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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아이스커피
해문 구가네 집, 해장원.

고급스러운 저택 마당 앞. 롤스로이스 한 대가 레드카펫 중앙에 자리를 잡고 멈추자, 구가네 둘째인 구진이 직접 마중 나와 여동생을 위해 문을 열어줬다.

“우리 집 공주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구아람의 얼굴은 화려한 등불에 비쳐 너무 아름다웠다. 그녀는 차에서 운동화를 벗고 높은 하이힐로 갈아 신은 뒤, 마치 여왕처럼 도도하게 차에서 내렸다.

“오빠, 다들 별일 없었지?”

“그럼, 네가 돌아와서 다들 너무 기뻐하고 있어. 불꽃놀이 예쁘지? 내 생일 선물이 도시 전체 시민의 관심을 끌어서…… 글쎄 인터넷 실검에 올랐지 뭐야?”

구진의 수려하고 잘생긴 얼굴은 아람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응. 봤어. 엄청 아름다웠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구진은 코를 훌쩍이며 감격하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람아, 이제 어디 안 가지?”

“안 가. 쫓겨난 마당에 가긴 어딜 가?”

구아람은 더는 묻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의 등을 살짝 때렸다.

“아이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 3년 안에 남자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으니…….”

그녀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꾹 참았다.

그녀는 신씨 가문을 나서면서 다시는 신경주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더 이상 그에겐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신경주, 이 빌어먹을 놈. 감히 내 여동생을 차다니. 내가 내일부터 그놈 뒷조사를 철저하게 할 테니, 내일 넷째 형님한테 시간을 내라고 해야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게…….”

그러자 구아람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

“아멘. 오빠, 장난치지 마.”

구윤이 말했다.

“맞아요. 사랑과 평화를 중요시해야죠.”

그러자 구진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쳤다.

“어쨌든, 난 절대 그냥 못 넘어가. 내 여동생을 괴롭힌 것들은 내가 똑같이 배로 되돌려 줄거야.”

구아람은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 구진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세 남매는 웃으면서 오랜만에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KS 그룹 회장 구만복은 딸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감격한 나머지 서재를 계속 서성거렸다.

“다녀왔습니다.”

구아람과 그녀의 두 오빠는 바로 서재로 들어갔다. 구아람은 신씨 가문에서의 온화하고 부드럽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바로 소파에 털썩 드러누워 발길질하며 하이힐을 그대로 걷어찼다.

구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늘고 작은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주무르고 있었다.

“넌 어디 외국을 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집으로 오는 거야? 그리고 숙녀가 집에 오자마자 그게 무슨 짓이야?”

구만복은 일부러 정색했다.

그에게 있어서 구아람은 딸이 아닌 원수였다. 하지만 안 보고 지내는 동안 너무도 그리워서 보고 싶었다.

“알츠하이머 걸리신 거 아니죠? 전 예전에도 이런 모습이었어요.”

구아람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거실 벽에는 그녀가 10여 년 전 친필로 쓴 축하글이 달려있었다. 그건 구만복이 세 번째 결혼을 했을 때, 구아람이 그에게 보낸 신혼 선물이었다.

현재 구씨 가문은 구만복이 네 번째의 결혼으로 사람들의 입방에에 오르내리고 있다.

구아람은 이런 가정환경에 불만을 품고 일찌감치 집을 떠난 것이다.

“3년 동안 집에 안 들어오다가 이제야 돌아와서는, 오자마자 아빠를 저주하는 게냐? 정말 효녀가 따로 없다니까?”

구만복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아버지,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구아람은 피식 웃었다.

“아빠, 이제 아람이가 돌아왔으니, 바로잡아야 할 일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해요.”

구윤이 구아람을 위해 먼저 말을 꺼냈다.

“전 KS그룹 회장 자리를 아람에게 물려줬으면 합니다.”

구윤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구아람은 구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

구만복은 화가 나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전 아버지께 3년 동안만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3년 기간이 만료되었으니 전 교회로 돌아가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여기에 뜻이 없어요. 목사가 되는 것이 제 꿈이니까요.”

지금, 구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네가 못하겠으면 구진이를 시켜.”

구만복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물러섰다.

“안 돼요. 안 돼요. 저는 공무원이에요. 공무원은 이런 일에 연루되어서는 안 돼요.”

구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구만복은 답답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아들이 많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두 가문의 일을 계승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도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갈수록 건강이 약해져서 간다는 것을 느끼고,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구씨 가문 사람 중 그의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의 신념은 회사는 당연히 아들이 물려받아야 했다.

“그럼, 제가 할게요.”

구아람이 말했다. 남자보다 못할 거 없지.

“네가 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KS 그룹이 어디 소꿉장난이라고 생각해? 여자가 미팅에서 남자들을 상대로 기선 제압할 수 있겠어? 장사는 할 줄 알고?”

구만복이 말했다. 그는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야 이 녀석아! 그리고 너는 걸핏하면 사라지고, 이번에도 3년 만에 집으로 온 거잖아.”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또 너희 엄마도 너를 얼마나 걱정했는데. 네가 하도 안 오니까 진짜로 객사한 줄 알았어.”

그 말에 구아람은 가슴이 아파왔다. 어느새 그녀 눈가가 약간 붉어졌다.

그녀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설령 아버지에게 못마땅한 것이 있었다고 해도, 부모를 속이고 3년 동안이나 신경주와 결혼 생활을 한 건, 분명히 잘못한 일이다.

“아빠, 아람이는 저보다 아는 게 많아요.”

구윤은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람이가 말한 몇 가지 방안은 회사 운영에 모두 잘 적용됐어요. 그리고 2년 전 오 씨 그룹 인수 계획안도 아람이가 몇 번이나 밤을 새워 만든 거예요.”

그 말에 구만복은 깜짝 놀랐다.

“아빠, 사실 아람이는 우리 집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업을 물려받기에 적합한 사람이에요. 해외에서 인재를 그렇게 대량으로 영입하시면서, 왜 정작 바로 코앞에 있는 인재는 몰라보시는 거죠?”

구진도 옆에서 그를 설득했다.

그러자 구만복은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대표 자리를 맡고 싶다면 그렇게 해. 내가 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해.”

그러자 구아람의 표정이 밝아졌다.

“며칠 푹 쉬면서 마음 잘 추스리고 다음 주에 성주에 있는 KS WORLD 호텔로 가 봐. 네가 반년 안에 그곳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고,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다면 내 너를 KS 그룹의 대표로 임명하는 것을 고려해 보마.”

……

서재를 나오자, 구윤과 구진은 약속이나 한 듯 구아람의 어깨를 툭툭 쳤다.

“하늘이 주신 기회야.”

“저질러 놓은 난장판을 수습하라는 거군.”

구윤이 한숨을 쉬었다.

“저한테 어떻게든 KS 그룹을 물려주지 않으실 생각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이 수법은 저에게 통하지 않아. 나는 생각보다 고통을 잘 견디거든.”

구아람은 주먹을 꽉 쥐었다.

3년 동안 잠들어 있던 야심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두 형제가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고마워, 넌 참 착한 동생이야. 오빠들의 자유는 평생 너에게 맡겨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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