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린 남자 대신, 그의 형이 내 인생을 뒤집어놨다

날 버린 남자 대신, 그의 형이 내 인생을 뒤집어놨다

Par:  귤이Mis à jour à l'instant
Langu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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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인은 다섯 해 동안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 H시 재벌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연애를 이어왔다. 하지만 혼인신고 당일 바람을 맞은 다인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독한 맹세를 하며 약혼자와 헤어진 그녀는, 전화 한 통에 순간 욱해 평소 접점이 거의 없던 전 남자 친구의 친형인 기시윤과 혼인신고를 해버렸다. ... H시 재벌가 사이에서 '황태자'로 불리는 시윤은, 해외에서 금융 제국을 세운 장본인이자 모두를 두려움에 빠뜨리는 금융계의 거물. 결혼 후 그는 다인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며, 다인의 말이라면 뭐든 따른다. 다인이 전 남자친구한테 쓸모없다는 모욕을 들었을 때, 시윤은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단번에 때려눕혔다. “내 아내는 내 보물이야. 어떤 모습이든 나한테는 소중해.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면, 기씨 가문 호적에서 파버릴 줄 알아!” 한참이 지나서야 한다인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이 늘 두려워했던 이 남자가 자신을 10년간 짝사랑했고,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을 훔치려고 계략을 꾸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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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1화
“야, 기태안, 너 오늘 한다인과 혼인신고 하는 날인데, 안 가도 괜찮아? 한다인이 화낼 텐데?”“한다인이 기태안 껌딱지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어? 유림이 때문에 안 가도, 화낼 엄두조차 못 낼 거야.”“맞아. 한다인이 어떻게 유림이랑 비교해? 태안이 어릴 때부터 유림이를 아꼈잖아?”...사람들이 말한 유림은 바로 기태안의 명목상 여동생, 기유림이다.호텔 VIP룸 앞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들은 다인은 온몸이 얼어붙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이게 내가 사랑한 남자라니. 참 형편없고 한심하지.’다인이 주먹을 꽉 그러쥐자, 손톱이 손바닥 깊숙히 파고들었다.하지만 신체적 고통은 심리적 고통의 만분의 일도 미치지 않았다.다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문을 열었다.쾅!떠들썩하던 VIP룸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한다인...”모두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문 앞에 선 여자는 뽀얀 피부에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핑크색 드레스는 늘씬한 다리와 허리 라인을 드러냈고, 반묶음 머리는 단아한 분위기를 더하면서 남자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아름다웠다.하지만 지금 다인은 너무나 차가운 눈빛으로 태안과 유림을 훑어보며 비웃었다.“기태안, 혼인신고할 시간이 없다던 이유가 이거였어?”태안의 잘생긴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얼른 다인의 곁으로 다가왔다.“우리 혼인신고는 언제든 가능하잖아. 유림이가 해외에 있다가 어렵게 귀국했는데, 둘째 오빠인 내가 축하해주는 건 당연하잖아.”한다인이 비웃으며 말했다.“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연애 기념일인데, 그것도 상관없다는 거야?”“이번에 같이 안 보내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몰라?”이건 다인과 태안이 함께 약속했던 거다.게다가 이번에는 연애 기념일에서 결혼기념일로 바뀌는 특별한 날이었다.하지만 보아하니 태안은 다인과 결혼하기 싫은 눈치였다.태안이 정말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낸 소꿉친구 유림이었다.태안은 뭔가 안 좋다는 걸 감지한 듯 다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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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도발 섞인 음성이 공기를 가르자, 다인은 얼어붙은 듯 한참 침묵한 뒤에야 말을 이었다.“시윤 오빠, 방금 오빠 동생이 나를 농락하더니, 이제 오빠 차례예요?”전화를 한 상대는 기태안의 친형인 기시윤이었다.다인이 태안과 처음 사귀었을 때부터, 시윤은 다인에게 한 번도 좋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한 번 바람맞았으면서, 두 번이 뭐가 무서워?]시윤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배어 있었다.[이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한다인 답지 않은데?]다인은 불같은 성격이라, 자극을 받으면 절대 참지 못한다.아니나 다를까, 그 말을 듣자마자 성질을 내며 반박했다.“누가 못 갈 줄 알아요? 하지만 지금 가도 구청 업무 시간이 끝날 거예요.”[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시윤이 차갑게 말했다.그로부터 20분 뒤, 다시 구청을 찾은 다인의 시선에 시윤의 훤칠하고 기품 있는 실루엣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빼어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했다.특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큰 압박감을 주었다.태안도 잘생긴 남자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지만, 시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진짜 왔네?”시윤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고, 가늘게 뜬 눈에는 유혹과 위험한 느낌이 배어 있었다.시윤을 마주한 다인은 아까 전화를 받을 때의 무모한 모습은 사라진 채, 자연스레 기세가 꺾인 모습이었다.“와도 소용없어요. 구청 문은 이미 반쯤 닫았잖아요.”눈썹을 치켜세운 시윤은 뒤에서 닫히고 있는 셔터를 힐끗 쳐다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나랑 혼인신고 할 거야? 고민 끝낸 거 맞아?”다인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오빠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가 뭐가 두려워요?”‘두렵다 해도 시윤 오빠가 더 두렵겠지. 어쨌든 두 사람은 친형제잖아.’“제법 용감하네.”시윤의 눈빛에 희미한 감탄이 스치더니, 다인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향했다.다인은 순간 어리둥절했다.‘진... 진짜 가는 거야?’다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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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인은 순간 멍해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시윤이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는 순간, 다인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찔했다.다인의 반응을 눈치챈 시윤은 동작을 멈추었다. 깊고 어두운 눈빛에는 흥분을 억누르는 기색이 가득했다.“왜? 무서워?”다인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검지로 다인의 콧등을 살짝 긁은 시윤이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곧이어 다인은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어느새 몸을 일으킨 시윤은 샤워하러 욕실로 갔다.시윤이 멀어지자, 다인은 비로소 한숨을 돌리면서 가슴을 탁탁 두드렸다. 그러나 뺨의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방금 하마터면 정말 할 뻔했잖아...’사실 다인은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시윤은 어디까지나 태안의 친형이다.시윤은 예전에 유독 다인에게만 특히 엄격했고,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마치 영감님처럼 굴었다.이건 너무 어색했다.무엇보다 3년 전, 시윤과 그런 어색한 일까지 겪었으니...‘됐다. 됐어.’다인은 머리를 휘저으며 생각을 접었다.시윤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함께 산다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인 다인도 따라서 샤워했다.샤워와 피부관리, 바디로션까지 다 마치는데 무려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당연히 시윤은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을 열고 나오자 시윤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욕실 안에서 살림 차린 줄 알았네.”‘역시 저 입은 너무 독해.’이미 익숙해진 다인이 침대 가장자리로 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난 어디서 자요?”시윤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물었다.“다인아, 우리 혼인신고서는 법적 절차를 모두 이행한 정식 문서야. 그렇지?”“네, 맞아요.” 다인은 당장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럼, 어떤 합법적인 신혼부부가 각방 쓰는 걸 봤어?”시윤은 성공적으로 다인을 당황하게 했다.‘됐다, 됐어.’다인은 변명을 포기했다.“이리 와.”시윤은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렸다.이번에 다인은 협조적인 자세로 다가갔다.다인이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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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행히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면서 곤경에 처한 다인을 구해주었다.“여보세요?”다인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면서 허둥지둥 전화를 받았다.전화 건너편에서 슈퍼모델이자 가장 친한 친구 임미연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한다인. 어제 혼인신고서 뗐으니, 밤에 곧바로 처녀 딱지도 뗐겠네?]전화기 소리가 꽤 컸다.시윤이 아직 근처에 있다는 걸 떠올린 다인이 급히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다행히 시윤은 이미 현관으로 나가는 중이었다.“혼인신고서만 뗐어.”다인이 안도하며 말했다. “처녀 딱지는 안 뗐어.”[5년이나 사귀면서 고작 해본 거라곤 서로 가볍게 입술 스치기 정도였고, 서로 애무도 못했으면서...]한참 동안 말하던 미연이 갑자기 ‘악!’ 소리를 질렀다. [설마 혼인신고 한 당일 밤에 새 남편 물건이 '서는' 데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한 건 아니지?]미연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가 더 커졌다.마침 시윤이 문을 열고 다시 들어왔다가, '남편 물건이 서는 데 문제가 있다’라는 마지막 말을 정확히 들었다.순간, 눈꼬리를 살짝 올린 시윤이 다인을 바라보았다.‘내가 안 선다고?’인기척을 들은 다인 역시 문 쪽을 바라보았고, 시윤을 보자마자 숨이 멈춰 버렸다.이쪽의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미연이 계속 조언을 늘어놓았다. [이건 좀 문제 있네. 얼른 병원에 가 봐야겠다.][만약에 고치지 못한다면, 앞으로 플라토닉한 관계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봐...]다인은 머리가 핑 돌면서 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왜 돌아왔어요?”“시계 가지러.”시윤은 드레스룸에서 시계 하나를 꺼내 차고 다인 앞으로 다가왔다.시계를 다 찬 시윤이 팔을 앞으로 뻗어 화장대를 짚으면서 다인을 품속에 가볍게 가두었다.고개를 숙이고 다인의 눈앞에 얼굴을 댄 시윤이,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말했다.“서는지 안 서는지는, 밤에 시험해보면 알 거 아니야?”다인은 뻣뻣하게 굳은 채, 그저 부자연스럽게 눈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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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인의 말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던 한민수는, 한 번 더 확인한 후 조금 전보다 더 환하게 활짝 웃었다.[좋아, 결혼했으면 됐어. 언제 같이 와서 할아버지랑 같이 식사나 하자.]다인은 고분고분 대답했다. “네, 할아버지.”전화를 끊자, 침실 문이 열렸다.방으로 들어온 시윤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인의 앞에 왔다.고귀하고 우아한 분위기,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썹과 별빛 같은 눈동자. 그야말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용모였다.숨이 턱 막힌 다인이 고개를 들어 시윤을 바라보았다. “왔어요?”“응.”시윤의 목소리는 굵고 낮았다. “신혼이라, 밥 먹으러 돌아왔어.”다인은 문득 가슴 깊은 곳이 따뜻해졌다. “고마워요.”예전에 태안과 사귈 때는, 태안은 식사 약속을 해도 다인을 혼자 식당에서 방치한 채 몇 시간씩 바람을 맞히곤 했다.나중에야 알게 된 건데, 그때마다 태안은 유림에게 불려 갔다.유림이 재채기만 해도 태안은 긴장하며 병원에 데려다 주곤 했다.다인은 항상 유림보다 뒤처지는 존재였다.다인이 한 번 화를 내면, 태안은 귀찮게 쓸데없는 트집을 잡는다며 싫어했다.다인은 생각을 거두었다.노트북을 접어 창가에 내려놓고 일어나서 시윤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일부러 날 위해 돌아올 필요는 없어요. 괜찮아요. 원래 각자 필요에 의해 갑자기 한 결혼이니까요.”“네 곁에 있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야.”시윤이 다인을 응시하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함께 생활하고, 잠자리까지 같이하는 결혼을 원한다고.”다인의 가슴에 따뜻한 감동이 스멀스멀 퍼졌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시윤이 원래 성숙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지,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 다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손 씻고 내려가서 같이 밥 먹어요.”다인은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그런 다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윤의 눈빛이 점점 짙어졌다....1층 다이닝룸, 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았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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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인은 순간 머릿속이 열기로 가득 차면서, 시윤의 유혹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다 이내 입술을 꽉 깨물고, 발꿈치를 살짝 들어서 시윤의 뺨에 살짝 키스했다.“됐죠?”한 번 키스하고 나자, 다인은 도망가고 싶었다.시윤의 동공이 서서히 커지면서, 마치 빙산이 녹아내리듯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곧이어 다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서 뜨겁고 습한 숨결을 내뿜었다. “한 번으론 어림도 없지.”말을 마치자마자, 시윤은 고개를 더 숙였다. 남자의 입술이 다인의 핑크빛 반짝이는 입술과 거의 붙을 듯 가까워졌고, 뜨거운 숨결이 서로 뒤엉켰다.시윤의 눈빛은 마치 오랫동안 노려온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처럼 뜨거웠다.다인은 숨을 죽였다.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튀어나올 듯 고동쳐 숨 막혀 죽는 건 아닌가 싶을 때, 비로소 시윤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다인은 심장이 격렬하게 뛰면서, 안개 낀 듯 흐릿한 눈동자로 시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심하게 괴롭힘을 당한 새끼 고양이 같았다.다인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가는 거 맞죠?”시윤은 흥분을 억누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부인의 요구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그 말을 들은 다인은 시선을 거두고 허둥지둥 도망쳐 나갔다.방금 몸속에서 낯선 열기가 느껴지면서, 이상한 반응이 온 것 같았다.황급히 도망치는 다인의 모습을 보면서, 시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평소엔 몸집을 부풀린 고양이처럼 으르렁대더니, 알고 보니 그저 순한 어린양이었네.’...이틀 후, 다인은 시윤을 데리고 한씨 가문 본가에 왔다.“할아버지.”연한 색 드레스를 입은 다인이 할아버지 앞에 조용히 서서 소개했다.“제가 말씀드린 시윤 오빠예요.”한민수는 다인 옆에 있는 시윤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참 괜찮구나.”시윤은 빼어난 용모에 귀티가 넘치는 데다, 차분하고 예절도 밝았다. “할아버지,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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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상대방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순간적으로 태안의 가슴에 불안감이 스쳤고, 방금 전화 속 남자 목소리에 마음이 허무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아까 그 남자는 다인이 새로 사귄 남자인 건가?’그러나 곧 태안은 다시 냉소를 흘렸다.‘나한테 벌을 주려고, 이런 수까지 쓰는 거야?’‘정말 예나 지금이나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건 변함없네. 또 각종 수단으로 유림이를 내쫓으려고 하다니!’...한편, 저택.“전화 끊었어.” 시윤이 핸드폰을 건네주며, 그윽한 눈빛으로 다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가 내 마음대로 전화 끊었다고 원망하는 거 아니야?”다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시윤의 눈가에 드리웠던 차가운 빛이 부드러워지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음, 많이 컸네.”시윤이 손을 들어 다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다인은 얼굴을 살짝 숙였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시윤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시윤의 까만 눈동자에는 예전의 냉랭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직 그윽한 미소만 담고 있었다.시윤은 오히려 진심으로 다인을 귀여워하는 친오빠 같은 이미지로 다가왔다.다인의 가슴이 순간 멎는 듯했다.시윤은 태안이 준 상처를 대신 미안해하고,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서 보상하는 걸지도 몰랐다.하지만 다인은 예전에 비록 이유를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시윤이 왜 자신과 결혼을 선택했는지...다인은 생각을 그만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시윤 씨, 부탁할 게 있어요.”태안이 아마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아갔을 테지만, 다인은 더 이상 어떤 접촉도 원치 않았다.시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방금 나 뭐라고 불렀어?”다인은 몇 초간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고쳐 불렀다. “시윤 오빠?”다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에는 약간의 불확실한 의문이 섞여 있어서, 마치 조심스러운 고양이 같은 모습이었다.시윤은 더 이상 다인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미간을 펴며 말했다. “말해 봐, 무슨 일인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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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다인은 피식 웃었다.태안의 멍청함이 너무 웃겼다.“그날 난 분명히 말했어. 우린 이미 헤어졌다고.” 다인이 비웃으며 말했다.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거야?”다인의 모습은 매우 진지했고, 농담 같지 않았다.태안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 또 냉소를 지었다. “유림이 돌아오니까, 또 수작 부리는 거네.”“좋아, 내가 잘못했어, 됐지?”태안이 화를 누르고, 목소리를 낮췄다. “혼인신고 하러 안 간 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 풀어. 내가 사과할게.”태안은 상자 하나를 다인 앞에 건네며 열어 보였다.사파이어 다이아몬드 팔찌가 다인의 눈에 들어왔다.혼인신고 약속 사흘 전, 다인은 잡지에서 이 팔찌를 보고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그때 태안은 경멸 섞인 말투로 그녀를 깎아내렸다. “왜 이렇게 쓸데없는 걸 좋아하는 거야? 속물 같아!”그때 다인의 미소는 곧바로 사라졌다.‘그땐 그러더니 지금은 또 사 주네?’‘이건 뭐하자는 거야?’“네가 이 팔찌 좋아하는 거 알아. 내가 사 왔어. 화 좀 풀어, 응?” 태안의 어조는 아첨하는 투였다.지난 5년 동안, 태안은 항상 싸운 후에 가볍게 넘어갔다.늘 선물 하나 사 주고, 마음 없는 사과를 하면 대충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지난 5년 동안의 모든 일이 순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다인은 매번 스스로 반성했다. 정말 자기가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 하고...‘나는 단지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원했을 뿐인데...’하지만 매번 결국 다인 혼자 상처를 치유하고 무시하기를 반복했다.“내가 채워줄게.”태안이 다인의 손을 잡아, 팔찌를 채워주려 했다.“치워.”손을 휙 빼자, 팔찌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인이 차가운 얼굴로 재차 강조했다. “잘 들어, 우리 헤어졌어.”태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한다인, 적당히 해.”다인의 어깨를 거세게 밀치면서, 다인은 뒤로 물러나며 거의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바로 그때.허리를 감싸는 듯한 거대한 손길이 느껴지면서, 다인의 몸은 따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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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보아하니 다인은 여전히 태안을 신경 쓰는 모양이네.’“헤어졌다며?” 시윤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차가운 눈빛으로 태안을 노려보았다.태안은 그 사실이 시윤의 귀에 들어갔다는 걸 예상치 못했다.‘이번엔 한다인이 너무 지나쳤어!’“다인이 성질이 좀 더러워서, 뭐만 해도 헤어지자고 난리야. 내가 유림이 환영 파티해 주느라고 혼인신고 하러 안 가서 이렇게 난리 친 거야.”태안은 창피한지, 얼굴에 언짢은 기색을 띠었다. “애가 워낙 계산적이고, 마음이 좁거든. 이 점은 내가 잘 이야기해서 고치도록 할게. 나중에 유림이가 또 해외로 도피하지 않도록 말이야.”‘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지?’파렴치한 말을 당당하게 하는 태안의 모습에 분노해 되받아치려는 순간, 시윤의 입에서 냉소가 흘러나왔다. “기유림 맞이한다고 혼인신고 하러 안 간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거야?”태안은 말문이 턱 막혔다.시윤의 어둡고 깊은 시선과 마주치자, 순간 부끄러워져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형, 유림이가 3년 전 한다인 때문에 출국했어. 난 그냥...”“됐어.”시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태안의 말을 끊었다. “난 네 생각 없는 행동에 관심 없어.”“네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길 거야.”시윤은 말을 마치고, 다인을 지그시 바라봤다.태안은 그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형이 예전에는 분명 다인이한테 차갑게 대하고. 심지어는 서로 대립했었는데.’‘왜 갑자기 이렇게까지 감싸지?’그때, 근처에 있는 주민들이 모두 나와 복도에서 구경했고, 심지어 핸드폰으로 동영상까지 찍으려 했다.시윤은 이내 우빈한테 눈짓하며, 태안을 차갑게 흘겨보았다. “안 가고 뭐 해?”우빈은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러 갔다.태안은 평소 시윤을 두려워했다.시윤은 GM그룹의 실세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창립한 금융 회사도 최근 몇 년 사이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태안은 시윤을 거역할 수 없었기에, 다인에게 불만 투로 말했다.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말을 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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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음 날 이른 아침, 잠에서 깬 다인은, 자기 몸 전체가 시윤에게 매달리는 듯이 꼭 붙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문어처럼 손과 발을 시윤에게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을 보자, 순간 어색함이 밀려왔다.다인은 멍해졌다.‘내 수면 자세가 왜 이렇게 화려한 거지?’그나마 다행인 건, 시윤은 아직 깨어 있지 않았다.시윤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손발을 거둬들인 다인은, 입술을 꽉 다문 채 숨도 쉬지 못했다.그때 문득,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시윤이 농담했던 게 생각났다.“여보, 나랑 잘 준비는 됐어?”다인은 바로 얼굴이 빨개지면서 시윤을 비난했다. “어쩜 머릿속이 그런 생각뿐이에요?”시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건 내 탓을 하면 안 되지. 내 인생 이십팔 년 만에 드디어 아내를 얻었는데, 어떡해?”“하지는 못해도, 안고 자는 건 괜찮지?”부부 사이에 안아주는 건 사실 전혀 문제가 없다.그러나 예전에 앙숙 같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부부가 되니, 너무 어색할 뿐이다.한참 고민하던 다인이 몸을 시윤 쪽으로 살짝 움직이며 경고했다. “안기만 해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분명 그랬었는데...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잠에서 깨어 보니, 경고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었다는 것을.다인은 팔다리를 살며시 움츠렸다. 이 정도면 소리가 안 났을 거라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들키기 전에 몰래 빠져나가려 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등을 찔렀다.다인은 그대로 뻣뻣하게 굳은 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너무나 당황하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손바닥으로 머리를 괸 시윤이, 그윽한 눈길로 다인을 응시하고 있었고, 입꼬리는 은은한 곡선을 그리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앞으로 나 안고 싶으면, 직접 말해. 우리 부부잖아.”“아니, 아니에요.” 얼굴이 뜨거워진 다인이 급히 손을 저었다. “오해예요.”이 한마디만 남긴 다인은 시윤의 반응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도망가듯 화장실로 달려가서 세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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