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잃어버렸던 청력을 되찾은 날. 원슬비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 강성준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쓰레기 같은 남자와 뻔뻔한 여자에게 차례로 따귀를 날린 뒤, 원슬비는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언니 대신 하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에게 시집가겠다고 대답했다. 소문 속의 하이재. 오래 앓아 몸이 성치 않은 데다, 성정마저 음험하고 냉혹하다는 남자. 사람들은 모두 말했다. 그런 남자에게 시집가 봐야 살아 있는 과부가 되는 셈이라고. 하지만 신혼 첫날 밤. 하이재는 원슬비의 가는 허리를 움켜쥔 채 그녀를 통유리창 앞에 세워 눌렀다. “내가 별로라 생각했다며?” 그 뒤 사흘 동안. 다리에 힘이 풀린 원슬비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소문이란 것이 얼마나 허술한지... ... 어느 날, 화려한 연회장에서 그녀를 배신했던 전 남자친구가 눈시울을 붉히며 원슬비에게 매달렸다. 다시 시작하자고. 자신에게 돌아와 달라고. 하이재는 태연한 얼굴로 알약 몇 개를 입에 털어 넣더니, 이를 갈며 으드득 씹었다. “도우야, 칼 하나 가져와.” 그가 천천히 웃었다. “내 병이 지금 발작하려는 것 같거든. 병자니까 사람 하나 죽여도 봐줄지 모르잖아.” 모두가 하이재의 광기를 두려워했다. 다만 원슬비만은 알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폭풍 같은 분노 아래, 오직 자신에게만 향하는 뜨거운 집착과 사랑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Lihat lebih banyak“여보.”이재의 낮은 목소리에 느긋한 웃음이 섞였다.“그런 초대를 대낮부터 해도 되는 거야?”슬비는 이해하지 못한 채 눈만 깜빡였다.‘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이재가 이어 말했다.“너한테는 언제든 시간 있어.”슬비의 귀가 또 붉어졌다.‘이 사람은 왜 맨날 이런 식이야?!’‘분명 그쪽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왜 사람 놀리는 건 이렇게 좋아하는데...’이재가 또 이상한 말을 하기 전에 슬비는 급히 본론을 꺼냈다.[의사 선생님과 만나기로 했어요.][오늘 저녁 6시예요. 전에 당신이 데려갔던 그 식당에서 보기로 했는데, 괜찮아요?]“우리 여보가 정하면 따라야지.”슬비는 잠깐 말이 없었다.[그럼 그렇게 할게요.]...약속한 식당은 호강시의 조용한 골목 안에 있었다.밖에서 보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건물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나무로 된 섬세한 격자문을 지나자 작은 안뜰이 나왔다.평평한 돌을 깐 마당 한쪽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다.돌로 된 연못 안에서는 색색의 비단잉어들이 느긋하게 움직였다.공기에는 은은한 나무 향이 감돌았다.직원의 안내를 받아 긴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의 별실로 들어갔다.방은 크지 않았다.단정한 원형 원목 식탁과 편안한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벽에는 잔잔한 수묵화가 걸려 있었고 구석에는 작은 난 화분이 있었다.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이재가 먼저 물었다.“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메뉴를 보던 슬비가 고개를 들었다.“토요일이요? 아마 별일 없을 것 같은데요. 왜요?”“지혁이 큰형이 이번 주 토요일에 돌아온대.”이재가 설명했다.“다 같이 한번 모이자고 하더라. 우리도 오라고 했어.”슬비가 잠깐 생각하다 바로 알아차렸다.“권태혁 씨요? 전에 당신이 나한테 전화번호 알려주셨던 그분이에요?”이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짙은 눈동자에도 옅은 웃음이 번졌다.“응. 그 사람.”슬비는 도혁에게 그 번호를 보여 줬던 날을 떠올렸다.늘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티격태격하다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지혁은 담배를 끄고 소파 등받이에 기대 다리를 꼬았다.“그런데 너희 소식 들었어? 하빈이 어제 다쳤대.”술잔을 들던 은강의 손이 멈췄다.“다쳤다고? 어떻게?”지혁이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몰라. 기사에는 다 퍼졌어. 하씨 집안 장남이 습격을 당해서 손등이 흉기에 뚫렸고,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하던데.”지혁은 비웃었다.“그 인간은 피해자 행세도 잘해. 기사를 막기는커녕 일부러 더 퍼지게 두고 있잖아.”이재가 눈을 들었다.담담하게 지혁을 바라봤다.그 눈빛을 보자 지혁은 괜히 목덜미가 서늘해졌다.“왜 그렇게 봐? 내가 찌른 것도 아닌데.”이재가 무심하게 말했다.“내가 찔렀어.”방 안이 조용해졌다.지혁은 눈을 크게 떴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바지 위에 떨어져 작은 구멍이 생긴 뒤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급히 털어 냈다.“뭐라고?”은강도 그대로 굳어졌다. 들고 있던 술잔이 공중에 멈췄다.술이 손등에 조금 쏟아졌지만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다.“이재야, 네가 한 거야?”이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내리깔고 손에 든 라이터를 천천히 만지작거렸다.금속 덮개가 열렸다 닫히며 딸깍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반복됐다.지혁과 은강은 서로를 바라봤다.기사를 봤을 때 두 사람도 누가 한 일인지 궁금했고 속으로 잘됐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칼을 쓴 사람이 이재일 줄은 몰랐다.“그 자식 분명 이걸 이용하는 거야.”지혁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욕설을 내뱉었다.“네가 한 번 찌르니까 바로 자기를 피해자로 만들고 기사를 계속 내보내잖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엄청 억울한 일을 당한 줄 알겠어.”은강도 미간을 찌푸렸다.“방법이 더럽기는 하지. 먼저 여론을 잡고 피해자인 척하면, 하씨 집안의 늙은이들은 원래 하빈 편이니까 더 말하기 쉬워질 거야.”이재는 라이터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금속이 대리석에 부딪치면서 맑은 소리를 냈다.“내버려 둬.”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어떻게 더럽
현석은 눈을 내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호강시에서 건축 자재 사업을 하는 원씨 집안입니까?”류건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원씨 집안이 맞습니다.”현석은 더 묻지 않았다. 다시 유리 너머의 가녀린 모습만 바라봤다.눈 깊은 곳에서 어두운 감정이 몇 차례 움직이다 조용히 가라앉았다.‘그래서 어제 그곳에 있었던 건가?’‘하이재의 약혼 상대였구나.’류건은 한참을 서 있느라 다리가 저릴 지경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기다리기만 했다.한동안 객석을 바라보던 현석이 마침내 시선을 거뒀다.테이블 위 찻잔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이 안으로 하죠.”류건은 풀려난 사람처럼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제작팀에 전달하겠습니다.”류건은 서류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문 앞까지 갔다가 참지 못하고 뒤를 한번 돌아봤다.현석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서 찻잔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고 있었다.시선은 다시 창밖에 머물러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류건은 조용히 문을 닫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네.’...리허설은 점심 무렵까지 이어졌다.슬비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조용한 구석으로 갔다.핸드폰에서 번호 하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곧 상대가 받았다.“여보세요, 유 선생님? 저 원슬비예요.”[슬비 씨? 무슨 일이세요?]“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그때 희천은 운서원에서 개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부탁이라는 말을 듣자 바로 몸을 일으켰다.[물론이죠. 말씀하세요.]“호강시에서 실력 좋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세요? 추천을 좀 받고 싶어서요.]희천의 눈이 바로 밝아졌다.마침 이재의 지시를 받아서 슬비에게 소개할 심리 치료 전문가를 이미 찾아 둔 상태였다.어떻게 자연스럽게 만나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이 너무 잘 풀렸다.[그럼요.]희천은 바로 대답했다.[저도 지금 호강시에 와 있습니다. 시간하고 장소 정해서 보내
슬비는 핸드폰을 받아 넣었다.“거의 그 정도.”도혁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거의 그 정도라고?!’‘절대음감이 무슨 흔한 재능인 줄 아나?’가요계 전체를 통틀어도 완벽한 절대음감을 가진 가수는 많지 않았다.절대음감이 있다고 해도 이런 미세한 오차까지 반드시 구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이 정도 정확도는 타고난 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오랜 시간 혹독하게 훈련하지 않으면 갖기 힘든 감각이었다.그런 사람이 굳이 스타엔터에 들어와 신입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도혁은 슬비를 다시 봤다.‘큰형이 일부러 보낸 사람인가?’도혁은 곧 생각을 접었다.‘어차피 이번 주말이면 큰형이 원지민을 데리고 집에 올 거잖아.’‘그때 직접 물어보면 돼.’...스튜디오 2층 VIP 관람실.벽 한쪽 전체가 단방향 유리로 되어 있어 1층 무대와 객석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었다.안에서는 스튜디오 구석까지 선명하게 보였지만 바깥에서는 평범한 거울처럼 보였다.후원사 관계자와 특별 초청 손님을 위해 마련한 독립된 공간이었다.방음도 완벽했다.안쪽에는 짙은 가죽 소파와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구석에는 식물 화분이 몇 개 자리했다.공기에는 은은한 차 향기가 퍼져 있었다.류건은 테이블 옆에 허리를 약간 숙이고 서 있었다.얼굴에는 계속 웃음을 유지했지만 이마에는 옅은 땀이 맺혀 있었다.맞은편 가죽 소파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짙은 회색의 스탠드 칼라 재킷.완벽하게 맞춘 옷이 넓은 어깨와 곧은 체격을 더 또렷하게 드러냈다.선명한 이목구비와 깔끔한 얼굴선에서는 쉽게 다가가기 힘든 기세가 느껴졌다.북명시 주씨 집안의 후계자.바로 주현석이었다.‘슈퍼 보이스’의 최대 후원자이기도 했다.이번 프로그램 단독 메인 후원에 수십억 원 규모의 자금을 넣었다.류건은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수많은 투자자와 후원사를 상대했다.그런데도 눈앞의 현석 앞에서는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긴장됐다.돈 때문만이 아니었다.사람 자체가 가진 압박감이 달랐다.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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