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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Author: 류한나
인명진은 입꼬리를 올린 채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눈가에 있는 점이 더 돋보였다.

“그쪽이 알고 싶어 한 거잖아요. 전 그냥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죠.”

온지유는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넓은 공간을 아무리 두리번거리며 노승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뜸을 들이며 물었다.

“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

“그쪽을 속여서 저한테 뭐 좋은 점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어요.”

인명진은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한테 노승아 씨가 저에게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데 못 믿겠으면 직접 봐도 돼요.”

온지유는 진료 기록을 가져와 보았다.

역시나 노승아가 인명진을 찾아온 것이 맞았다.

의사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눈앞에 있는 남자가 치료해낸 것을 보아 의술 실력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노승아의 귀를 먹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니.

모든 것이 들어맞았다.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바로 이때, 인명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본 그녀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영역에 들어왔으니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용기를 내어 남자를 따라 들어왔다.

책상 위에 있는 메스를 발견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말로 그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아 바로 입을 열었다.

“저한테 이 진료 기록을 넘겨주신다면 노승아 씨를 도와준 대가로 받은 이득의 두 배로 드릴게요. 절대 손해 보진 않을 텐데, 굳이 손에 피 묻힐 필요가 있을까요? 일단 대화로 협상을 해보자고요. 전 제 목숨을 아끼거든요. 그러니 지금 하는 생각은 잠시 멈추고 저한테 협상할 기회를 주세요.”

인명진은 의자에 손을 올리며 몸을 구부렸다. 그의 입에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람이라면 신용을 지켜야죠.”

온지유는 긴장해졌다. 길고 큰 그의 손을 빤히 보았다. 행여나 갑자기 메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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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3화

    “나야!”여이현은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고개를 든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여이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현 씨가 왜 여기에 있어요?”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온지유는 방금 손에 넣은 진료 기록을 절대 그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알게 되면 증거를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아는 친구 만나러 왔어요.”“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여이현이 반박했다.“아니면요? 제가 여기에 왜 있었겠어요.”“너 방금 4층으로 들어갔잖아.”여이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낯선 사람 집안까지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서 그래?”온지유가 말했다.“멀쩡히 나왔으면 됐잖아요!”경계심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온지유, 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다면 넌 목숨을 잃게 되었을 수도 있었어. 대체 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거야!”온지유는 여이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현 씨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설마 나랑 같은 목적인 건가?'확신이 서지 않았던 온지유는 그가 자신과 목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이미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던 그녀는 이내 잠정을 다스리고 말했다.“알았어요. 다음부턴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을게요.”여이현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가자, 데려다줄게.”그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도 노승아를 미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온지유가 그보다 한발 빠르게 도착했다. 그녀를 발견한 여이현은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노승아의 상황은 아주 복잡했다. 노승아가 그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 몰랐다.그랬기에 그는 행여나 일을 망치게 될까 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시계를 보던 그는 온지유가 20분 후에도 나오지 않으면 바로 쳐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행여나 그녀가 위험한 상황에 닥쳤을까 봐 말이다.다소 의외였던 것은 온지유는 들어간 지 몇 분 만에 다시 나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4화

    “하, 이현이는 당신 아들이 아니에요?”여진숙이 말했다.그러자 여재호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너랑 결혼한 것도 미치게 싫은데, 내 아들로 받아들일 것 같아?”여진숙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 정말 후회되네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애초에 당신 같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여재호는 아주 냉랭하게 말했다.“애초에 네가 더러운 수단을 쓴 게 아니었다면, 내가 너랑 결혼했겠어?”여진숙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고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래요. 다 내가 더러운 수단을 써서, 억지로 나랑 결혼하게 해서, 그래서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예요?”여재호는 매일 귀가하지 않을뿐더러 거의 돌아오지 않았다.그녀와 결혼한 뒤 여재호는 그녀를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이건 과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복수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여재호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애초에 넌 내 안중에도 없었으니까.”여진숙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대체 그에게 뭘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언젠가 여재호가 자신을 뒤돌아 봐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아니었다.그녀는 그저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도 이젠 다 큰 어른이 되었으니 그녀도 더는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나 여재호는 여전히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다.여재호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 매번 집에 돌아오면 바쁘게 움직이며 챙길 것만 챙겨서 나갔고 가족에게 한 번도 관심을 준 적 없었다.그의 마음은 이미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기 때문이다.여진숙과 결혼한 뒤로 그는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여호산이 세상을 뜬 뒤로 그의 발길이 더 뜸해져 돌아오지 않았다.여재호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지나쳐갔다. 그녀가 얼마나 속상한지,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가버렸다. 그런 그가 그녀를 사랑할 리가 있겠는가.다만 마침 내려온 노승아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5화

    그 순간 여진숙은 자신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누구도 그녀의 곁에 있으려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병원으로 돌아왔다.여희영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많이 힘들었던 탓인지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고모님.”온지유가 뭔가를 양손 가득 들고 들어왔다.여희영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온지유를 맞이했다.“지유구나.”“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온지유가 물었다.“혹시 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여희영은 온지유 뒤에 있던 여이현을 보더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냥 아파야 할 곳만 아플 뿐이야. 참을 만해. 걱정하지 마, 이틀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현아.”여희영은 시선을 돌려 여이현을 보았다. 묘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여전히 신경 쓰고 있었다.“미안해. 난 그냥 충동적으로 한 말이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줘.”그녀는 비록 여이현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했다.여이현에겐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했으니까.여이현은 여희영을 빤히 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고모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여희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너한테는 그냥 상처가 아니지. 어릴 때부터 그런 가정에서 살았으니 나랑 네 할아버지 외엔 누구도 너한테 관심도 주지 않았고 신경 써주지 않았지. 게다가 부모와 떨어져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 난 그냥 네가 안타까웠어. 만약 우리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넌 분명 잘살고 있었을 텐데...”“지금도 잘살고 있어요.”여이현이 말했다.“전 제가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고모, 몸조리에 신경 써 주세요.”“알았어. 금방 나을 거야.”여희영은 온지유와 여이현의 손을 겹쳐 잡았다.“지금 내 가장 큰 소원은 너희 둘이 다시 잘 되는 거야. 아기도 잘 키우고 지유도 잘 챙겨주고.”그녀는 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6화

    “이현 씨 집 안에서 나올 때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니 제 것이 아니죠.”여이현은 입술을 짓이겼다. 눈빛이 험악해지고 두 손은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가자.”나민우가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나민우와 함께 떠났다.여이현은 두 사람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다가가서 붙잡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아주 서늘했다.지하 주차장으로 온 온지유는 나민우에게 말했다.“노승아가 왜 갑자기 청력을 잃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찾았어. 지금 연락해야 할 것 같아.”인터넷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었다.그녀는 얼른 이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사실을 밝혀야 했다. 그래야 여희영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으니까.나민우는 바로 시동을 걸었다.“방송국으로 갈 거야?”“응, 방송국에 들러야겠어.”나민우는 바로 온지유를 태우고 방송국으로 갔다.그녀는 최근 휴가를 냈다.원래 채미소는 여이현의 단독 인터뷰를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의 뉴스까지 망쳐버린 것도 모자라 방송국에서 난동을 피웠으니 편집장의 귀에도 고스란히 들어갔다.편집장은 채미소를 따로 불러 혼냈다.그렇게 채미소는 스스로 편집장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다.보육원은 이미 어느 한 인기 예능에 정식으로 방영하게 되었다.채미소의 방해로 방송국 직원들은 야근을 강행하는 수밖에 없었다.노승아의 인터뷰는 채미소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현재 노승아의 인터뷰를 따낸 사람은 채미소가 유일했고 인터뷰 내용도 KTBC에서 제일 먼저 단독으로 공개하게 되었다.그 덕에 채미소의 이미지는 얼마간 회복되었다.온지유가 돌아왔을 때 채미소는 마침 외출하려던 참이었다.남자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채미소는 입꼬리를 올리며 다가가 물었다.“지유 씨, 왔어요? 어머, 오늘은 다른 남자를 데리고 왔네요.”온지유는 채미소를 보며 전혀 기가 죽지 않는 모습으로 말했다.“다시 살아난 거예요?”채미소가 말했다.“한 곳에서 넘어졌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기삿거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7화

    공아영은 온지유를 보니 위로가 되었다.온지유는 얼른 그녀를 달랬다. 등을 토닥이며 공아영의 컴퓨터 모니터에 빼곡한 글씨를 보았다.“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이번만 참아요. 채미소 씨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테니까요.”공아영은 훌쩍이며 물었다.“마지막이라니요? 전 제가 채미소한테 화라도 내면서 달려들었으면 좋겠네요!”그녀는 채미소에게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채미소는 무슨 일만 생기면 항상 그녀를 괴롭혀 왔다.“그래서 온 거예요.”공아영은 바로 울음을 그쳤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지유 씨가 절 구해주러 올 줄 알았어요. 얼른 말해줘요, 제가 지금 당장 할게요!”온지유는 자리에 앉아 공아영과 함께 노승아의 일을 까발릴 준비를 했다.한편, 채미소는 차를 몰고 노승아의 거처로 왔다.노승아는 이미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수려원에 그녀가 있는 한 여이현이 집으로 돌아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는 더는 그를 기다릴 수 없었다.여이현이 아직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연예계에서의 그녀의 지위였다.만약 어느 날 완전히 혼자가 된다면 배우로 승승장구하면서 잘 살 수 있기를 바랐다.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품으면 안 된다. 기대를 품은 만큼 실망이 더 커지는 법이니까.어쨌든 그녀의 곁엔 사람이 부족했다. 그리고 김예진은 마침 그녀에게 충성을 바칠 사람이었으니 당연히 김예진을 잃어서는 안 된다.김예진은 노승아가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온 줄 알며 불쌍히 여기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그녀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김예진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그래서 더욱 그녀를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채미소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노승아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최대한 초췌해 보이는 얼굴로 인터뷰할 생각이었다.김예진이 문을 열어주었을 때 노승아의 초췌 메이크업은 끝난 상태였다.“노승아 씨.”채미소는 노승아의 집으로 오기 전에 선물을 샀다. 김예진에게 준비한 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8화

    노승아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뭐라고? 그럴 리가!”“진짜예요. 정말로 다들 전화 와서 욕하고 있어요!”김예진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귀가 따가울 정도로 듣기 거북한 욕이었어요. 전 도무지 대처할 수가 없어서 끊어버린 거니까 언니도 전화 받지 말아요.”노승아가 듣게 된다면 분명히 충격받을 것이었다.노승아는 한동안 넋을 잃었다.“누군가 내 진료 기록을 공개했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을 열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서.그녀의 진료 기록이 공개되면 여론이 뒤집히게 된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절대 그럴 리가 없어.'그녀는 믿지 않았다.그러나 핸드폰을 확인하자마자 여기저기서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여우라는 둥, 지금도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둥, 남에게 누명을 씌우는 나쁜 사람이라는 둥 말이다.심지어 누군가는 그녀가 영화 몇 편 찍었다고 카메라 밖에서도 연기하며 산다고 했다.앞뒤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며 뻔뻔한 악녀라고 하기도 했다.노승아는 연예계에 오랫동안 발을 들이면서 가수 시절에도 악플을 받아본 적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그때의 그녀는 인기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인기를 얻기 위해 돈을 들여 일부러 기사도 쓰고 홍보도 했지만,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배우의 길은 비록 넓으나 그녀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주었다.댓글을 쭉 내려보니 전부 그녀를 향한 악플이었다.[귀가 안 들리는 것도 자작극이라고? 하, 그럼 전에 우리가 불쌍하게 여긴 건 뭐가 돼? 네티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승아는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사람이었네. 일반인마저 끌어들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다니, 이것보다 악랄한 사람 존재하기나 해?]또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대체 이런 짓을 한 이유가 뭘까?][뭐겠어요. 당연히 인기 때문이겠죠. 관심받기 위해서 불쌍한 척 연기하고, 여론을 몰고, 일반인까지 끌어들이다니. 쯧, 그러다 천벌 받으면 어쩌려고?][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79화

    [정확해요. 제가 바로 옆 병실에 있거든요. 그분 온몸에 상처가 있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처참해 보이더라고요. 전부 노승아의 몇 마디에 그렇게 된 거죠!][그러니까 불공평하다는 거죠. 공인이면서 몇 마디 말에, 그 눈빛 하나에 진실을 바꿔버리잖아요. 오늘은 입원했다고 쳐도, 그러다 내일 목숨이라도 잃게 되면 어떻게 해요? 연예계도 이젠 관리가 필요해요. 물 싹 갈아버리는 거죠. 노승아처럼 사악한 악녀는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요!][노승아 꺼져! 연예계에서 꺼져!][채미소 너도 앞으로 기사 쓰지 마라. 네 기사 하나에 억울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니까!]채미소의 안색이 파리해졌다.그녀는 이 일로 자신의 이미지에 이렇게 큰 타격을 줄 줄은 몰랐다.순간 머릿속에 온지유가 자신에게 했던 설교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올 거라고 말이다.채미소는 빠르게 말했다.“온지유가 퍼뜨린 게 아닐까요?!”노승아는 핸드폰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무섭게 달린 악플은 그녀의 앞날을 가로막았고 더는 연예계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너무도 무서웠다.띠링, 띠링, 띠링...핸드폰이 울렸다.노승아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낯선 번호에 받아야 할지 망설였다.하지만 그녀가 든 핸드폰은 개인용이었다.네티즌들이 알아낼 리가 없는 번호였다.그래서 전화를 받았지만, 욕설을 듣게 되었다.“야, 이 쓰레기 같은 X아. 연기 잘한다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줄 아는 거야? 이렇게 일반인을 괴롭혀 돼? 정말 어디 가서 확 죽어버리지 그러냐. 괜히 내 눈앞에 띄지 말고. 내 눈앞에 띄며 바로 네 가증스러운 그 얼굴을 뜯어 버릴 테니까!”난생처음 들어보는 거친 욕설에 노승아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급하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던져버렸다.그러나 바로 핸드폰이 울렸다.노승아는 머리를 두 팔로 감쌌다. 꼭 핸드폰이 자신을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두려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김예진을 보았다.“얼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480화

    노승아는 자신의 진료 기록을 인명진이 넘겼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지금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채미소는 흥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노승아 씨, 저흰 지금 한배를 탄 거예요. 어떻게든 반전을 만들어야 저희한테 피해가 없게 되죠!”그녀가 이미 노승아에 대한 기사를 다룬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그저 노승아와 손을 잡는 수밖에.또 다른 반전을 보여줘야 네티즌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 것이다.노승아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다들 나가!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마음 급해진 채미소가 계속 말했다.“얼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요. 혼자 생각해서 무슨 쓸모가 있는데요. 이미 까발려진 이상... 아니면 반격하세요. 그 사람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고소를 하는 거예요. 이러면 시간을 좀 벌 수 있을...”말을 마치기도 전에 노승아가 말했다.“예진아, 얼른 저 여자 빨리 내보내! 난 지금 혼자 있고 싶으니까!”“채미소 씨, 얼른 가요. 우리 언니 혼자 있고 싶다잖아요!”김예진은 바로 채미소를 내보내려 했다.채미소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결국 집 밖으로 내쫓았다.채미소는 분명 자신을 더 신경 쓸 것이다.네티즌들의 신용을 잃을 수 없으니까.노승아가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서 고소한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패소했다고 해도 채미소는 노승아의 거짓말에 깜빡 속아 자신도 그런 기사를 내게 되었다고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었다.그때 가서 사과문도 올리고 후회와 반성하는 글까지 올리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채미소는 노승아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이런 시기에 왜 굳이 혼자 있고 싶다고 하는지 말이다.쫓겨난 채미소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만약 이대로 방송국으로 돌아간다면 직원들의 비웃음은 물론이고 밥그릇 지키기도 어려워질 것이다.그녀 하나 때문에 방송국 이미지마저 깎아 먹었으니 방송국 국장도 그녀를 해고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노승아는 먼저 그녀를 불렀으면서 그녀를 살려줄 궁리를 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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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2화

    하지만 감동보다는 오히려 속이 울렁거렸다.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에 문지원은 당장 얼굴이 일그러지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지석훈도 뒤따라 들어오며 물었다.“속이 안 좋아?”“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세 끼 식사도 꽤 규칙적으로 하고 날것 이거나 차갑거나 매운 음식도 먹지 않았는데...”문지원은 배를 움켜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지석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방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가져왔다.문지원은 놀라며 물었다.“언제 산 거예요?”지석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문지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5분 후,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다시 나왔다. 한 손은 여전히 배 위에 올려져 있었고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임신한 것이다!그녀와 지석훈이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임신하다니.지석훈은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보면 그 역시 겉모습처럼 평온하지 않고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정말 임신한 거예요?”문지원은 아직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번 달 초에 생리가 끝났기 때문이다.“아마 생리가 끝난 후 며칠 사이일 거야.”지석훈의 목소리는 문지원에게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니 그녀의 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가끔 틀릴 수도 있으니 이런 일은 직접 검사를 받아보고 확인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손에 든 검사지를 보고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의사는 마침 지석훈과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축하합니다, 지 원장님. 부인께서 임신 2주 차입니다.”“감사합니다.”지석훈은 침착하게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병원 진료실을 막 나오자마자 지석훈은 문지원을 품에 안았다.“너무 좋아. 우리 아이가 생겼어.”문지원은 남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며 멍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1화

    물론 손에 있는 일을 무턱대고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과한 부담을 주는 일이다.문지원은 비서를 사무실로 불렀다.“올해 25살이죠?”비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나이는 모두가 다 아는데 문지원 회장이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혹시 소개팅을 시켜주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서는 고마웠지만 거절하며 말했다.“문 사장님, 저는 아직 젊어서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전 당신더러 결혼하라고 하는게 아니에요.”문지원은 펜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그냥 평소에 잡다한 일들을 맡기고 싶어서요.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은 평소에 굳이 내게 제출하지 않아도 돼요.”비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이건 곧 그녀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문지원이 그녀의 의견을 확인한 후 급여를 조금 올려줬고 비서에게 몇 명의 적합한 인재를 추가로 모집해서 예비 인력으로 두라고 지시했다.“평소에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보고하면 돼요.”비서는 한숨을 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일정이 정리되자 문지원은 업무에서 상당 부분 해방되었다.예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어도 일이 끝나지 않고 긴급 통지가 오면 또 회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했다.이제는 오후 4시 반쯤이면 일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비서가 몇 명을 더 찾아서 양성해 두었기에 업무가 적절히 분배되어 모두 바빠 죽을 정도가 아니라 적당히 딱 맞는 분량을 처리할 수 있었다.그 덕에 문지원은 지석훈과 함께 결혼 후의 삶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지석훈도 이에 매우 만족해했다.“널 주려고 선물을 챙겨왔어. 들어가서 한번 봐.”그가 집 문 앞에 다가서더니 걸음을 멈췄다.문지원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안은 어두컴컴했다.“뭐 숨겨놨어요? 아직 불도 켜지 않았네요, 수상하게.”탁! 하며 불이 켜지자 거실의 모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30화

    문지원은 이 주제가 다소 위험하다고 느꼈다. 비록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배석훈이 결혼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돼지가 뛰어다니 것을 본 적은 있을 것이다. 문지원은 그러면서도 반쯤 빚어놓은 만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에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희들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아이를 가져야지. 평소에 좀 더 노력해야 한단다.”문지원은 잔소리를 듣고 나서 나오니 기운이 다 빠져있었다.시어머니는 문지원에게 정말 잘해주었다. 거의 마음을 쏟아붓는 수준이었다. 비록 문지원의 집안 사정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혼수 때 오랜 세월 모은 돈으로 집 한 채를 사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지석훈도 자기 집이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다. “너희 집도 너희의 것이지만, 이건 내가 어른으로서 선물하는 거란다.”게다가 그 집에는 문지원의 이름도 함께 올려져 있었다.그래서 시어머니의 출산 독촉에도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버텨야만 했다. 다행히도 시어머니는 어린 이들에게 엄격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다. 만두를 빚을 때 한 번 그런 말을 했고 또 떠나면서도 지석훈을 불러 몇 마디 잔소리했다. 문지원은 그 모자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돌아가는 길에 문지원은 약간 궁금해져 지석훈에게 물었다.“나갈 때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셨어요?”“정말 알고 싶어?”“네.”그러자 지석훈은 문지원의 머리를 숙이게 한 후 그녀의 흩어진 머리칼을 살며시 넘겨주며 귀 옆에서 낮게 속삭였다.“우리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셨어.”남자의 낮고 진한 목소리는 얼굴을 붉히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해 문지원의 귀가 금세 붉어지고 말았다.저녁이 되자 지석훈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 문지원의 머리를 받치고 이마를 맞대며 낮은 숨소리를 내쉬었다. 문지원은 마치 파도 속에 잠긴 것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9화

    그 눈빛 속에서 조용히 터져 나오는 그 소유욕. 마치 옛 시대의 군벌과 그의 부인 같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는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운 없는 사람이 되어 몰래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작가는 자신의 상상에 자극받아 목소리가 떨렸다.“지석훈 씨,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봐주세요.”지석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진작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사진작가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그들은 여러 세트의 사진을 찍었고 찍은 사진들은 모두 문지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문지원은 모든 사진에 다 만족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었다.“대략 며칠 안에 나오나요?” 그녀가 물었다.사진작가는 답했다.“빠르면 이삼 일정도 걸릴 겁니다. 그때 완성된 사진들을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두 분께서 응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바로 아까 찍은 사진 중 몇 장이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사진관 벽에 걸어두고 싶습니다.”문지원은 사진관에 들어올 때 봤던 사진 벽이 생각났다.“그 벽에 걸어두시겠다는 건가요?”“네.”사진작가는 그 벽은 사진관의 특별한 기념 및 홍보 방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잘 나온 사진들은 사진 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동의하면 벽에 전시한다고 한다..문지원은 옆에 있던 지석훈을 바라봤다. “저는 괜찮은데, 당신은요?” 지석훈도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마음대로 하도록 해.”며칠 후 문지원은 사진작가가 보내온 사진을 받아 소중히 간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사진관 벽에 전시된 사진들이 곧 사람들의 눈에 띄어 사진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간 것이다.잘생긴 남성과 아름다운 여인의 조합과 최상의 촬영 기술 덕분에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네티즌들은 저마다 아아 소리를 냈고 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마치 옛 시대의 군벌 부인 같다.”“완전 대박이다.”“3분 안에 그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싶다.” 하지만 이 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8화

    문지원은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웨딩 촬영은 이미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섬에서 몇 세트 찍었고 그 후 결혼식 현장에서 또 몇 세트 찍어 셀 수 없을 정도였다.게다가 이번 촬영은 개인 예약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진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다.물론 사진관 이름에 걸맞게 예약은 거의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이 정도면 지석훈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여 예약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웨딩사진만 찍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하지만 문지원 역시 이런 곳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기에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랐다.“한번 보세요. 이건 저희가 예전부터 선보였던 스타일들이에요.”사진작가는 친절하게 앨범 한 권을 꺼내 보였다.앨범에는 이전 고객들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고 모두 아름다웠다.이 사진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정말 최고였다.문지원은 그중에서도 민국 시대 주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찍을 수 있을까요?”사진작가는 그녀가 가리키는 사진을 한 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됩니다. 먼저 메이크업하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직원들이 촬영 스튜디오를 설치할게요.”옷은 사진관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고 지석훈의 요구에 따라 전부 새 옷이었다.사실 문지원은 소품용 옷을 입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한 번 입었다가 나중에 벗으면 되는 거고 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안에 옷을 받쳐 입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석훈은 직업병이 발동했고 그런 건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문지원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급히 새 옷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원래 걸리던 시간에서 15분이 더 추가되었고 메이크업 등 기타 과정도 진행해야 했다.문지원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러나 결과는 확실했다.곧은 치파오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쌌고 문지원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난 옛 시대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7화

    결혼 후 문지원은 휴가를 내서 신혼여행을 갈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요즘 지석훈이 거의 계속 병원에 머무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본의 아니게 한숨이 나왔다. 비록 이미 익숙해졌긴 했지만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웠다.비서도 그녀에게 물었다.“문 사장님, 신혼여행 가고 싶지 않으세요? 제 동창 중 한 명이 며칠 전에 결혼했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신혼여행 정보를 알아보며 준비 중이에요. 신혼여행이 없는 결혼은 반은 실패한 거랑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제대로 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비서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다.“그렇지 않으면... 문 사장님, 지 의사님이 일하시는 곳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그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쨌든 문지원은 요즘 정신이 산만하여 업무에 집중할 기색도 없었다.문지원은 비서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요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와도 지석훈을 보지 못해 한참 혼란스러워했던 자신을 깨달으며 약간 부끄러워졌다.“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기획서 한 부 복사해 가져다주세요.”점심 무렵, 문지원은 막 일을 끝내고 밥 먹으러 가려던 찰나, 핸드폰에 지석훈의 메시지가 떴다. 같이 밥을 먹자는 메시지에 문지원은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문지원은 재빨리 열쇠를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지석훈은 그녀를 새로 오픈한 가게로 데려갔다.식사를 마친 후 문지원은 지석훈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병원에 다시 돌아갈 거예요?”“응?”지석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고의적으로 물었다.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그 말을 들은 문지원은 순간 당황했다. 사실 그녀는 지석훈이 자신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바랐는데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업무에만 매달려 밤에야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그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지석훈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6화

    예전에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지석훈은 항상 선을 지켰지만 오늘 밤엔 조금 달랐다. 그는 그녀를 침실에서 욕실로 다시 침대로 옮겨가며 몸 곳곳에 뜨거운 입맞춤을 했다.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문지원은 여전히 몸속 깊이 스며든 감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예상대로 휴가를 냈고 이틀이 지나서야 회사에 다시 나왔다.회사 사람들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문지원이 출근하자 하나같이 말했다.“문 사장님, 결혼 축하드려요.’문지원은 무려 사흘이나 결근했지만 다들 그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짐작이 갔다.분명 부부 생활이 아주 좋았겠지, 아니었으면 일까지 내팽개치고 안 나왔을 리가 없다.문지원은 직원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얼굴을 들 수도 없어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지난번에 당한 적이 있었던 터라 문지원은 이제 출근 전에 거울 앞에서 꼼꼼히 점검했다.몸에 키스 자국이 드러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회사를 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흔적들을 들켰을 경우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문지원이 예상치 못했던 건 며칠 지나지 않아 결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회사로 배달됐다는 것이다.문지원은 처음에 여울이 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어보니 아니었다.택배 상자의 외관을 살펴봐도 발신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수상했다.“이거 가져온 사람이 누가 보낸 건지 말했어요?”문지원이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로비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두고 바로 가버렸어요.”문지원은 뭔가 직감적으로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 택배를 챙겼고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는 브로치 하나와 축하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문지원은 축하 카드를 집어 들어보니 카드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결혼 축하해요.”글씨체는 아주 정갈하고 예뻐 여성의 필체 같았다.그녀는 곧바로 짐작이 갔다.문지원은 그 브로치를 지석훈에게 보여주자 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아무 말 없이 브로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5화

    여울은 아직 최주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최주하도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문지원이 알기로 여울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일에 깊이 관여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게다가 얼마 전 지석훈이 슬쩍 귀띔하듯 말했다.“며칠 전에 여울 씨가 병원에 재검진받으러 왔는데 주하가 데리고 왔었어.”그 말을 듣고 문지원은 혀를 끌끌 찼다.평소에 말도 없고 조용하던 여울이 은근히 비밀 많은 타입이었던 모양이었다.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다음 달 중순이 되었다.지석훈은 아예 와인 농장을 통째로 빌려 며칠에 걸쳐 그곳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놓았다.결혼식을 올릴 장소는 바로 거기였다.그 와인 농장은 웬만한 호텔 못지않게 컸고 내부에는 수년간 숙성된 고급 와인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결혼식 날 손님들이 오면 바로 꺼내어 대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들은 결혼 소식을 널리 알리진 않았다.이건 문지원이 원한 방식이었다.그녀는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그런 결혼식보다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 초대해서 조용히 축하받는 걸 선호했다.행복은 굳이 남들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그런데 결혼식이 한창일 때 지석훈이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프러포즈했다.해변에서 했던 프러포즈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진중한 분위기였다.“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예전엔 내가 사랑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렸던 순간이 많아. 이제는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남은 인생... 너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그의 말이 끝나자 하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문지원은 무대 위에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식이 끝날 무렵, 문지원은 멀리서 검은색 카이엔 SUV가 그녀의 친구 여울을 데리러 오는 걸 보았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예상대로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최주하였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2024화

    문지원은 문득 자신이 계획에 철저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처음부터 계획한 거죠?”“응.”지석훈은 미소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사실, 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오래전부터 숨겨온 것이었다....해변에서의 프러포즈 이후 문지원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손가락에 반짝이는 반지가 생겼다는 점이었다.이 반지는 지석훈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휴대폰을 보다가 두 달 전에 이미 주문이 들어가 있었다는 구매 기록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접한 지석훈의 부모님은 곧바로 혼인신고부터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지원은 우연히 지석훈의 어머니가 그를 붙잡고 타이르는 말을 듣게 되었다.“네 아빠랑 난 애초에 너한테 기대도 안 했어. 하루가 멀다고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니 너 같은 애한테 누가 시집오겠나 싶었거든. 그런데 다행히 네가 능력 있어서 지원이 같은 좋은 아이를 데려왔으니 얼른 확실히 붙잡아야지. 빨리 혼인신고부터 해. 나중에 그 아이가 너 버리고 떠나버리면 그땐 어디 가서 울어도 소용없어!”문지원은 그 대화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그런데 신기한 건 지석훈이 워낙 점잖고 진지한 사람이어서 집안 분위기도 매우 조용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퇴직해 한가로운 성격으로 매일 독서나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젊었을 때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호탕한 성격으로 남편에게 엄격하면서도 친화력이 강한 사람이었다.두 분 모두 차분한 듯하면서도 내면에 장난기를 숨기고 있는 아들을 낳을 것 같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유전자의 신비인가 싶었다.하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그녀를 좋아해 주는 모습에 문지원도 안심했다. 확실히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한편 문지원의 아버지는 지석훈과 따로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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