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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록시
쨍그랑.

임경준은 술병 하나를 집어 강현승의 머리에 내리쳤고, 순간 강현승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내가 성연이랑 같아? 걔는 여자고 나는 남자잖아!”

임경준은 당당하게 말했다.

강현승은 상처받은 이마를 감싸며 그를 쳐다보다가 실망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나 강현승은 너 같은 친구가 없어.”

강현승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를 떠났다.

임경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과 계속 술을 마시며 계속 취하려 했다.

친구 한 명 없다고 그의 삶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다음날도 햇살은 여전히 눈 부셨다.

임경준은 일어나자마자 조정아를 찾아갔는데 지난번에 산 사치품도 챙겼다.

조정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순수하고 맑았다.

한 손에 사치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든 임경준을 훑어보던 그녀는 왼손에 들린 뜨거운 커피를 과감히 받아들었다.

뜨거운 커피는 찬 바람 부는 이른 아침 그녀의 손바닥을 순식간에 따뜻하게 해줬다.

임경준의 자상함은 극에 달하는 것 같았다.

“아침 일찍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

조정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없었지만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정아야,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임경준은 사치품을 조정아에게 건네며 웃었다.

명품을 보던 조정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준 오빠는 설마 옷 몇 벌 가지고 나를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나 조정아를 뭐로 보는 거예요?”

조정아는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당연히 그런 게 아니야. 정아야, 네가 그런 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알아. 난 그냥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뿐이야. 난 너만 좋으면 돼.”

임경준이 황급히 말했다.

그가 오랫동안 설득해서야 조정아는 선물을 받았다.

조정아를 잘 달래고 다음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잡고 나서야 임경준은 비로소 차를 몰고 성씨 저택으로 갔다.

“아저씨, 아줌마, 뭐라고요? 성연이 밤새 안 돌아왔어요?”

임경준은 성연이의 부모님을 보며 하마터면 욕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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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세상 끝에 버려져   제20화

    주지훈은 성연을 음악 동아리 공연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성연은 무대 아래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었다.여름밤 매미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던 그 날 은은한 음악 소리와 함께 성연은 응원용 봉 두 개를 쥐고 흔들었다.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파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피부가 희고 눈이 밝고 활력이 넘쳤는데 주지훈은 한눈에 반했다.그는 성연의 뒤에 섰지만 성연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주지훈의 품에 안겼다.“죄송합니다.”성연은 그를 향해 웃었는데 미소가 매우 해맑고 감미로웠다.주지훈은 그렇게 그녀의 매력에 빠졌다.이후 성연을 찾아다니며 이름을 묻고 싶었지만 가족들에 의해 해외로 끌려가 2년간 휴학했다.돌아왔을 때 성연은 이미 임경준과 함께 있었고, 성연이 임경준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 말을 듣고 그는 미칠 것 같았다.혼자 성연을 때린 무리를 찾아가서 싸웠는데 용서를 빌 때까지 두들겨 패고 그들이 자진해서 성연에게 사과한 후에야 그만두었다.그는 매년 성연에게 선물을 주지만 그녀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올해 그는 임경준이 성연에게 청혼하는 것을 보고 체념하고 내려놓으려고 했다.그는 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올해 성연이를 위해 준비한 목걸이도 선물하지 못했다.그런데 어느 날 저녁, 그는 바에 초대되어 술을 마시다가 몇 잔 마시고 막 떠나려 할 때 성연이 천사처럼 그에게 웃으며 달려와 손을 뻗어 끌어안고 다정하게 ‘지훈아’라고 불렀다.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고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손을 들었지만 성연이를 만질 수 없었다. 그녀를 만지면 꿈에서 깰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임경준이 나타나서야 그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때의 성연이는 기억을 잃었고 그를 임경준으로, 남자친구로 여겼다.그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또 망설였다. 그는 성연이 임경준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조만간 떠날 것이라 마음먹었다.하지만 그녀가 병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 차가운 세상 끝에 버려져   제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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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세상 끝에 버려져   제17화

    그는 두 눈이 시뻘겋게 되었지만 정말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이젠 친구도 없고 형제도 없고 애인도 없다.임경준은 갑자기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 사고를 쳐서 상대방을 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났지만 성연이 도와서 그를 곤경에서 꺼낸 것이 생각났다.예전엔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면 성연이 서슴없이 다가왔다.“성연아...”임경준은 우리 집 앞에 한참 앉아 있다가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소리쳤다.나는 발걸음을 멈칫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임경준을 올려다보며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맞아서 코가 붓고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두 눈은 예전의 빛을 잃었고, 옷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임경준 씨, 무슨 일 있어?”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임경준 씨'라는 한마디를 들은 임경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범벅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그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아, 네가 기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임경준이 울먹였다.나는 냉소를 지으며 그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을 비웃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사실 널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넌 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지. 임경준, 내 마음은 이미 너로 인해 상처투성이야. 나는 지금 널 볼 때마다 역겹다는 생각만 들어! 진심을 저버린 사람은 바늘 만 개를 삼킨 것처럼 아파야 해!”내가 차갑게 뱉은 말에 임경준은 몸을 흠칫했다.“성연아, 너 왜... 왜 기억상실로 나를 속인 거야? 그것도 주지훈을 선택하면서 말이야.”임경준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두 눈이 충혈된 채 말했다.“네가 나를 밀치는 순간부터 나는 너에게 마음이 식었어. 너도 나의 고통을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그를 보는 내 두 눈에 미움만 가득했다.병원 응급실에 있을 때 나는 각종 의료기기 소리를 듣고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고 머릿속은 온통 임경준과 조정아의 비웃음뿐만 맴돌았다.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던 나는 결국 살아났다.병원 병상에서 임경준을 보는 순간 나는

  • 차가운 세상 끝에 버려져   제16화

    임경준은 할 말을 잃었다.“나는 조정아에게 진심이 아닌데 너는 주지훈에게 어땠어? 네가 뭔데 나를 그렇게 말해? 너도 주지훈이랑 잤지?”그는 구실을 찾아 나를 다그쳤다.“그렇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예전의 나는 네가 나를 바다에 밀어 넣는 순간 죽었어. 그 후 나의 모든 것은 너와 상관없어.”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임경준은 나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내 손을 잡았고 지금도 여전히 반박하고 있었다.“난 헤어지지 않을 거야. 조정아를 차버리면 되잖아. 나는 조정아를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3년 동안의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 뿌리내렸고, 그는 줄곧 내가 그를 계속 사랑할 것이라고 믿었다.나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그는 손에 더 힘을 줬다. 아빠가 이런 상황을 보고 걸어오셔서 나를 뒤로 숨기더니 임경준의 뺨을 세게 때렸다.“이 개자식! 징그럽지도 않아? 앞으로 감히 내 딸에게 한 발이라도 다가서면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아빠는 한마디 호통치고 나서 나를 끌고 나갔다.내가 떠나는 것을 본 임경준은 쫓아가려고 했지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이 바보 녀석! 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앞으로 임정호에게 너 같은 아들이 없다. 너 알아서 죽든지 살든지 해.”임정호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다가 임경준이 말을 잇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그는 찬물을 끼얹은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느껴졌다.그는 성연이를 잃었는데 아버지조차도 그를 버렸다.넋을 잃고 별장으로 돌아왔지만 조정아가 짐을 챙기고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렸다.“뭐 하는 거야? 어디 가는 거야?”임경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가는 게 아니라 경준 씨가 가는 거예요. 여긴 내 집이에요!”조정아는 평소 부드럽던 태도와 달리 차가운 얼굴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임경준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조정아가 옷을

  • 차가운 세상 끝에 버려져   제15화

    임경준은 눈을 번쩍 떴다.“성연아, 정말이야? 너 내가 떠올랐어?”그는 달려들어 내 어깨를 움켜쥐고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반대편.이 말을 들은 주지훈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응시했다.‘황량한 꿈이니 결국 깨어날 거야.’“내가 네 남자친구라는 게 떠올랐어?:임경준은 내가 말을 하지 않자 손에 힘을 더 주고 목소리도 다급해졌다.“기억나.”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경준은 그 말을 듣고 격앙된 채 나를 안아주려 했지만 고개를 들어 그를 밀쳤다.“네가 나에게 3년 동안 계속 고백해서 동의한 것을 기억해. 내가 너의 고백을 받아주던 날 감격해서 울던 네 모습을 기억해. 네가 나에게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하던 모습을 기억해.”말하다 보니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이것들, 넌 기억해?”내가 갑자기 되묻는 말에 임경준은 말문이 막혔다.“대학 다닐 때 밥 사주고 우산 갖다 줬다고 했는데 그건 갓 사귈 때의 잠깐이었어. 그 후 내가 널 위해 뭘 해줬는지 기억나?”나는 계속 물었다.임경준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나지막이 돌아가라고 설득했다.“너의 모습을 보니 기억하는구나. 네가 아플 때 난 밤새 네 곁을 지켰어. 술자리에서는 내가 대신 술을 마셔줬어.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 회사 일을 처리했고, 네가 저지른 사고도 처리해야 했어. 네가 맞을 때 내가 널 구하려다 갈비뼈가 부러진 적 있는데 이 모든 걸 넌 기억할 수 있어?”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임경준을 위해 나는 모든 힘을 다 써버렸다.“성연아, 나 기억나.”임경준이 황급히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기억나?”나는 눈을 붉히며 손을 들었다.스크린에는 임경준과 다른 여자의 자는 모습이 반쯤 비쳤는데 여자는 다소곳이 임경준의 품에 안겨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목에는 키스 자국이 가득했다.하지만 그 여자는 분명히 내가 아니었다.임경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성연아, 너 왜 이렇게 뻔뻔해? CCTV를 설치한 거야?”임경준은 화가 나 소리 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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