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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Author: 수박빙수
일에 몰두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그런데도 강현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 윤하경의 머릿속에 오후 통화가 떠올랐다.

그 전화 너머로 들려왔던 여자의 목소리.

그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만큼 손가락을 꽉 쥐었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다.

‘혹시 강현우가 정말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닐까?’

“안 돼, 윤하경.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윤하경은 스스로에게 말하며 복잡한 생각을 끊어냈다. 강현우는 분명 뛰어난 사람이지만 자신도 결코 그 사람만 바라보는 연약한 존재는 아니었다.

만약 정말 다른 여자가 생긴 거라면 그때는 미련 없이 끝내면 그만이었다.

그녀는 욕실로 향해 샤워기를 틀고 미지근한 물줄기를 그대로 머리 위로 받아냈다.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아마 그냥 바빴겠지.’

윤하경은 자신을 다독였다. 한 회사의 대표가 매일 아내 곁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괜한 예민함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옷을 벗고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한 윤하경은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를 담그며 천천히 몸을 담갔다.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자 극도의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 따사로운 온도 속에서 점점 정신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얼마 후, 강현우가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침실에는 그녀가 없었다.

그는 곧장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안에서 마주한 광경에 숨이 멎는 듯했다.

욕조 안에 고개를 젖힌 채 잠든 윤하경.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욕실 안 가득한 수증기 속에서 그녀의 실루엣은 물결에 흔들리며 은은하게 드러났다.

강현우는 이마를 문지르며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욕조 앞에 멈춰 선 그는 물속에 잠긴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몸을 굽혔다. 그리고 그녀를 조심히 들어 올렸다.

“으악!”

갑자기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자 윤하경은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강현우는 이미 그녀를 수건으로 감싸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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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049화

    소지연은 더 이상 윤하경을 자신의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경아, 나 오늘 나온 건... 너한테 말해두려고. 나 결혼해.”“결혼?”윤하경은 멍해진 얼굴로 되물었다.“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지? 누구랑? 유호천?”소지연은 입술을 떼려다 다시 다물고는 커피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그러다 그만 목이 메어 기침이 터졌다.“켁... 켁켁...”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 조용히 지켜봤고 기침을 가라앉힌 소지연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아니야, 유호천 아니야.”그러고는 말을 돌리듯 덧붙였다.“됐어. 그냥 말해두고 싶었을 뿐이야.”윤하경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소지연은 쉽게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갑자기 결혼이라니...유호천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 누구와 결혼한다는 건지.윤하경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한 이름이 떠올랐다.주명화.“주명화가 시키는 거야?”윤하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지연아, 그 사람 너한테 그동안 뭘 해줬다고...”“그만해.”소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알아, 하경아. 너니까 이렇게 말해주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오늘 말해두고 가려던 거야. 괜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럼 이만 갈게.”소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걸어 나갔다.윤하경은 얼떨결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불렀다.“그럼... 청첩장은?”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몇 년을 친구로 지냈는데 나 초대도 안 할 거야?”소지연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대로 나갔다.문밖으로 나가자 아까부터 서 있던 건장한 남자가 뒤따라붙었다. 그는 카페 안을 힐끗 돌아봤다.윤하경은 소지연이 검은 벤츠에 올라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눈빛이 천천히 식어갔다. 못 만났을 때는 걱정됐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더 걱정스러웠다.한참을 고민하던 윤하경은 핸드폰을 꺼내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신호가 울리다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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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우가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윤하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내가 말리면 안 하겠다는 거야?”“아니요.”윤하경은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그의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장난스럽게 애교 섞인 목소리까지 곁들였다.“괜히 방해하지 마세요.”강현우는 운전대를 쥔 손에 잠시 힘을 주었다가 곧 아무렇지 않게 손을 풀었다.그저 짧은 농담이 오갔을 뿐인데도 윤하경의 기분은 괜히 한결 가벼워졌다.그녀는 기분 좋게 핸드폰을 꺼내 적당한 사무 공간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하지만 막 검색을 하려던 순간, 강현우가 마치 그녀 속을 들여다보듯 입을 열었다.“북쪽에 우리 회사 새로 짓는 건물이 있어. 지금 입주자 받는 중인데 자리 괜찮은 데 있을 거야. 민진혁한테 도면 가져오라 할 테니까, 네가 마음에 드는 데로 골라.”그 말을 들은 윤하경은 잠시 눈빛이 반짝였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괜찮아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재미 삼아 해보려는 거였다. 애초에 크게 기대를 걸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 잘되면 좋고 아니어도 그만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위해 강현우까지 나서게 하고 싶진 않았다.예전처럼 살아남으려고 애쓰던 작은 회사가 아니라, 이제는 자기 힘으로 해낼 수 있는 때였다. 무엇보다 바쁜 강현우에게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강현우는 잠깐 눈썹을 찌푸렸지만 곧 별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그 후로는 둘 다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윤하경은 다시 자신의 계획에 집중했고 바쁘면서도 짬이 날 때마다 소지연에게 연락을 남겼다. 그렇게 몇 번의 연락이 오간 끝에 마침내 반달쯤 지나서 소지연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그날, 윤하경은 막 새 공간을 둘러보고 나온 길이었다. 현장을 정리하던 도중 소지연의 메시지를 확인하자 미련 없이 자리를 마무리하고 바로 약속한 카페로 향했다.“지연아.”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창가 쪽에 멍하니 앉아 있는 소지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윤하경이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0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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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046화

    “윤하경만 있으면 반드시 복수할 수 있어요. 강현우, 그 인간을 지옥에 끌고 가서 제 아버지한테 사죄하게 할 겁니다.”그 말을 들은 유한수는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속으로 설경진의 계획이 순조롭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이 아이는 듣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말없이 탄식만 내뱉었다....설경진이 떠난 뒤, 윤하경은 더 이상 마당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느긋하게 마당 한쪽에 놓인 안락의자에 누워 얼굴 위에 잡지를 덮고 햇볕을 쬐고 있었다.햇살이 따뜻하게 등을 덮고 있어,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기분 좋은 나른함에 빠져들었다.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 그때 누군가가 살짝 잡지 한쪽을 들어 올리며 그녀의 얼굴을 드러냈다.따가운 햇살에 눈을 뜬 윤하경은 자기 위를 내려다보는 강현우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마주했다.“뭐예요?”윤하경은 그가 들고 있는 잡지를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덮어줘요. 좀 더 잘래요.”이 여유로운 순간이 너무 좋아서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잡지를 다시 얼굴에 덮자마자 강현우의 코웃음이 귓가에 울렸다.“이렇게 자는 게 뭐가 재밌냐.”그가 낮게 속삭였다.“차라리...”그는 상체를 숙여, 손끝으로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쓰다듬기 시작했다.윤하경은 온몸이 긴장된 채, 재빨리 그의 손을 붙잡았다.“저기... 갑자기 배가 좀 고픈 것 같은데?”그녀는 강현우가 이쪽으로는 얼마나 적극적인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처럼 그녀가 다쳐 있든 말든, 이 남자가 진심으로 들이대기 시작하면 도저히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얼른 말을 돌렸다.그러자 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배 안 고프다며.”그러고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그나저나 너 착한 일 했다며? 사람을 하나 구했다던데? 그것도 남자였다고?”“...”윤하경은 슬쩍 뒤에 서 있는 경호원을 돌아봤다. 경호원은 애써 무표정하게, 아무것도 못 들은 척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045화

    “괜찮아요.”설경진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이제... 이런 거 익숙해요.”“아...”윤하경은 어색한 듯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근데 너는...”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설경진이 먼저 말했다.“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아까 그 경호원이 널 구한 거야.”윤하경은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은 그냥 몇 마디 한 것뿐인데 감사를 받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설경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했다.“그 형이 그러셨어요. 누나가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자기는 물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제 생명을 구해주신 건 누나예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됐어. 그런 말 안 해도 돼.”그때였다.“야, 설경진! 물건 하나 전해주라니까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려!”문밖에서 한 남자가 퉁명스럽게 들어오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설경진을 노려봤다.설경진은 움찔하더니 곧장 윤하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누나, 오늘 도와주신 은혜... 꼭 갚겠습니다. 근데 저는 이만 일 하러 가야 해서...”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일하러?”윤하경은 그의 앳된 얼굴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너 몇 살인데 벌써 일을 해?”설경진은 고개를 숙이며 쓴웃음을 지었다.“저... 열여섯입니다.”“빨리 안 와? 죽고 싶어?”문 앞의 남자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윤하경은 설경진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그의 팔 아래로 향했고 팔뚝에 선명한 멍 자국이 몇 개 보였다.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잠깐만.”설경진은 걸음을 멈췄다.그 눈에는 아주 미세한 빛이 스쳤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무슨 일 있으세요?”윤하경은 다가가 그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이거... 어떻게 된 거야?”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문가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매섭게 물었다.“당신이 때린 거예요?”남자는 순간 얼어붙더니 허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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