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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악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2-24 20:58:55

잠시 후. 옹벽을 들이받고 처참하게 찌그러진

정훈의 차 앞에 한 대의 차가 멈춰 섰다.

검은색 SUV였다.

트럭은 정훈의 차를 가까스로 피하고는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두 남자가 내리더니 정훈의 차 쪽으로 다가갔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피투성이의 정훈이 보인다.

“오 마이 갓.”

“왜? 죽었어?”

“모르겠는데. 죽은 거 같기도 하고.”

“확인해 봐.”

정훈에게 다가간 남자는 고개를 숙여 숨소리를 확인해봤다.

“아직 숨을 쉬는데.”

“음…… 일단 빨리 찾아봐.

좀 있으면 레커차들이 달려올 거야.”

“알았어.”

남자가 주위를 뒤지는 동안,

다른 남자는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회장님. 네. 찾긴 찾았는데요.

근데, 죽었어요. 아니 죽어가고 있어요.”

“뭐? 죽어가다니? 그게 뭔 말이야? 뭔 짓을 한 거야?”

“저희가 그런 게 아니고요. 빗길에 그냥 사고로.”

“뭐?”

“어떡할까요? 아직 살아있는 것 같은데.”

“너희들을 알아봤어?”

“거의 혼수상태라 못 알아봤을 거 같은데요.”

전화 속 인물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일단 서류 찾아서 빨리 빠져나와. 일단 서류만 챙겨”

“네. 저 친구는 어쩌죠?”

“뭘 어쩌긴 어째? 너희가 119야?”

“네, 알겠습니다.”

그때 차속을 뒤지던 남자가 외쳤다.

“여기 봉투 있어!”

“그래? 빨리 가져와.”

“근데 얘는?”

“널 보진 않았지?”

“보긴 어떻게 봐. 다 죽어가는 데.”

“그냥 빨리 와.”

봉투를 찾은 남자는 비에 안 젖게 봉투를 재킷 속에 넣은 채 뛰어왔다.

“봉투를 찾았습니다.”

“그래? 빨리 빠져나와.

너희들 뭐 흔적 남긴 것 없지?”

“네.”

전화를 끊은 남자와 봉투를 가진 남자는

재빨리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떴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몰아쳤다.

어둡고 고요하다.

가늠하기도 힘들만큼 끝없는 공간.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다.

고개를 움직일 수도 없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손을 들어 더듬어보니 얼굴에 뭔가 덮여 있다.

금속 재질의 헬멧 같았다.

그러고 보니 몸에도 뭔가가 덮어져 있었다.

분명 몸이 어딘가에 갇혀있다.

관 속 같기도 하고 갑옷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몸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다.

분명 가라앉고 있다. 물속이었다.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꼼짝도 할 수 없다.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그 무게를 이겨낼 수가 없다.

금속성 공간에 몸이 갇힌 채 점점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심연으로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어 간다.

눈을 떴다. 자주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악몽.

겨우 잠에서 깬 안인명은 꿈속에서처럼 몸이 무거워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이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무거웠다.

고개를 돌려 위를 보니 벗어놓은 옷들,

술병들, 먹다 만 과자부스러기 등이 보였다.

나지막한 산 중턱에, 위치한 낡은 주택은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둠을 짙게 머금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밤새 세차게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잔뜩 흐린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문자였다.

잠시 누워서 꼼짝하지 않고 있던 인명은

가까스로 침대에서 기어 나와 휴대전화를 잡았다.

‘안 선배, 죄송해요.

박 사장님과 협의해 봤는데 아직 그 회사가 불안정한 상태라

선배를 지금 당장 부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하네.

다음 기회를 보자고 하시네요. 미안해요.’

회사 후배 최 과장의 문자다.

자신과 친한 학교 선배가 차린 회사에 재무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얘길 듣고,

안인명에게 연락해 온 것이 일주일 전이다.

인명은 이력서를 최 과장을 통해 넘겨줬고

혹시나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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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 히어로   205화 SAVE 민사라 1

    그때, 김기정으로부터 정식에게로 전화가 왔다.스티커 폰을 열었다.“김 기자 수고했어. 우리 모두 모여서 봤어. 대단해!”다들 수고했다고 한마디씩 했다.“아닙니다. 다 사라 씨를 비롯한 여러분 덕분이죠.”“벌써 인터넷이 난리가 났어.”“저도 보고 있어요.벌써 우리 보도국에 다른 언론사에서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요.아마 내일은 더 난리가 날 겁니다.이무기가 반박 기자회견도 할 것 같고,다들 우리 회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협박할 겁니다.문제는 검찰이나 경찰이 얼마나 빨리 수사에 착수하느냐 하는 건데요.두고 봐야죠. 이번 싸움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거기 계시는 분들도 힘내시고, 사라 씨 잘 보호 부탁드립니다.”전화를 끊고 나자, 오히려 분위기가 심각해졌다.김 기자 말대로 싸움은 이제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그 싸움이 지루하게 길어질 수도 있고,어이없이 패할 수도 있다.하지만 다들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최선을 다한 것이고,지금까지 한 일을 후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뉴스를 지켜본 이무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의원님, 지금 기자들 전화가 빗발치는데요. 어떡하죠?”보좌관이 문을 열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어떡하긴 뭘 어떡해? 전화선을 뽑아버려.그리고 아무도 여기 못 오게 문을 봉쇄해.”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했다.“아니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빨리 차 대기시켜.집에는 내가 못 들어갈 일이 생겼다고 전해주고.”이무기는 급히 외투를 챙기고는 사무실을 나갔다.한헌준은 자신의 집 거실에서 뉴스를 봤다.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가족들이 미국으로 모두 떠난 뒤, 혼자 살아왔지만.오늘따라 이 큰 집이 더욱더 썰렁했다.사무실에 걸린 것보다 훨씬 큰 네메시스 여신의 초상화를 등지고 앉아서골똘히 생각에 빠졌다.전화벨 소리에 생각을 멈췄다.번호를 보니 강기범이었다.화가 났다. 전화가 계속 울렸다.마지

  • 우리 동네 히어로   204화 특종 2

    파주 집은 조용하면서도 들뜬 분위기였다.다들 차분하게 앉아 있지를 못했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끝냈다.“몇 시지?”“8시요.”“아,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니?”정식이 기다리기가 지친다는 표정을 지었다.“어, 여기 예고 기사가 떴네요.”정민이 인터넷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정경유착의 결정판, 그들의 더러운 민낯,오늘 밤 9시 KBC 뉴스에서 밝혀진다.’‘성폭행에 내몰린 여자 연예인, 오늘 밤 관련자 실명 공개!’어떻게 보면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었다.분위기가 무르익었다.“접니다. 덕만이요.”그때 마침, 덕만이 나타났다.“어떻게 왔냐? 고향에서 온 거니?”“네. 어머니 병원에서 곧바로 오는 겁니다. 이런 이벤트는 함께 봐야 재밌죠.”신난 표정으로 들어오는 덕만에게 정식은 ‘오버’하지 말라며 핀잔을 줬다.물론 덕만은 개의치 않았고, 다들 웃으며 덕만을 맞이했다.밤 9시 10분 전, 박 형사, 인명, 정식, 덕만,진구, 정민, 시은 이렇게 7명이 둘러앉았다.잠시 후, 사라가 마지막으로 거실로 나왔다.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거실 중앙 자리를 내어주자, 애써 마다했다.“아니야, 여기 앉아, 주인공인데.”인명이 그렇게 말하고는 ‘주인공’이라고 한 말을 후회했다.쭈뼛거리며 사라가 앉았다.드디어 뉴스가 시작되었다. 최종만 사장이 직접 앵커 역할을 했다.그만큼 중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이 사건을 다룬다는 의미였다.“KBC 사장 최종만입니다.오랜만에 여러분들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오늘 KBC 9시 뉴스는 특집으로 전해드립니다.미리 말씀드리지만, 지금부터 전할 이 이야기는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리라 생각합니다.하지만, 정확한 증거에 근거한 내용이며,그 중심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실제 증언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그녀의 증언과 그녀가 기록한 영상을 곧 보실 텐데요.우선, 자칫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엄청난 용기를 내어주신 ‘민사라’ 씨에게 감사의 말씀 먼저 올립니다.”다소 장황한 서두가 끝나고 뉴

  • 우리 동네 히어로   203화 특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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