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23 チャプター

1.언니가 없는 집

송유리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지났다.그동안 송유지는 언니가 살던 집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정확히는 갈 수 없었다.현관문을 열면 언니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올 것 같았고, 거실에는 언니가 좋아하던 쿠션이 그대로 놓여 있을 것 같았다.무엇보다 그 집에는 아직 채도하가 살고 있었다.언니의 남편.유지에게는 형부였던 사람.휴대전화 화면에는 며칠 전 도하에게서 온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유리 물건을 조금 정리하려고 해.짧은 한 문장이었다.그런데 유지는 그 메시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언니가 죽은 뒤 도하와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가족 식사 자리에서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였다.도하는 말수가 줄었고, 유지 역시 일부러 거리를 뒀다.같은 사람을 잃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으니까.“정말 네가 갈 거니?”엄마가 물었다.유지는 신발을 신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물건 정리한다잖아.”“내가 가도 되는데.”“엄마는 못 버리잖아.”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지는 애써 웃었다.“금방 다녀올게.”도하가 사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심장이 이상하게 빨라졌다.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갈수록 숨이 답답했다.17층.문이 열렸다.유지는 천천히 현관 앞에 섰다.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문이 먼저 열렸다.채도하였다.일 년 만에 제대로 마주 보는 얼굴이었다.“왔네.”예전보다 조금 말라 있었다.늘 단정했던 머리는 조금 길어졌고, 눈 밑에는 옅은 그늘이 져 있었다.유지는 잠시 말을 잊었다.“들어와.”도하가 옆으로 비켰다.유지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을 보는 순간 걸음이 멈췄다.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언니가 골랐던 커튼.언니가 좋아했던 화병.소파 위에 놓인 노란 쿠션까지.“그대로네요.”유지가 말했다.도하는 잠시 거실을 바라봤다.“못 바꿨어.”그 말이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커피 마실래?”“괜찮아요.”“여전히 단 거 좋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続きを読む

2화. 가까워진 거리

유지는 아침부터 거실 한쪽에 쌓여 있던 상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언니가 쓰던 물건이었다.책이며 사진이며 자잘한 소품까지.버릴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겠다고 시작했지만, 막상 상자를 열 때마다 손이 느려졌다.도하는 맞은편에서 말없이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어제보다 더 조용했다.유지는 괜히 그의 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어제 순간적으로 가까워졌던 거리 때문이었다.별것 아닌 일이었다.넘어질 뻔했고, 도하가 잡아줬다.그게 전부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목에 남았던 감각이 자꾸 떠올랐다.“그쪽은 제가 할게요.”도하의 목소리가 들렸다.유지는 고개를 들었다.“왜요?”“높잖아요.”“이 정도는 해요.”유지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의자를 끌어왔다.책장 맨 위에 놓인 작은 상자 하나만 내리면 됐다.“유지 씨.”“괜찮다니까요.”도하가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유지는 이미 의자 위에 올라섰다.손끝이 상자에 닿았다.조금만 더.유지가 발끝을 세웠다.그 순간 생각보다 묵직한 상자가 앞으로 기울었다.“어…….”손목에 힘이 풀렸다.상자가 아래로 떨어졌다.동시에 몸의 중심까지 앞으로 쏠렸다.“조심해요.”등 뒤에서 강한 팔이 들어왔다.도하가 떨어지는 상자를 한쪽 팔로 받아내면서 다른 손으로 유지의 허리를 붙잡았다.유지는 그대로 굳었다.등이 도하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양옆으로 뻗은 그의 팔 사이에 자신이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안 다쳤어요?”바로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낮고 가까웠다.유지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네.”손끝이 뜨거워졌다.어제와 달랐다.어제는 갑작스럽게 잡힌 것이었다면 지금은 몇 초째 그대로였다.도하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유지는 그의 손이 아직 자신의 허리에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도하 씨.”말이 먼저 튀어나왔다.둘 다 동시에 멈췄다.유지가 가장 먼저 놀랐다.늘 형부라고 불렀다.언니가 살아 있을 때부터 그랬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続きを読む

3.괜히 신경 쓰이는 사람

“도하 씨?” 엄마가 되물었다. 유지는 숟가락을 들고 있다가 멈췄다. “응?” “방금 도하 씨라고 했잖아.” “그랬나?” “원래 형부라고 했잖아.” 유지는 괜히 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언니도 없는데 계속 형부라고 부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 엄마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유리가 없어도 도하는 우리 가족이야.” “알아.” “그 애도 아직 많이 힘들 거고.” 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젊은 나이에 아내를 먼저 보냈잖니.” 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까지 너무 자주 가지는 마.” 유지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냥.” “언니 물건 정리하러 가는 건데.” “알아.” 엄마는 잠시 망설였다. “같은 사람을 잃은 사람끼리는 서로한테 필요 이상으로 기대게 될 수도 있잖아.” 유지의 얼굴이 굳었다. “엄마.” “널 의심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거 없어.” 유지는 평소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진짜 아무것도 없어.” 엄마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내내 유지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운 뒤에도 엄마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채도하였다. 유지는 화면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 “네.” —집이야? “네.”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있었어요.” 평범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유지가 잠시 대답하지 않자 도하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요.” —목소리가 별론데. 유지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도하는 원래 사람의 기분을 세세하게 묻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편이었다. “엄마가요.” 결국 유지가 말했다. “제가 도하 씨 집에 너무 자주 가지 말래요.” 수화기 너머가 잠잠해졌다. —그래? “네.” —왜? 유지는 피식 웃었다. “몰라서 물어요?” 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때문에 유지가 괜히 민망해졌다.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続きを読む

4. 비가 오던 저녁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창밖이 어두워졌다.아침에는 분명 맑았는데 오후부터 흐려지더니 결국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송유지는 창문에 번지는 빗물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우산 없는데.”옆자리 직원이 가방을 챙기며 물었다.“택시 잡게?”“그래야 할 것 같아요.”하지만 퇴근 시간이 겹쳐서인지 앱에는 예상 대기 시간이 삼십 분 넘게 떠 있었다.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비는 점점 세지고 있었다.그때 화면이 밝아졌다.채도하.유지는 이름을 확인하고 잠시 멈칫했다.지난 통화 이후 이틀 만이었다.—퇴근했어?유지는 짧게 답했다.—이제 하려고요.잠시 뒤 다시 메시지가 왔다.—우산 있어?유지는 피식 웃었다.—없어요. 아침에 비 안 온다길래요.이번에는 답장이 한동안 오지 않았다.유지는 그걸 마지막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회사 로비로 내려갔을 때는 비가 훨씬 거세져 있었다.출입문 앞에는 우산이 없는 사람들이 여럿 서 있었다.유지는 다시 택시 앱을 켰다.대기 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오늘 집 가기 힘들겠네.”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순간.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였다.유지는 바로 받았다.“네.”—밖이야?“로비요.”—나와.유지의 눈썹이 올라갔다.“네?”—회사 앞이야.유지는 그대로 굳었다.“도하 씨가 왜요?”잠시 침묵이 흘렀다.—근처에 있었어.그 말만 남기고 통화가 끊겼다.유지는 유리문 너머를 바라봤다.도로 건너편에 익숙한 검은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다.잠시 후 운전석 문이 열렸다.도하가 검은 우산을 들고 내렸다.유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차도 막히는 시간이었다.그런데 정말 우연히 근처였을까.도하는 횡단보도를 건너왔다.우산 아래로 들어온 그가 말했다.“가자.”“진짜 근처에 있었어요?”“응.”“어디요?”도하가 잠시 유지 쪽을 바라봤다.“왜?”“그냥 궁금해서요.”“볼일 좀 있었어.”구체적으로 말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5
続きを読む

5화. 기다리지 않는 척

비가 그친 다음 날부터 유지는 도하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연락하지 않으려고 했다.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엎어두고 노트북을 켰다. 밀린 일을 처리하면 생각이 좀 정리될 줄 알았다. 십 분. 유지는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알림은 없었다. 다시 엎었다. 이번에는 이십 분쯤 버텼다. 또 확인했다.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유지는 휴대전화를 침대 위로 던졌다. 어제까지는 이렇지 않았다. 도하가 연락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비 오는 날 우산 아래에서 함께 걸은 뒤부터 이상해졌다. 자신 쪽으로 기울어 있던 우산. 비에 젖어가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던 도하. 잠깐씩 닿았던 손가락. 별것 아닌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유지는 눈을 감았다. 그럴수록 더 분명하게 생각해야 했다. 도하는 형부였다. 언니의 남편이었던 사람.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그래서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왜 자꾸 기다리게 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띠링. 유지가 거의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집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순간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표정이 굳었다. 나현이었다. 유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왜?” ― 야, 첫마디가 왜 그렇게 실망한 목소리야? “아니거든.” ― 누구 연락 기다렸어? “아니.” ― 방금 그 ‘아니’는 백 퍼센트인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왜?” 나현이 웃었다. ― 나와. 밥 먹자. “귀찮아.” ― 요즘 너 계속 집에만 있잖아. 얼굴 좀 보자. 잠시 고민하던 유지는 결국 약속을 잡았다. 집에 계속 있어봤자 휴대전화만 들여다볼 것 같았다. 저녁 일곱 시. 나현은 유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이상해.” “뭐가?” “휴대폰.” 유지가 손에 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6
続きを読む

6.선을 긋는 사람

다음 날부터 송유지는 일부러 채도하의 메시지에 늦게 답했다.이유는 단순했다.자신이 너무 쉽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아침에 온 메시지.—출근했어?유지는 화면을 보고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십 분.이십 분.결국 한 시간 뒤에야 짧게 보냈다.—네.점심 무렵 다시 메시지가 왔다.—밥은?이번에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먹었어요.정말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채도하는 아무것도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다.그저 신경이 쓰인다고 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자신은 그 사소한 말 하나에도 자꾸 기대를 붙이고 있었다.그게 싫었다.며칠 동안 그렇게 지냈다.도하도 눈치챘는지 연락이 줄었다.먼저 메시지를 보내는 횟수도 줄었고, 대화도 짧아졌다.유지는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그래야 했다.그런데 이상했다.연락이 줄어들수록 더 자주 휴대전화를 보게 됐다.오지 않는 메시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금요일 저녁.유지는 야근을 마치고 회사 건물을 나왔다.휴대전화를 확인했다.아무 연락도 없었다.당연한 일이었다.자신이 먼저 거리를 둔 거니까.그런데도 괜히 허전했다.유지는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진짜 왜 이래.”그때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유지야.”익숙한 목소리였다.유지는 걸음을 멈췄다.천천히 돌아봤다.채도하가 서 있었다.정장 차림이었다.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도하 씨?”“퇴근했네.”“여기 왜 왔어요?”도하는 잠시 유지의 얼굴을 바라보다 봉투를 내밀었다.“이거.”“뭔데요?”“약.”유지가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약이요?”“손목.”유지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상처는 거의 다 나은 상태였다.“이제 괜찮은데.”“흉터 남을 수도 있잖아.”“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요?”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근처에 있었어.”유지는 피식 웃었다.“또요?”“뭐가.”“도하 씨 맨날 근처에 있네요.”도하도 아주 작게 웃었다.“그러게.”그 대답이 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続きを読む

7. 술 두잔

금요일 밤. 채도하에게서는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다. 송유지는 일부러 휴대전화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6화에서 자신이 먼저 거리를 두자고 말했고, 도하도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이게 맞았다. 연락이 줄어드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질수록 괜히 마음이 허전했다. 유지는 침대에 누워 책을 펼쳤다가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덮었다. 시간은 밤 11시 47분.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유지의 손이 멈췄다. 채도하. 유지는 몇 초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네.” 수화기 너머가 조용했다. “도하 씨?” —응.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조금 느렸고. “무슨 일이에요?” —안 잤어? “아직요.” 잠깐 침묵. 유지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술 마셨어요?” 도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얼마나요?” —두 잔. “두 잔인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수화기 너머에서 도하가 작게 웃었다. —내 목소리가 어떤데. “평소보다 좀 느려요.” —그래? “네.” 다시 잠깐 조용해졌다. 유지가 먼저 물었다. “근데 왜 전화했어요?” 도하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오늘 뭐 했어? “회사 갔다 왔죠.” —저녁은? 유지가 피식 웃었다. “또 밥.” —먹었어? “네.” —뭐 먹었는데. “떡볶이요.” 이번에는 도하 쪽에서 한숨 같은 소리가 났다. —그게 저녁이야? “맛있었는데요.” —내일은 밥 먹어. “술 마시고도 잔소리하네요.” 도하가 아주 작게 웃었다. 유지도 따라 웃었다. 그 웃음이 끝나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 유지는 괜히 이불 끝을 만지작거렸다. “진짜 왜 전화했어요?” 도하는 한참 뒤 말했다. —정리하다가. 유지의 손이 멈췄다. “언니 물건이요?” —응. “혼자 했어요?” —하다가 말았어. “왜요?”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 유지는 입술을 다물었다. 잠시 머릿속에 도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続きを読む

8.오지 말라고 한 이유

주말이 왔다.송유지는 아침부터 괜히 휴대전화를 자주 확인했다.채도하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당연했다.이번 주말에는 오지 말라고 한 사람이 도하였다.그런데도 유지는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혼자 정리한다고 했는데 괜찮은지.어젯밤 술까지 마셨던 사람이 제대로 잤는지.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생각났다.결국 오전 열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유지가 메시지창을 열었다.—정리하고 있어요?한참 바라보다 지웠다.다시 썼다.—밥은 먹었어요?또 지웠다.“아, 진짜.”유지는 휴대전화를 소파 위에 내려놨다.선을 긋자고 한 건 자신이었다.도하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런데 왜 자신이 먼저 그 사람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결국 집에만 있으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혼자 카페라도 가려고 했는데 마침 나현에게 연락이 왔다.—오늘 뭐 해?유지는 바로 답했다.—아무것도.—그럼 나와. 쇼핑이나 하자.좋은 핑계였다.유지는 한 시간 뒤 나현을 만났다.둘은 옷을 구경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평소 같으면 충분히 즐거웠을 시간이었다.그런데 유지의 집중력은 자꾸 끊겼다.“너 오늘 왜 그래?”나현이 물었다.“뭐가?”“딴생각하잖아.”“안 했는데.”“세 번째야.”나현은 유지의 얼굴을 빤히 봤다.“진짜 남자 생겼어?”유지의 손이 순간 멈췄다.“아니.”“그럼 좋아하는 사람?”“없어.”대답은 빨랐다.너무 빨라서 오히려 스스로도 어색했다.나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수상한데.”“진짜 아니라니까.”“그럼 소개팅이나 해.”유지가 고개를 들었다.“소개팅?”“응. 괜찮은 사람 있어.”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현은 휴대전화를 꺼냈다.“변호사인데 성격 괜찮고, 나이도 너랑 두 살 차이밖에 안 나.”화면에 한 남자의 사진이 떴다.깔끔한 인상이었다.보통이라면 한 번쯤 만나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좋아해도 되는 사람.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는 사람.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続きを読む

9.소개팅 상대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됐다.송유지는 출근길 내내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채도하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토요일 밤.도하는 분명 말했다.네가 오면 정리를 못 하겠어서.그 말을 들은 뒤부터 유지의 머릿속은 이상할 만큼 복잡했다.정리를 못 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언니 생각이 더 나서?자신이 언니와 닮아서?아니면.유지는 그 뒤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나현이 다가왔다.“이번 주 수요일 저녁 어때?”유지가 고개를 들었다.“뭐가?”“소개팅.”그제야 주말에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벌써 잡았어?”“응. 상대도 좋대.”나현은 신이 난 얼굴이었다.“이름은 강현민. 서른셋. 변호사. 성격도 괜찮고 말도 잘 통해.”유지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나현이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왜?”“아니.”“안 할 거야?”유지는 입술을 다물었다.채도하가 떠올랐다.그러자 오히려 결심이 섰다.“할게.”“진짜?”“응.”좋아해도 되는 사람을 만나보는 게 맞았다.채도하를 계속 생각하고 있는 지금이 이상한 것이었다.그렇게 생각했다.수요일 저녁.유지는 약속 장소에 십 분 일찍 도착했다.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평소보다 조금 신경 써서 입었다.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단정하게.잠시 후 한 남자가 다가왔다.“송유지 씨?”“네.”“강현민입니다.”첫인상은 괜찮았다.깔끔한 셔츠에 짙은 재킷.말투도 부드러웠다.둘은 식당으로 들어갔다.현민은 대화를 잘 이끌었다.직업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지도 않았고, 유지의 말을 끊지도 않았다.“주말에는 보통 뭐 하세요?”“그냥 쉬어요.”“취미는요?”“요즘은 딱히.”현민이 웃었다.“그럼 제가 취미 하나 만들어드려야겠네요.”유지도 따라 웃었다.괜찮은 사람이었다.정말로.누구에게 보여줘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가족에게 소개해도 되는 사람.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집중이 끊겼다.현민이 메뉴를 고르는 순간에도.물을 따라주는 순간에도.자신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続きを読む

10.마음에 드냐고 물은 이유

다음 날 아침.송유지는 눈을 뜨자마자 전날 밤 통화를 떠올렸다.채도하의 마지막 질문.—그 사람, 마음에 들어?별것 아닌 질문일 수도 있었다.처제에게 소개팅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것.가족처럼 지냈던 사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밤새 머릿속에 남았다.유지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채도하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괜히 실망한 자신이 싫어서 바로 화면을 껐다.“진짜 그만 생각해야겠다.”그렇게 마음먹었는데.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회사에 도착해서도 자꾸 생각났다.왜 물었을까.정말 그냥 궁금했던 걸까.아니면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였던 걸까.유지는 그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다른 일에 집중했다.그런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자 휴대전화가 울렸다.강현민이었다.—어제 즐거웠어요. 다음 주보다 조금 빨리 볼 수 있을까요?유지는 메시지를 바라봤다.나쁜 기분은 아니었다.현민은 좋은 사람이었다.확실했다.말도 잘 통했고, 부담스럽지도 않았다.그래서 더 만나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채도하를 잊으려면 더더욱.—이번 주 금요일은 괜찮아요.답장을 보내자 금방 메시지가 왔다.—좋아요. 제가 맛있는 데 찾아볼게요.유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이게 정상적인 관계였다.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고.마음이 맞는지 천천히 알아가는 것.그런데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무거웠다.*그날 저녁.유지는 야근을 하지 않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회사 건물을 나서는데 익숙한 검은 차가 눈에 들어왔다.처음에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운전석 문이 열렸다.채도하였다.유지의 걸음이 멈췄다.“도하 씨?”도하가 차 문을 닫고 다가왔다.“퇴근했네.”“여기 왜 왔어요?”“근처에 볼일 있어서.”유지는 바로 웃었다.“또 근처예요?”도하가 아주 잠깐 시선을 피했다.“왜 웃어?”“도하 씨 회사는 여기서 반대 방향이라니까.”“외근 나왔어.”“진짜요?”“응.”유지는 여전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続きを読む
前へ
123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