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동혁아, 우리가 세화를 만나게 해 줘. 그러면 우리가 직접 세화에게 사과할게.” 지금 다급한 건 진한영이라 그는 어쩔 수 없이 동혁에게 저자세로 말했다. [사과? 고수들을 데리고 와서 내 아내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며 하는 게 당신들이 말하는 사과입니까?] 동혁은 냉소적인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진한영은 이를 악물며 화를 참고 말했다. “다 철이 없는 태휘 등이 안하무인이라 그런 거야. 내가 이미 그 녀석들을 혼냈어.” 진한영은 책임을 태휘 등에게 전가했다. 동혁은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좋습니다. 사과를 하시겠다니 성의를 좀 보여 주시죠.] “무슨 성의를 어떻게 원하는데?” 진한영이 물었다. [뭐, 아주 간단해요. 진씨 가문 사람들이 입구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겁니다.] 동혁의 목소리가 휴대폰 스피커에서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순간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속에서 열불이 났다. ‘이동혁, 이 짐승 같은 놈이.’ ‘이 대낮에 혜성그룹 입구 앞에서 우리 보고 무릎을 꿇으라고?’ “이동혁, 네놈이 감히 우리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해?” 진한강과 태휘 부자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가 그 정도 요구도 못할 이유가 뭐 있습니까?”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흥분한 태휘는 펄쩍펄쩍 뛰었다. “아아, 내 저 개X식을 찢어 죽여버릴 거야.” 짝! 손바닥이 날아와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진한영이 노발대발하며 태휘를 노려보았다. “무릎 꿇어!” “할아버지?” 태휘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 진한영을 바라보았다. 짝! 다시 뺨을 맞았다. 태휘는 뺨을 가리며 분을 삼켰다. “네, 무릎 꿇으며 되잖아요.” 풀썩! 태휘는 무릎을 꿇었다. 진한영은 다시 진한강을 쳐다보았다. 독사 같은 눈빛이 진한강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진한강은 감히 그 눈빛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도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 진한영은 시선을 돌려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쳐다보았다. 결국 진씨
“그래 봐라. 실컷 봐, 어차피 오늘 일은 이제 숨길 수도 없으니.” “차라리 세화 그 못된 년이 성질이 악랄해 자기 친척도 몰라보고 자기 가족, 친할아버지도 무릎을 꿇게 한다는 것을 모든 H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어.” “그럼 이제부터는 아무도 그년과 사업을 하려 하지 않을 거야.” 진씨 가족은 무릎을 꿇고는 전대미문의 굴욕을 참았다. 온전한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만큼 욕이라도 하며 이렇게 자기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런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바로 동혁의 냉정한 목소리가 다시 휴대폰에서 들려왔다. [당신들이 이틀 동안 내 아내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큰소리로 외쳐요. 하나도 숨기면 안 됩니다. 난 당신들이 한 일을 모두 잘 알고 있어요.] 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싫어요? 그럼 그냥 돌아가시던지요.] 동혁은 휴대폰 통화에서 콧방귀를 뀌었다. 어쩔 수 없이 진한영은 진한강과 태휘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세화가 화란 대신 잡혀가지 않으면 진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가문에서 제명할 거라고 협박했어.” “우리는 세 명의 깡패에게 세화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최원우와 모종의 관계를 맺었다고 헛소문을 냈어.” “...” 진한강과 태휘 부자는 자신들의 체면을 모두 내려놓고 이 일을 큰소리로 외쳤다. 우와! 삽시간에 모두가 떠들썩해졌다. ‘진씨 가문이 이런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일을 했을 줄 생각도 못했어.’ ‘어쩐지 진 회장이 진시 가문의 자기 가족을 강제로 여기에 무릎 꿇게 하더라니.’ ‘자신의 가족이 이렇게 악랄한 짓을 한다면 그 누구라도 쉽게 용서할 수 없지.’ 바로 이 순간.진씨 가문의 명성은 H시에서 완전히 추락했다. “자, 동혁아, 이제 우리를 들여보내줘.” 진한영이 소리쳤다. [계속 꿇어앉아 있어요. 내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가니 일단 충전을 하고 다시 이야기하죠.] 동혁의 이 한마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화가 혜성그룹에 없다는 동혁의 말을 죽어도 믿을 수 없었다. ‘이동혁, 이 개X식이 우리를 속여 일부러 세화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게 틀림없어.’ “아, 그래서 세화가 여기 혜성그룹에 있는 줄 안 겁니까?” 동혁은 그제야 이해한 듯 말했다. “그 차는 내가 몰고 여기 왔어요.” “넌 할 일없이 왜 여자 차를 운전해?” “마세라티 기블리는 무슨 여자들만 운전할 수 있다고 누가 규정이라도 했나요?” “그럼 혜성그룹에서 너 혼자 뭐 하러 왔어?” “내 아내가 여기 회장인데 제가 일없을 때 여기 좀 와서 좀 돌아다니면 안 됩니까?” “진 회장님이 오늘 혜성그룹에 안 계신 건 사실입니다. 저희는 여기 이 선생님을 모시고 그룹을 둘러보던 중이었습니다.” 이때 사장인 왕배강이 걸어 나왔다. 그는 공손히 동혁에게 물었다. “이 선생님, 또 다른 사업부서를 살펴보시겠습니까?” “아뇨, 전 회사 경영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전 그냥 조금 둘러보러 온 거뿐이에요.”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시켜 제 차를 가져오라고 해주세요. 전 이만 집에 돌아가겠습니다.” 잠시 후. 그 문제의 마세라티 기블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 운전되어 도착했다. 동혁은 문을 열고 차에 올라 그대로 훌쩍 떠났다. “이동혁, 저 짐승 같은 놈. 저놈이 우리를 속였어. 그것도 아주 굴욕적으로.” “내 저놈을 죽이지 못하는 게 그저 한스러울 뿐이야.” 지금 이 순간. 진씨 가문 사람들은 미치도록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려 한 시간 동안 해천빌딩에 입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당했어.’ ‘그런데 그렇게 무릎을 꿇은 것이 모두 허사였다니.’ ‘만나야 할 세화 본인은 이 혜성그룹에 있지도 않고.’ ‘이동혁, 그 개X식이 세화의 차를 몰고 와서 아내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를 둘러보러 왔다니.’‘그리고는 우리 모두를 농락했어.’‘그래서 우리 스스로 무덤까지 팠고.’진씨 가문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져 고택
“헉!”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진한영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 진씨 가문은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진씨 가문은 빌린 적이 없지만, 3대 가문이 빌린 적이 있고, 왕조희도 빌린 적이 있습니다.” 천대호가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N도 군부 심 총지휘관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3대 가문과 왕조희, 그리고 다른 명문가들이 대동사채에서 모두 2조를 빌려갔습니다.” “이후 그 돈은 모두 이 전신에 의해 뇌물 공여 명목으로 몰수, H시 재정에 반환돼서 지원 자금으로 사용되었고 진씨 가문도 그중 4000억을 신청했지요.” “진 회장님,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진한영은 드디어 상황이 이해가 갔다. ‘천대호가 왜 우리 진씨 가문이 대동사채에 4000억을 빚졌다고 말했는지 이제 알겠군.’ “천 사장님, 그럼 왕조희와 3대 가문, 이 전신을 찾아야 할 일 아닌가요? 이 일이 우리 진씨 가문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진한영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화가 났다. ‘이건 분명 대동사채가 농간을 부리는 거야.’ “3대 가문은 무너졌고, 왕조희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이 전신은...” 천대호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로서는 감히 건드릴 엄두가 안 나서요.” “그러니까 당신들은 감히 이 전신을 어찌하지 못하니 우리 진씨 가문을 찾아왔다 이겁니까?” 진한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 진씨 가문이 만만하다고 생각합니까?” “맞아요.” 천대호가 바로 인정할 줄은 몰랐다.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격노했다. “진 회장님, 진씨 가문에 3일의 시간을 드리테니 4000억을 마련하세요. 이자는 필요 없습니다. 모두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진씨 가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저희도 이해합니다.” 천대호는 빙그레 웃으며 계속 말했다. “제가 쓸데없이 말이 길었군요.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대동사채에 진 빚을 발뺌한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놈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이지요.”
“진창하라는 불구자가 운이 좋군.” 이심은 화가 나 이를 갈며 한편으로 증오심을 느꼈다. ‘내 아들의 다리는 이동혁에 의해 맞아 부러졌는데.’ ‘우리 이씨 가문이 겨우 부탁하여 모신 정형외과 최고 의사인 하 선생이 뜻밖에도 그 이동혁의 장인 다리를 치료하러 가시다니.’ “즉시 H시에 있는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하 선생님을 이리로 모셔와.” 이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 집사가 즉시 나가서 지시했다. 곧 집사가 돌아왔다. “회장님, 저희 사람들이 하 선생님과 접촉했지만 그분께서 이리로 오는 것을 거절하시며 천기 도련님의 다리를 치료하지 않겠다고 하셨답니다.” “뭐?” 이심은 진노했다. 그러면서 의아해했다. “혹시 이동혁, 그 잡종이 기회를 틈타 이씨 가문에 대한 나쁜 말들을 해서 정의감 넘치는 그 늙은이를 화나게 했단 말인가?” 이씨 가문이 진씨 가문을 상대로 벌인 다양한 일들. H시에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조금만 알아보더라도 바로 여러 가지 시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심은 화를 누르며 하원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께서 부디 저희 N도 이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좀 도와주시지요. 하 선생님께서 제 아들의 다리를 치료해주시기만 하면 N도 이씨 가문은 선생님께서 주관하시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기부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심은 하원종 같은 국가에서 알아주는 최고 의사는 사적인 이익을 제공해 매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어려워.’ ‘그렇다면 방식을 바꿔야지.’ ‘어쨌든 자금이 지원되면 어떻게 쓸지는 하 선생이 알아서 결정하니까.’ “아닙니다. 저도 N도 이씨 가문은 부유하니 인색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 가문의 돈을 가져다가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까 두렵습니다. 게다가 제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도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하원종은 알려진 성품 그대로였다. 성품이 강직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이 순간 바로 직접적으로 이
“자네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가?” 하원종이 물었다. “아닙니다. 요즘은 발병이 없어 정상적으로 잘 걷습니다.” 찰칵! 이원용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걸을 수 있다면 왜 H시로 직접 와서 나를 찾지 않는 거지?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하원종은 자꾸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담배 냄새에 불쾌함을 느꼈다. “저희 아버지는 집안에만 계시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을 극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H시에 오게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습니다. 그러니 역시 하 선생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더 빠르지요.” 이원용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층에 이미 하 선생님을 위한 차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난 안 가겠네.” 하원종은 안경을 고쳐 썼다. “난 내일 G시에 수술이 하나 있어서 오늘 저녁에 서둘러 그곳으로 가야 해.” 하원종은 이원용이 어느 가문의 자제인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늘 거만하고 격식만을 따지지.’ 하필 하원종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얼마나 중요한 수술이길래요? 굳이 선생님이 꼭 하셔야겠습니까? 다른 사람이 대신해도 되지 않습니까?” 이원용은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역시 N도 이씨 가문 사람들과 같은 부류이다. 하원종은 얼굴에 노기를 띠며 조용하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 아버지의 병세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군. 그럼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지.” “하 선생님께서는 정말 안 가시겠다는 겁니까?” 이원용은 위협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안 간다고 했잖나. 난 안 가네.” 하원종은 목소리를 높였다. “나가주게. 난 지금 환자를 위해 검사를 해야 하니.” “선생님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군요.” 이원용은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 “들어와. 여기 하 선생님을 모셔.” 말을 마치자 이원용이 R시에서 데려온 부하 고수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 하원종은 이원용이 이렇게 억지를 부리며 세게 나올 줄은 몰랐고, 화가 나서
“그 사람들이 막 날뛰며 공공연히 사람을 납치한 건 물론이고, 막아선 병원 경호원들도 상대에게 맞아서 다쳤어.” “거기다 우리 엄마와 아빠까지도 맞았어.” 눈시울을 붉히며 세화가 말했다. “진찰? 그럼 하 선생님은 당분간 위험하지는 않겠어.” 동혁은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누가 내 코앞에서 하 선생님을 납치해 가다니.’ “누군지는 알아?” ‘지금 무엇보다 하 선생님의 행방을 찾아서 모셔오는 것이 급선무야.’ 동혁은 하원종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납치되면 어떤 말을 해도 치료해 주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다 만일 그 놈들이 거칠게 굴면 위험할 수 도 있어.’ ‘백주 대낮에 병원에서 하 선생님을 데려간 놈들이니 그런 일쯤은 아무 거리낌 없을 거야.’ “이원용이라는 사람이야. 하 선생님을 데려가 진찰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아버지고.” 하고 류혜진이 말했다. “이원용이라고요? 네, 알겠어요. 제가 사람을 시켜 연락해 순순히 하 선생님을 모셔오고 직접 집으로 와서 부모님께 사과드리라고 할게요.” 류혜진의 얼굴 위 붉은 손바닥 자국을 본 동혁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동혁아, 넌 그렇게 허풍 좀 떨지 마!” 이때 천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동혁을 노려보았다. “넌 이원룡이 누군지나 알고 허풍을 떠는 거야?” “천미 언니, 상대가 누군지 알아냈어?” 세화가 얼른 물었다. 동혁은 천미와 따지며 싸우지 않고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 들었다.. “그 이원용은 R시의 은둔 고수 이정산의 아들이야.” 천미는 표정이 심각해지며 계속 말했다. “이정산은 암흑가에서 우리 아버지보다 더 연륜이 있지.” R시는 산이 많았고 도 외곽에 있는 위험지대에 있었다.예로부터 성품이 사납고 용맹해 N도 전역에서 유명했다. 이정산은 젊었을 때, 단도 두 자루만을 들고 R시 암흑가 전체를 장악했다. 지금의 이정산은 오랫동안 더 이상 바깥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업상의 일은 모두 외
류혜진은 동혁이 R시에 따라가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동혁이 또 병이 도져 말을 잘못하기라도 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됐다. “언니만 가도 돼. 언니 아버지가 장 회장이시니 상대방이 언니의 체면을 세워줄 거야.” 세화도 동혁이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동혁은 집에서 천미의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R강은 R시 내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를 가로질러 지나갔다. R강 주변 숲 속에는 숨겨진 옛 스타일의 한 정원이 있었다. 그 속에 오래되어 보이는 기와지붕의 목조 건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정원으로 가는 숲길은 강을 따라 조성된 관광도로와 자연스럽게 만난다. R시에 여행을 온 외지 관광객들. 그들은 이곳을 지나가다가 숲 속 건물을 관광지로 착각했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하려고 했다. 그러면 숲에서 갑자기 나온 헤드셋을 착용한 정장차림의 남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 남자들은 휴대폰의 사진들을 한번 확인하고 예의 바르게 돌아갈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밖에 있는 “개인 저택,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를 가리키며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는 뜻을 내비치었다. 그때마다 관광객들은 매우 놀랐다. ‘어떤 대단한 인물이 이런 곳에 아주 넓은 부지의 개인 정원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궁금증에 현지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 그 정원말인가요? 그곳은 저희 R시의 거물 이무적의 개인 정원이에요.” “이 전신과 이름이 같다고요? 이름이 같으며 어때서요. R시에서는 이 이무적이 이 전신보다 말에 더 힘이 있어요.” “그거 아시나요? R시가 혼란스러운지 아닌지 다 이무적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R시의 최고 책임자인 시장도 모두 이무적에게 고개를 숙이니까요.” “암흑가 정보상인 백효성이 그보다 더 유명하지 않냐고요? 한마니만 더 말할게요. 명절이 되면 백효성이 직접 이무적 앞에 차 가져다 드립니다.”암흑가 은둔 고수 이정산. R시 사람 누구에게나 다 잘 알려져 있었다
‘스타공익재단 이 자식들은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나눠주지 않았어. 구조대원들을 굶기려고.’빨리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먹여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동혁은 바로 조동래에게 이들을 체포하라고 연락했을 것이다.“뭐야,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안 나눠준 거야?”“이 개자식들, 이건 고의로 우리에게 보복한 거야. 우리가 배를 곯게 말이야!”“너희들 왜 이래? 일은 안 하더라도 엉망으로 만들진 말아야지!”동혁의 말에 화가 난 구조대원들이 달려와서 스타공익재단사람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여자 구조대원들은 화가 나서 눈물마저 흘렸다.충돌은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동혁은 자신에게 붙잡힌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 너희들 스스로 도시락을 나눠줄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이 나눠주게 만들까?”“우, 우리가 나눠줄게!”격앙된 군중을 보자, 좀 무서워진 주태하가 창백해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놔줘. 정말로 도시락을 감추고 나눠주지 않은 게 아니야!”“밥차도 온 지 몇 분 밖에 안 됐어. 우리 직원들이 아직 도시락을 집계하는 중이라...”“그럼 빨리 나눠줘!”이 작자의 허튼소리도 듣기 귀찮아서 동혁이 바로 풀어주었다.“가! 차에 가서 도시락을 옮겨!”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힐끗 본 뒤, 주태하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옮기러 갔다.그 사이 틈을 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삼촌! 그 이동혁이 또 소란을 피우고, 저도 때렸어요. 아저씨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그의 삼촌인 주상화는 스타공익재단의 부회장이자 우시연의 오른팔로, 스타공익재단의 일상 사무를 책임지고 관리했다.시 전체의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일괄적으로 나눠 주는 업무도 바로 스타공익재단에서 담당하는 것이다.지금 조카의 말을 듣자 곧바로 가장 먼저 달려오겠다고 했다.“이동혁 이 자식 기다려. 우리 삼촌이 도착하면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들겠어!”주태하는 매섭게 욕을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옮겨야 했다.‘지혜로운 사람은 불리한 상황에 손해를 보지
그 자리에 있던 구조대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분노했다.그러나 그 직원은 여전히 개의치 않은 채 심지어 눈을 희번덕거리기도 했다.“하기 싫으면 하지 마. 어차피 나를 구조하는 것도 아닌데 뭐.”확실히 그 직원을 도와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만약 긴급구조가 아니라면, 구조대원들은 정말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레드 재킷을 벗어 던지고 가버렸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동혁도,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곧바로 앞으로 걸어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 직원에게 말했다.“3분 동안 시간을 주겠어. 모든 구조대원에게 도시락을 나눠 주도록 해. 하나라도 적다면 따귀를 때릴 거야!”“어, 동혁 오빠, 왜 또 돌아왔어!”“우리와 함께 구조하려고 다시 돌아온 거야?”“잘됐어! 동혁 씨는 별일 없을 줄 알았어!”갑자기 다시 눈앞에 나타난 동혁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비록 함께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서로 이미 두터운 전우애를 맺었다.동혁을 알아본 스타공익재단의 직원들도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앞서 천용훈을 쫓아냈던 이 남자에게 모두 깊은 인상을 받았다.그러나 이전의 일을 떠올린 직원은 여전히 콧방귀를 뀌었다.“이동혁, 당신은 해고된 사람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능력이 있으면, 우리 우시연 회장님 앞에 가서 떠들어!”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회장이다.앞서 우시연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직접 동혁을 해고했다.그래서 스타공익재단 직원들도 모두 믿는 바가 있기여, 동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우시연? 내가 이미 쫓아냈어.”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또 이렇게 고집을 피우고 도시락을 나눠주지 않겠다면, 너도 꺼지게 해 줄게!”“우시연 회장님을 네가 쫓아냈어? 허!”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은 직원이 냉소하며 말했다.“어차피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도시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먹고 싶다고? 기다려!”짝!말이 끝나자마자 동혁이 따귀를 한 대 갈겼
세화가 목적을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수재의연금을 내겠다고 했다.모두들 H시의 시민이고, 게다가 H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H시가 빨리 정상을 회복하고 일상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의 목적은 단순했고 열정도 대단히 높았다.세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엠퍼러의 사장인 임홍성이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백억 원이나 내겠다고 한 것이다.세화가 재빨리 만류했다.“임 사장님, 형편대로 내시면 됩니다.” “모두 엠퍼러의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적게 내셔도 됩니다.” “이런 일은 원래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니까요.”임홍성은 줄곧 겸손하고 사업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라서 우대평에 비할 수가 없었다. 세화는 이 노선배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임홍성에게 권고했다. 모두 임홍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모두 내가 이렇게 많이 기부한다고 만류할 필요 없어요.”임홍성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엠퍼러는 이미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수하려는 구매자와 접촉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엠퍼러가 팔렸다는 뉴스를 곧 보게 될 겁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몸부림쳤지만, 저도 지쳐서 이젠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네요.”“나중에 제가 돈을 보내지요. 고향을 위한 제 마지막 공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말을 마치고 임홍성은 바로 나갔다. 모두에게 쓸쓸한 뒷모습만 남긴 채.세화는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지만, 마음도 좀 언짢았다.세화가 재빨리 이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자, 동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H시상공회의소에서 나온 동혁은 구시가지의 구조 현장으로 갔다.어젯밤에 밤새도록 구조 작업을 펼쳤고, 오늘 또 반나절 동안 작업을 계속했다. 갇혀 있던 시민들도 마침내 긴급 대피를 마칠 수 있었다.그러나 도로에는 여전히 물이 차서 진흙탕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열기가 대단해서 식사 시간도 나눠서 작업할 정도였다.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