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그 프로젝트가 돈을 벌 수 있는지 없는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임완유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얘기하게 내버려두었다.임완유는 그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한 프로젝트인지 얘기해주었다.한통재료의 건전지 개발이 성공한다면 충전 속도도 빠르고 오래 쓸 수 있는 안전한 건전지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단점도 없었다.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았다.짧은 시간 안에는 빛을 보기 어렵다.하지만 임완유는 주경인의 자신감과 실력을 믿었다. 주경인은 정말 연구에 적합한 사람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연구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1년이면 된다고 한 주경인의 말을 임완유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임완유는 주경인에게 투자할 의향이 있었다.예천우가 흥미를 갖는 것을 본 임완유가 얘기했다.“요즘 용국에서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신경 쓰고 있잖아. 주경인은 해외에서 유학할 때 알게 된 친구인데 마침 친환경 자동차 건전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더라고. 천상그룹도 군용 버스 산업으로 바쁘잖아. 건전지는 친환경 사업의 중심이니까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조금만 알아보면 주경인 회사의 건전지 사업이 얼마나 선진적인 기술인지 알 수 있어.”전에 임완유는 전문가를 찾아 알아보기도 했고 해외 자료들도 많이 읽어본 후 투자 결정을 내렸다.이 모든 것을 듣고 난 예천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겠네. 난 널 응원해.”“하지만 확실히 어려운 점이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제일 중요한 건 대량의 인력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거야.”“상관없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낼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나 들든지 상관없어. 내일 오전에 네 계좌로 20조를 보낼게. 그 프로젝트, 진행해.”“정말 20조를 나한테 보낸다고?”“20조가 모자라면 40조. 얼마가 필요해? 원하는 만큼 보내줄게.”예천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뭐 하는 사
남궁은서는 그 말을 듣고 멍해서 물었다.“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왜 그렇게 생각한 거니?”임완유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남궁은서에게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었다.임완유는 예천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예천우는 그 신호를 보지 못한 채 얘기했다.“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회사가 어머니 회사라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회사가 어머니 회사라서 완유가 직접적인 결정을 못 해요.”“...”예천우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임완유는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빼앗아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남궁은서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예천우의 말에서 남궁은서는 임완유가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아마도 임원들이 임완유를 좋아하지 않아 임완유가 내는 의견을 모두 묵살해버린다는 뜻일 것이다.남궁은서는 여전히 임완유를 높이 평가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남궁은서가 준 기회를 꽉 잡고 죽어도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임완유의 뜻을 이해한 남궁은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면 남궁은서는 모든 주식을 두 사람한테 넘겨줄 것이다. 그러면 남궁은서도 편히 쉴 수 있고 두 사람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그렇구나. 알겠어. 완유 좀 바꿔봐.”“네.”예천우가 전화를 임완유에게 건네며 웃었다.“어머니가 너랑 통화하고 싶대.”“아...”임완유는 잔뜩 굳어버린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고 진정한 후 핸드폰을 건네받아 전화를 받았다.“어머님, 안녕하세요. 사실 천우의 얘기가 약간 왜곡된 게 있는데...”“긴장하지 마. 나는 다 이해하니까 말이다.남궁은서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전에는 내가 생각이 짧았다. 너한테 이런 고민이 있을 줄이야.”“아니에요, 어머니. 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전 어머님이 절 생각해 주셔서 아주 행복했어요.”“그래, 나도 더 뭐라 하지
“그래? 내가 얘기했었지. 완유가 어떤 요구를 하든, 어떤 제안을 하든지 모두 들어주라고.”“하지만 이 프로젝트로 인해 회사가 몇백억, 지어는 몇천억의 손해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몇천억? 내가 그 정도도 없는 사람으로 보여?”남궁은서가 화를 내면서 물었다.“아, 아닙니다! 회장님께 몇천억은 껌값이죠!”예선홍은 어두운 표정으로 애써 대답했다.“알면 됐어. 내가 네 속셈을 모르는 줄 알아? 완유가 네 자리를 위협할까 봐 그러는 거지?”남궁은서가 차갑게 말을 이어 나갔다.“사실 넌 그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예선홍은 표정이 밝아졌다.‘임완유는 절대로 내 자리를 빼앗아 가지 못할 거야.’그렇게 기뻐하고 있을 때, 남궁은서가 차갑게 얘기했다.“완유가 원한다면 대표 자리는 언제든지 완유의 것이니까.”그 말을 들은 예선홍은 찬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것만 같았다.“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숨길 생각은 없어. 완유는 내가 찜한 며느리야. 내 모든 재산은 곧 완유의 것이 되겠지. 그러니 대표직도 완유가 원할 때 가져갈 수 있는 거야.”‘며느리?’그 말을 들은 예선홍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어버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그 순간, 예선홍은 왜 회장님이 그토록 임완유를 신경 쓰는지 알 것 같았다.그 순간, 예선홍은 회장님의 며느리와 다투려고 한 본인이 얼마나 멍청한지 깨달았다.그 순간, 예선홍은 본인이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다른 그룹이라면 모르겠지만 천상그룹은 대부분 지분이 다 남궁은서에게 있었다. 남궁은서는 예선홍의 처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선홍아, 너도 나랑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정말 수고가 많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너도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겠지. 난 널 믿고 그 자리에 앉힌 거다. 그러니 너도 현실을 깨닫고 정신을 차리기를 바라.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공적은 그대로니까. 널 하대하진 않을 거야. 그리고 완유도 대표직에 관심이 없어
전화를 끊은 임완유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임완유는 남궁은서가 본인한테 너무 잘해준다고 생각했다.‘아까 예천우 이 자식 때문에 놀라서 죽을 뻔했는데...’그 생각에 임완유는 다시 화가 났다.“다음부터 이러지 마. 너 때문에 놀라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야.”“무서울 게 뭐가 있어.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야.”예천우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얘기했다.“우리 어머니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발견 못 한 거야? 네가 더 편하게 대하면 어머니는 더 좋아할 거야.”임완유는 멍해 있었다.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물었다.“정말?”“당연하지. 그게 바로 진짜 너니까.”예천우가 얘기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가족이라면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지 않겠는가.밖에서 가면을 쓰고 집에서도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 그건 참 힘들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임완유는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만 같았다. 전에 임씨 가문에 있었을 때 얼마나 불행했는지 떠올랐다.어차피 회사에서 일하는 건 임완유가 좋아하는 일이다. 목표가 뚜렷하고 방향이 확실하며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으니까.임완유는 본인이 지금보다 더욱 기쁠 수 없다고 생각했다.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있어서 가장 편하고 가장 다정하며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그렇게 생각한 임완유가 눈물에 젖어 얘기했다.“천우야, 고마워.”“나한테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정말 고마우면 오늘 화장실에서 해준 거, 더 해줘.”예천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절세미인으로 불릴 만큼 예쁜 임완유가 본인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생각하면 예천우는 피가 들끓었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예천우 앞에서 무릎 꿇고 있던 것을 떠올린 임완유는 유교 사상이 무너진 기분이 들었다.“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절대 안 해줄 거야!”“왜 그래, 엄청 좋았는데.”“됐어. 더 얘기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완유가 부끄러워하면서
하지만 그것 또한 마두석의 망상에 불과했다. 마두석은 용기내어 조심스레 물었다.“예 대표님이 바쁘시다면 제가 대신 관리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네가?”“네, 네! 전 회사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은 편입니다. 전에도 백 회장님을 따라다니면서 회사의 업무를 도왔습니다.”마두석이 긴장한 채로 대답했다.사실 백 회장 옆에 있으면서 마두석이 한 건 귀빈을 맞이하는 것뿐이었다. 중요한 사항들은 거의 백 회장 혼자서 결정하곤 했다.“그래? 그럼 네가 먼저 임시회장을 해. 그리고 잘하면 정식 회장을 시켜줄게.”예천우가 얘기했다.다른 회사였다면 이사회를 열어서 투표를 했겠지만 백성 그룹은 백씨 가문이 갖고 있는 주식이 너무 많아서 이사회 없이도 회장 선거가 가능했다.그래서 누가 회장이 될지는 백씨 가문에게 달려있었다.그리고 지금 그 선택권은 예천우 손에 있다.“알겠습니다. 꼭 열심히 회사를 잘 관리하도록 하겠습니다!”마두석이 흥분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본인이 회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무리 임시라고 하지만 마두석은 본인의 아부 능력으로 예천우를 모시면 꼭 정식 회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백 회장도 똑같은 수법으로 당했으니까 말이다.“그래, 그럼 그렇게 해.”예천우는 귀찮아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은 마두석은 흥분해서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번에 회장직을 맡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예천우 같은 배후도 생겼으니, 마두석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임완유는 통화 내용을 듣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네가 산 회사에 회장이 없어서 그래?”“아니, 지금 생겼어.”예천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하지만 마두석의 실력이 어떤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만약 사람이 모자라면 내가 가 봐도 돼.”임완유가 얘기했다.임연그룹과 천상그룹을 관리해 본 경력이 있었던 임완유는 자신만만했다.그리고 예천우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전에는 예천우와 본인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완유는 본인을 더욱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저녁.단잠에서 깨어난 임완유는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는 예천우를 발견했다.예천우의 표정에는 행복함이 그려져 있었다.요즘 들어 예천우는 처음 느껴보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오전 아홉 시.임완유는 정시에 회사에 나타났다. 어젯밤 생각해 본 후 임완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 천상그룹을 떠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지금 떠나는 건 호랑이가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떠난다고 해도 뭐라도 성과를 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을 사랑해 주는 남궁은서한테 미안해질 것 같았다.직원들은 어느새 임완유에게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짧은 시간이지만 임완유가 해온 모든 일들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회사의 업무 효율도 굉장히 높아졌다. 물론 아직 확실한 수치가 보이진 않지만 직원들은 느낄 수 있었다.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임완유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 속의 0의 개수를 세어보던 임완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20조...정말 20조가 임완유의 계좌로 들어왔다.‘예천우는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꺼내 예천우의 번호를 눌렀다.“천우야, 네가 나한테 20조를 보낸 거야?”“응, 어제 다 얘기된 거 아니었어?”“2천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그래? 까먹었네. 괜찮아. 어차피 내 돈은 다 네 돈이니까. 남은 돈은 네가 쓰면 돼.”예천우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임완유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았다.“안 돼. 이건 네 돈이야. 돌려줄게.”“만약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돈이 필요한 사람한테 기부해 줘.”예천우가 얘기했다.“...”“맞다, 천상그룹의 일은 끝냈어?”“무슨 일? 퇴사 말하는 거야?”임완유가 물었다.하지만 마침 사무실 앞까지 걸어온 양서은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다시 돌아갔다.‘뭐? 임 대표님이 퇴사하신다고? 왜? 임 대표님이 얼마나 일을 잘하
“나도 모르겠다. 모든 건 네게 달렸어.”옛 용왕은 거기까지 얘기한 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천우야, 예씨 가문의 일에 대해서 들었지?”“네.”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넌 어떻게 생각하니.”옛 용왕이 물었다. “곧 용도로 가겠습니다.”이건 예천우가 결심한 일이기에 옛 용왕에게 감출 필요가 없었다.“그래. 넌 착한 아이니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네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어. 예씨 가문 일을 정리할 때 조심해야한다. 그들에게는 아주 강한 배후가 있어.”“누구죠?”“누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육지의 신선 급인 사람이다.”“그렇게 강한 사람이라고요? 그렇다면 예씨 가문은 그 사람의 상대가 될 수 없겠는데요?”“만약 네가 예씨 가문을 도와주려고 한다면 그 사람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얼른 노력해서 옥패의 비밀을 풀어보거라.”“네.”예천우는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옥패를 생각하니 또 가슴이 답답했다.이미 두 개의 옥패를 손에 넣었지만, 이를 합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직 무언가가 부족한 듯했다.옛 용왕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어두운 표정을 드러냈다. 그는 예천우에게 옥패를 준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솔직히 생각하면 예천우는 부담을 이기지 못해 얼른 그 옥패의 비밀을 풀었어야 한다. 하지만 예천우는 아직도 옥패를 갖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한 달, 한 달만 더 지켜보자. 만약 그때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그때는 해치워야 해.”그렇지 않으면 당하는 건 옛 용왕이 될 것이다.열한 시.회사 임원들은 대표 사무실 밖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다들 갑작스러운 소식에 본인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그 소식은 바로 임완유가 퇴사한다는 소식이었다.임완유는 회사에 오래 머무른 건 아니지만 회사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었다.그런 훌륭한 대표가 본사와 뜻이 맞지 않아서 퇴사한다니.그들이 봤을 때 이건 임완유의 자원적인 퇴사가 아니라 본사의 해고와 같았다.왜냐하면 양서은은
그 말이 떨어지자 회사 사람들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크게 외쳤다.“예 대표님, 임 대표님이랑 사이가 좀 안 좋으신 건 알지만... 임 대표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에요. 우리 회사의 희망이란 말입니다! 제발 떠나지 않게 해주실 수 없나요?”“맞아요, 예 대표님. 부탁드릴게요. 임 대표님을 보내지 말아 주세요!”“그래요! 저희에겐 임 대표님이 꼭 필요해요!”“제발요. 임 대표님을 여기 남겨주세요!”“...”누군가 앞장서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간절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반응만 봐도 임완유가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예선홍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임완유마저 역시 깜짝 놀랐다.이 회사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까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많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예선홍은 속으로 크게 흔들렸다. 이 순간 그는 임완유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란 걸 비로소 깨달았다.‘회장님께서 그녀에 대해 그렇게 강하게 말한 것도 단지 며느리라서가 아니라 정말 실력이 있어서였겠지.’그래서 그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퇴직 문제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 제가 직접 임 대표님과 상의하려고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그도 역시 함부로 확답을 줄 수는 없었다. 솔직히 아직 임완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회사를 떠나고자 한다면 이런 자리에서 강제로 붙잡는 건 오히려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었다.예선홍의 말에 사람들은 조금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자신들의 행동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하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됐어요. 다들 이제 흩어지세요.”임완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예선홍을 사무실 안으로 안내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예선홍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