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가보든가. 네가 먼저 나를 죽일 수 있을지, 아니면 내가 먼저 너희들을 죽여버릴지 지켜보자고.”“김예훈,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기나 해?”김청미는 노파심에 거듭 충고를 보냈다.“허 도련님은 신분이 심상치 않은 분이야. 우리 진주·밀양 용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고. 허 도련님을 죽였다간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리고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너의 이 행동 때문에 따라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 용전에서 사람을 죽이겠다고? 정말 그랬다간 총알받이 신세가 될 거야. 그런데 발버둥 쳐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밀양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조직한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네가 끔찍한 살인마라는 사실이 밝혀질 건데.”김청미는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면서 김예훈을 설득하려고 했다.“너 자신은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을 생각해야지. 저 둘도 너랑 같이 죽고 싶겠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고 있었다.“됐어. 쓸데없는 말 그만해.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이미 변질됐어. 사건을 조사할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해?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용의자라고 단정 짓는 건데. 그리고 지금 왜 이렇게 됐는지 몰라서 그래?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고 이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김병욱과 허성빈을 불러와서 문성이랑 하린 씨한테 손대게 한 거잖아. 내가 참지 못하고 너희한테 손대는 순간 용전에서 나를 처리할 핑계가 생기는 거겠지. 김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는 똑똑해졌어.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었어?”김청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김예훈, 그런 쓸데없는 말 해 봤자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만하든가, 허 도련님을 죽이고 끝까지 가보든가. 그런데 우리한테는 증거도 있고 사람도 많은데 네가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겠어.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김병욱도 말했다.“김예훈, 이렇게 된 이상 그만해. 그러면 내가 목숨 정도는 구제해 줄게.”허성빈은 눈에 뵈는
한 무리의 사람이 덮쳐오자, 김청미 등은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이 아무 생각 없이 온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손에 총 들고 허리춤에는 당도를 한 병사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뛰어내리자 덜컥 겁이 났다.‘경기도 국방부? 왜 진주에 나타난 거지?’비록 진주와 밀양도 경기도 국방부 관할이었지만 평소에는 이 두 곳을 제외한 곳만 관리했었다.천군만마가 나타나 진주·밀양 용전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정말 넋을 잃고 보게 되었다.김청미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제일 앞에 있는 차의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전신 무장한 경기도 국방부 당도 부대 수령인 박인철이 차에서 내렸다.박인철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허리춤에 있는 당도에 올려놓은 채 살기가 가득한 기운을 뿜어냈다.김청미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박인철, 지금 뭐하는 거야. 국방부가 우리 용전을 들이닥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박인철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전체 경기도가 우리 관할구역인데 내가 못 올 곳은 아니지.”“박인철, 당도 부대 병사들을 끌고 와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김청미가 진지하게 물었다.“역모라도 하겠다는 거야?”“역모?”박인철은 피식 웃고 말았다.“우리 당도 부대는 대한민국 전국 9대 군부대 중의 하나로써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쓸어버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부대야. 그런데 우리가 역모를 꾸민다고? 지금 국방부를 어떻게 보는거야.”“그런데 왜 병사들을 이끌고 진주·밀양 용전을 찾아온 건데? 관할권을 따지고 봤을 때 국방부는 용전 구역을 침입하면 안 되는 거 몰라?’김청미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그것도 모자라 밀양 국제공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 김예훈을 위해 함부로 병사를 빼돌려? 미친 거 아니야? 내 한마디면 너희들을 죽여버릴 수 있는 거 몰라? 그래도 경기도 국방부는 아무 말도 못 할 거야.”당도 부대 무신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박인철은 결국엔 국방부 소속이었다.상사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병사를 빼돌려서는 안 되었다.간단히 말
간단히 말해서 박인철이 진주와 밀양에 있는 동안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진주·밀양 1인자가 와도 소용없을 정도로 말이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그저 국방부 대장관인 용상국에게 당도 부대를 며칠만 쓰자고 했는데 전시 상태로 들어가는 명령장을 가지고 올 줄 몰랐다.“박인철, 너무하는 거 아니야?”김청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전시 상태로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 용전은 함부로 막 들어와도 되는 곳이 아니야. 용전을 함부로 쳐들어왔다간 경기도 국방부 부사령관인 원경훈이 와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박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명령장에 부 사령관님 사인이 있잖아. 부 사령관님 사인이 없이 내가 전체 당도 부대 병사를 끌어왔을 것 같아? 김청미, 네가 잊고 있을수 도 있겠지만 네가 명령장을 본 순간부터 이곳은 전시 상태로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야. 지금부터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아무리 불만이 많고, 화가 나고, 고소하고 싶어도 전시 상태가 끝나야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김청미, 총 내려놔.”“박인철!”김청미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김예훈이랑 사이가 좋다는 거 알아. 그런데 고작 김예훈 하나 때문에 우리 용전도 모자라 진주·밀양 김씨 가문과 등을 돌리겠다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국방부 무신이라고 해도 세상 모든 일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 없다는 거 알아야지. 권력을 남용하면 당도 부대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아? 생각 좀 하고 움직이면 안 되냐고.”박인철이 피식 웃었다.“대가? 그러면 용전에서 권력을 남용해서 억울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알고? 진주·밀양 용전 책임자로서 내부 질서를 흩트려 놓고, 또 몇번이고 부산 용문당 회장을 암살하려고 했던 대가는 뭔지 아냐고. 김청미, 실력을 따져보면 널 죽이는 건 순식간의 일이야. 도리를 따진다고 해도 충분히 널 짓밟아 버릴 수 있는 거야.”박인철이 대놓고 김예훈의 편을 들자, 김청미 일행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도
“너희 수장님?”박인철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유라시아 전쟁에 나갔었고, 원경훈 부사령관님이랑 아는 사이라면 우리 김 세자님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을 텐데? 어디 다시 전화해서 감히 우리 세자님을 건드릴 수 있는지 물어봐. 계속 실수하기 전에.”김청미는 김예훈의 진짜 신분이 짐작되는지 움찔하고 말았다. 경기도 김 세자, 용문당 회장, 그 어떤 신분을 내놔도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그런데 김청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냉랭하게 말하는 것이다.“박인철,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 그런데 여긴 부산이 아니라 경기도라고. 잊었어? 여긴 진주라고. 김 세자면 어떻고 또 용문당 회장이면 어떤데? 너 같은 병신만이 김예훈 때문에 용전이랑 맞서는 거지. 우리 앞에서는 그깟 두 가지 신분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말해주는데, 너 박인철 말고 원경훈 부사령관님이 부대를 끌고 온다고 해도 우리 용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그러면 어디 해보든가!”이때 박인철의 손짓하나에 당도 부대 병사들이 허리춤에 있는 당도를 만졌다.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소름 끼칠 정도였다.어차피 진퇴양난인 김청미는 믿는 구석이 있다고 박인철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1분만 더 줄게! 허 도련님을 놔줘! 아니면 바로 총으로 쏴버릴 거야. 당도 부대의 당도가 빠른지, 아니면 우리 용전의 총알이 빠른지 한번 해보자고!”김청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순식간에 온 마당에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손에 총을 쥔채 살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당도 부대 병사들 앞에 나타났다.비록 지금 전시 상태라고 해도 용전은 이럴만한 힘과 용기가 있었다.김예훈은 오른손으로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그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 김병욱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대로 갔다간 허성빈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청미 역시 일그러진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김예훈, 시간이 많지 않아. 10, 9, 8...”바로 이때, 입구 쪽에서 자동차
두둥!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사람들은 정신마저 혼미해졌다.‘당주? 용문당 당주 용인주?’상대방의 신분이 확인되자마자 현장은 고요해지고 말았다. 경기도 국방부 제1 무신인 박인철마저도 용인주한테서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모든 것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박인철마저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용인주의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그와 시선을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내가 나이를 먹어서 귀가 어두워졌나. 누가 총으로 김 회장님을 쏴 죽이겠다고 했다면서?”용인주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 일행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재밌군.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누가 우리 용문당 사람을 매수해서 우리 제36대 회장님을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니. 용전에서 나, 용인주를 무시하는 거야?”동네 아저씨가 넋두리하는 것 같아 보여도 하는 말마다 가시가 돋쳐있었다.김청미와 김병욱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호흡마저 가빠졌다.말할 용기가 없는 건지, 아니면 용인주와 말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몰랐다.특히 김청미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오늘 김예훈을 구속시켰던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얼마 전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이 용전에서 떠오르는 무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무신일 뿐만 아니라 자칭 실력이 가장 강한 무신이라고 했다.일간에는 김씨 가문의 한 젊은이가 대한민국 9대 국방부의 총사령관을 곧 맡게 된다는 소문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김현민이라고 믿었던 것이다.심지어 김현민이야말로 진정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했고, 일전에 나타났던 총사령관이라는 사람은 김현민의 신분을 도용한 거라고 생각했다.김현민은 진중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 이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경기도에서 김예훈이 그의 신분을 도용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는데 말이다.그런데 그렇다고해서 김현민을 짓밟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 용전 무신,
김청미는 진정해 보려고 한숨을 내쉬었다.박인철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의외인데 용인주마저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 둘이 약속도 잡지 않고 찾아온 것만 봐도 김예훈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쓸데없는 말 하기 싫으니까 다들 무릎 꿇고 김 회장님께 머리 박아. 이 사건은 내가 책임질 거니까 종결시켜.”용인주는 김예훈과 상의도 하지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김청미 일행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오늘 저녁 이대로 무릎 꿇으면 어떻게 김예훈한테 죄를 뒤집어씌워. 그리고 오늘부로 진주와 밀양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무릎 꿇는 순간 용전의 체면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 체면을 이렇게까지 세워준다고? 나한테 또 뭐 부탁할 게 있나?”“당주님, 저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청미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김승준이고요. 저는 진주·밀양 용전에서 2인자를 맡고 있습니다.”김청미는 눈 딱 감고 어마어마한 용인주의 포스를 이겨내고 서서히 입을 열었다.“저희가 김예훈한테 총을 쏴서 죽여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밀양 국제공항 사건과 연관되어 있어서 조사를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에 허 도련님을 다치게 했고, 또 허 도련님을 인질로 삼아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총을 쏘려고 했던 거고요. 만약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굳이 마당으로 끌고 나오지도 않았죠. 그리고 이 사건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큰 어르신과 용전 전주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일이라 당주님께서 개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김청미는 용인주가 두렵긴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릎 꿇을 바에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인 김승준이 양딸로 삼은 김청미?”용인주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보더니 말했다.“차기 수장 부인을 시키려고 입양한 거로 알고 있는데. 김현민의 약혼녀라고 해야 하
용전 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고개 숙여 바닥을 내려다볼 뿐이다.용인주는 그런 그들을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었다.박인철은 막무가내의 용인주를 보면서 감탄했다.이 바닥의 룰을 무시하고, 자기 체면마저 내려놓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 말이다.“당주님.”김예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용문당에서 백 년 동안 갈고닦은 명성은 지켜야죠. 저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용전에서 제가 밀양 국제공항 테러 사건을 조직했다고 하는데 설명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설명해 드려야죠. 이들이 저를 죽이기 전에 저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들어봐야겠어요. 그런 의미로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의 4자 대면을 진행시켜서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고 싶어요. 제가 죄가 있다면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제가 무죄인 것이 증명되면 진주·밀양 용전을 없애버릴 거예요.”이 말에 김청미 일행은 표정이 확 변했다.용인주 역시 잠깐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김 회장님은 역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들이 끝까지 해보자는데 당연히 함께해야죠. 박인철 무신님께서 잠깐 진주·밀양 용전을 맡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이곳은 입장만 가능하고 아무도 나가지 못해. 오늘 무고한 자들의 억울함을 씻어줘야지. 그리고 세상 사람들한테 알려줘야지.”우르릉 쾅쾅!바로 이때,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은 천둥소리가 들려왔다....서울 교외, 묘지와 같은 곳에 수많은 사람이 거닐고 있었다.이때 비둘기 한 마리가 세상과 동떨어진 이곳으로 날아오더니 어느 한 젊은이의 손등에 앉았다.백옥같은 얼굴의 남자는 비둘기 다리에 묶여있는 편지를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잠시 후, 그는 사당을 향해 예의를 갖추고는 세상과 동떨어진 이곳을 벗어나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르신, 저 하은우, 용의 부대를 대표해서 진주를 다녀오겠습니다. 김예훈을 심판할 건데 어르신께서는 부탁하실 말씀이라도 있을까요?”...부산
김현민은 우산을 들고 웃는 얼굴로 꽃집으로 들어와 김서하의 옆으로 다가갔다.“고모, 오랜만이네요. 왜 갑자기 이곳으로 부른 거예요? 뭐 시키실 거 있으세요?”김서하는 김현민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있듯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래위를 훑어보고 있었다.잠시 후에야 서서히 입을 여는 것이다.“김예훈이 진주와 밀양에 온 거, 네 짓이야?”김현민은 멈칫하긴 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아니요.”퍽!김서하는 태블릿 PC 하나를 김현민 앞에 던지더니 말했다.“김예훈 장모님인 임은숙이 납치된 거, 김예훈이 김청미의 습격을 받은 거... 허씨 가문에서 자꾸 김예훈한테 시비 걸었던 거, 진두준이 임현우를 감옥에 보내 김예훈이 밀양 국제공항 테러 사건을 조직했다고 실토하게 한 거, 모두 다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고?”김현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고모, 저도 그저 소문으로만 들었어요. 제가 시킨 건 아니에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현민아, 차라리 나한테 말해. 어차피 이따 4자 대면에서 말해봤자 의미 없어.”4자 대면이라는 말에 평정심을 지키고 있던 김현민은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모,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의 구역에 왜 다들 쳐들어오는지. 언제부터 저희 구역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였어요?”김서하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마음대로 행동하다니. 현민아,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김예훈은 우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자 경기도 세자이기도 하고, 또 부산 용문당 회장이기도 해. 사람들 눈에는 걔가 인생 역전한 놈이라고. 그런데 어떤 사람은 걔가 용문당마저 접수할 수 있는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네가 계속 김예훈을 건드렸던 건 경기도 김씨 가문의 그 일 때문이 아니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네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 김예훈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지금 걔가 이 가문에 관심이 없는 것도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몰라서야. 알아버리는 순간 걔가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