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공교롭다고?이번에는 누가 도우려다 방해가 된 것일까?예천우는 바로 옆에 있었고 저도 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임완유가 전화를 하는 것을 들으니 상대는 어젯밤 그를 때린 사람, 즉 자신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니 분명 유걸의 아버지가 도운 것이 아니다.누구지? 양 씨 집안?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양 씨 집안에서 어떻게 어젯밤의 일을 알았을까, 설마 체은인가?그럴 수도 있다. 그 계집애가 청순하기 그지없어 보여도 눈치도 있고 재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빨리 자신을 청해 시장님의 어머니를 치료하게 하지도 않았다."예천우, 봤어? 다시 잘 봐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야. 너처럼 은혜에 의존한 잠깐뿐인 능력이 아니라."소정이 입을 열었다."정말 아부가 장난이 아니구나? 너는 정말 유걸의 아버지가 도와줬다고 확신할 수 있어?"예천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하, 우리 아버지가 누군데. 만약 우리 아버지가 나서지 않았다면 유 은행장님 같은 신분에 어떻게 어젯밤의 일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대출을 승인하겠어?""맞아, 사실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왜 아직도 여기서 함부로 훼방을 놓는 거야?""단지 말을 너무 확실하게 하지 말고, 확인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확인하라면 하면 되지. 철저하게 승복하게 만들어 줄게."유걸은 성격이 좀 있어 보였고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다."또 전화해서 뭐해?"유걸의 아버지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짜증스럽게 물었다.상황이 어떤데 자기한테 이런 쓸데없는 부탁을 하고, 더군다나 그를 상대에게 한바탕 모욕을 당하게 했다.원래 그는 자신의 지위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유명이 그들 그룹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유 은행장 쪽은 아버지께서 말을 도와주신 거죠?"유걸이 다급히 물었다."말을 하긴 무슨, 네 아비가 이것
“맞아요, 유 씨 집안 사람은 은행장 따위가 소홀히 하면 안되는 손님 이예요.”옆에 있던 임완유 모친이 말을 더했다.“그렇고 말고요, 은행원 들이 제일 중요시 하는 게 실적 아닙니까.”주위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유걸의 헛소리에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 한결 같은 그의 행동 때문에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예천우, 알겠어?”임완유 모친이 쌀쌀한 말투로 되물었다.“글쎄요, 오히려 여러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예천우의 강경한 태도에 임완유는 화가 났다.“예찬우, 그만해.”언성을 높여서 더 크게 말했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냐고! 네가 유 씨 집안을 부러워 한다는 사실은 처음 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네 열등감 때문에 헛소문 까지 퍼뜨리는 건 잘못 하는 거야.”예찬우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 덕분 일까, 그녀의 말투에는 그를 향한 안쓰러움이 느껴졌다.“열등감? 헛소문?”그녀의 말을 예찬우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상회 사건을 겪고 나서 임완유가 상황은 몰라도 판단 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임완유는 그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내가 한 말이 틀려? 그럼 왜 계속 유걸 한테만 그러는 거야, 유걸이 아무리 좋게 해줘도 넌 항상 그런 식이었어.”임완유가 큰 소리로 되물었다.“그래, 그렇게 생각해.”예천우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를 떴다.“네가 왜 화를 내? 그럼 네가 한 행동이 맞다고 생각 하는 거야?”임완유가 씩씩거리며 말했다.“그냥 가게 내버려 둬, 저런 사람이랑은 멀리 떨어지는 게 좋지.”그녀의 모친이 화를 냈다.“네 엄마 말이 맞아. 완유야, 내버려 둬. 다른 사람이 우리 도와주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은 거야.”옆에 있던 그녀의 부친도 거들었다.유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당당함이 드러났다, 특히 임완유가 자신을 도와 예천우를 욕하는 모습을 보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이어서 마음을 가라
“큰 일은 아닙니다. 저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를 드리고 싶은데, 같이 점심 식사라도 가능 할까요?” “괜찮습니다,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역시 명의 처럼 마음도 넓으 십니다, 하지만 제가 도저히 넘어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예천우는 마침 임 씨 집안에 들어 가고 싶지 않았다.“좀 늦을 것 같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괜찮습니다, 제가 모시러 갈까요?”“아니요, 주소만 보내 주세요.”황호건은 곧바로 포시즌 빌딩의 주소를 그에게 보내 주었다. 옆에 있던 그의 아내는 예천우에게 굽신 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 의사가 우리를 도와 준 건 맞지만 잘못도 인정했잖아요. 게다가 당신은 천해 시의 이인자예요,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거예요?”옆에 있던 아들 황유훈도 모친과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어제 밤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황호건이 코웃음을 쳤다.“무슨 소리야, 자칫하다가 예 교수님 한테 큰 잘못 할 뻔 했잖아. 저 사람이 어떤 존재 인지, 너네는 몰라!”아내가 멈칫 했다.“유명 가문 도련님이라도 되는 사람 이예요?”“나도 몰라!”황호건이 고개를 저었다. 그의 아내와 아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모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하지만 양대복은 예 교수님과 만날 때 마다 항상 예의를 차린 다고 했어.”천해 시 에서 양대복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사람도 예의를 차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모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나도 잘 안 믿겨. 다들 양대복이 누군 지는 잘 알지? 그 사람은 고작 이런 일에 허리를 굽히는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오늘 한 자리에 모이기로 했어.”모자는 그제야 황호건의 행동에 납득했다. 황유훈은 다시 어제 밤 일을 떠올렸다, 등골이 서늘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정오.예천우가 포시즌 빌딩 문 앞에 서있다.“천우 오빠, 벌
유걸과 그의 일행이 멈칫했다, 특히 유걸은 부러운 마음에 배가 아팠다. 대체 무슨 여자복이 있어서 저런 예쁜 여자와 같이 있는 걸까.그는 완벽한 약혼자가 있지 않은 가, 곧 차이겠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이미 부부가 아닌 가.임완유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불쾌하고, 화가 났다. 마치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냅다 소리 질렀다.“예천우,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하지만 예천우의 표정은 평온 했다. 이어서 덤덤하게 답했다.“밥 먹으러 왔어. 왜, 너는 나가도 되고 나는 안되는 거야?”소정이 그를 욕했다.“예천우, 이건 되고 안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바람 난 거 잖아!”“네가 뭐라고 참견질 이야?” 그는 외모와 몸매 하나 빠지지 않는 소정에게도 일말의 호감 조차 느끼지 못했다. “야!”“예천우!”옆에 있던 임완유가 화를 냈다.“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어. 애들아, 가자!”그녀는 말을 끝내고 서둘러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유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역시 네 같은 놈은 나랑 놀 계급이 되지 못 한다.그는 자리를 떠나기 전에 양체은 에게 말을 걸었다.“이봐요, 거기 예쁜 언니. 조심해요, 방금 들어 간 그 여자분도 이 인간한테 까맣게 속은 거예요.”“천우 오빠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신경 끄시죠?” 양체은은 구박 받는 예천우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 졌다. 그 탓에 유걸의 말에 버럭 성질을 냈다.유걸도 화가 났다, 자신의 충고를 그대로 무시 하고 말았다.한편, 예천우는 멀어져가는 임완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 계집이랑 미주알고주알을 따질 필요가 있으랴.잠시 뒤, 그는 양체은과 함께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약속한 식당에 들어가고 VIP방으로 들어갔다.문을 열자,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자리에는 황호건의 가족과 양대복 부녀 뿐이다. 예천우의 신분으로 손님은 이 정도가 적당했다.“예천우 씨, 오셨습니까.
“어제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모친이 직접 찾아오셔서 인사 드리고 싶어 하셨는 데, 몸이 편찮으신 바람에 못 오셨습니다. 이 잔에 모든 감사를 담겠습니다.”황호건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술을 들이켰다. “별말씀을요.”예천우도 술을 한 잔 들이켰다.“어르신은 나이 때문에 회복 하시려면 시간이 꽤 걸리실 겁니다. 제가 조금 있다가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일주일 동안 꾸준하게 드시면 다시 원상태로 회복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아이고, 감사합니다. 교수님, 제가 다시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황호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그것 만으로도 대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내와 아들을 바라 보았다.황호건의 아내가 민망함을 감추고 술잔을 들어 올렸다.“예천우 교수님, 어제 제가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잠깐 설쳤습니다, 심심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저도 교수님을 위해 한 잔 올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 모두 지나간 일 입니다.”예천우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황호건의 깍듯한 태도 뒤로 황유훈도 술잔을 들며 사과했다.곧이어 양대복도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예천우는 말이 점점 길어지자 지치기 시작했다.“교수님, 도움 필요 하시면 무조건 말씀 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도와 드리겠습니다.”여태껏 강한 권력에도 꼼짝하지 않던 황호건이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알겠습니다, 먼저 감사 인사 전하겠습니다.”예천우도 인맥 하나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교수님이 해주신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제 아내와 아들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네, 아버지 말씀 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황유훈도 서둘러 답했다.시간이 지나고 예천우는 술을 웬만큼 마셨다. 지루해진 그는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에서 나갔다.곧이어 아래층으로 내려 가고는 일이 생겨서 먼저 가겠다고 그들에게 알렸다.포시즌은 총 3층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식당이다. 3층은 높은
무리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소정도 서둘러 방을 향해 달려갔다. 아마 방금 전에 유걸과 시비가 붙은 상대가 복수 때문에 그를 찾아 온 것이 아닐까. 하지만 유걸이 있는 한 상대방도 큰 소동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완유가 성가시게 됐네, 나 먼저 들어 갈게. 예천우, 능력 있으면 들어 와서 도와 주기나 해.”소정은 말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예천우는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소정의 말이 마음에 걸린 게 아니라 자신의 아내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임완유에게 화가 난 건 맞지만 자신보다 유걸을 믿는 그녀의 ‘태도’ 에 화가 난 것 뿐이다.한편, 방 안 사람들은 유걸을 향한 칭찬이 오갔다. 그 중, 우진도 있다. 그는 전에 예천우로 인해 파티에서 쫓겨 난 적이 있다.그는 방금 전 화장실에서 미모의 여성에게 질척 거리다가 여성의 남자 친구에게 한 대 맞았다. 이때, 옆에 있던 유걸이 그를 도와 상대를 쓰러뜨렸다.상대방은 포기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걸이 있는 한, 막무가내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방 안으로 쳐들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걸에게 당한 남자들의 일행 이었다. 임완유 일행은 천해 시에서 잘 나가는 재벌 2세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그들이 두렵지 않았다.“얘네 들이야?”무리의 리더 처럼 보이는 청년이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그는 깡패와 같은 포스를 풍겼다, 이어서 방 안의 사람들을 쭉 훑었다.그의 옆으로 검은 색 옷의 흉흉하게 생긴 남자들을 제외하고 회색 옷에 얼굴에 멍자국이 있는 남자가 서있다.“저 놈이야!”회색 옷의 남자가 유걸을 가리켰다.“그래, 내가 그랬다! 너가 먼저 내 친구 건드렸잖아!”유걸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특히 골목 깡패 같은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자신감이 더 치솟았다, 게다가 자신은 배워 둔 무술이 있지 않은 가.그는 임완유 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좋아. 얘들아, 시작해!”청년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검은 옷의 남자들이
한편, 유걸은 일행의 칭찬에 점점 거만 해졌다.“얼른 무릎 꿇고 사과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빨리 꺼져. 안 그러면 사람 구실 다 못하게 만들 수 도 있어.”“흥미로워,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한 네가 처음 이야.”청년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이다, 곧바로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유걸은 그의 속도와 자세에 깜짝 놀랐다, 진정한 고수인가. 이어서 그가 자세를 취하기도 전에 가슴팍이 아파왔다.그는 가격을 당하고 이미 멀리 날아가버린 뒤였다. 유걸은 가슴팍에 큰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곧바로 다가가서 유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아!”유걸의 비명소리가 곳곳에 울렸다. 그의 일행들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대방의 공격 한 방에 상황이 종결 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걸은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체면을 버릴 수 없었다.“감히 나를 때려? 너, 내가 누군지는 알기나 해? 내가 바로 신학그룹 회장 유광철의 아들 이라고!”“신학 그룹, 유광철? 난 또 뭐라고.”청년은 유걸의 말에도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야 이 새끼야, 그럼 너는 이 분이 누군지는 알아? 이 분은 영사 그룹의 제 1 상속자인 진호 형님일시다.”청년의 일행이 그의 신분을 밝히자 방안이 술렁거렸다.“사진호?”“그 유명한 천해 시 깡패?”“말도 안돼!”“어떡해, 큰일 났어.”영사 그룹의 자산은 총 10조가 넘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회사 소속인 영사 보안회사 에는 과거의 일손이 모두 모여져 있다.그 덕에 직원 모두 실력이 뛰어나며 악랄한 수법을 가지고 있다. 직원 뿐만 아니라 사진호도 잔인 하기로 유명하다.송강도 그보다 더 심하진 않는다. 천해 시에서 유일하게 그의 집단을 막을 수 있는 회사는 양대복의 흑룡회 뿐이다.임완유의 안색도 변했다. 유걸을 도와주려 계속 기회를 노렸지만 상대방의 신분에 놀라고 말았다. 영사 그룹, 영사 집단과 연관된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유걸의 얼굴이 새파랗게
곧이어 제정신을 차리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나는 공평한 사람이야, 네가 내 동료를 때렸으면 신체적 피해 보상은 무조건 해야 하는 거야. 이천만원, 이 돈이라면 바로 준비할 수 있겠지?” “그럼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유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금액을 부를까, 걱정했던 그의 예상과 달랐다. “좋아, 그리고.”“그리고 라니요?”“왜? 네 일행이 내 동료 여친 건드린 거는 그냥 넘어 가자는 거야?”곧이어 사진호의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아, 아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유걸은 두려운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그래, 네 일행이 한 것 처럼 저 여자만 내주면 없는 일로 해줄 게.”이어서 사진호가 임완유를 가리켰다.그의 말에 임완유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유걸도 그의 제안을 받아 드리지 않았다.“저 여자는 이번 일과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다른 걸로 바꿔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이 자리에 있는 한, 다 연관된 사람들이야.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영사 집단이 절대로 가만 두지 않을 거야.”완고한 사진호의 태도에 유걸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 만약 임완유를 지키지 못한다면 사람도 얻지 못할 뿐더러 돈도 받지 못한다.“진호 형님, 저 여자분은 훗날 제 아내가 될 사람 입니다. 이번 한번만 넘어 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니면 보상이라도 더 하겠습니다, 1억도 좋습니다!”유걸은 잔머리를 굴렸다. 일단 임완유에게 먼저 호감을 사고, 돈은 미루다가 도망치면 되지 않는 가. 사진호는 결국 자신이 아닌 임완유를 찾아가 행패를 부리게 될 것이다.하지만 임완유는 유걸의 속셈을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을 위해 1억을 보상해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위험을 무릎쓰고 사진호의 앞에서 제안을 하는 그의 태도에 호감도가 올라갔다. 훗날의 아내라는 헛소리와 볼품 없던 모습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1억, 시원시원 하네. 그래, 내가 금액을 너무 적게 불렀던 것 같네. 그럼 이천만원 말고 1억 줘.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