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의 말에 감명받아 이미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강만용은 직접 나서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공손히 말했다. “용각, 명령을 받들겠습니다!”곧이어 신한국 등 여러 사람들도 90도로 허리를 굽혀 충성심을 보였다. 그들 모두 국왕의 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당시 한씨 집안의 참사가 평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이젠 한용이 용국의 조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용국의 정세도 크게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국왕은 스스로 이 사건을 뒤집어버린 것에 따른 모든 후과를 부담해야 하기도 한다. 한편 국왕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석양을 느끼고 있었다. 역대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도 마지막 순간에 느끼게 되는 아쉬움이 많았다.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대업들을 다 이루지 못해 낸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사실 국왕은 내심 포부가 매우 컸다. “그래도 난, 국왕으로서 집권해 온 30년 동안 용국에 전혀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어! 용국 백성들한테도 매우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어! 하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건 내가 집권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을 정복하지 못한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텐데...”곧이어 국왕은 벌떡 일어선 채 노호하더니 얼마 안 되어 털썩하고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폐하!”눈치도 빠르고 행동도 빨랐던 강만용은 가장 먼저 달려가 몸을 휘청이는 국왕을 부축했다. 그러자 국왕은 강만용의 팔을 잡고는 겨우 몸을 지탱하여 다시 똑바로 서게 되었다. “폐하, 이젠 그만 돌아가시죠...” 강만용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그러나 국왕은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는 미소가 띠여있었다. “아직은 안돼... 구석 곳곳에서 우릴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 지금 당장 물러서기에는 무리야. 한지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곧이어 전부의 대장군이 서둘러 앞으로 나가 말했다. “폐하, 한지훈은 이미 내성에 들어
한지훈은 여태 이렇게 천 명이나 되는 수많은 중갑 병사들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난감한 상황에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몸에서 매서운 한기를 뿜어내며 곧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를 따라 용운도 나서려 하자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는 천자각으로 직통할 수 있는 등용도야. 엄연히 말하면 너희들은 용국에서 벼슬도 직책도 없기 때문에 이곳에 쉽게 발을 들여놓지는 못해. 가만히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만 있어.”하지만 압도적인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의 모습에, 용운은 더욱 긴장하여 소리쳤다. “용왕, 그래도...”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은 몸을 돌려 등용도의 천 명의 흑철 현갑 중갑 병사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들 사이의 간격은 약 50미터도 안 됐다. 그리하여 주위의 분위기는 매우 긴장되고 무거웠다. 심지어 숨소리마저 잘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용운과 모든 신룡전 강자들은 그저 눈앞의 한지훈의 뒷모습을 응시하기만 했다. “용존, 저희 그냥 이렇게 지켜보기만 하는 거예요? 만약 용왕이 실수라도 해도 다치기라도 한다면......”“그러니까요. 이 중갑 병사들, 얼핏 봐도 보통 놈들은 아니에요!”“용존!”용운은 무거운 안색을 한 채, 나지막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리쳤다. “모두 용왕님 명령대로 제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어!”한편 등용도 안으로 들어선 한지훈은, 단호한 눈빛으로 뒷짐을 진 채 한기를 뿜어내며, 그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하나같이 철갑처럼 중무장하고 있었다. 이들의 모습은 전에 지하 창고에서 마주한 호용 기병단과도 매우 흡사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고는 바로 가슴에 달린 마크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갑 병사들은 가슴에 청교를 달고 있었다. 용국에서 청교를 마크로 달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바로 저군이었다. 순식간에 눈앞의 이 천 명의 중갑 병사 배후의 세력을 알게 된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천자각 안에서 반드시 큰일이 곧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
한지훈은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저군은 아직 사령관 직위에 오르지도 않은 신하일 뿐인데, 감히 이렇게 내가 천자각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그럼 이렇게 된 이상, 난 저군이 왕위를 강탈하려는 반역의 의도가 있는 거라고 받아들여도 되지?”그가 뱉은 말은 매우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러자 겁에 질린 중갑 장군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소리쳤다. “말했다시피, 저는 저군의 명령만 따를 뿐입니다. 저군이 저희 부대를 여기에 파견한 이상 저희는 그 누구도 침입하지 못하게 할 겁니다! 설령 상대가 북양 왕 당신이라도, 단호하게 막을 겁니다!”“그럼 이왕 이렇게 된 상황에, 아예 모조리 죽여버려야겠다!” 한지훈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곧이어 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는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그 모습에 눈빛이 흔들린 장교는, 곧바로 허리춤에서 패검을 뽑아 들어 하늘 높이 들고는 그 빛을 뽑아내며 노호하였다. “다들 총을 들고 적을 맞이하거라! 모조리 죽여도 좋아!”쿵! 그 순간,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이 장총을 들고는 전투 자세를 취했다. “달려들어!”검을 든 장교의 노호와 함께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이 거센 물줄기처럼 한지훈에게로 돌진하였다. 이 모습을 본 한지훈의 미간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돌격해 오는 중갑 병사들을 주시하며, 손에는 오릉군 가시를 꽉 쥐고 있었다. 곧이어 한지훈의 몸에 있는 살의는 마치 용암처럼 미친 듯이 폭발해 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두 발을 세게 내디뎌, 등용도의 지면을 박살 내버렸다. 그러고는 마치 한줄기의 번개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오릉군 가시를 들고는, 순식간에 중갑 병사들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땡그랑! 금철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의 손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오릉군 가시는 10여 미터의 거리를 날아한 중갑 병사의 갑옷을 가볍게 꿰뚫고는 그의 가슴과 배까지 관통했다. 심지어 그의 뒤를 따르고 있
장교의 명령에, 그제야 중갑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고는 노호하며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한지훈의 눈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한기와 살기로 가득했다. “천박한 놈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어떻게든 저군의 한쪽 팔을 베어버려야겠어!”곧이어 한지훈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을 내디디자 지면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의 몸에서는 다시금 2성 현급 천왕의 기세가 갑자기 폭발해 버렸다. 가장 앞에 선 채 그에게 달려들던 10여 명의 중갑 병사들은, 어마무시한 그의 기세에 압도 당해 입에서는 피를 토해내며 일제히 땅에 쓰러져 버렸다. 곧바로 한지훈은 더더욱 기세를 폭발시켜, 마치 번개처럼 신속하게 앞으로 돌격해 갔다. 이내 그의 앞으로 달려오던 수십 명의 중갑 병사들은,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아예 산산조각 나 버렸다. “죽여! 당장 죽이라고!” 점점 분노가 끓어올랐던 장교는 더욱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마리의 용처럼 천 명의 중갑 병사들을 휩쓰는 한지훈의 모습에, 장교의 이마에도 어느새 식은땀이 스며들었다. ‘이건 너무 무섭잖아. 북양 왕이 이런 존재였어?’ 우르릉! 어느새 등용도 전체에는 놀랍게도 벌써 4500구의 시체가 쓰러져있었다. 셀 수 없이 널린 수많은 시체에, 등룡도 지면에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도 가득했다. 쓱. 이때, 갑자기 먼 곳에서 한 줄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손에 장검을 든 웬 장군이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너!”그 장군은 곧바로 전방을 향해 장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 이내 손을 들어 올려 직접 두 손가락으로 장검을 부러뜨렸다. 곧바로 그는 장군의 목덜미를 잡고는 그를 땅에서 들어 올렸다. “내 말 잘 들어. 넌 반역자로서 용국 전구 사령관을 습격하고 죽이려고 했어. 용국의법에 따라 난 오늘 반드시 널 죽이고 말 거야!” 철컥! 장군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지훈은 직접 그의 목을 힘껏 비틀었다. 그리
곧이어 저군은 손을 뿌리치고는 바로 천자각의 광장으로 향했다. 한편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기념비 앞에서는, 문무백관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국왕은 강만용의 부축을 받은 채 어느새 나무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이때 한쪽 편에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고 있던 저군은, 수많은 백관들의 곁을 유유히 지나가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훑어보기만 했다. 그러고는 다시 충성심 어린 눈빛으로 국왕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있던 백관들은 그제야 살짝 고개를 들어 저군을 바라보았다. “저군?”“저군이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 아직은 너무 이른 것 같은데...”“쉿! 목소리 좀 낮춰! 이제 폐하가 집권하게 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 아마도 앞으로의 용국은 저군이 통제하게 될 거야. 네가 이렇게 다 들리게 떠들다가 나중에 벌이라도 받으면 어떡하려고?”백관들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고, 그저 조금씩 머리를 들어 곁눈질로 저군과 국왕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새 국왕 주위에는 용각의 각로 네 명과 전부의 대장군이 서 있었다. 그들은 저군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습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신한국이 먼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저군, 네가 여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여기는 네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당장 저룡대로 돌아가!”사실 용국에는 특별한 금지령이 있었다. 국왕의 허락 없이는, 저군은 천자각에 발을 내디딜 수가 없다. 저군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건 단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국왕이 직접 왕위를 물려주거나, 혹은 국왕이 의도치 않게 사망하여 저군이 왕위를 자연스레 물려받게 되는 경우였다. 그런데 국왕이 부르기도 전에, 저군이 감히 버젓이 천자각에 발을 들여놓는 건 엄연히 이 금지령을 어기게 된 것이다. 국왕도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리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저군을 주시하고 있었다. 곧이어 저군은 공손히 몸을 굽혀 말했다. “폐하, 진로, 강로, 그리고 대
한지훈의 차가운 말소리가 떨어지자, 사방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맞은편에 서있던 일곱 줄기의 그림자는, 다섯 남자와 두 여자로 구성되어 있었고 체격은 제각각이었다. 그중 가장 중간에 서있던 사람은 대략 50~60세의 노인으로 추정되었다. 백발의 노인은 흰색 태극복을 입은 채 허리에는 한검을 차고 있었다. 얼핏 봐도 그 한검에서는 어마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일곱 사람들 모두가 천왕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일곱 명 중에서도 가장 대단해 보이는 상대는 바로 그 노인이었다. 최소 2성 현급 천왕 그 이상이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만 봐도 이미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상대에 눈빛이 흔들렸다. 눈앞의 이 일곱 사람은, 해외 전장에서 마주친 천왕 강자들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심지어 그중에는 삼성 지급 천왕도 한 명 있었으니까. 일반적인 천왕 강자라면 진작에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지훈은 절대 두려워하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서있는 7명을 주시하면서 발걸음을 내디디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바로 그때, 가운데에 서있던 노인이 갑자기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냈다. 곧이어 한 줄기의 검의 기운이 폭발하더니 순식간에 쓱 한지훈의 발아래 지면에 매우 무서운 검흔을 남겼다. 한지훈은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숙여 지면에 그을린 검흔을 바라보았다. 이 검의 기운은, 역시나 최소 2성 현급 천왕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었다. 바로 그때, 노인이 차갑게 먼저 입을 열었다. “북양 왕, 나는 명령대로 어떻게든 이곳을 지킬 거니까 넌 절대 그 선을 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일단 선을 넘게 되면 난 반드시 널 죽일 거거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색이 약간 변하기 시작하더니, 그의 입가에는 옅은 웃음기가 드러났다. 곧이어 한지훈은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는 직접 검흔을 밟아 선을 넘어섰다. “난 지
전투가 계속될수록 더더욱 강한 검의 기운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한지훈 혼자의 힘으로는 칠존 천왕을 대항하기에는 확실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는 끊임없이 빛을 뿜어내며 상대의 기운을 막아냈다. 그렇게 금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죽여!”바로 그때, 칠존 중 몸집이 가장 우람한 까만 피부색의 한 사내가 손에는 톱니가 달린 중검을 든 채, 갑자기 뛰어들어 검의 기운을 뿜어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 그 기운은 대지를 뒤흔들 정도였다. 이내 그가 힘껏 칼을 올려들자, 한지훈은 눈썹을 치켜들고는 자신의 주먹을 올렸다. 뜻밖에도 그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단지 주먹으로 그 검을 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죽어버려!”그러자 사내는 노발대발하며, 검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폭발시켰다. 여태 아무도 감히 그의 중검을 단지 주먹으로 막은 적이 없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게 될 뿐이니까. 곧이어 우르릉거리는 굉음과 함께, 중검이 기운을 뿜어내자 광장 전체는 그 공포의 기운으로 휩싸이게 되었다. 순간 모래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연기와 먼지가 자욱하게 깔리게 되었다. 곧이어 지면에도 좁고 긴 균열이 생기게 되었다. 그 균열은 무려 반팔 너비에, 길이는 십여 미터 정도였다. 검을 든 사내는 여전히 전투태세를 하고 있었다. 연기와 먼지가 흩어지고 나서야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고, 한지훈은 여전히 제자리에 우뚝 서 있기만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방금 주먹으로 그 강한 검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먹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뜻밖에도 멀쩡하기 그지없는 한지훈의 모습에, 사내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틈을 타, 곧이어 한지훈은 몸을 숙이고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뻗어 사내의 가슴을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사내는 역시 천왕 강자답게, 재빠른 순발력으로 자신의 가슴 앞에 검을 놓았다. 그렇게 한지훈의 주먹 한 방은 강하게 검을 내리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검을 들고 달려드는 노인의 모습에도, 한지훈은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반갑게 맞이하였다. 물러서지도 않는 당당한 한지훈의 모습에 노인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공포스러운 2성 현급 천왕의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천박한 놈! 감히 맨몸으로 나의 칼을 막으려고 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노인은 노발대발하며 이내 손에 들고 있던 긴 검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어마무시한 기온은 순식간에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특히나 한지훈은 그 얼음장같이 차가운 공기가 더더욱 와닿았다. 그렇게 검은 거친 한기를 뿜어내며 상대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지훈도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들린 오릉군 가시를 폭발해 내며, 땡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그 검과 충돌하여 찬란한 은백색의 불꽃을 터뜨렸다. 두 기운이 부딪히게 되자 곧이어 공포의 위압이 마치 핵폭탄처럼 사방으로 강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광장 전체는 순식간에 기운으로 휩싸이게 되었다. 바닥, 사방의 벽들 그리고 돌기둥에는 온통 공포의 검흔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던 한지훈과 노인은, 몇 번의 정면충돌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바로 이때 쾅하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은 멀리 날아가버렸다. 노인은 알 수 없는 기운에 몸이 몇 걸음 뒤로 밀려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한지훈도 마찬가지로 뒤로 10여 미터 미끄러지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곧게 폈다. 곧이어 그는 차갑고 무거운 눈빛으로 먼 곳에 서있던 노인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노인의 실력은 확실히 강하긴 했다. 이미 2성 현급 천왕의 실력은 많이 넘어섰고, 곧 삼성 지급 천왕의 경지에 오를 정도였다. 한지훈과 마찬가지로, 검을 든 노인도 놀란 기색이었다. 그는 한지훈이 이렇게 강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검의 기운을 이렇게까지 굳건히 버텨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일반 천왕의 강자라면 단 한 번도 버티기 힘들 정도의 기운이었다. 노인은 내심 한지훈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