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벌써 세 번째 혼인신고 하기로 한 날. 심원후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첫사랑. 구청 앞에서 홀로 서 있던 강이주는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전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하면 받아들일게요. 우리 결혼해요.” 심원후를 붙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며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강이주는 심원후의 숙적이었던 남자의 청혼을 결국 받아들였다. 단 일주일. 강이주는 그 시간 동안 심원후와 얽힌 모든 것을 깨끗이 끊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숙적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보호받는 강이주를 보게 된 심원후. 한때 강이주를 향해 욕설을 퍼붓던 심원후는 눈이 붉어진 채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는다. “이주야, 다시 나랑 결혼식 올리자. 내가 다 보상할게.” 강이주는 담담하게 말한다. “제대로 된 전 연인은 죽은 사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심원후, 누구도 바보같이 너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 심원후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이주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강이주에게 더 이상 심원후가 필요하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돌아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끝내 엇갈린 두 사람의 결말.
View More구기빈이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술에 취해서 어떤 여자를 붙잡고 늘어졌대. 그 여자를 데리고 호텔까지 갔는데, 어쩌다 일이 꼬였는지 병원까지 실려 갔다고 하더라.”“병원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이 떨어지지 못한 상태였대.”그 일은 새벽 네다섯 시쯤 벌어졌다.이 정도로 큰일인 데다 심원후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지금까지 아무 소문도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듣기로는 지정애가 병원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갔다고 했다. 지정애는 큰돈을 써서 사건을 눌렀고, 곧바로 심원후를 옆 도시에서 가장 큰 비뇨기과 전문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막으려고 해도, 처음 실려 간 병원이 유창그룹의 병원이었다.그 일은 자연스럽게 유예준의 귀에 들어갔다.마침 구기빈이 조금 전 류남정의 검사 결과를 재촉하려고 유예준에게 전화했을 때, 유예준이 이 일을 우스갯소리처럼 구기빈에게 알려 준 것이다.강이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별 희한한 짓을 다 했네?”구기빈의 눈에는 짙은 혐오감이 어려 있었다.“어쨌든 그때는 둘이 떨어지지 못한 상태였다고 하더라.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고,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심원후의 중요 부위가 다쳤다나 뭐라나.”당시 상황이 꽤 급했던 모양이었다.응급실 의사가 곧바로 처치실로 옮기려던 때, 지정애가 나타났다.강이주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이상한데. 심원후가 그렇게 됐는데 심순남 회장은 하나도 안 급했어? 오늘 나한테 올 정신이 있었다고?”그럴 리 없었다.심순남이 심원후를 얼마나 감싸고도는지, 강이주도 잘 알고 있었다.말 그대로 금쪽같은 아들처럼 떠받들었다.“지 여사가 아직 심 회장에게 말할 틈이 없었을 수도 있지.”구기빈이 웃으며 짚어 주었다.지정애는 먼저 사건부터 막았다.하지만 심원후의 상태가 급했으니, 심순남에게 연락할 여유도 없이 사람부터 옆 도시로 옮겼을 가능성이 컸다.구기빈의 설명을 들으니, 강이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심씨 집안은 요즘 일이 너무 많았다. 심순남도 정신
자세히 들으면 구기빈의 말끝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강이주는 놀란 채 구기빈에게 안겨 있었다.그리고 뺨이 구기빈의 가슴에 닿자 남자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귓가에 닿는 긴장 섞인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강이주는 이 사람이 얼마나 놀랐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구기빈은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듯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강이주라고 생각한 것이다.강이주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구기빈을 마주 안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였다.“괜찮아. 걱정하지 마.”강이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지만, 구기빈은 사고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직도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그는 팔에 힘을 조금 더 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신을 향한 구기빈의 마음을 느끼자, 강이주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강이주는 최대한 구기빈의 다친 왼팔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몸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버둥거리다 상처를 건드릴까 봐, 구기빈이 꽉 끌어안은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검사를 마치고 나온 류남정이 본 것은 두 사람이 서로 꼭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류남정은 웃으며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그제야 구기빈의 품에서 물러난 강이주가 곧바로 류남정 앞으로 다가갔다.“어떠세요?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괜찮아요. 몇 가지 결과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네요.”류남정은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많이 놀라 심장이 조금 불편했을 뿐이었다.지금은 어느 정도 진정됐고, 바늘로 찌르는 듯하던 통증도 전보다 덜했다.류남정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야 강이주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옆에 있던 구기빈은 핸드폰을 꺼내 유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류남정의 검사 결과를 먼저 확인해 달라는 부탁이었다.전화를 끊고 15분도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나왔다.류남정은 크게 놀란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강이주는 류남정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 쉬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류남정은 끝까지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강이주는 먼저 류남정을
강이주는 오채니 일은 전부 임설에게 맡겨 처리하게 했다.강이주가 디자인실로 가서 류남정이 돌아왔는지 확인하려던 때였다.류남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이 강이주에게 들어왔다.차량 명의가 강이주 앞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찰 쪽에서 곧장 강이주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 확인을 부탁했다.사고 장소는 강중그룹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강이주는 서둘러 현장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류남정은 한쪽에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강이주의 차는 샌드위치처럼 화물차와 레미콘 차량 사이에 끼어 있었다.현장만 봐도 대략적인 상황이 그려졌다.뒤쪽에서 오던 화물차가 강이주의 차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차가 앞에 있던 레미콘 차량 쪽으로 밀려난 듯했다.다만 류남정이 사고 직전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핸들을 꺾은 모양이었다.화물차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차 앞뒤가 엉망으로 찌그러진 것에 비하면, 다행히 류남정 쪽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강이주는 임해승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신분증을 제시해 차량 소유자가 자신임을 확인한 강이주가 간단한 진술을 마친 뒤 류남정에게 다가갔다.류남정은 낯빛이 조금 창백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큰 부상은 없었다.류남정의 설명을 들어 보니, 상황은 강이주가 방금 추측한 것과 거의 같았다.그나마 류남정이 핸들을 왼쪽으로 꺾은 것이 다행이었다.류남정과 뒷좌석에 있던 사람은 모두 왼쪽에 앉아 있었고, 크게 충격을 받은 쪽은 오른쪽이었다.그 정도로 끝난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류남정은 강이주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눈짓했다.“화물차 기사가 졸음운전을 했대요. 잠깐 깜빡한 사이에 그대로 들이받은 거죠. 그래도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이 정도로 끝난 것 같아요.”“그 기사님이 당황해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에요. 충격이 더 컸으면 정말 샌드위치처럼 납작해질 뻔했잖아요.”류남정은 강이주가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일부러 부드럽게 농담을 섞었다.하지만 부서진 차를
“일거리가 있다고 말해 뒀고, 사진이랑 기본 프로필도 올려 달라고 했어요. 한번 보시고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단톡방에 바로 알려 주시면 돼요.”오채니가 보여 준 단톡방은 열 명 남짓한 작은 방이었다.평소 오채니와 꽤 가까운 사이인 사람들이 모인 듯했다.단톡방에는 자연스럽게 순서가 잡혀 있었다. 한 명씩 생활 사진과 키, 몸무게, 활동 가능 지역을 올렸고, 끝까지 누구도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강이주는 놀란 눈으로 오채니를 바라보았다.“다 오채니 씨 친구분들이세요?”오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같이 고생을 해 본 친구들이에요. 일이 너무 안 잡혀서 진짜 굶을 뻔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단톡방에서 서로 밥값을 보내 주며 버텼어요. 다 믿을 만해요.”강이주는 오채니의 말을 들으며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들을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이윽고 핸드폰을 오채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오채니 씨, 괜찮으시면 친구분들께 현장으로 한번 와 달라고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저도 디자이너는 아니라서, 어떤 모델이 어떤 의상에 어울리는지는 제가 단정하기 어렵거든요.”“디자이너들이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는 미리 말씀드릴게요.”“오신다고 해서 전부 선정된다고 장담하긴 어려워요. 대신 왕복 교통비랑 숙식비는 저희 쪽에서 부담하겠습니다.”강이주는 단톡방의 닉네임을 눈여겨봤다. 각 모델의 이름과 거주 지역, 전화번호가 함께 적혀 있었다.단톡방에서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전화로도 연락할 수 있게 해 둔 듯했다.오채니는 강이주가 그런 부분까지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제가 한번 말해 볼게요.”이렇게 면접을 보러 오라는 쪽에서 교통비와 숙식비까지 부담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보통은 오디션을 보러 가는 비용도 전부 모델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강이주가 제시한 조건만으로도, 오채니는 단톡방 친구들을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었다.오채니는 핸드폰을 들고 빠르게 메시지를 입력했다.손가락이 움직이는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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