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 가문 사람들은 또 빚쟁이가 찾아온 줄 알고 모두 깜짝 놀랐다.전에 빚쟁이들이 진씨 가문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돌이킬 수 없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모두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이동혁!”그러나 온 사람이 동혁임을 깨닫자, 진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 무의식적으로 노기가 떠올랐다가 곧바로 다시 수그러들었다.지금의 동혁은 이미 진씨 가문 사람들이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항난그룹 회장에 원화투자회사 사장.이 두 개의 신분만으로도, 진씨 가문 사람들은 동혁이 애초에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적어도 진씨 가문에서는 더 이상 동혁을 쓰레기라고 부를 자격이 없었다.지금 동혁의 표정은 차디찰 뿐만 아니라, 척 봐도 표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진씨 가문 사람들은 또 어디서 동혁의 미움을 샀는지 알지 못한 채, 모두 마음속으로 벌벌 떨기만 했다. “혜진아, 이게...”진한영은 감히 동혁에게는 질문하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류혜진을 바라보았다.테이블을 치면서 일어난 류혜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동혁아, 너 왜 그래? 멀쩡한데 왜 문을 걷어차고 그래. 빨리 사과해!”“어머니, 세화가 납치됐어요.”동혁의 담담한 말 한마디에 류혜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진씨 가문 사람들도 멍해졌다.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동혁은 이미 큰아버지 진한강 일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살기가 가득한 동혁의 모습을 보자, 놀란 진태휘가 무의식 중에 가로막았다.“이동혁, 너 뭘 하려는 거야?”“꺼져!”동혁은 손바닥으로 따귀를 때리면서 차갑게 물었다.“진한강, 당신 딸은 어디에 있어?”땅바닥에 쓰러진 진태휘를 보자, 진한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동혁아, 너 너무 지나치잖아. 아무리 세화가 H시상공회의소 회장이 되었다고 해도, 네가 무법천지로 행동해도 된다는 건 아니야!”“어쨌든 나는 세화의 큰아버지야!”동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마지막으로 묻겠어. 당신 딸은 어디에 있어?”“먼저 태휘를 일으
이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절호의 기회라는 걸 깨달은 장교웅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그러나 전주에게 버림받은 이후로, 장교웅은 더 이상 이른바 전주에게 희망을 걸지 않았다.마침 진화란이 자신에게 동혁에게 2천억의 몸값을 더 요구하자고 제안하자, 두 사람은 단번에 의기투합했다.“진화란 씨,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 당신 덕분에 저 여자를 데리고 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돈도 받게 되었군요. 하하!”장교웅이 물 한 병을 건네면서 소리내어 웃었다.“장 사장님, 얼마든지 데리고 노세요. 가장 좋은 건 H시 사람들 모두 이동혁의 마누라가 음탕한 년이라는 걸 알게 하는 거예요!”진화란이 악랄하게 말했다.장교웅에게 물을 받았지만 진화란은 마시지 않았다. 이미 예전의 진화란이 아니었다.장교웅과 같은 편이지만 내심으로는 경계하고 있었다.진화란은 장교웅과 같은 인간과 손을 잡는 무모한 짓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세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을 억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화란, 헛된 망상 하지 마. 네가 세운 악랄한 계획들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 이번에도 역시 본전도 못 찾게 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진화란은 이전의 기억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생수병을 연 진화란은 차가운 생수를 세화의 몸에 뿌렸다.촥-세화의 수트가 금세 물에 젖으면서, 몸의 곡선이 더욱 아름답게 드러냈다.서양인들이 세화를 바라보는 눈빛은 또다시 열기로 가득 찼다.“이번에는?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 질지 모르겠는 걸!”진화란이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너는 아직 모르겠지. 병신 같은 네 남편이 고 사부한테 달려가서 시합을 했다가, 세 수 만에 비루먹은 개새끼처럼 박살이 났는 걸.”“지금 이동혁은 이미 온 H시의 조롱거리가 되었어. 진세화, 너는 사람들이 곤경에 처한 사람을 오히려 공격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겠지?”“다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하고 이동혁을 상대할지 모르겠네.
고진하의 상황을 동혁이 전혀 모르는 건 아니다.선주호가 동혁에게 병신이 되자, 고진하의 수하 중에는 혼자서 한몫을 할 수 있는 쓸만한 사람이 없었다.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서 소마리를 쓸 수밖에 없었다. 비록 소마리가 약을 써서 고유강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지만.그래서 동혁은 세화를 납치한 배후가 바로 소마리라고 곧바로 확신했다!‘오히려 고진하는 자신의 명성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세화를 납치했더라도 다른 사람을 시켜서 했을 거야.’ ‘구체적인 세부 사항들은 어쩌면 알지 못할 수도 있어.’그래서 처음부터 동혁은 고진하를 조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소마리라는 여자의 음험함과 악랄함에 대해서는 동혁이 경험한 적이 있었다.‘지금 나와 고진하의 시합이 이미 끝났으니, 아닌 말로 세화는 이미 이용 가치가 없어졌어.’‘소마리가 세화에게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 지도 몰라.’‘결국 내가 소마리의 상전인 사씨 부인과도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동혁이 애을 태우고 있을 때, 동혁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세화’라는 글자를 보자 동혁은 가슴을 조였지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네 마누라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엠퍼러 주식 20%의 지분양도증서를 준비하고, 2천억 원을 더 내.]수화기에서 나이를 분간하기 힘든 목 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하기에,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문제없어. 하지만 내 아내의 안전을 먼저 확인해야 해.”세화의 안위가 달린 일이다.2천억이 아니라 2조 원이라도 동혁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말해! 네 남편이 너하고 몇 마디 하고 싶다고 했어!]곧이어 세화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 씨, 나는 지금 안전해. 당신, 냉정해야 해...][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여자의 목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루 시간을 주겠어. 내 전화를 기다려.]전화는 바로 끊어졌다.보아하니 세화는 좀 놀랐지만 당분간은 안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최진우도 알고 있었다.‘왜 아까 동혁 형님이 고진하한테 졌나 했더니.’‘이제 보니 형수님이 납치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거야.’이 일 때문에 동혁이 수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되고 H시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생각하자, 최진우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다.최진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동혁 형님, 아니에요. 형수님을 보호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한테, 5분 간격으로 직접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보고하라고 했어요.”“불과 3분 전에도 저한테 보고했는데, 진씨 가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최진우의 반응을 본 동혁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제가 연락해서 지금 상황을 물어볼게요!”최진우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핸드폰을 꺼냈다.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사람들하고 연락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심천미의 암흑가 사람들 힘을 빌려서 찾게 해야지.”“네, 맞아요, 심천미를 찾아야겠네요.”최진우는 곧바로 심천미에게 전화를 걸었다.동혁은 직접 설전룡과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어서 세화를 찾도록 했다.세화를 찾기 위해서 동혁은 공권력과 군부의 힘, 그리고 암흑가의 힘까지 모두 동원했다.심천미가 곧 체육관 밖으로 달려왔다.차가 멈추자, 차에서 내린 심천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동혁과 최진우가 같이 있는 걸 보고도 심천미는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진우를 향해서 고개를 끄덕인 심천미가 차가운 목소리로 동혁에게 물었다.“이미 모든 수하들을 동원해서 찾으라고 했어. 이동혁,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네가 또 세화를 곤경에 빠지게 한 거 아니야?”이 여자의 동혁에 대한 편견은 정말 지독했다.그러나 이번에 동혁은 반박하지 않았다.동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에는 나 때문이야. 고진하의 수하가 세화를 납치했어. 그리고 내가 시합에서 고진하에게 패할 것을 요구했어.”“고진하, 이 죽일 놈의 늙은이! 분명히 그렇게 강한데도 이렇게 저속한 수단을 쓰다니!”화가 난 심천미가 주먹으로 동혁을 때리
이 순간, 고진하는 정말 동혁을 죽여서 영원히 후환을 없애고 싶었다!그러나 자신이 전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그러나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동혁이 여전히 입을 놀린다고 생각했다.“이동혁, 고 사부님이 너그럽게 너를 살려주었는데, 감히 고 사부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 어떻게 너 같은 파렴치한 소인배가 있을 수 있어!”“정말 우리 H시의 망신이야!”곧바로 사람들은 동혁에게 비난을 퍼부었다.가성휘 등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과 부천정, 임홍장 등이 가장 큰 소리로 비난했다.‘오늘 드디어 이동혁이 고진하에게 패배했어!’이 사람들은 당연히 가장 기뻐했다. 마치 묵은 해를 보내는 것처럼 이전에 동혁에게 당했던 억울함을 마음껏 털어놓으면서 비웃었다.싸늘한 표정을 지은 고진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지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할 기회를 주지. 그러면 앞으로 더 이상 네가 저지른 잘못을 추궁하지 않겠어!”고진하는 오늘 반드시 동혁을 쓰러뜨리고 재기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그러나 동혁은 고진하는 전혀 상대하지도 않은 채, 핸드폰을 들고 격투장을 나가려고 했다.“이동혁, 누가 너더러 가라고 했어? 우리 사부님 말씀 못 들었어? 무릎 꿇고 빌어!”고진하의 한 제자가 앞으로 나서서 저지했다.팍!동혁은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써서 날려버렸다.임 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관중석으로 날아가서 부딪친 그 제자는 순간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헉!”동혁이 감히 이렇게 날뛰면서 고 사부의 제자에게 손을 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헉! 사부님, 빨리 손을 써서 이가 놈을 죽이세요!”“저 새끼가 너무 날뛰는데, 절대 살려두면 안 됩니다!”고진하의 제자와 임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모두 화가 나서 꽥꽥 소리를 질렀다.“이동혁!”화가 난 고진하도 수염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를 갈았다.동혁은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곧바로 훌쩍 나갔다.“고 사부님, 손을 쓰세요. 패배한 새끼가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고 사부님이 이동
“애송이가 아직도 입을 놀리네. 내가 너를 이긴 게 운이라는 거야?”고개를 들어 관중석 쪽을 바라보면서, 고진하가 낭랑한 목소리로 물었다.“모두들 말해 봐요, 그렇지요?”“하하하...”관중석은 온통 웃음소리로 뒤덮였다.“이동혁, 너는 고 사부의 한 수도 막지 못했는데,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앞서 네가 그렇게 고 사부를 도발했고, 제자들을 병신으로 만들었지. 내가 고 사부라면,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았을 거야. 시합 도중에 너를 산 채로 때려죽였을 거야!”“고 사부님이 너무 마음씨가 착해서 차마 네 목숨을 빼앗지 않은 거야.”“정말 시합도 지고 인품에서도 진 거야. 이렇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고집불통이라니, 정말 쪽팔린 줄 도 모르고 말이야!”원래 고진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지금 당연히 동혁을 마음껏 조롱했다.임창호 등은 두 눈에서 분노를 내뿜으며 표정이 일그러졌다.동혁이 진 데다가, 이렇게 보기 흉하게 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특히 세 가문의 가주들은 지금 이미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동혁이 고진하에게 패한 것은 체면이 깎인 걸 의미할 뿐만 아니라, H시의 구도가 바뀐다는 걸 의미했다.‘고진하는 강한 기세로 H시로 밀어닥칠 거야.’‘그때가 되면 줄곧 대립각을 세웠던 우리 세 가문은 고진하의 눈엣가시가 되겠지.’세 가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동혁이 어떻게 고진하에게 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때 고진하가 손을 들자 경기장은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렇게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자, 고진하는 아주 흡족했다. 고진하가 마치 아랫사람들을 대하듯이 말했다.“이동혁, 오늘은 단지 너에게 작은 교훈만 줬을 뿐이야. 앞으로는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처럼 뽐내지 말도록 해!”“이른바 서로 돌아가며 보복한다면 언제 보복이 끝나겠어. 너도 H시에서 체면이 있는 사람인 걸 고려해서, 오늘 너를 죽이지는 않겠어.”고진하의 말투에서는 마치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동혁이 보잘것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