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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화

Auteur: Jino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15 08:19:57
"병이 거의 바닥났어요."

일요일 밤, 작업실 불은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 하람이 퇴근한 지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서린은 작업대 앞에 앉아 지현에게 말했다.

"본가에서 맡아 봤어요. 목련이 과하고 무화과는 반쯤 날아갔어요.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뿌렸다는 뜻이에요. 5밀리면 길어야 한두 주 남았을 거예요."

"그럼 잘됐네요. 다 쓰면 끝이잖아요."

"끝이 아니죠."

서린은 빈 시향지 한 장을 손가락 사이에서 돌렸다.

"유세아 씨는 사람들 앞에서 저 향을 '나만의 향'이라고 했어요. 이름까지 지어 달라고 했고요. 인기를 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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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서류는 내가 먼저 냈다   194 화

    "……응. 대신 너도. 혼자 참는 거, 그것도 몰래 갚는 거야."서린이 그를 보았다. 그 말은 목록에 없었다. 그녀는 연필을 들어 둘째 줄 끝에 작게 덧붙였다. 「둘 다.」"셋. 기념일엔 식기 전에 먹기. 늦으면 늦는다고 말하기. 제가 기다리게 두지 않기. 저도 혼자 기다리지 않기."서린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여덟 시에 구운 스테이크가 이 방 어딘가에서 잠깐 식었다가 사라졌다.도혁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짧게 하지 않았다."식기 전에 들어갈게. 못 가면 전화할게. 전화도 못 하면, 다음 날 네가 구운 거 식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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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은 오후 두 시에 왔다.아침부터 하늘이 낮았다. 서린은 옥탑방 창가에 앉아 오전 내내 하늘을 보았다. 작업실에는 내려가지 않았다. 지현이 문자로 한 줄만 보냈다. 「오늘 휴무예요. 대표 둘이 정했어요.」 하람은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원료장 앞에 우산 두 개를 세워 둔 사진이었다. 무슨 뜻인지는 쓰지 않았다.열두 시가 넘자 공기가 바뀌었다. 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골목의 소리가 한 겹 낮아졌다. 인쇄소 기계 소리도, 빵집 문 종소리도 솜에 싸인 것처럼 멀어졌다. 그리고 코 안쪽이 서늘해졌다. 쇠붙이를 혀끝에 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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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반지는?""그것도 좀……. 한서린 씨가 반지 좋아하시는 분 같진 않습니다. 결혼반지도 3년 동안 작업실 갈 때마다 빼셨다고, 문 실장님이 그러셨습니다."도혁은 몰랐다. 그 사실도 몰랐다. 반지를 끼고 원료를 만지면 금속 냄새가 섞인다는 걸, 그녀가 그래서 매번 뺐다는 걸. 강민재가 그걸 지현에게 들었다는 사실에 그는 조금 웃었다. 1년 동안 이 비서는 그 작업실 사람들과 꽤 친해져 있었다."그럼 뭘 가져가.""그건 제가 드릴 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무님."강민재가 빈 접시를 챙겨 일어섰다. 문 앞에서 한 번 돌아보

  • 이혼 서류는 내가 먼저 냈다   191 화

    서린은 새벽 네 시에 비커를 꺼냈다.옥탑방 책상 위에 원료병이 스무 개쯤 늘어서 있었다. 작업실에서 하나씩 들고 올라온 것들이었다. 베르가모트, 삼나무, 향나무, 리넨 계열의 알데하이드, 재스민 앱솔루트 한 방울 분량, 제라늄, 그리고 머스크 두 종류.12월의 첫 주였다. 창문을 조금 열어 두었다. 찬 공기가 들어왔다. 아직 눈 냄새는 아니었다. 눈이 오기 전의 공기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먼지가 가라앉고, 소리가 낮아지고, 쇠붙이 같은 서늘함이 코 안쪽을 건드리는. 오늘 새벽 공기에는 그게 아주 조금 섞여 있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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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음 석 달은 네가 N인 걸 알고 나서 매일 부끄러웠어. 면세점에서 6번 산 날도, 네 손목 냄새 맡고 그냥 나간 날도. 전부 생각나서."서린은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았다."그다음은 아버지 편지. 그다음은 이사회. 그다음은 파리."도혁이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리고 지난주에 본가 갔었어. 어머니가 비누를 하나 주시더라. 손수건에 싸서. 네가 가르쳐 줬다고. 욕실에 뒀더니 아침마다 냄새가 나. 아버지 얼굴이 생각나는 냄새야. 나는 아버지 세수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서린은 그 말을

  • 이혼 서류는 내가 먼저 냈다   189 화

    문자는 아침 여덟 시에 왔다.「하루 하나는 내일로 미룰게. 오늘은 부탁 하나.오후 두 시 사십 분, 성동구청 앞에서 기다릴게.안 와도 돼. 그냥 거기 있을게.」서린은 옥탑방 창가에서 그 문자를 읽었다. 달력을 볼 필요는 없었다. 11월 5일. 1년 전 오늘 그녀는 법원에서 나와 구청에 갔다. 번호표 118번. 2분이 걸렸다.두 시 사십 분. 그녀가 이혼 신고서를 낸 시각이었다. 그걸 이 남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서린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다 알았다. 그날 오후 세 시 정각에 N의 메일이 태강에 도착했다. 확인서 등본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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