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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Author: 베이글
나는 코트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준 채 대리석 복도를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뒤에서 줄리안의 가죽 구두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세라피나, 차 준비해 놓을 테니까 저택으로 들어가.”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오히려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다 바닥에 무언가에 발이 걸려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새로 감아둔 화상 붕대가 순식간에 터져 나오며 붕대 위로 시뻘건 피가 배어 나왔다.

넘어지는 충격은 끔찍할 정도로 잔인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바스러지며, 내게 남아 있던 마지막 비참한 희망의 조각까지 모조리 앗아갔다.

나는 이를 악물었지만, 아무리 멈추려 해도 막을 수 없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

수녀원 고아원에서 자라난 내게 가장 큰 두려움은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따스하게 새어 나오는 창가와 남의 집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볼 때마다, 밀려드는 질투는 무딘 칼로 내 살점을 조각조각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줄리안은 그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는 남몰래 눈물 흘리는 여자를 감싸 안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그 오래된 상처를 사정없이 후벼 파고 있었다.

그가 급히 달려와 바닥에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하며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지금 꼭 이렇게 독하게 굴어야겠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뜨거운 블랙커피가 담긴 컵이 내 얼굴을 향해 내던져졌다. 시커먼 액체가 온몸에 쏟아졌고, 낡고 무거운 가죽 핸드백이 관자놀이를 강타하며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

미아의 어머니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미친 사람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소리쳤다.

“이년 봐라! 어디서 감히 내 사위한테 수작이야? 가정이 있는 남자를 홀리는 더러운 년 버릇을 고쳐놔야지!”

그녀가 벼락같이 달려들어 내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고, 그 충격에 고개가 확 꺾이며 나는 바닥으로 스르륵 주저앉았다.

뒤이어 뻣뻣한 가죽 가방이 내 어깨를 무참히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뼈마디로 충격이 전해졌고,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가 세 번째로 가방을 휘두르려 할 때, 줄리안이 그녀의 팔목을 낚아채듯 움켜잡았다.

“그만하세요! 진정하세요!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무슨 뜻인데!”

늙은 여자가 악을 썼다.

“이 창녀 같은 년이 너한테 엉겨 붙잖아! 내가 눈이 먼 줄 알아?”

나는 커피로 얼룩진 타일을 짚으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당신 딸 단속이나 똑바로 하세요. 남의 남자에 빌붙어 몸을 파는 진짜 첩년이 그년인 건 그쪽도 잘 알 테니까!”

줄리안이 고개를 확 돌리더니, 오직 우리 둘만 들을 수 있는 낮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심장이 안 좋아서 충격 받으면 큰일 난다고! 부탁이니까, 제발 난리 좀 피우지 마!”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몸을 돌려 그녀를 부축했다. 그의 말투는 순식간에 180도 달라져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부드러워졌다.

“오해가 있으셨나 봐요. 이 사람은 그냥… 아는 사람입니다. 최근에 아이를 잃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요…”

그는 내가 방금 받아온 고강도 진통제 처방전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변명했다.

그녀는 그것을 힐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고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어쩐지! 어째 잡귀라도 서린 줄 알았지! 됐어, 불쌍해서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

줄리안은 모녀를 반쯤 부축하다시피 하여 복도 바깥으로 호위하듯 데려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나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커피 범벅이 된 바닥에 주저앉아 그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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