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씨 어르신은 시기 적절하게 입을 열었다. “맞아, 하현은 원래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였으니 우리 설씨 집안에 자산을 주는 게 당연해.”설은아는 유감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희정이 어떻게 또 설씨 어르신과 엮이게 되었는지, 게다가 지금 이 순간 뜻밖에도 한통속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다. “자, 은아야, 기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럼 몇 가지 일들을 숨김없이 잘 설명해줄게.”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설씨 어르신과 희정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천일그룹은 20조의 가치가 있지만 그 자산은 다 내 겁니다. 한 푼도 당신들한테 줄 수 없어요!”“당신들 이 자산을 원하는 게 확실해요?”“지금 항성의 4대 최고 가문들과 중국 상성재벌이 천일그룹을 봉쇄하고 있어요.”“당신들이 20조의 자산을 손에 놓으면 마이너스가 될까 두렵지 않으세요?”희정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다음 순간 안색이 미친 듯이 변했다. 맞다! 지금 천일그룹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으니 몇 분 안에 파산 할 것이다. 지금 천일그룹의 자산을 인수받으면 파산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비록 그는 20조의 자산을 원했지만 그는 곤경에 처해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대구 정 세자의 지지를 받아 강남의 모든 자산과 힘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온 셈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시점에서 어찌 아무렇게나 끼어들 수 있겠는가?만에 하나 또 파산하면 어쩌겠는가?이 생각에 미치자 설씨 어르신은 귀신을 쫓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현, 너 빨리 꺼져. 우리 설씨 집안에서 나가. 불운을 끌고 오지 말란 말이야!”“빨리 꺼져. 지금부터 설씨 집안과 너는 한 푼어치도 관계가 없어!”설은아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이러지 마세요!”“뭘 이러지 말라는 거야!? 어르신이 가까스로 다시 일어섰는데 어찌 이 폐물 때문에 다시 파산할 수 있
결국 설씨 어르신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귀신을 내쫓듯 하현을 내쫓았다. 현재 상황을 고려해 보아 하현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구 정가의 이런 작은 행동이 역겹기는 하지만 지금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이었다. 항성 4대 가문과 상성재벌은 모두 거대한 물건들이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 압박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누구든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현의 편을 들겠다던 안씨 집안도 이번에는 태도가 아주 애매했다. 스마트 밸리를 떠나 하현은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가지 일이 있어. 첫째, 우리를 봉쇄한 사람들을 다 기록해 뒀다가 하나씩 정산해.”“둘째, 우리도 우리 천일그룹과 맞서는 사람들은 앞으로 천일그룹이 일률적으로 봉쇄할 거라는 성명을 발표해!”“이 사람들은 우리 천일그룹에서 한 푼이라도 투자 받을 생각 하지 말라고 해.”……“하하하하……”오후 9시, 남원 최가 조상 집은 몇 개의 벽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최가 어르신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을 했지만 지금 핸드폰을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 “하현은 완전히 망했네! 그는 완전히 망했어!”문밖에서 병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몇 달 동안 요양을 했던 최우현이 차에서 내렸다. 최가 어르신을 본 순간 온몸이 떨렸다. “할머니, 하현이 왜요? 무슨 일이 생겼대요? 듣기로 그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는데……”최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가 할머니는 냉소하며 말했다. “내가 모를 수가 있겠어?”“나는 지금 전에 미국 최가가 남원에서 패하고, 셋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이 떨어져나간 게 모두 이 나쁜 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어!”“분명 우리 최가의 사위이기도 한 셈인데 우리와 맞서더니!”“고소하다!최우현과 사람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다. 그들은 요즘 매우 처참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어떤 익명의 사람에게 후원을 받게 되었고, 퇴원을 계속 미루고 있던 최우
“아주 좋아, 곽 도련님이 함께 나서면 이 불효자를 짓밟아 죽일 수 있을 거야!”최가 할머니는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20조 자산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준아, 너 빨리 방법을 찾아봐. 희정이한테 연락해서 어떻게 해서든 설은아부터 손을 대도록 해!”“그들은 부부고 아직 이혼을 안 했으니 하현이 밟혀 죽으면 그 20조 자산의 80%는 설은아 손에 넘어 갈 거야!”“우리는 설은아만 뺏으면 그 20조 자산은 우리 것이 될 거야!”최우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할머니,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요. 우리 최가도 실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너무 충동적으로 처리하면 안 될 거 같아요.”“제 생각엔 천일그룹이 상장식을 하는 당일까지 기다렸다가 현장에 가서 재미있게 지켜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요!”“만약 그가 정말 밟혀 죽는다면 그때 가서 그의 유산을 뺏어도 늦지 않을 거예요!”최가 할머니가 말했다. “안돼. 그러면 너무 늦을 거야. 미리 준비를 해야 해!”“이번 일로 그는 확실히 죽을 거야!”“그가 천일그룹의 하 세자라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 그 많은 탑 클래스 가문에 혼자 힘으로 맞서려고 하다니, 그게 말이 돼?”“하지만 내일 모레 우리가 현장에 가려고 하는 건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러 가기 위한 것뿐이야!”“그가 이전에 잘 나갔을 때 누가 신분을 숨긴 채 우리를 지지해 주지 말라고 했지? 우리가 출세할 까 두려웠나?”“지금 우리한테 기어올라가라고 해도 우리는 관심 없어!”최가 사람들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웃음 거리를 들은 듯 연신 냉소를 터트렸다. ……밖에서는 비아냥거리거나 냉소하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 반응이 다양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에 강남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부상했던 전설의 하 세자는 이번에 실패할 것 같았다. 원인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존경하는 하 선생님. 선생님 명의의 천일그룹이 오늘 성공적으로 상장되었습니다. 주식 거래하시면 되겠습니다!”“오늘 오후 3시에 마감되는 가격이 귀사의 자산 한도를 결정하게 됩니다.”“만약 주식이 깨지면 귀사는 파산하게 될 것이고 일시 동결된 20조 현금은 투자자에게 배상될 겁니다!”“뚜뚜뚜______”전화가 끊겼다.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회사가 상장됐대. 주식 판매가가 50이고 만약 오늘 오후에 마감이 되면 판매가는 100이 될 거야. 그럼 우리 천일그룹의 자산은 2배가 되는 거지.”“만약 파산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게 될 거고!”하현의 말에 이슬기와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우윤식은 핸드폰을 켜고 주식 시장 화면을 로비 스크린에 띄웠다. 아직 정지된 상태의 십자선을 보며 모두들 숨을 죽였다. 9시 15분. 시장이 가격 경쟁을 시작했다. 하현은 스크린의 십자선을 응시하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슬기가 다가와 구리 망치를 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회장님, 징을 칠 시간이 됐습니다!”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고 손에 들고 있던 구리 망치로 징을 내리쳤다.“징징징______”징 소리가 나자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거리에 아주 선명한 소리가 전해졌고, 사람들은 천일그룹의 상장이 통과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 천일그룹 주식 상장 첫날이다. 대하 주식 상장의 규칙에 따르면 첫날 주식의 등락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이 표는 한 표 차이로 시가총액이 바로 두 배가 될 수 있었다. 원가를 보장해주지 않아 폭락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동시에 하현을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었다. 징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블록 양쪽에서 고급 차들이 많이 들어왔다.이 고급 차들은 속도가 매우 빨라 천일그룹의 현관문을 가로질렀다. 이 차들은 끊임 없이 포효하며 더없이 날뛰고 있었다. BMW, 벤츠, 아우디 등 웬만한 고급 차부터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초특급
“오? 그룹이 상장 됐네?”바로 이때 그 구역에 또 한 대의 차가 나타났다. 차 문이 열리자 한 동안 보지 못했던 공지명이 붕대를 감고 깁스를 한 채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뒤에서 몇 사람이 따라 나왔는데 지금 손에는 하얀 색 화환을 들고 있었다. 이 기쁜 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공지명을 보았을 때 이슬기와 사람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공 도련님이 뭘 하러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스크린에 시선을 두고 있던 하현은 고개를 돌려 냉담한 얼굴로 공지명을 힐끗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 “공 도령, 판을 뒤집을 준비 됐어?”“그럼!”공지명은 이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기색이었다. 하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부잣집 도련님의 본색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거들먹거리며 하현에게로 가 차갑게 말했다. “병원 일과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마음 속에 두고 있었어!”“나는 네가 나한테 무릎을 꿇게 할 거야!”“어쨌든 내 손발을 네가 다 부러뜨렸잖아!”“하지만 걱정 마. 나는 문명인이라 이렇게 기쁜 날에 절대 함부로 하지는 않을 테니까……”“나 공지명이 오늘 온 것은 딱 두 가지 일 때문이야. 첫째는 너와 천일그룹이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고 싶어서이고, 둘째는 너한테 큰 선물을 주려고 왔어.”“어쨌든 네가 자비를 베풀어 준 덕분에 하 세자의 불행한 날을 내가 볼 수 있게 됐잖아.”공지명의 얼굴에는 원망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하현이 하 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평생에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빨리 죽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음 순간 공지명이 두 손을 두드리자 차 안에서 양복 차림의 남자 몇 명이 걸어 나왔다.이 남자들은 노트북을 들고 나왔고 업무용 차 뒷문이 열리더니 곧 이동식 사무실이 생겨났다. 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뜨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현의 표정을 본 공지명은 하하 큰 소
공지명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고 했지만 하현보다 속도가 빠를 리 없었다. 미처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하현은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하씨, 다들 문명인인데 너는……”“털컥______”말이 떨어지자 마자 하현은 왼손으로 공지명의 목을 조르며 그로 하여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음을 알게 해 주었다. 공지명은 하현이 지금 한 번만 더 조이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똑똑히 알게 되었다. 공지명은 죽은 사람과 함께 묻히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바로 이때 그는 눈꺼풀에 끊임없이 경련이 일어났지만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왜? 하 세자? 나를 죽이려고?”공지명은 냉소했다. “해봐. 네 마음대로 힘을 주면 한 손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야!”“하지만 나를 죽이면 치루 공씨 집안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네가 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조만간 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댈 거야!”“듣기로 네 아내도 미인이고 네 처제도 미인이라고 하더라!”“내가 요금 여자들한테 관심이 많아졌거든!”“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오늘 밤 사람을 보내서 그 여인들을 찾아 올 거야!”“나는 오늘 파란색 알약을 열 알, 백 알을 먹고 다 죽여 버릴 거야!”“하하하하!”공지명은 끊임없이 하현을 자극했다.“폐물, 해봐! 죽여봐!”“너 대단하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죽일 능력이 있어?”“그룹 상장 첫날, 회장이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뉴스가 나가면 어떻게 될까?”“그러면 아마 곽 도련님이 손을 대지 않아도 너는 끝장 나겠지?”공지명은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가락으로 하현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현은 왼손에 약간 힘을 주었다. “하 회장님!”하현의 살기를 느끼며 슬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하현이 공지명을 죽일까 봐 두려워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에 이렇
거의 같은 시간에 핑크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나타났다. 이것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곧 롤스로이스는 천일그룹 현관 앞에 멈춰 섰고, 문이 열리자 아름다운 두 사람의 모습이 그 사이에서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하나는 온화하고 따뜻했고, 하나는 젊고 예뻤다. 어떻게 보든 두 사람은 요괴급 미녀들이었다. 그 사람은 바로 설은아와 설유아였다. “이 두 미인들은 누구지?”“천일그룹을 지지할 배짱이 있는 거야?”“머리에 물이 찬 건가? 아니면 무슨 큰 배경이 있는 건가?”“설은아는 강남 설씨 집안의 딸이고, 하현은 그녀의 데릴남편이잖아!”“또 다른 한 사람은 분명 그의 체제일 거야!”“이렇게 예쁜데 머리가 나쁘다니 아쉽다. 설마 이 한 마디를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잉꼬부부는 원래 같은 운명이지만, 큰 어려움이 닥치면 각자 날아간다!”“강남 설씨 집안은 최근에야 분가를 했다고 들었는데 설씨 집안 어르신과 설씨 집안이 다시 일어설 줄이야!”“그런데 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곳에 나타나다니. 설마 그녀는 상성재벌과 항성 4대 탑 클래스 가문에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는 건가?”설은아와 설유아의 등장으로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다. 게다가 천일그룹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설은아는 몸을 돌려 담담하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는 제호그룹의 모든 자금을 동원해 천일그룹의 주식을 사기로 했어요!”“지금부터 시작합니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설은아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사람들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전화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로비 스크린에게로 떨어졌고, 공매도 되었던 천일그룹의 주식은 이때 몇 십조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큰 직선이 끌어 올려지기 시작했고 몇 십조의 자금이 쏟아져 내리자 천일그룹의 주식은 순식간에 상승했고 5 포인트나 올랐다! 그곳에서 자금 경쟁이 벌어졌지만 설은아가 공지명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 한 것이 분명했다.
천일그룹 로비. 하현은 평온한 얼굴로 스크린에 뜬 주식을 쳐다 보았다. “형부, 감동받았죠?”유아는 은아를 끌어당기며 정교한 꽃바구니를 입구에 놓으며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해 언니와 제가 3일 동안 몰래 준비 한 거예요!”“언니는 겉으로는 설씨 가족을 상대하면서 형부와 연을 끊으려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제호그룹의 모든 자금을 끌어낼 방법을 강구했어요!”“이 모든 게 다 오늘 형부를 응원하기 위한 거예요!”“만에 하나라도 조심하지 않아서 제호그룹이 파산하고 우리가 실직하면 형부가 우리를 책임져야 해요!”설유아는 애교섞인 얼굴로 방긋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하현은 유아를 향해 웃어 보이고 나서야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사소한 일로 올 필요는 없어.”“네 남자의 신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너는 아무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하현은 오늘 이 자리에 은아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쨌든 이번은 상황이 좀 복잡해졌다. 비록 하현 자신이 전략이 있다고 해도 곽영민과 사람들은 원한 때문이든 남원 시장을 위해서든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배후에는 상성재벌, 용옥, 용문, 대구 정가 등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자칫 온몸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 설령 하 세자의 신분을 가졌다 할지라도 오늘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루 부부는 백일의 은혜가 있고, 천일 부부는 정이 바다만큼 깊다고 하잖아……”은아는 웃었다. “오늘 내가 안 오면 네 아내가 될 자격이 있겠어?”말을 마친 설은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소 복잡한 기색을 하고 있는 슬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현 곁에 섰다. 이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하다. 자신이 그의 곁에 서지 않으면 많은 여자들이 그의 곁에 서고 싶어 할 것이다. 설유아는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