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어떤 기자가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입을 열었다.“임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못 믿는 건 아니에요. 저도 대표님을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전문가에게 진나비 씨의 흉터를 검사하게 하면 의심하고 있는 많은 사람의 입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그러게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어.”“그래. 검사해 보는 게 좋겠어.”“...”인터넷 방송 실시간 댓글에서도 많은 사람이 진나비의 흉터를 검사해 보라고 했다. 예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역시 사람 마음이란 복잡하군.’진나비가 먼저 이 일을 제안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골칫거리였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마음속으로 화가 많이 났지만 그녀는 억지로 참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자님께서 하신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 회사는 이미 준비를 마쳤어요. 오늘 특별히 천해 시의 4대 병원 피부과 전문가분들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전문가분들께서 이따가 진나비 씨의 흉터를 현장에서 검사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떠들썩했다.임완유가 이것까지 생각하고 준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지금 상황을 지켜보던 소정의 마음은 질투심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예천우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임완유는 예천우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소정은 만약 예천우가 이렇게 자신을 도와주었다면 지금쯤이면 아마 임완유가 자기 비서로 일하고 있겠다고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입구에는 네 명의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50대 후반의 모습이었고 모두 주요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으뜸가는 의사들이었다.의사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한 명씩 다가가 진나비의 얼굴을 검사했다.그들도 사실 마음속으로 자기 의술로 진나비를 치료해 줄 수만 있다면 기필코 이름을 날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자세히 그녀의 흉터를 살펴보았다.하지만 안타깝께도 그들도 전혀 아무런 방법이 없었는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이죠!”임완유는 확신에 찬 표정이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두려웠다.“그렇다면 얼마나 지나면 진나비 씨의 얼굴이 원래대로 회복될 것 같나요?”기자는 계속하여 캐물었다.이 질문에 대해 임완유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하루 정도만 필요해요.”“뭐라고요? 하루?”“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그 전에 화장품 때문에 얼굴이 망가진 사람들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도 긴 시간이 걸렸는데 더군다나 진나비 씨의 얼굴은 더 심각하잖아요.”“하루면 된다니. 거짓말을 해도 너무 심하게 하네요.”“여러분께서 못 믿으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 회사 전문가께서 자신이 있다고 했어요. 다만 이제 만들어질 화장품은 같은 효과가 있겠지만 진나비 씨에게 사용되는 화장품처럼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는 없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이번에 진나비 씨의 얼굴 회복을 위해 우리 회사 전문가분께서 직접 침술과 그가 개발한 연고를 곁들어서 치료해 준다고 했어요.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약효는 당연히 보통이 아닐 겁니다. 진나비 씨의 흉터를 무조건 치료 해줄 자신이 있어요.”비록 많은 사람이 여전히 믿지 않았지만 어쨌든 하루밖에 시간이 없었기에 다음날이 되면 진실 여부가 밝혀질 겁니다.그때가 되어서야 발표회는 마침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많은 기자가 진나비에게 사적인 질문을 더 하려고 했지만 임완유는 사람을 시켜 그들을 막아 나섰다. 그래서 기자들도 어쩔 수가 없었다.진나비는 떠나서 옆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예천우를 와락 끌어안으면서 말했다.“천우 씨, 고마워요!”예천우는 두 눈이 멍해졌다. 게다가 그는 뒤에 임완유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했다.“그게... 나비야,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지킬 거는 지켜야 하지 않겠어? 만약 다른 사람에게 찍힌다면 또 빅 뉴스가 될 거야.”“빅 뉴스면 빅 뉴스죠. 천우 씨랑 함께 있는
“이 정도면 될까? 아니면 좀 더 깊이 넣어 볼까?”예천우는 얄밉게 웃으며 손으로 임완유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뭐라고?”임완유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이거 놔.”“안 놓을 건데?”“안 놓으면 화낼 거야.”임완유는 그가 자신을 쉬운 여자로 보는 게 살짝 화가 났다.그녀가 정말 화를 내자 예천우는 얼른 손을 놓아주었다.임완유는 예천우를 노려보며 말했다.“예천우. 난 네가 함부로 사귀던 여자들이 아니야.”그녀의 이런 말이 듣기 싫었는지 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네가 정말 날 원한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언젠가 나랑 어울릴 수 있도록 해.”임완유는 그 말을 내팽개친 후 씩씩거리며 떠났다.그녀는 떠나자마자 자신이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게 아닌가 불안했다.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을 쉬운 여자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게다가 예천우는 똑똑한 두뇌를 갖고 있으면서도 노력을 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그의 잠재력을 자극해서 그가 점점 더 훌륭해지게 하고 싶었다.최근에 그는 일을 잘 처리해 왔고 특히 이번에 회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이 예천우를 자극해서 그의 잠재력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했다.임완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예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이 계집애가 사람은 괜찮지만 성격이 안 좋네.’그녀가 했던 어떤 말들은 정말 그의 마음을 좀 상하게 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것들을 따지기 귀찮았다. 하루 안에 진나비를 치료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지금 당장 가서 준비해야 했다.예천우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곧 진나비가 묵고 있는 호텔 숙소로 갔다.“천우 씨, 오셨군요!”“응. 준비됐어? 치료를 시작할게.”예천우가 말하자 진나비가 대답했다.“네! 천우 씨만 기다렸어요.”진나비는 마음이 두근거렸다. 비록 예천우를 알게 된 지는 오라지 않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구해준 이 남자를 좋아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절대 예천우와 어
하지만 그의 진기는 마침 그녀 얼굴의 독소를 제거하고 생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매우 신기한 새로운 살이 자라날 수 있는 연고가 있었다. 이 두 가지 치료 방법을 함께 써야 신기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무려 20여 분의 침 치료를 받은 후, 예천우는 연고를 꺼내 천천히 그녀의 얼굴에 발라주고 얼굴을 고정했다.연고를 바르고 얼굴을 고정하는 데 또 30분이 너머 걸렸다.모든 치료 절차를 마친 예천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얼굴의 상처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확실히 큰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진나비를 깨우지 않고 장미나를 불렀다.“천우 씨, 다 된 건가요?”장미나는 흥분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물었다.“내일 아침이면 알게 될 거예요.”예천우가 대답했다.“네. 알겠어요. 근데 나비 언니는 왜 아직도 안 깨어나는 거예요?”“깨우지 말고 하룻밤 푹 쉬게 놔둬요. 내일 오전 10시 이후에 제가 얼굴의 붕대를 제거하고 안에 있는 약 찌꺼기를 씻어 낼게요.”“알겠어요.”“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예천우는 신신당부하고 진나비의 방을 떠났다. 그가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임완유가 공손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상황을 보니 임완유의 안색이 좀 이상했다.한참 뒤에 임완유가 상대방을 떠나보내자 예천우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 예천우가 입을 열었다.“완유야, 얼굴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야?”“아, 아니. 괜찮아!”예천우를 보자 그녀는 왠지 속으로 몹시 당황스러웠다.“알겠어.”예천우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는 무슨 문제가 있어도 자신이 있는 한 누구도 완유를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예천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임완유는 방금 그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방금 그녀가 나왔을 때 마침 공손진이 친구와 함께 호텔에 온 것을 보고 다가가서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바로 그때 그녀는 공손진의 목에 걸려 있는 옥으로 만든 목걸이를
공손진은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임완유의 모습과 방금 옥 목걸이를 보았을 때 그녀의 이상한 표정을 보니 속으로 은근히 기뻤다.소정의 도움으로 임완유는 조만간 자기 여자가 될 것 같았다.그는 예천우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양체은과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뜻밖에도 양대복은 그를 혼내 주지 않았다.하지만 양대복이 손을 쓰지 않으면 그는 자신이 직접 예천우를 상대하려 했다. 예천우가 꽤 능력이 있는 편이라서 임완유가 그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 사람을 시켜서 움직이게 했다.이튿날.수많은 네티즌은 물론이고 임완유마저 진나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천우가 진나비의 얼굴에 난 흉터를 치료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24시간이 지났는데도 진나비는 여전히 감히 얼굴에 감은 붕대를 뗄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심지어 일부러 한 시간을 더 기다린 후에야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미나야, 날 좀 도와줘.”“네!”장미나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붕대를 풀 때 손이 떨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겉에 있는 붕대를 풀었다.비록 붕대는 없어졌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많은 약물이 덮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미나야, 어떻게 됐어?”진나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잘 보이지 않아요.”그래서 장미나는 물티슈를 찾아와서 부드럽게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닦았다. 닦으면 닦을수록 장미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아니. 이건...”예천우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놀라서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나았어. 정말 다 나았어!’심지어 새로 자란 피부는 원래 옆얼굴보다 더 뽀얗고 부드러워 보였다.진나비는 장미나의 표정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역시 효과가 없는 건가.’하지만 진나비는 그렇다 해도 예천우를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억울함을 씻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웠다.“미나야, 그러지 않아도 돼. 이
한 시간 전부터 인터넷에는 진나비의 얼굴 상황에 대해 생중계를 요구하는 언론이 돌고 있었다.“하루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왜 진나비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야?”“아마 회복이 안 되니까 나타날 엄두도 못 내는 거겠지.”“그럴 리가 없어. 난 나비 언니를 믿어.”“우리도 당연히 나비를 믿지만 임연 그룹이 아무리 신통하다 해도 힘들 거야. 장태산 신의님도 치료할 수 없다고 했잖아.”“그러게 말이야. 지금은 24시간 그리고 30이 넘게 지났는데도 임연 그룹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봐서는 이 일은 흐지부지하게 끝날 것 같아.”“흥. 이 임연 그룹은 무슨 뜻이야? 감히 우리 나비를 놀려? 정말 그렇다면 절대 임연 그룹의 제품을 사지 않을 거야.”“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임연 그룹이 아니었다면 나비가 이렇게 많은 고생을 했을지 누가 알았겠어.”“어찌 됐든 나비를 이용해서 언론을 돌리고 허풍을 떠는 임연 그룹이 잘못한 거야.”“확실히 너무 심한 허풍을 떨었어. 게다가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지금 인터넷에서는 하나같이 나비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아무튼 전체적으로 어제 상황 때문에 진나비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임연 그룹이 진나비의 얼굴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걸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공손진은 냉소를 했다.‘예천우, 네가 정말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허풍쟁이였네.’“흥. 예천우가 정말 치료할 줄 알았어요. 이제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하는지 보겠어요.”“그러니까. 이 모든 계획이 예천우가 생각해 낸 거예요? 치료도 예천우가 했어요?”공손진이 물었다.“네. 예천우는 이미 임완유의 신뢰를 얻었어요. 심지어 완유가 예천우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믿음이 갔던 것 같아요. 공손진 씨, 더 노력해야 해요.”“걱정하지 마세요. 예천우는 그저 애송이일 뿐이에요. 혼내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요.”공손진은 예천우를 전혀 안중에도 두지
이 인스타가 올라오자 수많은 사람이 임연 그룹을 더욱 맹렬하게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사기꾼이라고 욕하며 이전에 일도 틀림없이 임연 그룹이 벌린 자작극이었다고 말했다.심지어 어떤 네티즌들은 경찰마저 임연 그룹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언론들은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었고 게다가 장태산의 증언까지 있으니 임연 그룹의 이미지는 말이 아니게 망가졌다.네티즌은 말할 것도 없고 임연 그룹의 많은 직원들도 믿기 시작했다.심지어 황호건도 전화가 와서 상황을 물었다. 지난번 흑반 피해자의 일 때문에 그는 비서를 시켜 담보하게 했다.임완유는 다른 사람에게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인터넷의 상황을 본 예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임완유에게 전화를 해서 인스타를 올려 대응하라고 했다. 그래서 임완유는 인스타게 대응하는 글을 올렸다.“장태산 씨는 의술이 뛰어나시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신의님이에요. 하지만 조사도 하지 않고 임연 그룹을 비하하시는 행위는 실망스럽게 생각합니다. 신의님께서 임연 그룹을 그렇게 믿지 않으니 내기를 합시다. 만약 임연 그룹에서 정말 진나비 씨의 얼굴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면 인스타에서 3개월 동안 사과글을 올리시고 우리 샤이니 시리즈 화장품을 홍보해 주세요. 감히 내기를 못 하겠으면 제가 한 말은 없던 일로 하세요. 요즘에 개소리하고 다니는 가짜 전문가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임연 그룹도 누군가가 개소리했다고 생각하겠습니다.”인스타에 이런 내용이 올라가자 네티즌의 열정은 다시 불타올랐고 순식간에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특히 네티즌들은 임연 그룹에서 새로 출시할 예정인 화장품 이름이 바로 샤이니 시리즈임을 알게 되었다.“샤이니 시리즈가 바로 흑반을 없애주고 흉터까지 빠르게 사라지게 만든다는 그 화장품이야?”하지만 임연 그룹이 유명한 신의님께 그렇게 욕을 퍼붓자 대부분 네티즌은 임연 그룹을 욕하고 있었다.장태산도 임연 그룹이 올린 글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임연 그룹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감히 임연 그룹과 임완유를 건드렸으니 예천우는 그 자식들을 단 한 명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그와 동시에 예천우는 진나비를 찾으러 왔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진나비는 이때쯤이면 이미 다 나았을 텐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진나비가 있는 방문을 열자 그는 눈빛이 굳어졌다.천사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생기발랄한 부드러운 두 볼과 커다란 눈망울은 꽃사슴처럼 귀엽게 생긴 그녀가 눈 안에 들어왔다.게다가 볼륨감 있는 몸매에 뽀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마치 인간 세상에 내려온 선녀를 연상케 했다.‘잠깐만! 이 여자가 바로 진나비야?’사실 예천우는 그녀가 얼굴을 회복하면 분명히 놀랄 만큼 아름답고 수천만 남자들의 이상형으로 변하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이렇게 예쁘고 청순할 줄은 몰랐다. 외모만 놓고 보면 임완유와 양체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예천우의 넋이 나간 눈빛을 본 진나비는 흥분한 나머지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예천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천우 씨!”잠시 멍하니 있던 예천우는 다시 한번 진나비의 부드럽고 뜨거운 몸을 느꼈다. 지난번보다 더 뜨겁고 더 매혹적이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예천우는 하체에 반응이 왔다.진나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도 딱딱한 무언가가 자신의 아랫배를 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손을 놓지 않고 더욱 세게 예천우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그의 몸에서 떼고 싶지 않았다.예천우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얼굴을 되찾은 진나비는 너무 매혹적이었다.장미나는 바로 뒤에 서 있었고 문 앞에서 그들이 서로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가 능력도 있고 자기 나비 언니한테도 잘 대해주는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나비 언니가 예천우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그것도 역시 행복한 결말일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예천우는 오랜 시간의 수련으로 자제력이 매우 강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녀를 밀어 눕히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가며 조용히 밀어내려고 했다.그때 옆에
선우서림이 먼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모여 있는 젊은 일행 쪽에서는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잠시 후 박민정과 그녀를 따르는 소정까지 비행기에 올랐다. 소정도 평범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박민정에 비하면 한참 밀리는 수준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박민정의 등장으로 기내 사람들의 시선은 또 한 번 집중되었다.특히 그 젊은 일행 중 두 남자의 눈길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들 중 앞장서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예명한이었고 옆에 있는 남자는 하위림, 여자는 그의 여동생 하은별이었다.하위림은 예명의 뒤를 따르는 동생이나 다름없었고 하은별은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예명한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예명한은 눈이 높아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하은별은 여전히 예명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녀가 예명한과 결혼한다면 용도의 명문 예씨 가문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물론 지금의 예씨 가문은 과거의 지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아직도 용도 4대 가문 중 하나였다. 혹시 나중에 4대 가문에서 밀려난다 해도 슈퍼급 명문 가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예천우는 예리한 감각으로 이미 그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속으로는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이럴 줄 알았으면 선우서림을 따라오게 두지 말 걸 그랬네. 또 번거로운 일을 만들겠어.’이번 여정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많아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까불어댄다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선우서림은 옆에서 예천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왜 그래? 누가 화나게 했어?”“아무것도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선우서림은 겉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실제로는 성격이 칼같아서 만약 이 상황을 안다면 먼저 나서서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알겠어.
예천우의 단호한 태도에 선우서림은 더 이상 농담을 던지지 않았다. 자칫 과하게 나갔다가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예천우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선우서림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고 비록 겉으로는 이 집에 자신의 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천우가 부인 임완유와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늘 예천우를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임완유는 형수님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선우서림이 보기에 임완유는 어디까지나 형수님에 가까웠다. 예천우의 부인은 오직 임완유 한 사람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예천우는 임완유와 오랜만에 깊고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되자 그는 이미 공항 앞에 도착해 있었다.임완유 역시 바쁜 와중에 함께 나왔다. 이번 용도로 향하는 여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녀도 직감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예천우를 배웅하러 온 것이었다.뒤이어 나타난 선우서림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녀는 간단히 변장을 마치고 먼저 티켓을 확인한 뒤 홀로 탑승구로 들어섰다. 예천우가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그가 곤란해할 만한 상황은 철저히 피했다.곧 오전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출발 시각도 다가왔고 승객들의 탑승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선우서림이 잠깐 멈칫하며 말했다.“도련님, 저기 좀 봐. 저번에 진나비 콘서트에서 봤던 그 여자 아니야?”예천우가 돌아보니 오늘 그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신선처럼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차갑고 무심한 표정 때문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그녀 곁에는 지난번 봤던 소정이라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미 봤어. 근데 우리랑 같은 비행기를 타다니... 우연이라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