네요.”예천우가 눈섭을 찡그리며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서 사람들에게 막히고 비웃음까지 들을 거고 그러면 정말로 재미없을 것이다.이런 일은 이미 양대복에게서 한번 겪어봤기에 예천우는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원장님이 말하려던 찰나 갑자기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안에서 들려오는 내용에 깜짝 놀라 전화를 끊고 흥분하며 말했다.“당신이 혹시 예천우 신의님이세요?”예천우 신의님에 대해서는 그가 오래된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예천우의 의술을 마치 신들린 것처럼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만약 그의 친구가 평소처럼 떠벌이는 사람이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그는 매우 성실한 성격이라 그런 말을 듣고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예천우라는 이름은 그에게 분명히 기억에 남았다.방금 왕 어르신의 병실에서 전화가 왔는데 왕 어르신의 친구가 훌륭한 인물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름이 바로 예천우였다.예천우라는 이름을 듣자 원장님은 곧바로 예전 친구가 말했던 예천우 신의님이 떠올랐다.예천우는 잠시 멈칫하며 생각했다.‘날 신의님이라니... 설마 어머니가 그런 말을 했나?’그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천우 신의님이라니요... 과찬입니다만 저는 예천우 맞아요.”“그래요. 바로 그 예천우 말이죠! 전에 천해 제일병원에서 환자를 구하고 병원의 문제도 폭로했잖아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잡혔던 거 맞죠?” 예천우는 잠시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그런 일이 있었죠.”“그렇다면 이제 알겠네요! 빨리 가시죠. 정말 바로 가야 돼요!”원장님은 바로 흥분하며 말했다.양 의사는 약간 어리둥절했고 이해가 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원장님,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왕 어르신의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데... 신이 와도 안 될 텐데 이 젊은이가 어떻게 하겠어요?”“당연히 되죠. 양 의사님이 못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