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린은 기운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한지훈을 불렀는데도 결국 상황을 뒤집지는 못한 상황. 이들은 작정하고 공국을 도와 용국의 기세를 꺾을 생각이었다.왕린이 한창 억울해하고 있을 때, 한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왜 웃어요? 천문학적인 돈을 배상하게 생겼는데 이게 웃겨요?”왕린은 웃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저들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게 우스워서요. 말끝마다 법률이오, 규정이오 하면서 사실 그 규정을 컨트롤하는 사람들이 저들이잖아요. 이런 걸 국제 회담에서 해결하려면 저들이 쓴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는 수밖에 없어요.”“무슨 말씀이시죠?”왕린이 짜증스럽게 물었다.“내일이면 알게 되실 겁니다.”한지훈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다음 날 아침, 공국으로 돌아가려던 로크는 가는 길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큰일 났어요, 로크 대사님… 어젯밤에 북양군이 갑자기 변방을 습격했어요. 놈들은 변방에 있는 지휘부와 초소를 폭파하고 사령관과 병사들을 잡아갔어요.”그 소식을 들은 로크는 순간 현기증이 일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한지훈이 이런 식으로 보복할 줄이야!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연방국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는 연락이 왔다.로크가 멍한 얼굴로 회담장에 도착했을 때,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지훈이 그를 맞아주었다.한지훈은 손에 든 보고서에 시선을 둔 채, 담담한 목소리로 낭독했다.“우리 측이 포획한 적군 포로 중, 사령관급 장관 두 명, 지휘관 여섯 명, 사단장, 병장, 병사들까지 합치면 총 3백여 명이 되겠군요.”“어젯밤, 우리 군영의 군견 한 마리가 실종되었습니다. 우린 수색을 위해 공국의 영지로 들어갔고 상대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우릴 습격했어요. 우린 어쩔 수 없이 반격을 했고 결국 적군이 패배하여 포로가 되었죠.”한지훈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모든 게 만들어낸 핑계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개 한 마리를 위해 상대국의 영토에 수색하러 들어갔다가 상대국 병사들을 포로로 잡았다니! 명백한 도
로크는 옆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욕했다."400억이요?! 이건 강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재판장님, 절대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즉시 그에게 모든 포로를 반환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청해야 합니다!"재판장은 로크와 한지훈을 번갈아서 한 번씩 쳐다보더니, 다른 배심원들과 토론하기 위해 돌아섰다.30분도 채 안 되어 그들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의 규칙에 따르면, 당신들은 확실히 포로들을 되찾기 위해 돈을 써야 할 겁니다…당신들이 만약 400억을 쓸 수 없다면, 이 포로들은 용국 북양군의 처분에 맡겨질 겁니다."결국, 한지훈의 압박으로 재판장은 한지훈의 합의를 따르기로 결정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죠? 당신이 무슨 재판장입니까, 어디에 국법이 있고 법률이 있단 말이죠?! 어떻게 우리 공국이 400억을 배상하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로크가 재판장에게 소리쳤다.공국은 원래 찢어지게 가난해서 여기저기서 공짜로 얻어먹으며 연명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에게 GD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400억을 내라고 하다니.로크는 임무를 맡았으니 반드시 용국에서 뭐라도 얻어내야 했고, 되려 이렇게 많은 보상을 해야 한다면 그는 공국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욕을 먹을지 짐작이 가능했다."로크 씨, 이곳은 국제 회의장이니 언행에 주의하십시오. 만약 당신이 악의적으로 재판장의 위엄을 도발한다면 제가 바로 당신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재판장은 한지훈에게 겁을 먹은 후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었고, 마침 로크가 큰소리를 내자 재판장 또한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분명 말이 다 끝난 일이 아닙니까?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킨다고요?"로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이곳에 오기 전에 로크는 동영의 재판장에게 찾아가 회의을 이기도록 도와준다면 보상금의 절반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동영이 공국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동영의 재판장이 배신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한지훈은 자신의 힘으로 국제회의를 바꿨고, 용국의 북양왕 다운 면모를 보인 순간이었다. "저도 그저 용국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건 죽은 여섯 형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죠."한지훈은 한기가 가득 담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실력, 권력, 책임, 패기를 모두 가지셨는데, 북양왕께서는 이 모든 요소를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왕린이 물었다."뭐가 되죠? 한 시대를 풍미한 인재가 됩니까?"한지훈이 대답했다."아뇨, 아닙니다. 제 사위가 되는 거죠."왕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왕 대사님, 농담하시는 거겠죠. 저는 이미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니 화제를 바꾸시죠."한지훈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하하하, 방금 전만 해도 무적의 북양왕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런 모습입니까? 걱정 마세요, 농담입니다."왕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사실 그는 정말로 한지훈이 그의 사위가 되기를 원했다."저는 빨리 부하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는 게 좋겠습니다."한지훈은 즉시 태블릿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멀리 북양에 있던 용일은 한지훈의 영상전화를 받고 모든 북양 병사들이 볼 수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공유했다. "사령관님!"용일은 화면에서 한지훈을 보았고, 다른 북양 병사들도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병사 여러분, 국제 회의가 방금 끝났으니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우리는 승리했고, 공국 군대는 우리에게 400억을 배상할 겁니다!""이는 우리 용국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북양군의 공로이기도 합니다. 모두들 훌륭합니다!"한지훈의 목소리가 북양 영토에 울려 퍼졌고,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와아~!!!"북양 병사들은 하나같이 기쁨의 함성을 질렀고, 그들의 마음은 비할 데 없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그 뒤로도 한지훈은 북양 병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왕린은 그의 옆에 앉아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북양 병사들이 한지훈을 광신적으로 숭배하는 것을
왕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동의를 표했다. 만약 한 군대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어느 쪽도 감히 전우에게 등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이 군대의 힘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겠는가?"좋습니다, 이번엔 일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돌아가시지요." ......같은 시각, 한 별장 내부.양복을 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고, 그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다.만약 한지훈과 왕린이 이곳에 왔다면 알아봤을 것이며, 로크와 재판장이 모두 이곳에 있었다. "재판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회의 전에 우리가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이미 말이 다 끝난 것 아니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그 망할 용국 사람들을 도운 거지?"로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흥, 생각을 좀 해봐. 한지훈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어? 그는 용국의 북양왕이자 다른 나라의 악마이기도 해! 당신이 그자를 건드리면, 그는 미친개처럼 필사적으로 당신을 물고 놔주지 않을 거라고!"재판장이 흉측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어떡해? 우리더러 지금 손해를 보라는 거야? 나는 그럴 수 없어."로크는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됐어, 소리치지 마. 당신 공국이 가난한 이유가 있네, 머리를 쓰지 않고 고집만 부리니 말이야. 일단 스티븐 각하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겠어."재판장은 옆에서 의견을 말하지 않고 있던 노란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개인적으로 저는 로크 씨를 탓하진 않습니다, 누구든지 이런 상황에서는 달갑지 않을 테니까요."스티븐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씀은…?"로크는 몹시 기뻤고, 스티븐의 말투로 보아 그가 자신의 편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스티븐은 이국의 외교장관으로 권력이 막강하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그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용국에 있는 북양왕이라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저는 이미 이국의 바다표범 특공대에게 연락해 두었습니다. 한지훈과 왕린이 떠나기 전에 그들을 암살할 계획입니다! 이는 우리 9개국 정상회의 결정이기도 합니다! 한지
"정말 말도 안 됩니다,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죠?"왕린은 외교 수완이 뛰어났지만,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여기 계시면 됩니다. 제가 가서 처리하죠."한지훈은 신경을 곤두세웠고, 건초 더미 뒤에서 상대방의 모습을 포착했다. 그는 몰래 저격수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비틀었고, 저격수는 한지훈이 자신의 위장을 알아채고 몰래 다가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한지훈이 저격수를 죽이자, 다른 암살자들이 그의 위치를 발견하고 즉시 기관총을 난사했다. "죽어라!"한지훈은 낮은 포효를 내뱉은 뒤 비수를 집어 들고 돌진했고, 총알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지만 비수에 의해 공중에서 절단되었다!한지훈은 비수를 든 채 거들먹거리며 암살자에게 다가갔다. "무슨 상황이야? 어떻게 맨손으로 총알을 막을 수 있지?"암살자 중 한 명이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목표가 너무 강해, 다들 철수해!"암살자 무리의 우두머리는 한지훈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즉시 퇴각을 명령했다."왔으면 떠날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한지훈은 즉시 몸을 날려 암살자들의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켰다.퍽!가면을 쓴 십여 명의 암살자들이 포박된 채 왕린 앞에 놓여졌고, 왕린은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렇게 빨리 해결됐습니까?"왕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십여 명을 상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북양왕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죠."한지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고, 왕린은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암살자들을 고문하기 시작했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낸 거지?"왕린이 물었다."꺼져! 빌어먹을 용국인들, 내 입에서 한마디도 들으려 하지 마."암살자 중 한 명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왕 대사님. 아직 심문에 능하지 못하시네요. 제가 하는 걸 보십시오."한지훈은 왕린을 밀어낸 뒤 암살자에게 다가갔다."사람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지 마…"암살자가 화를 내며 말하려 했지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지
원천걸?!원씨 가문의 가주가 어떻게 강중에 있는 지 의문이었고, 게다가 그는 강우연에게 편지를 직접 건네주었다. 즉,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반보천왕인 원천걸이 강우연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 순간 한지훈의 얼굴이 얼어붙고 몸이 약간 떨려오며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반보천왕이 강우연에게 손을 쓴다면 용린과 같은 사람이 호위를 해도 원천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만약 원천걸이 정말로 강우연을 이용해 자신을 위협하고 싶었다면, 현재의 결과는 매우 끔찍할 것이다! 한지훈은 심호흡을 한 후 편지를 내려놓았고, 그의 입가에 흉측한 미소가 보였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당신 안색이 안 좋아요… 이틀 동안 너무 무리했어요?"강우연도 한지훈의 안색의 변화를 느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당신은 일단 고운이를 보러 가."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떠났다.그리고 한지훈은 그 순간 별장의 잔디밭에 서서 고개를 들었고, 차가운 눈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용린!"한지훈이 어둠 속에서 소리쳤다.바람 소리와 함께 용린의 모습이 재빨리 뒤에서 나타나더니 말했다."용왕님,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용운과, 용형, 용월에게 전해. 강중으로 재빨리 와서 우연이를 호위하라고!""너는 내일 나와 함께 복용골로 가서 사람 한 명을 만나야해."한지훈은 차갑게 말했고, 눈동자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예,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용린은 빠르게 나머지 세 명의 용존에게 한지훈의 명령을 전달했다. 곧이어, 용린이 다시 물었다."용왕님,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서두르십니까?"그러자 한지훈은 용린에게 편지를 건넸고, 용린이 이를 보자 그의 얼굴빛이 급격히 변하며 충격으로 가득찼다.그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제 경호가 소홀했습니다, 용왕님께서 벌을 내려 주십시오!"한지훈은 용린을 힐끗 쳐다보더니 일어나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너와는 상관이 없다
주변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이 감돌았고, 이로 인해 한지훈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후, 한지훈은 좁은 산길을 따라 복용골로 걸어갔다.5분 정도 걷다 보니 계곡 어귀에 정자가 보였고, 그 위에는 '복용골'이라는 세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이곳이 그 유명한 복용골이다!얼마나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이 정자 뒤의 복용골에 묻혔는가!이때, 정자에 한 중년 남성이 앉아서 차를 즐기고 있는 걸 발견했다.한지훈은 앞으로 나아가 중년 남자를 마주 보고 앉았고,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원천걸이었다.원천걸은 한지훈이 온 것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끓인 차 한잔을 건네며 말했다."한지훈 사령관, 오랜만이군 그래. 별일 없었나? 네 실력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정말 몰랐어, 반보천왕에 도달하고 말이야."한지훈은 앞에 있는 찻잔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씨 가주님, 오늘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는지요."말을 마치자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원천걸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고 날카로운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용을 죽이려고 부른 거지!"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정자 뒤의 복용골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 소리는 마치 천군만마가 서로 싸우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 마음을 어지럽혔다.더욱 무서운 것은 마지막 소리가 마치 용의 포효 같지만 매우 구슬프다는 것이다!이 순간, 하늘 전체가 갑자기 어둡게 변하며 더없이 억압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반문했다."어떤 용을 죽이려는 겁니까?""용국 작전부의 오만한 용이지."원천걸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용국 작전부에는 오만한 용이 다섯 마리가 있는데, 원씨 가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용은 어느 것이죠?"한지훈이 다시 물었고, 그의 눈은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그러자 원천걸은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팔국의 수백만 대군을 겁주었던 북양 청룡
눈앞에 복면을 쓴 반보천왕 3인을 바라보며 한지훈은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한지훈이 실제로 네 가문의 가주가 함께 협심하게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요."이 순간, 용린의 눈은 맹렬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한지훈의 곁에 바짝 서서 언제라도 한지훈이 떠날 시간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때 원천걸이 비웃으며 말했다."북양왕, 오늘 복용골이 네 묘지가 될 거다. 만약 시체라도 남기고 싶다면 네가 가지고 있는 천생서문의 잔본을 넘겨라!""그러면 네 아내와 아이, 가족들은 놓아주겠다.""어떤가?"그가 말을 마치자, 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그러자 한지훈은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가주님, 내가 당신의 요구에 동의할 것 같습니까?"원천걸도 웃으며 대꾸했다."그렇다면 우리 네 명의 가주가 한지훈 사령관을 건드렸다고 비난하지 말게나!"팟!말이 끝나자마자, 원천걸은 기선을 제압하며 앞에 놓인 돌탁자를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순식간에 돌탁자는 산산조각이 났고, 그 잔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나 장엄한 기운에 끌려가듯 한지훈을 향해 날아갔다!이때, 한지훈이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용린이 허리에서 비수 두 자루를 꺼내 그의 앞에 서서 소리쳤다."용왕님, 먼저 가십시오!"말을 마치자, 그는 돌 조각을 향해 맞섰고 비수의 차가운 빛이 밝게 빛나며 사방을 비췄다!돌 조각들이 모두 용린에 의해 분리되었다!원천걸이 이 광경을 보자 화를 내며 소리쳤다."3성 지수 따위가 감히 본 가주 앞에서 손을 쓰다니! 죽어라!"그러자 원천걸은 일어나 하늘과 땅을 파괴할 기세로 용린의 가슴에 직격탄을 날렸다!이 주먹은 매우 빠르고 강력했으며, 그 순간 마치 주위의 모든 공기가 이 주먹에 삼켜진 것 같았다.순식간에 마치 산이 무너져 내리듯 용린의 가슴을 덮쳤다!용린은 눈살을 찌푸렸고, 그가 이미 3성 지수임에도 불구하고 원천걸과 같은 반보천왕의 주먹에 직면했을 때 여전히 큰 위협감을 느꼈다!이 주먹은 오성 미만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