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벌써 세 번째 혼인신고 하기로 한 날. 심원후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첫사랑. 구청 앞에서 홀로 서 있던 강이주는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전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하면 받아들일게요. 우리 결혼해요.” 심원후를 붙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며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강이주는 심원후의 숙적이었던 남자의 청혼을 결국 받아들였다. 단 일주일. 강이주는 그 시간 동안 심원후와 얽힌 모든 것을 깨끗이 끊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숙적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보호받는 강이주를 보게 된 심원후. 한때 강이주를 향해 욕설을 퍼붓던 심원후는 눈이 붉어진 채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는다. “이주야, 다시 나랑 결혼식 올리자. 내가 다 보상할게.” 강이주는 담담하게 말한다. “제대로 된 전 연인은 죽은 사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심원후, 누구도 바보같이 너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 심원후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이주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강이주에게 더 이상 심원후가 필요하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돌아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끝내 엇갈린 두 사람의 결말.
View More강이주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다음 날이었다.옆에 누운 구기빈이 강이주를 품 안에 단단히 끌어안고 있었다.강이주가 고개를 돌려 구기빈을 바라보자, 이미 눈을 뜬 구기빈과 시선이 마주쳤다.“잘 잤어?” 구기빈이 몸을 숙여 강이주의 입꼬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강이주는 두 팔로 구기빈의 허리를 감싸고 구기빈의 가슴에 볼을 비볐다. “배고파.”정말 허기가 졌다.어젯밤에는 너무 많은 체력을 쓴 탓에 나중에는 눈을 감자마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데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갈망했던 두 사람이었으니, 불이 붙은 뒤 멈추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구기빈이 강이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럼 일어나서 아침 먹자. 밥 먹고 내가 구경시켜 줄게. 하고 싶은 거 있어?”강이주의 의견을 묻는 말이었다.강이주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알아서 정해.”구기빈은 그 말을 듣고 아침 식사 뒤 가볍게 둘러볼 만한 곳들을 머릿속으로 골랐다.두 사람은 한동안 침대에서 다정하게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함께 일어났다.강이주는 말 없이 아침을 먹었다.“정말 하고 싶은 거 없어?” 구기빈이 다시 물었다.이번에는 잠시 고민하던 강이주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평소에 뭘 좋아해?”생각해 보니 자신은 구기빈의 취향을 그다지 잘 알지 못했다.강이주는 예전에 우연히 봤던 구기빈의 인터뷰 영상을 떠올렸다.그때 좋아하는 운동에 관해 이야기했던 것 같기는 했다.하지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구기빈은 강이주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어 낸 듯 바라봤다.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구기빈이 입꼬리를 올렸다.“평소에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해. 스카이다이빙이나 암벽 등반, 서핑 같은 거.”사실 구기빈은 웬만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거의 다 해 봤다.그중 여러 종목은 지도자 자격까지 갖고 있었다.다만 그런 사실을 강이주에게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강이주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었다.‘암벽 등반은 체력 소모가 너무
강이주가 겨우 밥 반 공기를 비우자, 더는 못 먹겠다는 듯 잔뜩 굳은 표정의 구기빈이 그녀를 가련하게 바라봤다. “정말 더 못 먹겠어.”아직 시차 적응이 끝나지 않은 탓인지 온몸이 축 늘어져 기운을 낼 수가 없었다.머릿속까지 멍했던 강이주는 구기빈의 기분이 상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게다가 구기빈이 언짢아진 이유는 다름 아닌 강이주에게 있었다.구기빈은 굳은 표정으로 강이주를 안아 들고 다시 2층 안방으로 올라갔다.강이주를 긴 소파에 내려놓은 구기빈이 뚫어지게 바라봤다. “실종됐다는 소문, 당신이 사람 시켜서 J시에 흘린 거야?”배진호의 보고를 받은 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말을 흘릴 사람은 강이주뿐이었다.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그 소식을 밖으로 전할 수 있었던 사람은 강이주밖에 없었다.강이주는 아까부터 구기빈의 태도가 차가운 게 조금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그러다 질문을 듣고 집요한 시선까지 마주하자 공연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강이주는 슬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인정해. 아니, 애초에 부정한 적도 없잖아. 당신이 안 물어봤을 뿐이지.”구기빈이 처음부터 묻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강이주는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구기빈의 표정이 한층 더 못마땅해졌다. “왜 그랬어?”강이주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를 알고 싶었다.강이주는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연극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제대로 해야지. 당연히 구씨 집안 사람들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야.”보란 듯이 강이주가 몸값을 들고 가겠다고 나서자마자 구씨 집안의 움직임도 빨라졌다.생각해 보니 구씨 집안의 판을 굴리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어쩌면 자신일지도 몰랐다.그렇다면 이 판의 핵심 조연으로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줘야 하니까.구기빈이 지금 강이주의 머릿속을 전부 들여다봤다면 참지 못하고 엉덩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어졌을 터였다.강이주가 대체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구기빈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말 돌리지 마. 당신, 또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자리에서 일어 창가로 다가간 구기빈은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밖에 강이주가 서 있다는 걸, 구기빈은 미처 알지 못했다. 강이주가 배진호와 나누는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것도.구기빈의 지시를 통해, 강이주는 희미하게나마 상황을 맞춰 볼 수 있었다.강이주가 떠나자, 구호민 쪽에서는 그녀가 정말 구기빈을 데려올까 봐 두려워한 듯했다.일단 구기빈이 J시로 돌아오면, 구호민의 목적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될 테니까.강이주는 그제야 깨달았다. 구호민은 구기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 이 말 안 듣는 자식을 희생시키기로 대책을 세워 둔 거였다.구기빈이 제 친아들이라 해도, 그는 결코 예외를 두지 않을 사람이었다.구호민 같은 인간이 피붙이라고 해서 진심으로 신경 쓸 리 없었다.그가 원한 건 그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줄 아들이었다.정말 우스운 일이었다.강이주는 이 사실을 언제부터 알아챘던가?말하자면, 아마 구희라가 평소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자기를 책망하던 그때부터였다.구희라와 오랜 친구로 지내며 쌓은 호흡이 있었다. 강이주는 구희라가 갑자기 자신에게 돈을 마련하라고 몰아붙인 뜻을 모를 수가 없었다.게다가 구희라와 구기빈이 남매의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는 걸 강이주가 알고 있는 마당에, 그런 구희라가 수장 없는 상태를 말하며 중심을 잡을 사람을 세워야 한다고 했을 때...강이주는 단번에 알아챘다.구기빈이 구씨 집안에 없는 동안, 여동생인 구희라는 자기 나름의 대응 방법을 갖춰 둔 거였다.그녀는 직접 앞으로 나서 구호민에게 보여 주었다. 자신도 다투고 빼앗으려고 하며, 구기빈의 자리를 대신하고 싶어 한다고.구호민은 당연히 구희라를 대리인으로 세우지 않을 것이다.다만 구희라가 이렇게 대놓고 판을 깔아 놓는 바람에, 더 큰 변수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구호민은 미리 구희도를 내세우게 될 거였다.구희라가 그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리도 없었다.그래서 강이주가 그날 자리를 떠난 후, 유예준에게 구희
그제야 자신이 구기빈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여보?”강이주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넓은 안방에 구기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곧바로 이불을 걷어 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실내 슬리퍼를 챙길 새도 없이, 맨발로 방 안을 두루 살피기 시작했다.방 한 바퀴를 다 돌아도 구기빈을 못 찾자 강이주는 방문을 열고 나섰다.복도 끝쪽에서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강이주가 한 발 한 발 그쪽으로 향했다.서재였다.방 안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구기빈이 사무 책상 앞에 단정하게 앉아 핸드폰을 들고 통화하고 있었다.배진호가 건 전화였다.[‘강이주 대표 실종’는 소문이 J시까지 들어갔어. 임설 비서가 그쪽을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인데, 자기 대표와 연락이 안 되니까 꽤 당황한 것 같아.]배진호는 J시 쪽 상황을 구기빈에게 사실대로 보고하고 있었다.애초에 배진호는 ‘강이주 대표 실종’ 소문이 더 번지는 걸 막으려고 했다.구기빈이 미리 일러 둔 탓이었다.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강이주 대표 실종’과 관련된 소문을 절대 키우지 말라고.그런데 누군가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강이주’와 연락이 끊기자마자, 거의 동시에 소문이 퍼졌다.배진호의 말을 들은 구기빈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납치범 쪽에서 흘린 거야?”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리는 없었다.그 납치범 일당은 본래 용병 출신이었다. 경호원이든 납치범이든, 필요에 따라 역할을 자유롭게 바꾸는 사람들이었다.요즘 세상에서 모두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했다. 그 사람들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다 맡았다.돈만 충분히 주면 되는 사람들이었다.구기빈에게서 그만한 돈을 받은 이상,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최소한의 ‘직업 윤리’는 지킬 터였다.더구나 그 용병팀은 구기빈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지인이 소개해 준 것이었다.배진호가 말을 이어 갔다.[누가 소문을 풀었는지는 아직 확인 중이야. 임설 비서 쪽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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