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희는 뭘 해야 합니까? 4대가문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원효천마저 출관했습니다. 지금 상황에 저희로써 나중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어요.”그러자 잠깐 침묵하고 있었던 국왕이 입을 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원효천은 4대 국왕 시기에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라지?”“네, 맞습니다. 왕년에는 4대 국왕의 찬양을 받기도 했었죠.”강만용이 말했다.국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잠깐 고민한 후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하지. 내 직접 명령을 내려 3개월 이내에 원씨 가문의 아무도 한지훈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겠네. 하지만 3개월이 한계야. 3개월 뒤에는 한지훈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네.”“3개월이요? 너무 짧은 것 아닙니까?”강만용이 미간을 찌푸리자 국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게 내 최선이야. 4대 가문은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가 않아. 만약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어. 그래서 가끔은 나도 무기력함을 느낀다네.”그 말을 들은 장로들은 모두 침묵에 빠졌다. 그 시각, 원씨 가문 별장.거대한 거실 안에 수십 명이나 되는 가문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했다.그들은 가문에서 새로 선발된 지도자급 인물들이었다.원천걸이 있어야 할 가주의 자리에는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그가 바로 원씨 가문 5대 시조 중 한 명인 원효천이었다.수십 명의 핵심 인물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공손히 원효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수련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르신!”원천걸은 음침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앉으라 손짓하고는 말했다.“이건 수십 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린 내부에서 단합하여 외적을 물리쳐야 할 것이다! 오늘 회의 요점은 딱 두 가지야. 첫째, 새로운 가주를 선발하는 것. 둘째, 북양왕과 북양을 토벌할 대책을 세우는 것!”말이 끝나기 바쁘게 거실에 있던 인원들은 흥분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어르신, 그 망할 북양왕이 감히 우리 가주의 목숨을 빼앗아갔습니다! 절대 놈을 살려둘 수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원효천은 잠깐의 고민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괜찮은 제안이었어! 너 이름이 뭐지?”“어르신, 저는 원상용이라고 합니다.”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당당한 목소리로 답했다.“좋아! 아주 좋아! 우리 가문에 너 같이 똑똑한 녀석이 있었다니! 가문의 행운이로다!”원천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내가 시조의 신분으로 선포한다. 원상용에게 가문의 대업을 물려주고 가주로 임명한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거실에서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원상용 역시 놀라서 멍한 표정으로 원효천을 바라보기만 했다.다른 핵심 인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가주를 이렇게 정해 버리다니!“왜, 싫어?”원상용이 멍 때리고 있자 원효천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닙니다! 너무 기쁩니다!”원상용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다짐했다.“저를 좋게 봐주시고 이런 중임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가문을 잘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원씨 가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원효천은 껄껄 웃고는 그에게 말했다.“알았어, 일어나. 지금부터 네가 바로 우리 원씨 가문의 새로운 가주이다.”그 순간, 원상용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눈빛마저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마음 속에만 간직했던 야망이 깨어난 것이다!가문의 다른 멤버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원상용에게 고개를 숙였다.“축하드립니다, 가주님!”원상용은 자신의 부하가 된 사람들을 둘러보며 야망을 불태웠다.“앞으로 자네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네. 잘 부탁해.”인사치레가 오간 뒤, 원효천이 말했다.“상용아, 대결 관련한 건 네가 맡아. 7일 내에 난 한지훈 그놈의 모가지로 죽은 천걸이와 다섯 장로의 영혼을 기릴 거니까!”“예, 어르신.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원천걸이 공손히 답했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밖을 지키던 호위무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다급히 소리쳤다.“어르
원효천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잠깐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였다.“명을 받들겠습니다!”사내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조용히 별장을 나가버렸다.사내가 떠난 뒤, 사람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너도나도 바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르신, 폐하도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왜 우리만 3개월이나 가만히 있으라는 거죠?”“맞아요! 폐하는 편애가 너무 심하세요!”“3개월이면 한지훈 그 녀석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는 거 아닙니까!”사람들의 불만을 들으며 원효천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다들 입 다물어! 사사로이 폐하에 대해 의논하는 건 중죄야! 다들 죽고 싶어?”그의 호통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원효천은 뒤에 있는 원상용에게 말했다.“국왕께서 지시를 내렸으니 한지훈에게 3개월 시간을 더 줄 수 밖에! 난 3개월 동안 계속 폐관 수련할 것이다! 넌 가문을 안정시키고 3개월 뒤의 토벌을 준비하거라. 약속 시간이 지나면 난 출관해서 북양왕을 도륙하러 갈 것이다!”말을 마친 원효천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거실을 나갔다.원상용 일행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살펴 가십시오!”그 시각, 약왕파.약왕파 종문의 저택 내부에 장로와 장교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도 음침하게 굳어 있었다.황학용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불만을 토로했다.“장로님들, 장교 여러분, 북양왕은 정말 괘씸한 놈이예요. 이 기회에 놈의 기세를 꺾어야 합니다. 놈이 4대 가문과 척을 지고 중상을 입은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정예를 파견해서 놈을 암살하여 돌아가신 종사님들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오허청도 옆에서 거들었다.“저는 도련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번 강중 행으로 알아본 바, 북양왕은 정말 거만하고 예의 없는 놈이었어요. 우리 약왕파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요! 심지어 저와 도련님을 협박까지 했었죠. 놈이 중상을 입은 지금이 혼쭐을 내줄 기회입니다!”장로들과 장교들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들은 약왕파 장로들 중의 극히 일부분이고 황학용을 지지하는 세력이
그 시각, 강중.강중에는 봉쇄령이 내려졌고 모든 출입이 제한되었다.성 안의 백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기에 거리를 순찰하는 무장 경찰대오를 보고 긴장감에 떨었다.온병림은 강중에서 한 달 동안 군사 훈련이 있을 거라고만 공지했다.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은 강중에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예감했다.한편, 한지훈은 3일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세 명의 신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의 부상을 치료하고 있었다.바이탈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내상이 심각하여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우리 남편 괜찮은 거죠?”강우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신의에게 묻자 손강수가 잠깐 고민하다가 답했다.“사모님, 아직까지 상태는 양호합니다. 하지만 체내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한 기가 계속 오장육부를 자극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 기운이 조금 이상해요. 만약 스스로 이 힘을 통제할 수 있다면 깨어나게 될 겁니다.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강우연은 잔뜩 낙담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신의들을 각자 방으로 안내한 뒤에 강우연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한지훈을 보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강우연은 침대로 다가가 작은 손으로 상처투성이인 그의 손을 잡았다.한지훈이 쓰러진 3일 동안 그녀는 매일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여보, 내 말 들려..? 제발 무사히 깨어나 줘! 나랑 고운이한테는 당신뿐이잖아. 제발 우리를 버려두지 마….”강우연은 그의 손을 꽉 잡고 눈물을 흘렸다.“당신에게 무슨 일 생기면 나랑 고운이는 어떻게 살라고…! 우리한테는 당신이 필요해. 당신을 깨울 수 있다면 내 목숨도 바칠 수 있어….”결국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바로 그때, 검은색 도포를 입은 사내가 갑자기 방 안에 나타났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강우연에게 말했다. “지훈이는 아무 일 없을 거야.”소리를 들은 강우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놀란 눈으로 갑
“당신 대체 누구야? 별장 안에 수많은 무인들이 있어. 허튼 짓 하면 사람 부를 거야!”강우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사내에게 경고했다.그러자 사내는 피식 웃더니 손을 올렸다. 강우연이 손에 쥐고 있던 단도는 갑자기 흔들리더니 그녀의 손을 벗어나 허공으로 떠올랐고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사내의 손으로 들어갔다.그 광경을 목격한 강우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러 버렸다.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단이었다!사내는 단도를 자세히 살피더니 말했다.“모사 단도, 확실히 괜찮은 무기네. 안타깝게도 그 보검은 아직도 행방불명이지. 누군가는 부러졌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이 단도와 한 세트였어. 하나가 부서지면 다른 하나도 부서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사내의 말을 잠자코 듣던 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대체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바로 그때 사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회색 빛의 머리에 강인한 턱선,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지만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는 미남이었다.그의 두 눈은 한지훈과 매우 흡사했다.눈빛에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싸늘함과 위압감이 느껴졌다.“누… 누구세요?”강우연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사내에게 물었다.대략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는 담담한 미소를 짓더니 단도를 강우연에게 돌려주고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난 한용이라고 해. 넌 나한테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겠지.”한지훈의 할아버지인 한용?한지훈이 전에 여러 차례 할아버지에 관해 언급한적이 있었지만 강우연은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한용을 바라보다가 단도를 도로 허리춤에 차고 인사를 올렸다.“몰라봬서 정말 죄송해요, 할아버지.”그러자 한용은 껄껄 웃더니 인자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역시 내 손자가 선택한 여자라서 그런지 골격이 단단하군! 열심히 수련하면 언젠가는 내 손자의 오른팔이 되어 녀석의 힘이 되어줄 수 있겠어!”강우연은 무슨 뜻인지 몰라 그저
강우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그만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한지훈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었지만 그와 고운이를 버려두고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3일째 잠만 자고 있는 한지훈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그런데 한용에게 방법이 있다고 하니 그게 무엇이든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평생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강우연은 눈에 맺힌 눈물을 닫고 고개를 돌려 진지한 표정으로 한용에게 큰절을 올리고 말했다.“할아버지, 어떻게든 지훈 씨를 깨워주세요. 제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면 저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고 저를 잊고 좋은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라고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아쉽고 미련이 남았지만 그녀는 이미 결단을 내린 뒤 였다.한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내가 어떻게 너희 둘을 갈라놓겠니? 내가 녀석을 구하려고 널 혼수상태에 빠뜨린 걸 지훈이가 알면 날 증오할 거야…!”강우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용을 바라보자 한용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거라. 조금 전에는 네 결심이 어떤지 보려고 테스트한 거야. 할아버지를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비밀에 부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야. 만약 지훈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일을 진행할 수 없고 심각하면 지훈이에게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너에게 거짓말을 한 거란다.”강우연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할아버지를 믿을게요.”“그래, 지훈이가 너 같은 아이와 결혼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한용은 흐뭇한 눈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곧이어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다만 이 방법이 만능은 아니란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할아버지가 목숨을
한용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걱정 마. 내가 있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다!”“네, 할아버지를 믿을게요.”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언제 시작하나요? 저는 뭘 하면 될까요?”강우연이 재차 물었다.“저녁에 시작할 거야. 네가 할 일은 간단해. 나와 지훈이의 매개체가 되는 거야.”“제가요?”그러자 한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지금 지훈이가 혼수상태라 직접 기운을 넘겨줄 수는 없어. 게다가 내 힘은 너무 크고 방대해서 특수한 체질과 골조를 가진 사람이 필요해. 그 사람이 나와 지훈이의 매개체가 되어주는 거야.”“너는 백 년에 한번 나올까 한 특수한 체질을 가졌어. 난 너를 통해 내 체내의 힘을 상대적으로 균형 있고 안전한 상태로 만들 수 있지.”“다만 너도 똑같이 내 체내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강우연은 그제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쉽게 말하면 그녀는 한용의 압도적인 힘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한용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우연아, 진짜 잘 생각해야 해. 이걸 시작하면 네 몸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할 거야. 만약 네가 버티지 못한다면 지훈이도 깨어날 수 없어. 네가 끝까지 감당해서 도공법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운은 여전히 네 체내에 머무르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네 성격도 완전히 바뀌겠지.”“어떻게 바뀌는데요?”한용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그건 나도 확답을 줄 수 없어. 그래서 네 의견을 묻는 거야. 할 수 있겠어?”“네, 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한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준비하자. 별장에 있는 수영장으로 약욕을 할 거야. 지훈이의 부상을 치료하고 네 신체가 내 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약물을 수영장에 풀 거야. 저녁 여덟 시에 시작하자!”한용이 진지하게 말했다.강우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난 아직도 그날을 기억해. 당신이 공중에서 내려와 날 받아주던 날
별장 내부의 수영장은 이미 짙은 검은색 물약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는 모두 한용이 오후에 얻은 약재를 물에 담가 끓인 약재였다. 동시에 한용은 수년 동안 보관해 온 많은 영약을 수영장에 넣었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한용은 고개를 끄덕였다.용운과 다른 사람들은 앉은 자세를 유지한 채 한지훈을 수영장에 살며시 넣었다. 반면, 강우연은 헐렁한 잠옷을 입고 한 걸음 한 걸음 약탕에 들어가 한지훈과 마주 앉았다. 한용은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강우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이의 두 손을 꼭 잡거라, 이제 시작한다!"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감격에 겨워 반짝이며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한지훈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한용은 손을 들어 즉시 자신의 힘을 통해 천생서문에 기록된 하나의 심법으로 강우연의 체내에 주입했다! 그 순간, 별장 전체에 성난 파도 같은 기세와 위압이 감돌았다! 용운과 용형, 용월 세 명의 용존 조차도 천지를 파괴하는 듯한 횡포한 기운을 전혀 견딜 수 없었다!이때, 넓은 검은 옷을 입은 한용은 그들의 눈에 마치 마군이 세상에 내려온 것처럼 보였다. 한용의 몸에 깃든 기운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고, 그들의 영혼을 떨게 했다!그것은 모두를 능가하는 강력한 기세였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천왕계라고 할 수 있었다!!!용운을 포함한 세 명의 용존은 한용이 천왕계의 어떤 경지까지 올랐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한용이 확실히 일성 준천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한용의 몸에 깃든 강한 힘과 웅장한 기세로 인해 이 일방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너희 셋이 감당할 수 없다면 이곳을 떠나 밖으로 나가 몸을 피해도 된다."한용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용운을 포함한 세 명의 용존이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고, 그들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용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약탕을 바라보았고,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는 강우연을 바라보며
“미안하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의도적으로 체면을 구기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로 진천국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한지훈이 귀담아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오대명산의 각 원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한지훈 앞에 오면 누구 하나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국가 원수들조차도 한지훈은 이름을 외울지 말지 고민할 정도였다.전 세계에 백여 개국이 있는데, 한지훈이 언제 그들 이름을 다 외우겠는가?한지훈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며, 신분이나 지위 따위는 그저 덧없는 한때일 뿐이었다.“당신이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줄 아는 거요?!”옆에 있던 소 씨 노인은 즉시 분노에 차서 책상을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진천국은 산성에서 손꼽히는 인물인데, 한지훈이 그런 인물을 모른다고 하다니?이건 노골적으로 진천국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하지만 소 씨 노인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진천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젊은이, 나도 젊었을 땐 거만하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보면 안 돼.”진천국은 상위자의 태도로 차갑게 훈계했다.“용건이 뭡니까?”한지훈은 진천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오자, 진천국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지훈이 거만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럼 나도 본론부터 말하지. 처음엔 당신이 그냥 작은 가게 주인인 줄만 알았는데, 아까 당신의 태도에서 뭔가 좀 특별함을 느꼈소.”“하지만 나씨 가문에서 어떤 이득을 줬든 간에, 당신 따위가 우리 진씨 가문의 일을 망칠 순 없소. 내 딸도 당신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그러니 우리 서로 체면 구기지 않으려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온갖 옥기들이 진열된 이 옥기 상점은, 얼핏 보기엔 평범한 옥들뿐이었고 그 흔한 최상급 옥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가게를 지키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겠는가?한눈에 보기에도 이 가게의 주인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일 터였다!어차피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조금이라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대종문에 의탁했고, 일부는 오대 명산의 외부 제자가 되기도 했다.장사를 한다 해도 영기 회복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런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이 가게 주인은 아무런 배경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뒷마당에서 현관으로 나왔다.한지훈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진천국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옷차림만 보고도, 진천국은 그에 대한 인상이 한두 단계 더 추락했다.“휴,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소! 요즘엔 병왕계에 오른 사람도 널렸는데, 저런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진천국은 한숨을 쉬며 소 씨 노인에게 말했고, 소 씨 노인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영기 회복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용국은 유독 달랐다. 용국은 기운을 품은 나라였기에, 용국 대지 전체가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심지어 일반 백성이라도 체력이 조금만 받쳐주면, 저절로 병왕계로 돌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즉, 용국의 거리에서 젊은이 하나를 아무나 붙잡는다 해도, 무종에 입문했든 아니든 최소한 병왕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은 어쩐지, 완전한 일반인인 것 아닌가?그때, 한 젊은 여자 직원이 조심스레 진천국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진천국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 두 사람이 결코 선량한 손님이 아니라고 느꼈다.이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분
진천국은 바로 이러한 고려 끝에, 갑작스럽게 이 일에 진지하게 대응하게 된 것이었다.“음, 진 씨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씨 가문이 부흥한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나씨 가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 옥기점 사장은 나계홍 손에 놀아나는 한낱 졸개에 불과할 겁니다!”“만약 진 씨 형님께서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형님과 함께 그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소 씨 노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엔, 그 작은 옥기점 사장은 분명 나씨 가문 쪽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고, 나씨 가문 사람들과 짜고 이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단지, 진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말이다!“좋습니다. 장씨 가문 쪽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왔고, 장 도련님이 선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더군요. 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바람만 불어주면 됩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절대로 어떤 변수도 생기게 해선 안 돼요!”진천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계홍이란 자는, 워낙 생각이 치밀해서 아무나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위장이라 해도, 나계홍이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예를 갖추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그러니 저희가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를 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씨 노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진천국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줄곧 그 사람을 몰래 감시하게 해왔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적어도 그가 오대명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설령 자잘한 종문들과 조금 교류가 있다 해도, 우리 진씨 가문은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더군다나, 장씨 가문을 감히 거스를 수 있는 종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장령풍은 단순히 장씨 가문의 재능 있는 젊은이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령풍은 반보 인왕계 강자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도령이 사망한 뒤, 장씨 가문이 장령풍을 온 힘을 다해 양성하고
진선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들어선 이가 소 씨 노인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며 아버지와 소 씨 노인이 또다시 자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예감했다.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빠, 옥기점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요. 전 먼저 갈게요!”진선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 나가 버렸고, 진천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선과 장령풍의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선은 장씨 가문의 이 절세 천재에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진천국이 아무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도, 진선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사실 진씨 가문 역시 무도 세가였다.수십 년 전, 용국의 무종이 조정의 억압을 받으면서 진씨 가문은 무도를 버리고 상업으로 전환한 것이다.그러나 영기가 부활하고,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세상은 다시 수백 년 전 무종이 독주하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기세였다.이에 진천국은 다시 무종 문파에 의지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하지만 오대 명산이나 장씨 가문 외의 다른 무종 문파들은 그에 비해 전혀 쓸모가 없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조상 대에 이미 장씨 가문과 인연이 있었기에, 장씨 가문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진선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진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위세를 빌어 재기할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진씨 가문은 틀림없이 비상하여, 더는 이 산성 같은 촌구석에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 씨 어르신, 사실 지난 1년 동안 선이는 한 옥기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옥기점의 주인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진천국은 평소 소 씨 노인과 허물없이 대화하곤 했기에, 이 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사실 이 일이 장씨 가문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는 체면이 깎여 몹시 불쾌했다.무엇보다 그 옥기점의 사장은 이미 아내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