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던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저 인간이 지금 뭐라는 거지?왕태훈이 자신과 같이 잔을 들 자격이 없다고 말한 건가?왕소연의 부친 왕태훈은 H시 세무서의 부서장직을 맡고 있었다.부서장이라고 하지만 H시는 워낙 도시가 큰지라 S시 시장급 인물과 견줄만한 고위 관료였다.S시의 세무서장이 왕태훈을 만나도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인사할 정도였다.그만큼 왕태훈이 가진 권력은 대단했다. 정계, 검경 쪽에 모두 그의 인맥이 있었다.그런데 백수 신세인 데릴사위가 이토록 오만한 태도로 나오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분노한 왕태훈은 술잔을 테이블에 쾅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아 싸늘하게 말했다.“술은 각자 마시는 거로 하지!”순식간에 룸 분위기가 싸늘해졌다.서연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서경희에게 말했다.“서경희,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애들 교육을 어떻게 했으면 사위가 어른한테 저런 태도냐고? 감히 H시 세무서 부서장직을 맡고 있는 내 남편이 우스워?”왕소연도 옆에서 거들었다.“강우연! 네 남편은 뭐 하는 놈이야? 우리한테 무슨 불만 있어? 좋은 마음에 같이 밥이나 먹자고 불렀더니 지금 우리가 만만해?”서경희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한지훈!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이모부한테 사과 안 해?”그녀는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분명 아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죽은 듯이 밥만 먹으라고 경고했는데!뚫린 입이라고 이렇게까지 결례를 범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신 역시 싸늘한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한지훈! 당장 이모부한테 사과하라니까!”강학주도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우연은 모두가 한지훈을 비난하고 나서자 덜컥 겁이 나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지훈 씨, 이러지 말고 이모부한테 얼른 사과해요….”한지훈은 강우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왕태훈 일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사과를 받고 싶으면 저 여자가 아까 우연이한테 한 일부터 사과하시죠!”왕소연은 한지훈이
서경희는 그 자리에서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한 자식! 당장 이모부랑 기 서방한테 사과하지 않고 뭐 해! 너 때문에 우리 가족까지 피해를 봐야겠어?”강학주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소란 그만 피웠으면 당장 사과해!”한지훈은 태연한 표정으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서경희와 강학주는 화근을 강우연에게로 돌렸다.한지훈은 가족들이 아내에게 압박을 가하자 어쩔 수 없이 왕태훈을 향해 잔을 들며 말했다.“이모부, 제가 충동적으로 실례를 범했는데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왕태훈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입을 다물었다.강우연은 미안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당신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어. 사과 정도는 별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룸 분위기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왕태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네, 네! 지금 당장 나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기태식과 왕소연에게 말했다.“어서 일어나! 나랑 같이 나가서 이안그룹 이한승 회장님 마중을 나가자꾸나!”그 말을 들은 기태식과 왕소연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그에게 물었다.“아빠, 뭐라고 했어? 이한승 회장님이 레드에 오셨다고?”왕태훈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예전에 그분이랑 한번 뵙고 싶다고 통화 한번 했었잖아. 기 서방 가문도 대단하지만 여긴 S시니까 이 회장과 엮일 일이 많을 거 아니냐. 그런데 바쁘신 분이라 좀처럼 만나주지 않더니 오늘 갑자기 여기 오신다고 하네. 비록 나도 H시에서는 잘나가는 세무서 부서장이지만 이 회장님 앞에서는 고개 숙여야지. 당장 마중하러 나가자고.”말을 마친 왕태훈은 앞장서서 룸을 나갔다.기태식과 왕소연도 얼른 뒤따라 나갔다. 룸을 나가려던 왕소연이 고개를 돌리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표정 관리도 잊고 입을 떡 벌리고는 한지훈의 손을 잡은 이한승을 바라보았다.이안그룹 이 회장이, S시 재계 요지부동 1위 재력가 이한승이 한지훈에게 굽신거리다니!수많은 고위 관료들이 그와 친분을 쌓으려고 다가가도 모두 거절했던 인물이었다.그런 사람이 왕태훈을 무시하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한지훈에게 굽신거리다니 믿기지 않았다.사람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지훈은 품에 아이를 안고 있었기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 뒤, 이한승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그 모습이 더욱 꼴사나웠다.왕태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건방진 자식!이한승이 먼저 손까지 내밀었는데 저 멍청한 자식은 보는 체도 하지 않다니!왕태훈은 이한승이 자신을 보지도 않고 지나쳤다는 사실도 있고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한지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회장님이 손까지 내밀었는데 그걸 무시해? 예의가 없어도 분수가 있지!”왕태훈의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기태식도 덩달아 한지훈을 비난했다.“한지훈! 넌 너무 건방져! 이분은 이안그룹 회장님이시라고! 글쎄 넌 당연히 모르겠지만 딱 봐도 대단한 인물이라는 게 안 보여? 당장 이 회장님께 사과드려!”“당장 사과해!”왕소연도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고는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한승에게 다가갔다.“이 회장님, 죄송해요. 그런데 사람을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이 사람은 강운의 데릴사위인데 현재 백수예요. 회장님께서 극존칭을 쓸만한 사람은 아닌데요?”서경희 일행은 대화에 낄 수 없었다.이한승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왕태훈 일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무엄하다! 한 선생한테 이 무슨 무례야! 나랑 한 선생은 오래전부터 우정을 쌓아온 사이야! 비록 한정그룹은 사라졌지만,난 옛정을 저버리는 인간이 아니라고! 한 선생은 당신들이 말하는 백수도 아니야. 이분은 북….”이한승은 다급한 마음에 하마터면 한지훈의 진짜 신분을 발설할 뻔했다.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으로
바로 이때 한지훈은 한고운을 품에 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니라 제 아내랑 그리고 아내 가족에게 사과하시죠.”“한지훈, 너 선 넘지 마! 네가 상가견이라는 걸 우리가 모를 줄 알아? 이갑부만 믿고 까불지 마!”왕소연은 한지훈이 한 말을 듣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즉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서연은 딸이 소리를 치며 화를 내자 덩달아 순간 안색이 변하면서 따라서 소리쳤다.“그래! 네가 뭔데 우리 보고 사과하라는 거야! 너 우리 사위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이러는 거지? 우리 사위는 H시 기 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참, S시에서 회사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야!”물론 서연은 홧김에 한 소리고 기태식은 당연히 그녀의 말에 반대했다.두 사람의 말을 듣고 한지훈은 눈썹을 들썩였다.그리고 이미 멍해진 강우연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그 뒤를 이한승도 따라갔다.화난 모습으로 콧방귀를 뀌면서 말이다.모두가 떠나는 모습을 보이자 왕태훈은 조급해졌다.한걸음에 다가가 왕소연의 뺨을 때리고 호통쳤다.“닥쳐! 당장 사과해! 이갑부에게 미움을 사면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당장 사과해!”갑작스러운 상황에 왕소연은 제자리에 굳어졌다.두려움이 가득 찬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아버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딸을 때린 적이 없다.“미안해, 내가 와인을 네 몸에 쏟아서 미안해. 우연아, 언니 한 번만 용서해줘.”왕소연은 당황한 채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루만지며 마지못해 사과했다.왕태훈은 또다시 서연을 노려보며 눈치를 줬다.그러자 서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서경희에게 사과했다.“경희야, 언니가 잘못했어. 내가 워낙 좀 생각이 없는 편이라 말이 막 나가.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그러자 서경희는 대범한 척하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말했다.“어머, 언니, 가족끼리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속이 좁은것도 아니고.”그렇게 기고만장하던 모녀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한
“당장 내려!”두목인 장한이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 휘두르면서 보닛을 마구 내리쳤다.그러자 보닛은 순간 움푹 꺼져 들어가 버렸다.차 안에서 강유연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한고운을 꼭 안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저 사람들 다 뭐예요? 지훈 씨, 우리 그냥 신고해요.”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강우연을 지그시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나가서 처리하고 올 테니 고운이랑 차에 있어.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차에서 내리면 안 돼! 알았어?”강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는 내내 긴장하며 불안해했다.“조심해요.”“아빠, 파이팅!”한고운은 솜 주먹을 꼭 쥐고 더없이 진지하게 아빠에게 응원을 해주었다.예쁜 딸의 응원에 한지훈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다가 눈빛이 확 달라지더니 차 문을 확 밀고 나갔다.문 주위에 있던 괴한 세 명은 그 자리에서 날아가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한지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려 문을 꼭 잠갔다.그리고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내뿜고서 아주 평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누가 보냈어?”쓰러졌던 괴한들은 힘겹게 일어나 분노가 가득한 채로 소리를 질렀다.“X발! 이런 미친 X을 봤나! 죽고 싶어 환장했어!”그러면서 그중 한 괴한은 야구 방망이를 들고 한지훈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팍!시간이 정지라도 된 듯이 야구 방망이는 공중에서 한지훈에게 잡혔다.괴한이 아무리 힘을 써도 야구 방망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모든 과정을 목격한 다른 괴한들은 순간 멍해졌다.그러나 친구가 장난하는 줄 알고 대뜸 웃으며 놀리기 시작했다.“철아, 너 X발 뭐 하는 거야? 그냥 때려! 여자 생기더니 마음이 약해진 거야?”철이는 지금 당황하기 그지없다.“나도 때리고 싶어! 근데 이 X 힘이 너무 세!”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지훈은 발로 철이의 복부를 강하게 차버렸다.그러자 철이는 연처럼 훨훨 4, 5미터나 날아가 가로등을 박았
”아아아! 귀신이다! 얼른 도망가!”괴한 중 누군가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순간 남은 괴한들은 몽둥이를 버리고 미친 듯이 승합차로 달려가 도망치려고 했다.가장 먼저 도망간 괴한은 당연히 제일 기고만장했던 우두머리다.육덕진 몸으로 좌석을 비집고 들어가 미친듯이 소리쳤다.“X발! 오늘 X됐어! 얼른 밟아!”그러나 차안의 여러 명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승합차 앞에 우뚝 서서 무서운 살의를 토해내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기 때문이다.우두머리는 이를 보고 험상궂은 얼굴로 다시금 소리를 질렀다.“밟아! 저 X죽여!”우웅!삽시간에 승합차는 스포츠카에 불과한 느낌을 자아내며 액셀을 끝까지 밟아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한지훈을 박으려고 했다.하지만 한지훈은 이내 덤덤한 얼굴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괴한들의 승합차를 보면서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그리고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지훈은 손을 들어 고속으로 달려오는 승합차를 내리쳤다.쿵!천지가 뒤흔드는 듯한 진동이 크게 울렸다.승합차는 큰 충격을 받으며 보닛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관성에 의해 차 뒷부분도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차안에 있던 괴한들은 일제히 앞으로 쏠려 나왔다.쿵쿵!앞 유리가 와장창 깨지면서 세 명의 괴한이 그대로 유리를 뚫고 나왔다.운전기사는 앞 유리에 몸이 박힌 패 피범벅으로 되어 그 자리에서 죽었다.우두머리도 몸 절반이 승합차를 뚫고 나가 얼굴에 유리가 가득 박혀 선혈이 낭자했다.한지훈은 단번에 우두머리의 옷깃을 잡아당겨 차에서 억지로 끌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보냈어?”피투성이가 되어버린 이 괴한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모른다고! 너 인제 끝났어! 우리 형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절대!”이를 듣고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발을 들어 괴한의 무릎을 세게 찼다.순간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거리 전체에 널리 퍼졌다.괴한은 눈동자가 붉어지고 얼굴에 핏줄이 가득한 채로 비명을 질
S시, 어느 별장 안.현재 방성훈은 단정하게 별장 안 소파에 한 여인을 안고 앉아 있다.품속의 여인은 속옷만 입은 채 예쁘게 빠진 몸매를 더없이 섹시하게 움직이고 있다.방성훈은 흡족하는 듯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시가를 피우고 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현금이 자그마치 2억이나 있다.“하하하하! 그래! 좋아!”방성훈은 전화를 끊고 웃음이 만발한 얼굴로 테이블 위의 현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여인을 단김에 확 잡아당겨 부드러운 피부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오늘은 너랑 사랑해야겠어! 내가 깊게 사랑 해줄게!”“아이, 부끄러워요.”쿵!별장의 정문이 누군가에 의해 차여 문 전체가 그 자리에서 터졌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부하들은 고속으로 날려가 큰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한쪽에 있는 술상에 깡그리 쓸어 넘어지고 입으로 피를 뿜어내며 생사를 알 수 없었다.살의로 가득 찬 한지훈은 그렇게 별장 안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사신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공포에 질린 모습이 역력한 방성훈을 보고 물었다.“네가 방성훈이야?”방성훈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이 화를 내며 한지훈을 삿대질하고 물었다.“X발! 너 뭐 하는 XX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쳐들어 와!”“지키고 있던 X들은 다 어디 갔어!”한지훈은 차갑게 웃으며 한 걸음씩 서서히 다가가 태연자약한 얼굴로 방성훈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문 앞에 있던 네 부하들 그러는 거야? 다 죽었어.”별장 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말 한마디에 별장 안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았다.방성훈은 아무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평온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어린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자식, 좀 하나 봐? 근데 감히 겁도 없이 이곳으로 쳐들어온 걸 보면 죽으려고 아주 환장을 했구나?”한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으며 자기 앞에 서 있는 방성훈을 보고 답했다.“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나 봐?”“하하하!”방성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전화도 안 받는 거야!”방성훈은 핸드폰에 대고 욕을 하였다.그리고 마침내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오빠, 왜 그래요?”옆에 있던 여인도 차츰 걱정되기 시작했다.불안하기는 방성훈도 마찬가지이지만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말했다.“괜찮아, 신호가 없어서 그런가 봐.”말을 마치고 방성훈은 고개를 돌리고 차가운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정체가 뭐야?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한지훈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내 차 뒤에 사람 붙이고 우리 일가족 습격하라고 지시 내린 사람이 너 방성훈 아니야?”한지훈의 답을 듣고 방성훈은 그제야 무거운 돌이 내려지는 느낌이 들었다.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시가를 피우며 웃으며 답했다.“하하하, 난 또 누구라고, 너였구나! 강씨 가문의 하찮은 사위, 한씨 가문의 상가견, 한지훈이었구나! 네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영호 걔들이 실패했다는 뜻인데, 너도 어느 정도 좀 하나 봐? 그럼, 그냥 고개 숙이고 내 밑으로 들어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돈도 여자도 만져주게 할게. 어때?”방성훈은 인심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마저 우러나왔다.한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우선 네 제안은 너무 별로야!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 난 복수하러 온 거야! 나 말이야, 다른 건 어느정도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아내랑 딸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히 못 있어. 아니, 너 같은 놈 입에서 우리 아내랑 딸 언급되는 것도 역겨워! 넌 가장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고 내 마지노선을 건드렸다는 말이야! 누구야? 네 배후에 있는 사람.”한지훈의 말을 듣고 여유로웠던 방성훈은 다시금 당황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 태연한 척하며 소리쳤다.“X발! 너 지금 나 겁주는 거니? 내가 S시에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배후를 불어 본 적이 없어! 내가 3살짜리 얘도 아니고 네 말에 겁먹고 빌 줄 알았어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