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가 다 흐르고 난 뒤, 임지환의 손은 마치 꽃밭을 날아지나는 벌처럼 은침을 어르신의 몸 곳곳에 찔러 넣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어르신은 고슴도치처럼 찔려졌다.모든 것을 마치고 임지환은 옆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다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어르신은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 가네 사람들은 점차 인내를 잃어갔다."어떻게 된 거지? 왜 할아버지는 아직도 일어나시질 않는 거야?""내가 보기에 저 자는 전혀 능력이 없어, 그저 우리의 환심을 사려 할 뿐.""어르신 너무 불쌍하세요, 임종에 이런 죄까지 당하셔야 하다니.""..."그들의 재잘거림에 임지환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정말 이득만 생각하고 교훈을 잊는 사람들이다.이성봉은 안색이 잿빛이 되었고 머릿속은 온통 엉망진창이었다.만약 이 가네 어르신이 돌아가신다면 집안의 기반도 흔들릴 것이다. 앞으로 어떤 소란들이 생기게 될지 모른다.이때 이성강만 옆에 서서 음침한 표정을 하고 냉소를 짓고 있다.어르신이 죽기만 하면, 그는 철저히 분가해 첫째와 가업을 뺏을 생각이다."시끄러워! 나 아직 잘 살아있잖아!""어르신..."모든 이 씨집안 사람들은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귀신이라도 본듯했다.어르신은 언제 깨어나신 건지 이미 일어나 앉아 있었다."이 꼴통들, 일은 제대로 못하고 날 죽어라 저주하는 건 아주 하나같이 부지런하네."이 어르신의 목청은 아주 높았고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정기가 충만한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몇 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 같지 않았다."정말 신의 한 수입니다! 임명의는 정말 신이라 할 수 있어요!"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소태진은 이 모습을 보고는 바로 두 눈을 크게 뜬 채 흥분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어르신, 방금 깨어나셨으니 지금은 조용히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이 은침은 제가 한 시간 뒤에 뽑을 겁니다.""그리고 보름만 요양하시면, 어르신의 건강은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겁니다."임지환은 귀띔을 해준 후 이내 어르신
"지금 바로 이렇게 주시면 시장님의 체면을 구기는 게 아닌가요?""더군다나 저 임 씨는 그저 의사일 뿐인데, 저희 이 씨 집안의 증정을 받을 자격이나 됩니까?"이성강은 분노가 얼굴에 가득 찼고 내키지 않는듯해 보였다.용은 저택은 비록 어르신의 명의로 되어있지만 평소 대부분 그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그 저택을 자신의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만약 어르신이 임지환에게 선물한다면 그것은 그의 몸에서 살덩어리를 떼어내는 것과도 같다.그것도 몇백억 대의 비계다!"어리석다! 임 선생이 어떤 인물인지 감히 너 따위가 추측할 수 있는 거야?"나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혜가 있는 분이다, 그저 저택 하나일 뿐이니 준다면 주는 것이다.""이 일엔 더 이상 끼어들지 마, 시장이 정말 탓을 하려 한다면 당연히 내가 해명을 할 테니."이장호의 태도는 단호했다."하지만..."이성강이 입을 열기도 전, 이장호는 소리를 내어 끊어버렸다."둘째야 그만하고 좀 조용히 해, 방에 가 있으면서 반성하거라."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이 나자 이성강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는 임지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악물고 있던 이 사이로 한마디 내뱉었다."이제 두고 보자!"뒤이어 그는 콧방귀를 뀌고 옷자락을 휘날리며 떠났다."임 선생,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우리 둘째가 집에서 워낙 오냐오냐하다 보니 혹시 듣기 거북한 말을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게나."이장호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개가 짖는다 생각하죠 뭐."이장호처럼 팔방미인인 사람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임명의, 스카이 호텔에 이미 만찬을 준비했으니 걸음을 옮겨 얘기를 이어가는 게 어떨까요?"이성봉이 적당한 시기에 말을 꺼냈다."임명의, 먹으면서 얘기를 잘 나눠봐요."소태진도 아부를 떨며 말했다."난 아직 물어보고 싶은 의술 상의 문제들이 많네, 선생한테 가르침을 청하고 싶어."임지환의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목격한 후, 소
"언니가 오해했어, 진 도련님이랑 약속을 잡은 건 단지 프로젝트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야."배지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재빨리 설명했다."알았어, 먼저 밥 먹고 얘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어차피 감정은 천천히 키워나갈 수 있잖아.""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나한테 맡겨."전화를 끊은 후, 배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구름과 안개가 감도는 청용산을 바라보며 눈동자에는 강인함이 스쳐지났다."언젠가 이 청용산에 배 가의 자리가 생길 거야!"...스카이 호텔은 강남구의 상업중심에 위치했고 한강과 가까운 강한 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5성급 호텔이다.저녁 무렵, 새 벤츠 C 클래스 한 대가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오피스룩을 한 한수경이 하이힐을 신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배지수가 진 가와 연관이 생긴 후 그녀의 외출용 차량도 점점 수준이 높아졌다.전에 타던 파사트에서 지금의 신상 벤츠 C 클래스까지, 그야말로 비약이라 할 수 있다.이 모든 건 전부 진 가에 감사해야 한다.그러니 오늘의 저녁식사도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한수경은 곧장 프런트 데스크로 가 룸을 예약하려 했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한수경이 들어서자마자 문 앞에 서있던 웨이터가 마중을 나왔다."루프탑에 룸 하나 예약해 주세요, 여기서 제일 좋은 룸으로!"한수경이 패기 있게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호텔 루프탑 연회장은 전부 예약되었습니다."웨이터가 답했다."네?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그렇게 멀리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나랑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매니저 불러와요, 오늘 정말 믿기질 않네."한수경이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여사님, 저희는 충분히 자세하게 말씀드렸습니다."웨이터가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저희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한수경은 직원을 힐긋 쳐다보고, 고양이 같은 눈매에 분노를 가득 머금고 말했다."내가 말한 거 못 알아들어요? 얘기를 하더라도 로비 매니저랑 할 거예요, 당신이 뭔데?"
이내 그는 허리춤의 무전기를 꺼내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루프탑에 사람 두 명 보내서 그 여자 쫓아내!"이 호텔에서 경호대장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 중 능구렁이가 아닌 사람은 없다.진 가는 비록 겉보기에 이 가와 차이가 크지 않지만 최근 몇 년에야 흥한 터라 기반이 불안하다.이 씨 집안이라는 지역의 명문과는 전혀 비교할 가치가 없다.어느 쪽이 가볍고 어느 쪽이 중요한지 그의 마음속엔 자연스레 판단할 저울이 있다.그 시각 호텔 지배인 이민정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벤츠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고 이 씨네 집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었다.임지환이 차에서 내렸고 손에는 등나무로 엮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장 집사님, 안녕하세요.""분부대로 이미 사람을 시켜 루프탑 전체의 예약을 미루라고 했습니다.""그러니 그곳은 전부 이가의 손님을 초대하는 연회에 쓰일 것입니다."이민정은 전형적인 강남 여자의 생김새였고 몸매가 가늘어 호텔에서 주문 제작한 직업복까지 입고나니 꽤나 눈 호강이 되었다."이 분은 용성수 명의십니다, 오늘 어르신께서 초대할 귀빈이에요."장 집사가 이민정에게 소개를 했다."용성수 명의요?"이민정은 궁금함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이 호텔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격을 맞춰 입고 온다.임지환처럼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그녀도 처음 본다.이 차림새에 어딜 봐서 명의라는 거지?마음속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민정은 바른 예의를 갖추어 손을 내밀었다."명의 선생님, 안녕하세요."하지만 임지환은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상대가 미녀라 해서 지나치게 열정적이진 않았다.‘예의없게 굴긴!’임지환이 악수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이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운 손을 거두었다."용성수 선생님은 귀한 손님이시니 반드시 잘 대접해야 합니다."장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말하자면 용성수 선생이야말로 오늘 밤의 주인공이니까요!"냉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임지환과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힐 때까지 경호대장 이휘와 다른 사람들은 계속 허리를 굽신거리며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임지환?"한수경은 그 뒷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의혹스러웠다."저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는 알아보기 위해 따라가려고 했다.하지만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기도 전, 이휘와 다른 사람들로 인해 막혀버렸다."이건 VIP 손님을 위해 준비한 엘리베이터라 관계자 외 출입 금지예요."이휘가 차갑게 말했다."VIP?""방금 들어간 남자, 내가 아는 사람이야. 임지환이라고."한수경이 말했다."임지환? 난 전혀 모르겠는데요.""방금 들어간 건 이 씨 집안 장 집사예요, 그리고 다른 귀빈은 용성수 선생이시고.""여기서 소란 피우지 마요, 아니면 내가 손을 써도 탓하지 말아요."이휘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사람들이 또 포위하려 하자 한수경은 바로 뒤로 물러서며 큰소리로 말했다."나 건드리지 말라고, 알아서 갈 거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허겁지겁 로비로 왔다."설마 방금 잘못 본 건가? 방금 그 사람은 임지환이 아닌 건가?""하긴... 그 병신이?""걔가 무슨 자격으로 이 씨 집안의 귀한 손님이 돼서 이런 5성급 고급 호텔에 드나들겠어?"터무니없는 생각을 없앤 후 한수경은 구석진 곳을 찾아가 배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경과를 알려주었다."알았어, 그럼 1층 룸으로 바꿔줘."배지수는 전화를 끊은 후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이 씨 집안은 역시나 호탕하다. 천금을 투척해 가장 좋은 루프탑 전체를 예약하다니.비록 배 가도 위를 향해 발전하고 있지만, 강한 시의 명문들과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이러한 차이는 배지수가 위로 기어오르려는 결심을 철저히 자극했다.그런 생각을 안고 그녀는 문을 열어 병실로 들어갔다.배준영은 유옥진이 깎아 준 사과를 먹으면서 한창 즐겁게 동영상을 보며 허허 넉넉 거리고 있었다.그는 미닫이문 소리를 듣자마자 사과를 뱉어내고 이불
"진 도련님?"유옥진과 배준영은 시선을 마주치고 바로 기뻐했다."이번에 가서 얘기한 일은 어떻게 됐어? 순조로워?""아주 순조로워요,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되면 우리 회사에는 180억의 순이익을 낼 수 있어요."배지수가 웃으며 말했다."180억?"유옥진과 배준영은 펄쩍 뛸 번 했다.180억 원의 이익이면 아주 큰 계약이다.진 가를 가까이한 가치가 있다!"진 가 도련님이 너한테 참 잘해주네."유옥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누나. 내가 듣기론 진 도련님이 누나한테 호감 있다던데.""만약 둘이 잘되면 우리 배씨 집안 아주 날아다닐 수 있는 거 아니야?"배준영이 옆에서 흥분에 겨워 손을 비볐다."헛소리하지 마, 우린 그저 협력관계일 뿐이야."배지수의 얼굴이 붉어졌다.진화는 얼굴이 잘생겼고 분위기도 범상치 않으며 가정 형편도 넉넉해 둘도 없는 골드 미스터다.사실 배지수에 대한 그의 사모의 뜻은 다른 이들도 알고 있다."뭐가 무서울 게 있어, 어차피 누나 이혼했잖아. 안될게 뭐 있어?"배준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진 도련님이 누나 재혼인 거 싫어하지만 않으면 무서울게 뭐 있어?""네 동생 말이 맞아.""넌 아직 젊으니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시간 더 끌다가는 딴 년한테 빼앗기겠어."유옥진은 힘껏 맞장구를 쳤다.그들의 눈에는 진화야말로 사윗감 선택지 중 최고의 선택이다.그리고 임지환은... 말을 말자!"다음에 얘기해요. 먼저 돌아가서 준비할게요."배지수는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잠깐만."유옥진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집에 가서 잃어버린 물건 없는지 확인해봐.""왜요?"배지수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대며 물었다."그 녀석이 나갈 때 보니까 상자가 아주 묵직해 보이던데.""돈 나가는 집안 물건 꽤나 가져간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유옥진이 귀띔했다."임지환 그런 사람은 아닐 거에요."배지수가 고개를 저었다."사람은 겉만 알지 속은 누가 알아? 누가 그 녀석이 어떤 사람인
어둠이 내려앉자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호텔 루프탑의 연회홀에서는 이 씨 가족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하지만 주인석에 앉은 건 이 씨 가주인 이성봉이 아니라 임지환이었다.멀리서 온 소항명의 소태진도 끝자락에 앉아 그를 공손히 모실 수밖에 없었다.이성봉의 마음속에서 임지환이 얼마나 심상치 않고 높은 위치에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임명의, 이번에는 정말 명의 덕분에 어르신이 완쾌할 수 있었어요.""이 술은, 제가 명의께 권하죠!"이성봉은 두 손으로 잔을 들고일어나, 잔속에 담긴 50년 된 모태을 단숨에 마셨다.임지환은 그저 상징적으로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이성봉은 화를 내긴커녕 오히려 정성스레 임지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호텔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그들이 올라오기 전, 이민정은 이미 오늘 손님의 신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120%의 정신을 차리라 했고 절대 아무런 실수도 하면 안 된다 했다.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연스레 이성봉의 최고 재벌 신분을 알게 되었다.그럴수록 그들은 더욱 궁금했다.상석에 앉은 젊은이가 대체 어떤 큰 인물이기에, 강한 시 최고 재벌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게 할 수 있는 걸까?"임명의, 명의의 그런 침술은 난 한평생 처음 보네.""혹시 체면을 봐줄지 모르겠네만, 의술 방면에서 나를 좀 지적해 줄 수 있겠나?""걱정하지 말게, 내 절대 헛수고시키지 않을 테니.""허락만 해준다면, 무슨 요구든지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다 승낙하겠어!"임지환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지, 소태진은 직설적으로 성의를 표했다."의술만 놓고 말하면 사실 당신은 저보다 많이 부족하지 않아요, 저도 지적할게 별로 없어요."임지환이 고개를 저었다."임명의, 알고 있네!""의술의 전수는 항상 사승을 중요시하지.""내 나이가 많은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 자네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 자네 생각은 어떤가?"소태진은 마음을 먹고 임지환이 동의를 하든 말든 다짜고짜 의자를 제치고
그리고 그의 뒤에는 젊은이 한 명이 따르고 있었다.그 중년이 나타나자 식탁의 이 씨 가족들은 모두 일어섰다.이성봉도 아예 몸을 일으켜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홍 시장님 장난이 심하시네요, 시장님이 오시는 건 저희 이 가의 영광이죠."홍진!강한 시 시장으로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다!"세상에! 오늘 이건 대체 무슨 대단한 식사 자린 거야, 강한 시 시장님 홍진까지 오시고!""드물긴 하지만 이상할 건 없지! 식사 자리를 마련한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봐. 최고 재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별로여봤자 어느 정도겠어?""하지만 상황을 보니, 홍 시장님 좋은 의도로 오신 건 아닌 거 같은데, 이 식사 분위기 안좋아지는건 아니겠지?""..."호텔 종업원들은 옆에서 낮은 소리로 수군댔다."됐어, 인사치레는 그만하지.""난 오늘 식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소항 명의인 소태진을 만나러 왔어."말을 마치고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소태진을 힐긋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군!"소태진은 얼굴을 붉혔다. 지금와서 일어나지도 계속 꿇고 있을수도 없었다."사람을 만났다 하면 꿇는 의사가 무슨 능력이 있겠나?""소위 말하는 명의도 그저 사람을 농락하는 것에 불과하군! 정말 너무 실망스럽구먼!"홍 시장은 뒷짐을 지고 얼굴엔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시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다 제가 소홀한 탓입니다, 이렇게 괜한 발걸음을 하게 만들고."이성강이 곁에서 말했다.그와 홍진은 동서지간이다.이런 관계가 있기에 그는 이 씨 집안에서 가주 이성봉과 대립할 수 있었다."시장님, 오해십니다.""의술을 논하자면, 소 어르신은 확실히 명의라는 칭호에 걸맞습니다."이성강이 그를 도와 설명했다.소태진도 이 가에서 청해온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그는 자연스레 소태진이 모욕을 당하는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홍 시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확실히 명의라는 칭호에 어울리지 않습니다."소태진이 스스로 일어났다."흥,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