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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가씨, 아직도 못 알아들은 거예요? 저 자식은 사기꾼이라고요! 저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건 아가씨한테 하나도 도움이 안 돼요!”

자신의 말이 아무런 효과도 나타내지 못하자 양의성은 확연히 조급해 보였다.

그는 저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유진우 때문에 망가지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봐요! 오지랖 좀 그만 부려요! 내가 누구랑 어울리든 무슨 상관이에요!”

조선미도 이제 인내심의 한계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당신...”

양의성은 답답함에 피까지 토해낼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어찌 저토록 멍청할 수 있단 말인가? 속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기꾼을 두둔하고 나서다니. 반반한 얼굴이 그토록 대단한 거란 말인가?

“양 도련님, 저런 여자는 속아도 싸요. 좋은 마음으로 충고해 줬음에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본인 문제죠. 본인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도 모르고 오히려 역정을 내다니!”

옆에 있던 장 비서가 말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좋은 사람이 되기도 쉽지 않네!”

양의성이 질투심에 시뻘게진 눈으로 씩씩거리며 말했다.

“당신들 알게 된 지 꽤 오래됐죠?”

돌연 이청아가 물었다.

조선미의 태도를 보니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을 나누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어떻게 저토록 단호하게 유진우의 편을 들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이 지금 같은 마음이라는 거죠.”

조선미가 빙긋 웃더니 자신의 풍만한 가슴으로 유진우의 팔을 비볐다. 마치 유진우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듯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이청아의 눈빛이 더 차갑게 얼어버렸다.

조선미가 일부러 자신을 자극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쾌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물건을 강제로 빼앗아가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유진우, 뒤로 호박씨를 까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이혼하기도 전에 이미 돌아갈 곳을 만들어 놓은 거였다니. 네가 널 너무 얕잡아봤네!”

이청아가 애써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이혼을 요구한 일 때문에 그녀는 유진우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보상해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상대방은 이미 다른 여자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야말로 남자에게 놀아난 멍청이였던 것이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할 말이 없어.”

유진우는 설명할 의지조차 없었다.

“좋아. 지금까지 너한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겠어. 이제야 깨끗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청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잘됐네.”

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저 심장만이 이유 모를 경련을 일으킬 뿐이었다.

“이청아 씨...”

그때 조선미가 돌연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선택은 현명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한텐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감사해요.”

“뭐가 고맙다는 거예요?”

이청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진우 씨를 저한테 보내줬으니까요. 아니면 이런 보석을 발견해내지 못 할 뻔했어요.”

조선미가 독한 말을 뱉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런 여우 같은...”

장 비서가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으려 하자 이청아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의 보석은 내가 보기엔 지극히 평범해요.”

“평범하다고요?”

조선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청아 씨, 눈 정말 높네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곁에 계신 분도 그다지 괜찮아 보이진 않는데요.”

“아무리 별로라고 해도 유진우보단 나아요.”

이청아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저와 내기 하나 하실래요?”

조선미의 얼굴에 장난기가 감돌았다.

“무슨 내기요?”

“두 사람 중 누가 더 괜찮은 사람인지, 누가 더 큰 성과를 내는지 내기해요. 기한은 한 달이고요. 어때요?”

그녀의 말에 세 사람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누구도 조선미가 그런 제안을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하하... 이봐요, 아가씨, 약이라도 잘못 먹었어요? 나와 저 쓰레기 놈을 비교한다고요?”

양의성이 바보 멍청이를 보듯 유진우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러니까요! 양 도련님은 양씨 의약의 후계자예요. 자그마치 몇천억 원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요.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 유진우와 양 도련님을 어떻게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요?”

장 비서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정말 그걸로 내기할 거예요?”

이청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유진우는 잘생긴 외모 외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

양의성은 가문이든, 배경이든, 개인 능력이든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한다.

하여 유진우는 양의성과 비교할 상대도 되지 못한다. 한 달이 아니라 3년, 5년을 준다고 해도 유진우는 양의성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양의성은 유진우가 영원히 뛰어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다!

“당연하죠. 내기가 성사될지 말지는 이청아 씨한테 달렸어요.”

조선미가 턱을 살짝 올려세우며 도발했다.

“내기에 뭘 걸까요?”

“진 사람이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걸로 하죠. 동시에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이청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약속한 거예요?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

조선미가 웃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미모와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진 두 여자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순간이었다.

“때가 되면 알게 되겠죠.”

이청아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조선미를 한동안 빤히 쳐다본 다음 봉황루 안으로 들어갔다.

“흥!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판 거지!”

양의성과 장 비서도 한바탕 비웃고는 자리를 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진우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유진우 씨, 어때요? 내 행동 마음에 들었어요?”

조선미가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지극히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홀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연기가 너무 과했어요.”

유진우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당신 신분에 만에 하나 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진다고요? 지금 장난해요? 설마 그 변태남 하나 이기지 못해요?”

조선미가 흥분하며 말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재벌 2세를 이기겠어요?”

유진우가 어깨를 슥 올리며 말했다.

“평범한 사람이요? 너무 겸손하잖아요. 그 얼굴만 봐도 평범하지는 않은걸요!”

제비남이 부잣집 사모님을 희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조선미가 유진우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유진우는 어이가 없어 못 본 척 눈을 감았다.

하지만 조금 전 조선미가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청아를 기세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조선미는 의심의 여지 없는 그중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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