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의 성격상 임완유 부모에게 경고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결코 지나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예천우는 절대 속이 좁아 앙갚음하려고 씩씩대는 사람이 아니었고 반면에 속내가 깊고 마음이 강해 이런 사소한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여러 정황은 예천우가 확실히 양체은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설마 예천우가 정말 양체은을 좋아하게 된 걸까?게다가 양체은의 예천우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뜨겁고 절실했고 그 애정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심지어 임완유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까지 보였다.양대복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본 진호성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양 회장, 방금 혹시 용왕님과 통화하신 건가요?”“하하, 맞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제 딸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데 딸내미가 용왕님과 쭉 함께 있었다네요.”양대복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이건 그야말로 폭발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평범한 사람이 말했다면 다들 믿지 않았겠지만, 양 회장이 이런 말을 할 때는 누구도 거짓으로 여기지 않았다. 양 회장이 굳이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다.담양도 마찬가지로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설마 자기가 천우님의 뜻을 잘못 이해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만약 자기가 잘못 이해한 게 맞다면 돌아가서 천우님의 꾸중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로 생각한 담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양 회장님, 용왕님께서 어떤 지시를 내렸습니까?”“아, 맞다. 용왕님께서 다들 돌아가라고 하셨고 준비한 예물도 각자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양 회장은 일부러 내공을 사용해 우렁찬 목소리를 내서 모두 똑똑히 들을 수 있게 했다.“헐...”이 말에 다들 순간 멈칫하더니 얼음처럼 얼어붙었다.여기 모인 예물의 총액은 거의 조 단위에 육박했다. 여태껏 그 누구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금액의 예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
“뭐라고?”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더구나 소리친 여자가 목청을 높여 외친 덕에 대다수 사람이 그 말을 제대로 들었고 뒤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사람들도 앞에 있던 사람과 물어보며 금세 이 소문을 다들 알게 되었다.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50대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옷차림을 봐서는 아마 임씨 가문의 하인인 듯했다.유은수도 그 말을 듣고는 바로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에게 쌍욕을 퍼부었다.“추미영,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가 무슨 자리인데 너 따위가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릴 함부로 지껄여?”“전 사실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항상 용왕님이 반듯한 직업도 없다고 무시해 왔죠. 그분을 밥 먹듯이 모욕하고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 온갖 수를 썼습니다. 며칠 전에는 용왕님이 목숨 걸고 아가씨를 구해주셨습니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온갖 음모를 꾸미고 결국 그분을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왕님은 아가씨와 이혼하고 임씨 가문을 떠날 수밖에 없었죠. 어젯밤 임씨 가문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그분은 아가씨를 생각해서 돌아와 여러분을 구해주신 겁니다.”“뭐라고 떠드는 거야! 거기 누구 없어? 이 여자 당장 끌어내!”유은수는 다급하게 사람들을 불렀지만 임씨 가문 하인들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다들 단지 진실을 듣고 싶었고 추미영이 전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어젯밤, 용왕님께서는 자기 신분을 드러내고 아가씨를 구하신 후 떠나시기 전에 모두에게 새 여자친구를 소개하셨습니다.”추미영은 폭발적인 사실을 꺼냈다.“뭐라고? 용왕님에게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임씨 가문과의 인연은 이제 끝난 건가?”“대박, 생각지도 못했네. 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힐 줄이야. 근데 그 새 여자친구가 과연 누굴까? 도대체 어떤 운 좋은 여자가 용왕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을까?”“어휴, 나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이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양대복 앞에 다가와 차례로 두 손 모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양대복도 급히 겸손하게 웃으며 단지 소문일 뿐, 아직 정확히 아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한편, 임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임국종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부끄러움은 둘째 치고 임씨 가문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엄청난 도약을 이룰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이 순간, 임국종은 말 그대로 땅을 치며 후회했다.유은수 역시 충격을 받아 멍해진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너, 너...”유은수는 그렇게 같은 말만 반복하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하지만 유은수는 정신을 차린 뒤 급하게 소리쳤다.“아니에요, 절대 사실이 아니에요! 용왕님과 우리 딸은 그저 잠깐 다퉜을 뿐이에요. 당시 용왕님이 한 말은 진심이 아니란 말이에요! 여러분,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아니면 이렇게 합시다. 여러분이 준비한 예물은 우선 저희에게 맡겨두세요. 만약 하루 안에 용왕님을 여기 임씨 가문으로 다시 모시지 못하면 그때 제가 이 예물들을 전부 여러분께 돌려드릴게요. 이건 엄청난 기회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떠나시면 예물을 용왕님께 드릴 이런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될 거예요.”그 말을 들은 진호성과 다른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앞의 여자가 아무리 봐도 제정신인 것 같지 않았다.아무리 용왕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그래도 유은수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모든 상황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진호성은 미소를 지으며 해명에 나섰다.“어머님, 물론 저희도 예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아까 용왕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듯, 예물은 다시 가져가라고 하셨으니 저희도 그 뜻을 거스를 수는 없죠. 이렇게 합시다. 용왕님께서 완유 씨랑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 이 예물을 다시
유은수의 말에 김국종은 날카롭게 유은수를 노려보았다.비록 자기가 용도에서 돌아온 뒤 생각이 크게 달라져 이런 상황이 벌어졌지만 자기 며느리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예천우를 무시해 왔다.이제 와서 비위가 상할 대로 상한 예천우를 다시 불러들이겠다니, 이 여자는 아무래도 지금껏 자기가 한 짓들을 돌아볼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유은수는 노인의 매서운 눈빛에 움찔하며 물었다.“아버님, 왜 저를 그렇게 보시는 거죠?”“왜 보냐고? 네가 한 짓들에 대해 선택적 기억상실증이라도 온 거냐? 네가 처음부터 예천우를 계속 공격해 왔으니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거 아니야.”노인은 차가운 말투로 유은수를 꾸짖었다.유은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제가 예천우를 공격했다니요! 그럼 아버님은 안 그랬나요? 처음에 이혼 계획을 짠 건 아버님이잖아요! 그 계획만 없었어도 완유가 이혼했겠어요?”“내가 계획했다고? 그게 네가 낸 좋은 아이디어 아니었어? 감히 누굴 상대로 큰소리치는 거야? 네 안 중에 내가 있기나 해?”김국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예전에는 임씨 가문에서 자기 권위가 절대적이었고 자기 말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입만 달린 녀석이라면 모두가 김국종과 반항하려는 것처럼 보였다.유은수가 겁에 질린 모습을 보자 임강이 슬쩍 옆으로 끌어당겼고 유은수도 이내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었다.하지만 유은수는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불만을 삭이지 못했다.'흥, 노인네가 뭐라고 하든 간에 내 딸이 예천우를 다시 불러들이기만 하면 나야말로 용왕님의 장모가 될 사람이야. 그때가 되면 완유 할아버지 지위보다 내 지위가 훨씬 높을 거라고.'그때 임완유가 세 사람 곁으로 걸어왔다.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없었던 임완유가 입을 열어 차갑게 말했다.“대체 왜 다들 싸우고 있는 거죠? 이 모든 게 여러분이 원했던 결과 아닌가요? 이제 소원대로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굴 필요 없잖아요.”이 말을 들은 김국종은
이 말을 들은 용미소는 즉시 예훈이 완전히 끝장났다는 걸 알아챘다.아무리 예씨 가문 후계자인 예훈의 실력이 강력해도 용수아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아무도 예훈을 구할 수 없었다.용수아의 할아버지는 다름 아닌 용국에서 용방 1위에 오른 청룡 전신 용지천이었기 때문이다.예훈은 그동안 용수아에게 집착해 그녀와 결혼하려고 애썼다. 이 결혼이 성사한다면 자기 지위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수아는 예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예훈은 만취한 상태에서 정신을 놓고 용수아를 강제로 범하는 일이 벌어졌다.예훈의 운이 좋았거나 아니면 잘 숨겼던 덕분에 처음에는 그 행위가 발각되지 않았다.하지만 종이로 불을 감쌀 수 없듯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게 들통났다.오랜 수련을 마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용지천은 이 사실을 듣자마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용지천은 즉시 예씨 가문을 찾아가 예씨 집안을 반쯤 파괴하고 진기가 이미 파괴된 예훈을 반죽음 상태로 두들겨 팼다.예씨 가문의 체면과 백호 전신의 면목이 없었더라면 예훈은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루가 되었을 게 분명했다.예씨 가문 어르신이 무릎 꿇고 간곡히 부탁한 덕분에 예훈은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예씨 가문에서 영원히 추방당했다.용지천은 또한 예씨 가문 사람들에게 예훈과 영원히 연을 끊으라고 엄숙하게 경고했다. 이를 어길 시 예씨 가문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까지 보탰다.용수아는 용미소와 절친한 사이여서 이 일을 용미소에게 자세하게 털어놓았다.용미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예천우가 예훈을 폐인으로 만든 일을 용수아에게 털어놓으며 예천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용수아는 그 말을 듣자 자기가 죽도록 증오하는 예훈을 폐인으로 만든 당사자가 사촌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고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그래서 용미소는 예 장군이 철수한 원인이 이번 예씨 가문 풍파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고 동시에 예씨
임씨 가문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또다시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였다.예훈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러 청룡 전신을 분노하게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청룡 전신은 용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인물로, 예천우 같은 용왕조차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이번 일로 인해 예훈과 관련된 세력들이 줄줄이 연루되었고 결국 예씨 가문의 절반 세력이 거의 와해하고 말았다.생각해 보면 만약 임완유가 정말 예훈을 따라 용도로 갔다면 예씨 가문에서 쫓겨난 후 더 이상 일어설 기회조차 없을 것이고 끝없는 연루와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그랬다면 임씨 가문은 완전히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 모든 상황을 떠올리며 다들 다행히 하늘이 임씨 가문을 지켜줬다고 여겼다.하마터면 임완유가 예훈을 따라 예씨 가문에 간다는 그 결정 하나 때문에 임씨 가문이 멸망의 길로 들어설 뻔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바로 예천우를 다시 임씨 가문으로 불러오는 일이었다.예천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임완유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임완유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예천우에게 부탁한다면 그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열 가능성이 클 것이다.다들 눈빛을 주고받으며 곧바로 결정을 내리고 함께 임완유를 찾으러 갔다.하지만 임완유는 문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임완유는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다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아무리 문밖에서 온갖 이유를 대며 설득해도 듣고 싶지 않았다.답답해진 유은수는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이러다 정말 천우가 양체은 그 여우 같은 년이랑 결혼이라도 하면 모든 게 끝장이에요.”“그럼 어쩌면 좋겠어?”임국종이 물었다.“제가 직접 찾아가서 빌겠어요. 천우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저인 거 잘 알아요. 오늘 당장 이마를 땅에 부딪쳐가며 빌어서라도 천우를 데려오겠어요.”유은수는 결연한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유은수는 자기가 천해시 최고의 사모
하지만 양체은이 동의한다 해도 예천우는 양대복과 의논해야 했다. 양대복은 양체은의 아버지이자 보호자였기 때문이다.양대복은 순간 멈칫했지만 자기가 예천우의 이름을 직접 불러도 된다고 허락한 걸 보고 엄청난 기쁨에 휩싸였다.양대복이 이제 용왕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는 표시가 분명해 보였다.양대복이 흥분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문을 열려는 순간, 예천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예천우는 자기 기운을 최대한 숨긴 채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운은 이곳에 도착했다.역시나 잠시 후, 예천우의 예상대로 마스크를 쓴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마른 체구였지만 유령처럼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였다.양대복은 노인의 모습에 얼굴이 굳어졌다. 실력이 강력한 예천우였기에 상대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또 네놈이구나.”예천우가 냉랭하게 말했다.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지난번에 상처를 입은 귀문 귀왕 강주환이었다.지난번 귀왕이 부하들과 함께 왔을 때 수많은 부하를 잃고 자기도 크게 다쳤지만 예상 밖으로 이번에는 스스로 찾아왔다.과거 보육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대가도 아직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주동적으로 찾아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그래, 바로 나, 귀왕 강주환이야. 애송이야, 네 하늘을 나는 실력을 갖춘 젊은 경호원 말이야, 그 경호원 아직 살아 있다며? 그 녀석 얼른 불러내라.”귀왕은 음산하게 웃으며 오늘 여기 온 이유를 털어놨다.귀왕은 무시무시한 실력을 회복하자마자 예천우를 잡으러 달려온 것이었다.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귀왕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예천우를 잡아서 그가 가진 보물의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양박군은 여기 없어.”예천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래? 거 참 실망스럽군. 그 녀석이 있었다면 내가 널 잡아가는 게 좀 더 힘들었을
양대복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긴장했다.자꾸 자기를 왕이라고 자칭하는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거지?심지어 지난번엔 부하 하나만으로도 용왕님을 제압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단순한 허풍은 같지 않아 보였다.예천우가 양대복에게 천우라 부르라 했음에도 양대복은 여전히 용왕님이라 부르는 게 익숙했다.특히나 방금 스스로 종사 경지의 정점에 이른 존재라고 말한 걸 보면 거의 전설적인 수준의 실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딸 양체은이 용왕님과 가까워질 절호의 기회를 얻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용왕님이 목숨을 잃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다행히도 용왕님은 전혀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어쩌면 용왕님께서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 두신 게 아닌가 싶어 양대복은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예천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네 실력은 예전보다 확실히 대단해진 것 같아. 근데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대답할 수 있겠어?”“뭐가 궁금한데?”“네 말로는 예전에 보육원 방화 사건이 예웅남의 지시였다고 했지? 그때 직접 만나서 받은 지시야? 아니면 전화로 들은 거야? 지시를 내린 사람이 예웅남이란 걸 확신할 수 있어?”예천우가 궁금한 걸 시원히 털어놨다.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이 문제는 예천우가 예씨 가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이다.귀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따가 내 손에 쉽게 제압당할 놈이 뭐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내가 왜 너에게 그걸 말해줘야 하지?”“말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 그냥 날 알려줄 건지 아닌지나 얘기해.”예천우는 귀왕의 도발에도 여전히 차분하게 말했다.“이런 거만한 태도로 내게 부탁한다고? 그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고 했지? 꿈 깨라.”귀왕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이 귀왕은 네가 시간을 끌거나, 아니면 누군가 널 구해주러 온다고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근데 여기서 너와 시간 낭비할 생각도 없어. 얼른 나와 함께 가자.”하지만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