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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놀라 벙찌다

Penulis: 우주멍
‘이 씨?’

표범이 동혁을 바라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동혁이라는 사람이 왔는데, 지금 손 좀 보려고요.”

잠시 조용하던 전화기 저편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표범이 얼른 물었다.

“보스, 왜 그러세요?”

다음 순간, 우레와 같은 성난 고함이 표범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지금 왜 그러냐고?! 이 개자식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냐?”

“지금 말할 테니 잘 들어! 당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 조상님 모시듯이 대해야 해, 알았어?”

순간 표범은 멍했다. 최근 들어 보스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보스,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진씨 집안의 데릴사위에 불과한데요.”

“야 표범, 너 죽고 싶어? 그분의 눈에 우리는 하루살이 같은 신세야! 그분 눈 밖에 나기라도 하는 순간 우린 그냥 끝장이라고!”

“보스…… 어…….”

듣고 있는 표범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한다. 내가 무릎을 꿇어도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분이니 알아서 잘 해.”

말이 끝나자 전화가 탁 끊어졌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표범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두 다리는 어느새 덜덜 떨고 있었다.

표범이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진화란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표범 씨, 왜 그러세요? 빨리 이 두 인간들 혼내라고 하세요.”

“혼내 줘? 오냐 그래, 내가 널 혼내 주마. 씨X!”

난폭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짝!

표범이 손을 들어올려 진화란의 따귀를 때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뗀 화란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얼굴을 가린 채 선 그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표범 씨…… 나는 차를 사러 온 사람이라고요. 당연히 저 두 사람을 때려야지.”

“때릴 건 바로 너 같은 년이야! 방씨 가문의 체면만 아니면 오늘이 네 제삿날이었어! 당장 꺼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화란은 얼이 빠져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욱이 화를 낼 용기도 없었다. 그저 세화와 동혁만 원망의 눈초리로 노려보다가 잔뜩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갔다.

물론 동혁 앞을 지나가며 한 마디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너 이 바보, 어디 두고 보자!”

자신이 맞은 건 모두 동혁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진화란이었다.

세화는 자기도 모르게 동혁의 팔을 뒤로 잡아당기며 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동혁씨, 우리도 빨리 가요…….”

동혁이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표범이 성큼성큼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더 무서워진 세화는 움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앞에 온 표범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게 아닌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이다.

“이 선생님, 진 여사님, 몰라보고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넓으신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어?’

세화의 눈이 둥그레졌다.

‘아니 전화를 한 통 받더니 표범의 태도가 확 달라졌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진씨 집안의 빚은 갚을 수 있겠지?”

표범의 태도에 대해 동혁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설전룡이 이미 일을 잘 처리한 것일 테니.

표범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그러겠습니다…… 얼마 안 되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모터 월드를 나설 때 세화의 손에는 수표가 들려 있었다. 수표를 보면서도 세화는 그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간간이 고개를 돌려 동혁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 모든 게 동혁 씨 때문이야?’

같은 시각.

H시의 어느 저택 안.

암흑가의 보스로 명성이 자자한 심용삼이 무릎을 꿇은 채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앞에는 군복 차림의 키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설전룡이 냉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심용삼, 꽤 영리해? 만약 우리 큰 형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넌 지금 이미 저승길이었을 텐데.”

“사령관님의 관용에 감사드립니다.”

죽다 간신히 살아남은 심용삼은 이제야 심신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이어 머리를 숙이고 간청했다.

“그분이 H시에 왕림하신 줄도 모르고 하마터면 수하들이 큰 잘못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그분께 사죄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나중에 여쭤보지.”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

H시에 있는 수란 단지는 건축한 지 수십 년이나 된 낡은 아파트 단지였다. 지금 세화의 가족은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다.

세화와 동혁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류혜진 부부가 얼른 그들을 맞이했다.

“세화야, 너 괜찮니? 표범이 너를 때리지는 않았어?”

“엄마, 괜찮아요. 동혁 씨 덕분에 빚을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

세화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혁이는 무슨! 넌 정말 이 바보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어?”

류혜진이 동혁을 시큰둥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주태진에게 부탁 안 했으면 이 돈을 어떻게 되돌려 받을 수 있었겠어?”

‘이 돈이 주태진에게 부탁해서 돌려받은 거라고?’

엄마의 말을 듣던 세화는 잠시 멍했다.

동혁도 아무런 내색하지 않은 채 눈을 가늘게 떴다.

주태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화야, 너 이번에 진짜 주태진에게 고맙다고 해야 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두말없이 알았다고 할 줄 누가 알았겠니?”

“또 같이 저녁 먹자고 우리 가족을 초대까지 했어. 이번엔 더 이상 거절하면 안돼!”

세화가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

“엄마, 안 가면 안돼요? 오늘 동혁 씨 회복한 걸 축하해야지?”

류혜진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 바보가 회복된 게 무슨 경축할 일이야. 주태진이 오늘 크게 도왔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식사하러 가야 해.”

장인 진창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엄마 말이 맞다. 오늘은 꼭 가야 해.”

세화는 난처한 듯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밥 먹으러 가면 동혁 씨는 어떡해?”

“저 놈이 죽든 말든 네가 왜…….”

엄마 혜진이 세화를 밀며 위층으로 끌고 올라갔다.

“너 빨리 옷 갈아입고 예쁘게 준비해야지, 어?”

마지못해 끌려 가던 세화가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동혁을 바라보았다. 동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동혁, 그 면상을 누구한테 보여 주려고? 빨리 꺼져. 우린 네가 하나도 반갑지 않아.”

옆에서 지켜보던 진창하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랜드로바 한 대가 세화의 집 아래층에 세워졌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요염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세화의 오랜 절친 심장미였다.

“아저씨, 아주머니, 세화는요? 주태진이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순간 동혁을 본 심장미가 화들짝 놀랐다.

“이동혁, 이 바보가 어떻게 병원에서 나왔어요?”

혜진이 재빨리 그녀를 붙잡고 한바탕 설명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심장미는 경멸의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3년전의 결혼식에서 동혁이 말없이 사라져서 자신의 절친은 도시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더니 또 바보가 되어 나타나 세화의 가족이 온갖 고생을 하게 만들었다. 심장미는 절친의 이 바보 남편이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이동혁, 정신이 돌아왔다면서? 그런데 왜 또 세화 옆에 붙어 있는 거야? 당신이 제대로 된 남자라면 세화에게서 멀리 떨어져! 세화의 앞길을 가로막지 말란 말이야!”

“주태진은 주원그룹의 후계자야. 또 아버지 주원풍은 건축자재협회 회장이라고. H시의 건축을 독점하고 있는. 주태진이라면 세화가 아무 걱정없이 호강하며 살 수 있다고.”

“고통과 굴욕 외에 당신이 세화에게 뭘 줄 수 있는데, 어?”

장미의 말을 듣고 있던 류혜진과 진창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표시했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심장미, 나는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세화에게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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