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무 확신에 찬 말은 하지 마요. 시간은 아직 이르니까 1분 후 다시 이야기합시다.""무슨 소리예요? 지금 내 딸을 저주하는 거예요? 분명 많이 좋아졌는데. 그리고 부교수님은 병원 내과 방면의 전문가세요. 나는 부교수님의 의술을 믿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의술을 알긴 해요?"주혜영은 김준이 큰 도움을 준 것을 보고, 또 옆에서 의술을 모르는 환자의 가족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알긴 뭘 알겠어요? 딱 봐도 의사 자격증도 없어요. 녀석아, 자격증 있어? 있냐고?"김준이 비꼬았다."나는 확실히 자격증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 말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죠. 아직 5초 남았어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헛소리..."김준이 반박을 하려는 그 순간, 여자아이의 체온이 갑자기 솟구쳐 올랐고 사지에 모두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심지어 입가에 흰 거품까지 토해냈다.아이의 상황은 아주 무서워 보였고,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것만 같았다.주혜영은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고 다급히 물었다."부교수님,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이러는 겁니까?"김준도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난, 방금까지도 분명히 멀쩡했는데, 저도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무슨 소리예요? 모르다니요? 방금까지도 확신에 차 있었잖아요."주혜영은 놀람과 동시에 화까지 나서 초조함으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녀가 욕설을 퍼부었다."내 곁에는 이렇게 애지중지하는 딸 하나뿐인데, 만약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당신 내가 가만히 안 둬."김준은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놀라서 죽을 지경이었다. 위에서 당부한 일도 그렇고 여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권력가의 기세까지 모두 심상치 않았다.갑자기 그는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 방금 저 녀석이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지 않았나?‘옳지!’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자식아, 네가 방금
아무래도 그들은 모두 여자아이가 위급하고 무서운 상황에 처한 것을 직접 보았고,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이, 이렇게 벌써 멈춘 거야?’김준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예천우가 정말 능력이 있다고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 적어도 중의학 방면에서는 아주 대단하다.그러나 그가 보기에 중의학은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녀석은 한두 번은 그저 해결할 수 있는 증상을 만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다른 간호사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남자가 이렇게 신기한 의술을 갖고 있다니, 심지어 어떤 간호사들은 조금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주혜영은 놀라서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예천우가 이렇게 손을 쓰자마자 병세의 악화가 멈춘 것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윤이는 지금 어때요? 왜 이러는 건가요?""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손을 쓴 이상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확실히 특별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감기는 아니에요.""네? 특별한 바이러스요? 이럴 수가!"주혜영의 안색은 조금 달라졌다. 설마 어느 경쟁자가 한 일인가? 하지만 설마 어린아이에게 독을 넣기까지 할까?"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아이의 바이러스는 아주 특이합니다. 정상대로라면 지금껏 나타나지 않았을 겁니다. 발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일단 발작을 시작하면 매우 빨리 진행됩니다."예천우는 말을 하는 사이에 은침을 통해 독소를 제거했다. 그가 은침을 빼내자 은침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었다.이것은 더욱 예천우의 말을 입증하였다.그리고 바로 이때, 여자아이도 깨어났고 망연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여기가 어디예요? 윤이가 왜 여기 있어요?""윤이야, 너 괜찮아? 어디 아픈 데 없어?"주혜영은 흥분하여 연달아 물었다."없어요. 그냥 한숨 잔 것 같아요. 너무 편해요!"윤이는 고개를 저었다. 비록 어리지만 매우 조리가 있는 모습이었고 생김새도 정교하고 귀여웠다."
주혜영이 예천우한테 고맙다고 말하려는 사이에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받자마자 그녀의 얼굴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한가득이었다.“예천우 교수님,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현금이 100만 원뿐이여서 진료비로 치고 받으세요.”“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 나중에 혹시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가 힘닿는 데까지 꼭 도와드리겠습니다.”그녀는 말하는 사이에 명함과 현금을 꺼내 예천우한테 건넸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제가 다른 사정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예천우는 마다하지 않고 그녀가 건넨 돈을 바로 받았다. 보니까 있는 집 사모님인 거 같으니 돈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100만 원 따위는 푼돈처럼 여기는 것만 같았다.그에 비해 자기 딸의 목숨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고 무엇보다 중요했다.김준은 예천우 손에 있는 돈을 보고 너무 셈났다. 하마터면 자기 손에 들어와야 하는 돈인데 너무 분했다.김준은 너무 부러운지 뭔가 트집을 찾고 싶어서 말했다. “예천우, 여긴 병원이야. 받은 진료비는 의사 개인한테 주는 게 아니야. 그 100만 원 얼른 나한테 넘겨. 내가 대신 병원에 낼게.”그의 말에 옆에 있던 이영 등 간호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김준을 바라보았다.정말 사람이 염치없이 행동해도 한두 번이지 김준처럼 이렇게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은 처음이다.그의 말에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 “김 의사, 방금 당신 마음대로 진료비 명세서 작성했던데 지금은 또 나한테서 돈을 빼앗으려는 건가?”“흥. 내가 어디 마음대로 진료비 명세서 작성했다고 하는 건데? 그건 실수라고 실수. 그야말로 당신은 의사 자격증도 없으면서 여기서 불법으로 의사 행세하는 거 아닌가? 그 돈 나한데 주지 않으면 당장 당신 신고해버릴 거야!”“그때 되면 벌금은 둘째치고 당신 평생 의사 행세 못할 거야.” 김준은 흠집 하나 잡은 듯 잘난척하며 말했다.예천우는 그의 말에 너무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정말 낯가죽 두꺼운 사람은 봤지만 이처
윤이가 혼자 있었던 게 아니라 같이 있었던 3명의 아이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이 간 병원에서는 아무 방법 없이 목숨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네, 맞습니다.”김준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가 아이 증상을 보고 바로 치료에 나서 질병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치료 다 끝나고 집에 가서 편히 쉬면 됩니다.”“정말 잘했습니다.” 서 시장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주혜영의 딸과 같이 있었던 아이들도 모두 있는 집 자식이라 이번에 다 완치하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정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그중 채영만의 손자 채량이도 있었다. 지금 채영만은 물론 퇴직했지만 전에는 의원으로 고위직에 오래 있었다.하지만 하 원장님은 속으로 의심했다. 왜냐면 김준은 전에 별다른 실력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촌 형인 김 소장님이 있었어도 타고난 실력이 있었으면 지금까지 부교수로 있을 리가 없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 방법을 찾아내 정확하게 치료했다는 거에 대해 아직도 의심스럽다는 생각이었다.“정말 김선생이 치료한 건가?” 하 원장님은 김준을 너무 잘 알기에 아직도 의심한 눈치였다.“당연하죠.”김준은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저한테는 쉬운 일입니다.”“잘했어. 우리 의료 업계에 당신처럼 이런 실력을 갖춘 의사가 있어야지.” 김 소장은 끊임없이 칭찬해 줬다. “아직 부교수 아니야? 이번 일 잘 했으니 당분간 정교수로 되겠구먼.”“그러게. 이번에 정말 큰일 해냈어!” 하 원장님도 그를 아낌없이 칭찬해 줬다.“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요.”김준은 그들의 말에 힘을 입어 더 흥분해했다. 그리고 곁눈으로 옆에 있는 예천우한테 조용하게 있으라고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아니면 불법으로 의사 행세했다는 걸 폭로하면 큰 문제가 될게 분명하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진가인은 너무 화가 났지만 예천우도 아무 말 없으니 그녀도 조용히 있었다. 예천우가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래요. 잘했어요. 이따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 3
“천우 오빠......”진가인은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더는 참지 못해 뭐라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흔들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좀 더 지켜보자.”예천우는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김준 저 바보 같은 자식이 사람 구하려고 나설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우의 말에 진가인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들이 말하던 사이에 밖에서 어느덧 몇몇 사람이 들어왔다. 맨 앞에 있는 간호사는 어린 남자아이를 안고 있었고 옆에는 포스가 남다른 어르신과 중년 여성이 있었다.“채 의원님......”서 시장님 등 일행은 급히 다가가 인사했다.“그래, 어느 분이 김 선생님인가? 얼른 우리 손자 한번 봐주게나.” 채영만은 너무 걱정돼 급히 말했다.옆에 있는 중년 여성은 아이 엄마이었고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접니다.”이대 김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계속 나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번 기회를 잘 잡아서 승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방금 서 시장님도 공손하게 인사하는 거보니 채 의원님 손자 완치하게 하면 승진이고 뭐고 다 잘 될 것만 같았다.“자네가 주 회장 딸 치료해 줬는가?”“네, 맞습니다.”“그럼 잘 부탁하네. 우리 손자 꼭 완치하게 해주면 꼭 섭섭지 않게 해줄 테니까 부탁하네.”“채 의원님, 별말씀을요.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도련님 꼭 문제없을 겁니다.”김준은 방금 예천우의 당당한 모습을 따라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자 어린아이는 병실에 옮겨 침대에 누워있었다. 김준은 침을 준비하고 머릿속에는 방금 전 예우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침을 어느 곳에 놓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혹시나 문제 생길 가봐 하나하나 조심스레 어린아이의 몸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이때 어린아이의 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 은침을 받고 나서 자극되었는지 온몸이 떨기 시작했다. 게다가 얼굴에는 흉악스러운 표정까지 나타났다.중요한 건 증상이 더 심각해진 거 같았다.이때 채
하 원장은 김준 때문에 너무 화가 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는 이렇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영이 지목한 예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김준 선생이랑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정말 방법 있으시면 꼭 부탁드릴게요. 치료 부탁드립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네네네, 선생님, 우리 아들 꼭 구해주세요. 어떤 요구든 소원이든 다 들어줄 테니 꼭 구해주세요.”여자분도 급한 나머지 예우천을 향해 말했다.“내가 채영만인데, 이래 봬도 인맥이 좀 있어요. 선생님이 우리 손자 구해주기만 하면 꼭 보답할 테니 부탁합니다.” 채영만도 너무 급한 나머지 입을 열었다.하나밖에 없는 손자고 평소에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 모른다. 퇴직하고 손자랑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정말 금산 은산을 줘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예천우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은 없었다. 방금 전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제가 할게요.”그의 말에 다를 옆으로 물러섰고 예천우는 앞으로 다가갔다. 손짓 한번에 방금 김준이 놓은 은침이 날아가 다시 그의 손을 걸쳐 아이 몸에 놓였다. 신기한 건 방금 전이랑 같은 자리에 침을 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신기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안정을 찾았고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 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이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그중 김준이 제일 불만이 많았고 분해 보였다.“너무 의아해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곁눈으로 본 거라 위치는 맞는데 힘 조절이나 깊고 얕은 거에 대해서는 다 억망입니다.” 예천우는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자기가 침 놓을 때 기운을 더불어서 놓는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전 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가 더 빨리 깨어나 눈을 떴다. 그래도 크게 고생한 탓에 얼굴은 아직 창백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이렇게 쉽게 치료되다니? 정말 믿기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난 뒤 채영만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호건아, 자네 저분이랑 아는 사이인가?”“그럼요. 교수님이 저희 엄마 치료해 주신 분입니다. 손자 분이 아프다는 걸 듣고 예우천 교수님께 제일 먼저 전화드렸더니 제일병원에 있다고 하시더라고요.”“그랬구나, 저분이 네가 전화한 그분이구나.”사실 채영만도 전에 황호건 엄마의 소문을 듣고 그렇게 믿지 않았고 애초부터 무슨 신의가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근데 정말 이 세상에 신의가 있다니 오늘 자기 눈으로 보지 않고서야 믿기 힘들었다. 오늘 예천우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다.이때 옆에 힘 없이 주저앉은 김준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고 그의 모습을 보고 채영만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자기 손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예천우의 치료가 끝나자 두 아이는 정신이 바로 들어 언제 아팠냐는 듯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활동적이니 바로 뛰어놀기 시작했다. 그들의 모습에 가족들은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예천우한테 계속 고맙다고 말했고 거액의 진료비를 주려고 했다. 예천우는 그 누구의 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은혜를 마음속에 꼭 간직할 것이다.채영만은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을 보고 또 자기 손자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워했다. 자기 손자는 아직 얼굴이 창백해 엄마 품에 안겨 있었고 다른 두 아이는 지금 뛰어놀고 있었다. “저기 예천우 선생님, 내가 다른 의미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손자가 더 먼저 치료받았는데 어쩜 상태가 뒤에 치료한 아이보다 더 못한 건가?”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조금이 아니라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였다.예천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 쉬었다. “채 의원님,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크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손자 분은 방금 전 치료 잘 못 받아서 기운이 빠진 상황이라 집에 가서 약 3개월 동안 쉬고 몸조리하면 완치될 겁니다.”뭐라고? 3개월이나 더 쉬어야 한다고? 이게
“뭐든 다?”“그 불쌍한 환자들은 뭘로 보상할 건데?”“그 사람들은 치료받으려고 여기저기 돈 빌리고 심지어 집이랑 땅까지 팔고 남은 돈으로 왔는데. 당신은 어떻게 했는데? 마음대로 진단서 작성하고 그 사람들의 피 같은 돈을 뺏은 거잖아!”“당신은 강도보다 백배 천배 더 추악스러워!”예천우는 말하면 할수록 화가 났고 진가인이 전에 당했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의 말에 김준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끝장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감옥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이게 무슨 말인가?” 하 원장님이 바로 물었다.그러자 예천우는 전에 본 진단서를 꺼내 원장님께 건네고 사실을 말했다.현장에 있는 간부들도 그의 말에 너무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천해 시에서 이처럼 악마 같은 존재가 있다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이에 비해 방금 전 일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보였다.황호건의 표정도 굳었고 이번 일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가 시장 직을 맡는 동안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누가 연루되었던 상관없이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하 원장님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말했고 예천우한테 계속 사과했다.서로 얘기 나눈 뒤 김준은 조사받으러 잡혀 들어갔다.“천우 오빠, 정말 너무 멋있으세요. ” 진가인은 너무 좋아해했다. 오늘 엄마의 병도 치료되었고 그 악마 같은 김 의사도 잡혔으니 너무 좋았다.“내가 멋있는 게 아니라 네가 용감한 거지. 그리고 이 100만 원 너 가져.”“아니, 안돼요. 이건 주 회장님이 오빠한테 드린 진료비잖아요. 제가 이걸 어떻게 받아요.”“나 이 돈 필요 없어. 아니면 그냥 빌린 거라고 생각해. 너희 어머니도 몸조리해야 하니까 돈 쓸일 많을거야.”“그럼 염치없지만 받을게요. 천우 오빠, 너무 고마워요. 제가 돈 생기면 바로 갚을게요.”“그래, 내가 데려다줄게.”“아니요, 괜찮아요.”“운전해서 왔으니까 괜찮아. 가자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