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제 3 화 : 레벨업 시스템 (1)**
"끄악!" 선두에 섰던 기사, 한스가 비명과 함께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눈앞에 선,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동양의 사내가 뿜어내는 기세만으로 몸의 마력이 모조리 굳어버린 탓이었다. "이, 이게 무슨……!" 자작 영지의 제일검이라 자부하던 레온 부르크마저 자신의 검자루를 잡은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의 평생, 이런 종류의 공포는 처음이었다. 용(Dragon)조차 이 정도로 압도적인 기상(氣相)을 단숨에 체현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마력이 아닌, 영혼의 규격 자체가 다른 존재가 뿜어내는 군림의 살기였다. 터벅, 터벅. 산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은빛 갑옷을 입고 바들바들 떠는 이방인들을, 그는 마치 하찮은 토끼를 내려다보는 범의 눈빛으로 응시했다. "왜놈들은 아닌 것 같다만." 산군의 입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땅의 이방인들은 모두 총과 불놀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너희는 꽤나 원시적인 철붙이를 들고 있구나." "……!" 레온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이 제국의 언어가 아닌, 고대의 영언(靈言)과도 같은 기이한 억양의 말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뜻은 본능적으로 뇌리에 꽂혔다. '우리에게…… 하찮은 무기를 들고 있다고 조롱하는 것인가?' 레온은 치욕감을 느꼈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산군은 엎드려 바들바들 떠는 기사들 사이를 무심히 지나쳐, 레온의 눈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새겨진 웅장한 총상 흉터가 기사들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위잉—] [알림: 고유 특성 '산신의 권능'이 대상들의 경계심과 공포에 반응합니다.] [스킬 '호효(C)'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 [알림: '세계의 목소리'가 주군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 산군의 뇌리에 다시 그 기괴한 목소리가 꽂혔다. '세계의 목소리'. 그는 이 낯선 세상에 전이되는 순간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이 목소리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사내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백청색 눈동자가 순간, 이세계의 법칙을 관통하듯 맹수의 세로 눈매로 찢어졌다. [알림: 시스템 창이 활성화됩니다.] 스스스스—. 산군의 시야 속, 허공에 푸른빛의 기이한 글자들이 떠올랐다. ========================================= **[상태창]** **이름:** 백두산군 (산군) **종족:** 환수(幻獸) - '창귀의 왕' (Lv.1) **가호:** 조선 신계(神界)의 마지막 축복 **능력치:** [근력: 78] [민첩: 82] [체력: 95] [지능: 102] [마력: 15] **고유 특성:** * 산신의 권능 (Lv.Max) * 창귀의 왕 (Lv.1) **보유 스킬:** * 범현(凡現) (Lv.Max) * 호효(虎吼) (Lv.2) * 어둠 은신(C) (Lv.1) ========================================= "……이게 다 무엇이란 말이냐." 산군은 뇌리를 관통하는 정보를 하나하나 곱씹었다. 숫자로 표현된 능력치, '레벨', 그리고 '스킬'. 생전의 조선 땅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기이한 개념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상태창'이라 불리는 푸른 창은, 이방인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자신의 연약했던 몸을, 이세계의 법칙에 맞춰 더욱 강력하게 진화시키는 도구라는 것을. [알림: 주군이 '시스템'을 인지했습니다.] [세계의 목소리는 주군의 성장을 돕기 위해 최적화됩니다.] [첫 인지 보상으로 '경험치 획득량 증가' 특성을 일시 활성화합니다.] "……성장?" 산군은 낮게 한탄했다. 그는 이미 조선 땅의 신령이었다. 더 이상의 성장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세계는 달랐다. 그의 압도적인 '근력'과 '민첩', '체력'에 비해, 이방인들이 부리는 '마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엎드린 기사들, 레온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몸에서는 옅지만, 분명히 이세계의 법칙인 '마력'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알림: '레벨'을 올리고 싶으시다면, 이세계의 생명체를 '사냥'하거나 종속시키십시오.] [세계의 목소리는 주군이 '사냥'한 대상의 능력과 마력을 흡수하게 합니다.] "사냥이라……." 산군의 입매가 잔혹하게 비틀렸다. 그는 평생 산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였지만, 왜놈들에게 사냥당한 순간부터 그의 본질은 바뀌었다. 그는 이제 사냥감이 아니었다. 이세계를 찢어발기고 군림할 포식자였다. 사내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기사들을 향해 압도적인 기상을 뿜어내던 산군의 세로 눈동자가 다시 무심한 백청색 눈동자로 돌아왔다. "똥개야." 그의 부름에 숲의 어둠 속에서 섀도우 라이거가 기어나와 산군의 옆에 납작 엎드렸다. 산군은 녀석의 등 위에 무심히 올라탔다. "가자. 이곳의 사냥감들을 모두 찾아내거라." [알림: 첫 번째 사냥 퀘스트가 활성화됩니다.] 사내는 기사들을 무심히 지나쳐, 다시 대수림의 깊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뒤에 남겨진 레온 부르크는, 전신이 굳어버린 채 그 거대한 포식자의 뒷모습만을 하염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이세계의 법칙이, 새로운 마왕의 탄생을 위한 첫 단계를 활성화한 순간이었다."저, 저것이 대체 무슨 무지막지한 형상이란 말이냐!"천계를 이끌고 지상에 강림하던 전쟁의 주신(主神) 마르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낱 미천한 대지의 마수 영지가 아니었다. 대수림 전체를 통째로 아랫목 삼아 시빨갛게 달아오른 거대한 대륙급 구들장 결계. 그리고 그 결계의 중심에서 솟구쳐오른 핏빛 호기(虎氣)는 이미 천계의 황금빛 장막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고 있었다."감히 하늘의 질서를 비웃는 지상의 야수 놈! 내 친히 네놈의 목을 베어 신계의 기둥에 걸어주마!"마르스가 거대한 신성 도끼를 치켜들며 번개처럼 하강했다. 주신의 권능이 담긴 일격은 대륙의 대양을 가르고 산맥을 통째로 증발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산군의 백청색 세로 눈매가 그를 포착한 순간, 마르스의 눈앞에서 사내의 형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주신의 인지 능력과 신성한 감지망조차 완벽하게 기만하는, 차원이 다른 대호(大虎)의 신속(神速)이었다."어디를 보고 도끼질을 하는 게냐, 가당치 않은 닭새끼들의 우두머리 놈이.""뭣……?!"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음산하고 나직한 목소리. 마르스가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산군의 투박하고 단단한 오른손이 주신의 멱살을 통째로 움켜쥐었다. 쇠사슬보다 무서운 악력이 마르스의 신성 장갑을 바스러뜨리며 목뼈를 짓눌렀다.우드득! 콰아아앙!산군은 주신의 거구를 그대로 움켜쥔 채, 대수림의 시뻘겋게 달아오른 바위산 구들장 바닥을 향해 사정없이 처박아버렸다. 대지가 거대하게 진동하며 마르스의 황금빛 갑옷이 박살 났고, 고결해야 할 주신의 입에서 처참한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우 르 릉 ─────────── ! !"그리고 전장을 완전히 끝내버리는 산군의 두 번째 포효가 하늘과 땅을 동시에 찢어발겼다.[위잉—][알림: 고유 권능 '호효(虎嘯) Lv.MAX'로 진화합니다!][특수 효과: 신격(神格)의 완전한 영혼 붕괴와 자아 상실이 시작됩니다.]"끄, 끄아아아악!"천계를 가득 채우고
"신들이 직접 내려온다고?"산군의 나직한 음성이 두꺼운 돌방 내부를 무겁게 울렸다. 사내는 드디어 아랫목에 누워 등허리를 지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새로 창귀로 부려 먹게 된 날개 달린 닭새끼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지독하리만치 귀찮고 짜증스러운 소식이었다. "예, 주군…… 주신들께서는 천계의 군세를 이끌고 이 대수림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겠다며 노하고 계십니다……."아리엘이 푸른 안개에 휩싸인 채 고개를 숙였다. 신성한 빛을 뿜어내던 천사의 영혼은 이미 산군의 호기(虎氣)에 완벽하게 오염되어, 주군의 안위를 걱정하는 충직한 꼭두각시 사냥개로 변해 있었다.산군은 이마를 짚었다. 조선 땅에서 착호갑사들과 포수들의 총구를 피해 백두산 깊은 골짜기로 숨어들 때도 이 정도로 끈질기게 굴어대는 놈들은 없었다. 이세계의 상천(上天)에 사는 놈들은 도무지 범이 머리를 붙이고 쉴 기회를 주지 않았다."주군! 천계의 가짜 신들이 감히 주군의 단잠을 방해하려 들다니, 내 용서치 않을 것이다!"실비아가 눈에 핏대를 세우며 장궁을 거칠게 쥐었다. 옆에 있던 성녀 프레이야 역시 찢어진 사제복 틈새로 풍만한 몸을 가늘게 떨며 지팡이를 대지에 내리찍었다."주군께서 이 대지를 뜨끈하게 정화하시는데 방해를 놓는 하늘의 벌레들은 제가 모조리 종교 재판에 회부하여 껍질을 벗기겠습니다!"[위잉—][알림: 가신 실비아와 프레이야의 '맹목적 집착'이 한계치를 돌파합니다.][특수 효과: 영지 내의 온돌 결계가 주신의 권능에 대항하기 위해 대강화(Great Upgrade)를 시작합니다.]쿠구구구구!바위산의 구들장 아래를 흐르던 화류의 영맥이 두 여자의 광기 어린 마력과 공명하며 마침내 대수림 전체의 지각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바위산 주변의 흙바닥이 시뻘건 용암처럼 달아오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어떤 신성 마법도 무용지물로 만들 강력한 '대륙급 구들장 장막'이 하늘을 향해 펼쳐졌다.산군은 제멋대로 요동치는 상태창과 가솔들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제 28 화 : 하늘을 찢는 이빨 (2)**"건방진 필멸자 년들이 감히 천상의 대행자를 겨누다니!"천사 아리엘이 분노하며 신성 검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수천 개의 황금빛 빛의 창이 폭우처럼 바위산 정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신계의 상급 대행자가 펼치는 광역 신벌 주술은 대수림의 절반을 통째로 증발시킬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우리 주군의 앞마당에 감히 깃털을 흩날리지 마라!"실비아가 소리치며 장궁의 시위를 놓았다. 온돌의 붉은 화류 영맥을 가득 머금은 푸른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 뒤를 이어 성녀 프레이야가 지팡이를 내리찍자, 백은 기사단원들의 영혼을 개종시켰던 거대한 '백청의 아랫목' 결계가 허공에 투명한 불꽃의 장막을 형성했다.쿠구구구구! 콰아아앙!황금빛 창들과 온돌의 장막이 격돌하며 사방으로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번져나갔다. 신성한 마력과 조선 산신의 정순한 호기가 맞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파공음을 만들어냈다. 천사의 공격이 장막에 막혀 상쇄되는 광경을 본 심판관들은 넋이 나간 채 침을 삼켰다."이, 이럴 수가…… 신의 대행자께서 내리신 심판이 고작 결계 따위에 막히다니!""너희가 믿는 하늘의 신은 그저 나약한 가짜일 뿐입니다. 진짜 대지의 지배자는 이곳에 계십니다!"프레이야가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이세계의 성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광기와 신앙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사 아리엘은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미간을 거칠게 찌푸리며 날개를 거차게 퍼덕였다."신성 모독의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아리엘이 직접 신성 검을 꼬여 쥐고 번개 같은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 목표는 바위에 걸터앉아 그 모든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던 산군이었다. 하지만 산군의 백청색 세로 눈매가 가늘어지는 순간, 아리엘의 시야에서 그의 형상이 완전히 지워졌다. 인간뿐만 아니라 신계의 대행자조차 인지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포식자의 신속이었다."어, 어디로……?!"
**제 27 화 : 하늘을 찢는 이빨 (1)**쩍—! 콰아아아앙!핏빛으로 물들었던 대수림의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며, 지독하리만치 오만한 황금빛 성력이 바위산 전체를 내리눌렀다. 그 거대한 빛의 기둥 사이로 거대한 날개를 펼친 천상의 존재—성국이 그토록 칭송하던 '신의 사자'가 마침내 지상에 강림했다. 천사의 출현에 바닥에 엎드려 오줌을 지려대던 성국의 심판관들이 핏발 선 눈으로 눈물을 흘렸다."오오…… 신이시여! 마침내 이단의 수괴를 심판하러 오셨나이까!"천사는 공중에 붕 뜬 채, 지려버린 오물로 가득한 전장과 그 중심에 선 산군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인간의 육신을 지녔으나 감정이 배제된 그 차가운 눈동자가 산군의 백청색 세로 눈매와 허공에서 격돌했다.[위잉—][위험: 신계의 상급 대행자 '아리엘(Lv.85)'이 강림했습니다.][경고: 대륙의 인과율이 주군의 존재를 거부하며 신벌을 집행합니다.]천사 아리엘이 허공에서 황금빛 신성 검을 치켜들었다. "미천한 대지의 야수 놈이 감히 천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신의 대리인을 타락시켰구나. 네놈의 영혼을 소멸시켜 영원한 지옥의 불꽃 속에 처박으리라."그 장엄한 선포에도 산군은 그저 귀찮다는 듯 목을 좌우로 꺾을 뿐이었다. 목뼈가 우드득거리며 거친 파공음을 냈다."하늘의 가짜 닭새끼들이 기어이 내 앞마당까지 날아왔구나."산군의 음성은 지독하리만치 낮고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살아생전 조선의 백두산에서 왕으로 군림할 때도, 감히 범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거드름을 피우던 매나 독수리 새끼들은 예외 없이 날개를 찢어 죽였다. 하물며 신의 이름을 빌려 제 안식을 방해하러 온 깃털 달린 이방인의 괴물 따위가 그의 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쿠구구구구—!산군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핏빛 호기가 구들장의 화류 영맥과 결합하여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굶주린 호랑이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실비아. 그리고 무당 년아.""예, 주군!""명령을 내려주소서!"침상 아래 엎드려 있던 두 여자가 주군의 부름에 광
스우우우—.바위산 정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밤안개가 순간적으로 사방으로 찢겨 나갔다. 산군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호기(虎氣)가 대기를 짓누르자, 그토록 당당하게 진격해 오던 성국의 고위 심판관들과 초월자 영웅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단순한 마력의 압박이 아니었다. 수만 년 동안 먹이사슬의 정점에 군림해 온 절대적 포식자의 기세, 즉 대륙의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생명체로서의 ‘격(格)’의 차이였다."저, 저자가 대체……!"선두에 서 있던 제국의 이름 높은 쌍검사 영웅이 검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검을 쥔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오한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머릿속을 하얗게 마비시키고 있었다.터벅.산군이 바위 절벽 끝에서 단 한 걸음을 내디뎠다.스각—!그 순간, 영웅들의 눈에는 사내의 형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인간의 시각과 인지 능력을 아늑히 초월한, 공간 자체를 접어 달리는 듯한 맹수의 폭발적인 신속(神速)."사, 사라졌……?!"콰아아앙—!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쌍검사 영웅의 신형이 허공에서 처참하게 구겨졌다.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육박한 산군의 오른손이 영웅의 안면을 통째로 움켜쥐고 대지에 처박아버린 탓이었다. 화강암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졌다.제국을 수호하던 초월자가 단 한 격에 파리새끼처럼 으깨지는 광경에, 성국의 심판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뒤걸음질 쳤다."이, 이 괴물 놈! 감히 신의 사자들을 유린하다니! 마법병단, 서둘러 광역 섬멸 주술을—!"심판관장이 핏대를 세우며 외치는 그 순간.산군이 천천히 아가리를 벌렸다. 그의 세로 눈매가 핏빛으로 번뜩이며 백두산 자락을 지배하던 군주의 위용을 드러냈다."가당치 않은 벌레 새끼들이…… 감히 누구 앞에서 주둥이를 놀리느냐."그리고, 대지를 찢어발기는 단 한 번의 포효가 대수림 전체를 뒤흔들었다.**"우 르 릉 ─────────── ! !"**[위잉—][알림: 고유 권능 '호효(虎嘯) Lv.3'가 발동합니다!][특수 효과: 영혼의
두꺼운 돌문이 굳게 닫힌 산신당의 동굴 처소 내부. 구들장에서 올라오는 화류(火流)의 영기는 여전히 아늑하고 따스했으나, 방 안을 채운 공기는 지독하리만치 무겁고 질척였다. 산군은 아랫목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두 시선 때문에 영 잠에 들지 못했다."주군, 땀을 많이 흘리셨습니다. 이 미천한 손으로 등허리라도 닦아드리게 허락해 주십시오."실비아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산군의 두루마기 자락을 살며시 쥐어 왔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주군을 독점하고 싶다는 비틀린 집착이 서려 있었다. "물러서세요, 실비아 자매. 주군의 고결한 옥체를 더러운 이종족의 손으로 만지려 들다니 무엄합니다. 주군의 시중은 대지의 정화를 허락받은 제가 드는 것이 마땅합니다."어느새 동굴 안으로 기어들어 온 성녀 프레이야가 실비아의 손목을 부드럽게, 하지만 기사 수준의 마력으로 가로막았다. 찢어진 사제복 사이로 땀에 젖은 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지만, 그녀는 오직 산군의 안색만을 살피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하, 성국의 년이 주군의 자비를 입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그 위선적인 주둥이를 찢어발겨 주랴?"실비아의 손끝에서 푸른 영기의 화살촉이 날카롭게 돋아났다. 두 미녀 광신도가 산군의 침상 머리맡에서 서로를 집어삼킬 듯 살기를 뿜어내는 기괴한 광경이었다."시끄럽다."산군이 슬그머니 눈을 뜨며 나직하게 한마디 던졌다. 쿠우우웅—!사내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묵직한 호기(虎氣)가 두 여자를 짓눌렀다. 방금 전까지 으르렁거리던 실비아와 프레이야는, 범의 살기를 정면으로 마주하자마자 전신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침상 아래로 납작 기어엎드렸다."주, 주군의 진노마저…… 이토록 고결하시다니…… 하아."프레이야가 뺨을 붉히며 거친 숨을 내쉬었고, 실비아 역시 아랫입술을 깨물며 산군의 발치를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산군은 이방인 여자들의 맛이 간 눈빛에 속으로 깊은 혀를 찼다. 조선 땅의 암호랑이들도 발정기가 되면 사나워지긴 했으나,
부르크 자작 가문이 바치고 간 상급 마정석의 효과는 실로 탁월했다. 붉은 빛을 내뿜는 마정석들이 구들장 밑바닥, 즉 온돌의 고래 자리에 배치되자마자 황량했던 바위산 정상에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바위산 하부에 흐르는 거대한 화류(火流)의 영맥이 마정석의 기운과 공명하며 일제히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쿠구구구구—.지면을 울리는 나직한 진동과 함께, 차디찼던 화강암 돌바닥 위로 은은하고 서늘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산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맨발로 돌바닥을 슬쩍 즈려밟았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뜨끈함이 꽤나 훌륭했다. 백두산
바위산 정상에 기묘한 침묵이 감돌았다.철갑을 두른 영지의 정예 기사들이 무기를 버린 채 흙바닥에 이마를 찧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산군은 턱을 괴고 그 한심한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경배라니. 내 놈들에게 그딴 거창한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만."산군의 묵직한 목소리가 상공을 울리자, 레온 부르크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품속에서 화려하게 장식된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어 올렸다."이, 이것은 부르크 자작 가문에서 바치는 성의입니다! 위대한 신역의 건설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가주님께서 직접 보내신 최상급
바위산 아래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파동은 꽤나 조직적이었다. 자작 영지의 제일검이라 불리던 레온 부르크가 이끄는 토벌대. 그들은 얼마 전 대수림에서 마주쳤던 동양풍의 괴물, '산군'의 존재를 영지에 보고한 직후 곧바로 추가 병력을 지원받아 돌아온 참이었다.다만, 그들의 목적은 토벌이 아니었다. "모두 무기를 낮추고 천천히 진격하라! 절대로 먼저 자극해서는 안 된다!"레온 부르크는 식은땀을 흘리며 부하들을 단속했다. 그의 은빛 갑옷 안쪽은 이미 긴장감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영지의 가주와 마탑의 장로들은 레온의 보고
"끼익! 끼이이익—!"300마리가 넘는 코볼트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바위산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손에는 평소 쓰던 조잡한 돌도끼 대신, 산군의 명령으로 쪼개진 날카로운 화강암 파편들이 들려 있었다. 게으름을 피우는 순간 등 뒤에 서 있는 푸른 안개의 괴물, 창귀 트롤의 뼈 몽둥이가 날아온다는 것을 놈들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산군은 절벽 끝 바위에 걸터앉아 그 광경을 무심히 내려다보았다."그래,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범의 거처에 온기를 들이는 일인데 낙장이 있어서야 되겠느냐."사내는 품속에서 마지막 남은 곶감