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잃어버렸던 청력을 되찾은 날. 원슬비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 강성준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쓰레기 같은 남자와 뻔뻔한 여자에게 차례로 따귀를 날린 뒤, 원슬비는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언니 대신 하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에게 시집가겠다고 대답했다. 소문 속의 하이재. 오래 앓아 몸이 성치 않은 데다, 성정마저 음험하고 냉혹하다는 남자. 사람들은 모두 말했다. 그런 남자에게 시집가 봐야 살아 있는 과부가 되는 셈이라고. 하지만 신혼 첫날 밤. 하이재는 원슬비의 가는 허리를 움켜쥔 채 그녀를 통유리창 앞에 세워 눌렀다. “내가 별로라 생각했다며?” 그 뒤 사흘 동안. 다리에 힘이 풀린 원슬비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소문이란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 어느 날, 화려한 연회장에서 그녀를 배신했던 전 남자친구가 눈시울을 붉히며 원슬비에게 매달렸다. 다시 시작하자고. 자신에게 돌아와 달라고. 하이재는 태연한 얼굴로 알약 몇 개를 입에 털어 넣더니, 이를 갈며 으드득 씹었다. “도우야, 칼 하나 가져와.” 그가 천천히 웃었다. “내 병이 지금 발작하려는 것 같거든. 병자니까 사람 하나 죽여도 봐줄지 모르잖아.” 모두가 하이재의 광기를 두려워했다. 다만 원슬비만은 알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폭풍 같은 분노 아래, 오직 자신에게만 향하는 뜨거운 집착과 사랑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Lihat lebih banyak슬비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모기만한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만 말해요!”이재는 웃음을 터뜨리며 슬비를 식탁 옆까지 안고 갔다. 의자에 내려놓은 뒤 돌아서서 죽을 떠왔다.그 뒤로 사흘 동안 슬비는 집 밖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나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이재는 겉으로 보면 차분하고 절제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 번 선을 넘고 나니 처음 단맛을 본 사람처럼 끝을 몰랐다.낮에 이재는 그나마 좀 자제했다. 슬비가 피곤해하면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하지만 밤만 되면 이재가 달라졌다. 슬비가 몇 번이나 그만하라고 울먹인 뒤에야 겨우 놓아줬다.첫날 밤에 이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당연히 지키지 않았다.둘째 날에 이재는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장담했다. 또 지키지 않았다.셋째 날이 되자 슬비도 배웠다. 이재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기로 했다.그런데 이재가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말할 때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눈빛도 깊어서 거절하기가 어려웠다.슬비는 또 믿었다.또 속았다.넷째 날 아침, 슬비는 허리를 짚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울 속 쇄골에 새로 남은 키스마크를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제야 알았다. 소문이라는 건 정말 사람 잡는 물건이라는 걸.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인생을 망칠 뻔했다.‘앞으로 하이재가 마지막이라고 하는 말을 또 믿으면 내가 성을 갈겠어.’...이른 아침부터 원씨 본가가 쩌렁쩌렁 울릴 만큼 누군가 초인종을 요란하게 눌렀다.가사도우미가 얼른 뛰어가서 문을 열었다. 문이 조금 열리자, 밖에 있던 사람이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원국한과 장여진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가 소리에 놀라서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아빠!”지민이 눈이 새빨개진 채 뛰어 들어왔다. 마스카라는 번져서 눈가가 검게 얼룩졌고 모습은 몹시 지쳐 보였다.“지민아?”원국한이 급히 일어났다. 딸의 몰골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게 무슨 꼴이야? 누
슬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쇄골 아래로 붉은 키스마크가 점점이 남아서 멀쩡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슬비는 얼른 이불을 끌어와서 몸을 감쌌다. 귓불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어젯밤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차가운 통유리창 앞에 몸이 닿았을 때,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 뒤로 이재가 가까이 붙었다. 귓가를 스치는 거친 숨결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아직도 선명했다.“아직도 내가 못 한다고 생각해?”슬비는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었다. 아예 누에고치처럼 온몸을 꽁꽁 감싸고 싶었다.‘창피해 죽겠어.’한참 이불 속에서 버틴 뒤에야 슬비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발이 카펫에 닿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무릎이 휘청하면서 넘어질 뻔했다.슬비는 급히 협탁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두 다리가 뼈라도 빠진 듯이 흐물거렸다. 걸을 때마다 힘없이 떨렸다.벽을 짚은 채 한 걸음씩 욕실로 향했다. 움직일 때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뻐근함이 올라와서 어젯밤의 일을 자꾸 떠올리게 했다.세면대 앞에 선 슬비는 거울 속 모습을 보고 자기 얼굴을 못 알아볼 뻔했다.뺨은 붉게 상기되었고 입술은 살짝 부어 있었다. 눈가에도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 비를 맞고 난 뒤 더 짙어진 꽃처럼 유난히 화사해 보였다.가장 난감한 건 목이었다. 귓불 아래부터 쇄골까지 붉은 흔적이 촘촘해서 가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슬비는 입술을 깨물면서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을 두 손에 받아 얼굴에 끼얹었다.차가운 물방울이 턱 끝으로 흘렀지만 달아오른 뺨은 쉽게 식지 않았다.다 씻고 난 뒤, 드레스룸을 한참 뒤져서야 목이 높은 흰색 니트를 찾아냈다. 쇄골까지 딱 가려주는 옷이었다.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확인한 뒤, 키스마크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재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막 씻고 나온 듯 조금 젖은 앞머리가 눈썹 위로 느슨하게 내려와 있었다. 평소의 차가운 분
슬비가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몸이 통유리창 가까이 닿았다. 눈앞에는 어두운 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야경이 아니었다.오히려 짙고 고요했다.바다는 먹빛처럼 어두웠고 멀리 작은 어선의 불빛 몇 개만 깜빡였다. 검은 벨벳 위에 흩뿌린 보석 조각과도 같았다.통유리창으로 쏟아진 달빛이 슬비의 몸을 은빛으로 감쌌다.뺨이 차가운 유리에 닿자, 내쉰 숨결이 유리 위에 얇은 김을 만들었다.유리에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흐릿하게 비쳤다. 흐트러지고 겹쳐져서 형태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당신...”멈춰 달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생각과 다르게 떨렸다....몇 시간이 지난 뒤, 슬비는 이불 속에 푹 파묻힌 채 붉어진 귓바퀴만 조금 내놓고 있었다.이재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아서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었다.고개를 돌려서 이불 밖으로 나온 작은 귀를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고는 이불을 조금 아래로 끌어내렸다.슬비의 얼굴이 드러났다. 삶은 새우처럼 온통 새빨갰다.“왜요?” 슬비가 노려봤다. 목소리에는 한바탕 울고 난 뒤의 쉰 기운이 남아 있었다.‘아까 그렇게까지 그만해 달라고 했는데...’‘‘여보’라고 부르라고 해서 불렀고,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불렀는데...’‘평소라면 입에 담지도 못할 민망한 호칭까지 전부 했는데...’‘그런데도 이 인간은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어!’‘나쁜놈이야!! 진짜 너무해!!’‘입으로는 계속 나를 ‘여보’, ‘자기야’ 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달래놓고.’‘정작 멈출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이재가 조용히 웃었다. “답답할까 봐.”슬비는 이제 머리도 몸도 몽롱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자고 싶었다.이재는 슬비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아무 소리가 없었다. 몸을 조금 일으켜 내려다보니 이미 잠이 들어 있었다.길고 검은 속눈썹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날개를 접고 쉬는 검은 두 마리의 나비 같았다.이재는 희미하
이재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슬비의 손바닥 아래에서 이재의 심장이 갑자기 빨라졌다. 쿵- 쿵- 자신의 심장보다도 더 빠르게 뛰었다.“네가 지금 뭘 하는 건지는 알아?” 목소리는 거칠게 잠겨 있었다.슬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팔을 풀지도 않았다.고개를 내린 채 속눈썹만 가볍게 떨렸다. 감추려고 해도 긴장과 당황이 그대로 드러났다.이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눈을 꼭 감은 채 짧게 숨을 고르는 모습은 마치 큰 결정을 앞둔 사람과도 같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동안 붙잡고 있던 절제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이재가 입을 맞추자 슬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지금까지의 가벼운 키스와는 달랐다. 깊고 거칠었다. 오래 눌러온 갈망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쏟아진 듯 슬비를 놓아주지 않았다.숨이 막힐 만큼 격한 키스가 이어졌다. 슬비는 두 손으로 이재의 가슴을 밀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당신...”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 때마다 이재의 입술이 다시 말을 삼켰다.도망치려고 해도 팔이 허리를 단단히 감고 있어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생각은 점점 흐려졌다. 따뜻한 물속에 오래 잠겨 있는 듯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허리께에 닿은 이재의 손은 뜨거웠다. 얇은 드레스 천 너머인데도 피부가 델 것처럼 열기가 선명했다.불이 꺼졌다.커튼 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바닥 위에 은빛 길처럼 길게 누웠다.시트가 사각거리면서 이불이 뒤엉켰다.창밖에는 짙은 달빛이 머물렀고, 방 안의 밤은 길게 이어졌다....슬비는 언제 이재에게 안겨서 욕실로 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몸은 솜처럼 축 늘어져서 손 하나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욕조 안에 몸을 담그자 따뜻한 물이 어깨까지 올라왔다. 수증기가 피어올라서 시야가 흐릿했다.이재는 욕조 가장자리에 앉아 수건으로 슬비의 머리카락을 닦아주고 있었다. 손길은 아주 느리고 부드러웠다.슬비가 몰래 이재를 올려다봤다.머리는 아직 젖어 있었고 관자놀이를 따라 물방울이 흘렀다. 느긋하고 만족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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