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무리 생각해도 정식은 분하고 허망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믿어 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맑고 착한 동생이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하다니.
게다가 집안 형제 중에 그래도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똘똘한 놈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네가 뭔 짓을 하고 다니던 이제 난 상관 안 한다.
다만, 우리 정훈이 공부 다 마치고 결혼하는 거
못 보고 가는 내 한을 네가 좀 풀어줘.
이제 네가 가장이다. 정식이 꼭 책임져. 응?
네가 평생 속 썩인 거, 내 다 용서하마. 부탁할게.”
어머니가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남긴 협박이 아니더라도,
15살 차이 나는 막냇동생 정훈이는 꼭 책임지려 했다.
그만큼 사랑스러운 놈이었다.
그래서 깡패 소리 들으며 더러운 꼴 보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두 여동생이, 남동생만 편애하고
자기들은 대학도 못 가게 한다고 그 난리를 피우는 거 무시하며,
정훈을 대학 졸업시키고 취직까지 시킨 거 아닌가.
공무원이 되어서 형이 어려울 때 뒷배를 봐줬으면 하는 희망을 배신하고
‘엔터’인가 뭔가가 유망하다며 매니저가 되었을 때도,
잠시 서운했을 뿐이지 무조건 믿고 응원했던 게 아닌가.
그런 막냇동생이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장례식장은 한산했다.
젊은 나이에 비명에 간 까닭인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자신을 형님으로 모시고 따르는 깍두기 머리의 동생들만
십여 명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동생의 회사 대표라는 사람과 동료 몇 사람,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연예인 몇이 왔다가는 쫓기는 사람들처럼
후다닥 떠나버린 게 유일한 동생 손님들이었다.
“오빠. 저기 오빠 보자는 분이 계시는데?”
여동생이 술상에 앉아 있는 정식에게 속삭였다.
문상 온 손님일 거라, 생각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식장 입구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를 발견했다.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정식은 그에게 다가갔다.
“일단 들어오셔서 식사라도.”
“저…… 잠깐만 밖에서 얘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밖에서요?”
굳이 밖에서 보자고 하는 사람을 따라 나왔다.
담배를 일단 한 대 권하니 안 핀다고 했다.
“그래, 무슨 일로?”
“네. 저는 KBC 방송국의 김기정 기자라고 합니다.”
“네? 방송국 기자분이 여긴 무슨 일로?”
“네. 사실은 어제 동생분이 돌아가시기 전 저와 통화를 했습니다.
저와 만나기로 했었거든요.”
“네?”
“상중에 이런 말씀 드리기가 뭣하지만,
동생분이 그냥 사고사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요.”
“그냥 사고가 아니라니?”
정식은 이게 무슨 소린가 어리둥절했다.
“누가 어떻게 했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제가 왜 이 말씀을 드리나 하면
동생분이 중요한 정보를 저에게 넘기려 했었거든요.
근데 만나기 20분 전에 그런 사고를 당한 게 너무 이상해서.”
정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김 기자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너 이 새끼.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내 동생이 어쨌다고?”
“잠시만요. 흥분하지 마시고.”
“너 죽고 싶어? 안 그래도 지금
누구 하나 보내고 싶은데 잘 됐다. 이 새끼가.”
“진정하시고요. 못 믿겠으면 제 휴대전화 녹음을 좀 확인하시고.”
정식은 잠시 분을 삭인 후에 김 기자의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 그가 들려주는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들었다.
민사라가 인터넷으로 바로 검색되지는 않았지만피클 등 주변 검색을 통해 사라의 과거에 대한 윤곽이 대강 잡혔다.사라의 말대로 12년 전 6명으로 데뷔한 피클.이리저리 찾아보니 사라가 얘기한 ‘제2의 핑클’어쩌고 한 유치한 기사가 진짜 있었다.총 4집까지 음반이 나온 것도 맞았고멤버 이름도 세나, 희진, 사라. 3명은 확인되었다.4집이 나온 이후에는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이미지 검색을 통해 데뷔 초,지금보다 훨씬 풋풋한 사라의 모습도 발견했다.천진난만하게 활짝 웃는 사라의 미소. 다시 가슴이 아팠다.군부대에서 군인들과 찍은 사진,어디 지역축제 안내 사이트에 실려 있는 멤버들의 무대 사진.어렵게 찾긴 했지만, 그녀의 행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행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무엇보다 중요한 단서는 일단 ‘허니 엔터테인먼트’의 발견,그리고 그 대표 이름이 ‘김현’이라는 것이다.회사의 연락처와 위치도 파악이 되었다.그래도 꽤 알려진 가수들도 한때 그 회사 소속이었다.“일단 내일 이 회사로 찾아가 봐야겠다. 대표도 만나보고”“그런다고 뭐가 나올까요? 대표가 뭔 대답을 해줄까요?”“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일단 그쪽으로 가보는 게 현재로선 최선일 것 같아. 다만.”“다만?”“김현이라는 작자가 사라의 납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거.사라의 이야기로 봐서는 이 자가 악역일 가능성이 커.”“저도 그게 걸리네요.”“아, 그리고 이게 사라가 내게 준 그 USB야.복구가 가능할까?침수가 된 데다 여기 모퉁이가 찌그러져 있는데.”“제가 이쪽으론 전문가인 친구를 알고 있거든요.그리고 CCTV 쪽도 제가 형사님,정확하게 말하면 전직 형사님도 알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해 볼게요.”인명은 진구에게 털어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보면 볼수록 든든한 친구였다.진구는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어제 일이 생각났다.안인명이라는 아저씨.처음 편의점 앞에서 봤을 때는 좀 한심한 어른 같았지만. 왠지 정이 갔다.좋았을 때
그래 이 차다. 인명이 다시 화면을 돌려봤다.가장 중요한 단서. 차량번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앵글도 좋지 않고 거리도 멀고 화질도 흐려서육안으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수십 번을 돌려봤지만 그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결국 CCTV인가? 난감하다.일단 블랙박스 SD카드의 파일을 노트북에 옮겨놓고 주인에게 돌려주었다.인명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밖으로 나와 편의점으로 향했다.인명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대뜸.“진구야, 근무 끝났니? 야간 근무도 계속해서 하니?”진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순순히 대답을 해줬다.“근무는 곧 끝나요. 오늘은 오후 근무만 해요.야간에는 사장님이 오실 거예요.”“너 저녁 먹어야지?”“예? 뭐 때는 되긴 했지만”의아해하는 진구를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진구는 순순히 따라왔다.벌써 저녁 시간이었다.그러고 보니 인명은 눈뜨고 아직 한 끼도 못 먹었다.“아까 말씀하신 검은색 차량은 찾으셨어요?근데 왜 그 차를 찾으세요?”“못 찾았다. 아직은. 그 차를 찾고 싶어.꼭 찾아야 해. 그러려면 네가 좀 도와줘야 해.”“제가요? 어떻게?”왜 진구가 그 차를 찾고, 사라를 찾는 데 함께 해야 하는지간단명료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내 이야기가 좀 긴데.그리고 좀 놀라운 얘기일 수도 있고,왜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뜸 들이지 마시고 일단 얘기해 보세요.”진구는 뭔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오늘 하루 인명의 언행이 수상쩍었고,진구는 그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다.인명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그러나 중요한 내용은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면서자초지종을 진구에게 설명했다.자신이 처한 어려움. 그래서 사실 자살하려 했다는 것.어젯밤 한강에서 사라를 만난 상황,세 남자. 사라를 집에 데려온 것.밤새며 들은 그녀의 과거. 오늘 낮 그녀가 사라진 것.검은색 차량에 관한 이야기. 블랙박스를 확인한 이야기까지.“이 이야기 리얼인가요? 헐~.”이야기가 끝나고
인명은 밖으로 나와 길을 샅샅이 살폈다.집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CCTV가 보였다.그리고 큰 도로에 접어들기 전까지 총 4개 정도의 CCTV가 보였다.관할이 지역 경찰서로 되어있었다.그렇다면 CCTV를 확인하려면 경찰서를 찾아가야 한다.사정을 이야기하면 보여줄까?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묻는다면?구구절절 이야기해야 하나?자신이 죽으러 한강에 갔다가 투신하는 여자를 발견하고같이 투신하고 어찌어찌 살아나서 집에 데려왔는데괴한들이 숨어있다가 여자를 납치해 갔다고 하면?그 여자 이름은 알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전직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밖에 모른다고 하면?참 난감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다 얘기하는 게 맞을까?그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그녀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무엇인가 생각난 인명은 다시 집 쪽으로 올라왔다.집 앞 건너편 쪽에 거주자 우선 주차 공간이 있다.차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사건이 일어난 자기가 두 시간 전 정도 흘렀다.차들은 그보다는 오래 주차되어 있었을 것이다.주차 각도상, 집 쪽이 잘 보일 것 같은 차를 4대를 선택하고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했다.통화가 된 3대, 중에 1대는 블랙박스가 없었다.2대 중 1대는 시동을 걸어야 블랙박스가 켜진다고 했다.이제 1대밖에 없다.차 주인은 자기 차는 블랙박스가 24시간 돌아간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차 주인에게 블랙박스를 보여 달라고 사정사정했다.놀러온 여조카가 그 앞에서 사라졌다고.연락이 안 되니 꼭 보여 달라고 했다.“제가요. 걔를 못 찾으면 형님에게 맞아 죽습니다.그 애가 약간 지능이 떨어져서요, 꼭 찾아야 합니다.저 좀 살려 주세요, 흑흑.”울다시피 해서 차 주인을 불러냈다.머리가 희끗 벗겨진 또래의 차 주인은 전화 내용에 놀랐는지화도 내지 않고 순순히 차 문을 열고 블랙박스에서 SD카드를 꺼내 줬다.인명은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자기가 집에 가서 차분히 보고 돌려주겠다고 했다.댁이 어디냐고 물
갑자기 그녀의 모습들이 떠올랐다.비를 맞고 산발한 채 웅크리고 있던 그 표정.차가운 한강 물속에서 본, 생과 사를 초월한 그 편안한 표정.다시 살아난 것에 대한 실망으로 울부짖던 그 얼굴.지난밤 소주를 마시며 과거를 얘기하던 그 애잔한 눈빛.그에게 기대어 온몸을 떨며 울던 그 느낌.그리고 오늘, 밝게 웃던 그 마지막 미소까지.도대체 어디 간 거지?어떻게 된 걸까? 분명 스스로 나간 건 아닌데.그 남자들은 누굴까?아! 24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야 했는데.사라가 졸면 뺨을 때려서라도 들어야 했는데.왜 그냥 자라고 하면서 얘기를 끊었을까?이제 겨우 말도 놓기 시작했는데.배달 음식이나 시켜 먹지.뭐 잘났다고 혼자 놔두고 나가서 이 꼴을.그러다가 뭔가 갑자기 생각났다.아차! 왜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그녀가 준 그 USB. 후다닥 책상 서랍을 봤다.열린 채 있었다. 이리저리 뒤져 봤지만 없었다.큰일 났다. 책상 주위를 다 뒤졌다.분명히 어제 받아서 서랍에 넣어뒀는데.아무리 취중이고 잠이 쏟아졌어도분명히 서랍에 넣어둔 기억이 나는데.그럼, 그것까지 뒤져갔단 말인가?어쩌면 그 USB가 사라 만큼 그들이 찾던 것이었는지 모른다.그런데 그것마저.망연자실하다가 우연히 쓰레기통을 쳐다봤다.혹시? 쓰레기통을 뒤져보니 그 USB가 있었다.‘이게 왜 여기 있지? 내가 여기에?아니면 사라가 머리를 써서 여기 버린, 아니 숨겨둔 건가?’어쨌든 일단 찾았다. 급히 노트북을 켰다.오래 사용하지 않다 보니 부팅이 더뎠다.마음이 급했다. 화면이 들어오고 부랴부랴 USB를 꽂았다.아뿔싸, 에러가 발생했다. USB가 열리지 않는다.아무리 해도 안 된다.USB를 빼서 만져보니 아직 습기가 느껴졌다.침수로 인한 에러 같았다.그리고 어제는 미처 발견 못 했는데 한쪽 귀퉁이가 찌그러져 있었다.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어제 사라가 한강에 뛰어들고뭍으로 올라오고 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과
“어르신! 혹시 위층 제 방에서 나오는 젊은 여자 못 보셨어요?”“뭐라고~? 젊은 여자? 그게 누군데?”“아니, 예쁘고 젊은 여자가 있었는데.”“뭐라고~? 자네 혼자 사는 거 아닌가?언제 젊은 여자가…….”“아니 그게 아니고요.그럼,. 남자들 들어오는 건?아니 나가는 건 못 보셨어요?젊은 여자하고?”“……?”“그럼, 위에서 쿵쾅거리거나 하는 소리.꽤 시끄러웠을 텐데.”“뭐라고~? 시끄럽다고? 내가?”하기야 주인 할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지금도 인명이 거의 괴성을 지르다시피 해야 알아들으니.예전에는 이런 사실이 참 편했는데.너무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증인이다.다시 계단을 뛰어올라 집으로 올라온 인명은최대한 냉정하게 다시 집안을 살폈다.안방은 자신이 떠난 그대로이고거실 겸 주방은 약간의 어지럽혀진 흔적,이를테면 현관 매트가 밀려 있었고,조그마한 1인용 소파에 있던 쿠션이 엎어져 있고,그녀가 덮고 잤던 이불이 어지럽혀져 있다.책상의 물건들이 일부 떨어져 있고, 서랍이 열려있다.일단 그녀의 옷가지는 없다.그가 일어날 때부터 그녀는 자신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리고 그 손가방. 그 가방도 없어졌다.그 외에는 그녀의 물건은 애초에 없었다.일단 냉정을 되찾으려 애쓰며 생각에 잠겼다.첫 번째 가정. 그녀가 스스로 나갔다?어제 그녀는 죽으려 했다가, 자신에 의해 목숨을 건졌다.처음에는 그를 원망했지만, 마음이 안정되면서 그를 믿기 시작했다.다시 살아 보려 했다.그리고 지나온 얘기들, 망한 걸 그룹 멤버이야기.다 듣지는 못했지만, 점점 꼬여가는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던가?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자기는 갈 데가 없다고 했다.분명히 쫓기고 있었다.그리고 오늘은 또 뭐라고 했던가?“어제는 아저씨를 원망도 했지만,지금은 이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해요.이렇게 살아난 것은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했고요.아저씨 말대로 그냥 죽기보단뭔가 발버둥이라도 치거나 최소한 살 때까지는살아봐야겠
포장을 부탁한 식당에 들러 음식을 받아 나오던 인명은건너편 보도에 서서 웃고 떠드는 젊은이 둘을 보았다.자신의 몸에 아직 남아있는 생채기를 만들어준‘여자 친구 패는 애’들이었다.인명은 그 애들을 유심히 바라봤다.자신이 할 일이 또 생겼다.해결할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 같았다.우선 사라의 일부터 정리한 다음, 하나씩 정리하기로 했다.이제부터 하루하루가 바쁠 것 같았다.집 앞 골목을 꺾어 도는데 갑자기 검은 차가 속력을 내며 지나갔다.하마터면 음식이 든 쇼핑백을 엎을 뻔했다.‘아니 이런 골목에서 저런 속도를 내다니. 미친…….’차가 사라진 길을 쳐다보며 투덜대다가,갑자기 뒷골의 힘줄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집을 쳐다봤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 차가 간 곳을 다시 봤다.차는 어느새 사라졌다.다시 고개를 돌려 집을 봤다.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한번 심호흡을 했다.그리고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자신이 기거하는 2층으로 연결되는 쪽문이 열려있었다.계단을 뛰어 올라갔다.현관문이 살짝 열려있다.분명 사라에게 안쪽에서 잠그라고 했는데.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집안이 어지럽혀져 있다.“사라! 사라! 사라 어디 있니?”심장이 심하게 뛰었다.박동 소리가 밖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안방이며 화장실이며 아무리 찾아봐도 사라가 없다.집이 좁아서 오래 찾을 데도 없다.숨을 데도 없다.괜히 사라를 부르며 옷장까지 열어봤다. 없다.‘그래 그 차. 그 차다.’인명은 집을 나와 그 차가 간 방향으로 전력 질주를 했다.보일 리가 만무했지만, 큰 거리까지 달려 나와 이리저리 살펴봤다.분명 검은색 차량인데 차종이 뭐였지?이런 바보. 차 번호는 고사하고 차종도 생각이 안 나다니.SUV 같았는데. 이런 주의력으로 어떻게 큰일을 하겠다고.바보, 병신. 스스로를 자책하며 한 삼십 분을 돌아다녀 봤지만,당연히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다시 집 방향으로 뛰었다.길거리 쌀집 앞 평상에 앉아 있던 노인에게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