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벌써 세 번째 혼인신고 하기로 한 날. 심원후는 또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첫사랑. 구청 앞에서 홀로 서 있던 강이주는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전에 결혼하자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하면 받아들일게요. 우리 결혼해요.” 심원후를 붙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며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강이주는 심원후의 숙적이었던 남자의 청혼을 결국 받아들였다. 단 일주일. 강이주는 그 시간 동안 심원후와 얽힌 모든 것을 깨끗이 끊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숙적의 품에 안겨 조심스럽게 보호받는 강이주를 보게 된 심원후. 한때 강이주를 향해 욕설을 퍼붓던 심원후는 눈이 붉어진 채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는다. “이주야, 다시 나랑 결혼식 올리자. 내가 다 보상할게.” 강이주는 담담하게 말한다. “제대로 된 전 연인은 죽은 사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심원후, 누구도 바보같이 너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 심원후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이주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강이주에게 더 이상 심원후가 필요하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돌아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끝내 엇갈린 두 사람의 결말.
Ver mais강이주가 막 짐을 전부 옮기고 나오자마자, 심원후의 비서가 곧바로 백초아를 데리고 들어와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화분과 초록 식물들, 공기청정기까지 하나둘씩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마치 온 회사에 공표라도 하듯 요란한 움직임이었다.이미 불만이 쌓여 있던 미스틱레벨 내부 분위기는 그 장면으로 인해 더욱 거칠어졌다.하지만 강이주가 한 번 눈빛을 주자, 모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누구도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잠시 후, 심원후가 백초아와 함께 다시 미스틱레벨로 돌아왔다.심원후는 사무실 문 앞에서 말했다.“먼저 둘러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말하고.”백초아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다 마음에 들어. 전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원후야, 고마워. 괜히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그리고 덧붙였다.“나 예전에 프로그래밍도 배웠잖아. 오래돼서 좀 낯설 뿐이지, 다시 감 찾으면 이주 씨 일도 많이 도울 수 있을 거야.”백초아가 강이주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심원후는 무심코 유리창 쪽을 바라봤다.강이주의 자리는 한쪽 벽면이 전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공용 사무 공간이 훤히 내려다보였다.심원후의 시선은 구석 자리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강이주에게 멈췄다.간간이 동료들이 노트북을 들고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강이주는 하던 일을 멈추고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심원후는 그런 강이주를 오래간만에 본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심원후가 미스틱레벨에 직접 나오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처음 강이주가 게임 회사 미스틱레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심원후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투자를 결정한 것도 사업성보다는 강이주와의 관계 때문이었다.돈을 벌든 말든, 심원후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원후는 알았다.강이주는 이 회사에 진심이었다.그래서 모든 걸 직접 챙겼고, 하나하나 신경 썼다.그때 심원후는 돈 좀 써서 강이
강이주는 백초아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이런 수법을 백초아는 이미 여러 번 써먹었고, 심원후는 늘 그 수에 넘어갔다.하지만 강이주는 달랐다.심원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강이주를 바라봤다. 갈수록 이 여자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원후는 당연히 강이주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사무실로 옮기게 해 주겠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줄 알았다.사실 심원후가 자기 사무실을 내주겠다고 한 데에는 속내가 있었다.최근 백초아 때문에 강이주에게 소홀히 한 걸 알고 있었고, 이번 기회에 관계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는 계산이었다.그런데 강이주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다.이건 심원후의 예상 밖이었다.심원후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결국 단호하게 말했다.“네 사무실 물건 다 내 사무실로 옮겨. 이 방은 초아가 쓰는 걸로 하고, 이걸로 끝이야.”심원후는 더 이상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리고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뭣들 해? 강 대표 짐 옮기는 거 도와. 설마 내가 직접 나서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이내 모두의 시선이 강이주에게 쏠렸다.강이주는 손짓으로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리고 심원후를 바라봤다.“심 대표님, 지금 이건 결정이야? 최대 투자자라는 위치에서 나한테 사무실 비우라고 명령하는 거고?”강이주는 심원후의 대답을 기다렸다.그 말이 심원후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좋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이주는 단번에 상황을 권력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심원후의 속이 점점 답답해졌다.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어. 요즘 왜 이래? 꼭 그렇게 비꼬아야 해?”강이주는 시선을 거뒀다.“알겠어. 이해했어.”“심 대표님이 사무실을 내놓으라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거절하겠어?”강이주는 곧바로 도하늘을 불렀다.“하늘 씨, 여기에 있는 직원 몇 명에게만 부탁해. 내 사무실
월요일 아침, 강이주가 미스틱레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원후가 백초아를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사무실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아직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도하늘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심 대표님, 이건 강 대표님 오신 다음에 이야기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심원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그 옆에 선 백초아는 어딘가 억울한 기색을 띠고, 작은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했다.“그만해요.”공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무슨 일이야?”강이주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나오며 굳어 있던 분위기를 끊었다.도하늘은 강이주를 보자마자 곧바로 다가왔다.“대표님, 오셨군요. 심 대표님이 대표님 사무실을 백초아 팀장님께 쓰게끔 한다고 하셔서요.”백초아의 갑작스러운 합류만으로도 내부 불만은 충분히 쌓여 있었다.그런데 출근하자마자 강이주의 사무실까지 내놓으라는 말이 나오자, 비서인 도하늘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미스틱레벨의 다른 직원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래서 자연스럽게, 강이주 사무실 앞에서 심원후와 대치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도하늘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심원후를 바라봤다.강이주의 시선을 받은 심원후는 코끝을 만지며, 헛기침한 뒤 설명했다.“네 사무실이 북향 남향 다 트여 있고, 채광도 좋잖아. 초아한테 더 맞을 것 같아서.”강이주의 사무실은 넓었고, 볕도 잘 들었다.처음 이 사무실을 정할 때도, 심원후가 직접 강이주의 사무실로 골랐다.그때 심원후는 강이주가 기분 좋게 일해야 효율도 오른다며 웃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 사무실을 백초아를 위해 내놓으라고 하고 있었다.강이주가 미스틱레벨을 위해 해 온 일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래서 심원후의 결정은 더욱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심원후 뒤에 반쯤 숨어 있는 백초아를 힐끗 바라봤다.그리고 다시 심원후를 보며 입꼬리를 아주 옅게 올렸다
도하늘 역시 마음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심원후가 직접 백초아를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고, 또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한 이상, 그건 명백하게 백초아를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다.심원후는 분명 백초아를 지켰다.하지만 그 방식은, 강이주의 체면을 밟고 올라선 보호였다.‘강 대표님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네.’‘이게 무슨 약혼자라는 사람이 할 짓이야.’도하늘은 옆에서 보기에도 강이주가 너무 억울하다고 느껴졌다.강이주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미 벌어진 일이야. 하늘 씨도 개인감정은 일에 섞지 말고, 알겠지?”도하늘은 강이주의 말이 자신을 위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괜찮으세요?]“괜찮아. 진짜로.”강이주는 웃으며 대답했다.강이주는 정말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심원후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자신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는 것뿐이었다.‘체면이 돈이 되나?’게임이 예정대로 출시되고, 몇 달을 고생한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강이주에게는 팀원들의 수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훨씬 중요했다.통화를 마친 뒤, 강이주는 다시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그리고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전체 공지합니다. 새로운 팀원의 합류를 환영합니다. 또한 심 대표님의 지원 덕분에 게임이 일정에 맞춰 출시될 수 있게 된 점,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심 대표님은 미스틱레벨의 최대 투자자이고, 이번 결정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동안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이어 강이주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이 게임은 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의 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더 잘되길 바랍니다. 심 대표님의 뜻도 이해해 주시고, 함께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작은 이벤트 준비했습니다. 곧 출시니까 분위기 좀 살려 봅시다. 모두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바랍니다.]강이주는 단체 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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