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원강조의 말이 동혁의 마음에 쏙 들었다. 동혁이 말했다. “그래, 여보는 가족들과 먼저 올라가서 기다려. 내가 여기서 일처리를 다하고 바로 위로 올라갈게.” “하하, 그 일처리가 다 끝나고 과연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나 있을까?” 원강조는 동혁의 말을 비웃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어도, 저 놈이 억지로 태연한 척하는군.’ 세화는 좋지 않은 안색으로 원강조를 한번 쳐다보고는 동혁을 위층으로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아래층에서 더 이상 말썽 피우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그 성질 좀 죽이고.” “수 사장님, 저희랑 같이 올라가시죠.” 세화는 아래층에서 수소야가 원강조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어 말했다. 하지만 수소야는 고개를 저었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동혁 씨는 오늘 밤 저 때문에 원 이사님과 이런 문제가 생긴 거예요. 원 부장님이 도착하면 제가 그분에게 잘 말씀을 드릴게요.” 수소야가 큰 결심을 하고 말했다. ‘오늘 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혁 씨의 안전을 지켜야 해.’ “그럼, 알겠어요.” 세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류혜진 등을 따라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류성중에게 도움을 구해 다시 내려와 동혁을 구하고 싶었다. “쯧쯧, 부부는 원래 바늘과 실 같이 붙어있어야 정상인데, 큰 문제가 생기니 각자 떨어지네.” “네놈은 아내가 널 두고 저리 가는데도 아무렇지 않나 보지?” 원강조가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말에도 세화에 대한 동혁의 신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동혁은 그저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 아버지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얼마나 날 기다리게 하는 거야?” “아직도 건방지네. 아주 빨리 죽고 싶어서 그래?” 원강조가 화가 나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이봐, 걱정 마, 원 부장님은 곧 도착하실 거니까. 오늘 밤에 널 완전히 죽여줄 거야.” “정말 버릇이 없네. 시청의 원 부장님이 어떤 분이신데, 지금 네놈이
원성배에 비해 동혁의 목소리는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동혁이 상대방을 등지고 있어서 원성배는 동혁의 모습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네놈이 그 항난그룹 사람이라고? 넌 누군데?” 원성배의 바늘 같이 날카로운 시선이 순간 동혁에게로 향했다. “당장 몸을 돌려. 등 돌리고 서서 뭐 하는 거야? 어디 한번 보자. 감히 어떤 놈이 H시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날뛰는지.” ‘역시 아버지야. H시 시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분답게 저 넘치는 패기. 기세가 벌써 남다르잖아. 저 데릴사위 놈도 아마 놀라서 오줌을 지렸을 거야.’ 원강조는 원성배의 터프한 모습에 감탄했다. 그때 동혁이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원성배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전 항난그룹의 회장입니다만, 원 부장님이 과연 제게 무슨 할 말이 있으실까요?” “당신은...” 동혁의 모습을 똑똑히 본 순간 원성배는 머릿속에서 “쾅”하고 충격을 받았는데 마치 큰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어떻게 이분이 그 사람일 수가?’ ‘원래 항난그룹의 회장이었어?’ 원성배는 점심때 맞은편에 있는 동혁과 이곳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셨기 때문에 도저히 동혁의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원성배는 순간 머리가 텅 비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정신이 약간 회복했다. 원성배는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더니 원강조 등의 의아해하는 눈빛을 받으며 동혁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제, 제가 감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원강조 등은 계란도 단숨에 넣을 만큼 이미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들은 너무나 어리둥절했다. ‘그 대단한 H시 시청의 3인자 맞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패기가 넘쳤는데 지금 저 데릴사위 놈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다니.’원강조 등은 놀라서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동혁은 원성배를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원 부장님, 전 부장님 아들이 제멋대로 구는 게 다
풀썩! 원강조는 몸을 뒤척이고 일어나 동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이 회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원강조는 울부짖으면서 동혁의 눈치를 몰래 살폈다. 원강조와 함께 있던 그 두 부서의 공무원도 다리를 떨며 동혁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동혁의 신분이 그저 단순히 항난그룹 회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높은 지위에 있는 원성배가 동혁의 몇 마디 말에 놀라서 사람들 앞에서 아들인 원강조를 때려 비굴하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네 잘못은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고.” 동혁은 원강조 앞에 서서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선 천진은 어디에 있지?” 원강조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장님, 그건 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그 개X식을 본 적이 없어요. 그놈 아버지 천대명이 최근에 사고를 당했는데, 그 후에 누군가를 피해 다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나쁜 놈은 분명 H시에 있을 겁니다.” ‘천대명? 이런, 하마터면 그 사람을 잊을 뻔했네.’ ‘그 늙은이는 그때 킬러에게 죽이라고 했지만, 조 경감에 의해 비밀리에 갇혀 있잖아.’ ‘그렇다면 천진은 분명 천대명에게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나를 피해 다니고 있는 거군.’ 하지만 동혁은 원강조에게 자세한 건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동혁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해.” “날 처리했다고 하고.” 동혁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천진이 이런 방식으로 수소야과 마리를 호랑이 굴에 끌어들였었는데, 이번에는 동혁이 반대로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알겠습니다.” 원강조는 휴대폰을 꺼내 무릎을 꿇은 채 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조 형님?] 바로 천진이 전화를 받았다. [하하, 역시 형님은 일처리가 아주 빠르다니까. 항난그룹 제약공장이 생산 중단 명령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나도 이미 다 들었어.] [어때? 수소야, 그 천한
“시, 시장님?” 원성배를 제외하고 원강조 등과 임창호와 함께 온 각 부서 책임자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 이 젊은이가 그 H시 시장 대행?’ 수소야도 멍해졌다. ‘동혁 씨가 갑자기 어떻게 시장이 된 거야?’ 하지만 동혁 앞에서 보인 임창호와 원성배, 이 고위 공무원 둘의 태도를 보고 사람들은 전혀 의심할 수 없었다.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임창호 뒤에 있는 각 부서 책임자들이 모두 와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머릿속에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는 상관없이 그들은 일단 이 새 시장 앞에서 잘 보여야만 했다. 풀썩! 아까 전 원강조를 따라 동혁을 조롱했던 두 부서의 공무원들은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바로 달려와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시장님,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큰 무례를 범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까 동혁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생각하며 놀라 손바닥으로 자신들의 얼굴을 계속 때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스스로 뺨을 때리자 원강조도 덩달아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 시장님, 저희는 정말 시장님인 줄 몰랐습니다.” “그만!” 세 사람이 자기 앞에서 울부짖자 동혁은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호통을 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공무원이라면서 전혀 공무원답지 않고, 사람으로서도 됨됨이가 별로야.” 동혁은 고개를 돌려 5개 부서의 책임자들을 바라보았다. “여기 이 세 사람 말고도 룸 안에 두 사람 더 있어요.” “어떻게 처분할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결정하세요.” 의약품관리청 청장은 원성배의 눈치를 봤다. 원성배가 H시 시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지위에 있어서 원강조는 평소 청장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뭘 눈치 보고 있어요? 원칙대로 처리하세요.” 누구보다도 원성배가 지금 가장 크게 동혁의 눈밖에 나게 생겼다. 그는 그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강조의 처분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괜히 잘못 나섰다가는 나와 강조 모두 해고될 거야.’ 이 생각을 하고
짝!동혁은 천진의 멱살을 잡아 뺨을 세게 때렸다. 천진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퍽! 퍽!동혁이 또다시 몇 차례 주먹질을 하니 천진은 입에서 피를 뱉었다. 그제야 동혁은 축 늘어진 개 같은 천진을 바닥에 ‘쾅’하고 내던졌다. 천진은 동혁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앞으로 기어갔다. “임 부시장님, 원 부장님, 각 책임자 분들, 전 천진입니다. 바로 천대명의 아들이요.” “이 바보가 사람들 앞에서 저를 이렇게 때리고 있잖아요. 제발 여러분들이 이놈을 막아주세요. ” “잡아서, 이놈을 잡아서 족쳐야...” 기어가면서 천진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그러나 주위의 모두는 냉담하게 그를 쳐다보았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천진은 동혁이 자신을 폭행하고 있는데 H시의 고위 공무원들이 왜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이번엔 수소야를 향해 울부짖었다. “소야야, 내가 잘못했어. 돈에 눈이 멀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정말 미안해.” “그러니 당신이 이동혁에게 그만 때리라고 해줘. 더 맞으면 내가 죽을 거야.” “소야야, 단 하루 부부라도 그 정이 깊잖아. 우리가 무려 2년 동안 부부로 지낸 것을 봐서라도 제발...” 그러나 수소야의 표정도 마찬가지로 냉담했고 조금의 변화조차 없었다. 그녀가 느끼는 슬픔이 커서 천진에 대한 애정이 죽은 지 오래였다. 그녀가 천진에게 여러 번 기회를 주었지만, 상대방은 이를 소중히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하게 그녀를 괴롭혔다. “천진, 죽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수소야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는 이미 천진을 완전히 포기했다. ‘오늘 만약 동혁 씨가 아니었다면, 난 원강조의 뜻대로 당해서 이 자리에 이렇게 무사히 있지도 못했을 거야.’ 퍽!동혁의 발길질이 천진의 몸을 뒤집었다. 천진은 고통에 절망하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동혁, 그래, 날 그냥 산 채로 때려죽여. 죽이라고! ” 동혁이 천진을 내려다보
이 말을 듣고 막 가려던 세화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양 사장의 성신제약은 설립한 지 이제 막 2년이 되었어. 그럼에도 현재 규모로까지 성장한 건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루기에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게다가 양 사장이 외삼촌과 함께 H시 시청의 3인자인 원 부장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단지 류씨 가문과의 관계가 좋다는 이유라기엔 부족해.’ “말해보세요. 조건이 있겠죠?” 세화는 입을 열어 물었고, 지극히 사업상 하는 대화의 태도를 보였다. 양도형은 웃으며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늘 밤의 일로 세화가 동혁에게 분명히 매우 실망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세화를 차지할 생각이 있었지만 서두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 거래를 할까요?” 양도형이 말했다. “진 회장님과 백항남 전 항난그룹 회장이 오랜 동창이라면서요? 요즘 항난그룹이 재건에 성공한 후 신약을 출시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성신제약은 그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따낼 계획이에요.” “그래서 진 회장님께서 절 도와주셔서 항난그룹의 회장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만약 진 회장님이 직접 이 협업을 성사시켜 주실 수 있다면, 단지 제가 몇 마디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직접 원 부장님에게 당신 남편에 대한 문제를 덮고 넘어가게도 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세화의 표정이 좀 이상하게 변했다. ‘어젯밤에 양 사장은 동혁 씨 앞에서 자신이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 투자를 따냈다고 자랑했지만, 동혁 씨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인 줄도 몰랐잖아.’ ‘그런데 지금은 다시 N도 외부 항난그룹의 대리점 운영권을 따고 싶다고?’ ‘설마 동혁 씨와 항난그룹이 어떤 관계인지 또 모르는 건가?’ 세화가 입을 열어 말했다. “양 사장님, 방금 저희 남편과 함께 서 있던 그 여성분이 바로 항난그룹의 수소야 사장이라는 걸 몰랐나요?” 이 말을 하는 세화는 마음속으로 양도형이 확실히 정말 바보 같은 인간이라고 생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동혁의 말을 들은 양도형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일전에 원화투자회사에서 2000억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 이놈에 의해 투자가 중단됐었어.’‘그런데 지금 내가 N도 외부의 항난그룹 대리점 운영권을 얻으려고 하니까, 이놈이 뭐? 가질 수 없을 거라고 저주를 해?’예전의 원한과 현재의 분노가 합해져 양도형은 화가 들끓었다.“저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양도형을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세화를 끌고 가려고 했다.“거기 서! 가지 말고 무슨 뜻인지 똑바로 말해.”화가 난 양도형이 동혁을 붙잡고 소리쳤다.류성중은 어제 동혁의 실력을 직접 본 뒤라 괜히 양도형이 이번에도 손해를 볼까봐 재빨리 말했다. “그만해, 도형아. 저렇게 마음도 못된 쓸모없는 인간이랑 괜히 힘 뺄 거 없어.”“만약 저주에 정말 힘이 있으면, 네 성신제약은 이미 적들에게 100번도 넘게 파산했어.”“그냥 비아냥거리는 거뿐이야. 괜히 네 입까지 더럽히지 마.”“어차피 저놈과 넌 수준이 다르니까.”류성중은 동혁을 가차없이 비꼬았다.마치 양도형을 돕는다는 것보다는 동혁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털어놓는 편에 더 가까웠다.“부이사장님 말씀이 맞아. 내가 당신 같은 인간과 괜히 다툴 필요가 없지.”양도형은 동혁을 바라보며 냉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게 아내를 끌고 가려고 하는 거지? 뭐 무서운 일이라도 있나?”“아무래도 내가 원 부장님에게 네놈을 놓치지 말라고 알려야겠어.”이렇게 말하면서 양도형은 휴대폰을 꺼내 원성배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세화가 화를 내며 말했다.“양 사장님, 우리 일이 대체 사장님과 무슨 상관인데 이러죠?”세화 또한 동혁 자신과 미리 도망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양도형이 전화를 걸려는 모습을 보고 두려워졌다.류성중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세화야, 네가 이렇게 그놈을 보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원 부장님은 원래 성질이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원성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앞으로 항난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시장과 관련된 모든 사업과 진 회장의 두 그룹을 모두 잘 보호해야 돼.’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다간 이 시장이 우리 부자를 의심하게 될 거야.’ 동혁에 대한 원성배 부자의 태도를 보고 모두의 마음속에서 큰 궁금증이 생겼다. 류성중은 도저히 참지 못해 입을 열어 원성배에게 물었다. “원 부장님, 동혁이와 항난그룹은 대체 무슨 관계인데 이러세요?” “이 선생님은 항난그룹의 회장이십니다.” 원성배가 동혁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정말 동혁이가 항난그룹의 회장?’ 순간 류성중은 놀라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동혁이가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 된 것은 세화의 인맥 때문이니,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 된 거지?’ 류성중은 아까 전에 동혁을 두고 한 말을 떠올리자 마치 세게 뒤통수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도형 역시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어째서? 내가 협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마다 왜 저 이동혁이 그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건데?’ “동혁 씨, 당신이 어떻게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거야? 회장은 백항서 아니었어?” 세화의 가족도 기가 막힌 듯 동혁을 쳐다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동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여보, 내가 항상 가족들에게 말했잖아. 내가 바로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그런데도 내가 수 사장을 위해 운전기사로 일한다며 믿지 않았잖아.” “그리고 백항서는 내가 전에 지은 가명이야. 3대 가문 사람들을 겁주려고 만든 이름.”류혜진 등은 서로를 쳐다봤다.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세화와 가족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원성배의 입으로 사실이 확인되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류혜진은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