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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히어로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40 チャプター

1화 봄비

3일째 내리는 봄비는 쉽게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점점 더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바람마저 거세져 거리에는 인적이 뜸했다.정훈은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서류봉투가 젖지 않게 재킷 속에 깊숙이 쑤셔 넣었다.현관에서 차가 세워진 주차장까지는 기껏해야 10여 미터.심호흡을 한번 한 후에 차까지 뛰었다.재빨리 차에 올라탄 후 봉투에서 서류를 빼내서 확인했다.다행히 세 장의 종이는 멀쩡했다.봉투 속에 함께 넣어둔 USB도 일단 한번 꺼내서 확인했다.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옆 좌석에 놓았다.정훈은 문득, 그녀의 모습이 생각났다.쏟아지는 비 때문에, 마치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렸지만,그녀는 분명히 뒤돌아서서 자신을 한참 바라보았다.정훈은 그 모습을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채 차창 너머로 바라보았다.그녀의 그 희미한 얼굴이 오늘따라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다.시간이 많지 않았다. 정훈은 생각을 털어내듯고개를 흔들고는 시동을 걸었다.어느새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했다.“김 기자님? 저예요. 이정훈이요.”와이퍼가 쉼 없이 앞 유리를 닦아냈지만,비는 순식간에 시선을 덮쳤다.하지만 마음이 급했다.“네. 지금 가지고 있습니다.네, 그것도. 한 30분 걸릴 것 같네요.”정훈은 통화 중에도 백미러를 계속 예의주시했다.출발 때부터 뭔가 꺼림칙한 게 있었다.비가 와서 한적한 도로에, 유난히 눈에 띄는 검은색 SUV가 있었다.계속 따라붙는 느낌이었다.‘아닐 거야. 내가 예민해서 그럴 거야.’정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으나 신경이 계속 쓰였다.“네. 도착할 때쯤 다시 연락드릴게요.”정훈은 전화를 끊고 다시 백미러를 확인했다.느낌이 좋지 않았다.일단 계획에 없던 우회전을 갑자기 하고는 속력을 올려보았다.그런데도 그 차가 따라붙었다.이건 우연이 아니다.‘뭐야. 어떻게 눈치챘지? 그럴 리 없을 텐데.’정훈은 조급해졌다. 비가 쏟아졌지만, 속력을 더 올렸다.아무리 비가 온다 해도 운전은 자신 있었다.차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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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악몽

잠시 후. 옹벽을 들이받고 처참하게 찌그러진정훈의 차 앞에 한 대의 차가 멈춰 섰다.검은색 SUV였다.트럭은 정훈의 차를 가까스로 피하고는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두 남자가 내리더니 정훈의 차 쪽으로 다가갔다.깨진 유리창 너머로 피투성이의 정훈이 보인다.“오 마이 갓.”“왜? 죽었어?”“모르겠는데. 죽은 거 같기도 하고.”“확인해 봐.”정훈에게 다가간 남자는 고개를 숙여 숨소리를 확인해봤다.“아직 숨을 쉬는데.”“음…… 일단 빨리 찾아봐.좀 있으면 레커차들이 달려올 거야.”“알았어.”남자가 주위를 뒤지는 동안,다른 남자는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회장님. 네. 찾긴 찾았는데요.근데, 죽었어요. 아니 죽어가고 있어요.”“뭐? 죽어가다니? 그게 뭔 말이야? 뭔 짓을 한 거야?”“저희가 그런 게 아니고요. 빗길에 그냥 사고로.”“뭐?”“어떡할까요? 아직 살아있는 것 같은데.”“너희들을 알아봤어?”“거의 혼수상태라 못 알아봤을 거 같은데요.”전화 속 인물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일단 서류 찾아서 빨리 빠져나와. 일단 서류만 챙겨”“네. 저 친구는 어쩌죠?”“뭘 어쩌긴 어째? 너희가 119야?”“네, 알겠습니다.”그때 차속을 뒤지던 남자가 외쳤다.“여기 봉투 있어!”“그래? 빨리 가져와.”“근데 얘는?”“널 보진 않았지?”“보긴 어떻게 봐. 다 죽어가는 데.”“그냥 빨리 와.”봉투를 찾은 남자는 비에 안 젖게 봉투를 재킷 속에 넣은 채 뛰어왔다.“봉투를 찾았습니다.”“그래? 빨리 빠져나와.너희들 뭐 흔적 남긴 것 없지?”“네.”전화를 끊은 남자와 봉투를 가진 남자는재빨리 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떴다.비는 점점 더 세차게 몰아쳤다.어둡고 고요하다.가늠하기도 힘들만큼 끝없는 공간.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다.고개를 움직일 수도 없다.심호흡을 한번 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손을 들어 더듬어보니 얼굴에 뭔가 덮여 있다.금속 재질의 헬멧 같았다.그러고 보니 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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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안 과장

사실, 놀랍지도 않았다. 벌써 여러 번 겪은 일이다.퇴직 이후에, 정확하게 말해서 회사에서 잘린 이후 구직 사이트를 뒤져보고,헤드헌터로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도 하고,다른 일을 하고 있는 회사 동료 출신들에게 부탁도 해보고 했지만,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50대 중반의 나이. 30여 년 가까이 일했던 직업이특별히 전문직도 아니었다.나름 대기업 직원이란 자부심도 젊을 땐 꽤 있었지만,지나고 보니 조직을 벗어난 자연인 안인명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비록 만년 과장이지만,그래도 안 잘리고 버텨온 나름의 자부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더군다나 ‘低 성과자’라는 밑도 끝도 없는 사유로해고된 이후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었다.그가 정확히 27년 동안 일한 회사는 ‘신정 물산’이라는다소 구시대적인 명칭을 가진 기업이었다.신정그룹 10여 개 계열사 중에 가장 오래된 이 기업은나름 탄탄했고 건실했다.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정치권력과의 유착과 비리 등으로몇 년에 한 번씩은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지만,큰 타격 없이 버텨 나갔다.그런데 신정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현 회장의 둘째 아들이 3년 전 이 회사의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조금 시끄러워졌다.전혀 예상 못 한 낯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다든가,이상한 타이밍에 이상한 곳으로 자금이 자주 빠져나갔다.당연히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안인명이 그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구체적인 발단은 6개월 전이었다.4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 가는 길에 그가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다.맹세코 그럴 의도는 없었다.과장 주제에 사장, 그것도 나름 재벌 가문의 스마트한둘째 아드님의 앞길을 방해하다니.분통 터지게 억울한 누명이다.단지, 사장님이 일부 회사 자금을 안 과장이 관리하는 예산에서 빼서,숨겨놓은 비상장 자회사에 넘길 수밖에 없는,큰 뜻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뿐이다.이건 그냥 지휘 체계 혼선으로 인한 미스일 뿐이었다.본부장이, 부장이 그에게 정확한 정보전달을 못 한 것뿐이었다.그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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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백수가 되다

사장은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들은 대로 자가발전이 빠른 분이었다.한번 시동을 걸면 멈출 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야, 이 새끼야. 내 말 못 알아들어? 이 병신 새끼.그 자금이 어떤 돈인데 네 주제에 뭐 사규 위반?네가 오너야? 이 새끼가 진짜!”사장은 갑자기 회의실 테이블 위에 있던 신문과 집기들을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사방으로 뿌려댔다.그러더니 갑자기 인명에게 다가와두 손으로 인명의 멱살을 손수 조르며얼굴에다 고귀한 침까지 친히 튀겨댔다.“앞으로 내 눈에 띄면 죽는다. 알아?꺼지라고 이 새끼야!”쉬쉬하며 회사 내에 전해 내려오는,살아있는 전설 같은 사장님의 그 화끈한 퍼포먼스를제대로 맞본 인명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굴욕감에 다리가 후들거렸다.한번 당하고 나면 내상이 너무 커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거나,이유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는다든가,끝내 사표를 쓰고 회사를 관둘 수밖에 없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지만이렇게 직접 당하니 머릿속이 그냥 하얘졌다.그 순간에는 분하다는 생각보다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더 이상의 굴욕을 당하면 그 자리서 그냥 졸도하거나급사할 것 같이 숨이 막혀왔다.그날이 정확하게 27년 차 안인명 과장의 마지막 ‘사장과의 대화’였다.사장이 씩씩거리며 사라진 뒤,어떻게 회의실에서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사람들의 눈길을 애써 피한 채 자신의 자리를 찾아와 앉았다.직원들은 다들 모른 척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알루미늄 재질의 간이 회의실에서 터져 나온 엄청난 폭발이었기 때문에,직원들은 사장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다 들렸을 것이다.하지만 직원들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섬마을의 늙은 어부들처럼,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히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그리고 인명도 애써 좀 전의 참사가 없었던 일인 양 무시하고 싶었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당사자인 인명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실제 사건’이었다.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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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나쁜 인생

‘네가 나가던가.’차라리 태형이 낮지, 그건 그냥 사형이었다.아니나 다를까, 1주일도 못 가서 권고사직을 당했다.회사 어용노조의 어용 노무 상담사는그에게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해고 무효소송을 낼 수 있다고 말은 했지만,뉘앙스는 쥐꼬리만 한 퇴직금이라도 제대로 받으려면소송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라는 뜻으로 들렸다.평생을 바쳐 일했던 회사의 사주와 그의 일당들은그가 퇴직한 후에도 끝까지 훼방을 놓고 있었다.업무상 관련 있던 회사나 하청기업들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그렇다고 다른 사업을 직접 해볼 자신도 없었고,하다못해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자영업을 하려고 해도 밑천이 없었다.인명은 돈하고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지금껏 살아오며 재테크도 해보고 주식에도 손을 대봤지만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대출을 끼고 투자를 하게 되고,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사고파는 타이밍도 항상 거꾸로 가기 일쑤였다.그나마 월급쟁이가 적성에 맞았으나 50대 중반의,별로 내세울 특기도 없는 그에게는 제2의 인생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퇴직이 그를 링 바닥에 쓰러뜨린 결정적 한 방이었다고 한다면,사실 그를 그로기 상태에 빠트린 펀치는 이혼이었다.정확하게 퇴직 3개월 전이었다.이혼과 동시에 얼마 되지도 재산 거의 대부분을,아들의 미래를 위한 위자료라는 명분으로 강탈당했다.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직장마저 잃어버린 것이다.그렇게 해서 링 바닥에 쓰러진 그가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무릎마저 완전히 꺾어버린 것은,유일한 자산이었던 회사 퇴직금을지인의 추천으로 시작한 가상화폐 투자로 한 방에 날린 것이다.그 당시 가상화폐는 6개월간 10배가 넘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는데,그것의 10배, 즉 100배는 간다는 뉴스와,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그놈의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한장밋빛 가득한 친구의 일장 연설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이혼과 그 직후에 찾아온 실직의 아픔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킨 게 분명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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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영숙

“어젯밤 양재동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인근 이면도로에서빗길 과속운전을 하던 30대 남성이 옹벽을 들이받고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사고 장소가 외진 곳이라서 사고가 난 지,경찰 추정 1시간이 지난 후 발견되었고,발견 당시 위독한 상태로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도착 30분 만에 사망하였습니다.봄비치고 꽤 많은 양이 내린 어젯밤,전국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여모두 6명이 죽고 22명이 부상 당했습니다.”또 음주 운전인가? 젊은 친구가.교통사고면, 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겠네.“다음 뉴스입니다.잔혹하게 여아를 성폭행하고도 겨우 5년을 복역한조형수가 출소를 앞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저런 인간을 응징도 못 하고 대책도 없이풀어주는 이 무기력한 사회는 과연 정상인가?술을 마시고 이성을 잃으면그리고 기억이 없으면 성폭행해도 되고살인해도 용서해 준다는 얘기인가?“국회의원 이무기 씨가 4월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이 의원이 무죄판결 이후 처음 언론에 얼굴을 드러낸 것인데요.이 의원은 무죄판결 직후,AI 선도기업 지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저건 또 뭔가? 저놈은 비리에, 뇌물에,거기다 성추행 논란까지 있는데.나랏돈을 자기 쌈짓돈처럼 쓰고,딸 같은 애를 집적대고,뇌물 받고 특정 기업 밀어주는 게 일상사였던저런 버러지 같은 인간이 정치지도자라고 떠들고 다니고.그래도 지지해 주고 믿어주는 단세포 인간들은 또 뭔가?이래도 돌아가는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과연 어떻게 된 나라인가?온갖 뉴스가 다 불만이다.욱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주제에 뭔 나라 걱정, 세상 걱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평생 누구에게 큰 소리 한번 못 질러보고 욕도 제대로 못 해보고주먹질도 못 해본 인생을 살아왔으면서뭔 할 소리가 있나 싶기도 했다.인명은 냉장고를 열었다. 뭐 딱히 먹을 게 없었다.늦은 점심이라도 사 먹기 위해 집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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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동생의 죽음 1

아무리 생각해도 정식은 분하고 허망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믿어 지지가 않았다.그렇게 맑고 착한 동생이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하다니.게다가 집안 형제 중에 그래도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똘똘한 놈이다.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네가 뭔 짓을 하고 다니던 이제 난 상관 안 한다.다만, 우리 정훈이 공부 다 마치고 결혼하는 거못 보고 가는 내 한을 네가 좀 풀어줘.이제 네가 가장이다. 정식이 꼭 책임져. 응?네가 평생 속 썩인 거, 내 다 용서하마. 부탁할게.”어머니가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남긴 협박이 아니더라도,15살 차이 나는 막냇동생 정훈이는 꼭 책임지려 했다.그만큼 사랑스러운 놈이었다.그래서 깡패 소리 들으며 더러운 꼴 보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두 여동생이, 남동생만 편애하고자기들은 대학도 못 가게 한다고 그 난리를 피우는 거 무시하며,정훈을 대학 졸업시키고 취직까지 시킨 거 아닌가.공무원이 되어서 형이 어려울 때 뒷배를 봐줬으면 하는 희망을 배신하고‘엔터’인가 뭔가가 유망하다며 매니저가 되었을 때도,잠시 서운했을 뿐이지 무조건 믿고 응원했던 게 아닌가.그런 막냇동생이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왔다.장례식장은 한산했다.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까닭인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자신을 형님으로 모시고 따르는 깍두기 머리의 동생들만십여 명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동생의 회사 대표라는 사람과 동료 몇 사람,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연예인 몇이 왔다가는 쫓기는 사람들처럼후다닥 떠나버린 게 유일한 동생 손님들이었다.“오빠. 저기 오빠 보자는 분이 계시는데?”여동생이 술상에 앉아 있는 정식에게 속삭였다.문상 온 손님일 거라, 생각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식장 입구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를 발견했다.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정식은 그에게 다가갔다.“일단 들어오셔서 식사라도.”“저…… 잠깐만 밖에서 얘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네? 밖에서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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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동생의 죽음 2

‘여보세요?’‘김 기자님? 저예요. 이정훈이요.’‘아, 네, 어디세요? 저는 십 분 후 도착할 거 같습니다.걸어가고 있어요.’‘네. 지금 가고 있습니다.’‘말씀하신 자료, 가지고 오시나요?’‘네. 가지고 있습니다.’‘그 영상파일인가, 뭔가 하는 것도요?’‘네. 네, 그것도. 한 20분 걸릴 것 같네요.’‘비가 오니 조심해서 오세요.’‘네. 도착할 때쯤 다시 연락드릴게요.’진짜였다. 동생의 목소리가 맞았다.도대체 무슨 일인가?내용이 이상하기도 하거니와,생생한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또다시 미어져 왔다.“며칠 전 동생분이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친구 소개로 전화한다면서.자기는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데,아주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서 꼭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고.”“그래서요?”“처음엔 별일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무시했는데계속 전화가 와서 결국 어제 만나기로 했었습니다.중요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한 여자의 목숨이 달린 거라면서.”“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뭘 가지고 있다고? 여자의 목숨이 달렸다고?”“저도 자세한 얘긴 모릅니다. 만나서 듣기로 했으니까요.”“나 참.”중요한 자료라니. 그리고 한 여자의 목숨은 또 무슨 말인가.정식은 혼란스럽기만 했다.“혹시 동생분 소지품이나 차 안에서 뭔 서류나 그런 게 없었나요?”“음…… 뭐 별거 없던 거 같던데.”“중요한 겁니다. 소지품이나 휴대전화, 잘 확인해 보세요.”동생이 도대체 뭘 하려 했단 말인가?전혀 이상한 낌새를 느끼거나,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 최근에 들은 적이 없었다.“그래서, 김 기자라고 했나요?그래 당신은, 그러니까 내 동생이 뭔가 이상한 일 때문에 그래,누구 손에 죽임이라도 당했다? 이 말인가?”“아, 그게 아니라,저도 알아봤지만. 지금으로서는 사고가 맞는 거 같습니다만.경찰 쪽에 손을 써서 블랙박스도 확인했는데사고가 맞는 것 같더라고요.다만, 저를 만나러 오다가,그것도 중요한 자료를 넘기기 직전에그렇게 비명횡사했다니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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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찌질이 인생 1

사실 이 마당에 자신의 얼굴색을 걱정할 형편이 아니었다.더군다나 간이든 위장이든 몸속 장기들 걱정까지해 줄 그럴 여유가 없었다.“너희 애는? 연락은 하고 지내?”인명의 아들 이야기다.“응.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사실 인명은 아들과 연락을 안 한 지 오래되었다.장모님이 한번 연락이 와서 아들 소식을 들려줬다.그게 안심하라는 위로인지아비 노릇 잘하라는 책망인지 모르겠지만,장모님의 말에 따르면 아들은 장학금도 받고 있다고 했다.그나마 다행이다.그가 아들에게 연락을 안 하는 것은 만약 아들이 어렵다 해도그가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차라리 모르는 게, 남처럼 점점 멀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아들도 그걸 아는 지, 연락을 안 한다.인명은 아내와 아들에 관한 생각을 지우려 애쓰고 있다.제발 그들이 남편과 아빠의 존재를그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주길 정말 바라고 있다.덕수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화제를 돌렸다.“인명아, 옛날 우리 미팅 했던 거 기억나니?왜 너 군대 갔다 와서 종로 2가에서 태민이랑 셋이 한 적 있잖아.여자 셋이 다 너를 찍어서 내가 열 받아 술 많이 마시고 토한 날 있잖아.”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나름 대학생 때는 미팅, 소개팅도 많이 하고 여자들도 꽤 만났었다.“그때, 네가 몇 달인가 사귄 애.이름이 수연인가 하는 애. 의상학과 나온 애 기억 안 나?”“기억 안 나는데? 근데 왜?”“그 애, 내가 얼마 전에 봤거든.처가에 갔다가 봤는데 그 아파트에 사는 것 같더라.많이 늙기는 했지만 딱 보니 알아보겠더라고.”나는 기억 안 나는데 이 녀석은 기억력이 갑자기 왜 이리 좋아졌지?살만하면 머리도 좋아지나?하여튼 인명은 그 여자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아니 정확히 말해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사실 대학 시절 인명은 꽤 괜찮은, 꿈 많은 청년이었다.물론 누구나 젊을 때 다 그렇지만,나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여자들에게 인기 좀 있었다.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때의 그가 아니다.그때가 좋았다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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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찌질이 인생 2

쿵 하는 효과음이 머릿속에서 스테레오로 울렸다.덕수의 말이 맞다. 찌질한 건 사실이다.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다. 정정한다.젊을 때는 괜찮았던 게 아니고그때는 좀 젊은 찌질이였고지금은 늙고 맛이 간 찌질이다.인명은 말실수한 것 같다고 뭐라고 사과하는 덕수를무시한 채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인명은 불현듯 수연이란 여자의 얼굴이 생각났다.얼굴이 희고 참 예쁜 애였는데 아쉽게 흐지부지 끝난 기억이 났다.점점 확실하게 그녀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찌질이란 말이 오랫동안 제 기능을 못 하던 그의 뇌를 자극한 모양이다.30년 전 겨울, 그러니까 인명이 스무 살 막바지를 보내던 겨울,눈이 심하게 내리던 날이었던 같다.여느 때처럼 소주 한잔 마시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여느 오래된 연인들처럼,너무나 평범하고 밋밋한 마지막 저녁을 보냈다.아마 둘이 버스 정류장까지 한 이 십여 분을 걸어서 간 것 같다.“첫눈이다. 와! 첫눈치고 많이 오네.”수연은 반가운 건지 씁쓸한 건지모를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래. 눈이 많이 온다.길이 많이 미끄러운데 또 엎어져서 무릎 깨졌다고,이제 치마 못 입는다고 징징대지 말고 조심해서 잘 들어가.”“야! 내가 언제 징징댔냐?그냥 피해 상황을 너에게 아주 객관적으로 보고했던 거지.”“뭘! 징징댔지! 하여튼 조심하라고.”그렇게 그녀를 떠나보냈다.평소처럼 쓸데없는 농담 한 두 마디하고.아마 수연이가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재수를 하겠다고 한 것 같다.헤어지자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인명은 그걸 헤어지자고 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왜 재수하려고 하느냐?재수한다고 꼭 헤어질 필요가 있나?공부하다 지칠 때 가끔 연락하고 만나자,하면서 왜 매달리지 못하고 그냥 헤어진 걸까?그날 인명은 하숙방에서 혼자 진탕 술을 퍼마셨던 것 같다.돌이켜 보면 모든 일 앞에서항상 미리 한발 물러나고 미리 포기하고미리 꼬리 내린 인생이었다.혼자 한참을 말없이 소주를 마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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