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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괜히 기다린사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7 18:59:25

토요일 아침.

송유지는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강현민과의 두 번째 만남.

그리고 약속이 끝날 시간에 맞춰 나타난 채도하.

가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목소리.

좋은 사람 같다고 말하면서도 너무 빨리 결정하지 말라고 했던 말.

네가 상처받을까 봐.

유지는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덮었다.

“또 생각하네.”

그만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

진짜 그냥 늦어서 그런 거죠?

그 질문에 도하는 분명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지에게는 그 한마디가 완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의미가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게 더 답답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유지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봤다.

강현민이었다.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유지는 잠시 멈칫했다.

—네. 잘 들어왔어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다행이네요. 다음 주 영화도 기대할게요.

유지는 화면을 바라봤다.

현민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편했다.

모호한 말도 없고.

왜 신경 쓰는지 묻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때 다시 화면이 켜졌다.

이번에는 채도하였다.

유지는 바로 열지 않았다.

괜히 기다렸던 사람처럼 보일까 봐.

몇 초 뒤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제 많이 피곤했지?

유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요.

잠시 뒤.

—오늘은 뭐 해?

그 질문이 유난히 자연스러웠다.

유지는 한참 고민하다 답했다.

—별일 없어요.

이번에는 읽음 표시만 뜨고 답장이 오지 않았다.

유지는 화면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그럼 왜 물어봐.”

휴대전화를 던지듯 소파 위에 놓았다.

그런데 십 분쯤 지나자 다시 메시지가 왔다.

—그럼 집에 있어?

유지는 눈썹을 찌푸렸다.

—왜요?

답장은 조금 늦었다.

—그냥.

또.

유지는 작게 웃었다.

—도하 씨는 진짜 맨날 그냥이네요.

잠시 후.

—그러게.

그게 끝이었다.

유지는 괜히 더 궁금해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물어본 걸까.

왜 자신이 집에 있는지 확인한 걸까.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보냈다.

—무슨 일 있어요?

읽음 표시가 바로 떴다.

한참 답이 없었다.

—아니.

유지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왜 물어봤어요?

이번에는 더 오래 답이 없었다.

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유지는 화면을 보다가 웃었다.

또 근처.

—또요?

읽음.

답장 없음.

유지는 일부러 한 줄을 더 보냈다.

—도하 씨 회사랑 제 집 방향 반대인데요.

몇 초 뒤.

—오늘은 진짜 근처야.

유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상했다.

도하와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익숙함이 가장 위험했다.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유지는 예상하지 못한 얼굴로 현관으로 갔다.

문을 열었다.

채도하였다.

한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진짜 왔네요.”

“왜?”

“아니.”

유지는 그를 바라봤다.

“진짜 근처였나 해서.”

도하가 피식 웃었다.

“계속 의심하네.”

“전적이 있잖아요.”

“뭐가 전적인데.”

“맨날 근처라고 하면서 나타나는 거.”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뭔데요?”

“빵.”

유지는 봉투를 열어봤다.

익숙한 디저트 가게 로고가 보였다.

“여기 멀잖아요.”

도하의 표정이 아주 잠깐 멈췄다.

유지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여기 우리 동네랑도 멀고, 도하 씨 회사랑도 멀고.”

도하가 시선을 피했다.

“지나다가 샀어.”

“어디를 지나가다가요?”

“너 오늘 질문 많다.”

유지는 봉투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이거 제가 좋아하는 거잖아요.”

“응.”

“그것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도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먹는 거 봤어.”

“언니랑 있을 때요?”

“응.”

또 언니였다.

유지는 잠깐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았다.

도하가 기억하는 자신의 사소한 습관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올래요?”

유지가 물었다.

도하가 잠시 멈칫했다.

“괜찮아.”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요.”

“어머니 안 계셔?”

“친구 만나러 나가셨어요.”

그 말이 나간 순간 둘 사이에 아주 짧은 침묵이 흘렀다.

유지는 괜히 민망해졌다.

“아니, 그냥 커피만.”

도하가 웃지도 않은 채 말했다.

“알아.”

결국 그는 안으로 들어왔다.

유지는 커피를 내렸다.

도하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예전에도 도하가 이 집에 온 적은 많았다.

언니와 함께.

명절.

생일.

가족 식사.

그런데 오늘은 혼자였다.

언니 없이.

둘만.

유지는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뭐가?”

“도하 씨가 여기 혼자 있는 거.”

도하도 잠시 거실을 둘러봤다.

“그러네.”

“예전에는 항상 언니랑 같이 왔잖아요.”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는 괜히 입을 다물었다.

언니 이야기를 꺼낸 순간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하가 먼저 말을 바꿨다.

“어제 그 사람.”

유지의 손이 멈췄다.

“현민 씨요?”

“응.”

“왜요?”

도하는 커피잔을 들었다.

“다음에도 보기로 했다고 했지?”

“네.”

“언제?”

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그냥.”

유지는 피식 웃었다.

“또 그냥.”

도하는 아주 작게 웃었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다음 주 목요일이요.”

도하의 손이 잔 위에서 아주 잠깐 멈췄다.

정말 잠깐이었다.

유지는 그걸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하는 곧 평소처럼 물었다.

“영화?”

“네.”

“뭐 보는데?”

“아직 못 정했어요.”

“그래.”

그게 전부였다.

질투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담담했다.

관심 없다고 하기에는 질문이 조금 많았다.

유지는 그 애매함이 자꾸 신경 쓰였다.

“도하 씨.”

“응.”

“왜 자꾸 현민 씨 물어봐요?”

도하의 시선이 올라왔다.

유지는 그대로 바라봤다.

“좋은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그것도 있고.”

“또요?”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의 심장이 아주 조금 빨라졌다.

몇 초 뒤.

그가 말했다.

“네가 괜찮은지 보려고.”

유지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제가요?”

“응.”

“왜 제가 안 괜찮아요?”

도하는 잠시 유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냥.”

유지가 한숨처럼 웃었다.

“도하 씨.”

“응.”

“그냥 금지.”

도하가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왜?”

“그 말 들으면 더 궁금해지니까.”

웃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유지는 괜히 숨을 삼켰다.

도하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알겠어.”

“진짜요?”

“응.”

“그럼 왜 제가 괜찮은지 보는 건데요?”

도하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는 기다렸다.

도하는 한참 뒤 말했다.

“요즘 네가 생각이 많아 보여서.”

유지의 손끝이 굳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보이니까.”

또 그 말.

보이니까.

유지는 더 이상 웃지 못했다.

“저를 너무 많이 보는 거 아니에요?”

말이 나간 순간.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도하의 눈이 유지에게 향했다.

유지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

“그런가.”

유지는 예상하지 못한 답에 멈칫했다.

“그런가가 뭐예요.”

“나도 모르겠네.”

도하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이 오히려 더 위험하게 들렸다.

유지는 고개를 숙여 커피를 마셨다.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유지의 표정이 굳었다.

“엄마 벌써 왔나?”

도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지가 현관으로 갔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강현민이었다.

유지의 눈이 커졌다.

“현민 씨?”

현민이 작은 쇼핑백을 들고 웃었다.

“갑자기 와서 죄송해요.”

“여기 어떻게…….”

“나현 씨한테 주소 물어봤어요.”

현민은 조금 머쓱한 얼굴로 쇼핑백을 내밀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지난번에 유지 씨가 좋아한다고 했던 디저트가 보여서.”

유지는 쇼핑백을 바라봤다.

그리고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두 남자가 똑같은 이유로 자신의 집 앞에 나타났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들고.

그때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채도하였다.

현민의 시선이 유지의 어깨 너머로 향했다.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아.”

도하도 현민을 바라봤다.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현민이 먼저 웃었다.

“또 뵙네요.”

도하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네요.”

유지는 두 사람 사이에 서 있었다.

도하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잠시 뒤.

현민이 물었다.

“혹시 두 분, 오늘 약속 있으셨던 건가요?”

유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도하가 말했다.

“아니요.”

짧은 대답.

그리고 한 박자 뒤.

“그냥 들렀습니다.”

유지는 순간 도하를 바라봤다.

그냥.

또 그 말이었다.

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아무 문제 없는 대화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기가 불편했다.

도하가 먼저 말했다.

“그럼 난 갈게.”

유지가 바로 돌아봤다.

“벌써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도하의 시선이 유지에게 머물렀다.

아주 잠깐.

“응.”

“커피도 다 안 마셨잖아요.”

“괜찮아.”

현민은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지는 그 시선을 의식하고 입을 다물었다.

도하가 신발을 신었다.

문을 나서기 직전.

그가 유지에게 말했다.

“빵 오늘 먹어.”

“네.”

도하는 그대로 돌아섰다.

현민에게도 짧게 인사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현관문이 닫혔다.

유지는 한동안 문만 바라봤다.

현민이 옆에서 물었다.

“가족분이라고 하셨죠?”

유지는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많이 친하신가 봐요.”

유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오래 봤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변명처럼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

채도하는 층수 표시만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지고 왔던 빵은 유지 집에 두고 왔다.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빨리 나온 건지 생각하지 않았다.

현민이 유지 집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굳이 결론 내리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그 자리에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1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도하는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유지였다.

—왜 갑자기 갔어요?

도하는 걸음을 멈췄다.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답장을 썼다.

—약속 있는 것 같아서.

지웠다.

다시 썼다.

—내가 있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또 지웠다.

한참 뒤.

그가 보낸 건 짧은 한마디였다.

—방해하면 안 되잖아.

몇 초 뒤 읽음 표시가 떴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도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향하는 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그는 자신이 왜 기분이 나쁜지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면.

대답이 나올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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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06화: 다음 날 아침, 서로의 사람을 조금씩 알게 됐다

    다음 날 아침.송유지는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옆에서 채도하는 이미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유지가 눈을 반쯤 뜬 채 물었다.“몇 시예요.”“9시 조금 넘었어.”“오늘 출근 안 해요?”“일요일.”“아.”유지는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도하가 웃었다.“어제 기다리느라 늦게 잤지.”“안 기다렸다니까.”“11시 넘어서까지 책 읽고 있었잖아.”“읽고 싶어서 읽은 거예요.”“응.”“진짜.”“알겠어.”그 대답이 더 얄미웠다.유지는 결국 몸을 일으켰다.“회식에서 제 얘기 더 했죠?”도하가 잠깐 멈췄다.“조금.”“봐.”“왜.”“어제 다 말 안 했네.”거실로 나온 뒤.유지는 커피를 내리는 도하 뒤를 따라다녔다.“뭐라고 했어요.”“별거 없어.”“구체적으로.”“한 사람이 물어봤어.”“뭘.”도하는 컵을 하나 유지 앞으로 밀었다.“너도 회사 다니냐고.”“그래서.”“일한다고 했고.”“또.”“해외 프로젝트 다녀왔다고.”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다음?”“이번에 원격 자문도 시작한다고.”유지가 눈을 크게 떴다.“그것까지?”“왜.”“제 이력 소개했어요?”도하가 웃었다.“물어보길래.”“여보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어떤 사람.”“회사에서 아내 자랑하는 사람.”도하가 잠깐 유지 얼굴을 봤다.“자랑 맞는데.”유지 손이 그대로 멈췄다.“아.”도하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 커피를 마셨다.“왜.”“아침부터 왜 이래.”유지는 괜히 빵을 뜯었다.“그래서 사람들이 뭐래요.”“대단하다고.”“진짜?”“응.”“여보는 뭐라고 했는데.”도하는 잠깐 생각했다.“일 많이 한다고.”유지가 바로 쳐다봤다.“좋은 얘기 하다가 왜.”“사실이잖아.”“또.”“근데 요즘은 좀 덜 한다고.”유지는 입을 다물었다.도하가 이어 말했다.“쉬는 법 배웠다고.”유지가 웃음을 터뜨렸다.“그것까지 말했어요?”“응.”“저 없는 데서 제 성장 보고를 다 했네.”“틀린 거 있어?”“없어서 더 뭐라 못 하겠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305화: 회식이 끝난 밤, 기다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채도하가 회식에 간 뒤.송유지는 정말 혼자 남았다.처음 30분은 책을 읽었다.그다음에는 냉장고를 열어봤다.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좀 있다 먹지 뭐.”다시 소파로 돌아왔다.휴대전화는 테이블 위에 뒀다.일부러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오늘은 도하가 새 팀 사람들과 처음 제대로 섞이는 날이었다.연락이 늦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그걸 알면서도.8시 12분.한 번.8시 46분.또 한 번.유지는 시간을 확인했다.그리고 혼자 웃었다.“그래도 보긴 보네.”9시쯤.메시지가 하나 왔다.—잘 먹고 있어.유지 입꼬리가 올라갔다.—재밌어요?잠시 뒤.—응.그 뒤로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누구랑 있는지.몇 명인지.언제 끝나는지.묻지 않았다.대신 냉장고에서 간단한 걸 꺼내 저녁을 먹었다.책도 조금 더 읽고.샤워까지 했다.10시 30분쯤 되자.도하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조금 늦을 것 같아.유지는 바로 답했다.—얼마나?—11시 반 전에는 갈게.유지는 잠깐 생각하다가.—응. 천천히 와요.전송했다.그리고 침실로 들어가지는 않았다.거실 조명만 낮춰두고 소파에 앉았다.기다리는 건 맞았다.하지만 초조하게 현관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11시 17분.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유지는 책에서 눈을 들었다.문이 열리고.도하가 들어왔다.“왔어요?”“응.”유지는 시계를 한번 봤다.“벌점 없음.”도하가 웃었다.“11시 반 전.”“약속 지켰네.”도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유지가 가까이 가서 얼굴을 봤다.“술 마셨어요?”“조금.”“많이?”“두 잔.”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진짜?”“응.”“확인해볼까.”도하가 웃었다.“어떻게.”유지는 가까이 갔다가 멈췄다.그리고 피식 웃었다.“냄새 별로 안 나네.”“검사 끝?”“응.”도하는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유지가 물었다.“재밌었어요?”“응.”“사람들은?”“괜찮더라.”“누구랑 제일 많이 얘기했어요?”“기획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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