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매니저와 한 무리의 여자 가이드들도 이때 긴장한 얼굴로 허둥지둥 뛰어 들어오는 추택을 보고 놀랐다!왕 매니저는 즉시 달려가 접대하며 공손히 말했다."추 사장님, 왜 갑자기 오셨습니까? 안심하세요. 일은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곧 해결되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그리고 왕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경비원들을 향해 "왜 멍하니 있어? 빨리 이 두 소란스러운 놈의 다리를 부러뜨려 버려! 우리 사장님이 시찰하러 오신 거 못 봤어?"라고 말했다,말을 마치고 경비원들은 즉시 손에 든 전기 충격기를 휘두르며 한지훈과 강우연을 향해 다가갔다!강우연은 놀라서 한지훈 뒤에 몸을 숨긴 채 몸을 떨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오는 경비원 몇 명을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만! 누가 당신들한테 손을 대라고 했어?! 다 꺼져버려!”추택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즉시 노호하며 소리를 질렀다!아까 차에서 정도현은 추택한테 말했다. 이분이 바로 한선생이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한선생 부인이다!추택은 바보가 아니다. 요즘 대단한 인물들은 오히려 더욱 겸손하고 가난한 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깔보는 나쁜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추택도 알고 있다!비록 한선생이 옷을 아주 평범하게 입었지만 한선생도 이 부류에 속한다.그리고 정 나리가 아까 한선생이 다른 사람한테 신분을 공개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추택은 모든 것을 알아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아주 소리가 쨍쨍하게 왕 매니저의 기름진 얼굴을 후려치며 “무엄하다! 네가 지금 내 고객한테 감히 이런 태도로 대하다니!”라고 말했다.이 한대의 뺨은 왕 매니저와 기타 여자 가이드들로 하여금 얼떨떨하게 하였다!사장님이 생각 밖으로 가난한 두 사람을 위해 왕 매니저를 때리다니?왕 매니저는 의아한 표정으로 볼을 잡고 억울하다는 듯 “사장님, 왜 저를 때리십니까? 저 두 사람이 먼저 소란을 피웠습니다! 저 남자분이 우리 가이드를 때렸고 제일 비싼 드레스를
그 말에 왕 매니저와 다른 점원들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사장님,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그러니까요, 사장님. 분명 저 자식이 먼저 폭력을 휘둘렀단 말이에요.”“사장님, 왜 저런 버러지들 말만 듣고….”점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고 뜻을 밝혔다.그 모습을 본 추 사장은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3분 시간 줄 테니까 당장 사과해!”추택의 뒤에서 상황을 지켜본 왕 매니저는 거의 폭발 직전인 사장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돌려 한지훈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손님, 죄송합니다. 방금 전에는 제가 귀인을 못 알아보고 추태를 부렸는데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세요.”매니저가 먼저 사과하자 다른 여직원들도 마지못해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가 안 보이네요. 추 사장 저 사람들은 웨딩샵에서 일할 자격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눈치 빠른 추택은 바로 그 말을 알아듣고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요, 그럼요.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손님을 존중하지 않는 서비스직원은 자르는 게 당연하죠!”말을 마친 그는 그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자네들은 지금 이 시간 부로 해고야. 다른 웨딩샵에도 취직할 수 없게 커뮤니티에 공지해 두겠어. 알아들었으면 당장 짐 싸서 꺼져!”싸늘한 목소리에 자리에 있던 점원들은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울먹이며 추 사장에게 매달렸다.“사장님, 이러시면 안 돼요. 제발 해고만은 재고해 주세요.”“사장님, 저희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손님, 사과도 드렸잖아요. 저에게는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어요….”한지훈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당신들은 서비스 직종에 종사할 자격을 못 갖췄어. 그러게 오래 일하고 싶었으면 사람을 봐가면서 텃세를 부렸어야지.”한지훈의 등 뒤에 있던 강우연이 조용히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지훈 씨, 그냥 용서해 주는 건 어때요? 저 사람들도 이제 잘못을 깨달은 것 같은데… 안쓰럽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빌린 거야.”“빌렸다고요? 어디서요?”강우연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태도였다.한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우리 대표님한테서.”“도설현 대표님이요?”강우연의 얼굴이 질투와 실망으로 물들었다.“참 좋은 대표님이시네요. 2억 현금을 그렇게 쉽게 빌려주시다니.”질투에 얼굴까지 빨개진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자 한지훈은 웃음이 나왔다.“이상한 생각했지? 나랑 대표님은 직장 상사와 부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이제 돌아가자.”강우연은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게 사실인가요? 정말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사실 강우연은 자신이 없었다.5년의 고된 생활은 그녀의 성격을 겁 많고 조심스럽게 만들었다.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속은 여리디 여린 사람이었다.그녀는 점점 더 한지훈에게 의지하는 자신을 인지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도영그룹의 여자 대표가 한지훈의 주변을 계속해서 배회하고 그의 부탁이라면 2억 현금을 스스럼없이 내놓았다는 말에 강우연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진짜야. 맹세하면 믿을 거야?”한지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강우연은 다급히 그의 손을 잡으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믿을 테니까 일단 돌아가요.”그렇게 두 사람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렸다.그런데 승용차 몇 대가 그들의 앞에서 멈추더니 안에서 험악한 인상을 한 사내들이 내렸다.그들은 각자 손에 야구방망이를 든 채, 강우연과 한지훈을 겹겹이 포위했다.겁에 질린 강우연은 비명을 지르며 한지훈의 등 뒤로 숨었다.“저 사람들 뭐 하는 사람들이죠?”한지훈도 굳은 표정으로 적들을 응시했다.그리고 이때, 강희연의 어깨에 팔을 두른 오관우가 의기양양한 자태로 외제차에서 내렸다.“뭐야? 그냥 가려고?”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노려보았다.강희연은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서더니 표독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한지훈,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한지훈이 든든히 그녀의 앞을 지키며 서 있었고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던 양아치들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그들은 팔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한지훈이 군인 출신이고 비범한 싸움 실력을 갖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덟이나 되는 사람을 순식간에 쓰러뜨릴 줄은 몰랐다.한편, 그 광경을 두 눈 뜨고 목격한 오관우와 강희연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서렸다.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다가가자 겁에 질린 강희연은 뒷걸음질치며 오관우의 등 뒤로 숨었다.“너… 뭐 하자는 거야? 한지훈, 우리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회장님께서 널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오관우도 두려운지 강희연의 뒤로 숨으려 했다.서로 앞에 나서기 싫어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은 보기에도 우습기 그지없었다.한지훈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함쳤다.“닥치고 꺼져!”섬뜩한 목소리에 놀란 강희연 커플은 미친 듯이 차로 달려가더니 시동을 걸고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났다.강우연은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지훈 씨, 괜찮아요?”그는 담담한 시선으로 바닥을 구르는 양아치들을 노려보고는 말했다.“괜찮아. 이제 집에 가자.”“그래요.”강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미친듯이 질주하던 오관우는 한지훈이 뒤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길가에 차를 세우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젠장! 그 자식 대체 뭐야? 무슨 놈이 그렇게 무식하게 세?”강희연은 눈알을 굴리다가 갑자기 오관우의 가슴을 치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오관우, 이 무능한 녀석! 믿을만한 녀석들이라며? 여덟이서 어떻게 한지훈 한 놈을 상대 못해? 창피하지도 않아? 아, 짜증나!”오관우도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자식이 그 정도로 셀 줄을 누가 알았겠어? 직업 군인이라더니 정말 대단한 몸재주를 가졌네!”“그럼 이제 어떡해? 이대로 가만히 있으라고?”강희연은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팔짱을 끼며 앙칼지게
수화기 너머로 한 중년 남자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 사장, 금액은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4천만 원이면 되겠습니까?”그 시각, S시의 한 아파트.담배 연기가 자옥한 원룸 내부에 열명 남짓한 사내들이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한 컴퓨터 앞에 마주앉은 중년 사내는 한눈에 봐도 섬뜩해 보이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의뢰 게시 버튼을 누르고 4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입력했다.모든 준비를 끝낸 남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4천만 원짜리 의뢰가 들어왔어. 차액으로 2백 정도 더 챙길 수 있겠군.”“형님, 또 의뢰가 들어왔어요? 부럽네요.”옆에 있던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부러운듯이 말을 걸었다.“저녁에 내가 밥 살게.”조영호가 웃으며 말했다.“형님, 사랑합니다!”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이 환호를 질렀다.조영호는 커피를 타서 베란다로 나왔다. 메시지로 의뢰가 수락되었다는 알람이 떴다.잠시 후, 그의 계좌에는 200만 원이 입금되었다. 조영호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로 돌아갔다.그날 밤.한지훈은 강우연과 고운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홀로 정원에 앉아 밤하늘을 감상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빛에 진한 살기가 스쳤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담벼락을 응시했다.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재밌네. 누가 보냈을까?”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담벼락 쪽으로 걸어갔다.구석진 곳에 야행복을 입은 남자가 번뜩이는 비수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훌쩍 날아 담을 뛰어넘었다.가벼운 착지 소리가 들렸다.남자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조심하라고 하길래 경비가 삼엄한 줄 알았더니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이 정도로 4천만 원이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네. 젠장, 내가 이런 조무래기들이나 처리하고 있다니.”바닥에 착지한 순간 그는 이 집에 자신을 막을 정도의 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건너편에서 균일한 숨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얼핏 들어도 일반인에 불과했다.남자가 의기양양해서 4천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앞에 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최소 그의 보스와 거의 맞먹는 실력이었다.영찬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망치자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손을 꽉 잡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개를 든 한지훈은 다리를 들어 영찬의 복부를 걷어찼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영찬은 담벼락에 허리를 부딪히며 추락했다.담벼락이 무너지며 영찬을 뒤덮었다.영찬은 당장에서 피를 토하며 자신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오는 한지훈을 절망적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넌… 누구야? 무식하게 세네.”말하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영찬이 입은 부상은 심각했다. 오장육부가 파열된 느낌이었다.더 절망적인 건 상대가 힘을 아꼈다는 사실이었다. 한지훈이 만약 진심으로 응했다면 영찬은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한지훈은 영찬의 앞으로 다가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영찬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와 다를 바 없었다.“누가 보냈는지만 말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 너한테 기회는 한번뿐이야.”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토해내는 영찬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영찬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말하면 정말 살려줄 거야?”“쓸데없이 말이 많네.”이어진 싸늘한 목소리.영찬은 고민에 잠겼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말할게. 난 사이트에서 의뢰를 받고 왔어.”“의뢰? 무슨 의뢰?”한지훈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킬러넷이라고 살인 의뢰를 받는 사이트가 있어. 누가 4천만 원에 이 집에 사는 사람들 팔다리를 한쪽씩 부러뜨리라고 의뢰를 올렸더라고.”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킬러넷이라. 몇 년 전에 들어본 적 있는데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이야.”그 말을 들은 영찬이 움찔하며 겁에 질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킬러넷을 알아?”3년 전, 킬러넷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살 조직이었다.수천 명의 전문 킬러를 육성한 이 거대 조직은 비밀 리에 운영되고 있지만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킬
한지훈의 말에 영찬은 움찔하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었다.등골이 오싹하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당신은… 3년 전 그 사건에 참여했던… 전신급 전사 중 한 명인가요?”영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시무시한 실력과 그 전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과거 킬러넷 소탕 작전에 참여해 수많은 서방의 조직원을 제거한 용국의 여덟 전사와 그들의 사령관뿐이었다.설마 그 여덟 전사 중의 한 명일까?영찬은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미쳐버릴 것 같았다.‘내가 지금 무슨 의뢰를 받은 거지? 고작 4천만 원 벌자고 신급의 전사를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은 건가?’허탈한 웃음이 나왔다.이 사람이 이 사건을 끝까지 추궁한다면 본진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영찬의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왜 하필이면 나지?왜 하필 그 의뢰를 받아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거지?그는 용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한지훈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 여덟 전사는 내 부하들인데?”청천벽력 같은 말에 영찬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여덟 전사의 상사?여덟 전사 중 한 명도 아니고 그들의 총사령관이 눈앞에 있었다.용국의 수호신이자 동방의 용왕으로 불리는 존재!그가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용국의 수호신으로 불렀다.그리고 3년 전 킬러넷 소탕 작전을 경험한 유럽의 시민들은 그를 경외하여 동방의 용왕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전 유럽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영찬은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졌다.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자칫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과거 킬러넷 본진을 일망타진한 동방의 용왕이라니!영찬은 없는 힘까지 쥐어짜내서 기어나와 한지훈의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소인 영찬, 동방의 용왕님을 뵙습니다….”“동방의 용왕? 그건 또 뭐야?”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영찬이 말했다.“저는 킬러넷 휘하의 암살 점조직의 일원 영찬이라고 합니다. 동방의 용왕이란 호칭
말을 마친 영찬은 이마에 피가 터지도록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동방의 용왕이라. 재밌군. 아까도 말했지만 기회는 한번뿐이야. 누가 보냈어?”영찬이 다급히 대답했다.“용왕 어르신, 저는 킬러넷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같은 하층 조직원은 고용주의 정보를 알 수 없습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킬러 업계에서 의뢰는 전부 익명으로 받게 되어 있었다.고용주가 자신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킬러넷 같은 대형 킬러 집단도 고용주의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무릇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뢰는 유럽 암흑 세력의 선별을 거쳐 정보가 가려진 채로 게시되기 때문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유럽의 킬러 조직이 돌아가는 상황은 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고 있는 영찬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돌아가서 네 배후의 관리자한테 전해. 3일 시간을 줄 테니 알아서 해산하라고. 암살 조직의 구성원은 스스로 팔목을 잘라 그 사이트에 계시하도록. 그리고 용국 침입 불가라는 글도 함께 게시해. 알겠어?”영찬은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비천한 목숨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왕 어르신.”“꺼져.”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영찬은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절뚝거리며 정원을 나섰다. 더 이상 한지훈의 살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에야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날로 비행기를 타고 용국을 떠났다.한지훈은 쓰러진 담벼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내일 할 일이 생겼네.”침실로 돌아오자 강우연과 고운이는 달게 자고 있었다. 한지훈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침대머리에 놓인 다 타버린 향초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그것은 깊은 수면에 들게 하는 특수한 향초였다. 몸에는 별로 해가 되지 않지만 다음 날 일어나면 피로감이 드는 부작용이 있었다.군부대에 있을 때 군의관에게서 전수 받은 향초였다.비록 자주 의술을 쓰지는 않지만 수면향을 만드는 것쯤은 손쉽게 할 수 있었다.그 시각, 오관우와 강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