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준은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백모용을 쳐다보았다. 용옥의 힘을 동원해 대장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백모용은 그 결과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용옥은 병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병부가 용옥의 손에서부터 사람을 반드시 지킬 수 있으리라고 만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눈앞의 이 분은 병부의 보호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병부는 어느 정도 그 분의 보호를 받아야 했다.이런 인물이 용옥에 미움을 살 수 있겠는가? “신분?”“그가 무슨 신분이 있어?”이 말을 들은 백모용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전설의 하 세자는 아니잖아?”“보잘것없는 하 세자도 우리 용옥을 제압할 수는 없지 않겠어?”“당인준, 나는 지금 너와 천일그룹 사이에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 넌 끝장이야!”“법에 따라 나는 너를 체포할 권리가 있어!”“퍽______”당인준은 백모용을 다시 발로 걷어차 땅에 쓰러뜨렸다. “네가 오늘 왜 왔는지, 뭘 하러 왔는지 네가 잘 알잖아.”“무슨 좋은 사람도 아니면서 여기서 착한 척 하지마!” “내가 일을 하는데 네 허락을 맡아야 돼?”백모용은 땅바닥을 몇 번 구르더니 얼굴과 머리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고 더없이 처참한 꼴이 되었다. “당 사령관님. 하현은 어쨌든 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을 습격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어요. 백 도련님께서 그를 잡아가려고 하는 것도 용문의 뜻이에요!”“용문과 용옥이 잡아가려고 하는 사람을 보호해 주려고 하는 거예요?”이때 서희진은 하현이 또 다시 빠져 나갈까봐 이때 그를 비난했다. “병부 전신으로서 살인자를 보호하다니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요?”“퍽______”당인준이 앞으로 나서며 뺨을 때리자 서희진의 얼굴이 부어 올랐다. “사람들이 공주라고 부른다고 해서 진짜 자기가 무슨 귀족인 줄 아나 보지?”“다른 사람의 세력에 의지해서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만약
“퍽퍽퍽______”당인준이 발로 몇 번 걷어 찼을 뿐인데 네 명의 태권도 고수들은 땅에 다 엎어졌다. “투자할 때가 있으면, 떠날 때도 있는거지!““너 정말 너희 상성재벌이 없어지면 우리 대하가 어떻게 될 거 같아?”“솔직히 말해 과거의 정이 있어서 봐준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너희 상성재벌은 진작에 깡그리 다 먹혔을 거야!”“북삼성의 폐물 몇 개로 너희들을 달래고 있을 뿐인데 너희들 아직도 정말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인준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상성재벌은 대단했지만 상성재벌의 권세가 가장 강한 곳은 북삼성이었다. 북삼성은 지리적 환경이 특수하고 자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기본적으로 상성재벌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래서 그 구역에서 상성재벌이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연경과 대구, 대하의 다른 곳에서 상성재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말을 들은 이대성은 순간 화가 났다. “당인준, 내가 반드시 너를 고발할 거야!”“난 병부 대장로 앞에 가서 널 고발하겠어!”“고발?”당인준은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이대성의 얼굴을 툭툭 치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고발하면 소용이 있을 거 같아?”“너 3년전 유라시아 전투에서 너희 중국이 우리들에게 개처럼 맞았다는 것을 잊지마!”“네가 감히 병부 대장로 앞에 나서려고 하다니 너를 밟아 죽일까 무섭지도 않아?”“심지어 내가 중국에 전화 한 통만 걸면 네가 계속 대하 대표로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여전히 그럴 가치가 있을까?”이대성은 순간 얼굴빛이 급변했다. 그가 중국 상성재벌의 대하 대표인 것은 맞지만, 문제는 당인준이 한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병부 대장로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가 대장로가 전화라도 걸었다간 그는 버려지게 될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이대성은 비록 안색이 안 좋아졌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당시 전투에서 패전한 것은 중국에서 가장 큰 악몽이었다.
백모용 일행은 표정이 급변했다. 당인준도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는 오늘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왔다. 하현이 용문과 용옥 두 곳을 동시에 상대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전설의 대장이라고 해도 큰 곤경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현의 태도를 보니 당인준은 대장은 대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소인배들은 그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씨! 시비를 가릴 줄 모르는 구나! 우리는 당인준의 체면을 봐서 너한테 따지지 않았던 거야!”“그냥 포기하는 게 제일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백 도련님이 아무 거리낌 없이 손을 댈 거야. 내년 오늘이 네 기일이 될 거야!”“아직도 용옥 옥주인 척 하는 거야!?”“뻐기기는! 계속 뻐겨봐!”백모용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서희진이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게 말할 때 그냥 받아 들여. 굳이 힘들게 할 필요 없잖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죽게 될지 조차 모를게 될 거야.”서희진이 오늘 온 이유는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하현은 이미 그녀의 체면을 여러 번 구겼다. 하지만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당인준이 나타나 하현을 도와 용옥과 상성재벌을 막았을 뿐 아니라 그들을 때려 눕혀 땅에서 이빨까지 찾게 만들었다. 도도한 서희진에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백모용에게 도발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서희진이 가장 먼저 뛰어나온 것이다. 그녀가 보기에는 천일그룹 하 세자도 별 소용이 없었다. 천일그룹은 솔직히 말하면 아직 상장하지 않은 작은 그룹일 뿐이었다. 하 세자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는데 그룹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아직도 꿈을 꾸고 있구나! 당인준이 뒤에서 밀어준다고 호가호위 하려고? 위세를 부리려고?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서희진의 생각 속에 하 세자는 그들 무리와 비교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그냥 받아 들이라고?”하
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 “자, 그럼 내가 너희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나는 오늘 한 손만 쓸게. 한 손을 더 쓰면 내가 지는 걸로 하고 이 번 일은 여기서 끝내자.”“건방지게!”이 말을 듣자 하현이 자신을 모욕하는 것 같아 백모용은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네가 죽으려고 하니 그럼 내가 보내 주지!”다음 순간 백모용은 당인준에게 반응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다가갔다. 하현, 소위 세자가 조금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럼 뭐 어떤가?몇 번이나 시비를 걸다니 정말 죽고 사는 것을 모르는 구나! 서희진과 사람들은 가여워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하 세자는 정말 머리에 물이 찼구나! 그는 정말 이 세자의 신분이 그의 부적이라도 되는 줄로 생각하는 건가?당인준이 나서서 그를 위해 상황을 진정시켜줬는데 그 틈을 타서 물러날 줄도 모르고 용옥의 백모용과 싸우겠다는 거야?이게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니면 뭔가?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강남 3분의 1의 땅은 너무 작다. 하현은 여기에서만 상석에 앉아 있으니 그는 바깥 하늘이 얼마나 크고 높은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황하 앞에 세워둬야만 비로소 단념이라는 두 글자를 어떻게 쓰는 지 알게 될 것이다!그에게 자신이 얼마나 약한지를 보게 해줘야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겪은 모든 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우스운지 알게 될 것이다! 보잘것없는 세자, 몰락한 가문의 세자, 그들 같은 가문이 도발을 하려고 하다니?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대성은 이 광경을 보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현아 하현아!너 정말 네가 용옥의 사령관이랑 싸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너 장사하는 사람인데 뭘 가지고 싸우려고?“쾅!”동시에 백모용은 펀치를 날리며 기세를 올렸다. 방금 당인준에게 몇 차례 발로 차여 땅에 쓰러져 그의 마음에는 노기가 끓어 올랐다. 이 주먹은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불구로
“이……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하현이 어떻게 이런 솜씨를 가지고 있는 거지?”“그는 당인준한테 기대서 위세 부렸던 거 아니야?”“그가 어떻게 백모용을 이길 수 있지!?”이대성은 섬뜩해하면서 이 순간 깨달았다. 중국의 태권도 세 성인이든 그의 수하에 있던 8대 천왕이든 분명 하현의 손에 패했을 것이다. 이 순간 이대성은 자신이 태권도 1인자 박영진을 데리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에 정말 하현을 제압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박영진이 곁에 없자 이대성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서희진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고 자신이 이 장면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백모용은 지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는 원래 펀치 한 방으로 하현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불구가 되어버렸다. 당인준은 한숨을 내쉬었고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백모용은 정말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다. 만약 진작에 찌질함을 인정했더라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하씨, 나는 백모용이야. 나는 소항 백가 사람이야. 나는 용옥 사령관이야. 네 뒤에 누가 있든지 너 같은 사람이 나를 상대하려면 반드시 죽게 될 거야……”백모용은 힘겹게 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퍽!”하현이 발로 걷어차자 백모용은 날아가 땅에 엎어졌다. 그는 피를 한 모금 내뿜으며 의식을 잃었다. “돌아가서 곽영진에게 전해……”하현은 손을 뻗어 서희진의 얼굴을 툭툭 쳤다. “오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백모용 일행은 허겁지겁 떠났고 이대성 일행도 쏜살같이 달아났다. 당인준은 제일 먼저 당도대 군의관을 보내 우윤식과 사람들의 부상을 치료하도록 안배했다. 이들의 부상이 수습이 된 후에야 하현은 슬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며칠 후에 우리 천일그룹은 상장할 예정이니 이번 기회에 로비를 새롭게 단장하자.”슬기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로비가 지금 심하게 훼손되어 요 며칠은 반드
상성재벌이 임시로 자리잡은 별원. 중국 태권도 1인자, 선풍도골의 박영진은 부들 방석 위에 앉아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이대성은 비록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그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박영진 앞에서 그는 감히 어떠한 추측도 할 수 없었고 사실만을 말했다. 말 속에 어떠한 감정도 담아두지 않았다. 박영진은 흙으로 빚은 조각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대성의 인내심이 바닥나려는 순간 박영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 말대로라면 우리 하현 하 세자가 고수라는 말이지?”“맞습니다. 거기다 안재석이 모시고 온 태권도 세 성인도 그의 손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이대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 말을 꺼냈다. “오,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시체가 모두 훼손된 게 아쉽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안에서 한두 가지 분석을 할 수 있었을 텐데……”“만약 진짜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는 진작에 세상에 이름을 날렸을 텐데 어떻게 본적도 없는 사람일 수가 있지……”박영진은 고수처럼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박영진의 당당하면서도 차분한 말투에 이대성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녀석은 선생님의 상대가 될 수가 없다는 거죠?”박영진은 얼굴에 언짢은 빛이 역력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내 손에서 세 번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면 나 박영진은 내 이름 세 글자를 거꾸로 쓰겠어!”이 말을 듣고 이대성은 너무 기뻤다. “그럼 선생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알려주세요!”박영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방금 천일그룹이 상장한다고 말하지 않았어?”“네!”이대성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상관이지?박영진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룹상장이면 큰 일이겠네!”“너 이 좋은 날을 하현의 기일로 만드는 게 어때?”이대성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 선생님은 생각이 깊으시네요. 그게 제일 재미있을 거 같아요.”박영진은 담담하게
곽영민은 웃으며 말했다. “백모용의 일은 확실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소항 백가는 전혀 따질 뜻이 없어요. 용옥쪽에서도 나를 이해해 주니 골머리 썩을 필요가 없어요.” “그럼 하현은요?”용옥은 웃으며 말했다. 곽영민은 손을 뻗어 눈썹을 비비며 말했다. “우리 하 세자가 확실히 능력이 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죠.”“적어도 현재로서는 우리 작은 수법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예요.”“그를 보내려면 큰 판을 펼쳐야 해요.” 곽영민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 떠올랐다. 하현이 그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식은 죽 먹기로 다 망쳐놔 곽영민은 조금 골치가 아프긴 했지만 동시에 하현에 대한 관심도 짙어졌다. “그 놈은 확실히 좀 의외예요. 하민석 같은 사람이 그에게 패한 것은 사실 이미 그의 능력을 충분히 설명해 준 거예요.”정용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 외에도 그는 실력이 꽤 괜찮아요. 게다가 당문까지 끌어들여 빽으로 삼았잖아요. 당인준까지 지지를 하다니… 상상을 초월해요!” “당인준 뒤에 당문이 있다는 거 말고도 큰 신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강남에서 은둔하며 지낸다는 전설의 대장……”곽영민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조사를 해봤는데 당인준이 그를 지지해 주는 것은 우리 하 세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우윤식이 있기 때문이에요.”“우윤식은 당도대에서 퇴역한 군사예요. 당도대가 얼마나 특별한지 정 세자도 아시잖아요.”“간단히 말해 당인준이 이번에 손을 쓴 것은 우윤식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하현이 당인준을 그의 빽으로 삼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어요. 어쨌든 제가 조사한 바로는 하현이 전에 남원에 있는 한 병원에서 당문을 공격했었대요.”“대장과 같은 이런 인물이 어찌 함부로 나서서 하씨를 떠받을 수 있겠어요?”“그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곽영민은 대장이라는 말을 했을 때 눈동자에 흠모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와 같은 부잣집
“협력관계가 있으면 협력관계를 종료해야 하고……”“협력관계가 없으면 외부에서 압력이……”“만약 관청 사람이라면 어느 계층에서 오든 한 명이라도 나서면 상성재벌 대하 지부는 이곳의 모든 투자를 철회할 겁니다!”“심지어 다른 외국 기업과 연락해 해당 지역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도 있어요!”“일반 사람은 누구든 감히 그 자리에 가면 직장 잃을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남은 평생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거고요!”곽영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우리만 하현 하 세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이대성도 하현을 정말 죽이려고 하는 모양이네요!”정용은 눈앞이 번뜩였다. 잠시 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하죠. 이대성의 두 아들이 하현의 손에 죽었는데……”“이대성은 북삼성에서 지하세계의 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사람은 손을 쓰지 않고도 케이오 시킬 수 있을 겁니다.”“우리 존경하는 하 세자와 그의 천일그룹은 완전 끝장날 겁니다!”분명 다들 이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용과 이대성은 서로 갈등이 있었다. 그는 땅딸막하고 사근사근해 보이는 이대표가 사실 얼마나 독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이대성이 이런 수단과 이런 능력이 없었다면 그는 지금의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 “보아하니 이번에 우리가 손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현은 끝장 날 겁니다!”“풍택재단이 대하에서 쫓겨 나간 후 상성재벌은 모든 외국 기업들 중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대성이 손을 들면 천일그룹은 쫄딱 망할 겁니다.”정용은 이미 하현의 결말을 본 듯 미소를 지었다. 곽영민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 쪽에서 정 세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오?”정용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무슨 소문이지?곽영민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입수한 바에 의하면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 선생이 현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