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메시지를 보고 주다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뜻밖에도 이동혁이 원화투자회사에서 해임되다니.’ ‘내 프로그램이 방송된 지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반응이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이동혁, 원화투자회사가 너를 해임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이건 그저 맛보기고 다음으로 네 와이프, 네 장인 장모...” “모두 지옥이 뭔지 똑똑히 알려주마.” “그러게 나를 적으로 돌리지 말았어야지.” 주다정은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 그녀는 속이 얼마나 후련했던 지 온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다정 씨,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왜 그렇게 웃어요?” “우리도 좀 알려줘요.” 아까부터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몇몇 남자들이 말을 걸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모두 궁금해하며 물었다. 주다정은 다시 침착함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진행한 인터뷰 방송, 다들 보셨죠?” “방금 친구에게 소식을 받았는데, 방송에서 폭로한 그 인간쓰레기 이동혁이 이미 원화투자 회사에서 해임되었다네요.” “그 쓸모없는 인간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받는 것을 보니, 제가 한 일이 성과를 거둔 거 같고,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좀 기분이 좋은 거 같아요.” 주다정은 당연히 자신이 동혁에게 성공적으로 복수했기 때문에 기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듣기 좋은 말로 그럴듯하게 이유를 댔다. “저도 그 인터뷰를 봤는데, 시청자들 앞에서 그런 인간쓰레기를 폭로해서 정말 제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그 이동혁은 지위도 있고 배경도 만만치 않아서, 다정 씨가 그 사람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려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이런 정신은 우리 모든 언론인들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요.” “다른 무엇보다 돈이 우선인 시대에, 다정 씨처럼 정의를 위해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죠.” “나중에 저희가 다정 씨에게 식사 대접 한 번 하고 싶은데요? 정의로운 다정 씨
기회를 잡기로 결심한 주다정은 나원재에게 다가가 관심을 보였다.“나 부장님께서 저희에게 시장님에 대해 몇 가지만 살짝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나중에 모르고 실수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주다정이 애교 있게 말했다.그녀의 청순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은 남자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나원재는 흥분해 숨이 막혔지만, 얼른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으며 말했다.“다정 씨 말이 맞아요. 확실히 여러분들이 미리 정보를 듣는다면 도움이 될거예요.”“하지만 저도 시장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그저 아직 30살도 안 된 젊은 남자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그리고 그분은 취임한 당일 큰 일을 하셨어요.”“원 부장님의 아들이자 의약품관리청에서 3번째로 높은 원강조 이사가 해고된 일을 모두 들어서 알고 있지요?”“지금 임 부시장님과 원 부장님이 시장님 눈치를 보느라 애를 쓰고 있어요.”나원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새 시장이 아직 30살이 되지 않은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일이야.’‘하지만 나 부장이 마지막에 밝힌 정보는 아주 도움이 되겠는데?’원강조와 다른 몇몇 부서의 중간 공무원들이 해고된 일은 어젯밤 H시를 마치 지진처럼 뒤흔들었다.‘지위 높은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임명되면 과시용으로 몇몇 본보기를 보인다더니.’‘새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시청 3인자의 아들을 해고해서 이걸로 첫 본보기로 삼은 거 겠구나.’‘그래서 임 부시장과 원 부장의 태도가 고분고분 해진거야.’‘이것으로 새 시장을 좀 파악할 수 있어.’‘새 시장은 소문처럼 그 배경이 매우 대단할 뿐만아니라 성격도 아주 독단적인 사람이야.’주다정의 눈이 순간 번쩍였다. ‘이런 강하고 독단적인 성격의 남자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하겠어.’ ‘새 시장에게 접근할 수만 있다면.’ ‘남자를 사로잡는 내 능력으로 아무리 철벽인 남자도 내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로 바꿀 수 있지.’ ‘반드시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아야 해.’ ‘상대는 아직 30살도 안 된 시장이야. 어디에 내놔도 엄청난 인재라
‘시장이 우리를 한번 보겠다고 했잖아? 왜 그냥 갔지?’ 주다정 등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방금 새 시장 맞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대로 가버리다니. 지금 우리를 바람 맞힌 거야?’ 사람들은 그저 마음속으로 욕할 뿐, 겉으로는 어떤 불만도 보이지 못했다. 주다정은 더욱 실망감을 느꼈다. ‘시장을 만나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이쁘게 꾸며도 아무 소용이 없어.’ 이때 나원재가 혼자 다시 걸어왔다. “부장님, 시장님께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요?” 주다정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원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장님이 방금 그러시더군요. 여러분들 중에 목적이 불순하고 품행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요. 단지 위로 오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더러운 치맛자락 같은 사람이 있다네요.” “괜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이번 미팅을 취소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또 시장님께서 그런 사람은 우수 언론매체 인재라는 이름에 가장 큰 모욕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이번 표창식도 일단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그런 사람을 언론매체 종사자 집단에서 제거하고, 다시 개최일정을 잡을 계획입니다.” 나원재는 모두에게 동혁이 한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자 남자들이 갑자기 그 자리에 있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더러운 치맛자락이라고? 시장님의 그 말씀은 분명 여기 현장에 있는 어떤 여자를 가리킨 게 틀림없어.’ 주다정도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 “잘났네요. 시장님 만날 기회를 갖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이렇게 다 망치다니.” “대체 여러분 중 누가 그 목적이 불순한 더러운 치맛자락인가요? 미안하지만 제발 스스로 알아서 떠나세요. 괜히 모두에게 피해 주지 말고요.” 주다정은 거만하게 다른 여자들에게 말하면서 그녀 자신이 동혁이 언급한 더러운 치맛자락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난 여태 비밀스럽게 남자들을 만났어. 그래서 나와 관계를
“다정 씨, 밥이나 먹으러 가시죠?” 시청 입구에서 한 남자가 정성스럽게 주다정에게 가방을 건넸다. 방금 전에 쫓겨났을 때, 주다정이 가방을 안에 두고 나와서 대신 가져다준 것이다. “지금 밥이 넘어가요? 먹다가 체하겠어요.” 주다정은 가방을 낚아채더니 고개를 돌려 그대로 가버렸다. 그녀의 청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는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그녀는 미인에다 방송국의 메인이라 어딜 가든 많은 스타들에게 관심을 받고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뜻밖에도 시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주다정은 넘치는 울분을 애써 참으며 성질을 부리지도 못했다. ‘모두 그 더러운 치맛자락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입었어.’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아무래도 새 시장과 따로 만날 방법을 다시 찾아야겠어.’ ‘상대방을 반드시 내 손에 넣어야 해.’ “다정아, 왔구나, 여기 따뜻한 물 한잔...” 집으로 돌아오자 천진이 엎드려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는 주다정을 보자마자 재빨리 가서 물 한 잔을 가져왔다. 천진은 동혁에게 복수라도 당할까 봐 다른 곳에는 가지 못하고 아예 주다정의 집에 틀어박혀 그녀의 시중을 들었다. 덕분에 동혁은 천진이 주다정 집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 “꺼져!” 주다정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한 발로 천진을 걷어차고는 바로 침실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지금의 천진은 가진 것도 하나 없는데 주다정의 도움을 받아 이혼 소송까지 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주다정의 눈에 그는 개만도 못했다. ‘나쁜 년, 내가 항난그룹의 지분만 얻어봐. 반드시 네가 무릎을 꿇고 나를 모시게 할 거니까.’ 천진은 닫힌 방문을 주시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욕을 했다. 주다정은 대충 가방을 한쪽에 던져두고 침대에 누웠지만 여전히 마음이 심란하고 혼란스러웠다. ‘이러다 답답해 미쳐버리겠어.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해.’ ‘그래, 이동혁, 그 쓸모없는 인간, 그놈한테 화풀이나 하자.’ 이 생각을 한 주다정은 정신이 번쩍 들어 휴대폰을 꺼내 몇 통의 전화
세화는 연락이 온 소위 착한 친구들 때문에 짜증이 났고, 결국 아예 휴대폰 전원을 껐다. “동혁 씨가 해결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일이 점점 더 커지는 거지?” 하늘 거울 저택, 세화가 약간 기분 나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이번 동혁의 일로 인해 심신이 지쳤다. “내가 진작에 그랬잖아? 동혁이 허풍을 믿지 말라고.” 류혜진도 화가 났다. 원래 그녀는 동혁의 항난그룹 회장 신분이 공개되었을 때, 몇몇 옛 친구들과 모임을 약속해 사위 자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이 터지자 그녀는 그 옛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심지어 지금 그녀는 감히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어딜 가나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비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화야, 한번 생각해 봐. 항난그룹의 회장에다 원화투자회사 사장이 한낱 방송국 프로그램진행자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이게 능력 부족이 아니면 뭐야?” “내가 보기에도 그 인터뷰의 대화가 틀린 말이 아닌 거 같아. 항난그룹 회장은 동혁이 백항서라는 이름을 도용해 사기를 치는 거야.” “원화투자회사 사장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든 이미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잖아. 바로 네 덕분인 거.” “역시 회장이나 사장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동혁이는 능력 없는 놈이야. 예전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비록 동혁이 다른 사람에게 모함을 당했다는 것을 알지만, 류혜진은 그래도 동혁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정대로라면 그녀는 류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동혁이 또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급증했던 동혁에 대한 호감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엄마, 지금 동혁 씨를 원망할 때가 아니에요.” 세화는 어떻게 동혁의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생각해 봤는데, 이번 일을 해결하려면 주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지난번 동혁 씨가 주다정을 함부로 하게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어.’ ‘그때는 나도 너무 화가 나 그랬
세화는 주다정이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마음속에 약간의 화가 났다. 그러나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다정 씨, 전에 저와 동혁 씨가 다정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사과의 의미로 저희 세방그룹에서 다정 씨의 프로그램에 많은 협찬을 할까 해요.” “이번 일로 동혁 씨는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고, 자기 잘못도 깊이 깨달았어요.” “그러니 다정 씨가 더 이상 우리 가족에게 까지 피해가 가지 않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세화는 간곡한 어조, 최대한 저 자세로 말을 했다. [자기 잘못을 깨달았다고요?] 주다정은 “허”하며 냉소를 지었다. [진 회장님, 전에 회장님 남편이 저를 무릎 꿇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발을 핥게 시켰을 때, 그때는 왜 자기 잘못을 몰랐을까요?] [쯧쯧,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사람이 지은 죄는 결국 그 벌을 받게 되어있어요.] [게다가 회장님, 어쨌든 회장님은 우리 H시의 대표적인 여성 기업가예요. 젊고 예쁜데, 왜 그렇게 쓸모없는 인간 하나에 신경을 쓰세요?] [차라리 그냥 이동혁을 걷어차버리세요. 제가 다른 젊은 사람을 소개해 드릴게요. 지금의 그 쓸모없는 남편보다 백배 천배는 낫다고 장담하죠.] 주다정이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녀는 분명 세화에게 좋은 남자를 소개할 계획이 없었다. 단지 이번 기회에 세화를 심하게 희롱하고 싶을 뿐이었다. 세화는 주다정에게 연락한 걸 후회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다정 씨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그래도 전 동혁 씨와 부부로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다정 씨가 저희를 용서할 만한 다른 기회를 주셨으면 해요. 다정 씨가 어떤 요구를 하든 제가 방법을 찾아서 해볼게요.” [정말 그게 어떤 요구이든 다 하겠다고요?]주다정은 농담처럼 말했다. [전 이동혁에게 방송국 입구,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 신발을 핥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전 제 기분을 되돌려 주고 싶은데요?
“강오그룹이 얼마 전 성세그룹에 합병됐잖아? 그럼 천미 언니가 그 회장님을 알고 있을 거야.” “할 수 없이 언니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겠어.” 세화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천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천미는 세화의 전화를 받고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절친인 세화에게 자신도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 너무 부끄러웠다. 게다가 천미가 여러 번 만나려고 시도했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동혁의 사건은 세화의 일뿐만 아니라 그녀의 회사 산하인 원화투자회사도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천미가 말했다. [알았어. 어차피 나도 이따가 회장님을 뵈러 가서 그간의 업무 보고를 할 계획이야. 그때 겸사겸사 그 주다정을 데리고 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주다정에게 연락해서 내쪽으로 오라고 해.] 세화는 천미의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고, 바로 주다정에게 연락을 했다. [역시 진 회장님께서 일하나는 딱 부러지게 하시네요. 회장님께서 이렇게 일처리가 시원시원하시니, 저도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제가 그 회장님을 뵙고 나면, 회장님의 그 쓸모없는 남편도 용서할게요.] 주다정의 약속을 듣고, 세화와 가족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주다정이 내게 도움을 구했어. 마침 성세그룹의 그 신비로운 회장과 만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도 너무나 다행이고.’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에는 정말 주다정을 막을 방법이 없었을 거야.’ 한편, 주다정은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예쁘게 화장을 한 후 바로 천미에게 연락했다. 두 여자는 함께 성세그룹에 도착했다. “심 사장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여전히 선우설리가 천미를 맞이했고, 그녀는 천미의 뒤에 있는 주다정을 힐끗 쳐다보며 표정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미가 말했다. “선우 사장님, 이번에 이 사장의 일로 인해 원화투자회사의 업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를 채용한 사람으로서 제가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회장님을 뵙고 보고 하러 왔어요.”
“회장님께서 저 여자에게 꺼지라고 하셨다고요.” 선우설리의 말투는 거칠고 상대에 대한 혐오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전화에서 들었던 동혁의 말투를 모방해 말했다. 주다정은 멍해졌고 당황해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회장이 나보고 꺼지라고 했다고?’ ‘말도 안 돼!’ ‘난 H시 방송국의 메인이며 미모의 여성 진행자야.’ ‘이미지 너무 예뻐서 얼마나 많은 H시 남자들이 좋아하는데.’ ‘그런데 회장이 어떻게 나보고 꺼지라고 할 수 있지?’ 정신을 차린 주다정이 냉소하며 말했다. “선우 사장님, 설마 회장님의 말씀을 잘못 전달하시는 건 아니겠죠? 혹시 저를 질투하시는 건가요? 제가 회장님을 만나는 게 무서우세요?” ‘그래, 선우 사장은 날 질투해서 이렇게 말한 게 틀림없어.’ ‘지난번에도 내가 회장님을 뵈러 왔을 때, 그때에도 선우 사장은 줄곧 건성으로 날 대했잖아.’ ‘지금도 분명 똑같은 거야.’ “선우 사장님, 정말 너무 힘드시겠어요. 회장님 앞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모든 예쁜 여성이 회장님과 만나는 걸 막으려면 말이에요.” “쯧쯧, 얼마나 본인에게 자신이 없으면 그러겠어요?” 주다정은 단숨에 심리적인 동요를 회복하고,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선우설리를 바라보았다. 이미 사이가 틀어졌으니 그녀도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렇게 된 거 되도록 일을 크게 벌여야겠어. 소동 커져서 회장에게 전달되면 선우 사장이 비서일을 못하게 만들 수 도 있잖아?’ “주다정 씨라고 했나요? 당신에 대해 회장님이 하신 말씀은 듣기 거북할 정도예요.” “같은 여자로서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요.” “그러니 당장 성세그룹을 떠나세요. 괜히 안 좋은 일 당하지 말고요.” 선우설리는 주다정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는데 마치 한낱 술집 여자로 보는 것 같았다. 주다정은 선우설리의 말을 믿지 않았고 선우설리가 일부러 연막탄을 날린다고 생각하며 냉소했다. “괜찮으니 한번 말해보세요. 대체 회장님께서 저를 어떻게 평가하셨나요?” 선우설리는 표정을 찡그렸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