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는 어머니의 진심을 느끼면서도 사실 유은수가 회사에 대한 미련이 많고 다시 대표 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모든 결정은 결국 예천우가 주도한 것이기에 그의 뜻을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우리 서둘러 절차를 마치자.”유은수는 속으론 이미 임완유을 설득했으니 당장이라도 회사를 넘기는 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설령 회사를 넘겨주더라도 예천우의 뜻을 거스르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일단은 임연 그룹을 완유한테 넘긴 뒤에 나중에 상황 봐서 다시 찾아오면 돼. 아니, 혹시 안 된다 해도 적어도 예천우의 장모님으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앞으로 내 인생이 달라질 거야. 천우만 곁에 있으면 축하 선물만 받아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지.’유은수와 임강은 여러 날 고민 끝에 내린 결론대로 이제야 진짜 인생의 승자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유은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자 임완유는 예천우가 당부한 대로 곧장 필요한 서류와 변호사를 불러 모든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했다.유은수 역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고 그 모습에 임완유는 오히려 유은수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한 것 같아 가슴이 찡해졌다. 그래서 자신이 너무 엄격했던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 회사는 어디까지나 임시로 제 이름으로 맡아두는 것뿐이에요. 나중에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돌려드릴게요.”그러자 유은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이런 큰 잘못을 저질러놓고 어떻게 다시 회사를 맡겠니. 사실 그동안 회사를 운영하는 게 정말 즐거웠지만 너무 독단적으로 행동했던 걸 이제야 깨달았어. 다음번에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게.”이 말의 속뜻은 너무나 분명했지만 임완유는 조금 더 마음을 풀고 다짐하듯 말했다.“엄마, 3개월만 시간을 주세요. 회사가 완전히 안정을 되찾으면 그때 다시 엄마께 돌려드릴
임완유는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 얼굴에 안쓰러움이 가득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사실 예천우가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이후로 유은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입맛도 돌아와 안색도 전보다 좋아졌었다. 하지만 임완유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다시 초췌하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이 연기가 성공하느냐에 따라 임연 그룹을 되찾을 수 있을지 결정되는 만큼 딸 앞에서는 철저히 연기를 해야 했다.그때 옆에 있던 임강이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엄마가 매일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워하며 사는지 몰라. 정신적 압박감이 너무 심해서 자다가도 몇 번이나 네 이름을 부르더구나. 정말로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더욱 마음이 아파져 급하게 말했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왔어요.”하지만 임완유는 말하고 나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엄마는 감옥에 있는데 아빠가 어떻게 엄마가 자다가 자기 이름을 불렀다는 걸 알 수 있단 말이지?’그러나 유은수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말했다.“이 바보 같은 아이야.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사과를 해. 이 모든 게 다 엄마 잘못이지. 다 내가 저지른 죄고 내가 자초한 일이야. 난 정말 너무 늦게야 그걸 깨달았어. 조금만 더 일찍 정신을 차렸다면 지금 이런 꼴은 보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유은수는 눈물까지 맺히며 고개를 떨구었다.“지난 며칠간 난 후회와 두려움 속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어. 특히 임연 그룹이 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는 생각에 죄책감으로 잠도 못 잤어. 정말로 미안해. 너한테도 미안하고 네 할아버지께도 죄송하구나.”유은수가 이렇게 진심으로 괴로워하며 속죄하는 모습을 보자 임완유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고 그녀는 급히 유은수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엄마, 이제 괜찮아요.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더 이상 자책하지 마세요.”유은수는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행히도 천우 덕분에 이젠
“정말이에요? 다행이네요. 언니 정말 고마워요!”류서연은 진나비의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환하게 웃었다.“고맙긴 뭘. 너는 우리 회사 소속이고 널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진나비는 다정하게 말했다.사실이야 그렇지만 류서연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상대는 성화 그룹이라는 대기업이고 다른 회사 같았으면 아마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성화 그룹과 타협하려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아 맞다. 이 좋은 소식을 예천우 씨한테도 알려줘야지. 이홍만의 보복 때문에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류서연은 얼른 휴대폰에서 예천우의 번호를 찾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한창 잠자리에 들려던 예천우는 휴대폰이 울리자 화면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예천우 씨, 지금 뭐 하고 있어요?”성격이 원래 직설적인 류서연은 인사도 생략한 채 다짜고짜 물었다.“자려고 누웠는데요?”“헐... 지금 잠이 와요?”류서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홍만이 언제 보복할지 모르는데 그는 겁도 안 나는 걸까 싶었다.“왜 잠이 안 와야 하는데요?”예천우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설마 이홍만이 보복할까 봐 전혀 걱정 안 되는 거예요?”“그놈을 뭐 하러 걱정해요?”“정말 예천우 씨는... 됐어요. 좋은 소식이 있어서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요. 이제 이홍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류서연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처음부터 걱정 안 했는데요?”“또 허세 떠네요. 제가 회사 대표한테 이 일을 이야기했더니 대표님이 자기가 다 해결해 주겠다고 했어요. 알고 보니 우리 회사 뒤에는 엄청난 능력자분이 계셨더라고요. 그러니까 이제 이홍만 같은 사람은 전혀 겁낼 필요가 없어요!”류서연은 자신의 선택이 정말 옳았다며 은근히 으쓱거렸다.“그래요? 서연 씨 회사 뒤에 계신 그 엄청난 분은 진짜 대단한가 보네요.”예천우는 웃음을 참으며 대꾸했다.“당연히 대단하죠. 예천우 씨처럼 입으로만 허세 부리는 사람이랑은 다르다고요.”“알겠어요. 서연 씨 회사의 대단한 능력자
“나비야, 왜 갑자기 말을 안 해? 걱정하지 마. 그게 누구든 너한테 손대기만 하면 남궁 상민처럼 영영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어줄 테니까.”예천우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고 그의 말속에는 분노와 살기마저 감돌고 있었다.그 말을 듣고 나자 진나비는 가슴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이렇게까지 분노하고 신경 쓰는 모습을 보니 그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가 더없이 분명해진 것 같았다.“아니에요. 천우 오빠, 다행히 아직 저한테 직접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은 없어요.”“그럼 무슨 문제인데?”“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 일이에요.”진나비는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우리 회사 여가수 하나가 어떤 남자한테 협박을 받고 있어요. 자기 여자가 되지 않으면 회사까지 망가뜨리겠다고 협박하는데 상대가 만만치 않아서 제가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서요. 오빠가 좀 도와줬으면 해서요.”“그런 일이 있었어? 그 남자가 누구야?”예천우는 약간 의아했고 오늘 하루에만도 이런 일이 벌써 두 번째였다. 아까 류서연이 겪은 일이 떠오른 터였다.“이홍만이라는 사람이에요. 성화 그룹에서 온 사람인데 회사 지분은 많지 않지만 업계에 영향력이 엄청나서...”“잠깐만. 성화 그룹의 이홍만이라... 확실해?”이홍만이라는 말에 예천우는 조금 놀랐다. 가해자가 같은 사람이었고 심지어 피해자까지 동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가 찼다. 아니면 그 녀석이 사방에 마구잡이로 손을 뻗치고 다니는 건가 싶었다.“네. 맞아요. 오빠, 이홍만을 아세요?”혹시라도 예천우와 아는 사이가 아닐까 싶어서 진나비는 갑자기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알긴 뭘 알아. 본 적은 있는데 친분 같은 건 없어. 그 자식한테 협박받은 여가수는 누구야?”“류서연이라고 정말 괜찮은 친구예요. 실력도 있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엄청 높아요.”진나비는 급히 덧붙였다. 예천우가 여가수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게 조금 신기했다.“하하. 역시 그 친구였구나!”예천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류서연이 진나비 회사 사람이라니 결국
이홍만은 전화를 끊고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류서연 그 계집애가 얌전히 내 품으로 오지 않으면 비천 엔터테인먼트도 그 여자도 모두 끝장내주지.’감히 회사 대표라는 사람까지 내세워 자기를 위협하려 들다니... 이홍만은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이제 막 설립된 비천 엔터테인먼트 따위가 감히 자신을 경고할 처지가 아니었고 그건 분명히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었다.문득 그는 진나비를 떠올렸다.‘그래. 생각해 보니 진나비도 꽤 괜찮지. 예전에는 그래도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급이라 쉽게 건드릴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얌전히 류서연을 넘기기만 하면 한 번쯤 진나비도 건드려볼 만하겠어.’이홍만은 그녀가 어디까지 양보할지 일단 떠보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진나비가 쉽게 굴복한다면 앞으로 비천 엔터테인먼트는 자기 손안에서 얼마든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될 터였다.한편, 하지원은 진나비와 두 사람에게 통화 내용을 함께 듣게 하려고 일부러 전화를 스피커로 켰다.류서연은 이홍만의 협박이 담긴 통화 내용을 고스란히 듣고 긴장한 얼굴로 진나비를 바라보았다. 사실 두 사람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동안 비천 엔터테인먼트 뒤에 거물이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아직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나가 있어.”진나비는 다른 사람들을 내보냈고 하지원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류서연은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했지만 진나비가 나가 있으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모두가 나간 후 진나비는 휴대폰에서 예천우의 번호를 찾았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한편, 류서연과 헤어진 뒤 예천우는 진가인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그들이 돌아왔을 때 진민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진가인은 속으로는 예천우를 집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예천우가 자기 방 침대에서 자고
진나비의 카리스마 넘치는 한마디에 류서연과 김미원 모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나비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러자 하지원이 옆에서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말 그대로야. 이홍만이 진짜로 무슨 짓이라도 하면 아주 처참하게 끝나게 될 거라는 뜻이지.”하지원은 예전에 용도의 남궁 가문조차 예 도련님 손에 철저히 혼쭐이 난 일화를 떠올렸다. 그런 대가문조차 감히 꼼짝 못 하는데 성화 그룹 따위가 예천우 앞에서 무슨 힘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이 말에 류서연과 김미원은 더더욱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설마 나비 언니 뒤에 누가 계신 거예요?”“당연히 있지!”하지원이 여유롭게 대답했고 지난번에 예천우가 위풍당당한 장면을 직접 보았기에 별 무서울 게 없었다.“게다가 그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진나비 역시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 회사를 처음 만든 사람은 우리 둘이 아니라... 우리도 모시는 분이 계셔. 우리 회사 뒤에는 정말 대단한 분이 계시거든.”“정말요?”류서연은 충격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회사가 아직 크지 않아서 그저 진나비와 하지원이 힘을 합쳐 세운 줄만 알고 있었다.“맞아. 그리고 그분의 신분은 상상 이상이야. 예전에는 심지어 장난처럼 나비에게 2조쯤은 그냥 투자해 줄 정도였지. 솔직히 우리 같은 신생 회사에 그 정도 돈이 뭐가 필요하겠어... 아직도 계좌에 엄청난 돈이 남아 있을 정도야.”하지원이 웃으며 덧붙였다. 실제로 진나비가 추구하는 건 단순히 스타 발굴이 아니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연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무리하게 회사를 키우려 하지 않았고 연예인 수도 많지 않았다.“2조라고요?”김미원과 류서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엄청난 액수를 진나비에게 대수롭지 않게 맡겨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진나비는 문득 예천우를 떠올렸고 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그가 괜히 그리워졌다.‘누구나 탐낼 만큼 예쁜 외모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