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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또 다른 사모님

신흥 건재 회사가 진후 빌딩으로 이사 온 뒤, 난 이사 초기에 딱 한 번 회사에 와봤으며 그것도 신호연이 나를 데리고 구경한 것이다. 회사가 건물 전체를 전세 냈으며 보기만 해도 너무 화려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

그날 신호연은 나를 꽉 껴안으며 사무실 창가에 서서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약속했다.

“고마워, 여보! 당신이 나에게 마음껏 꿈을 펼칠 자본을 만들어줬어! 난 상상치도 못한 인생을 살게 되었어! 내가 더 힘내서 조만간 이 건물을 당신에게 선물로 줄 테니까 나 믿고 딱 기다리고 있어!”

이런저런 생각에 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신호연이 두 손으로 직접 이 모든 걸 부수고 있는 셈이다.

건물에 들어서자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나에게 몇 층으로 갈 건지, 또 누구를 찾는 건지 물었다. 내 입에서 신호연 이름이 언급되자 직원이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공적인 태도를 장착한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신 대표님은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사모님과 함께 나가셨습니다!”

난 순간 번개라도 맞은 듯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충분한 마음의 준비도 했고 별의별 상황을 전부 상상했지만 이런 답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가방을 꽉 움켜쥔 난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요? 혹시 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

“전 오해할 리가 없어요. 10층 신흥 건재 회사의 신호연 대표님을 찾으시는 거 아닌가요? 그분은 확실히 아침 일찍 사모님과 나가셨습니다.”

직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듯 말했다. 그녀의 단호함에 머리가 복잡해진 난 대체 같이 나간 그 사모님이 누구인지, 그러면 난 또 누구인지 너무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참은 채, 이를 악물고 진후 빌딩을 나섰다.

난 최후의 체면을 챙기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저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으며 신호연에게도 최후의 양심을 남겨주고 싶었다.

데스크 직원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난 떨리는 손으로 신흥 건재 마케팅 부서의 서강훈에게 전화를 걸었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훈 씨, 혹시 신 대표님 회의 끝났나요? 급한 일이 생겼는데 전화를 받지 않네요!”

서강훈은 회사 고위직 관리자였기에 신호연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 말에 왠지 놀란 듯한 서강훈이 어안이 벙벙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회의요…? 형수님이시죠? 오늘은 회사에 회의가 없습니다! 대표님은 아침 일찍 나가셨어요!”

난 간단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지금 이 순간, 온몸에 힘이 확 풀려버렸고 억지로 잡고 있던 멘탈도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구름 위를 걷는 듯 몸이 나른했다.

난 덜덜 떨면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신호연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볼 용기조차 없었다.

더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물어본다고 해도 또 다른 거짓말을 들을 게 뻔한데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을 가치가 있을까?

난 이 순간,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게 너무 두려웠고 그에게 다시 한번 나를 속일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대놓고 여자를 데리고 회사에 들락날락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진후 빌딩 사람들에게 그 여자가 사모님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다니.

그 여자는 오래전부터 당당하게 빌딩을 드나들었을 것이며 내 손으로 힘들게 세운 신흥 건재 회사를 오가면서 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난 망연자실한 얼굴로 길가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의 모습을 간절하게 찾고 있었지만 그는 손에 넣은 모래처럼 내가 꽉 잡을수록 점점 더 빨리 사라졌다.

잠시 머리를 식힌 뒤, 난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여자가 도대체 누군지 알아내기로 마음먹었고 덜덜 떨리는 다리로 집 앞에 돌아와 마트에 들러 그가 좋아하는 음식들과 딸이 좋아하는 딸기를 사서 집으로 들어섰다.

난 신호연이 집에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집안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오늘따라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고 겨우 신호연 퇴근 시간까지 버틴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 있냐고 물어본 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라고 했다.

신호연은 단번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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