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이 모든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유은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하면서 임완유와 함께 임씨 가문의 주택 단지에 들어섰다.사실 단지에 다가갈수록 임완유는 점점 긴장됐다.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그들의 관계는 미묘하게 복잡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한 번도 자신이 임씨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예천우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몰고 들어가서 별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고 이 모습에 임완유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임완유는 만약 자기가 예천우라면 이토록 너그럽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임완유는 예천우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천우야, 고마워.”예천우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분명 예천우에게 피곤하고 짜증 나는 존재였지만 예천우는 임완유를 좋아했기에 그 모든 걸 참고 넘어갔다.임완유는 예천우의 손을 꼭 잡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임국종과 가족들이 모여 있었고 당연히 모두가 예천우를 반갑게 맞이해 줄 거라 기대했다.그간 예천우를 되찾기 위해 온갖 체면을 내려놓고 애썼던 가족들이니 말이다.임완유는 가족들의 그런 태도가 불편했지만 그런데도 가족이니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뜻밖에도 유은수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고 다가와서 임완유의 손을 떼어내며 소리쳤다.“완유야, 대낮에 이게 무슨 짓이야? 정말 너무 꼴 보기 싫어!”임완유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천우 역시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유은수가 대체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사실 예천우는 처음에 정말로 문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임완유를 생각해서 조금이나마 배려해 주고 싶어 직접 들어온 것뿐이었다.예천우는 임씨 가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막상 들어오자마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줄은 예천우마저 몰랐다.그때 임국종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너와
“역시 예천우... 결국에는 너도 인정하는구나.”유은수는 비웃으며 말했다.“너 같은 사기꾼은 우리 임씨 가문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어. 네 생각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또 저를 쫓아내려는 건가요?”예천우는 자조적으로 물었다.“당연하지 않겠어? 사기꾼 주제에 안 쫓아내면 네가 임씨 가문의 재산이라도 노리는 줄 알겠네. 네가 임씨 가문에 빌붙어서 사는 이유가 다 그거 아니야?”유은수는 차갑게 되물었다.“엄마, 그런 게 아니라고요!”임완유는 옆에서 초조하게 외쳤다.“천우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가지고 있어요. 고작 우리 임씨 가문의 재산을 노릴 이유가 없어요! 천우가 선호에게 준 호텔만 해도 몇조 원짜리라고요!”“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완유야, 넌 너무 순진해. 몇조 원을 아무렇지 않게 그냥 준다고? 장난해?”“차라리 몇억이나 몇십억이라면 모를까. 몇조라니...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딨니.”“진짜라니까요!”“진짜라니... 넌 분명 속은 거야.”유은수는 예천우를 쏘아보면서 단호하게 반박했다.“예천우, 나도 그전에 너한테 충분히 기회를 줬어. 지금 당장 우리 집에서 꺼지면 너의 잘못은 묻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임씨 가문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줄 알아.”“좋아요. 저도 임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저를 내쫓는지 보고 싶네요.”예천우도 참다못해 화가 나기 시작했다.“예천우, 너무 자만하지 마. 네가 싸움을 좀 잘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야. 너보다 강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이 세상은 법으로 돌아가니까. 꺼지라고 할 때 스스로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임씨 가문은 비록 명문은 아니지만 너 하나쯤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그러자 예천우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왜 그동안 일이 생길 때마다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저한테 도움을 청하셨나요?”“네가 도움을 줬다고? 웃겨 죽겠어. 네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런 거야. 그냥 힘 좀 쓰고 남들 겁주고 다닌 거 아니야? 이제 다들 너의 실체를 알
예천우는 말없이 임완유를 바라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완유야, 미안해. 먼저 가볼게.”그 말을 남기고 예천우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이 집은 정말 사람이 있을 곳은 아니야.’“천우야!”임완유는 황급히 외쳤다. 조금 전부터 계속 막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임완유는 가족들에게 분노를 터뜨렸다.“정말 미쳤어요?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임완유는 예천우를 따라나서려 했지만 유은수가 달려와 그녀의 팔을 붙잡고 화를 냈다.“어디 가려는 거야? 고작 남자 때문에 가족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 임완유, 오늘 이 집을 나가면 내가 그냥 죽어버릴 줄 알아!”“알아서 하세요!”임완유는 더욱 화가 나서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예천우를 따라가려 했다.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지나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고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기에 임완유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래.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지? 지금 당장 죽어버리면 속이 시원하겠어?”유은수는 갑자기 손을 놓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과일칼을 집어 들고 목에 대며 위협적으로 말했다.“은수야...”“여보 진정해!”가족들은 놀라 얼어붙었고 임완유도 순간적으로 가던 걸음을 멈췄다.“날 막지 마! 그냥 내가 죽게 두라고! 내가 완유를 위해서... 완유가 속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는데 완유는 날 미워하기만 하고! 그런데 내가 살아서 뭐 하겠어?”임완유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정말 심각하게 보였고 그간의 가벼운 협박과는 다르게 느껴졌다.임국종도 다급히 말했다.“완유야, 뭐 하고 있어? 당장 사과드려! 빨리.”“완유야!”임강도 덧붙이며 그녀에게 다그쳤다.임완유는 여러 감정이 얼굴에 스쳐 지나가다가 결국 멈춰 섰다. 그러고는 가족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임완유는 자신이 나가지 않으면 어머니가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예상대로 임완유가 방으로 들어가자 유은수는 몇 마디 잔소리하다가 결국
‘이 녀석이 정말 뻔뻔하군. 방금 당당하게 떠나더니만 돌아서자마자 가짜 예씨 가문의 가주를 불러들이다니. 차라리 아예 예천우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 말할 거지.’이번에 임국종과 유은수도 같은 생각을 했다.예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상대방이 자신의 신분을 의심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혹시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정말로...”“됐어요! 우린 이미 다 알아챘으니까 그만 연기하라고요!”유은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빨리 꺼져요. 어르신이 나이가 많아서 봐주는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빗자루로 쫓아냈을 거예요.”예관희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뻔했다. 용도에서 오랫동안 명성이 자자했던 예관희를 이렇게 모욕하는 사람은 절대 없었다.심지어 많은 고위층 사람조차 그에게 깍듯이 대했고 여태까지 예관희는 이런 억울함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예씨 가문에서는 하루빨리 예천우를 예씨 가문에 데려가야 했다. 어찌 됐든 예천우가 없으면 예씨 가문은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예관희와 함께 온 사람들도 화를 참기 힘들었지만 출발 전 예관희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참았다.‘혹시 예천우가 날 차갑게 대해도 반드시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해.’예관희는 예천우를 만날 때 그가 좋은 얼굴로 자신을 대하지 않겠다고 어느 정도 짐작을 했다.하지만 임씨 가문 사람들의 태도가 이토록 무례할 줄은 예관희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뭐예요. 화났어요? 연기 참 그럴싸하게 하는군요. 옷차림이며 기품까지 신경 쓴 걸 보면 짝퉁 치고는 노력을 많이 했네요.”“저는 진짜 예씨 가문의 가주라고요. 못 믿겠다면 제 옆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이 사람들은 당신과 한편일 텐데 지금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요? 좋아요. 그러면 가주라고 주장하는 본인이 우리 임씨 가문까지 온 이유가 뭐죠?”“설마 예천우를 만나기 위한 건 아니겠죠?”“역시.
예관희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임씨 가문의 태도에 크게 분노했다. 특히 그의 곁을 오래 지켰던 예남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예남일은 예관희가 화를 낼 것을 알면서도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감히 어디서 함부로 지랄하는 거야. 우리 어르신은 어떤 신분이신데... 절대 용서 못 해!”유은수를 비롯한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위압감에 몸이 떨릴 정도로 놀랐지만 곧 유은수는 예남일이 정체를 들키자 일부러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흥, 정체가 들통나자 이제 와서 이런 수작으로 신뢰를 얻으려 하다니. 이런 속임수는 이미 질리도록 봐왔어.’유은수는 그들의 계략을 간파했다고 생각하며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 소리쳤다.“너희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사기꾼 주제에 설마 주먹이라도 휘두르겠다는 거야? 내가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면 너희들은 바로 감옥에 가야 할 걸?”임국종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그래. 여기 임씨 가문은 너희들이 함부로 설치는 곳이 아니야. 오늘은 네 나이를 봐서 참아주지만 다시는 오지 마.”“남일아!”예관희는 예남일이 더 이상 화를 내서 일을 망칠까 봐 서둘러 그를 제지했다. 예남일이 정말로 무리수를 두어 몸싸움을 벌인다면 임씨 가문과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며 예천우가 예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그래서 예관희는 이를 악물고 예남일을 막았다.예남일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어르신!”“남일아, 그만해. 이 사람들은 어차피 우리 신분을 모르고 이러니 굳이 화낼 필요가 없어. 뭔가 오해가 있으니 다음 기회에 다시 얘기하자.”예관희는 울분을 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예씨 가문을 위해서라면 모든 굴욕도 참아야 했다.예관희는 발길을 돌리며 속으로 자신을 질책했다.‘다 내가 무능해서 이런 거야. 내가 강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될 리가 없었을 텐데... 첫째 아들은 죽고 며느리와 손자는 먼 곳에서 쫓기며 고생이나 하고 있으니... 모든 게 다 내 탓이야.’예남일은
임국종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해야 예천우가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람을 보내봤자 그의 무술 실력이 워낙 뛰어나 상대가 되지 않을 거야.”그러자 유은수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그건 우리가 실력 있는 사람을 못 찾아서 그렇죠. 마침 제 친구가 저한테 강력한 암살 조직의 연락처를 줬어요.”“암살 조직?”임국종은 얼굴이 굳어졌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예 죽여버리려고 하는 거야?”유은수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할 수 없죠. 이 모든 건 다 예천우가 자초한 일이에요.”임국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겠어. 하지만 가능한 목숨만큼은 살려뒀으면 좋겠어. 어떤 조직인데?”“귀문이에요. 구체적인 건 나도 잘 모르지만 귀문의 수장은 귀왕이라 불리며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고 해요. 돈만 충분히 주면 귀문 사람들은 못 할 일이 없다고 들었어요.”임국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알겠어요. 지금 바로 연락할게요. 20억 원이면 오늘 밤 안으로 예천우를 없앨 수 있을 거예요.”유은수는 말하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황호건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물었다.“정말이야? 예관희가 직접 천해시에 왔고 지금 임씨 가문에 갔다고?”“그렇다고 합니다. 지금쯤이면 이미 임씨 가문에 도착했을 겁니다.”황호건은 놀라며 외쳤다. “뭐 하고 있어? 당장 임씨 가문으로 가자!”그는 급히 비서를 불러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을 이제야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예관희가 어떤 분이신데 이런 중요한 소식을 왜 이렇게 늦게 알았단 말이야?”예관희는 과거 용국의 4대 장군 중 한 명으로 전쟁에서 전설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천해시에 왔다는 건 황호건과 같은 이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지시했다.“잠깐, 다른 주요 인사들에게도 이 일을 알려줘.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모두 나와
“무슨 일이야?”예천우가 물었다.“예씨 가문의 백호 전신이 매복 당해 전사했습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놀라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백호 전신? 백호 전신 말이야? 용국 4대 전신 중 한 명이자, 종사 경지에 거의 도달한 백호 전신이 죽었다고?”“확실합니다.”“누가 그런 짓을 했지?”“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현재 위에서 대노하여 청룡 전신에게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끝까지 추적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예천우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백호 전신이 죽었다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이는 단순히 용국이 뛰어난 전투력을 잃은 것만이 아니라 용국에 대한 엄청난 도전이자 모욕이기도 해.”예천우는 속으로 착잡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예씨 가문에 대한 분노가 여전했지만 자신을 추격했던 이들이 예씨 가문인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어머니를 찾아야 모든 진실을 알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왜 예씨 가문을 떠났고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지... 아버지께서는 지금 살아 계신지 아니면...’예천우는 고개를 들며 물었다.“너는 누가 했을 거라고 생각해?”“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조사 중입니다. 청룡 전신이 이미 단서를 몇 가지 찾아낸 것 같습니다.”“계속 철저히 조사해. 누가 감히 예씨 가문의 수호신이자 용국의 방위 전신을 건드렸는지 반드시 알아내야겠어.”“알겠습니다!”부하가 물러난 직후 천궐 1호 별장에 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양체은이었다.수련을 시작한 이후로 양체은의 피부는 더욱 매끄럽고 매력적으로 변했고 그녀의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크게 달라졌다. 그녀의 매력적인 자태는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끌릴 만큼 유혹적이었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고 점점 완벽해지는 몸매는 예천우 같은 냉정한 사람조차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 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임완유만 아니었다면 예천우도 진작에 양체은에게 넘어갔을 것이다.“천우 오빠!”“응?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그냥...
“바보야, 뭘 그렇게 걱정해. 네 전화를 일부러 무시한 게 아니야. 휴대전화가 그냥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던 거야. 방금 조금 충전해서 바로 너한테 전화했잖아.”“정말이야? 나한테 화난 건 아니고?”“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너한테 화를 내겠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마음이 나한테 있다는 것만 알면 돼. 어떤 사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 더구나 이번 일은 별거 아니잖아.”“응. 어떤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는 오직 너뿐이야.”임완유는 저도 모르게 진심이 나왔고 그 순간 자신이 너무 솔직했다고 느껴져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천우야, 지금 어디야?”“천궐 1호에 있어. 설마 와서 나한테 뭐 보상이라도 하려고 물어보는 거야?”예천우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런데 늘 차가운 이미지였던 임완유가 뜻밖의 대답을 했다.“지금 당장 가고 싶지만 아마 가족들이 나를 보내주지 않을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너한테 달려갔을 거야. 하지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꼭 가족들에게 오해를 풀고 제대로 설명할게.”“굳이 그럴 필요 없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절대 널 오해하게 놔둘 수 없어.”“알겠어. 하고 싶은 대로 해.”전화를 끊은 임완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천우는 전혀 화내지 않았어. 천우는 정말 마음이 너무 너그러운 사람이야...’임완유는 속으로 다짐했다.‘이번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봐야겠어.’예천우가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쉬려던 찰나 양박군에게서 전화가 왔다.양박군은 평소에 웬만한 일이 아니면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대부분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양박군의 실력이라면 종사 절정의 상대만 만나지 않았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무슨 일이야?”“도련님, 누군가 20억을 내고 킬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