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거들먹거리며 김예훈을 향해 걸어갔다. 마음속으로 많이 기뻤다. 평소에 자신이 오정범의 비위를 맞춰준 게 오늘 이렇게 보답받게 될 줄이야, 정말 체면이 확 서는 일이었다.듣기로는 오정범과 밥 한 끼 먹고 싶어도 안 되는 가문이 부지기수라고 한다!오정범이 자신의 뒤를 봐준다면 오늘 밤, 이 혼사는 큰 문제 없이 성사될 것이다!박동훈 역시 우연한 기회로 오정범을 알고 지내게 되었다.예전에, 화이트골드 호텔에서 박동훈은 실수로 한 여인과 부딪혔고 그 일로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 했다, 마침 오정범이 그곳을 지나갔고 일이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던 그가 박동훈에게 도움을 준 것이었다.그 일로 인해 박동훈은 돈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친구도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꽤 많은 공을 들여 오정범과 친구 사이를 맺었고 적극적으로 그를 도와 투자를 해 최근 1, 2년 동안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 이것이 오늘 밤 그가 오정범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용기다.하지만 투자라는 게 어디 늘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손해를 볼 때마다 박동훈이 이를 악물고 그 손해를 메꿔 준 것이었다.만약 손해를 봤다는 걸 오정범이 알았다면 자신은 그한테 맞아 죽을 게 뻔하다.하지만, 오정범이 자신의 뒤를 봐준 후부터 박동훈은 남해의 젊은 사업가들 중에서 그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일류 가문의 후계자라도 그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이 모든 변화를 박동훈은 최근 1, 2년 많이 느끼고 있다.바로 이때, 오정범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김예훈으로부터 10여 미터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워낙 로비의 등불이 어둡고 게다가 담배 연기까지 더해져 그는 단번에 김예훈을 알아보지 못했다.그가 무심하게 칼을 받아쥐고 바닥에 끌고 가면서 김예훈 앞까지 걸어갔다."도망쳐! 여보 도망쳐!" 정민아가 급한 나머지 김예훈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녀의 주위에도 다 사람인지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이 순간, 정민아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
김예훈은 웃을 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하지만 맞은 편의 오정범은 무의식적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평소에 사람들 앞에서 그리 위풍당당하던 큰 인물이 이 순간 오줌을 쌀 정도로 떨고 있다.특히 김예훈의 눈빛은 그로 하여금 식은땀을 줄줄 흘리게 만들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오정범이 행동을 멈추자 뒤에 있던 박동훈이 급하게 말했다:"정범 형님, 인정사정 볼 것 없습니다, 저놈은 병신이에요, 이 집안의 데릴사위입니다, 당장 때려눕혀 손목을 잘라요!"박동훈은 눈이 새빨개서 끊임없이 소리쳤다, 그는 김예훈이 당장 죽기를 원했다."네가...처리하고 싶은 사람이 이 사람이야?" 오정범이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어두운 얼굴로 뒤를 돌아 박동훈을 쳐다보았다.오정범은 당황하기 그지없다, 박동훈 너 이 자식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네! 바로 저놈입니다! 정범 형님, 저놈을 죽여주세요!" 박동훈이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한편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들뜬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은 오늘 저 못난 놈은 끝장인 게 확실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또 어떻게 당할지 그걸 기대하는 눈치였다.근데 이때, 정동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박 대표, 훈계하는 걸로 끝내게나, 죽이지는 말고."죽이지는 말라고?박동훈이 차갑게 웃었다, 김예훈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깎은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래야만 정씨 일가와 한배를 탈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정씨 일가의 사람들한테 겁을 줘야만 나중에 자신이 파산한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누구도 뭐라 말 못 할 테니까, 또한 정씨 가문을 이용해 다시 재기 할 수 있을 거니까.생각을 마친 박동훈은 하마트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한 걸음만 가면 된다, 이 김예훈만 처리하면 엄청난 부와 아름다운 여인 둘 다 가질 수 있다!"그럽시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으니 정범 형님, 목숨
결국 그가 김예훈의 근처에 가기도 전에 오정범이 단번에 그의 머리를 잡아챘다."철썩"예고도 없이, 오정범이 박동훈의 얼굴을 좌우로 후려쳤다. 그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박동훈은 당황스러웠다:" 정범 형님, 저놈을 때리라고 했지...왜 저를..."박동훈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전혀 반응을 못 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죽으려면 혼자 곱게 죽을 것이지 나까지 끌어내리겠다? 오늘 넌 죽었어..." 오정범은 박동훈을 힘껏 발로 걷어차고 무섭게 말했다:"쳐라, 죽을 정도로 때려..."오정범이 데리고 온 부하들은 멍한 채로 있다가 이내 반응했다, 형님께서 말씀하셨으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쳐라!이내, 십여 명의 사내들이 박동훈을 둘러싸고 발로 그를 걷어찼다."뭡니까! 정범 형님, 왜 저를 때리는 겁니까!"박동훈은 미친 듯이 얻어맞았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울먹이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야!주위에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쳐다만 볼 뿐이었다, 박동훈 이 사람 오늘 여기서 맞아 죽지는 않겠지?드디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정동철이 기침을 하며 말했다:"오정범 씨, 저기 그만 멈추는 게...""멈추다니!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놈은 내가 오늘 다 처리해버릴 거야!"오정범은 정동철을 사납게 노려보더니 앞으로 걸어가 박동훈의 얼굴을 필사적으로 발로 밟았다.이 순간, 모두 크게 놀랐다, 오늘 밤 정말 누군가는 죽을 것 같다..."도... 김예훈 씨..." 이때, 오정범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김예훈 앞으로 걸어갔다, 차마 도련님이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놈이 겁도 없이 이리 날뛰다니, 오늘 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오정범이 말을 하고 있다, 어제 막 도련님을 뵙게 되었고 아직 공을 세울 기회도 없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지금 이 순간 오정범은 박동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을 심정이다.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내가 뭘 잘못 본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지하 세계의 큰 인물 오정범이 이 순간, 이 못난 데릴사위한테 이렇게 공손하다니? 주인을 모시듯 깍듯하다!이 병신 같은 놈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다들 믿기지 않은 듯 자신을 꼬집었다, 그래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이 틀림없어!정민아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그저 걱정뿐이었는데 이젠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 상황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거지?오정범은 정씨 일가의 태도 따위에는 전혀 안중에 없었다, 그가 몸을 낮추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정말 도련님인 줄 몰랐습니다, 알았더라면 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 노여움을 푸세요...""그만 하세요." 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말했다,"그동안, 이런 사소한 일까지 직접 나서서 해결했습니까?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요?""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놈이 제 주식 투자 일을 조금 도와주고 있습니다..." 오정범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김예훈이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젠 파산한 사람입니다, 알아서 잘 처신하세요."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오정범 이 인간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실망스러워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끝장이다!오정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짜 겁이 났나 보다.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다, 고작 열몇 살 된 아이가 이미 경기도 각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남들이 보기에는 이 오정범이 그럴듯하게 성공한 듯하나, 김예훈 앞에서만큼은 자신이 앞잡이일 뿐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인식조차 없다면 지금까지 헛산 거나 다름없다.도련님은 워낙 말수가 적은 편이다, 그가 침묵하고 있다는 건 이미 화가 났다는 뜻이다."죽도록 패!" 오정범은 엄하게 소리쳤다, 이 일은 끝장을 보고 말 것이다.맞다, 방금 도련님께서 저놈이 파산했다고 하는데, 그럼 내가 저놈한테 맡긴 돈은...그 생각을 하니 오정범
오정범이 그의 뺨을 내리치고 차갑게 말했다:"왜 얻어맞는지 몰라? 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 너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저... 저 사람은 정씨 가문의 못난 데릴사위 아닙니까?"지금 박동훈은 너무 후회돼 피 토하기 일보 직전이다. 자신이 불러온 사람이 자신을 이리 만들었다, 그것도 저 강예훈 때문에, 그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데릴사위?" 오정범이 차갑게 웃었다, 김예훈의 신분을 말하려고 하는 찰나 김예훈이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무의식적으로 흠칫하더니 욕설을 퍼부었다:"똑바로 말해, 너 파산했어? 그럼 내 돈 10억은? 다 날린 거야?"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원래 나서서 싸움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근데 이 말을 듣고 하나같이 눈빛이 변했다, 특히 정동철의 얼굴이 조금씩 변해갔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오정범 씨... 박 대표가 파산했다니요? 사실입니까?"정동철 이 노인네, 자기 가문의 아랫사람들 앞에서나 큰소리 치지, 오정범 같은 사람 앞에서는 방귀도 못 뀌는 인간이다, 이 상황에서 이리 묻다니 미친 셈이다.오정범이 못마땅한 듯 흘겨보았다, 이 노인네는 진짜 도련님 신분을 모르는 것인가? 도련님이 파산했다고 했으면 당연히 사실이 아닌가?하지만 오정범은 이 자리에서 김예훈의 신분을 밝힐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박동훈의 목을 잡고는 차갑게 말했다:"네 입으로 말해, 나한테 거짓말이라도 했다가는 손가락을 끊어버릴 거니까!""말... 말... 하겠습니다..." 박동훈은 오줌을 싸기 일보 직전이다, "정범 형님,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파산한 건 맞지만 형님 돈은 반드시 제가 갚겠습니다, 반드시 갚겠습니다.""그래, 네가 약속했어, 3일 줄게, 내 10억 가지고 와, 아니면 네 손목 날아갈 테니까!" 오정범이 차갑게 웃으며 그의 뺨을 내리치고는 소리쳤다, "가자!"부하들이 순식간에 정진 별장을 빠져나갔다, 오정범이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 하는 걸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보는
"박 대표, 설명해보게나, 방금 사람을 시켜 알아봤다니 이 수표들은 휴지 조각이라던데."이때, 정동철이 전화를 끊고 걸어 나와 손에 쥐고 있던 수표들을 박동훈의 얼굴에 뿌렸다, 그의 얼굴은 극도로 차가웠다. 20억이라는 유동자금이 손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방금 오정범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재빨리 사람을 보내 조사했고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지금 정동철은, 박동훈을 찢어 죽일 싶을 심정이다, 한 평생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면을 중요시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고작 파산한 인간이라니,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박동훈이 얼굴의 피를 스윽 닦으며 억지로 웃었다:"어르신, 잊지 마십시오, 전 YE 투자 회사의 사람입니다, 제가 파산했다고는 하나 다시 재기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뜻이지요..."이 말을 들은 정동철이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박동훈 이놈이 날 협박하고 있다!YE 투자 회사의 배후는 YE 가문이다, 경기도 최고의 가문, 아무리 잘 나가는 가문일지라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한다, 하다못해 그 가문의 개조차도 위세가 남다르다는 소문이 있다. 박동훈한테 이 배후 세력이 있는 한 다시 재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물론, 정동철은 박동훈이 YE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걸 모르고 있다, 알았다면 전혀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20억이 진짜 돈이 되는 그 날, 우리 집안과의 혼사에 대해 다시 논의하도록 하지." 정동철이 박동훈을 한참 쳐다보다가 손을 뿌리치고 발길을 돌렸다."헐, 거지였군, 감히 우리 정씨 가문을 상대로 잘난 척을 했다니!""그러니까 오정범이 죽이려고 했지, 나도 때려죽이고 싶네요.""그만 해요, 그래도 YE 가문의 개 아닙니까, 우리가 건드리기에는..."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박 대표라고 존대하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이제는 조롱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박동훈은 부들부들 떨었다."당장 꺼져!"이때 정지용이 일어나서 큰 소리로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정민아의 모습을 본 김예훈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는 임은숙을 무시한 채 박동훈한테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박동훈, 당신을 때린 건 나예요, 여자한테 이럴 필요 있습니까? 집사람은 그만 놔주고 내가 같이 가죠."정민아가 크게 놀라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보통 사람들은 경찰 앞에서 벌벌 떠는 게 정상이다, 근데 김예훈이 용기 있게 나서서 자신이 경찰서로 가겠다고 하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걱정하지 마, 넌 내 와이프야, 내가 널 지킬 거야." 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보이더니 양 서장 앞으로 걸어갔다:"제가 때린 겁니다, 인정할게요."정민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 남자, 무능력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자신을 위해 죄를 인정하다니."민아야, 너 괜찮아?" 임은숙이 빠르게 달려와서 긴장한 얼굴로 정민아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엄마 나 괜찮아, 근데 예훈 씨." 정민아는 한시름을 놓았다, 근데 경찰들에게 붙잡힌 김예훈의 모습을 보고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임은숙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무슨 일이라도 있겠어? 기껏해야 경찰서에서 며칠 지내다 오겠지, 그러니까 넌 신경 쓰지 마.""엄마, 근데...""뭐가? 저 인간은 우리 집 데릴사위일 뿐이야 ,우리가 3년동안 왜 먹이고 재워준 것 같아? 이럴 때를 위해서야, 뭐 하러 저놈을 신경 써?" 임은숙이 차갑게 말했다."그래요, 가요!" 정소현이 정민아를 꽉 붙잡았다, 그녀가 충동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할까 봐 걱정됐다."아니, 나 안 가, 아직 해결이 안 됐잖아..." 정민아가 말했다. 하지만 임은숙과 정소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를 끌고 갔다.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살폈다. 만약 정민아가 경찰서로 끌려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빼내려고 했겠지만 김예훈 그놈이 들어갔으니 뭐 하러 쓸데없이 그 수고를 하겠는가?정동철조차도 그냥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경찰관 여러분, 일 다
말하고 나서 김예훈이 핸드폰을 양 서장한테 건넸다.양 서장이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전화를 건네받더니 이내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하 비서님, 안녕하세요! 네! 제 잘못입니다!""김 회장님,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실례했습니다!"전화를 끊고 양 서장이 김예훈한테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더니 이내 부하들을 데리고 잽싸게 도망쳤다.이런 젠장, 이 사람은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김... 김 회장님?" 양 서장의 말을 들은 박동훈이 크게 놀라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어떻게? 당신 같이 무능력한 사람이 새 회장이라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이건 말도 안 돼!""말도 안 돼! YE 가문의 젊은 세대는 하나 같이 위세가 높은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절대..."박동훈은 미친 듯이 계속 고개를 저었다.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업신여겼던 무능력한 사람이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이리 쉽게 자신을 짓밟아버렸다는 사실을."부탁해요, 당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해줘요, 죽더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죽읍시다." 박동훈은 멘붕이 와서 울먹거렸다."YE 가문에 후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큰 도련님..." 박동훈의 멘탈이 무너졌다, 그가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도련님,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한 번만 눈 감아 주세요, 맹세합니다, 다시는 아내 분을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나한테 내일은 없을 거라면서요?""도련님, 도련님, 제가 미쳤나 봅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YE 투자 회사에서 제가 오랜 시간 애를 쓴 걸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박동훈이 콧물 눈물 다 흘리면서 머리를 박았다."내 눈앞에서 꺼져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뭘 하든 난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
빅토리아 항구 사무실 안.김현민은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결국 일그러지고 말았다.“왜? 이번 계획도 실패한 거야?”옆에 있던 김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김현민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계획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거미파 킬러가 박연서한테 잡혔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킬러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서 아직 뭘 알아낸 건 없나 봐요. 박연서가 이미 수장님께 전화해서 심층 심문할만한 사람을 보내라고 했대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무조건 저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비록 증거는 없지만 이 또한 골치 아픈 일이 아니겠어요?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김현민은 일이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는지 이마를 문질렀다.김예훈 암살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암살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이 순간 그는 자기 실력과 능력이 의심될 정도였다.김서하도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가 잠시 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현민아, 어떻게든 그 킬러를 무조건 죽여야 해. 죽이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잡아 와야 해. 아니면 정말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저도 알고 있어요.”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뒷짐을 쥐고 걸어가 금고를 열어 암호화된 핸드폰을 꺼냈다.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을 마치자 신속히 통화가 연결되었다.이때 전화기 너머에서 다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김현민이 냉랭하게 말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거미파 킬러가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 암살에 실패했대. 거미파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킬러를 데려와야 해. 난 다른 사람이 이것을 내 약점으로 나를 모함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상대방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 잘 기억해. 이번이 네가 마지막으로 안동 김씨 가문 차기 수장의 신분으로 나한테 명령한다는 거. 나도 최선을 다하겠
“김현민이요.”박연서는 이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전체 안동 김씨 가문에서 저한테 손댈만한 기회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그리고 제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현민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곧 호적상으로 엄마가 될 텐데 말이에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저번부터 김현민은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박연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어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다시 들추기로 한 이상 많은 이들의 이익을 건드릴 수밖에 없어요. 김현민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죽기를 바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도 제가 무서워서 차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는 어차피 아직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아내이자 서열 2위니까요. 이 많은 사람 중에 저한테 손댈만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그리고 김현민은 그중에서 단언컨대 제일 겁 없는 사람이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이번 사건을 통해 십 년 전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김현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거예요?”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김현민은 그때 당시 겨우 열네 살에 불과했어요. 그 어린아이가 이런 사건을 도모할 수는 없잖아요. 김현민과 얽히긴 했겠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 틀림없어요. 예를 들어 큰아주버님인 김태훈 씨나 막내 아가씨 김서하 씨말이에요. 형제들이 연합해서 꾸민 일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건 없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비록 저한테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사모님한테는 사방이 적이네요.”박연서가 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십 년 전 사건에 참여한 사람은 이번에 저를 다시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함부로 움직여봤자 눈에 띌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바로 김현민이겠죠.”박연서는 감탄하기
쨍그랑.김예훈이 찻잔을 던지는 순간, 여자 부하는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이어 본능적인 행동 때문에 신분이 드러났음을 깨달은 그녀는 표정이 차가워지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은침 무더기를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냅킨으로 그 모든 은침을 받아냈다.그 틈을 타 여자 부하는 몸을 낮추더니 어느샌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굴러서 박연서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칼을 대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칼을 드는 순간 겉보기에는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어느새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박연서가 무심한 듯 총을 쏜 것 같아도 여섯 발 모두 그녀의 몸에 박혔다.여자 부하는 잠시 몸부림치다 열국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힘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도대체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말이다.“조사해봐. 가족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한 무리의 안동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오는 가운데, 박연서는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명령했다.“오늘 접촉했던 사람 모두. 개 한 마리라도 절대 놓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과연 누구를 접촉했는지, 또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야겠어.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반년이나 잠복한 걸 보면 반년 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했던 모양이야.”박연서의 명령에 따라 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진주·밀양에 곧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곧이어 시체는 치워졌고, 식탁도 말끔히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마저 감돌았다.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누가 방금 이곳에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김예훈은 박연서에게 한 수를 둔 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그녀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적어도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