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어디로 가면 될까?”사실 예천우도 이걸 가장 알고 싶었다. 만약 먼저 상대방의 위치를 알게 되면 미리 사람을 배치해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문수도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그건 상관 말고 단지 내가 말한 대로 해. 그러면 자연히 최종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어. 난 너희 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나거나 너희 뒤를 따라오는 것도 절대 원치 않아. 들키면 이 여자를 바로 죽일 거야. 임 어르신은 내가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야.”“알았어. 걱정하지 마. 절대 다른 사람이 우리 뒤를 따라가지 않을 거야.”예천우가 말했다. 상대방은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으니 그가 직접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만약 몸 상태가 좋았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겠지만 지금은 몸에 연이어 중상을 입었기에 그의 실력에 큰 영향을 끼쳤다.만약 상대방의 실력이 강하고 심지어 종사라면 끝장이었다. 하지만 생각건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진정한 종사는 이런 추잡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지금 즉시 차에 타고 내 전화를 기다려. 내가 가라는 곳으로 가면 돼.”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어르신, 돈은 이미 다 준비했죠? 그러면 계좌이체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바로 출발하죠.”“알았어. 이미 다 준비됐어.”임국종은 모든 걸 예천우에게 맡기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사실 그는 유일한 손녀인 임완유를 무척 아꼈다.임국종은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해도 임완유를 구하고 싶었다.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예천우의 차에 올랐고 임국종은 조수석에 앉았다.예천우는 상대방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운전했고 상대방은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었고 무려 20분이 지나서야 예천우는 차를 몰고 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차가 막 멈추자 옆에 있던 검은색 차 한 대가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었다. 예천우와 임국종은 차에서 내려서 상대방의 검은색 차에 탔다.차 번호판은 모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임완유지만 하문수는 그래도 그녀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은근히 감탄했다.‘이 여자는 정말 너무 예쁘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다니.’하문수는 정말 마음이 설렜다.“정말 아름답네.”하문수는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고 임완유의 입을 막고 있던 수건을 뽑았다.“뭐 하려는 거야!”임완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연신 뒷걸음질 쳤다. 욕망에 가득 찬 하문수의 눈을 본 임완유는 정말 너무 놀랐다.‘저 사람에게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임완유의 몸은 오직 한 남자만 만질 수 있었고 바로 남편인 예천우였다.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이곳은 아마 인적이 몹시 드문 곳이었으니 전혀 소용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임완유의 머릿속에는 온통 예천우뿐이었다. 예천우가 이곳에 있다면 훌륭한 무술 실력으로 자신을 반드시 구했겠다고 생각했다.다만 지금은 상대방의 손에 인질로 잡혀 있으니 예천우가 아무리 무술 실력이 좋아도 소용없을 것이다. 게다가 납치범은 임국종보고 혼자만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천우는 어쩌면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것도 모를 수 있어.’“왜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비록 난 나이가 좀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생겼지. 네가 원한다면 널 데리고 우리 진도로 갈게. 그곳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 우리 둘이 오손도손 재밌게 살 수 있을 거야.”하문수는 조금 기대했고 전혀 자기 주제를 모르는 것 같았다.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고 즉시 화를 내며 말했다.“꿈 깨! 너 같은 놈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쓰레기 같은 너랑 함께 가지 않을 거야.”“뭐라고? 감히 날 쓰레기라고 말해? 난 남들이 날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하문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다가가 한 손으로 임완유의 목을 졸랐다.임완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속으로는 몹시 두려웠지만 절대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상대방이 자신을 죽였으면 했다. 그러면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심지어 임국종이 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임완유는 그들이 절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점점 더 절망에 빠졌다.특히 그들의 무술 실력은 너무 강한 나머지 정말 귀신처럼 느껴졌다. 예천우가 있다고 해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임완유는 주도현의 무술 실력을 직접 보았다. 그는 심지어 TV에서 나오는 사람들보다도 더 강해 보였다. 순식간에 몸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임국종 혼자서는 절대 자신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예천우가 온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주도현은 임완유의 두려운 시선을 보면서 천천히 다가갔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좀 있으면 자네 할아버지가 올 거야. 순순히 우리 말을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만 비참해질 거라고.”“퉤!”주도현이 하문수를 말렸을 때 임완유는 그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없었지만 주도현이 뒤에 한 말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침을 뱉었다.‘차라리 이 사람들을 도발해서 날 죽이게 하는 것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천우까지 해칠 수 있어.’“죽고 싶어!”하문수는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셋째 사형인 주도현은 매우 음흉한 사람이었고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서 임완유의 뺨을 세게 때렸다.주도현의 힘은 너무 셌기에 임완유는 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핏자국이 나타났고 얼굴에도 역시 손자국이 선명했다.하문수는 깜짝 놀라서 얼른 임완유의 상황을 확인했다.“괜찮아요. 단지 기절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어쩌면 좋은 일이죠. 이제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겠네요.”주도현은 의외로 화난 기색이 사라졌다.하문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셋째 사형도 예쁜 여자를 보니 마음이 약해지는가 보네.’“수면제 좀 가져와서 이 여자를 좀 더 자게 해. 이따가 우리가 돈을 받을 때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해.”주도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하문수가 물었다.“두
그들은 황량한 교외에 간 것이 아니라 버려진 공장에 갔다. 안이 매우 크고 근처에 사람이 없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임국종은 즉시 눈을 가렸던 검은 천을 풀었고 바로 안의 상황을 확인하고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즉시 말했다.“사람은요? 제 손녀는 어디에 있어요? 그리고 하문수는요?”“뭐가 그리 급해요. 왔잖아요.”바로 그때 하문수는 차갑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그는 심지어 한 사람을 가볍게 잡아끌고 나왔다.비록 인질이지만 그들은 임완유의 목에 비수를 가져다 댄다거나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에는 기회를 줘도 상대방은 임완유를 구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하문수가 나오자 예천우는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예천우는 예리한 눈빛으로 가장 먼저 임완유 얼굴의 상황을 확인했다.빨간 손자국은 매우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그걸 본 예천우는 마음이 덜컹했고 눈에는 놀라운 분노가 가득했고 몸에서 바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가능하다면 예천우는 정말 상대방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게다가 그는 또 임완유의 입가에 묻은 핏자국과 약간 흐트러진 옷을 발견했다.그 순간 예천우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상대방에게 사형을 선고한 셈이었다.예천우는 자기 몸에 큰 해를 끼치더라도 강제적으로 진기를 끌어올려 반드시 이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맹세했다.임국종은 안색이 나빠졌고 다급하게 물었다.“하문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완유는 어떻게 된 거야?”“어떻게 된 건지 직접 보면 돼.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어.”하문수는 임완유를 잡아서 바로 그들에게 던져버렸다.예천우는 깜짝 놀랐고 재빨리 앞으로 나가서 임완유를 받았다. 그리고 즉시 임완유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스러운 건 얼굴 부상 외에는 괜찮아 보였다.‘지금 혼수상태에 빠진 건 아마도 수면제를 먹은 것 같아.’예천우는 임완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한 짓을 보면 단 한 명도 살려주고 싶지 않았다.예천우의 정신
상대방이 이렇게 약속을 지키고 바로 임완유를 풀어주자 임국종도 주저하지 않고 즉시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려고 했다.임국종이 순순히 돈을 보내려는 모습을 보자 주도현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록 그도 돈이 많은 편이지만 한꺼번에 1,000억이라는 돈은 엄청난 액수였다.게다가 오늘 돈뿐만 아니라 절세의 여자까지 가질 수 있었다. 만약 큰 사형이 만족스러워한다면 큰 공로를 세우는 것이고 앞으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예천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시만요!”임국종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랐고 동작을 멈췄다.주도현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즉시 사악한 어조로 말했다.“이놈아, 사람은 이미 놓아줬는데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야?”“수작을 부리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시에 어떻게 말했던 게 기억 안 나?”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이었고 눈에는 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주도현도 예천우의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랐고 속으로 이러는 자신을 욕했다.‘왜 이런 거지? 상대방의 눈빛만 보고 깜짝 놀라다니.’그래서 주도현은 차갑게 대답했다.“물론이지.”“그러면 너도 이 여자를 해치지 말았어야지. 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너희들이 완유를 조금이라도 해치면 돈 일 푼 못 받을 뿐만 아니라 목숨도 잃게 될 거라고 말이야.”“이 자식이 죽고 싶어!”주도현은 더욱 화가 났고 사악한 시선으로 몸에서 살의를 뿜었다. 그는 원래 진도의 킬러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서 목숨을 잃었다.임국종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재빨리 말했다.“천우야, 됐어. 아무튼 완유가 아무 일도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야. 좀 고생만 했을 뿐이지. 저쪽에 누워서 꿈쩍도 안 하는 왕건을 좀 봐. 지금 아마도 죽어버린 것 같아. 목숨만 살릴 수 있다면 나머지는 다 괜찮아.”임국종은 이미 한쪽에 핏자국이 가득한 채로 누워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점차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오랜 부하였던 왕건이라는 알아차렸다.왕건은 려성한과 손을 잡고 임완유와 맞
단지 일이 좀 번거로워질 뿐이다.임국종은 안색이 바로 변했고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돈까지 준다고 했는데 왜 이러는 거야?”“쳇. 그거야 네 손녀가 너무 예뻐서 우리가 다 반했던 거지.”주도현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말했다.“문수야, 어르신만 남겨두고 저 새끼는 그냥 죽여버려.”어차피 계획이 들켜버린 이상 그도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문수는 그 말을 듣고 혀를 날름거리며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야. 게다가 네 여자의 뺨은 내가 때렸어. 옷이 헝클어진 것도 내가 강제로 그녀를 끌어당기다가 그렇게 된 거지.”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순식간에 온몸이 차가워졌다.원래 예천우는 천천히 진기를 회복하며 주도현을 상대하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그는 순식간에 힘이 치솟았다. 비록 몸에 분명히 더 큰 상처가 난 것 같았지만 그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하문수, 오늘 내가 너에게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건방진 자식, 너 같은 쓰레기는 몇십 명이 한꺼번에 달려도 안 돼.”하문수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는 걸 느꼈지만 설마 자신이 이런 애송이 한 명을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옆에는 셋째 사형 주도현이라는 초강자가 있었다.두 사람이 싸우려 하자 임국종은 안색이 급변했고 재빨리 말했다.“천우야, 조심해. 완유는 나한테 맡겨.”“괜찮아요. 저 혼자 완유를 돌볼 수 있어요.”예천우는 혼수상태에 빠진 임완유를 한 손으로 껴안고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임완유가 다시 상대방의 손에 넘어가 조금이라도 위기를 겪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임국종에게 완유을 맡기지 않았다.임국종은 멍해졌고 다시 예천우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임국종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서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했다.그러자 하문수는 더욱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이놈아, 감히 날 무시해? 좋아. 그러면 내 진정한 실력을
바로 그때 하문수의 무서운 공격을 맞섰던 예천우는 뜻밖으로 날쌘 몸놀림으로 임완유를 안고 그의 공격을 쉽게 피했고 바로 하문수의 가슴 부위를 공격했다.하문수는 안색이 조금 변했고 그는 심지어 자신이 예천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가슴에서 큰 고통이 안겨 왔고 바로 거꾸로 날아갔다.하문수는 자신이 아무리 강한 공격을 퍼부어도 예천우를 전혀 명중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비록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하문수를 물리쳤지만 예천우는 멈추지 않고 몸을 날리며 바로 하문수의 곁으로 다가가 비수를 바로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예천우의 움직임이 하도 빨라서 심지어 주도현조차도 반응하지 못했고 하문수를 구하러 갈 겨를도 없었다.하문수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이렇게 강한 실력일 줄이야. 아까는 연기하고 있었군.”“연기?”예천우의 눈에는 한기가 스쳤고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약하다고 말했어? 줄곧 너희들이 잘난 척 날뛰고 있었지.”“쳇. 어디서 약한 척하면서 운 좋게 습격에 성공하면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비록 난 실력이 강하지만 사형과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야. 날 바로 놓아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사형은 반드시 널 갈기갈기 찢을 거야.”하문수는 여전히 건방졌고 패기가 넘쳤다.주도현도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놈아, 너에게 한번 기회를 주지. 당장 하문수를 놓아줘.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죽음보다도 더 심한 고통을 맛보게 해줄 거야.”“그래. 네가 그렇게 대단해?”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비아냥거렸다.“그러면 이따가 보자. 하지만 지금은 널 먼저 죽여줄게.”하문수는 예천우가 순순히 자신을 놓아주겠다고 생각했고 자신을 놓아주지 않더라도 감히 자기를 해치지 않고 인질로 삼겠다고 생각했다.바로 그때 하문수는 예천우의 무서운 눈빛을 바라보자 저도 모르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예천우는 오른손으로 재빨리 하문수의 몸을 몇 번 쿡쿡 찔렀고 그제야 하문수를 풀어주고 그를 전혀 상관하
“게다가 이 자식이 날 이기지 못하는데 너라고 이길 것 같아?”비록 더없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었지만 하문수는 그래도 셋째 사형이 자신을 구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예천우의 말을 듣고 즉시 완전히 절망했다.고통도 점점 더 강렬해졌고 점점 더 괴로워졌다. 단 2분도 되지 않았으나 그는 바로 극심한 고통 때문에 애원하기 시작했다.“날 죽여. 죽여 달라고.”하문수는 인내력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빌었다.‘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수법을 쓴 거지?’주도현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도 예천우의 실력을 보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특히 예천우를 데리고 온 운전기사는 더욱 무서웠다. 그는 예천우의 무서운 실력을 몰랐고 심지어 예천우를 깔보았다.킬러인 그들도 지금만큼은 엄청나게 긴장했다.하문수의 모습을 보니 정말 너무 처참해 보였다. 이목구비에서는 이미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고 땅에서 끊임없이 뒹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주도현 앞에 굴러 떨어졌다.“죽여줘요. 사형, 죽여달라고요!”“...”주도현은 안색이 매우 나빠졌고 예천우를 상관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하문수를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을 함께했기에 그들은 서로 돈독한 사이였다.“문수야...”“죽여줘요. 절 죽여줘요.”하문수는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주도현의 손에 있던 무사도을 집어 들어 자기 목을 호되게 베었다.그러자 그는 오히려 몸의 고통이 많이 줄어든 것 같은 표정을 지었고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복수... 복수해 줘요!”주도현은 물론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악한 어조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가 받은 고통을 똑같이 저 새끼에게 돌려줄 거야. 단지 난 저 사람을 7일 동안 줄곧 괴롭히다가 죽이겠어.”그리고 주도현은 몸을 일으키며 흉악한 어조로 말했다.“이 녀석아, 넌 정말 날 화나게 했어. 이제 네 악몽이 시작될 거야.”옆에 있던 두 사람도 은근히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
선우서림이 먼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특히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모여 있는 젊은 일행 쪽에서는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잠시 후 박민정과 그녀를 따르는 소정까지 비행기에 올랐다. 소정도 평범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박민정에 비하면 한참 밀리는 수준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걸어오는 박민정의 등장으로 기내 사람들의 시선은 또 한 번 집중되었다.특히 그 젊은 일행 중 두 남자의 눈길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이들 중 앞장서서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예명한이었고 옆에 있는 남자는 하위림, 여자는 그의 여동생 하은별이었다.하위림은 예명의 뒤를 따르는 동생이나 다름없었고 하은별은 오빠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예명한을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예명한은 눈이 높아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하은별은 여전히 예명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녀가 예명한과 결혼한다면 용도의 명문 예씨 가문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물론 지금의 예씨 가문은 과거의 지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아직도 용도 4대 가문 중 하나였다. 혹시 나중에 4대 가문에서 밀려난다 해도 슈퍼급 명문 가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예천우는 예리한 감각으로 이미 그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속으로는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아, 이럴 줄 알았으면 선우서림을 따라오게 두지 말 걸 그랬네. 또 번거로운 일을 만들겠어.’이번 여정은 특별히 중요한 일이 많아 쓸데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자신에게 까불어댄다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선우서림은 옆에서 예천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왜 그래? 누가 화나게 했어?”“아무것도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선우서림은 겉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실제로는 성격이 칼같아서 만약 이 상황을 안다면 먼저 나서서 난리를 칠 게 분명했다.“알겠어.
예천우의 단호한 태도에 선우서림은 더 이상 농담을 던지지 않았다. 자칫 과하게 나갔다가는 역효과가 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예천우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선우서림은 함께 올라가지 않았고 비록 겉으로는 이 집에 자신의 방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천우가 부인 임완유와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늘 예천우를 도련님이라 부르면서 임완유는 형수님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선우서림이 보기에 임완유는 어디까지나 형수님에 가까웠다. 예천우의 부인은 오직 임완유 한 사람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예천우는 임완유와 오랜만에 깊고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되자 그는 이미 공항 앞에 도착해 있었다.임완유 역시 바쁜 와중에 함께 나왔다. 이번 용도로 향하는 여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그녀도 직감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예천우를 배웅하러 온 것이었다.뒤이어 나타난 선우서림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조용히 몸을 숨겼다. 그녀는 간단히 변장을 마치고 먼저 티켓을 확인한 뒤 홀로 탑승구로 들어섰다. 예천우가 어떤 상황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그가 곤란해할 만한 상황은 철저히 피했다.곧 오전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출발 시각도 다가왔고 승객들의 탑승 절차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선우서림이 잠깐 멈칫하며 말했다.“도련님, 저기 좀 봐. 저번에 진나비 콘서트에서 봤던 그 여자 아니야?”예천우가 돌아보니 오늘 그녀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신선처럼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지만 차갑고 무심한 표정 때문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그녀 곁에는 지난번 봤던 소정이라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미 봤어. 근데 우리랑 같은 비행기를 타다니... 우연이라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