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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Author: 수박빙수
윤하경의 손이 잠시 멈췄다. 무심결에 하석호를 바라봤고 그 역시 난처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입술을 꾹 다문 윤하경은 이내 고개를 돌려 침착하게 웃으며 노인을 바라보았다.

“저예요. 여진이죠.”

그러자 노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이 아비를 바보로 아는 거냐. 여진이 눈꼬리에는 이런 점이 없어.”

윤하경은 무심결에 손을 들어 자신의 눈꼬리를 살짝 만지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정말 눈썰미가 대단하시네요, 어르신. 하지만요, 제 정체가 궁금하시다면... 이 죽, 다 드셔주셔야 해요.”

그녀는 눈길을 죽 그릇 쪽으로 돌렸다. 노인의 쇠약한 상태를 생각하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었다.

한편, 옆에 서 있던 하석호는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평소 예절에 엄격했고 손주들조차 말끝을 높이지 않으면 혼나는 게 예사였다.

지금 윤하경이 하는 말투를 들었다면 벌써 회초리가 나왔을 텐데.

하석호가 입을 열어 그녀를 말리려던 찰나 예상 밖의 반응에 하석호는 눈을 휘둥그레 뜨게 되었다.

“하하하! 그래, 먹을게.”

‘헐! 이게 지금 정말 가능한 일인가?’

자기 할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말을 순순히 따르다니.

윤하경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숟가락으로 죽을 떠 노인의 입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댔다. 노인은 생각보다 순하게 한 숟갈, 또 한 숟갈 받아넘겼다. 많이 굶주렸던 것인지, 죽이 절반을 넘어갈 즈음에야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윤하경은 무리하지 않고 그릇을 옆에 두고 조용히 말했다.

“이제 제 이름을 알려드려도 될까요?”

노인은 하석호가 건넨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아까보다 훨씬 또렷한 눈빛으로 윤하경을 바라봤다.

“그래, 말해보렴.”

“저는... 윤하경이라고 해요.”

이미 정체가 들통난 마당에 굳이 숨기지 않았다.

“얼마 전 사고를 당했는데 하석호 씨가 절 구해주셨어요. 오늘 이렇게 온 건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어서예요.”

노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몸이 많이 쇠약해 보였지만 정신만큼은 아직 또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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