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에 예천우는 화를 내지 않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하, 흥분하지 말고. 말도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말지, 그래. 돈이 갖고 싶은 거 아니야?""그렇지!""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그랬으면 이렇게 오래 싸우지 않았을 거야. 계속 싸우다가 나중에 인터넷에 올리면 당신들이 힘들게 씻은 오명이 또 헛되이 될까 봐 걱정된다고."남자는 얼굴에 희색을 띠며 내색하지 않고 위협했다.'기자 친구는 역시 믿음직스러워. 한 번에 상대방을 휘어잡았을 수 있다니.'"맞아. 이 남성분 말엔 도리가 있어. 동의하는 바야."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사람이 이미 회의실 입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라고 분부했고 동시에 입구를 봉쇄하여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전화를 끊고 난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잠시만 기다려봐."말이 끝나자 입구에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세 사람을 데리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이 몇 명은 분명히 잡혀들어왔고 모두 알아봤다, 여론을 이끌던 세 사람이 아닌가?그들은 왜 잡혀 왔지? 임연 그룹이 공공연히 그들을 잡다니! 단단히 미친 것 같았다.세 명의 남자는 창백하고 패닉에 빠진 얼굴이었다. 오기 전에 이미 호되게 혼쭐이 났고, 특히 그들을 수습한 사람들의 배경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영사파였던 사람이라니!'그건 정말 지독한 존재였다. 당시 양 회장의 흑룡회보다 훨씬 강했다.예천우를 보자마자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빌었다."예천우 씨,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남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예전에 매우 날뛰며 매번 여론을 이끌어서 임연 그룹을 검열하려고 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찌질하다고? 임연 그룹 뒤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있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예천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진작 알았으면 애초에 왜 그랬어?""당신들이 임연 그룹을 겨
물으면서 그는 손에 피 묻은 비수를 가지고 놀았다.그의 말에 남자들은 모두 완전히 멍해졌고 사람들은 모두 가늘게 떨면서 입을 벌리고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몇 사람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러자 온 방의 공기가 몇 분 정도 차가워진 것 같았다. 그들은 예천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하고 차가운 기운을 역력히 느꼈다.그들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두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결국 무릎을 꿇었다.하지만 그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당신들 뭐 하는 거야? 배상하려고 하는데 당신들은 무릎을 꿇고 뭐 하는 거야?""꿇어야죠, 무릎!""저, 저희 모두 당신 말을 듣겠습니다."몇 명이 겁을 먹은 채 입을 열었다."아니지, 당신들이야말로 피해자야. 우리가 배상해야 해. 다만 당신들이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예천우는 진지했다."아니요, 한 푼도 필요 없어요.""그건 안 돼. 그럼 이렇게 하지, 비록 당신 가족이 상처를 입긴 했지만 다행히 제때 치료를 받았으니 200만원을 보상해 줄까?""충분하다고 생각해?""충분, 충분합니다.""네, 충분해요, 너무 많아요."몇 사람이 잇달아 입을 열었다.하지만 10만 원은 그들에게 있어서, 사실 이미 상당히 괜찮은 숫자였다. 어차피 치료가 끝난 후, 최근에 약간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 외에는 사실 아무런 손실도 없었다.한 푼도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니 모자랄 리 없었다.예천우는 당연히 그들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들 중 누군가가 마음이 편치 않아서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들어대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들에게 약간의 돈을 주어 그들이 만족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그러자 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당신들이 만족하니 이 일은 이렇게 결정하도록 해."그는 손에 든 비수를 부하들에게 던지고는 말을 이어나갔다."이미 얘기가 끝났으니 이제 나가
하문도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인가.그녀도 몇 명을 겁주려는 암시를 많이 했지만 이 몇 명은 매우 경험이 많아서 반응이 없었다. 예 팀장님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다.만에 하나 때문에 하문은 특별히 물어보기까지 했다. 자발적으로 하는 싸인 인지 협박이었는지 말이다.그들은 협박을 당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었고 하나같이 협박을 당하지 않았다고, 순전히 자기들이 단번에 납득했다고 하는 것이었다.하문이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예 팀장님한테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임완유는 곧장 회의실로 갔다. 이내 사람들이 수습한 핏자국을 보고 안색이 변하며 물었다."예천우, 너 뭐 했어?"그녀는 정말 놀랐다.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그가 이런 능력이 있어서 매우 기뻤다. 하지만 그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러다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긴장하지 마. 봐, 이건 모두 가짜 피일 뿐이야. 겁주는 거야.""가짜 피?"그녀는 멍한 듯 고개를 숙여 보았다.그리고 예천우가 방금 상황을 대충 말했다. 조금 무서운 부분은 생략하고 말이다. 듣고 난 후 임완유는 비로소 깨달은 것 같았다.알고 보니 그는 이미 이 모든 것을 준비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예천우는 그 사람들이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걸 금방 알지 않았나? 하문이 특별히 알려준 건가?그녀는 바로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들이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고 미리 준비를 했어?""인간은 탐욕스러워. 특히 이런 환경에서는 더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일찌감치 준비를 해야 돼."예천수는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참, 최근 며칠 사이에 보상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만약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면 잊지 말고 나에게 알려줘야 돼.""왜, 그 말뜻을 보면 또 준비가 되어 있는 거야?"그녀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에 감탄과 진동을 불러일으켰다.명목상 남편은 권세가 없고 하루 종
화장품에 문제가 생기든, 피드백을 담당하는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든 모두 내부 문제였다.지금 그녀를 지금 위치에서 자르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게 하면 그녀는 절대 의견이 없을 것이었다. 심지어 혜택만 준다면 기쁘게 받아들알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하문을 옮기려고 했다. 만약 하문이 말한 스킨케어 제품이 나온다면 회사의 화장품 분야는 정말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여기에는 모든 측면의 관리가 포함되었고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가 필요했다.하눈이 자리를 옮기면 영업부에서 영업부를 통솔하는 총감독 자리가 비게 되는데 마침 예천우가 총감독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예전이라면 실현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었지만 지금은 려성한을 비롯한 패거리의 방해는 사라졌고 게다가 그의 오늘 자 활약에 힘입어 예천우를 그 자리에 올려도 좋다고 생각했다.약간의 장애가 있더라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었다.최근에 임완유는 특별히 하문에게 부탁해 유현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었다. 유현은 영업부 관리를 잘하고 있었고 영업부 실적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은 예천우의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는 게으르지만 사람을 잘 썼다.게다가 그를 총감독 자리에 앉힌 것도 그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다.단련을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래야 앞으로 집안의 저항도 줄어들 것이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이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생각을 짐작하고 되물었다."무슨 뜻이야? 설마 나를 승진시키려는 건 아니겠지?""어, 싫어?"그녀는 직접적으로 대답했다."괜찮을 것 같은데. 이미 영업부 팀장인데 또 승진하면 설마 영업부에 전문 매니저를 둘 생각이야?"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런 건 신경 쓰지 마.""싫어."이 말을 들은 임완유는 화가 나서 물었다."승진을 할 수 있는데 왜 싫어? 당신은 이렇게 진취적이지 않아. 이렇게 나오면 뭘 가지고 나와 제대로 결혼할래?""제대로 결혼한다는 게 무슨 뜻이
"좋아, 아주 좋아."긍정적인 답변을 들으니 그는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당신은 회사가 크게 발전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인지 아직 알려주지 않았어.""흥, 글쎄. 회사 시총으로 계산할게. 적어도 두 배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게다가 1년 안에!"임완유가 피식 웃으면서 중얼거렸다.'나더러 그런 것을 상상하라고 하니까 나는 네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임무를 하나 말한 거야.'그녀가 보기에 예천우가 새로운 스킨케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완전히 새롭지 않는 한 회사의 시장 가치는 절대 두 배가 될 수 없었다.1년은커녕 몇 년도 불가능했다.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400억 원이었다. 800억 원을 달성하려면 상장하지 않고서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임완유는 그가 매우 난처해할 거라 생각해서 그가 굴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금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예천우가 듣자마자 대답했다."오케이, 문제 없어!""오케이라고?"그녀는 경악했다."물론이지. 두 배잖아, 2000억까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좀 어렵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야."예천우는 자신 있게 말했다.그는 원래 려성한을 쫓아내고 회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된 이상 아내를 위해서 한 달만 더 있을 생각이었다.그러자 그녀가 반박했다."2000억이라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끝까지 센 척 하지.""금방 알게 될 거야.""금방?""몇 년 줘도 안 될 것 같은데."그녀는 예천우의 능력을 부정하지 않지만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은 절대 할 수 없었다."글쎄, 저번에 제가 려성한을 쫓아준다고 했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그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임완유는 생각났다. 그때 믿음이 너무 많아서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결국 현실이 되었다.그때 예천우가 한 달 안에 그를 해결한다고 했을 때, 그녀은 한 마디도 믿지 않았고 아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보면 한 달이 아니라 일주일도 안 됐는데 그는 정말 처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울지 않았거든!”이 말은 그녀를 너무 부끄럽게 했다."넌 의식이 거의 없었으니 알 리 없지.”"또!"그녀는 수줍은 듯 꾸짖었다."알겠어, 말 안 할게!”"이번에 이렇게 큰 힘을 써서 많이 도와줬는데 조금의 인센티브라도 없어?"예천우가 기대하며 물었다."뭘 더 원해? 승진 시켜주겠다잖아."임완유가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런 거 말고. 알다시피 나는 승진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너야.”그러자 그녀는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 느꼈다."그럼 뭘 원하는데? 너무 심한 건 안돼.”"그냥 안아 주기만 하는 건 안 돼?”"안아달라고?"임완유은 예천우를 쳐다보면서 생각했다.'역시 스킨십이 하고 싶어서 안달 났네.'"화내지 마, 그냥 사랑의 포옹, 격려의 포옹을 원한다고.”"그동안 내가 얼마나 억울했고 오해를 많이 받았고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당신은 몰라.”예천우는 가련한 척하다가도 그녀의 수줍은 모습을 보고 너무 귀엽다고 느꼈고 그 매혹적인 홍조는 그를 매우 설레게 했다.특히 방금 그 표정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녀를 부추겼다.처음엔 부끄러웠지만 그 말을 듣고 나서 그에 대한 오해와 욕설을 퍼붓는 자신의 모습을 떠오르며 마음이 아파 났다.임완유가 많이 잘못하고 실수까지 저질렀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회의실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알았어, 그만해. 안아주면 되잖아”"해주는 거야?"이번에는 예천우가 놀랐다. 일부러 그녀를 놀리려고 했는데 예전에 자신에게 차갑게 대했던 임완유가 승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어, 포옹만 할 뿐이지 손은 절대 움직이지 마.”"움직이지 마, 알겠어? 절대 움직이지 마!”그는 얼른 다가갔다.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눈을 감는 임완유를 보고 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뽀뽀하려는 것도 아닌데 왜 눈을 감고 있는 건지.'그는 두 손으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임완유는 서둘러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나오던 도중 마침 몇 사람의 배상 문제를 해결한 하문을 만났다.그녀의 얼굴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렇게 빨리 해결됐다고?’“임 대표님,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하문도 조금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그의 이런 물음에 임완유는 자신의 비밀을 들킨 듯 더욱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는 침착해지기 위해 애써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예요!”이어서 그녀는 즉시 화제를 돌렸다.“그 몇 사람의 배상 건이 이렇게 빨리 끝났나요?”“네, 모두들 협조를 잘해줬습니다. 앞다투어 서명했고 서명이 끝난 뒤에는 매우 기뻐했어요.”하문이 씁쓸하게 웃었다.“예 팀장님이 도대체 그 사람들한테 뭘 한 거죠?”하문도 이들에게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다.“다른 이에게 극단적인 조치를 들어 의도한 대상의 두려움을 일으키는 거죠.”“그 몇몇이 바로 다른 이들이고요?”“네!”“그럼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괜찮아요. 상관하지 마세요. 그나저나 하문 씨랑 상의할 얘기가 있습니다.”임완유가 말했다.“무슨 일이요?”“이번 루루 화장품에서 생긴 일, 비록 진미소 씨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진미소 씨에게는 본인의 불찰로 인한 책임도 있어요. 그래서 하문 씨가 진미소 씨의 자리를 대신에 해줬으면 좋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하문은 몰래 한 가지의 가능성을 추측했다.‘내 자리를 예 팀장님께 양보하라는 건가?’“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하문 씨더러 예 팀장에게 줄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화장품은 우리 회사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라 실수를 용납할 수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또 가장 중요한 건, 하문 씨도 예 팀장 말 들었죠? 우리는 앞으로 매우 좋은 제품을 출시할 것입니다. 하문 씨 같이 훌륭한 사람의 통솔이 필요해요.”임완유는 특별히 그녀에게 이유를 설명했다.“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하문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오늘 팀장님이 서 있었던 거기가 바로 이 세상의 중심이었어요!”“세상의 중심은 무슨, 우주의 중심이었죠.”예천우는 머리를 저으며 반박했다.“다시 말하지만, 오늘 모든 건 임 대표님의 계획이었습니다. 임 대표님이야말로 진짜 멋진 분이세요!”“임 대표님 대단하시죠. 전략도 잘 짜시고 모든 판을 손에 쥐고 계시니까요.”“하지만 예 팀장님이 멋지게 해낸 덕도 있는 거죠. 팀장님은 모르죠? 우리 모두 사실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다니까요.”유현은 흥분한 나머지 쉴 새 없이 얘기를 해댔다.“하지만 팀장님의 등장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죠. 위기를 없앤 것 뿐만 아니라 심지어 회사가 한 계단 더 성장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느낌을 쫓지 마세요. 열심히 제대로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을 보내고 자신의 사무실도 돌아갔다.하지만 자리에 앉아 얼마 되지 않아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유현일 줄 알았던 예천우는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들어오세요.”그러나 문밖에 있는 사람은 유현이 아닌 장연희였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예천우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특별히 문까지 걸어 잠근 뒤 그에게 다가갔다.고개를 든 예천우는 멈칫하다가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신가요, 장연희 씨?”“없어요, 아니, 있어요...”장연희는 한눈에 보아도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다.“도대체 일이 있다는 겁니까, 없다는 겁니까?”예천우가 짜증 난 듯 물었다.“있어요. 팀장님 오늘 고생했는데 많이 힘들죠? 제가 등 안마해줄게요.”곧이어 장연희는 성큼성큼 예천우의 등 뒤로 다가갔다.“필요 없습니다. 저 안 힘들어요!”“필요해요. 오늘 그렇게 고생했는데 어떻게 안 힘들 수 있겠어요.”장연희는 곧장 그의 등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의 몸을 예천우의 등에 바짝 붙이면서 말이다.장연희의 외모는 유사라 만큼은 아니었지만, 몸매는 확실히 매우 좋았다.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